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단편입니다. 솔직히 요즘 노느라 바빠서 글을 많이 못 썼어요...ㅎ


 * (비상금전쟁에 나왔던) 꽃집 카라마츠와 세라복 오소마츠 이야기입니다.

  카라마츠가 아픈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 6,535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마츄~.”

꽃집 안으로 불쑥 얼굴을 내민 오소마츠의 눈동자가 커졌다

포장지로 예쁘게 감싼 큰 화분을 옮기던 카라마츠가 멍청히 저를 바라보는 오소마츠를 향해 빙긋 웃었다.


, 어서 와. 오소마츠.”

어디 가?”

꽃집 앞에 세워둔 작은 밴에 화분을 싣는 카라마츠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르며 오소마츠가 물었다.

이제 막 봄이 다가오려는 하늘은 한없이 푸르고 오소마츠의 허리에서 내려와 흔들리는 치마도 그 푸른빛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약간 길이가 부족한 상의를 감추려 팔을 길게 늘어뜨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설마, 이사 가?”

불안한 얼굴로 묻는 오소마츠에게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은 카라마츠가 두르고 있는 푸른 앞치마를 벗었다

아카츠카 구에 있는 작은 꽃집, ‘플라워 아카츠카의 문구가 새겨진 앞치마를 팔에 건 카라마츠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


조금 멀리 있는 곳으로 배달을 가게 되어서 말이야. 가게는 잠시 닫아두고 다녀오려고 한다. 하룻밤 자고 와야 할지도 모르고 말이지.”

후응~.”

카라마츠의 설명에 묘한 한숨을 늘인 오소마츠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만면에 올리고 카라마츠에게 팔짱을 걸었다.


나도 갈래!”

.”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 대답하지 못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멋대로 말을 이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학교도 안 가니까 괜찮지? 하룻밤 자고 와도 오케이! 그러니까 나도 갈래!”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난감한 웃음을 흘렸다

함께 가고 싶다는 오소마츠의 말은 굉장히 기쁘지만, 순순히 허락할 수는 없었다

오소마츠는 아직 고등학생. 단둘이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은 적잖은 죄책감을 불러오는 일이었다

기대로 눈을 반짝이는 오소마츠에게 쓴웃음을 건넨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 마음은 기쁘지만, 부모님 허락도 없이 멀리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 그럼 부모님 허락받으면 되지?!”

?!”

- 하고 볼을 부풀린 오소마츠가 다시 미소로 얼굴을 돌리고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단축키에 등록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건 오소마츠가 열 마디도 하지 않고 통화를 끝냈다.


다녀와도 된대~!”

그렇게 쉽게 허락해도 되는 건가?! 오소마츠의 마미!!”

헤헤, 우리 집은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는 걸~. 내가 한밤중에 취미 생활하러 나가도 뭐라 안 하고.”

하아~.”

생글생글 웃는 오소마츠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크게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반짝이는 눈으로 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맞췄다.


마미의 허락이 떨어졌다면 할 수 없지. 차에 타라.”

앗싸~!! !!”

카라마츠의 대답에 방방 뛰며 기쁘게 웃은 오소마츠가 혹여 카라마츠의 마음이 변할까, 서둘러 조수석에 올랐다.

~, 하고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운전석에 올라 반듯하게 개어놓은 앞치마를 뒷좌석에 던졌다

출발~!” 하고 발랄하게 손을 높이 올리는 오소마츠에게 안전벨트부터 해라.” 하고 가벼운 핀잔을 던진 카라마츠가 시동을 걸고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바닷가 마을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다 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는 오소마츠 옆에서 카라마츠가 운전대를 돌렸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구석. 마을에 단 하나 있는 작은 식당.

새로 문을 연 식당에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화분이 트렁크에 처연히 서 있었다.

머리칼을 흩뜨리는 바람에 콧노래를 띄워 보내는 오소마츠를 보며 피식 미소를 흘린 카라마츠가 식당 앞에 차를 멈췄다.


그럼 화분 건네주고 올 테니까 근처를 돌아보고 오겠나?”

~.”

카라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가볍게 조수석에서 뛰어내렸다

타박, 하고 땅에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푸른 스커트가 흔들렸다

경쾌하게 발을 굴리며 오소마츠가 바닷가로 향했다.

