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동등한 관계의 장형마츠입니다!!
* 장남력 넘치는 오소마츠와 차남력(?) 넘치는 카라마츠입니다.
* 개인적으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형의 범주에 들어가고 쵸로마츠 이하는 동생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ㅎ
* 아주 살짝 5화의 카라마츠 사변이 언급됩니다만 무시해도 될 정도로 가볍게 언급됩니다.
* 후편이 있습니다. 후편이랄까, 후편까지 합쳐서 하나의 단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소마츠의 경우
1.
마츠노가의 육쌍둥이 중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는 명실상부한 브라콤이다.
동생들의 부탁을 무시하지 못하고 투덜대면서도 결국엔 응석을 받아주고 마는 바보이다.
하지만 그런 오소마츠가 예외로 취급하는 동생이 있으니, 바로 마츠노가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이다.
2.
“네가 이치마츠냐?”
하늘 가득 펼쳐진 노을을 올려다보며 파칭코에서 따 두툼해진 지갑에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는 오소마츠를,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양아치 무리가 불러 세웠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검은 교복을 보니 오소마츠가 졸업한 모교의 후배들 같았다.
자신들의 선배인 줄도 모르고 오소마츠를 향해 껌을 찍찍 씹으며 인상 쓴 얼굴로 노려보는 후배들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 자식?! 지금 상황이 웃겨?!”
양아치 무리 중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오소마츠 앞에 다가와 오소마츠의 코 앞에 자신의 얼굴을 위치했다.
‘어린 놈이.’
학창시절부터 싸움무쌍으로 군림했던 오소마츠로서는 어설픈 위협을 가하는 후배가 너무나 우스웠다.
가만히 오소마츠를 노려보고 있던 후배가 인상을 더욱 구기며 오소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이치마츠냐고 묻잖아! 이 새끼야!”
침을 튀겨가며 언성을 높이는 후배를 보며 오소마츠가 초연한 얼굴을 했다.
‘하아~ 이치마츠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거 상대하기 귀찮은데… 그것보다 이 자식 입 냄새 엄청 나네!’
쯧- 하고 혀를 차며 오소마츠가 자신의 멱살을 붙잡고 있는 어리석은 후배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내가 이치마츠다.”
오소마츠의 말에 씨익 웃은 후배가 그대로 오소마츠를 골목으로 이끌었다.
그 후에 자신이 어떻게 될 지 알지 못하는 바보 같은 후배를 오소마츠가 불쌍하단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이건 위자료~”
땅에 쓰러져있는 교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을 챙긴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시체마냥 널브러져 있는 양아치 무리는 “으으으~” 하는 신음만 흘릴 뿐, 오소마츠의 말에 반응도 하지 못했다.
오소마츠는 조금 전 자신의 멱살을 붙잡았던 양아치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들었다.
억지로 들려진 얼굴이 고통에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싸늘한 눈빛으로 후배를 내려다보며 오소마츠가 위압적으로 말했다.
“두 번 다시 내 동생 건들면 죽여버린다.”
말에 들어있는 매서운 살기에 후배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겁에 질린 얼굴에 만족스럽게 웃은 오소마츠가 움켜쥐고 있던 머리칼을 놓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후배의 얼굴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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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소마츠냐?”
파칭코에서 지고 텅텅 빈 지갑에 울상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오소마츠를 한 불량배 무리가 불러 세웠다.
가죽잠바를 입고 각양각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무리가 오소마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 섞여 있어, 오소마츠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었다.
저 얼굴은 분명, 얼마 전 경마에서 지고 꿀꿀한 기분으로 길을 걷고 있을 때 오소마츠의 눈 앞에서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던 양아치의 얼굴이였다.
노골적으로 피하는 여자를 졸졸 따라가며 말을 거는 양아치가 괜히 눈에 거슬려 망설이지 않고 속전속결로 시원하게 두드려 패고, 처음으로 여자에게 구해줘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받았었다.
