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여우골 이야기입니다! 

  오늘(월요일) 휴가내서 힘내서 썼어요ㅎㅎ


* 50제는 주중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제목의 뜻은 '보배처럼 여기는 사랑하는 자식이나 매우 귀중한 보물' 이란 뜻입니다. [네이버 한자사전]


*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이나 요괴에 관한 설정은 전부 제 창작입니다.


* 공미포 15.652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그 날은 굉장히 한가했다고 한다.

드물게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아무런 예정도 없는 오후

한가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사를 뛰쳐나와 마을 상공을 크게 한 바퀴 돌던 와중에 커다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살펴보니 청산 아래 묘지에서 들려와 내심 놀랐다고 한다

묘지에서 아기 울음소리라니,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호기심을 가지고 슬쩍 내려가 보니 한 젊은 부부가 묘비 앞에서 필사적으로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고

마츠노라고 쓰인 그리운 묘비 앞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부부를 쓱- 살펴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떤 녀석이 이리도 우나, 하고 아기 얼굴을 쳐다본 순간 아기가 울음을 멈췄다

빤히 오소마츠를 쳐다보는 아기가 신기해 손가락을 뻗어보자, 아기도 오소마츠를 향해 작디작은 손을 뻗었다고 한다

단숨에 아기가 요괴를 볼 수 있는 을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피식- 웃으며 아기의 손을 잡자 아기가 활짝 웃었다고 한다

어리둥절해 하는 부부를 놔두고 오소마츠는 아기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그것이 나와 오소마츠의 첫 만남이었다.

 

 

 

 

 

 

2.

 

마츠노 토오루’. 

그게 내가 부모님에게 받은 이름이다

오소마츠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좋은 이름이네.” 하고 웃었다

내 이름이 가지는 뜻을 알지 못해도, 오소마츠가 좋다고 칭찬해준 이름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오소마츠는 아기인 나를 처음 본 후로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어느새 나는 오소마츠를 또 한 명의 부모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로 엄마, 아빠이후에 제일 처음으로 말한 단어가 오소마츠였으니까

오소마츠의 이름은 오소마츠가 직접 알려주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인 내가 오소마츠를 가리키며 , -!” 하고 웅얼거리자 오소마츠가 직접 자신을 가리키며 오소마츠. 나는 오소마츠.” 하고 알려주었다

아직 목소리로 내뱉지는 못해도 오소마츠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처음 목소리를 내어 오소마츠.”라고 불렀을 때, 오소마츠는 굉장히 기쁘게 웃었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몇 번이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한동안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가 오소마츠하나뿐이었기에 부모님은 조금 걱정했었다고 한다

한두 살 나이를 먹고 걸어 다니기 시작할 무렵, 오소마츠는 내게 요괴사람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너무도 뚜렷하게 보이는 그것이 다른 이에게,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오소마츠는 절대로 먼저 요괴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눈도 마주쳐선 안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린 내가 지키기엔 너무나 힘든 주문이었다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절로 쳐다보게 된다. 눈이 마주치면 요괴는 서서히 내게 다가왔다

내게 해를 끼치려는 요괴를 오소마츠가 막아준 횟수가 열 손가락을 넘어갔을 때, 오소마츠가 단단히 화를 냈다

매섭게 눈썹을 치켜세우고, 차갑게 나를 응시하면 또 말을 안 듣는다면 두 번 다시 놀러 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주 크게 울었다

자지러질 정도로 대성통곡을 하는 나를 부모님이 달랬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당황한 표정으로 내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제 말 잘 들을 거냐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나는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끄덕이는 얼굴이 웃기긴 했는지, “-” 하고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는 온몸을 떨며 한참을 웃었다.

 

 

 

유치원에 다니며 스스로 놀러 다닐 수 있게 된 후, 매일 신사에 놀러 갔다

처음엔 유치원 친구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했지만, 아이들에게 신사는 묘하게 무서운 장소였고 자연스레 피하게 되는 곳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친구들을 놔두고 나는 혼자 신사에 올랐다

신사엔 항상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이치마츠가 있었다

이치마츠와 함께 고양이들과 한참을 놀면 오소마츠가 간식을 들고 나를 불렀다

-.” 하고 다정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가면 오소마츠가 직접 만든 맛있는 간식이 나를 반겼다

누가 뺏어먹을까 성급히 간식을 먹으려고 하면 어느새 나타난 쵸로마츠가 내 손을 찰싹 때리곤 잔소리를 시작했다

흙 묻은 손은 더럽다느니, 병에 걸린다느니, 잔소리를 늘어놓는 쵸로마츠에게 적당히 대답하며 신사 한구석에 놓인 우물에서 손을 씻었다

물기를 탈탈 털고 다시 돌아가면 오소마츠가 빙긋- 웃으며 내 손에 간식을 쥐여주었다

유부초밥, 주먹밥, 튀김 등 메뉴는 다양했지만, 오소마츠의 정성이 들어간 간식은 항상 맛있었다

볼을 가득 부풀리고 우물거리며 간식을 먹는 나를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부드러운 눈길로 응시했다

간식을 다 먹고 또 이치마츠, 오소마츠와 놀다 보면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해님이 산 저편으로 넘어가는 저녁이 되어도 오소마츠는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더 놀고 싶다고 하면 곤란한 듯이 웃으며 할 수 없네~” 하고 더 놀아주었다.