 

 

철썩철썩, 멈추지 않고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 앞에 오소마츠가 걸음을 멈추었다

짠 내 섞인 바람이 기분 좋게 몸을 감싼다

곧 봄이 다가오는 시기라지만 여전히 바닷바람은 찼다

파도 소리에 맞춰 절로 나오는 콧노래가 오소마츠의 기분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카라마츠와 함께, 단둘이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항상 얼굴을 마주치던 아카츠카 구가 아닌 낯선 바닷가 마을

슬슬 붉은 해가 바다 저편으로 얼굴을 숨기고 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카라마츠와 함께 있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카라마츠를 만나러 가도, 함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돌려보냈다

어두워지면 위험하다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불량배들을 소탕하는 취미를 가진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의 걱정은 불필요한 것이었지만, 그렇게 카라마츠가 자신을 신경 써 주는 것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붉게 물든 하늘 저편은 서서히 어두운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곧 완전히 깜깜해진 하늘에 흐드러지게 밝은 별들이 떠오를 것이다.

카라마츠와 함께 무엇을 하며 밤을 보낼까.

여자아이들처럼 밤새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함께 DVD를 보는 것도 좋다

시시한 코미디쇼를 보며 바보 같이 웃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엇을 하던 즐거울 것이라는 묘한 확신이 있었다

오늘 묵게 될 숙소는 어딜까. 바다가 보이는 이 멋진 마을의 허름한 민박집도 좋고, 고속도로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작은 호텔도 좋다

같은 방에 묵게 되면 함께 씻자고 꼬셔볼까, 그렇게 짓궂은 생각을 하며 씨익 웃는 오소마츠의 뒤로 발소리가 다가왔다.


오소마츠.”

카라마츠! 일 다 끝났어?”

-. 춥지 않나?”

모래를 헤치고 걸어와 오소마츠 앞에 선 카라마츠가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오소마츠의 뺨을 감쌌다

오소마츠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오소마츠의 피부는 제법 차게 식어있었다

항상 발간 오소마츠의 볼에서 나오는 냉기에 짙은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잠시만.” 하고 오소마츠에게 등을 돌리고 차로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오소마츠에게 걸어오는 카라마츠의 손에 들린 후드 집업을 본 오소마츠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피어났다

짙은 회색 집업을 오소마츠가 쉽게 입을 수 있게 들어 올린 카라마츠가 .” 하고 웃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팔을 쑥 집어넣었다

후드에 달린 하얀 털 장식에 두껍고 따뜻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후드 집업은 꼭 카라마츠에게 안겨 있는 것 같은 포근함을 선사했다

- 웃으며 고마워~.” 하고 인사하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카라마츠가 잔잔한 바다에 울려 퍼지는 벨 소리에 황급히 스마트폰을 빼 들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카라마츠가 눈썹을 늘어뜨리고 미안, 잠시만 기다려 줘.” 하고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카라마츠가 준 회색 집업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오소마츠가 타오르듯이 붉은빛을 발하는 하늘에 시선을 고정했다

카라마츠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었던 붉은 색이 하늘에 가득했다

오소마츠에게는 세라복도 어울리지만 붉은 옷이 더 어울린다고, 오소마츠가 사복을 입고 카라마츠에게 놀러 갔을 때 카라마츠가 부드러운 미소로 건넨 말은 오소마츠의 가슴 깊은 곳에 소중히 남겨져 있었다

작게 행복한 한숨을 쉬는 오소마츠의 머리 위를 나는 갈매기 울음소리, 모래사장으로 기어오르려는 파도 소리, 그리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카라마츠에게서 들려오는 카라마츠의 목소리.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일 관련 전화인 것이 분명했다

파도 소리 사이로 간간이 들려오는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고막을 울렸다.


오늘은 계속 단둘~.’

바람이 헝클인 머리를 넘기자,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귓불을 간질였다.


오소마츠.”

!”

카라마츠의 부름에 해맑은 웃음을 얼굴 가득 피운 오소마츠가 스커트를 펄럭이며 카라마츠를 향해 모래사장을 뛰었다

붉은 노을을 지고 달려오는 오소마츠는 꼭 노을에 먹힌 것같이 아름다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오소마츠를 보며 숨을 삼킨 카라마츠가 살며시 쥔 주먹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슬쩍 시선을 아래로 흘렸다

어느새 카라마츠 앞에 도착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고 의아한 눈으로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카라마츠?”

이제 돌아가자, 오소마츠.”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든 카라마츠가 내뱉은 말에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카츠카 구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지역에 왔다

곧 해가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숨어버리고 푸른 달이 뜰 시간이다

지금 아카츠카 구로 돌아간다면 밤새 운전을 해야 했다.


? ? 오늘은 자고 간다면서.”

아무리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역시 외박은 좋지 않다. 그러니까,”

지금 출발하면 밤새워서 운전해야 하는데? 그냥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되잖아!”