‘아, 안 그래도 경마 져서 기분 더러운데…’
화난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불량배를 기억해 낸 오소마츠가 한숨을 파아- 하고 내뱉은 후, 자신에게 말을 건 불량배 무리의 대장에게 말했다.
“아니. 나, 오소마츠가 아니라 카라마츠인데?”
“…하아?”
예상치 못한 오소마츠의 대답에 불량배 무리가 술렁거렸다.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불량배 대장이 오소마츠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아니, 너 맞잖아?! 우리 막내를 팬 놈!!”
파란머리-오소마츠 명명-의 말에 오소마츠가 작게 혀를 찼다.
기억에 남아있는 토도마츠의 순진무구한 미소를 따라 지으며 오소마츠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나 아니다? 나는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내 쌍둥이 형.”
“…쌍둥이?”
“응. 우리 육쌍둥이야.”
“육쌍둥이?!”
“응. 똑같은 얼굴이 여섯 개! 끝내주지?!”
척! 하고 엄지를 세운 오소마츠가 말하자 파란머리가 혼란에 휩싸인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인상을 구기고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파란머리를 향해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마 오소마츠는 저기 강 위에 있는 다리에 있을걸?”
“오, 오소마츠으으으으으으으으!!!!!”
몰려드는 불량배무리의 공격을 막아내며 카라마츠가 외쳤다.
골목길 입구에 쭈그려 앉아 다가온 길고양이와 놀고 있던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고 “왜에~?” 하고 물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이 보이즈-에게 원한을 산 기억은 없다!!!”
“에에~ 무슨 말 하는 거야~ 오소마츠 형~”
“오, 오소마아아아아츠으으으으으?!!!!!”
사방에서 쏟아지는 발길질과 주먹을 힘겹게 막아내며 카라마츠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노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배를 내밀고 누운 길고양이의 부드러운 배의 감촉을 만끽했다.
불량배무리 중 누군가가 지원을 요청했는지 어느새 카라마츠에게 달려들고 있는 인원수가 늘어났다.
용케 버티고 있는 카라마츠지만 몸 여기저기 타박상이 눈에 보였다.
‘아, 이건 위험하네.’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켜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팡팡 털어냈다.
착실히 한 명씩 불량배들을 때려 눕히고 있는 카라마츠에게 가세한 오소마츠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막고 다리를 들어 불량배의 배를 찼다.
“오소마츠.”
“응?”
땅에 쓰러진 불량배들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고 휙- 빈 지갑을 던지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부름에 답했다.
카라마츠가 “후-“ 하고 숨을 내쉬며 입술이 터져 피가 묻은 입가를 닦았다.
카라마츠의 (자칭)퍼펙트 패션은 이미 먼지와 발자국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타박상을 입은 카라마츠에 비해 너무나 멀쩡한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눈을 깜빡이며 침묵하고 있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다가갔다.
“우겟!!!!”
태연한 얼굴로 다가오는 오소마츠의 정수리에 꽝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먹인 카라마츠가 씩씩대며 몸을 돌려 집을 향했다.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카라마츠의 주먹을 맞은 오소마츠가 땅에 쓰러져 “아야야야야~” 하고 신음했다.
3.
“으음~”
곤란한 표정으로 오소마츠가 주방 찬장을 뒤적거렸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 다른 동생들은 이미 꿈나라에 빠진 지 오래이고, 부모님은 옛날 옛적에 잠자리에 들었다.
주방 입구에 서서 이번엔 싱크대 아래까지 살펴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쥬시마츠가 불렀다.
“오소마츠 형아~?”
“우응~ 미안, 쥬시마츠. 라면 없다.”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살 찬장의 문을 닫으며 오소마츠가 말하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쥬시마츠의 배가 ‘꼬르륵~’ 하고 울렸다.
눈썹을 기울이고 배를 붙잡은 쥬시마츠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잔뜩 풀이 죽은 쥬시마츠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몸을 돌려 밥솥을 열었다.
웬일로 남아있는 밥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밝아졌다. 쥬시마츠를 향해 엄지를 든 오소마츠가 힘차게 말했다.
