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여우골 이야기 들고 왔습니다.


* 꽁냥대는 카라오소 이야기입니다.


* 제목의 뜻인 금슬지락의 뜻은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 입니다.


* 외전 1외전 2는 여우골 이야기 책에 실렸습니다.


* 공미포 10,882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이걸로 끝이야, 짜샤.”

마지막 두루마리를 건네며 치비타가 주먹으로 코를 쳐올렸다

두루마리를 건네받은 카라마츠가 행동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

그걸로 마지막!”

정말, 인가?”

눈을 깜빡이며 묻는 카라마츠에게 치비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지 않는단 얼굴로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탁상에 쌓인 서류를 확인했다

오전 중에 처리한 서류 외에 추가로 쌓여 있는 서류도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탁상을 본 카라마츠가 하아….” 하고 한숨을 흘렸다.

 


마지막 두루마리를 확인하고 서명한 후 치비타에게 넘기자, 두루마리를 서류 더미 위에 올려놓은 치비타가 카라마츠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지 그래?”

“…아니, 서류 처리 외에 또 할 일이…”

없으니까! 있어도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 쨔샤! 대텐구로 승격되고 나서 제대로 쉰 적 없잖아. 모처럼 혼인도 했는데 말이야. 괜히 할 일도 없이 여기에 죽치고 있지 말고 신혼집이나 가라고~!”

제 가슴을 팡팡 내리치며 맡겨둬!” 하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오랜 친우의 충고에 카라마츠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리를 풀고 방석에서 일어난 카라마츠가 치비타에게 고맙다, 치비타.” 하고 인사를 건넸다.


오우! 무슨 일 있어도 나랑 쇼 녀석이랑 해결할 테니까.”

“…, ….”

유능하고 믿음직한 부하의 이름을 드는 치비타의 말에 카라마츠가 불쾌한 속내를 감추고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스륵- 장지문을 열고 날개를 펼친 카라마츠가 방 안에 남은 치비타에게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건넨 후, 드높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2.

 

딸깍- 하고 나막신이 돌바닥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날개를 접고 신사 마당에 내려앉은 카라마츠 곁으로 반가운 얼굴을 한 오소마츠가 뛰어왔다

붉은 토리이 위에서 카라마츠가 신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본 오소마츠가 경쾌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카라마츠~! 어쩐 일이야?”

항상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카라마츠가 오후 일찍 신사에 돌아온 것을 오소마츠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제 앞으로 다가온 소중한 배필(配匹)의 미소에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났다.”

! 정말?”

아아.”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한층 더 환해졌다

살랑살랑- 리듬을 타며 흔들리는 황금색 꼬리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쫑긋거리는 세모꼴의 귀에 카라마츠가 행복한 미소를 띄웠다

사랑스러운 짝의 모습에 손을 들어 올려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은 카라마츠가 신사 내를 쭉 둘러보더니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의 행방을 물었다.


쵸로는 대국주님 심부름으로 천상에 갔어.”

이치마츠는?”

오늘은 쥬시마츠 집에서 자고 온다던데?”

그런가….”

토도마츠는?”

오늘은 인간 마을에서 묵고 온다고 했다.”

~, 아츠시 군이랑?”

“…아아.”

조금 전까지 들떠 있던 기색을 싹 지우고 눈썹을 팍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카라마츠의 변화에 오소마츠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아츠시 군이 마음에 안 들어?”

“…싫어하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에에~”

진지한 목소리로 멋쩍게 대답하는 카라마츠를 향한 오소마츠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요괴인 토도마츠를 따라 자신도 요괴가 되겠다며 찾아온 인간 아이를 오소마츠는 싫어하지 않았다

카라마츠의 감시하에 고되기로 유명한 텐구의 수업도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수행하는 인간 아이의 각오를 오소마츠는 높이 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괜찮은 녀석이라도 소중한 동생을 데려가려는 녀석이 곱게 보일 리 없었는지, 카라마츠는 아츠시라는 인간 아이를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짙은 눈썹을 찡그리고 뚱-한 얼굴을 한 카라마츠에게 쿠후후~” 하고 상냥한 미소를 보낸 오소마츠가 손을 들어 올려 카라마츠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저를 달래는 오소마츠의 손길에 미간에 잡힌 주름을 푼 카라마츠가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럼 오늘은 둘 뿐인가?”

