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골이야기 외전입니다~!!


* 여우골이야기 책에 실렸던 외전 2와 조금 관련이 있지만 이 외전만 읽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 공미포 20,319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아침 햇살에 오소마츠가 천천히 눈꺼풀을 올렸다. 

겨울이 다가오는 탓에 차가워진 공기가 이불 밖으로 노출된 피부에 닿았다. 

서늘한 공기에 따뜻한 이불 속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몸을 웅크리던 오소마츠가 가슴께에 닿는 온기에 이불을 슬쩍 들췄다.


“이 녀석들….”

황당하단 얼굴로 피식-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제게 딱 달라 붙어있는 두 아이를 쓰다듬었다. 

어젯밤 분명 아이들 방에 이불까지 깔아주고 재웠건만 어느새 건너와서 안겨있는 것인지…. 

보드라운 아이의 볼을 매만지면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오소마츠가 다가오는 아침 소리에 고개 들었다.


‘슬슬 아침 준비 해야지.’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싶다. 

아직 꿈나라를 헤매는 아이들이 잡고 있는 잠옷을 슬쩍 빼내어 몸을 일으키던 오소마츠는 예상치 못한 방해에 휘청거렸다.


“으, 왓!”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탓일까, 제게 둘러진 카라마츠의 팔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어나려 했던 오소마츠가 다시 이불에 파묻혔다. 

펄썩, 이불이 눌리는 소리에 아이들이 깨어나지 않았나 황급히 확인한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고 단단히 저를 안고 있는 카라마츠의 팔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음…, 오소마, 츠?”

“아, 깼어? 미안~. 살짝 일어나려고 했는데 말이야.”

졸음이 가득 섞인 카라마츠의 마른 목소리에 히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사과한 오소마츠가 이불 밖으로 몸을 빼냈다. 

아이들이 움켜쥐어 흐트러진 잠옷을 가다듬고 방을 나서려는 오소마츠는 다시 한 번 카라마츠의 방해에 발걸음이 멈췄다.


“우왓.”

“아침 인사를 잊었다, 오소마츠.”

나가려는 오소마츠는 붙잡아 품에 가둔 카라마츠가 자랑하는 검은 날개를 꺼내 오소마츠를 감쌌다. 

못된 아침 공기가 오소마츠의 체온을 뺏어가지 못하도록 오소마츠를 감싼 카라마츠가 빙긋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피웠다.


“안 돼~.”

오소마츠에게 입맞추려던 입술이 손에 막히자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려 불만을 드러냈다.


“녀석들 있다구.”

오소마츠의 작은 속삭임에 카라마츠가 얼굴을 펴고 뒤돌아 아직 부풀어있는 이불을 응시했다.


“또 이리로 온 건가….”

아무리 타일러도 도통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한숨을 돌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눈을 맞췄다


“그러게~. 그러니까 아침 인사는 이걸로 봐 줘—.”

카라마츠의 뚱한 얼굴에 쿡쿡, 잘게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뺨에 살포시 입 맞췄다.


“할 수 없군.”

떨어지는 오소마츠의 입술에 아쉬워하며 카라마츠가 날개를 거두었다. 

가족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는 오소마츠를 더는 독차지할 수 없었다. 

미소를 품고 아이들에게 그러하듯 카라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방을 나섰다.


오소마츠가 떠난 자리를 쵸로마츠, 이치마츠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채웠다. 

후-, 온화하면서 살짝 서운함이 담긴 한숨을 아침 공기에 뱉으며 카라마츠가 이불 속에 서로를 껴안은 채 잠든 아이들을 깨웠다.



“맛있어~~!!”

“쵸로 삼촌~, 간장 집어 주세요!”

오소마츠 옆에 찰싹 달라붙어 서투른 손으로 젓가락을 열심히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쵸로마츠가 가슴을 간질이는 사랑스러움에 신음하며 간장을 건넸다. 

천호 오소마츠와 대텐구 카라마츠의 요력을 합쳐 태어난 아이들. 

‘꼬마 오소’와 ‘꼬마 카라’라 불리는 아이들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모습을 그대로 물려받아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부모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 받은 ‘꼬마 오소’는 붉은 빛이 도는 여우 귀와 부드러운 꼬리를 가지고 머리 위엔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그마한 뿔이 솟아나 있었다. 

‘꼬마 오소’의 동생, ‘꼬마 카라’는 푸른 빛이 도는 여우 귀와 꼬리, 그리고 카라마츠와 같이 햇빛을 받으면 푸르게 빛나는 검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인간 어린아이로 치면 5살 정도의 몸집으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다 할 이는 없었다.

제 아비를 닮아 어미인 오소마츠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은 식사 중에도 오소마츠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 덕분에 오소마츠에게서 저- 멀리 떨어져 밥을 먹는 카라마츠를 이치마츠도 문득 동정할 정도로 아이들의 엄마 사랑은 알아주는 것이었다.


“꼬마들. 곧 ‘아스나’가 올 시간이니까 빨리 먹어야지~.”

“응!! 얼른 먹자, 카라!”

“응! 오늘은 아스나랑 공놀이 하기로 했다!”

밤새 즐거운 일이 뭐 그리 많았는지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입을 쉴새 없이 놀리는 아이들을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달랬다. 

오소마츠의 말에 황급히 식사에 집중해 밥을 입으로 옮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빙그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스나다!”

“아스나!!”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에게 맡기고 마당에 나온 오소마츠가 계단을 올라 신사에 들어오는 인간 여자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신사에 들어온 교복 차림의 여자 아이는 익숙하게 제게 달려오는 꼬마 오소와 꼬마 카라를 받아냈다.


“좋은 아침~! 꼬마 오소, 꼬마 카라.”

“아스나도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다!!”

짐승의 귀와 꼬리가 달린 아이들의 모습에 그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고 후후, 웃은 아스나가 가지고 온 공을 꺼내들었다.


“짠~! 제대로 공도 챙겨왔지!”

“만세—!”

“파랑색 공이다!”

아이들이 잘 가지고 노는 푸른 탱탱볼을 흔든 아스나가 신사 마당에 아이들과 간격을 두고 서서 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교복 치마자락이 뒤집어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아이들과 열심히 공을 쫓는 아스나의 모습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상냥한 미소가 번졌다.


“아스나는 오늘도 와준 것인가.”

“아, 카라마츠. 이제 나가는 거야?”

“아—. 하아…, 별로 나가고 싶지 않지만 말이야.”

식사를 끝내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어 나갈 준비를 끝낸 카라마츠가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스나와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카라마츠의 등을 툭, 가볍게 두드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팔짱을 끼고 웃었다.


“그럼 얼른 일 끝내고 오세요, 서방님~.”

“읏—!! 무, 물론! 순식간에 처리하고 오겠다!!”

자신의 어리광에 금방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까지 더듬은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큭큭,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날개를 활짝 펼친 카라마츠가 토리이를 넘어 청산을 향해 푸른 하늘로 떠올랐다.



“오소, 카라~. 잠깐만 쉬자~.”

신나서 아이들과 공을 쫓던 아스나가 거친 숨을 내쉬며 오소마츠가 마당을 내려다보던 사당 툇마루에 앉았다. 

제 옆에 앉아 숨을 돌리는 아스나에게 시원한 물을 건네며 오소마츠가 아스나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애들하고 놀아주느라 고생이네-, 아스나.”

“헤헷, 이 정도로 뭘~.”

“매일 아침 일찍 나오는 거 힘들지 않아?”