“쥬시마츠!! 이 횽아가 볶음밥 해줄게!!”
“…!! 아이아이!!!”
금새 밝아진 얼굴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쥬시마츠가 팔을 흔들었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를 향해 씩 웃어주곤 엄마의 빨간 앞치마를 둘렀다.
자다 일어난 탓에 잠옷바람으로 내려와 혹여 옷을 버릴까 걱정이 되어 했지만 오소마츠 자신의 상징색인 붉은 앞치마는 무섭도록 오소마츠에게 잘 어울렸다.
새색시 같은 모습에 쥬시마츠가 눈을 빛내며 식탁에 앉아 오소마츠가 요리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오소마츠의 손짓 하나라도 놓칠 새라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쥬시마츠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오소마츠가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꺼냈다.
오랜만에 요리실력을 뽐낼 생각에 들뜬 오소마츠가 냉장고에서 계란과 완두콩과 당근을 꺼내고, 계란을 깨어 큰 그릇에 담았다.
단련된 감으로 소금간을 맞추고 밥과 날계란과 참기름을 섞은 후, 잠시 재워두고 당근을 작게 다졌다.
작게 다진 당근을 달궈놓은 프라이팬에 먼저 살짝 데치고, 계란과 섞어놓은 밥을 올렸다.
치이익- 하고 계란이 익는 소리가 들리며 고소한 냄새가 주방 가득 퍼졌다.
프라이팬을 흔들어가며 밥을 두루 펴준 후, 완두콩을 넣고 본격적으로 밥을 볶았다.
15분 후, 먹음직스럽게 볶아진 밥을 보기 좋게 큰 접시에 담아 쥬시마츠 앞에 내밀었다.
형광등에 반짝이며 맛깔나게 볶아진 노란 볶음밥을 보는 쥬시마츠의 눈이 평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빛났다.
“와아~!!” 하고 눈 앞에 놓여진 별미에 감탄하는 쥬시마츠의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것을 본 오소마츠가 겸연쩍게 웃었다.
“자, 식기 전에 먹자!!”
“아이아이!!!! 잘 먹겠습니다!!!”
크게 한 숟가락 밥을 떠 입에 넣은 쥬시마츠가 “으음~~~~♡” 하고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우물우물 씹으면서도 감탄사를 멈추지 않는 쥬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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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굶주린 배를 붙잡고 오소마츠가 이불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늦게까지 파칭코에 남아있었던 탓에 저녁식사 때를 놓치고 말았다.
대충 편의점에서 산 빵 하나로 저녁을 대신했지만 한창 때의 성인 남성에게 빵 하나는 절대로 부족했기에, 오소마츠는 모두 잠든 한밤 중에 홀로 잠들지 못하고 눈을 뜨고 말았다.
꼬르륵-하고 우렁차게 울리는 배를 슬슬 쓰다듬으며 계단을 내려 주방으로 향했다.
‘뭔가 먹을 거 없나?’ 하고 찬장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오소마츠의 어깨를 두드려 놀란 오소마츠가 “우왁!!”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싱크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미, 미안하다. 오소마츠.”
“으~~ 아파라~~, 갑자기 뭐야! 카라마츠!!”
“아니, 나도 배가 고파서.”
“어? 너도?”
의아한 얼굴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올려다보니 카라마츠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카라마츠의 말에 의하면 오늘 나온 반찬이 쥬시마츠가 좋아하는 것이었기에 양보하고나니 자신의 몫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공복을 느끼며 눈을 뜨니 오소마츠가 없었다.
1층으로 내려오니 주방에 불이 켜져 있어 오소마츠를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소마츠가 얼굴을 구겼다.
“뭐야~ 너도 배가 고팠으면 말을 하라고~ 횽아 놀라서 애 떨어질 뻔했다!!”
“…애가 있는 건가?”
카라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배를 바라보았다.
최근 방 안에서만 뒹굴뒹굴한 탓인지 조금 붙은 살에 볼록해진 배를 감추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있을 리 없지?!!!”