짜증이 섞이기 시작한 오소마츠의 말투에 카라마츠도 눈썹을 찌푸렸다

철없는 말을 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오소마츠는 아직 어리니까.”

또 그거!?”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발을 굴렸다

카라마츠가 항상 내세우는 변명, ‘오소마츠는 어리니까’. 

카라마츠와 더 오래 있고 싶어도, 카라마츠는 항상 그 변명을 앞세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오소마츠가 괜찮다고 말해도 카라마츠의 대답은 NO였다

그것이 너무나 분하고 또 분해서 오소마츠는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 오소마츠. 돌아가자.”

.”

오소마츠.”

나무라듯이 제 이름을 부르는 카라마츠를 흘겨보며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돌아가죠, ...

아저!?”

얼굴을 굳히는 카라마츠를 스쳐 지나간 오소마츠가 성큼성큼 도로변에 세워진 카라마츠의 차를 향해 걸었다.

큰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의 뒤를 따른 카라마츠가 운전석에 앉아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조수석 창문을 활짝 열고 뿌루퉁한 얼굴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카라마츠 역시 조금 더 오소마츠와 함께 있고 싶었다.


하지만.’

짙은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가 믿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얄팍한 이성

그 누구보다 소중한 오소마츠를, 카라마츠 자신이 함부로 대하게 될까 두려웠다

밤늦게 단둘이 있다면, 카라마츠는 자신의 이성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어른인데도 자신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한심해 오소마츠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도 할 수 없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카라마츠의 근심을 실은 밴은 어둠이 짙게 깔린 고속도로를 한참 동안 달렸다.

 

 

꽃집 앞에 도착해 밴을 세운 카라마츠가 운전석에서 내려 반대편 조수석으로 걸어갔다.

오소마츠가 내릴 수 있도록 조수석 문을 열자 못마땅하단 눈으로 카라마츠를 노려보던 오소마츠가 말없이 발을 내렸다.


오소마츠.”

왜요, 아저씨.”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건가. 하아~, 집까지 바래다주겠다.”

그럴 필요 없는데요. 혼자서 잘 갈 수 있습니다.”

내가 걱정되니까 따라가겠다.”

그러시던지요.”

뚱한 얼굴로 카라마츠보다 앞서 걷기 시작한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거칠게 머리를 헤집었다

- 한숨을 내쉬는 소리에도 오소마츠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꽃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소마츠의 집에 도착하자 겨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몸을 돌렸다.


다 왔으니까 이제 가보시죠.”

오소마츠. 다음에, 같이 어디 가지 않겠나? 놀이동산이나, 동물원도 괜찮을 것 같군.”

.”

, 은가?”

대답하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멋쩍은 웃음을 띄웠다

안절부절못하며 오소마츠의 대답을 기다리는 카라마츠를 지그시 바라본 오소마츠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카라마츠 앞에서는 금방 화가 풀려버리고 만다

자신에게 돌리는 한숨을 다시금 떨어뜨린 오소마츠가 빙긋- 작은 미소를 올렸다.


그럼, 놀이동산! 밤까지 놀아줄 거지? 카라마츠!”

-. 물론!”

헤헤-. 그럼 내일 가자!”

, 내일!?”

!”

알겠다.”

내일까지 가게를 쉴 것을 각오한 카라마츠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옅게 피어났던 오소마츠의 미소가 카라마츠의 고개가 끄덕이는 것을 보자마자 밝은 태양처럼 환해졌다.


그럼 내일 봐! 카라마츠~!”

.”

현관문 문고리에 손을 올린 오소마츠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저를 지켜보려는 카라마츠에게 눈을 돌리고 씩- 장난스럽게 웃었다.


~라마츄!”

우왓!?”

현관문에서 카라마츠를 향해 펄쩍 뛴 오소마츠가 자연스럽게 펼쳐진 카라마츠의 팔 안으로 파고들었다

단단한 카라마츠의 등에 팔을 두르고 꼬옥-, 있는 힘껏 껴안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잘 자~. 내 꿈 꿔야돼!”

, -. 그럼 오늘밤은 꿈속에서 랑데부로군.”

후핫!”

앞머리를 튕기며 잘난 듯이 내뱉는 카라마츠를 보며 배를 잡고 큭큭거리며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봐~.” 하고 손을 흔들던 오소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에 입 맞추어 카라마츠에게 슬쩍 날렸다

방해물 없이 카라마츠에게 닿은 어린 입맞춤에 순식간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앙큼한 미소를 던진 오소마츠가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그 안으로 쏙 사라졌다

어두운 주택가에 홀로 남겨진 카라마츠가 잘게 어깨를 들썩이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단편은 주말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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