저녁이 되면 내 모든 신경은 하늘에 쏠렸다

하늘에서 푸드덕- 날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딸깍- 하고 나막신이 땅에 닿으면 내 놀이 시간도 끝이 났다

카라스텐구인 카라마츠가 신사에 오면, 오소마츠가 슬며시 나를 불렀다.

그것이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는 신호였다

오소마츠는 절대 먼저 돌아가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건 카라마츠가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카라마츠가 신사에 오면 오소마츠는 백이면 백, 내게 돌아갈 시간이라며 나를 배웅했다

어린 마음에 더 놀고 싶어 오소마츠에게 졸라도 오소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뚱한 얼굴로 더 놀고 싶다는 나를 오소마츠는 가볍게 안아 들고 토리이 앞까지 걸어갔다

노을로 붉게 물들인 하늘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그곳에서 오소마츠가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은 가리켰다.


~, -루 집이 보이네~?”

오소마츠의 손끝에 낯익은 지붕이 보였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알아보기도 힘든데, 오소마츠는 항상 내 집을 한 번에 찾아냈다

오소마츠의 손끝을 따라 집을 응시하는 내게 오소마츠가 작게 속삭였다.


오늘 저녁 반찬은 뭔지 한번 볼까~? 어디~, ! 오늘 저녁은…, 감자조림이다!”

천리안이라도 있는지 오소마츠는 꼭 직접 본 것처럼 확신에 차서 말했다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집이 그리워졌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을 꺼내기 일쑤였다

오소마츠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고, 살며시 내 이마에 입 맞추었다

조심히 가~” 하고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오소마츠에게 내일 또 오겠다고 외치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집에 돌아가면 오소마츠의 말대로 저녁 반찬으로 감자조림이 식탁에 올라가 있었다.


항상 오소마츠의 유도에 따라 집에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더 놀고 싶은 날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고개를 휙휙 저으며 더 놀고 싶다는 내게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횽아도 빨리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오소마츠 집은 어딘데?”

여기!”

오소마츠의 말에 신사 안을 쓱 둘러보았다

사당은 있어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눈썹을 찌푸리고 거짓말!” 하고 외치며 볼을 부풀렸다.


여기엔 이 없어!”

-루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야.”

“….”

완전히 삐져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나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는, 꼭 카라마츠가 다가왔다.


토오루.”

“….”

이 이상 늦어지면 부모님이 걱정할 거다. 더 놀고 싶다면 먼저 부모님께 허락받고 오면 된다.”

허락받고 오면 더 놀아도 돼?”

물론.”

그럼 지금 받고 올게!!”

카라마츠의 감언이설에 속아 집에 달려가 더 놀고 와도 되냐고 물어보면 부모님의 대답은 항상 ‘NO’였다

그야 어린아이가 저녁 늦게까지 논다는 걸 허락해줄 부모는 없으니까

그럼 나는 항상 잔뜩 심통이 나서 젓가락으로 밥그릇만 찌르며 카라마츠를 원망했다

카라마츠가 오면 오소마츠와 더 놀 수 없으니까

카라마츠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카라마츠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신사에 놀러 가면 항상 오소마츠와 노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는 토도마츠와 아츠시와 함께 마을에 내려가 시장 구경을 했다.

새색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소마츠에게 요리 수업을 받고 있다는 토도마츠는 항상 진지한 얼굴로 과일과 채소를 살폈다

아츠시는 그 옆에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토도마츠를 기다려주었다

아츠시는 인간이었다가 수행으로 텐구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토도마츠보다 더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츠시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알려주었고, 내가 친구와 싸우면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또 하루는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와 함께 신사에서 뒹굴뒹굴했다

사당 마루에 나란히 누워 햇볕을 쬐고 있으면 십중팔구 쵸로마츠가 와서 오소마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화를 내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면 쵸로마츠도 한숨을 내쉬며 잔소리를 멈췄다.


가끔 쥬시마츠가 신사에 놀러 오는 날이면 함께 숲에 들어가 놀았다

쥬시마츠는 숲에서 나는 많은 꽃 이름을 알고 있었고, 산딸기를 따 먹거나 매미나 벌레를 잡으며 놀았다

여름에는 반딧불이 많이 나오는 장소도 알려주었다

하늘에 박힌 별처럼 환하고 은근하게 빛나는 수많은 벌레들이 검은 풀숲에 또 하나의 밤하늘을 만들어냈다

여우골처럼 큰 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그 장관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어젯밤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겨울에 해가 일찍 지는 날이면 오소마츠는 꼭 나를 안고 하늘 위로 떠 올랐다

낙조가 펼쳐진 끝없는 하늘을 아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은근한 마을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나를 보며 싱긋- 웃은 오소마츠도 나처럼 마을을 언제까지고 바라보았다.