화난 얼굴로 말하고는 다시 몸을 돌려 찬장을 살펴본 오소마츠가 “파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릇 밖에 없는 찬장엔 얼마 전 오소마츠가 사 놓은 컵라면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먹은 거야, 내 컵라면…’
쯧- 하고 혀를 찬 오소마츠가 작은 희망을 품고 밥솥을 열었지만 텅텅 빈 검은 밥솥 바닥이 오소마츠를 맞이했다.
무표정으로 밥솥은 닫은 오소마츠가 냉장고 옆 서랍장을 열었다. 마침 소면이 눈에 들어와 오소마츠가 밝은 얼굴로 소면 봉지를 꺼냈다.
장식장 한편엔 소스까지 있어 따로 찾을 수고를 덜었다는 생각에 오소마츠가 한껏 들뜬 기분으로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으~”
“뭔가, 형님?”
“소면 발견!”
“오! 그레이트다!”
“자!”
“?”
오소마츠가 내민 소면 봉지를 받아 든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카라마츠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를 따라 고개를 갸웃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카라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님?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건가?”
“어? 소면 삶아야지?”
“…그건 알겠는데, 왜 이걸 나한테?”
“…응? 너가 해야지?”
“…? 나는 내가 한다고 한마디도..”
“하아!? 그럼 이 횽아를 시켜먹으려는 거야? 우와~ 무섭네, 이 동생! 하극상?! 하극상 일으키는 거야?!!”
호들갑을 떨며 “무셔~ 내 동생 무셔~” 하고 외치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카라마츠의 무반응에 무안해졌는지 오소마츠가 냄비를 가리키며 “자, 빨리!” 하고 재촉했다.
여전히 어이없다는 얼굴을 지우지 않은 채, 카라마츠가 마지 못해 냄비에 물을 떠 가스렌지를 켰다.
이윽고 물이 끓자, 카라마츠가 2인분의 소면을 집어 넣었다.
약 3분 후, 소면이 다 익은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바로 찬물로 소면을 옮겨 헹구고, 1인분씩 그릇에 담아 소스를 부었다.
빠른 시간에 완성된 소면에 만족해 하면서 카라마츠가 그릇을 오소마츠가 기다리고 있는 식탁으로 옮겼다.
“우응~~~ 맛있어~~”
후르륵-하고 순식간에 그릇을 비운 오소마츠가 만족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비슷한 속도로 그릇을 비운 카라마츠가 빈 그릇을 오소마츠에게 내밀었다.
“응?”
카라마츠가 내민 그릇을 빤히 쳐다보며 오소마츠가 묻자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님, 소면은 내가 삶았으니 설거지는 형님이..”
“아! 졸리다!!”
카라마츠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기지개를 펴며 외쳤다.
재빨리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주방을 나가면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외쳤다.
“카라마츠으~ 설거지 잘 부탁해~~ 장남 명령~!”
자기 할 말만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버린 오소마츠를 저주하며 카라마츠가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물을 틀었다.
4.
“이야~ 역시 공짜 술은 맛나~!!!”
맥주잔을 탕 소리가 나도록 상에 내려놓은 오소마츠가 웃으며 외쳤다.
국자를 들고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서 있던 치비타가 “누가 공짜 술이랬냐!? 이 자식아!!” 하고 외치며 국자를 멋지게 휘둘러 오소마츠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겍!” 하는 단발마와 함께 오소마츠가 상에 쓰러졌다.
새벽까지 달린 술자리는 치비타가 잠들고서야 막을 내렸다.
콧방울을 만들며 곤히 잠든 치비타를 확인한 오소마츠가 동생들의 어깨를 흔들어 일으켰다.
모두 술에 취해 느긋-이 일어나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갔지만, 술이 약한 쵸로마츠만이 여전히 상에 엎드려 졸고 있었다.
쵸로마츠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푹- 내쉰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팔을 어깨에 두르고 일으켰다.