? 그러네~”

오소마츠의 가는 몸을 품에 안고 검은 날개를 가볍게 펄럭이며 싱글거리는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함께 웃으며 대답했다

몸을 돌려 카라마츠와 마주 본 오소마츠의 머리에 짧게 입술을 떨어뜨린 카라마츠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래, 오소마츠! ‘데이트하자!”

푸핫!! ‘데이트라니…, 어디서 배운 거야? 그 단어?”

토도마츠가 알려줬다.”

커다란 날개를 펄럭여 단 한 번에 공중에 몸을 띄운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키들키들 귀여운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이끄는 대로 지면에서 몸을 띄웠다.

 

푸른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넓은 도화지에 파랗고 붉은 점이 나란히 섰다.

 

 

 

 

 

 

3.

 

얼굴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 오소마츠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대체로 신사에 머물러 있는 오소마츠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고, 혹 있다고 해도 급한 일이 있어 발걸음을 서두를 때뿐이었다

몸을 스치는 바람의 방향과 그 속에 실려있는 은은한 초록의 향기가 코를 간질일 정도로 느긋하게 하늘을 나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오소마츠는 기분 좋게 스치는 바람을 만끽하며 카라마츠와 연결된 손을 더 힘주어 잡았다

카라마츠도 오소마츠의 평온한 표정에 빙긋- 미소 지으며 연결된 손을 풀어 오소마츠의 허리를 감싸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마을 풍경 속에서 오소마츠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피웠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마을의 모습이 변해도, 마을을 향한 오소마츠의 애정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제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오소마츠의 눈빛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공사가 한창인 인부들, 웃으며 지나가는 학생들, 시장 거리의 활기찬 외침에 꼬리를 넘실거리며 기쁘게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시선을 돌린 순간, “쿠훗!”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 참지 못했다.


카라마츠~”

“…너무 쳐다보지 말아줘, 오소마츠.”

살며시 얼굴을 붉히고 오소마츠의 시선을 피하는 카라마츠의 요청에 후후후하고 웃은 오소마츠가 다시 마을로 눈을 돌렸다

저 외에 다른 이에게 오소마츠의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배필의 질투에 오소마츠가 곤란하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입가에는 더없이 환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완만하게 마을을 한 바퀴 돈 카라마츠가 아무 이상도 없는 마을의 모습에 안도하자마자, 옷자락을 쭈욱- 잡아당기는 오소마츠의 손에 고개를 돌렸다.


?”

저기! 저기 내려가자, 카라마츠!!”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공원을 가리킨 오소마츠가 싱글벙글 만면에 화사한 웃음을 피웠다

꼬리를 좌우로 크게 파닥이며 즐거워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알겠다.”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후드와 푸른 후드를 입은 평범한 인간으로 둔갑해, 꼬리와 귀를 숨긴 오소마츠가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냅다 뛰어나갔다

달리기 경주라도 하는 사람처럼 순식간에 저- 앞으로 달려간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당황해 하며 급히 뒤쫓았다.


있다! 있다! 아저씨~!!”

오소마츠가 붕-, - 팔이 떨어지라 흔들며 달려간 곳엔 상자 하나를 식탁처럼 만들어 길가에 앉아있는 노점상이 있었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지 오소마츠를 따라잡는 것만으로 숨이 턱에 차오른 카라마츠가 가쁜 숨을 내쉬며 오소마츠 곁에 섰다

오소마츠는 어디서 났는지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노점상에게 건넸다.


, 여기 있다! ~, 그 옆의 형씨는 동생인가? 얼굴이 똑같구먼~”

! 가족이야!!”

오소마츠에게 황토색의 둥그런 원반을 주며 묻는 노점상의 말에 오소마츠가 빵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손에 들린 정체불명의 물건을 응시하는 카라마츠와 눈을 맞춘 오소마츠가 배시시 웃으며 노점상 옆에 놓인 낮은 식탁으로 걸어갔다.


오소마츠, 대체 이건 뭔가?”

뽑기!”

뽑기?”