“음~. 조금 힘든데, 꼬마들이랑 놀고 싶으니까….”

교복에 붙어있는 ‘마츠노 아스나’라 적힌 명찰을 매만지며 아스나가 쑥스럽게 웃었다. 

처음 요괴를 볼 수 있었던 마츠노 가의 ‘토오루’와 그 아들인 ‘신페이’, 그리고 신페이의 동생인 ‘아스나’. 

마츠노 가에서는 대를 이어 요괴를 볼 수 있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여우골의 토지신인 오소마츠와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검은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땀을 닦아낸 아스나가 문득 옆에서 새어나오는 한숨에 고개를 기울였다.


“오소마츠,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응~? 아니, 없어~.”

“거-짓말. 신페이 오빠가 오소마츠는 티를 잘 안 내니까 옆에서 잘 보라고 했어.”

“‘신’ 그 녀석…, 별 건 아니야. 그냥 요즘 ‘육아는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뿐.”

“육아?”

“‘토-루’가 대단해.”

“아빠가?”

서로 공을 주고 받는 꼬마들을 내려다보며 귀를 추욱 늘리는 오소마츠의 혼잣말에 아스나가 무엇을 하던 서툴렀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해맑게 웃었다.





2.


꼬마들과 한참을 놀아주고, 지각하겠다며 신사 계단을 허둥지둥 내려가는 아스나를 배웅하고 튓마루에서 엉덩이를 떼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쵸로마츠의 잔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어제 다 처리 못한 거 빨리 해, 오소마츠 형!”

“에~~~.”

“얼른!”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쵸로마츠의 언성에 귀를 막았다. 

뭐 급할 게 있다고 그렇게 맨날 잔소리인지-. 

에휴~, 남몰래 한숨 쉬고 마당으로 나온 이치마츠를 불렀다.


“이치맛쨩~. 잠깐 꼬마들이랑 놀아줄 수 있어?”

“어…, 상관은 없는데….”

내 부탁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아스나가 주고 간 공을 튕기던 꼬마 오소와 꼬마 카라가 덥석 이치마츠 다리를 한쪽씩 붙잡고 매달렸다.


“이치마츠 삼촌! 나 산에 가고 싶어!!”

“엣.”

“나, 나는 싫어! 산에는 뱀이 나온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오소 형아!!”

눈을 반짝이며 ‘산’을 연호하는 꼬마 오소와 울상이 되서 산은 가고 싶지 않다는 꼬마 카라 사이 낀 이치마츠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당황하고 있었다.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오는 이치마츠를 어떻게 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내 목덜미는 쵸로마츠에게 붙잡힌 뒤였다.


“오소마츠 형은 일!”

“우겍~~.”

당황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일을 끝낼 때까지 쵸로마츠 감시 하에 방에 갇히고 말았다.




“끄으으~~!!”

기지개를 켜며 터벅터벅 방을 나왔다. 

진짜로 일을 다 끝낼 때까지 방 밖으로 못 나가게 하다니 너무하지 않아~? 

일단 나 ‘토지신’인데 쵸로마츠는 항상 나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 

짧아진 해가 슬슬 서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며 꼬리를 천천히 살랑였다. 

이제 저녁 준비 하고, 저녁 먹은 뒤에 꼬마들 씻기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간단한 계획을 세우며 툇마루로 나와 마당에서 놀고 있을 꼬마들을 부르려는 순간 이치마츠의 다급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꼬마 카라! 얼른 이리로 내려와!!”

“무, 무셔워서 못 내려간다아아아아~!!”

“애초에 왜 올라간 거야!”

“카라~! 올라간 김에 나는 연습이야! 나는 연습!! 날개 움직여~!”

이건 무슨 상황? 꼬마 카라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마당 구석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매달려 있고, 이치마츠는 꼬마 카라가 떨어질까 아래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게다가 꼬마 오소는 날아보라고 꼬마 카라를 재촉하고 있고…. 

정말이지, 꼬마들이 생긴 뒤로 평화롭게 지나가는 날이 없다.


“카라~. 거기 가만히 있어.”

단단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카라에게 외치고 느긋하게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저렇게 꽉 잡고 있으니까 떨어질 일은 없겠지.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꼬마 오소의 말에 꼬마 카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있으면 계속 못 난다고! 형아가 받아줄게, 이리로 와!”

“오, 오쇼 형아아….”

꼬마 오소의 응원에 꼬마 카라가 나뭇가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작은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비틀비틀 나뭇가지 위에 서서 뛰어내리려는 꼬마 카라의 모습에 나와 이치마츠는 비상사태가 되었다.


“가, 간다~!”

“응! 카라 화이팅!”

“으아아아아!!”

“히이이이익!!!”

이치마츠의 비명을 배경으로 전력 질주해 폴짝 나뭇가지 아래로 뛰어내린 꼬마 카라를 받아냈다. 

나무 근처에서 멋지게 발이 엉켜 바닥에 미끄러졌지만….


“아야야….”

“어, 엄마 아파요!?”

나무 아래 돌에 스쳐 빨갛게 까진 이마를 문지르며 일어나자 품에 안은 꼬마 카라가 울먹이며 얼굴을 올렸다.


“괜찮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 꼬마 카라를 보듬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 정도 상처는 금방 낫고, 꼬마 카라가 다치는 것보다 나으니까—.


“카라! 괜찮아? 엄마는요?”

“오소마츠 형, 미안…. 내가 꼬마들도 잘 돌보지 못하는 쓰레기라서….”

“둘 다 괜찮아.”

내게 매달려 꼬마 카라와 나를 살피는 꼬마 오소를 쓰다듬어주고, 밑도 끝도 없이 자책하는 이치마츠에게도 웃어주었다.

“그나저나 왜 나무에 올라간거야?”

“….”

“카라가 나는 연습이 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올려줬어.”

침묵하는 꼬마 카라를 대신해 꼬마 오소가 대답했다. 

꼬마 오소의 말에 꼬마 카라는 흠칫 놀라더니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등에 솟아난 작은 날개를 파닥였다.


“아직 나는 연습은 이르다고 했었는데~?”

“다른 텐구들은 다 날 수 있잖아!”

아직 푸른 하늘에 오르기엔 너무나 작은 꼬마 카라의 날개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하자 꼬마 오소가 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카라마츠가 다스리는 카라스텐구의 영지에 있는 어린 텐구들은 꼬마 카라와 비슷한 몸집으로, 이제 겨우 날갯짓을 하며 몸을 공중에 띄울 수 있었다. 

카라마츠를 따라 종종 카라스텐구의 영지에 놀러가는 꼬마들은 그것이 부러웠던 걸까. 

꼬마 오소의 성난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꼬마 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나는 못 날아요?”

울상이 되어 커다란 눈망울이 촉촉해진 꼬마 카라의 질문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잖아~. 꼬마 카라가 아주 쪼~~끔 늦을 뿐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 아이들보다 더 잘 날게 될거야.”

꼬마 카라를 꽉 안아 올려 통통한 뺨에 얼굴을 비볐다. 

여우와 텐구의 특성을 모두 가진 꼬마 카라는 그 종족의 힘이 조금 약했다. 

그래서 다른 텐구 아이들보다 날개가 자라는 속도가 더뎠다. 

솜털이 다 벗겨지지도 않은 여린 날개에 힘을 담아 쓰다듬으며 꼬마 카라가 더 울지 않도록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마 카라마츠보다 더 멋지게 날 수 있을걸~?”