마을을 보는 그 눈에서 오소마츠가 얼마나 이 마을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나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나 아츠시와도 자주 놀았지만, 카라마츠와는 추억을 많이 쌓지 못했다

매일 신사에 놀러 가도 카라마츠는 볼 수 없었고, 카라마츠는 내가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야 신사에 돌아왔다

아빠처럼 카라마츠가 매일 신사에 없는 것이 궁금해 오소마츠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오소마츠는 호기심 가득한 내 얼굴을 보며 짧게 웃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는~, 이 마을을 지키려고 내 몫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바쁜 거야.”

오소마츠 몫까지?”

.”

그렇게 대답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쩐지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오소마츠의 슬픈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그럼 내가 쭉- 오소마츠 옆에 붙어 있을게!!”

내 외침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더니 곧 입가에 가득 온화한 미소를 피웠다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마워. -.” 하고 오소마츠가 웃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신이 한 말을 자랑스러워하며 가슴을 툭 친 내가 당당히 다짐했다

절대 오소마츠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오소마츠는 내 다짐을 들으며 너무나 즐겁게 웃었다.

 

 

내 유년시절은 오소마츠와 함께 한 기억이 전부다

오소마츠를 비롯한 쵸로마츠나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아츠시가 모두 좋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소마츠였다

어리지만 오소마츠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오소마츠와 함께 있고 싶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오면 나는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 신사 계단을 내려가다가 고개를 돌리면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옆엔 카라마츠가 꼭 붙어 있었다.

커다랗고 검은 날개를 펼쳐 흔들면서 한쪽 날개로 오소마츠를 감싸 안은 카라마츠가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카라마츠는 쭉 오소마츠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오소마츠와 마주보고 웃는 카라마츠가 부럽고 또 미웠다.

 

 

 

 

 

 

3.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나는 매일 신사에 올랐다

오소마츠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 행동반경이 넓어진 내게 또 한 번 당부했다

절대로 요괴들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싫다고 하면 또 오소마츠가 같이 놀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내가 학교에 가는 길목엔 종종 크고 작은 요괴들이 있었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갔지만, 그럴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목, 전봇대 옆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물체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검은 봉지처럼 보이는 물체는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얼굴을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털이 복슬복슬한 작은 강아지

오소마츠에게 요괴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한눈에 그 강아지가 요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의 당부를 떠올리고 그 옆을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강아지가 먼저 내게 다가왔다

꼬리를 크게 흔들며 내 발치에서 끙끙대는 작은 강아지를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배고픈 것처럼 낑낑대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강아지가 불쌍해 간식으로 먹으려고 했던 쿠키를 꺼내 주었다

허겁지겁 쿠키를 먹은 강아지가 !” 하고 작게 울며 내 손을 핥았다.

그 후로 내가 학교에 갈 때, 하교할 때마다 강아지가 나를 따라왔다

, .” 하고 귀엽게 울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습이 기뻐서, 오소마츠의 경고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강아지에게 쿠로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하굣길, 오소마츠의 신사에 가기 전에 쿠로와 노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공터에 데려가 작은 나뭇가지를 던지면 쿠로는 쪼르르 달려가 나뭇가지를 물어왔다

항상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기특해, 항상 간식을 챙겨 쿠로와 함께 나눠 먹었다

그렇게 쿠로와 지낸 시간이 한 달을 채웠을 때,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 요즘 요괴랑 가까이 지내고 있지?”

오소마츠의 날카로운 질문에 뭐라 변명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만 벙긋거리며 말을 더듬는 나를 보며 오소마츠가 엄한 얼굴로 그 아이, 이리로 데려와.” 하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어길 수 없었다

우물쭈물하며 쿠로를 안고 신사에 들어서자마자 오소마츠가 내 팔에 안긴 쿠로를 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에게 귓속말을 하고 내게 손짓했다

머뭇거리며 오소마츠에게 다가가자 오소마츠가 내게서 쿠로를 빼앗아 쵸로마츠에게 건넸다

내가 쵸로마츠를 막기도 전에 쵸로마츠는 연기처럼 내 앞에서 사라졌다.


-, 그 녀석은 이누가미. 지금은 저렇게 작아도 언젠가 힘을 키워서 커지면 막을 수 없어. 이누가미는 대체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라고.”

울먹이는 내게 오소마츠가 설명을 해도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눈물을 터뜨린 나는 생애 처음으로 오소마츠에게 반항했다

오소마츠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쿠로는 나를 잘 따랐다고, 왜 오소마츠가 빼앗아가냐고 화를 내며 울부짖고 오소마츠의 부름도 무시하고 신사를 뛰어 내려왔다

집에 도착하자 거실에 있던 엄마가 나를 보고 놀라 다가왔다

엉엉 우는 나를 품에 안고 천천히 등을 두드려주며 달래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그 후로 5일간 신사엔 가지 않았다

학교 가는 길목을 지나갈 때마다 쿠로가 떠올라 눈물이 나왔다

오소마츠가 그저 미웠다

얼마나 쿠로가 내게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아주지 않는 오소마츠가 미웠다

학교가 끝나도 신사에 가지 않고 집에 들어가 틀어박혔다

엄마는 매일 나가서 놀던 내가 집에만 있는 것이 걱정되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었지만, 내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주말이 되어 엄마와 아빠가 외출한 사이, 텅 빈 집에 있으니 괜히 더 외로워졌다

오소마츠를 향한 원망도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은 신사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토리이를 지나서 사당에 앉아있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친 순간, 겨우 원망했던 마음이 얼굴을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안도한 듯이 웃은 오소마츠가 어서 와, -.” 하고 나를 반겼다

항상 내가 오면 안아줬는데, 한 걸음도 내게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불안한 마음이 울컥- 일렁였다.