“으~~”
“어이~ 쵸로마츠~ 정신 차려~ 안 그럼 두고 간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자 얼굴을 찌푸리고 신음하는 쵸로마츠를 향해 장난스럽게 말하자 쵸로마츠가 눈을 번쩍 뜨고 오소마츠를 마주 보았다.
갑자기 마주친 눈에 오소마츠가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아아?!! 이렇게 취한 동생을 두고 간다니! 쓰레기 중에 쓰레기네!! 이 망할 장남!!! 똥꼬털 태워버린다아?!!”
팔다리를 휘적이며 외치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쵸로마츠의 불평불만에 “네, 네~” 하고 적당히 맞장구치며 앞서 걸어가는 동생들을 뒤따랐다.
집에 도착하자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는 쵸로마츠를 보고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오소마츠가 2층에 올라가자 이미 이불을 깔고 잠(sleep) 모드에 들어간 동생들은 손 하나 까딱이지 않고 누워있었다.
술 냄새 나는 붉은 후드를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잠옷을 들고 1층으로 내려왔다.
화장실 안에 들어간 쵸로마츠가 속을 게워내는 소리가 복도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 10분쯤,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쵸로마츠의 손을 잡고 욕실로 이끌었다.
힘 없이 축 늘어진 쵸로마츠를 대신해 옷을 벗기고 욕실에 밀어 넣은 뒤, 칫솔에 치약을 짜 쵸로마츠의 입에 물렸다.
반자동적으로 양치질을 하는 쵸로마츠의 몸에 대충 물을 뿌리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낸 뒤, 잠옷을 입혔다.
양치질을 마친 쵸로마츠를 엎다시피 끌고 계단을 올라 이불에 눕히고 나자 오소마츠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래서야 잠옷으로 갈아입은 보람이 없네-‘
축축한 등을 만지며 한숨 쉬고 다시 옷장을 열었다.
갈아입을 옷이 없나 찾아보았지만, 오소마츠의 붉은 후드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동생들의 후드는 여분이 남아있어 오소마츠는 적당히 손에 집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이불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오소마츠가 빌린 후드는 쵸로마츠의 것이었다.
오소마츠의 옆에 누워있던 쵸로마츠가 “남친 셔츠냐아아아아!!!!” 하고 머리를 붙잡고 무릎 꿇고 외치고 있는 것을 무시한 채, 오소마츠가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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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아~ 역시 일본주는 좋네!”
울상으로 빈 지갑을 털고 있는 토도마츠의 옆에서 오소마츠가 상을 탕탕 치며 외쳤다.
빈 지갑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비롯한 형제들에게 억울하단 얼굴로 외쳤다.
“그러니까!! 나는 파칭코에서 딴 게 다라고~!!!!”
“시끄럽네- 톳티. 따면 땄다고 바로바로 형님들께 진상해야지~”
쵸로마츠가 작은 일본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토도마츠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의 옷차림은 제복으로 오랜만에 출동한 파칭코 경찰의 모습이었다.
눈을 빛내며 화를 삭히고 있는 토도마츠를 향해 이치마츠도 “막내가 나대는 거 아냐~” 하고 마무리를 날리자 토도마츠가 그대로 상에 엎드려 신음했다.
파칭코에서 번 토도마츠의 돈은 그대로 오늘 술자리로 사라질 예정이었다.
머리를 붙잡고 억울해하는 토도마츠를 카라마츠가 불쌍하단 눈빛으로 바라보며 술잔에 술을 채웠다.
“자! 가자!”
토도마츠를 제외하고 모두 기분 좋게 취해서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다들 붉게 물든 얼굴에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어, 오소마츠는 무심결에 ‘풋-!’ 하고 뿜었다.
오소마츠의 웃음은 안중에도 없는지 동생들은 귀소본능에 몸을 맡기고 어슬렁거리며 술집을 나섰다.
오소마츠도 토도마츠의 돈으로 계산을 마치고 술집을 나서려는 찰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형.”
“응~?”
“카라마츠 형은?”
먼저 술집 앞에 나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기다리고 있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뒤따라 나오지 않는 카라마츠를 행방을 물었다.