“아빠보다, 더…?”

“당연하지! 꼬마 카라가 훨씬 더 잘 날게 될거야.”

코를 훌쩍이며 눈을 깜빡이는 꼬마 카라의 눈동자 속에 담긴 빛에 절로 미소가 넘실댔다. 

확신을 담아 대답하며 다시 꼬마 카라의 뺨에 비볐다. 

날개를 함께 어루만지며 안아주자 간지러운지 꼬마 카라가 까르르 웃었다.


“엄마, 그럼 나는?”

“응?”

“나는 왜 뿔이 있어?”

“어?”

꼬마 카라를 성공적으로 달래고 일어섰을 때, 꼬마 오소가 옷자락을 잡아 당기며 물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여우 귀와 함께 돋아난 뿔을 작은 손으로 매만지며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여우의 귀, 꼬리 그리고 텐구의 날개를 가진 꼬마 카라와 달리 여우의 귀, 꼬리는 있어도 텐구의 날개는 없는 꼬마 오소는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던 불안을 떠안고 있는 것 같았다.


“오소, 그건 말이야~.”

꼬마 오소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기 위해 무릎 굽혀 시선을 맞췄을 때, 신사에 찾아온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내가 아빠라서 그래!”

“뭣!? ‘슈-’ 님!?”

구름을 타고 날아와 신사 마당에 내려온 붉은 오니, 오니의 수장 ‘주탄동자(슈텐도지)’의 대답에 꼬마 오소는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3.


“야호~. 슈- 삼촌이 놀러왔어요~.”

“‘슈-’님!! 왜 그런 대답을 한 거에요!!”

“재미있으니까!”

툇마루로 자리를 옮겨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꼬마 오소를 안고 어르며 주탄동자 ‘슈-’ 님에게 언성을 높였다. 

꼬마 오소를 무릎에 올리고 등을 토닥이자, 내 옆에 붙어있던 꼬마 카라의 눈도 서서히 젖어가기 시작했다. 

원체 잘 울지 않는 꼬마 오소였기에, 이렇게 크게 우는 모습이 꼬마 카라에게는 무섭게 느껴진 것 같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꼬마 카라 머리를 쓰다듬으며 슈-님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꼬마 오소의 우는 모습에 슈-님도 당황했는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꼬마 오소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꼬마 오소~, 농담이야. 농담—. 꼬마 오소랑 꼬마 카라의 아비는 제대로 텐구 녀석이니까.”

한참 늦은 슈-님의 말에도 꼬마 오소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이어지는 꼬마 오소의 울음소리에 슈-님의 표정이 추욱 아래로 처졌다. 

이제야 자기 잘못을 깨달았는지 꼬마 오소의 등을 두드리며 쉽게 뭐라 말하지 못하는 슈-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푹- 한숨을 내쉬었다.


“꼬마 오소~,”

“진짜로 제대로 네 아비는 텐구니까. 이 녀석도, 그 녀석도 워낙 요력이 강해서 아이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조금 힘을 빌려줬고. 그 힘이 꼬마 오소 너에게 흘러가서 그런 모습이 된 것 뿐이야.”

평소에 보이지 않는 잔잔한 목소리로 옅은 미소를 올리고 전하는 슈-님의 말에 꼬마 오소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나와 눈을 맞추는 꼬마에게 빙긋- 웃어주자 꼬마 오소가 고개 돌려 슈-님을 바라보았다.


“져, 정말로? 나, 아빠 아이야?”

“응~. 물론이지!”

슈-님의 시원한 대답에 꼬마 오소의 얼굴이 그제야 밝아졌다.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에 슈-님이 히히 웃으며 꼬마 오소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기분이 완전히 나아진 꼬마 오소는 내 무릎에서 폴짝 뛰어 내려 고마 카라 손을 잡고 다시 놀고 오겠다며 마당으로 뛰어갔다.


요괴가 아이를 가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배’로 아이를 낳는 것, 그리고 요력을 합쳐 아이를 만드는 것. 

배로 아이를 낳는 것은 할 수 없었기에, 카라마츠와 나는 요력을 이용해 아이를 가지기로 했다. 

요력을 이용한 방법은 성공할 확률이 낮은 대신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준비를 갖추로 카라마츠와 요력을 나누었을 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천호인 나와 대텐구인 카라마츠의 요력은 컸고, 그것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힘이 빠져나갔고,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이 모였다. 

하나로 두자니 너무 크고, 둘로 나누자니 부족한 힘에 아이를 만드는 것을 포기하려 했었다. 

그때 주탄동자인 슈-님이 도움을 주셨다. 

슈-님이 자신의 요력을 우리에게 나눠준 덕분에 무사히 꼬마 오소와 꼬마 카라가 태어날 수 있었다.


마당에서 꺄르르 웃으며 뛰어노는 꼬마들을 바라보는 슈-님의 부드러운 눈빛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말없이 슈-님의 옆에 앉아 꼬마들을 보며 슬쩍 입을 열었다.


“그래서 슈-님은 언제 아이를 가질 생각이세요?”

“하, 하아!?!?”

얼굴뿐 아니라 몸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벌떡 일어나며 당황해 외치는 슈-님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쥬시마츠 부부는 슬슬 준비 중인데 말이에요~.”

말끝을 늘어뜨리며 지그시 바라보자 슈-님은 얼마나 당황했는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슈-님 쪽도 힘이 부족해지면 얼마든지 도울테니까요—.”

스스로도 너구리 하나 삶아 먹은 것 같은 능글능글한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알지만 슈-님의 반응이 재미있어 놀리는 것을 그만 둘 수 없었다. 

나같은 건 상대도 안 되는 대요괴 중의 대요괴지만 이럴 때 보면 쵸로마츠보다 더 어린 것 같다.


“시, 시, 시, 시끄럽네—!!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헤에~, 그래서 언제 가지실 건데요~?”

“몰라!!”

빽 소리를 지르고 흥흥 거친 숨을 내뿜으며 내 옆을 떠나는 슈-님의 모습에 히쭉 웃음이 새어나왔다. 

마당으로 내려간 슈-님은 금방 꼬마들에게 붙잡혔다. 

꼬마들의 성원에 마지못해 꼬마 오소를 높이 들어올리며 ‘높이높이’를 해주더니 꼬마 카라의 요청에 따라 꼬마들과 함께 마당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을 하기 시작했다.




꼬마들은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야 지쳐 잠들었다.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든 아이들을 이불에 눕히고 큰방으로 나오자 금 술을 꺼낸 슈-님이 나를 반겼다.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에게 저녁 청소를 부탁하고 슈-님 앞에 엉덩이를 내렸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로 오신거에요? 또 ‘세이’님하고 싸웠어요?”

똑바로 던진 질문에 슈-님이 입에 머금은 술을 뿜었다. 

재빨리 몸을 기울여 튀어나온 술을 피하고 쿨럭거리는 슈-님을 가만히 응시했다. 

기침이 좀 멎고 나서야 슈-님이 붉어진 얼굴을 슬쩍 들어올렸다.


“안 싸웠어.”

“거짓말.”

“웃,”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해봤자 믿을 리 없다. 

슈-님의 어깨 너머로 천리안을 이용해 아카츠카 마을을 들여다 보았다. 

예상한 대로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쉬고 슈-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데요.”

“…세이가 멋대로 화낸 거야! 나는 잘못한 거 없다구.”

“뭘 하셨길래요.”

“…….”

“슈-님.”