내가 화를 내서, 내가 싫어졌을지도 몰라.


그 마음이 원망을 덮어씌우고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주룩주룩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불안한 마음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티셔츠를 꽉 움켜쥐고 물었다.


, 내가 화냈으니까. 오소마츠한테 막 소리 질렀으니까, 이제, 내가 미워졌어…?”

내 질문에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이더니 재빨리 내게 뛰어와 나를 꽉 안았다

따뜻한 오소마츠의 체온과 안심되는 그리운 체취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를 품에 안은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냐, -. 네가 아직도 화내고 있을 것 같아서…. 횽아가, 미안해.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였다면 좀 더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미안.”

나도, 미안…. 제대로 오소마츠 말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오~”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를 오소마츠의 옷에 묻었다

오소마츠의 포근한 품에 얼굴을 묻고 우는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소매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그 요괴가 그렇게 좋았어?”

, 강아지, 키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알레르기라서 못 키운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래….”

오소마츠는 울음을 그치고 훌쩍이는 나를 보며 쓰게 웃고는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 하고 나를 품에서 떼어놓았다

뭘 하려는 건지, 호기심이 순식간에 뭉게뭉게 피어났다

오소마츠가 보여주는 일들은 전부 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것들이었으니까

오소마츠는 나를 사당 마루에 앉히고 빙긋- 웃고는 작게 주문을 외웠다.

- 하고 하얀 연기가 나더니 그 연기 속에서 작은 여우 하나가 튀어나왔다

폭신한 꼬리 4개가 달린 작은 여우가 통통 튀어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나를 보며 귀를 쫑긋거리는 여우의 모습에 놀라 작게 물었다.


오소마츠, ?”

!”

내 물음에 작은 손을 번쩍 들어 대답한 오소마츠가 꼬리를 너울댔다

순식간에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활짝 웃는 나를 보며 오소마츠가 기쁘게 !” 하고 울었다

그 날은 해가 지도록 작은 여우 모습이 된 오소마츠와 실컷 놀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종종 내가 침울해졌을 때, 오소마츠는 작은 여우의 모습이 되어 나를 달래주었다.

복슬복슬한 털과 부드러운 꼬리를 질릴 때까지 만지고 있으면, 우울한 기분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 있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나는 신사에 놀러 갔다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은 많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오소마츠와 노는 것이 더 즐거웠다

친구들은 모이면 컴퓨터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을 했다

내겐 게임보다 오소마츠와 노는 것이 더 좋았다

내겐 오소마츠라는 친구가 있었지만, 부모님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매일 친구들과 놀지 않고 혼자 신사에서 노는 내 모습에 걱정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언제나 내게 은근히 다가와 학교 친구들하고는 안 놀아?” 하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때마다 항상 신사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 하고 눈치 없이 대답했다

날이 갈수록 부모님의 걱정은 짙어졌고, 곧 학교 친구들과 놀라며 강제적으로 나를 떠미는 일이 늘어났다

나는 부모님의 억압에 짜증을 내며 수없이 신사에는 오소마츠와 다른 요괴 친구들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부모님에겐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는 부모님이 너무나 답답하고 속상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내가 너무 상상력이 좋아, 자신의 상상력 안에 틀어박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셨다

하루는 억지로 집에 학교 친구들을 초대한 엄마에게 화를 내고 집을 나와 신사로 달려갔다

나를 반기는 오소마츠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고, 엄마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 화가 난다고 불평했다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지시 물었다.


-루는 요괴가 안 보였으면 좋겠어?”

“…?”

그러면 학교 친구들하고 더 놀 수 있고. 부모님께 요괴에 대한 것도 숨기지 않아도 괜찮고….”

그러면 오소마츠도 볼 수 없으니까 싫어.”

아이답지 않은 단호한 어조에 오소마츠가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나와 함께 마을을 내려다본 오소마츠가 슬며시 중얼거렸다.


그럼 토-루가 요괴를 보기 싫어지면 언제든 말해.”

고개는 끄덕였지만, 그런 말을 할 날은 절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나는 평생 그런 말을 오소마츠에게 건네는 일은 없었다.

 

 

 

 

 

4.

 

초등학교 졸업식, 꽃다발을 들고 부모님과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내게 한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게 잠깐 시간을 내달라며 나를 끌고 학교 뒤로 돌아간 아이는 빨개진 얼굴로 내게 고백했다

좋아한다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같이 있고 싶다며 내게 연락처를 건넨 아이는 처량할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일이 있는 부모님은 직장으로 돌아갔다

나도 꽃다발을 든 채 신사로 달려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해 한층 더 어른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오소마츠에게 한시라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나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토리이 위에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오소마츠에게 자랑스럽게 졸업장을 보여주었다

이제 중학생이라며 으스대는 나를 보며 쿡쿡 웃은 오소마츠가 손뼉을 치며 나를 칭찬해주었다

이어 다가온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에게도 졸업했다고 전하자 빙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두 함께 사당 마루에 앉아 오소마츠가 특별히 준비했다는 유부초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어쨌냐는 오소마츠의 물음에 일하러 갔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고백받은 일이 떠올라 이야기하자 차를 마시던 쵸로마츠가 쿨럭!” 하고 차를 뿜어냈다.


