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시간이 별로 없어서 긴 글은 쓰지 못했네요ㅠ 대신 단편 2개 올려요~
* 카라(→)(←)오소 입니다ㅎ
* 공미포 3,330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는 짤막한 일기예보 후에 나온 리포터가 상기된 얼굴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이크를 들었다.
‘4월의 신부’.
바야흐로 결혼식의 계절이 왔다며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를 자랑한 리포터가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소식을 전했다.
결혼식의 모든 것, 이라고 화면에 크게 떠오른 자막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결혼식인가….
작게 중얼거리며 힐끗 옆에 앉은 녀석에게 시선을 보냈다.
부모님과 다른 녀석들은 모두 외출하고 거실에 남아있는 것은 나와 카라마츠 뿐.
녀석은 오늘도 TV나 주변에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거울에 열중해있었다.
똑같은 얼굴이 바로 옆에 있는데 말이야~.
거울은 대체 왜 들여다보는 건지….
토도마츠가 말했던 ‘나르시시스트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녀석이다.
어휴~, 하고 다시금 한숨을 쉬며 눈을 다시 TV 화면으로 돌렸다.
리포터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화려한 식장과 알록달록 꽃이 어우러진 부케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언젠가, 멀지 않은 그 날에….
카라마츠는 저 붉은 카펫을 밟고 지나갈 것이다.
아름다운 그녀의 손을 잡고.
나는 그 옆, 하객들 사이에 섞여서 멍청히 카라마츠를 바라보겠지.
행복한 얼굴로 신부와 마주 서서 반지를 교환하는 카라마츠를.
그때 나는, 제대로 웃을 수 있을까?
바보 같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마음을 품고 제대로 ‘형’으로서 축하해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래서 무섭다.
제대로 웃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저 바보 같은 녀석은 이미 그 못-생긴 꽃과 한번 결혼식을 올렸지만, 그건 우리에게 장난 같은 거니까, 노 카운트.
아아—, 그렇지만 역시 언젠가는 오겠지….
그런 날이.
내가 ‘형’으로서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리고 축하한다고 말하고, 신부가 참 아름답다고 빈말을 하는 날이.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져서 얼굴을 내리고 테이블에 턱을 기댔다.
눈을 깜빡이며 새어 나온 눈물을 눈동자 전체에 발라 없애고 있을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거실 안에 잔잔히 퍼졌다.
“…결혼식, 인가….”
「최근엔 하얀 드레스가 아닌 맞춤형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보세요. 이 빨간 드레스! 정말 예쁘지 않나요!」
“빨간 드레스….”
리포터의 말에 맞장구치듯 작게 되뇌는 카라마츠를 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울만 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TV를 보고 있는 것에, 그리고 TV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놀랐다.
“뭐야~, 카라츙~. 결혼식에 관심이라도 있어~? 꿈꾸던 결혼식이라던가~?”
“응~? 아—, 뷰티풀한 카라마츠 걸-즈를 위해서는 퍼펙트한 웨딩을 준비해야 하니까 말이야!”
“후핫, 퍼펙트한 웨딩은 대체 뭐야~. 그럼 카라츙이 결혼할 때는 이 횽아가 사회라도 서줄까~?”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웃었다.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가 기고 아프다. 최대한 밝게 웃는 나를 보며 카라마츠가 말을 멈췄다.
“카라마츠?”
“아…, 아니…. 오소마츠가 사회까지 서 줄 필요는 없다.”
“어~? 뭐야, 횽아가 못할 것 같아서 그래!? 나도 맘 먹으면 제대로 할 수 있다구!”
“훗, 오소마츠가 사고를 칠 것 같아서 거절하는 게 아니다.”
“그럼 뭔데?”
“그냥….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이려나….”
옅은 미소로 내게 닿는 부드러운 대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뜨겁다.
이번엔 시야까지 뿌옇게 흐려졌다.
꼴사납잖아, 이거.
“오소마츠?” 하고 걱정스럽게 나를 부르는 카라마츠의 음성에 숨을 들이마시고 벌떡 일어났다.
카라마츠에게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얼굴을 가리고 터벅터벅 걸어 거실을 나왔다.
“오, 오소마츠?”
“횽아 파칭코 다녀온당~.”
“아, 아아…. 다녀와라.”
“웅~.”
등 뒤로 가볍게 손을 흔들고 운동화에 대충 발을 끼워 넣고 현관을 나왔다.
먼 미래에 내가 사회를 서고, 카라마츠가 신부와 함께 붉은 카펫을 걷는다.
하하, 먼 미래의 일, 인가….
그런 날, 차라리 평생 오지 않으면 좋을 텐데.
마른 웃음을 흘리며 파칭코를 향해 발을 옮겼다.
거울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슬며시 눈을 옆으로 돌렸다.
형제 모두 부재중인 거실 안.
내 옆에 놓인 오소마츠의 동그란 머리에 피식- 새어 나오는 미소를 삼켰다.
졸린 지 하품을 크게 하며 리모컨을 집어 들어 건성으로 채널을 삑삑 돌리던 오소마츠가 리모컨을 내려놓고 멍청히 화면을 응시했다.
