* 짠! 급 생각나서 쓴 초단편입니다.


 * 마피아 카라마츠 x 인어 오소마츠 이야기에요.


 * 수위는 R-15...?


 * 공미포 3,883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자들이 복도 양쪽에 늘어서서 허리를 90도로 굽혀 남자에게 인사했다. 

푸른 셔츠를 가슴께까지 풀고, 검은 재킷의 소매를 걷어 올린 남자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고개도 까딱이지 않고 복도를 걸어 올라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목에서 흔들리는 금목걸이와 굵은 손목에 찬 금시계는 남자의 취향이었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액세서리지만, 남자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릴 정도로 사람이 없는 복도를 홀로 걸어 도착한 커다란 문.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피운 남자, 카라마츠가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커다란 침대와 작은 책상과 옷장만이 살풍경한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저택에 어울리는 커다란 방이지만, 안에 있는 가구는 달랑 몇 개. 

남은 공간은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풀(pool)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풀에 푸른 물이 찰랑거리며 방 주인을 반기고 있었다.


“…오소마츠.”

허벅지 높이까지 올라오는 풀 난간에 걸터앉은 카라마츠가 나직이 부르자, 푸른 물이 거세게 출렁였다. 

촤악-, 하고 물을 흘리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비늘을 가진 인어. 

카라마츠와 비슷한 얼굴과 검은 머리칼을 가진 인어의 허리 아래에는 유선형의 꼬리가 이어져 있었다. 

카라마츠를 향해 활짝 웃으며 팔을 벌린 인어가 저를 감싸 안는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남들이 들으면 입을 떡 벌릴 정도로 고가인 셔츠가 젖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인어를 품에 안은 카라마츠가 속삭였다.


“잘 지내고 있었나?”

인간의 귀와 다르게 붉은 피막이 달린 귓가에 낮은 목소리를 깔자, 인어가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생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인어, 오소마츠가 검지로 코 밑을 긁으며 수면을 때렸다. 

오소마츠가 부끄러울 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따라 빙긋 웃고 오소마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카라마츠의 인어, 오소마츠. 

카라마츠를 제외한 다른 이와 일체 접촉할 일이 없는 오소마츠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카라마츠만을 위한 인어였다.

신화 속에나 존재하는 환상의 동물, 미지의 생물인 인어를 어떻게 손에 넣었냐고 묻는 이에게 카라마츠는 우연히 낚시하다 건져 올렸다고 대답했다. 

그 말도 안 되는 대답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먼지 한 톨만큼이라도 의심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간 그의 존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질 테니까. 

오소마츠를 위한 거대한 풀, 바다와 유사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온과 염도가 섬세한 센서로 관리되고 있고, 여러 미네랄과 단백질을 첨가한 물은 바다처럼 짙푸른 색을 띠었다. 

오소마츠의 식사량, 식단, 수면시간, 몸무게를 비롯한 전반적인 건강을 책임지는 선별된 의료진이 24시간 준비되어 있고, 오소마츠가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풀은 크기도 크거니와 깊이도 5m에 달했다. 

막대한 돈이 드는 이 모든 것들이 오로지 오소마츠만을 위한 것들이었다.




츕, 하고 타액을 빨아들이자 오소마츠의 허리가 움찔 튀었다. 

맞닿은 입술은 뜨겁고 말랑말랑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훤히 드러난 상체는 물속에 있었던 탓인지 서늘했다. 

가늘게 실눈을 뜬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필사적으로 입맞춤을 따라오려 애쓰는 오소마츠의 붉은 얼굴에 훗, 하고 속웃음을 흘렸다.

물기가 남은 피부를 쓸어내리며 손을 어깨에서 허리로 이동해 끌어당긴다. 

더 강해진 포옹에 맞춰 입맞춤도 더욱더 깊어졌다.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따뜻하고 미끈거리는 입안을 누비며 희롱할 때마다 오소마츠가 귀여운 신음을 내며 울었다. 