식탁에 황토색의 원반을 올려놓은 오소마츠가 나란히 쭈그려 앉은 카라마츠에게 대답했다

!” 하고 대답하며 뾰족한 바늘을 손에 든 오소마츠가 ~아쓰! 이번에야말로 성공한다!” 하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입 밖으로 혀가 삐죽 튀어나온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집중한 오소마츠가 조심스럽게 뽑기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바늘을 찔렀다

, , 오소마츠가 바늘을 누를 때마다 작디 작은 구멍이 남았다. 그림의 윤곽선을 따라 구멍을 만든 오소마츠가 ~”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심호흡하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뜯어내려 애썼다

황토색의 저것이 뭔지는 몰라도 오소마츠가 원반에 그려진 그림을 그대로 떼어내려고 하는 것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말없이 오소마츠의 손끝을 응시했다.


아악!!”

에고야~, 이번에도 실패했누?”

- 소리를 내며 비행기 모양의 날개가 바스러졌다

손으로 머리를 마구 비비며 신음하는 오소마츠를 본 노점상이 허허 웃었다

노점상의 말에 이번이 한두 번이 아님을 짐작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대체 얼마나 자주 온 건가….”

…, 아마도 거의 매일?”

그럴 돈은 또 어디서 나서…”

새전.”

어이!”

괜찮대도~ 신에게 바쳐진 돈이니까 내가 써도~”

발랄하게 웃으며 손을 휘젓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푹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 하고 조각난 원반 조각을 내밀었다

오소마츠가 건넨 조각을 받아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남은 조각을 입에 넣고 맛있어!” 하며 웃었다.


….”

맛있지!?”

오소마츠를 따라 원반 조각을 입에 넣은 카라마츠가 작은 감탄사를 내뱉자, 오소마츠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단맛에 탄 것 같은 쓴맛이 어우러져 굉장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생긴 것에 비해 맛은 있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오소마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 맛있다.” 하고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자랑스럽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질렀다.


그래! 카라마츠도 해봐.”

!?”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오소마츠가 다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노점상에게 다가갔다

나도 한 번 더 해야지~” 하며 두 개의 뽑기를 들고 온 오소마츠가 하나를 카라마츠에게 내밀었다.


잘해야 돼!”

, 오우….”

오소마츠가 내민 바늘을 받아 든 카라마츠가 얼떨떨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요령이 없냐고 묻는 카라마츠의 질문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오소마츠는 이미 뽑기에 집중해있었다

눈썹까지 찌푸리고, 온 신경을 손끝에 모은 오소마츠의 모습에 피식- 자상한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따라 바늘로 뽑기를 찌르기 시작했다.

 

 

대박!! 카라마츠 대박!!”

완벽하게 떼어낸 비행기 모양에 오소마츠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하고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떼어낸 그림 모양을 건넸다.


아저씨! 이거!! 성공했어!”

~, 비행기가 가장 어려운 놈인데 잘도 했구나! , 상품이다!”

카라마츠가 떼어낸 뽑기와 맞바꾼 솜사탕을 손에 든 오소마츠가 즐겁게 웃었다

노점상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한 손엔 솜사탕, 한 손엔 카라마츠의 손은 맞잡은 오소마츠가 헤실 웃으며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공원 돌아보고 갈까?”

아아….”

귀여운 짝의 응석에 빙그레 미소 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 맛있어!”

스쳐 지나가는 인간들을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솜사탕을 뜯어 먹는 오소마츠를 보며 미소 지었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솜사탕의 달달함을 음미하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공원의 깊숙한 곳에 들어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이외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고개를 돌린 순간, - 하고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뜨거운 살갗의 감각에 오소마츠가 얼굴을 붉혔다.


달구나….”

바보….”

제 입술에 옮겨붙은 설탕을 핥으며 중얼거리는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너무 놀라 하마터면 귀가 튀어나올 뻔했다

새빨개진 얼굴로 볼을 부풀리고 시선을 돌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작게 웃었다.

 

 

 

 

 

 

4.

 

땅거미가 산 너머로 얼굴을 감추며 신사를 붉게 비췄다

주황빛에 물든 신사에 내려앉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정말로 외식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 괜찮대도~!”

하지만….”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며 인간 마을에서 서둘러 올라온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붓하게 둘만 지낼 수 있는 귀한 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푹 쉬게 해주고 싶었다

매일매일 카라마츠를 포함한 5명의 식사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이해하고 있는 카라마츠가 오늘만이라도 외식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오소마츠의 고집을 이길 수는 없었다.


뭐야, 내가 만든 밥 맛없어?”