쵸로마츠, 괜찮아?”

, 고백!?”

체리마츠한텐 자극이 너무 심한 이야기였어.”

누가 체리마츠냣!!”

걱정스럽게 묻는 나를 보며 얼빠진 얼굴을 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놀림에 발끈해 외쳤다

킥킥대는 오소마츠와 화내는 쵸로마츠를 보며 이치마츠에게 체리마츠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치마츠는 더 크면 알게 된다며 대답을 피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내꽂는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며 내게 물었다.


그러면 이제 토-루한테 연인이 생기는 건가~?”

? 아냐. 안 생겨. 거절했거든.”

? ?”

내 대답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행동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한 걸 묻는 오소마츠에게 작게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별로 좋아하는 얘도 아니고.”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라며? 네가 방금 말해놓고….”

쵸로마츠가 내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쵸로마츠를 힐끗 보고 유부초밥 하나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걔보다 오소마츠가 더 예뻐.”

“…?”

내 대답에 왜 놀란 건지 몰라도 쵸로마츠가 멍청히 입을 벌리고 허공을 응시했다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은 쵸로마츠가 -”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어디 아픈가 싶어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옆에 앉은 오소마츠가 나를 꽉 껴안았다.


그래~? -루한테는 횽아가 제일 예쁘구나~”

오소마츠는 와사삭-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 볼을 비비며 행복하게 웃었다

배시시- 홍조를 피우고 기쁘게 웃는 오소마츠를 보자 나도 기뻐져 활짝 웃었다

빵글 웃는 나와 오소마츠와 달리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똥 산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중에 왜 그런 얼굴을 했냐고 묻자, 둘 다 나를 보며 이거 큰일 낼 녀석일세-’ 하고 한탄했다고 한다.

 

 

 

교복을 맞추고, 반을 배정받고, 교과서를 받고 시작한 중학교 생활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초등학교 때보다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신사에 가는 날도 줄어들었다.

줄어들었다고 해도 일주일에 4번은 갔으니 그렇게 줄어든 것도 아니지만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어느새 학교 축제날이 다가왔다

중학교에 들어와 맞이하는 첫 축제! 나는 완전히 들떠 오소마츠에게 꼭 축제 보러 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오소마츠는 첫 축제에 흥분해 몸을 달싹거리는 나를 귀엽다는 눈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약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새끼손가락까지 내밀어 꼭 오라고 오소마츠에게 다짐받았다.

 

오소마츠가 올 거란 생각에 즐겁게 축제 준비에 열중해 신사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축제날이 되었다

귀신의 집을 하는 우리 반 앞에서 귀신 분장을 하고 초조하게 오소마츠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오소마츠는 오지 않았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오소마츠가 아닌 토도마츠와 아츠시였다.


미안, 토오루. 오소마츠 형은 사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됐어.”

토도마츠의 말에 홍보 간판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딱딱한 각목을 있는 힘껏 쥐고 한숨을 내쉰 내게 토도마츠가 어색하게 웃으며 태연한 척을 했다.


우와~, 여기가 토오루 반?! 엄청 멋있는데 들어가 봐도 돼?”

. 들어가.”

와아~!”

토도마츠를 입구 쪽으로 안내하자 토도마츠가 눈을 빛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 뒤를 따라 들어간 아츠시가 토도마츠, 아래 발 조심해.” 하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들려오는 토도마츠의 비명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뭔데….


철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불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반드시 온다고 약속해 놓고….


오소마츠가 쿠로를 뺏어갔을 때처럼 원망이 가득 차, 금방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었다

토도마츠는 우리 반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 돌며 축제를 실컷 만끽하고 돌아갔다.

나는 그렇게나 기다렸던 축제를 도저히 즐길 수 없었다.

 

 

변명이나 한번 들어주자.


그 생각으로 신사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축제가 있었던 어제는 금요일,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초조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집을 나와 신사로 걸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이 있었다면 들어주겠다

오소마츠가 축제에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면 받아줄 마음이었다

그러면 실컷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화가 났는지, 실망했는지 말해주겠다 생각하며 신사에 도착한 순간, 텅 빈 신사에 부는 바람에 눈썹을 찌푸렸다

항상 그곳에 있었던 오소마츠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항상 마을을 내려다보던 토리이 위에도, 느긋하게 누워 꼬리를 넘실대던 사당 마루에도 오소마츠는 보이지 않았다

신사 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오소마츠?” 하고 불러보아도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오소마츠!!”

오소마츠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소리 높여 오소마츠를 불렀다

신사 가득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도 오소마츠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불안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져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토오루.”

나직이 나를 부르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쵸로마츠가 내 앞에 내려왔다.


쵸로마츠?”

오소마츠 형을 찾으러 온 거지?”

….”

미안, 오늘 오소마츠 형은 바빠. 집에서 나올 것 같지 않다.”

어제…, 축제였는데….”