나긋한 목소리로 재촉하자 슈-님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술잔을 내려놓았다.


“아니, 술 좀 마시고 기분이 좋으면 같이 있던 녀석들이랑 늦게까지 술 좀 마실 수 있잖아. 그거 가지고 세이가 갑자기 화를 낸 거라구!”

“하아~~.”

슈-님 다운 이유에 나도 모르게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한숨 소리를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슈-님이 눈썹을 치켜 세웠다.


“뭐! 나는 잘못한 거 없다니까!!”

“마시다보면 귀가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죠. 그건 알겠는데…, 늦어진다고 세이님께 미리 말은 했어요?”

“….”

“역시나-.”

예전에 비슷한 이유로 카라마츠에게 한 소리 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일 하라 잔소리하는 쵸로마츠를 피해 아무말 없이 훌쩍 슈-님이 있는 아카츠카 마을로 놀러다녔을 때, 항상 카라마츠가 울상이 되어 데리러 왔었지. 

일을 끝내고 귀가했는데 나는 없고, 내 행방을 아는 녀석도 없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면서…. 

침울하면서도 무거운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적잖이 반성했었다.


“세이 자식이 먼저 늦게 들어왔었다고! 일이 있다면서 맨날!! 그러니까 나도 늦게까지 놀았던 건데!!”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며 버럭 외친 슈-님의 말에 꼬리로 방바닥을 쓸었다. 

세이님이야 마을 내외로 다니면서 아오안돈으로서의 일과 다른 마을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계시니까 늦게 귀가하시는 것도 이해하지만…. 

속마음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슈-님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피웠다. 

카라마츠를 만나기 전의 자신과 슈-님이 너무나 겹쳐보여서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새삼 깨달았다.


“슈-님.”

“….”

“슈-님과 세이님은 특별한 사이잖아요. 세이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전하지 않으면 안되요. 무엇이든 말로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법이랍니다.”

“뭐든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건 멋 없잖아. 난 그런 성격 아니라구.”

“그런 건 관계 없습니다—. 슈-님은 좀 더 세이님께 어리광 부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어리광~!? 내가 애도 아니고.”

“슈-님이 그러면 세이님 엄청 좋아하실 걸요~?”

아침에 보았던 카라마츠의 붉은 얼굴을 떠올리며 생글생글 웃자 슈-님의 얼굴에 걸린 홍조가 더욱 짙어졌다. 

“그, 그럴 리 없잖아! 그녀석은 귀찮다고 생각할 거라고!” 하고 세이님의 반응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슈-님을 보며 소매를 가리고 의뭉스럽게 웃었다. 

나중에 세이님에게 마지못해 어리광 부리고 세이님의 반응에 크게 당황하는 슈-님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져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뭔데.”

억눌러도 새어나오는 웃음 소리에 슈-님이 뚱한 얼굴로 물었다. 

간신히 미소를 숨기고 별 일 아니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쵸로마츠가 문을 열고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세이?”

“역시 여기 있었나. 늦었다. 집으로 돌아가자.”

어깨에 걸친 푸른 비단을 흩날리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세이님이 슈-님의 손을 잡았다. 

세이님이 올 것이라 전혀 생각치 못한 슈-님은 눈을 크게 뜨고 얼떨떨한 얼굴로 세이님을 응시했다.


“네가 여기 왜 와? 일은 어쩌고? 오늘도 늦게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슈-님이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볼멘소리에 세이님이 얼굴을 찡그렸다. 

있을 수 없는 착각을 하는 슈-님을 한심하게 바라본 세이님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슈-님의 손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일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 확실히 요즘 일이 많아 너를 외롭게 한 것은 미안하다.”

“뭣,”

세이님의 말에 슈-님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익었다.

푸시시- 소리까지 내며 달아오른 얼굴을 홱 돌리고 세이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못하는 슈-님의 모습에 겨우 멈췄던 웃음이 다시 튀어나왔다.


“늦은 시간에 실례했군. 돌아가겠다.”

“네~.”

어버버 거리는 슈-님을 들춰메고 무뚝뚝하게 인사하는 세이님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버둥대는 슈-님을 그대로 안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세이님을 보며 피식- 미소를 던졌다.


“엄~청 사이 좋으면서-.”

점점 멀어지는 세이님과 슈-님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4.


놀다 지쳐 잠든 꼬마들이 눈을 뜰 때쯤, 저녁 준비도 거의 끝냈다. 

큰방에 상을 펴고 반찬을 나눠 담고 있는 중에 마당에서 울리는 날갯짓 소리에 허리를 폈다.


“카라마츠~. 어서와.”

“아—. 늦어서 미안하다, 오소마츠. 그리고 나의 사랑스런 꼬마들.”

커다란 날개를 거두고 달려드는 꼬마들을 안아올린 카라마츠가 빙긋 웃었다.


“저녁 준비 금방 끝나니까 꼬마들 좀 돌봐줘.”

“아, 맡겨줘.”

카라마츠에게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꼬마들의 꺄꺄 거리는 소리에 카라마츠의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 

하루 종일 뛰어놀아 배가 고팠는지 부지런히 밥을 입으로 옮기는 꼬마들을 잔잔히 바라보고 있자, 카라마츠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바빠질 것 같다.”

“응? 무슨 일이 생겼어?”

“내일부터 토도마츠와 아츠시가 여행을 가니까 말이야.”

“아….”

토도마츠를 위해 카라마츠의 혹독한 수련을 받고 텐구가 된 아츠시 군. 

한창 꽁냥대는 둘은 전국 여행을 계획했었다. 

둘이 함께 여행 가는 것은 기쁘지만 카라마츠의 보조를 해주던 토도마츠와 아츠시가 함께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카라마츠에게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보다 더 카라마츠가 바빠진다는 이야기에 절로 꼬리와 귀가 내려앉았다. 

바닥을 쓸며 잘랑이는 내 꼬리를 봤는지 카라마츠가 눈썹을 늘어뜨리고 꼬마들 뒤로 내게 손을 뻗었다.


“미안하다.”

“카라마츠 탓 아닌데 뭘….”

꼬마들 뒤로 몰래 손을 잡으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좀 쓸쓸하다. 

카라마츠가 직접 바쁘다고 한다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거니까. 

모두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들자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에 숨을 들이마셨다. 

카라마츠가 바쁘단 소식에 슬픈 건 나만이 아닐텐데….


“그럼 내일부터 바쁜 카라마츠 님~, 오늘은 같이 목욕이라고 할까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물으며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카라마츠의 저런 표정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카라마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잠시 응시하더니 이내 온화한 미소를 가득히 피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가지는 둘만의 시간에 나도 모르게 “후후.”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안 돼!! 엄마는 나랑 목욕할 거야!”

“그렇게 새치기 하는 것은 치사하다! 나도 엄마랑 목욕하고 싶다!!”

온 얼굴에 밥알을 덕지덕지 붙이고 귀를 쫑긋인 꼬마들이 항의하듯 카라마츠에게 화를 냈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카라마츠에게 따지더니 몸을 내게 돌려 매달렸다.


“엄마! 오늘도 나랑 목욕해요!”

“오소 형아는 어제 엄마랑 했잖아! 오늘은 내 차례다!”

칭얼대는 꼬마들의 모습에 카라마츠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 

내 기모노를 꽉 붙잡고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며 고개를 젓는 꼬마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할 수 없이 내가 꼬마 카라와 카라마츠가 꼬마 오소와 함께 목욕을 했다.