뽀로통한 얼굴로 노려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이제 오소마츠의 밥이 아니면 맛있게 목 아래로 넘길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 카라마츠가 즉시 부정했다

위장은 물론이고 미각까지 완전히 오소마츠에게 사로잡혀 버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밥 외에 뭘 먹어도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낄 수 없었다

목소리에 힘을 실어 오소마츠를 향해 외치는 카라마츠의 간절한 눈빛에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꼬리를 가볍게 너울거리며 얼굴을 붉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그럼 만들게 해줘. 카라마츠가 먹을 밥 만드는 거, 즐겁단 말이야….”

정신을 아득히 먼 곳으로 날려버릴 정도로 귀여운 말에 카라마츠가 입을 벙긋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동안 씨익- 입꼬리를 올린 오소마츠가 후다닥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주방으로 쏙- 들어가는 오소마츠의 귀가 붉게 물든 것을 놓치지 않은 카라마츠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아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워!!!’

 

 

 

오늘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가득 차려진 밥상에 카라마츠가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상 위에 올려진 반찬은 유부를 제외하면 전부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반찬뿐이었다

, 카라마츠~!” 하고 고봉으로 퍼 담은 밥그릇을 건네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다시금 행복을 곱씹으며 오소마츠의 옆에 나란히 앉은 카라마츠가 기쁨에 겨운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뭔가 조용하니까 진정이 안 돼.”

달그락- 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은 오소마츠가 찻잔을 들어 올려 차를 후루룩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매일 쵸로마츠,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함께 했던 식사 시간은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맛있다는 칭찬을 이어가며 밥을 먹는 토도마츠와 식사 내내 골골 소리를 울리는 이치마츠, 그리고 오소마츠가 내뱉는 바보 같은 말에 일일이 태클을 거는 쵸로마츠가 있는 식사 시간은 늘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했다

카라마츠는 슬그머니 처진 오소마츠의 황금빛 귀를 보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과거를 회상했다.


과거에도 이렇게 둘이서만 먹었지.”

“…과거라니, ~전에 말이야?”

, 그때는 이것보다 더 작은 밥상에 마주 보고 앉아서 먹었지만.”

…, . 그랬지….”

과 인간. 절대 한 상을 나눌 수 없는 두 존재가 작은 밥상을 앞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는 광경을 떠올린 카라마츠의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감돌았다

「신」과 함께하는 식사에 얼마나 긴장했는지 밥알이 입으로 들어가는 코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식사 예절을 차리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만 쏙쏙 골라 먹는 어린아이 같은 「신」의 모습에 곧 긴장도 풀고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좋아하는 것만 먹는 편식은 여전해, 힐끗 옆을 보자 나물 반찬엔 손도 대지 않는 오소마츠가 보였다

!” 하고 웃음을 터뜨린 카라마츠를 의아한 눈으로 응시하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속삭였다.


그때엔 굳이 함께 식사할 필요도 없었는데, 항상 같이 먹어주어서 기뻤다.”

“…네가 같이 먹자고 했잖아.”

, 그랬지. 정말로 고마웠다. 감사하고 있어.”

“…, 그 정도로 감사까지야….”

낮게 울리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귀를 내렸다

머리에 붙을 정도로 바싹 귀를 잡아당겨 붙이고 빨개진 얼굴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리는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오늘 밥도 굉장히 맛있다! 고마워, 오소마츠!”

~, 진짜! 조용히 하고 빨리 밥이나 먹어!!”

새빨간 사과처럼 벌겋게 익은 얼굴로 외치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쿡쿡, 웃음을 멈추지 않고 젓가락을 고쳐 들었다.

 

 

 

 

 

 

5.

 

식사를 마친 후, 상을 주방에 옮기고 뒷정리를 하는 것은 카라마츠의 몫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을 나와 방에 들어서자, 툇마루에 앉아 달을 구경하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로, 이리로~, 하고 배시시 웃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등 뒤에 앉아 오소마츠의 배에 팔을 감았다

하고 웃으며 얌전히 카라마츠에게 안긴 오소마츠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실린 하얀 꽃잎에 손을 뻗었다.


잡았나?”