오소마츠가 고개만 돌려 술집 안을 훑어보자 카라마츠는 여전히 상에 턱을 괴고 앉아 졸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를 쳐다본 오소마츠가 씩 웃더니 토도마츠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말했다.
“알아서 찾아 오겠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토도마츠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 걸어가는 오소마츠에게 이끌려가면서 토도마츠가 혀를 쯧쯧하고 찼다.
“진짜, 오소마츠 형은 쓰레기라니까.”
“네~ 네~, 쓰레기임돠~ 쓰레기인데 뭔가 불만이라도오~”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오소마츠를 뒤따라 걸어가며 토도마츠가 “별로 불만은 없어~” 하고 말하며 웃었다.
5.
선혈이 바닥에 낭자하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절단된 하체가 꿈틀거렸다.
입 주변에 붉은 핏물을 뚝뚝 흘리며 황홀한 미소를 지은 괴수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꺄아아아아아!!!”
여자애 같은 비명소리를 지르며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등 뒤에 숨었다.
눈만 빼꼼 내밀고,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화면 가득 펼쳐진 학살극에 토도마츠가 몸을 떨었다.
오소마츠의 후드를 주먹 가득 움켜쥐고 덜덜 떨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토도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웃었다.
‘그렇게 무서우면 안 보면 될 것을…’
턱을 괴고 심드렁한 얼굴로 화면을 보고 있는 오소마츠가 생각했다.
매주 금요일, 이치마츠가 DVD 대여점에 들려 빌려오는 영화들로 형제들끼리 작은 상영회를 여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치마츠의 영화 취향은 한결 같아서 빌려오는 것은 모두 호러 영화, 좀비, 고어 영화였다.
그런 영화가 취향인 이치마츠와 호러 영화를 봐도 멀쩡한 강심장 오소마츠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모두 그런 것들을 질색했다.
하지만 선택권은 항상 이치마츠가 손에 쥐고 있어 울상이 된 얼굴로 호러 영화 마라톤을 거부하지 못한 채 강제 참석해야만 하는 동생들이었다.
이치마츠는 기괴하면서도 묘하게 스토리가 좋은 영화들만 빌려와, 동생들 모두 두려움에 떨면서도 흡입력 강한 영화에 빠져 중도포기를 외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려움에 떠는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카라마츠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는 이치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M 속성인 저 동생은 아무래도 M이 너무 심각해져 한 바퀴 돌아 극강 S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장 3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크레디트)가 올라갔다.
긴 시간 여자의 비명소리에 노출된 탓인지 비명소리가 이명처럼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고옥타브의 비명소리에 징- 하고 울리는 머리를 붙잡고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그때까지 오소마츠의 옷을 붙잡고 있던 토도마츠가 “힛!” 하고 몸을 움찔거리며 눈물 맺힌 눈으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 오소마츠 형. 어디 가려고…?”
“어? 이제 자러 올라가야지?”
“…아…우…”
오소마츠의 말에 동생들이 모두 고개를 푹 숙였다. 여기 저기서 푹푹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고는 동생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을 끄고 있었던 거실의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순식간에 환해진 방 안에 모두 눈을 찌푸렸다. 이치마츠가 DVD를 모두 정리하고 나자 오소마츠가 먼저 방을 나섰다.
아직도 오소마츠의 옷을 붙잡은 토도마츠가 천천히 오소마츠를 따라 복도로 나섰고, 그 뒤를 따라 동생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2층으로 향했다.
“오, 오소마츠 형.”
기분 좋게 무거운 눈꺼풀을 감자마자 옆에서 들려오는 막내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니 겁에 질린 토도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손 잡아주면 안 될까?”
잔뜩 불안에 떠는 눈빛으로 애처롭게 바라보는 토도마츠를 보며 피식 웃은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손을 마주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손 저편으로 퍼지며 토도마츠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고마워.”
“천만에~"
작게 속삭인 후, 눈을 감고 금새 새근새근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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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지도 않네.’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전기톱을 든 괴한에게 쫓기고 있는 TV 화면을 보며 오소마츠가 멍하니 생각했다.