5.


오늘로 거의 일주일인가…. 

바빠진다고 말했던 카라마츠는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온다. 

신사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식사와 일은 모두 청산에 있는 텐구 영지에서 해결하고 있다. 

새벽에 문득 눈을 떴을 때나 카라마츠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하아~~~~.”

“엄청 커다란 한숨이네, 오소마츠.”

푸욱- 땅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떨어진 한숨에 아스나가 키들거렸다. 

오늘도 학교 가기 전 신사에 들른 아스나에게 어깨를 으쓱 올렸다.


“요즘 카라마츠가 바빠서 말이야.”

“흐응~.”

아직 어린 아스나는 내 고민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건조한 대답과 함께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아스나가 툇마루에 올려놓은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각 안하려면 슬슬 가야겠다.”

“조심히 가~. 오늘도 꼬마들이랑 놀아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

귀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아스나가 가방을 들었다. 

아스나가 갈 거라는 낌새를 눈치챈 꼬마들이 쪼르르 달려와 아스나를 둘러쌌다.


“아스나, 안녕~.”

“내일도 같이 놀자!”

“미안, 꼬마 카라. 내일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

꼬마 카라를 쓰다듬으며 사과하던 아스나가 문득 얼굴을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응?”

“내일, 아카츠카 마을로 놀러가기로 했는데…, 꼬마들도 같이 가도 될까?”

“어?”

뜸을 들이던 아스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멍청히 눈만 깜빡였다.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건, 인간 친구들을 말하는 거겠지? 

그런데 꼬마들을 데려간다면 아스나가 제대로 놀지 못할 텐데?


“안 될까?”

머릿속을 지나는 여러 질문들을 보고 있을 때, 아스나가 고개를 기울였다. 

꼬마들은 아스나의 말을 듣자마자 “엄마, 나 가고 싶어요!!” 하고 외치며 내 기모노를 당기고 있었다.


“꼬마들 데려가면 아스나가 마음 놓고 못 놀잖아…. 꼬마들도 생각해준 건 고맙지만…,”

안 된다, 그렇게 말하려 입술을 뗀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움찔 몸이 튀었다.


“내가 돌봐줄게.”

“하, 하쿠님!?”

아홉 개의 풍성한 꼬리를 흔들며 펼쳐 들고 있던 부채를 딱 소리가 나도록 접은 하쿠님이 인자한 미소를 띄우고 걸어왔다. 

주탄동자인 ‘슈-’님의 동료인 ‘하쿠’님은 하쿠멘콘모우큐비노키츠네(구미호)로 나는 상대도 되지 않는 대요괴였다. 

꼬리를 흔들며 느긋하게 걸어온 하쿠님을 아스나가 신기하단 눈으로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아카츠카 마을에 놀러온다면 내가 책임지고 잘 돌볼게. 그럼 괜찮지?”

하쿠님의 말에 꼬마들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반색하며 하쿠님 앞에서 방방 뛰는 꼬마들에게 그래도 안 된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어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스나와 꼬마들이 손을 잡고 “아싸~!” 하고 외쳤다. 

그게 그렇게 좋을까. 

새어나오는 웃음을 흘리며 신나서 뛰어다니는 꼬마들을 바라보았다.


“아, 이치맛쨩. 내일 꼬마들이랑 같이 다녀올 수 있어?”

꼬마들을 보다가 마침 툇마루로 나온 이치마츠를 불렀다. 

“응?” 하고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다가오는 이치마츠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하쿠님이 봐준다고 했지만 꼬마들을 하쿠님에게만 맡기기엔 불안하다. 

특히 꼬마 오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이니까. 

이치마츠는 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했는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새끼 고양이까지 온다면 차라리 하룻밤 자고 가지 그래?”

“네?”

나와 이치마츠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쿠님이 태연하게 던진 말에 이치마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상대도 되지 않는 대요괴의 제안에 이치마츠의 몸은 금방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눈동자를 흔드는 이치마츠의 등을 슬쩍 두드려주고 하쿠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하룻밤만 부탁드립니다.”

“와아~!!”

“만세~!!!”

하쿠님이 대답하기도 전에 꼬마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 마당을 돌아다녔다. 

이치마츠는 대요괴들이 바글대는 아카츠카 마을에서 꼬마들과 하룻밤 머물게 된 것이 어지간히 부담되는지 위가 아프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스나가 학교로 떠나고 꼬마들의 재롱을 가만히 보고 있던 하쿠님은 꼬마들에게 간단한 변신술을 보여주었다. 

여우란 사람을 홀리는 특성이 있는 만큼 아름다운 이성으로 모습을 변화할 수 있었다. 

꼬리와 귀를 숨기고 인간으로 변한 하쿠님의 모습에 꼬마들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금방 신이 나서 다른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냐며 조르는 꼬마들을 말리려는데 신사 계단을 올라오는 그림자에 고개 들었다.


“오소마츠 형아~!!”

“쥬시마츠!”

““아! 쥬시마츠 삼촌이다~!!””

채소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목을 길게 늘려 반가움을 표시하는 쥬시마츠가 하쿠님을 보자마자 후다닥 뛰어오던 발을 멈췄다. 

이치마츠와 마찬가지로 아카츠카 마을의 대요괴님들을 어려워하는 쥬시마츠는 식은땀을 흘리며 쭈뼛쭈뼛 이쪽으로 다가왔다. 

하쿠님에게 허리 깊이 숙여 인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들의 인사에 적당히 대답한 쥬시마츠가 내게 바구니를 내밀었다.


“이번에 수확한 채소들임닷!”

“오~. 언제나 고마워.”

카라마츠 영지에서 일하던 작은 참새와 인연을 맺은 쥬시마츠는 카라스텐구 영지 근처에서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조촐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이렇게 직접 일군 채소나 과일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쥬시마츠가 기른 작물은 하나같이 맛이 좋아서 채소를 싫어하는 꼬마들도 잘 먹는다.


“그녀는 잘 있어?”

“아이!”

슬슬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고 있는 쥬시마츠의 그녀 몸을 걱정해 묻자 쥬시마츠가 아무런 걱정 없다는 해맑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 뭐가 들어있나 목을 쑥 빼고 옅보던 꼬마들도 쥬시마츠의 말에 눈을 빛냈다.


“동생! 쥬시마츠 삼촌, 얼른 동생 데려와줘!!”

“나도 동생 가지고 싶다!”

꼬마 오소와 꼬마 카라의 말에 쥬시마츠가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도 얼굴을 붉혔다. 

혼인하고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로를 너무나 아끼는 쥬시마츠 부부의 모습에 빙긋 웃음이 솟아났다.


쥬시마츠는 하쿠님을 의식해서인지 채소만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쥬시마츠가 모처럼 준 채소이니 오늘 반찬으로 쓰지 않으면 아깝다. 

하쿠님에게 잠시 꼬마들을 맡기고 주방으로 들어가 채소를 다듬고 저녁에 어떤 반찬을 할지 대충 머릿속에 그렸다.


“오늘은 이거랑 이걸 써서….”

“오소마츠 형!!”

점심과 저녁 식사를 어떻게 할지 정리하며 주방을 나오자마자 눈에 불을 켠 쵸로마츠에게 붙잡혔다. 

내일 할아범에게 보고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엄청난 잔소리를 늘어놓은 쵸로마츠는 또 내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어당겼다.


“쵸, 쵸로마츠~! 아프다고!”