그랬지…. 실은 카라마츠가 다쳐서 말이야. 오소마츠 형은 그 간호를 하고 있어. 어제 축제 못 간 건 미안해. 너도 얼른 집에 돌아가.”

말을 마친 쵸로마츠는 다시 훌쩍 모습을 감췄다

아무도 없는 신사에서 발을 돌려 계단을 내려왔다

집에 돌아가라고 들었지만, 이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했다.


또 카라마츠….


어릴 땐 카라마츠가 오면 집에 돌아가야 했고, 이번엔 카라마츠 때문에 오소마츠가 축제에 와주지 않았다.

작은 눈덩이가 언덕을 굴러 몸집을 키우듯이 카라마츠를 향한 원망이 커다랗게 불어났다.


카라마츠는 매일 오소마츠와 있을 수 있으면서….

축제날 하루 정돈 내게 양보해줘도 될 텐데….

왜 하필 어제 다쳐서….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알면서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윽고 카라마츠를 향한 원망은 오소마츠에게도 번져갔다

카라마츠가 아파도 쵸로마츠나 이치마츠에게 간호를 부탁하면 될 일이었다

하다못해 직접 와서 카라마츠가 아파 축제엔 갈 수 없다고 말이라도 해 주었다면, 오늘도 직접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 이렇게 슬프진 않을 것 같았다

거리를 배회하다 집에 들어가도 일렁거리는 원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통 난 어린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그 후로 신사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축제가 끝나고 3일 뒤, 검은 고양이가 집에 들어왔다

어디로 들어왔냐고 혼잣말로 묻자, 고양이가 “2층 창문으로.” 하고 대답했다

익숙한 그 목소리에 이치마츠?” 하고 묻자,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 형이 기다리고 있어. 토오루, 네가 오기를.”

“….”

화났어? 축제에 오소마츠 형이 가지 못해서.”

별로.”

그날, 근처에 봉인되어 있던 악귀가 풀려나서 말이야.”

악귀?”

. 요즘엔 요괴를 믿지 않으니까 종종 그런 오랜 봉인이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가 풀려버려. 제법 센 악귀였는데 풀려나자마자 우리 마을로 들어와서…. 오소마츠 형하고 카라마츠 형이 같이 싸우다가, 그 바보가 멋대로 오소마츠 형을 감싸다가 다친 거야. 오소마츠 형이 그 정도에 쓰러질 리 없는데. 아니, 솔직히 오소마츠 형 혼자서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였는데 말이지? 멋대로 나대다가 꼴 좋게 당한 거지, .”

그럼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자기 때문에 다쳤으니까 집에서 나오지 않고 간호하고 있는 거야?”

…. 좀 다르지만, 뭐 그렇지.”

후응-”

토오루가 무사히 축제를 즐길 수 있게 싸우다가 못 간 거야. 오소마츠 형은.”

자상한 눈으로 나를 보며 이치마츠가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가만히 앉아 이치마츠 말을 듣는 내 머리를 크게 한번 쓰다듬은 이치마츠가 창틀에 올랐다.


그럼 나는 가볼게. 화 풀렸지?”

나를 보며 묻는 이치마츠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했지만, 카라마츠는 좀 미워….”

나도 모르게 나온 진심에 이치마츠가 -” 하고 웃었다

나도 그래.” 하고 짧게 말한 이치마츠가 훌쩍 창문을 뛰어넘어 마당에 착지했다

창가 밖으로 얼굴을 내민 내게 이치마츠가 다정히 외쳤다.


싫어해도 괜찮아. 토오루, 네 맘이니까. 그리고 내일은 신사에 오고. 오소마츠 형이 걱정하고 있으니까.”

…. 갈게.”

이치마츠의 상냥한 위로에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응어리가 조금 풀어진 것 같았다

내 대답에 만족스럽게 꼬리를 흔든 이치마츠가 저 멀리 뛰어갔다.

 

 

다음 날, 신사에 올라가자마자 오소마츠가 달려왔다.


-, 축제 못 가서 미안해.”

괜찮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썹을 늘어뜨린 오소마츠 머리 위에 언제나 쫑긋 솟아있던 귀도 축 처져 있었다

풀 죽은 강아지마냥 늘어진 귀가 웃겨 픽- 웃음을 흘리고 방긋 웃자, 그제야 오소마츠의 입가에도 푸근한 미소가 어렸다.

 

 

 

중학교 2학년, 이번에야말로 꼭 축제에 가겠다며 오소마츠가 먼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축제날을 기억해주는 오소마츠가 고마워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에 올라가 연극부에 들어간 나는 오소마츠와 약속한 날 이후로 연습에 더 열심히 매진했다

맹연습을 반복해 주역까지 꿰차고 나니 오소마츠에게 꼭 연극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술렁거려 참을 수 없었다

한 번 더 오소마츠에게 꼭 와달라고 말하자 오소마츠가 눈을 빛내며 당연히 가야지!” 하고 힘차게 말했다.