한결 같은 이치마츠의 영화 선택에 오늘도 영화를 빌려온 당사자 이치마츠와 오소마츠를 제외한 동생들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쵸로마츠의 뒤에 숨었고, 쥬시마츠는 담요를 뒤집어 쓰고 이치마츠에게 딱 붙어 있었다.
자신의 옆에 앉은 카라마츠의 얼굴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작게 미소 지었다.
항상 멋있어 보이기 위해 힘을 주고 있던 눈썹에 더욱 더 힘이 들어가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카라마츠의 한심한 얼굴에 오소마츠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슬슬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앉은 채, 엉덩이로 움직여 카라마츠의 뒤로 간 오소마츠가 괴한이 여성을 덮치는 순간에 맞추어 카라마츠의 어깨를 콱 붙잡으며 귓가에 외쳤다.
“왁!!!”
“으아아아아아!!!!”
“““꺄아아아!!”””
우렁차게 울리는 카라마츠의 비명에 토도마츠를 비롯한 세 명의 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1m는 족히 뛰어넘으며 몸을 벌떡 일으킨 카라마츠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겁 먹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카라마츠의 반응에 오소마츠가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몸을 구르며 박장대소하는 오소마츠를 울상이 된 얼굴로 노려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용서 없이 오소마츠의 머리를 쾅!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카라마츠의 비명에 놀란 동생들은 카라마츠를 말리지 않고 가만히 오소마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앗, 파!!!!! 왜 때려!!!!”
“당연한 걸 물어보지 마!!!”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노려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카라마츠와 동생들의 노성뿐이었다.
커다랗게 혹이 난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볼을 부풀리고 “장난이잖아, 이런거-“ 라고 말하자, 문답무용으로 카라마츠의 주먹이 한 방 더 날아왔다.
“오소마츠.”
“응아?”
막 잠이 들려는 참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오늘도 오소마츠의 손을 붙잡은 채 잠든 토도마츠 너머에서 카라마츠가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만 형님 옆에서 자도 되겠나?”
“토도마츠가 내 손 잡고 있어서 무리야.”
불쌍한 얼굴로 요청하는 카라마츠를 싸늘히 끊어낸 오소마츠가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 그럼 쵸로마츠와 바꾸면?”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와 오소마츠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그건 쵸로마츠한테 물어봐~”
“쵸, 쵸로마츳!!”
“…시끄럽네. 뭐야?”
얼굴을 팍 구기고 쵸로마츠가 대답했다. 자신의 부름에 답한 쵸로마츠에게 눈을 빛내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오늘만 자리를 바꿔주지 않겠나?”
“…싫어. 무서우면 이치마츠한테 손 잡아달라고 해.”
쵸로마츠가 매서운 눈매로 카라마츠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말하곤, 보란 듯이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실상은 쵸로마츠도 오늘 본 영화 때문에 무서웠던 것이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카라마츠는 그저 울상이 된 얼굴로 조용히 자기 자리에 누울 뿐이었다.
“카라마츠, 그거 알아?”
“…헤?”
카라마츠가 몸을 누이자마자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보며 말했다.
형제들을 괴롭힐 때만 나오는 그 특유의 표정으로 이치마츠가 “히히히.” 하고 웃었다.
“잘- 보면, 이불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도? 아.기.귀.신이”
“히익..!!!”
눈을 부라리며 말하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등지고 돌아 누웠다.
두려움에 떨리는 눈으로 이불을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떨리는 손으로 이불 밑을 확인하려 했다.
이불을 잡기는 성공했으나, 도저히 들어올릴 용기가 나지 않은 카라마츠는 두 손을 꼬옥 모으고 난생 처음으로 신께 기도하며 두 눈을 감았다.
6.
이처럼 카라마츠만큼은 다른 동생들과 다른 대우를 하는 오소마츠였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과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오소마츠뿐만은 아니였다. 카라마츠 역시 오소마츠만큼은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카라마츠의 경우
1.