“시-끄럿, 이 백수 신!! 일을 하라고, 일을! 내일 대국주님한테 가는 것도 나한테 미뤘으면서 보고서도 제대로 안 쓸 생각이야!?”

“목 졸려어~!!”

절로 ‘우겍’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옷을 잡아당기는 쵸로마츠에게 이끌려 방에 던져졌다.

꼬마들을 돌봐야 한다고 항변했지만 싸늘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 쵸로마츠는 내가 써야 할 보고서를 던지고는 꼬마들은 하쿠님에게 맡기겠다며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점심 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이 될 때까지 나는 쵸로마츠에게 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하쿠님에겐 하루 종일 꼬마들을 맡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중간중간 쵸로마츠나 이치마츠가 꼬마들을 상대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하쿠님이 꼬마들을 간수했다. 

하쿠님에게 감사를 전하며 맛난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마당으로 나와 하쿠님을 배웅했다. 

어느새 하늘은 새까맣게 물들어 하나 둘씩 별이 맺히기 시작했다. 

검은 하늘을 올려다본 하쿠님은 씨익- 웃으며 비어있는 내 옆을 보며 물었다.


“그 까마귀 녀석은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카라마츠는 요즘 바빠서요.”

손님으로 온 하쿠님이 저녁 식사까지 끝마쳐도 카라마츠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내 대답에 하쿠님은 “그래….”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럼 바쁘다면서 외롭게 만드는 녀석따위 버리고 나한테 올래?”

“……네?”

농담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하쿠님의 진지한 태도에 순간 얼떨떨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하쿠님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슬며시 끌어당겼다. 

몸이 기우는 것을 깨닫고 하쿠님의 품에 안기고 말겠다는 생각에 당황한 순간, 고요한 밤공기를 가르는 거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쏠렸다.


“오소마츠가 제 곁을 떠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언제 날아온 것인지 나를 강하게 안고 하쿠님을 노려보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쿠님은 카라마츠의 등장에 “칫.” 하고 혀를 차더니 나를 보며 “그럼 이만 돌아갈게-.” 하고 느긋하게 속삭이고 모습을 감췄다.

 하쿠님이 사라진 곳을 한참동안 뚫어지라 응시한 카라마츠는 나를 감싸안은 팔도 풀지 않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왜 또 온건가, 저 여우는.”

“어—이, 대요괴님에게 ‘저 여우’라니.”

이를 갈듯이 분노에 가득한 목소리에 귀를 흔들고 카라마츠를 가볍게 나무랐다. 

카라마츠는 내 말에 콧방귀를 끼며 “대요괴는 무슨….” 하고 인상을 구겼다. 

하쿠님과는 첫 만남이 그랬던 탓인지, 카라마츠는 하쿠님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늘 하루종일 꼬마들하고 놀아준 고마운 분이라구~?”

“…꼬마들도 저런 녀석과 친하게 지낼 필요 없잖아. 믿지 못할 녀석이다.”

하쿠님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에 한숨이 나왔다. 

카라마츠가 하쿠님을 싫어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말이야~.


“하쿠님은 내가 같은 종족이고 나이도 어리니까 귀여워해주시는 것 뿐이라구. 그래서 짓궂은 장난도 치시는 거구.”

“장난인지 진심인지는 모를 일이지.”

“카라마츠—.”

그렇게까지 적의를 불태우며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 

하쿠님에 대한 평가를 고칠 생각이 없어보이는 카라마츠를 설득하는 것은 포기했다. 

내쉬는 숨을 따라 나오는 입김에 밤이 제법 깊어진 것을 깨닫고 카라마츠의 팔에 손을 얹었다.


“늦게까지 수고했어~, 카라마츠. 어서 와.”

“…아, 다녀왔다. 오소마츠.”

살짝 고개 들어 카라마츠에게 비비자 카라마츠의 누그러진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낮고 부드러우면서 애정이 듬뿍 담긴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몸의 중심이 따뜻해진다.


“…꼬마들이 부르는군.”

“그러네—.”

집 안에서 작게 들려오는 꼬마들의 부름에 카라마츠가 먼저 아쉬움을 드러냈다. 

카라마츠가 바빠진 뒤로 오랜만에 가지는 둘만의 시간이었지만 꼬마들의 목소리에 금방 달콤한 시간은 끝이 난다. 

필사적으로 엄마를 부르는 꼬마들에게 답해줘야 하지만 이 시간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아쉬워 카라마츠의 팔을 쓰다듬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점점 높아지는 꼬마들의 목소리에도 나와 카라마츠 모두 대답할 수 없었다.


“들어갈까? 카라마츠.”

“……아.”

슥-, 문을 밀어 여는 소리와 꼬마들의 울음이 섞인 부름에 쓴웃음을 삼키고 카라마츠의 팔을 작게 두드렸다. 

몇 초의 간격을 두고 카라마츠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6.


해가 뜨기도 전에 쵸로마츠가 할아범을 만나러 떠나고, 카라마츠도 청산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서서히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르며 마당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 하쿠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인간 꼬마는 먼저 아카츠카로 출발한 거야?”

“네. 가서 꼬마들하고 잠깐 만나서 놀기로 했어요.”

하쿠님의 질문에 대답하며 외출 준비를 마친 꼬마들을 불렀다. 

아스나가 전에 선물해준 작은 가방을 등에 매고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한 눈을 빛내며 마당으로 뛰어나온 꼬마들은 작별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손을 흔들고 하쿠님에게 매달렸다. 

따라가기도 한 이치마츠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당에 나오자 하쿠님이 구름을 불러냈다. 

푹신푹신해보이는 구름에 귀와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올라탄 꼬마들과 몸을 덜덜 떠는 이치마츠가 오르자 하쿠님이 가볍게 손을 흔들고 구름과 함께 하늘 높이 올랐다. 

둥실둥실, 아카츠카 마을을 향해 날아가는 구름을 향해 손을 흔들고 나자 오랜만에 찾아온 정적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렇게 조용한 건 오랜만이네.”

토지신으로 다시 이 마을에 내려온 이후로 이 신사가 이렇게 조용했던 적은 없었다. 

언제나 쵸로마츠나 이치마츠가 있었고, 쥬시마츠나 토도마츠도 자주 놀러와 항상 시끌벅적했으니까. 

평화롭긴 해도 조용하지는 않았던 신사였다.


“쵸로마츠는 3일 후에 올 거고, 꼬마들이랑 이치마츠는 내일. 토도마츠는 여행인가….”

이렇게 동시에 모두가 신사를 떠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 고요함이 낯설게 다가왔다.

멍청히 신사 입구에 세워진 붉은 토리이 위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여느때와 변함없이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는 마을은 어제와 변한 것이 없었다. 

마을을 지키는 결계도 무사하고 특별히 불온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마을을 보며 문득 먼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찾는 이 없는 신사에서 매일매일 이 토리이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죽였던 자신을. 

아무도 없이 혼자 신사에 남아 지루하기만한 시간을 그 때는 대체 어떻게 참아냈는지…. 

카라마츠 없이 지냈던 날이 더 많은데, 이젠 카라마츠가 없는 날은 생각도 할 수 없다. 

눈을 지그시 감고 처음 카라마츠를 만났을 때, 인간이었던 카라마츠과 함께 보낸 1년, 다시 카라마츠를 만났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하나씩 그렸다. 

모두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시간들이기에 꼬리가 멋대로 넘실댔다.


“후후.”

카라마츠의 어린 모습을 떠올리고 새어나온 웃음에 즐거움을 느끼며 눈을 떴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게으름이나 피워볼까~.”