우으응~”

주먹을 쥐는 사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꽃잎을 쫓으며 오소마츠가 빈손을 펼쳤다

공중에 멈춘 손을 카라마츠의 큰 손이 감싸자, 텅 빈 손이 따뜻한 온기에 감싸였다

맞잡은 손에 깍지를 낀 오소마츠가 바람을 타고 산에서 날아오는 꽃잎을 바라보았다.


봄도 다 갔구나~”

겨울의 끝을 알리며 화려하게 피어났던 봄꽃이 지고, 여름의 풀 내음이 바람을 타고 물씬 풍겼다

삭막했던 겨울의 잔재를 벗어 던지고 푸른 생명력을 자랑하는 초목을 응시하던 카라마츠가 문득 말을 내뱉었다.


“…여름엔 추억이 별로 없구나.”

?”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에 오소마츠가 얼굴을 들어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저를 올려다보는 맑은 눈빛에 카라마츠가 피식- 미소를 흘리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매만졌다.


인간이었을 적엔 농부였으니, 여름엔 일밖에 하지 않았고. 요괴가 되어서도 여름은 특히 바쁘게 지냈으니까….”

후응~, 그러고 보니 나도 여름의 추억은 별로 없는 것 같아.”

기억을 더듬으며 귀를 잘게 흔들던 오소마츠가 반짝 환한 미소를 띠고 카라마츠에게 외쳤다.


그럼 올해 여름에 많이 만들까! 추억!!”

뭘 할 건가?”

으음~, 일단 바다 갈까?”

바다….”

흰 거품을 만들며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파도와 멀리 뻗은 지평선을 떠올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말을 되뇌었다

깨끗한 바다라면 동생들도 모두 기뻐할 것이 분명했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편안함을 떠올린 카라마츠가 즐겁게 놀 생각에 기쁘게 꼬리를 살랑이는 오소마츠를 내려보았다.


바다…. 물에 들어갈 거라면 옷을 얇게 입어야 하지 않은가.’

이전 토도마츠가 인간들이 물놀이할 때 입는 옷이라면 보여준 얇은 천 조각을 떠올린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토토코가 말해준 유명한 해안가가 있어! 요괴도 많이 가는 곳이래!!”

바다를 갈 생각에 한껏 들뜬 오소마츠가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말 하나라도 흘리지 않고 집중해 들으며 요괴가 많이 찾는 깨끗한 바다를 떠올렸다.


‘…그럼 다른 이들도 오소마츠의 얇은 옷차림을 본다는 것 아닌가?’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가는 몸을, 다른 이들도 보게 된다는 생각에 카라마츠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났다


뽀얗고 매끄러운 오소마츠의 피부가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에

황금빛 귀와 꼬리와 오소마츠의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칼이 물에 젖은 모습에 

카라마츠가 아닌 다른 이의 눈길이 닿는다고 생각하자마자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부아에 카라마츠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험악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카라마츠를 눈치채지 못한 오소마츠가 싱글벙글 미소를 피우고 이어서 바닷가에서 놀 거리에 대해 신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바다는 각하(却下)!!

!? !?!?”

단호한 카라마츠의 외침에 오소마츠가 불만 가득한 신음을 흘리며 항의했다

고까운 심기를 드러내며 쫑긋거리는 귀와 툇마루를 팡팡 내리치는 꼬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한 카라마츠가 볼을 잔뜩 부풀리고 삐진 오소마츠에게 다정히 속삭였다.


오소마츠, 청산에 있는 계곡에 가지 않겠나?”

“…계곡?”

, 인간이 닿지 못하는 깊은 산 속에 있다. 맑은 물에 물고기도 여럿 살고 있으니, 모두 데려가 놀고 오지 않겠나?”

“…우리끼리만?”

그래.”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어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은 미소가 넘실대는 얼굴로 오소마츠가 크게 꼬리를 흔들었다.


!! 갈래!!!”

, 여름에 같이 가자.”

!!”

환한 미소로 대답하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도 기쁜 미소를 머금고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풀 내음에 섞인 찬 바람이 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낮보다 확연히 낮아진 기온에 오소마츠가 부들 몸을 떨자, 카라마츠가 커다란 날개를 꺼내 오소마츠를 감싸듯 펼쳤다.


요즘은 일교차가 크니 조심해라, 오소마츠.”

~, 에헤헤~~”

등 뒤에서 껴안은 카라마츠의 체온과 자신을 감싼 날개가 내뿜는 상냥한 열기에 평온한 얼굴로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등에 편안히 몸을 기댔다.