부끄러운지 떨어지려는 뒤통수를 감싸고 각도를 바꾸어 다시 입 맞춘다. 

고르게 정렬된 하얀 치아와 끈적이는 타액에 푹 젖은 뺨 안쪽, 그리고 단단한 입천장을 간질이며 애달프게 닿아오는 붉은 혀를 휘감았다. 

간헐적으로 흘리는 날숨까지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세로 오소마츠를 품 안에 붙잡고 혀를 옭아매고 정열적인 입맞춤을 이어가던 카라마츠가 찰박찰박, 오소마츠의 꼬리가 수면을 때려 보내는 신호에 겨우 팔의 힘을 풀었다. 

아쉽다는 얼굴을 감추지 않고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술을 뗀 카라마츠가 쪽,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의 입술에 짧은 버드 키스를 내렸다.


“힘들었나?”

“….”

카라마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손을 들어 발개진 얼굴을 숨겼다. 

차오른 숨을 몰아 내쉬는 오소마츠를 따라 하얀 가슴이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달달 떨리는 오소마츠의 손을 지그시 내려다보던 카라마츠가 짓궂게 웃으며 오소마츠의 손을 잡아 힘주어 내렸다.


“논논, 오소마~츠? 얼굴을 가리면 곤란하지—. 자, 똑바로 나를 보는 거다.”

“….”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잘게 흔들었다. 

두 눈을 꼭 감고 더욱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어깨를 움츠린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턱에 손가락을 걸어 강압적으로 들어 올렸다.


“아아—. 아름다운 빨강이다.”

발갛게 상기된 눈가에 담긴 적갈색의 눈동자가 카라마츠를 응시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엇갈리는 시선을 잡아 맞춘 카라마츠가 입안에 도는 군침을 삼키고 오소마츠의 붉은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고 보니…,”

“?”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훗, 하고 마른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둥근 어깨를 따라 손을 내렸다. 마른 근육이 붙은 팔과 그사이에 길게 뻗은 허리. 

군살 하나 붙어있지 않은 배에 손을 대면 뜨겁게 달아오른 근육이 느껴졌다. 

카라마츠만큼은 아니더라도 탄탄한 근육이 촘촘히 자리 잡은 반들반들한 배를 내리훑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붉은 뺨을 살짝 깨물어 지분댔다.


“물고기에게 인간의 체온은 너무 높아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속설을 들었다만….”

“….”

“뭐—, 속설은 속설인 뿐이지.”

카라마츠의 입술이 닿은 곳에 열이 모이는 것을 느끼며 피식-, 웃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인간과 다름없는 상체와 그 아래에 뻗은 유선형의 몸. 

오소마츠의 몸이 그리는 곡선은 어쩐지 인간의 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후—.” 하고 애끓은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태어난 상태 그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오소마츠의 몸을 마음껏 더듬으며 더 깊이 입 맞춘다. 

가녀린 목, 둥근 어깨, 어깨 아래에 툭 튀어나온 견갑골, 가느다란 팔 그리고 곧게 뻗은 척추를 따라 손을 내린 카라마츠가 붉은 비늘을 손에 걸었다. 


물고기처럼 셀 수 없이 많은 비늘로 덮인 오소마츠의 하반신, 꼬리. 

인어라는 말이 걸맞게 물을 세차게 차고 빠르게 수영할 수 있는 꼬리가 달린 오소마츠를 카라마츠는 사랑하고 있었다. 

특히 더 사랑하는 부분이 있다면 인간과 같은 부분인 상반신과 꼬리로 이루어진 하반신이 만나는 경계선. 

꼬리를 덮은 비늘이 돋아나 있는 오소마츠의 가는 허리가, 카라마츠는 마음에 들었다. 

등을 타고 손을 내려 허리를 쓰다듬고 그보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허리가 끝나고 엉덩이가 시작되는 아슬아슬한 지점에 비늘이 한둘 씩 툭 튀어나와 있다.