 

축제날, 두리번거리며 오소마츠를 기다리고 있는 내 앞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나타났다

토도마츠에게 받았다는 옷을 입고 나타난 오소마츠는 멋있고 또 귀여웠다

파란 줄무늬 긴팔 티셔츠에 갈색 카디건을 걸치고 붉은 청바지를 입은 오소마츠와 검은색 도트 무늬 셔츠에 푸른 재킷을 입고 하얀 청바지를 입은 카라마츠는 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눈에 띄었다

평소엔 붉은 기모노만 입었으면서 옷차림까지 신경 써가며 나를 보러 온 것이 너무 기뻐서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연습 때보다 더 기합이 들어간 연극은 수많은 박수 소리 속에서 막을 내렸다

연극부 선배들도 내게 칭찬을 쏟아내며 엄지를 들어 보여주었고, 나도 뿌듯한 마음으로 오소마츠에게 달려갈 수 있었다.


-! ~청 잘했어!! 진짜 진짜 멋있었어!!”

장하다며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는 오소마츠는 만면에 미소를 피우고 있었다

기대 이상의 칭찬에 수줍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연극의 한 장면 장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오소마츠 옆에서 한창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연극부 부장 선배가 내게 손짓했다

오소마츠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옮기자 선배가 뒤풀이에 올 거냐 물었다

주역인 내가 빠지면 안 된다는 압박을 주며 날카롭게 쏘아보는 선배에게 안 가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선배는 내 대답에 빙그레 웃고 몇 시에 어디에서 모일지 알려준 뒤, 교실로 들어갔다

선배의 걸음을 따라 짧은 스커트가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선배의 스커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다가온 오소마츠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고 야살스런 웃음과 함께 묘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어라라~, -루는 저런 아이가 좋구나~?”

내가 미처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었다

- 하고 만화 같은 효과음 뒤에 오소마츠가 입고 있던 옷이 세라복으로 바뀌었다

겨우 허벅지를 가리는 짧은 스커트 아래 뽀얀 오소마츠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놀라 숨을 내뱉으며 어버버 거리는 내게 오소마츠가 얄상스럽게 속삭였다.


어때? 이런 게 좋지~?”

내 반응을 보며 키들거린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스커트를 슬쩍 들어올리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홱 낚아챘다.


, , 오소마~?! 그렇게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지 마라!!”

잔뜩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재킷을 벗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허리에 재킷을 감았다

당황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배시시-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툭 쳤다

눈썹을 한껏 찌푸리고 오소마츠를 나무라는 카라마츠와 시종일관 즐겁게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문득, 금술 좋기로 유명한 부모님과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자아내는 분위기가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망치로 머리를 힘껏 때린 것 같은 충격이 나를 덮쳤다.


나는, 첫사랑을 자각함과 동시에 실연을 경험했다.

 

 

축제가 끝난 후, 이어진 시험 기간이 끝나고 방학이 되어도 나는 신사에 가지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오소마츠를 그런 마음으로 봤던 건지 혼란스러웠다

단순히 친애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연정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동시에 오소마츠를 독차지한 카라마츠를 향한 원망과 질투가 마음속을 가득 메웠다.


방학이 되어도 신사에 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 오소마츠를 마주 보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더는 전처럼 평범하게 오소마츠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밤엔 꼭 오소마츠의 꿈을 꾸었다

축제에서 오소마츠가 보여주었던 세라복을 입은 모습이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 틈만 나면 떠올랐다

처음으로 몽정을 경험한 날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악감과 혼란과 흥분이 한데 뒤엉켜 정말로 죽고만 싶었다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을 강하게 자각할수록, 도저히 신사로 발을 옮길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어느 날, 오소마츠가 찾아왔다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훌쩍 들어온 오소마츠가 걱정스럽게 나를 응시했다

오소마츠와 눈을 마주한 순간, 이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한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와 사랑하는 사이냐고, 묻는 내게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이더니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이야기를 해 줄게.”

내 침대에 앉은 오소마츠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이어진 이야기에 나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전부 이야기했다

인간이었던 카라마츠와 처음 만났을 때, 재회했을 때,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를 만나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까지 한 가족이 되었을 때, 카라마츠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을 때의 일을 전부

내게 말해주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

해일이 해변의 모든 것을 쓸어가듯 내 생각을 전부 집어삼켰다

대체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내 수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긴 시간의 인연을, 내가 도저히 끼어들 수 없는 둘의 관계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오소마츠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카라마츠도 내가 감히 미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내게 오소마츠가 다가왔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오소마츠에게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온화한 미소와 함께 오소마츠가 고백했다.


-루는 내 소중한 보물이야.”

자상한 목소리가, 상냥한 손길이, 따뜻한 눈빛이 증명했다

정말로 오소마츠에게 나는 소중한 보물이라고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긴 시간을 살아온 오소마츠에게, 앞으로도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갈 오소마츠에게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정말 짧은 생을 사는 나를, 오소마츠에게 있어선 찰나의 존재,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인 나를 오소마츠가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절로 마음속으로 깨달음이 퍼져나갔다

- 하고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준 오소마츠가 내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내렸다

어릴 적부터 오소마츠가 자주 해주었던 사랑의 표현

중학생이 된 후론 받은 적 없는 사랑스러운 입맞춤에 짧게 웃었다.


오소마츠.”

.”

,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해. 그러니까, 입시가 끝날 때까지 신사엔 가지 않을 거야.”

“…그래, 힘내. -.”