쵸로마츠가 들었다면 “평소에도 게으름 피우고 있잖아!!” 하고 딴지를 걸만한 말을 중얼거리며 토리이에서 내려왔다.



따뜻한 햇볕이 내려오는 툇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토도마츠가 가져다 준 만화책을 보고, 인간으로 모습을 바꿔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니 생각보다 금방 날이 어두워졌다. 

간단한 저녁을 차려 먹고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꼬리에 기대 누웠다.


“쵸로마츠 잔소리가 없으니까 이상해~.”

꼬리에 기대 누우면서 밀린 기모노가 흐트려져 다리가 드러나도 쵸로마츠의 잔소리가 날아오지 않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저녁 식사가 준 포만감은 몸을 노곤하게 늘어뜨려 기분 좋은 졸음이 넘어오게 만들었다. 

이대로 자고 싶지만 아직 씻지도 않았고, 여기서 잠들면 중간에 추워서 깰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일어나자니 귀찮음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욕실 청소도 아직이고, 이불도 걷어서 펴놔야 한단 말이지~.”

일찍 잠자리에 들기까지 거쳐야 하는 산(할 일)이 너무 많아 입맛을 다시며 몸을 돌렸다. 

이럴 때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는 녀석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뤄질 리 없는 상상을 하며 흐뭇하게 웃다가 몸을 일으켰다.


“끙챠~.”

토도마츠 왈, “아저씨 같은 신음” 이라고 들은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욕실 청소를 하러 방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와 복도에 서자 반가운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내심 놀라 시각을 확인하고 서둘러 현관으로 나가자 카라마츠가 종이 더미를 옆구리에 끼고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카라마츠!?”

“아, 오소마츠. 지금 다녀왔다.”

“어, 응…. 어서 와. 그런데 오늘은 엄청 일찍 왔네?”

항상 잠잘 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오던 카라마츠의 이른 귀가에 놀라 묻자 카라마츠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서류 작업만 남아서 말이야. 집에서 하려고 가져왔다.”

“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종이 더미를 앞에 내민 카라마츠가 마루에 오르며 살며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요즘 오소마츠의 얼굴을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

단번에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장식 없는 솔직한 말에 꼬리털이 곤두섰다. 

카라마츠의 손이 닿은 볼에서 퍼지는 열에 당황하며 어색하게 웃자 카라마츠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내게만 보여주는 카라마츠의 따뜻한 미소는 열을 가라앉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큰방에 낮은 책상을 가져와 서류를 한장씩 넘겨보는 카라마츠 옆에서 따끈한 차를 홀짝였다. 

책상에 올려진 종이 더미를 처리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다 끝내면 함께 목욕하자는 카라마츠의 말에 뭐라 불평도 할 수 없다. 

얌전히 앉아 괜히 꼬리나 매만지며 카라마츠를 기다렸다.

카라마츠는 그 동안 서류를 처리하는데 이골이 났는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붓을 움직이며 종이를 넘겼다. 

네 개의 꼬리를 다듬다가 질리기 전에 카라마츠는 종이 더미를 한쪽에 몰아넣고 기지개를 켜며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끝?”

“물론. 오소마츠를 오래 기다리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럼 같이 목욕 들어갈까?”

“그래. 오랜만이군, 정말로.”

평소보다 짙은 카라마츠의 미소에 심장이 간질거려 벌떡 일어나 먼저 욕실로 향했다. 

카라마츠보다 앞서 복도를 걷다가 문득 욕조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자, 잠깐 카라마츠! 쪼~끔만 늦게 와줘!”

카라마츠가 일하는 동안 해두었으면 좋았을 걸! 카라마츠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들떠 청소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복도가 울리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헐레벌떡 뛰어 소매를 걷어붙이고 청소를 하고 있자 카라마츠가 욕실로 얼굴을 내밀었다.


“청소인가? 돕겠다.”

“헤? 아냐아냐. 얼른 끝낼테니까-.”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잖아.”

쿡쿡, 뭐가 우스운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카라마츠가 내 옆에 쭈그려앉았다. 

내 손에 들린 거품 묻은 수세미를 뺏어 욕조를 문지르는 카라마츠는 청소도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부르며 부지런히 팔을 움직였다.




“후아아아~~.”

따끈한 물과 등에 닿은 카라마츠의 체온에 터져 나오는 신음을 내리며 몸을 낮췄다. 

오랜만에 함께 들어간 목욕에 만족감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 카라마츠의 손길을 눈감고 만끽하고 있자 카라마츠가 나를 자기쪽으로 끌어 당겨 안았다.


“이렇게 오소마츠와 여유롭게 목욕하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이야~.”

“꼬마들이 태어난 것은 기쁘지만, 요근래 오소마츠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꽤 쓰라리다.”

나와 같은 심정을 토해내는 고백에 귀가 움찔거렸다. 

가라앉은 목소리엔 아쉬움과 함께 남에겐 잘 비치지 않는 열망이 있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카라마츠의 욕망을 받는 것도 오랜만이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눕혀 카라마츠 어깨에 머리를 올렸다.


“항상 일 수고하십니다~, 서방님.”

“오소마츠야말로, ‘엄마’로서 고생하잖나.”

“꼬마들이 귀여우니까 괜찮다구~.”

“훗, 나도 오소마츠와 꼬마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힘들진 않다.”

“둘만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도?”

“읏. 그건 좀…, 아니 많이 힘들군.”

장난스럽게 던진 질문에 만족스런 대답이 돌아와 “헤헤.” 하고 웃으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하나씩 깍지를 껴서 단단히 엮은 손에 쪽, 짧게 입 맞추자 첨벙 소리를 내며 물이 흔들렸다.


“오소마츠….”

찡- 하고 심장을 울리는 속삭임과 더 가까워지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눈을 감았다. 

목욕물에 젖은 입술에 카라마츠의 것이 닿는다. 

뜨겁고 부드러운 입술에 “아….” 하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직접 카라마츠에게 닿는 것도 오랜만인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도망치지 못하게 목을 고정한 채, 카라마츠는 몇 번이고 입술을 겹쳤다. 

닿기만 하는 입맞춤에 이제와 긴장할 것도 없는데, 오랜시간 나누지 못했던 정에 머리 위에 솟은 귀가 파르르 떨렸다. 

착실하게 허리를 감은 팔 덕분에 빈틈없이 맞닿은 피부에서 전해지는 열은 함께 나누는 숨까지 뜨겁게 달궜다. 

서로 몸까지 겹쳤으면서, 공백이 있다고는 하나 이런 단순한 입맞춤에 긴장하고 뜨거워지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 카라마츠를 밀어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카라마츠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주어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왔다. 

쪽, 욕실의 젖은 공기에 퍼지는 소리에 귀를 막고 싶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참아내고 살짝 눈을 떴다. 

열이 가득한 카라마츠의 눈빛에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오싹함에 몸을 떨고 카라마츠에게 매달리듯 기댔다.


“카라마츠우—.”

“응…, 오소마츠.”

카라마츠 목에 팔을 감고 조르듯 부르며 가늘게 뜬 카라마츠 눈가에 입술을 누르자 카라마츠가 잘게 웃으며 깊은 입맞춤으로 답했다. 

중간중간 웃음을 주고받으며 입안에 번지는 카라마츠의 열에 혀를 길게 빼냈다. 