위에서 아래로, 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누워있는 비늘을 살살 손가락으로 어루만진 카라마츠가 손톱을 세워 비늘 하나를 슥- 들어 올렸다. 

타원을 반으로 자른 것처럼, 둥근 부분을 손톱에 걸고 들어 올리면 비늘이 붙어있는 얇은 피부가 함께 위로 솟았다. 

그대로 잡아 뜯기지 않을까 하는 본능적인 공포가 신경을 타고 올라와 오소마츠의 이성을 흔들었다. 

사시나무 떨듯이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카라마츠의 셔츠를 꽉 붙잡은 오소마츠의 눈가에 금새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혔다.


“흣, 으…, 읏~!”

입맞춤 중간중간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떨어진 입술에서 오소마츠의 안타까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말을 하지 못하는 오소마츠가 유일하게 소리를 내는 순간. 

고막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심장을 애달프게 조이는 오소마츠의 헐떡임에 카라마츠는 허리 아래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고 어찌할 수도 없는 욕정이 자신을 충동질한다. 

겨우 비늘 하나를 손가락에 걸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바들바들 떤다. 

만약 꼬리에 난 비늘을 전부 벗겨낸다면 어떤 소리를 낼까, 카라마츠가 아득히 웃었다. 

꼭 회를 뜨기 전, 물고기의 비늘을 벗겨내듯이 꼬리부터 허리까지 전부 비늘을 긁어낸다면, 어쩌면 인간과 같은 뽀얀 다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잔혹한 악마가 귓가에 속삭이는 충동을,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털어냈다. 

빠듯한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울렁대는 욕망을 눌러 으깬 카라마츠가 고혹적으로 젖은 눈을 하고 자신을 응시하는 오소마츠와 시선을 겹쳤다. 

푸른 수면 위로 올라온 붉은 비늘과 달아올라 홍조가 핀 얼굴과 하얀 몸. 모든 것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직,”

“…?”

“아아, 아직은 때가 아니지….”

카라마츠의 혼잣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며 묘한 미소를 피운 카라마츠의 가슴에 오소마츠가 더 만져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고양이처럼 볼을 비볐다. 

앙큼한 오소마츠의 응석에 픽-,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제게 내려오는 카라마츠의 손길에 오소마츠가 환희하며 해맑게 웃었다. 

이렇게 사랑하건만, 카라마츠는 아직 오소마츠를 안지 않았다. 

인간과 인어이기 때문에? 

아니, 카라마츠에게 그런 것은 너무나 사소해서 이유조차 되지 않을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 묻는다면 카라마츠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라 대답할 것이다. 


맛있는 것은 제일 나중에 먹는 것이 카라마츠였다.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하도록 지키고 서서, 

참고 또 참은 후에, 

그것을 먹지 않으면 호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안달 나서, 

조바심으로 가득 차서, 

초조해서 목이 마를 지경까지 이른 후에야 그것을 먹는 것이 카라마츠였다. 


자신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후에 먹는 그것은 평소보다 훨씬 더 농후하고 오싹한 행복을 불러왔다. 

그렇기에 카라마츠는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과실이, 지금도 충분히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유혹해오는 오소마츠가 얼마나 맛있을지. 

저 유선형의 몸을 힘껏 안고, 오소마츠에게 자신을 새길 때,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허리가 저렸다. 

오소마츠의 온몸에 질탕히 자신의 흔적을 남길 생각을 하며 애욕에 젖은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제 품 안에서 잔망스럽게 가르랑거리는 오소마츠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루빨리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동시에 그 날이 너무 빨리 오지 않기를 바라며.


30평의 커다란 풀에 오소마츠를 가두었다.





 * 소재 자체는 예전에 생각했던 거였는데, 이번에 영화 '쉐이프 오브 워터 (Shape of water)'를 보고 더 쓰고 싶어졌던 단편이에요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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