뺨에 올려진 오소마츠의 손을 맞잡고 말하는 내게 오소마츠가 웃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슬프게 웃는 그 미소에 가슴이 아렸다

오소마츠의 손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풀면 스륵- 오소마츠의 손이 빠져나갔다.

살며시 내 머리를 쓰다듬은 손은 곧 멀어졌다

나를 보며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안개가 퍼지듯 흐려지는 오소마츠를 끝까지 바라보았다

이게 이별이 아니라는 건 오소마츠도, 나도 알고 있으니까.

 

 

 

학교생활과 연극부, 그리고 입시 공부로 이루어진 나날 속에서 나는 한 번도 신사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물론이고 쵸로마츠나 이치마츠와도 만나지 않았다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삶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교 가는 길이나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언뜻언뜻 스쳐 지나가는 오소마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아도, 내 주변에 머물며 어디로 가지 않고 나를 지켜주고 있는 오소마츠의 기척에 안심할 수 있었다

힘든 나날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나를 지켜봐 준 오소마츠 덕분에 탈 없이 희망 고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입학식 후, 새로 맞춘 교복을 입고 신사로 향했다

계단을 모두 올라 토리이 아래에 섰을 때,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아츠시가 나를 반겼다.


왠지 오늘 네가 올 것 같더라고.”

활짝 피어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오소마츠가 웃었다

왈칵 솟아난 눈물을 삼키고 오소마츠에게 뛰어가 두 팔 벌려 오소마츠를 품에 안았다

자신을 훌쩍 넘긴 내 키에 놀랐는지 오소마츠가 !? 이렇게 컸어?” 하고 놀라며 내 등에 팔을 감았다

그리웠던 오소마츠의 체온에 깊은숨을 내쉬며 슬쩍 눈을 돌려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복잡한 얼굴로 나와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는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옛 연적이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에 묘한 충족감이 들어 피식 웃었다

몸을 떼고 오소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전했다.


오소마츠,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가족으로서 나를 사랑해준 오소마츠에게 감사하며 고백했다

연정이 아닌 가족애. 마음속에 차오른 사랑을 전하자 오소마츠도 수줍게 웃으며 활짝 웃었다.


나도 사랑해.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소로, 오소마츠가 웃었다.

 

 

 

언제나 혼자 올랐던 계단을 둘이서 올랐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신사에 오르자 오소마츠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내 옆에 선 여성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본 오소마츠가 자애로운 미소로 얼굴을 내밀어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 너랑 똑 닮았네.”

코는 아내 닮았어.”

팔불출.”

보이지 않는데도 나와 오소마츠의 대화에 미소 짓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순간, 아내의 몸이 흔들린 탓인지 아기가 눈을 떴다.

눈을 깜빡이며 아내와 눈을 맞춘 아기가 눈동자를 굴려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오소마츠가 보이는지, 아기가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었다

작고 통통한 그 손은 오소마츠가 살포시 마주 잡았다

부모보다 더 다정한 눈길로 아기를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내가 아기였을 때도 저런 얼굴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얼굴을 보여주면 반할 수밖에 없잖아, 하고 한숨을 내쉬자, 아기가 오소마츠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너도 맘고생 좀 하겠구나, 아들아.


아기의 손을 잡고 흔들며 좋아하는 오소마츠와 빵긋 웃는 아들을 보며 픽- 웃었다.

 

 

 

 

 

 

5.

 

계단을 내려가는 젊은 부부와 아기를 배웅한 오소마츠가 한숨 쉬듯 중얼거렸다.


시간 정말 빨리 가는구나. -루가 벌써 아기 아빠라니….”

아쉬운 듯이 내뱉는 말에 옆에 서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우리도 아기 만들까?”

우햣, 싫어용~. 나 육아 귀찮고, 놀고 싶고, …아기한테 카라마츠랑 같이 있는 시간 뺏기기 싫고.”

아내의 귀여운 대답에 키득 웃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입을 삐죽이더니 생긋 웃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루 아기도 우리가 보이는 것 같은데, 이번엔 질투하지 마~?”

슬쩍 카라마츠의 어깨에 기대며 장난스럽게 던진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얼굴을 붉혔다

열까지 내뿜는 빨간 얼굴에 손을 올려 숨긴 카라마츠가 겸연쩍게 작은 목소리를 냈다.


, 런 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든 오소마츠에게 접근하는 녀석이 있으면 싫은 마음이 들어버리니까….”

한탄하듯 내뱉는 말에 오소마츠의 얼굴에도 홍조가 퍼졌다.

붉은 얼굴을 소매로 감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 하고 얼굴을 내린 카라마츠에게 살포시 오소마츠의 입술이 겹쳤다.



<7월 2일에 끼토산님이 보내주신 축전>

정말정말 감사하게도 끼토산님께서 축전을 보내주셔서 올립니다^^





* 실은 끼토산님에게 받은 축전 자랑할려고 부랴부랴 쓴 외전입니다.

  구상은 하고 있었는데, 힘 좀 내서 후딱 썼어요ㅎㅎ


* 50제는 이번 주중에 올리겠습니다. Red tear 제본 작업하고 병행하다보니 짬이 안나네요 도저히...ㅠㅠ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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