입술에 퍼지는 감촉과 가장 연약한 입안 점막을 간질이는 카라마츠의 열에 꼬리 끝이 저려왔다. 

카라마츠는 숨까지 삼켜질 정도로 깊은 입맞춤을 몇 번이고 반복한 뒤에야 나를 놓아주었다.






7.


목욕을 끝내고 나와 분홍빛으로 물든 몸을 얇은 기모노로 감싼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함께 침실로 향했다. 

아직 이불도 깔리지 않은 침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문득 오소마츠가 이전에 토도마츠가 줬던 선물의 존재를 떠올렸다. 

꼬마들도 없이, 오랜만에 둘만 있는 오늘. 그 선물을 사용해 볼까, 옅은 미소를 올린 오소마츠가 침실을 박차고 나가며 카라마츠에게 외쳤다.


“카라마츠, 잠깐 준비할 게 있으니까 이불 깔아놔!”

“엩?”

멍청히 되묻는 카라마츠를 뒤로하고 창고로 달려간 오소마츠는 절대 쓰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토도마츠의 선물을 꺼내 들었다.

이런 날엔 카라마츠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히히힛.” 하고 이치마츠를 닮은 미소를 품은 오소마츠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큰방에 들어갔다.



“늦는군.”

오소마츠의 명령대로 보송보송한 이불을 펴고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무엇을 하는지 몰라고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나가더니 돌아올 낌새가 없는 오소마츠를 기다리는 카라마츠는 슬슬 초조해졌다. 

내일이면 꼬마들이 돌아올테고 오소마츠와 단 둘이 있는 이 황홀한 시간도 끝나버린다. 

1분 1초가 아까운 지금 오소마츠가 자신의 옆에 없는 것이 카라마츠의 마음을 애태웠다. 

다리까지 달달 떨며 문을 열고 들어올 오소마츠를 기다리고 있을 때, 소리없이 열린 문에 카라마츠가 마른침을 삼켰다. 

오소마츠라면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세게 열고 들어올 것이 분명한데, 아무런 소음도 일으키지 않고 문이 열려 놀란 카라마츠였다.


“헤헤~, 많이 기다렸지?”

“뭣!? 오, 오소마츠으~!?”

빼꼼 얼굴을 내밀고 앙큼하게 웃으며 혀를 뺀 오소마츠가 작은 술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사락사락, 천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 앞에 걸어와 상을 내려놓고 옆에 앉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는 호흡도 잊고 여우에 홀린 것처럼 오소마츠를 빤히 응시했다.


“그, 그그, 그 옷은…,”

“어울려? 토도마츠가 예전에 선물해줬는데 말이야….”

얼굴을 잔뜩 붉히고 말까지 더듬는 카라마츠를 보며 히죽- 귀여운 웃음을 지은 오소마츠가 제 옷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살이 비치는 얇디 얇은 천으로 된 기모노. 

하얀 천은 여린 불빛에도 옷 속에 가린 몸의 곡선을 그대로 비쳐주었다. 

하늘하늘하고 가벼워 보이는 천은 얼핏보던 비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오소마츠의 몸을 따라 아름답게 늘어져 있었다. 

자신을 향해 웃으며 가늘어진 오소마츠의 눈가에 붉게 피어난 농염한 색향에 카라마츠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절벽에 매달려있는 듯하고, 오소마츠에게 처음 사랑을 느꼈을 때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카라마츠?”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천장을 보며 고뇌하는 카라마츠의 행동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며 카라마츠를 불렀다. 

가부좌를 틀고 있는 카라마츠의 허벅지에 살포시 손을 올리고 저를 걱정하는 오소마츠의 달콤한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헤아릴 수 없는 번뇌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어떻게…,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는 건가!!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이 이렇게나…. 무슨 짓을…, 전생의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왜 더 빨리 오소마츠에 대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신이시여….’

자신이 외치는 신이 한때 오소마츠와의 혼인을 반대했던 대국주라는 것도 잊고 괴로운 신음을 흘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부름이 세 번이나 이어진 후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매우, 굉장히 잘 어울린다. 오소마츠.”

심호흡하며 진정하고 이를 악물고 뭔가를 참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모습을 칭찬하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한쪽 눈썹을 씰룩였다. 

좋아하는 이의 반응으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오소마츠의 귀가 아래로 꺾이며 목소리도 따라 바닥으로 쳐졌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불안이 담긴 오소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가 황급히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오소마츠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럴 리 없잖나!! 이대로 오소마츠를 이 방에 가두고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런 모습 나 이외 다른 누구에게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에…, 갑자기 감금 선언?? 그리고 이, 이런 모습 카라마츠말고 다른 녀석한테 보여줄 생각 없다고!”

눈에 핏줄까지 세우고 오소마츠에게 필사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카라마츠 덕분에 오소마츠 안에 일어났던 불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친 숨을 내쉬며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가 기뻐하는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는 수줍게 “헤헤헤.” 하고 웃으며 한 쌍의 술잔에 청주를 따랐다. 

얼마 전에 놀러왔던 주탄동자가 나눠준 청주는 그 향기부터 남달랐다. 

과일의 달콤함이 묻어나오는 청주의 향기는 금방 온 방안을 채웠다. 

오소마츠가 들려준 술잔을 기울여 목을 축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함께 달큰해진 숨을 내쉬었다.


“좋은 술이로군.”

“응. 맛있다~!”

예상보다 시원한 술의 맛에 오소마츠가 만족스럽게 꼬리를 너울대며 웃었다. 

애교 섞인 미소에 카라마츠는 술잔을 쥔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가 술잔을 깨뜨리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몇 잔의 술이 몸에 스며들고, 발갛게 술김이 오른 오소마츠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더니 “아.” 하고 뭔가를 떠올리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소마츠?”

“카라마츠, 자.”

편히 앉아있던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무릎 위를 통통 두드리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오소마츠가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 카라마츠가 가만히 오소마츠를 바라보자 오소마츠가 볼을 부풀리고 다시 제 무릎 위를 두드렸다.


“여기~!”

“에?”

“귀~여운 아내가 귀 청소 해줄게요~.”

술이 맛있어서일까, 둘 만 있는 시간이 즐거워서일까, 평소보다 많이 마신 술에 취했는지 스스로 ‘귀엽다’라는 수식어를 붙인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끌어당겼다. 

오소마츠가 한 번도 제안한 적 없는 행위에 카라마츠가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한 번, 신을 향해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움을 외친 카라마츠는 신중히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의 무릎에 머리를 올렸다. 

제 말을 따라 카라마츠에게 무릎 베개를 하게 되어 만족스럽게 웃은 오소마츠가 대나무 귀이개를 손에 쥐었다.


“아프면 말해주세용~.”

“아, 아아….”

꼬마들에게 말할 때와는 또 다른 오소마츠의 귀여운 콧소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지 말구~.” 하고 오소마츠의 나무람에 카라마츠가 몸을 딱딱하게 굳히자 오소마츠는 꼬마들에게 자주 불러주는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귀이개를 움직였다.


사각사각, 슥슥, 바스락바스락.


귓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졸음을 불러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오소마츠의 무릎 위, 귀를 청소하며 이따금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소마츠의 손길에 카라마츠는 몰려오는 노곤함을 이길 수 없었다. 

서서히 몽롱해지는 정신 속에서 카라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응~?”

“사랑한다.”

문득 전하고 싶어진, 변하지 않는 자신의 당연한 마음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그대로 잠의 세계로 빠져버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입가에 길게 걸린 사랑스러운 미소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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