-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

저를 감싼 카라마츠의 검은 날개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툭 던진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 정말이다.” 하고 수긍하며 얼굴을 내린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잔잔한 미소를 흘리며 눈을 감았다.


….”

맞닿은 입술에 달콤한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의 꼬리가 잘게 흔들렸다

, 쪽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의 입술을 맛보며 손을 뻗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부드러운 머리결을 손가락에 감았다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내려 몽실몽실한 볼과 붉어진 귓불을 간질이자, 오소마츠가 어깨를 떨며 키들거렸다

! 하고 장난스럽게 큰 소리를 내며 입술을 뗀 오소마츠가 배시시 웃으며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카라마츠, 같이 목욕 들어갈까?”

앙큼하게 웃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대답 대신 뜨거운 입술을 내렸다.

 

 

 

 

 

 

6.

 

촤르륵- 하고 욕조에서 물이 넘쳤다

뜨끈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욕조에 팔을 걸친 오소마츠가 햐아~~” 하고 느긋한 한숨을 내뱉었다

수증기가 피어나오는 욕실에 오소마츠의 젖은 머리가 윤기 있게 번들거렸다

촉촉이 젖은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걷어 올려준 카라마츠가 축 처진 오소마츠의 황금빛 귀를 살며시 매만졌다.


간지러어~!”

찰랑- 물을 흔들며 움찔거린 오소마츠가 귀를 세우고 웃었다

피식-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함께 욕조에 팔을 걸치자, 오소마츠도 젖은 팔을 들어 올려 카라마츠의 젖은 앞머리를 올려주었다

훤히 드러난 이마에 쪽! 하고 가볍게 입 맞춘 오소마츠가 이야~, 남자답네~” 하고 헤실거리며 카라마츠의 품에 안겼다.

 

 

 

밀착한 두 몸이 온수에 기분 좋게 풀어졌다

카라마츠의 가슴에 등을 맡기고 앉은 오소마츠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있던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올해엔 온천 여행이라도 가지 않겠나?”

온천?”

오소마츠의 물음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오소마츠를 위한 카라마츠의 제안에 오소마츠가 우응~” 하고 말을 흐리더니 곧 처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토지를 오래 비우면 안 되니까…. 무리일지도….”

아쉬움이 잔뜩 묻어 나오는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굴렸다.


토토코에게 부탁하는 것은 어떤가?”

토토코?”

토토코도 천호이니, 잠깐 맡기는 것은 문제없을 것 같다만….”

!? 잠깐, 카라마츠. 언제부터 토토코랑 연락했어!?”

카라마츠에게 등을 뗀 오소마츠가 몸을 휙 돌리자 욕조 안 물이 출렁이며 바닥으로 흘러넘쳤다

눈썹을 찌푸리고 자신을 쏘아보는 오소마츠의 눈길에 카라마츠가 키득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구나, 오소마츠.”

~? 언제부터!?”

입술을 꾹 다물고 날카롭게 노려보며 화내고 있는 오소마츠의 얼굴조차 카라마츠에겐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부드럽게 풀어진 얼굴로 오소마츠의 뺨에 손을 올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토도마츠가 연락할 때 가끔 소식을 듣는 것 정도다.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한 적도 없다. 토도마츠를 보러 올 때도 만나면 서로 으르렁거리기 바쁘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전부 오소마츠 이야기뿐이다.”

카라마츠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화난 표정을 지운 오소마츠가 결국엔 고개를 숙이고 붉게 달궈진 얼굴을 숨겼다

수증기와 다른 의미로 김을 내뿜는 오소마츠를 다정히 바라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알겠나? 오소마츠.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것을.”

…. , 아무튼! 누가 되었건 바람 피지 마!”

필 리가 없잖아. 오히려 오소마츠가 더….”

?”

눈썹을 늘어뜨리고 걱정스럽게 내뱉는 카라마츠를 응시한 오소마츠가 푸핫!!” 하고 배를 잡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없어, 없어~! 나 좋아하는 녀석 같은 거!!”

제 매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자문하며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그럼 다행이다만….” 하고 중얼거렸다

오소마츠는 모르겠지만, 젊은 텐구들 사이에서 오소마츠를 향해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는 자들은 많았다

거기에 토토코와 대국주를 비롯해 천상에 머무는 자들도 오소마츠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자의 수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대텐구가 되어 천상에 드나들게 되면서 오소마츠의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가진 위력을 뼈저리게 느낀 카라마츠였다

다시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목에 팔을 걸었다.