화사한 미소와 함께 봄에 들어와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는 일기예보 누님의 말에 자신과 오소마츠가 입은 옷을 살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향긋한 봄 내음이 나는 계절에 맞춰 얇아진 옷차림에 눈썹을 내렸다.
또 금방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올 것이다.
오소마츠와 함께 보낼 한 해를 기대하며 티 나지 않게 입꼬리를 올리고 거울을 응시했다.
귀에 가끔 걸려오는 TV 속 리포터의 목소리를 들으며 거울을 보던 눈을 다시 돌렸다.
테이블에 턱을 괸 오소마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밥상에 턱을 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쵸로마츠가 본다면 잔소리를 퍼부을 것이 뻔했다.
작게 한숨을 쉬고 오소마츠에게 짧은 핀잔이라도 던지려는 순간, 귀속으로 파고드는 단어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혼식, 인가….”
「최근엔 하얀 드레스가 아닌 맞춤형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보세요. 이 빨간 드레스! 정말 예쁘지 않나요!」
“빨간 드레스….”
마네킹 위에 걸쳐진 아름다운 드레스.
오소마츠의 색인 빨간색을 가득 머금고 빛에 반짝이는 드레스에 넋을 놓고 말았다.
빨간색…. 오소마츠가 입는다면 어울리겠지.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와 함께 형제 중에서 여장이 어울리는 축에 속하니까.
붉은 드레스를 입고, 붉은 카펫을 밟고 걸어와 내 곁에 서는 오소마츠의 모습을 떠올리고 핫, 쓴웃음을 넘겼다.
“뭐야~, 카라츙~. 결혼식에 관심이라도 있어~? 꿈꾸던 결혼식이라던가~?”
어느새 자세를 바로잡은 오소마츠가 능글능글한 미소를 피우고 물었다.
꿈꾸던 결혼식…. 그
것이 오소마츠와 함께하는 결혼식이라는 것을 말한다면 오소마츠는 분명 얼굴을 구기고 내게서 멀어질 것이다.
아니, 의외로 오소마츠는 표정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까 무표정이 되려나.
노골적으로 나를 피하거나 혐오하진 않아도, 오직 형제로서만 내게 다가오겠지.
잔혹한 현실에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삼키고 여느 때와 같은 미소를 자신만만하게 보였다.
“응~? 아—, 뷰티풀한 카라마츠 걸-즈를 위해서는 퍼펙트한 웨딩을 준비해야 하니까 말이야!”
“후핫, 퍼펙트한 웨딩은 대체 뭐야~. 그럼 카라츙이 결혼할 때는 이 횽아가 사회라도 서줄까~?”
신부가 직접 결혼식 사회를 보는 일은 없겠지. 황당한 상상을 하고 곧 닥쳐오는 현실에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오소마츠가 대답하지 않는 나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카라마츠?”
“아…, 아니…. 오소마츠가 사회까지 서 줄 필요는 없다.”
“어~? 뭐야, 횽아가 못할 것 같아서 그래!? 나도 맘 먹으면 제대로 할 수 있다구!”
평소와 같이 항의하는 말투로 볼을 부풀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치미는 미소를 억지로 목 아래로 구겨 넣었다.
사랑은 눈에 콩깍지를 씌운다는 말이 사실이긴 한가 보다. 토라진 얼굴도 귀여워 보이는 것을 보면.
“훗, 오소마츠가 사고를 칠 것 같아서 거절하는 게 아니다.”
“그럼 뭔데?”
“그냥….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려나….”
왜냐면, 그런 날은 아마 평생 오지 않을 테니까.
내가 오소마츠에게 프러포즈(propose)를 하고, 모두의 축복 속에서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그런 날은….
‘형제’로서의 관계밖에 허락되지 않은 우리가 함께 붉은 카펫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없겠지.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홱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부터 오소마츠의 상태가 이상하다.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는 것인가?
눈썹을 찌푸리고 오소마츠를 부르자, 오소마츠가 내게 시선도 주지 않고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거실을 걸어 나갔다.
“오, 오소마츠?”
“횽아 파칭코 다녀온당~.”
당황해 부르자, 오소마츠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소마츠의 변덕인가?
뭔가를 하다가도 곧잘 싫증 내며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오소마츠였다.
빨간 운동화에 발을 끼우는 것을 보면 어딘가 불편한 곳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함께 갈까, 말을 걸려 했지만, 오소마츠의 등을 보니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아, 아아…. 다녀와라.”
“웅~.”
가볍게 대답하며 현관문을 닫고 나간 오소마츠를 눈으로 좇았다.
참았던 한숨을 내쉬며 눈을 돌리자, 리포터가 이색 결혼식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이색 결혼식인가. 형제가 결혼한다면 그거야말로 세상이 놀랄만한 이색 결혼식이겠지.
TV 속의 리포터가 놀란 얼굴로 우리를 인터뷰하러 오는 상상을 하며 잘게 웃음을 흘리고 거울을 들었다.
아아—, 하지만 그런 날은 평생 오지 않을 테지.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는 50제 들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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