참 걱정도 많아, 우리 서방님~”

서방…?!”

! 푸크크크크크….”

오소마~?”

귓가에 야살스럽게 속삭이는 서방님이라는 단어에 순식간에 목까지 빨개진 카라마츠를 본 오소마츠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짐짓 성난 목소리로 불렀다

눈썹을 찌푸리고 뿌루퉁한 얼굴로 놀리지 마라.” 하고 중얼거리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미안~” 하고 사과하며 온화한 미소를 보냈다.

 

 

 

 

 

 

7.

 

목욕을 마치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은 오소마츠가 신사 토리이에 올라 마을을 살펴보았다

뒤따라 토리이에 오른 카라마츠가 짙은 감색의 하오리를 어깨에 걸쳐주며 “몸 식는다.” 하고 충고하며 곁에 섰다

제법 늦은 시각이었지만, 아직도 밝게 거리를 비추고 있는 불빛을 내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꼭 별이 뜬 것 같아.”

여우골의 축젯날, 넓은 호수를 가득 수놓는 등불을 떠올린 오소마츠가 마을을 보며 말했다

함께 마을을 보며 , 그렇군.” 하고 수긍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 오소마츠. 오늘도 마을은 평화롭다. 이제 둘만의 보금자리에 들어가지 않겠나?”

쿠후후후~, 닭살 돋아~”

!?”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뱉은 오소마츠 말에 카라마츠가 억울하단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짧은 웃음을 내뱉고 카라마츠 목에 매달린 오소마츠가 요염하게 눈을 감았다

사랑스러운 짝의 신호에 카라마츠가 행복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렸다


오소마츠의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주어 꽉 끌어당기면 오소마츠가 쿡쿡 웃음을 내뱉고 입술을 열었다

애태우며 작은 틈만 허락해준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뜨거운 살덩어리가 오소마츠의 혀를 핥았다

열기를 띤 한숨도 집어삼킬 정도로 열렬히 자신을 요구하는 입맞춤에 오소마츠도 혀를 뻗어 마음을 전했다

얽힌 혀가 미끄러질 때마다 입가에 울리는 물소리가 오소마츠의 귀를 간질였다.


…, , 으응


제 몸을 휘감은 강인한 팔과 뜨거운 혀, 말랑한 입술의 촉감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황금빛 귀가 파르르 떨렸다

치열을 따라 입안 깊숙이 파고들어 입천장을 간질이는 두꺼운 혀에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손에 쥔 카라마츠의 옷깃을 더 강하게 잡아당기고 혀를 타고 넘어오는 미지근한 타액을 삼키자 몸속의 열기가 정도를 더했다

쾌락에 잠기기 시작한 몸이 파들파들 떨리며 휘청거렸다

카라마츠는 힘을 잃은 오소마츠의 허리를 더 강하게 지지하고 오소마츠의 입안을 희롱하던 혀를 거두었다

, 하고 물기를 머금은 소리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홍조가 피었다


입술을 떼고 서로의 숨결이 뺨을 간질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춘 부부가 함께 행복하게 활짝 웃었다.

 

 

 



신사 위 하늘에 뜬 화차 안에서 신사 아래를 바라보던 쵸로마츠가 저도 모르게 붉어진 얼굴을 소매로 감추고 혀를 찼다

오소마츠가 걱정되어 대국주의 심부름도 서둘러 끝내고 돌아왔건만, 신사에도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민망할 정도로 깨를 쏟아내는 부부의 모습에 내려갈 때를 놓친 쵸로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치비타에게 부탁해 오늘 밤은 청산에서 보낼 심산으로 화차를 돌린 쵸로마츠가 주먹을 불끈 쥐고 내일 아침 일찍 신사로 달려가 실컷 잔소리를 퍼부어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여우골 외전 이야기는 생각나면 써서 올리겠습니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외전 2개가 더 있어요ㅎ


* 요즘 일교차가 너무 크네요. 낮엔 거의 여름...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우골 이야기 책에 실린 외전을 블로그에 올릴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공개하는 편이 좋을지, 책에 특전으로 들어갔으니 공개하지 않을지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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