마츠노가의 육쌍둥이 중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는 명실상부한 브라콤이다.
자기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나르시스트인 그도 동생들의 부탁은 자신의 일을 미루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들어주는 동생 바보이다.
하지만 그런 카라마츠가 예외로 쌀쌀맞게 대하는 형제가 있으니, 바로 마츠노가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이다.
2.
해가 가장 하늘 높이 떠있는 정오. 한가롭게 백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마츠노가의 육쌍둥이는 여전히 이불 속에 자리하고 있다.
정오가 지나고 해님이 서서히 서쪽으로 가라앉을 무렵에서야 육쌍둥이는 하나 둘씩 눈을 뜨고 이불에서 나오기 시작 했다.
보통 제일 먼저 일어난 것은 육쌍둥이 중 상식인을 자칭하는 쵸로마츠였다.
매일매일 그 순서는 달랐지만, 대체로 쵸로마츠를 따라서 카라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이치마츠가 눈을 뜨고 일어났다.
육쌍둥이의 리더 오소마츠는 항상 가장 늦게 일어나는 잠꾸러기였다.
오늘도 가장 먼저 일어난 쵸로마츠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눈을 뜬 카라마츠가 웃는 얼굴로 쵸로마츠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굿 모닝이다! 브라더-“
“아, 좋은 아침…아니 벌써 점심 때 지났지만?!”
여지없이 태클을 거는 쵸로마츠가 녹색 체크남방의 버튼을 목까지 잠그고 방을 나서며, “동생들 좀 깨워줘.” 하고 카라마츠에게 부탁했다.
“오케이다!” 하고 카라마츠가 윙크를 하며 대답하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한숨을 쉰 쵸로마츠가 계단을 내려갔다.
카라마츠는 이불에서 몸을 일으켜 푸른 후드로 갈아입고 제일 끝에 위치한 동생들을 먼저 흔들어 깨웠다.
“좋은 아..7~ 6~ 3의 겟츄우!!!!!”
다리를 치켜드는가 싶더니, 발을 박차는 반동으로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 쥬시마츠가 인사하자 카라마츠가 미소로 화답했다.
쥬시마츠가 완전히 일어난 것을 확인한 후,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흔들었다.
“꺼져, 개똥마츠.”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눈 앞에 카라마츠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며 이치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츠의 주먹은 카라마츠가 피할 새도 없이 얼굴에 직격했다.
빨개져 얼얼한 코를 쓰다듬으며 카라마츠가 “조, 좋은 아침이다. 이치마츠.” 하고 인사했다.
“…은 아침.”
들릴락 말락한 작은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인사하곤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카라마츠는 바로 다음 타겟의 어깨를 흔들었다.
“토도마츠, 아침이다.”
흔들리는 와중에 간신히 실눈을 뜬 막내가 카라마츠를 보곤 “좋은 아침~ 카라마츠 형아-“ 하고 아직도 졸음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쁘게 웃으며 “아아, 좋은 아침이다.” 하고 카라마츠가 대답하자 토도마츠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딱히 카라마츠가 챙겨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척척 해내는 막내는 카라마츠가 말하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향했다.
슬슬 점심상이 다 차려졌을 무렵이라는 생각에 카라마츠가 아직 이불 속에 남아서 꿈틀대고 있는 형제를 바라보았다.
동생들을 깨울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푹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소마츠, 아침이다. 어서 일어나.”
“…우응~~”
지렁이마냥 뭉그적거리며 말을 흘리는 오소마츠가 베개에 깊게 얼굴을 묻었다.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짝! 소리가 나도록 오소마츠의 등을 때렸다.
“아파!!”
베개에서 얼굴을 들고 노려보는 오소마츠를 한심하단 얼굴로 내려다보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얼른 일어나. 오소마츠. 브라더-들은 모두 일어났다고.”
“우~ 난 좀 더 잘래.”
“안 된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당기려는 오소마츠를 제지하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서로 이불 끝을 잡고 줄다리기를 하며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서로 노려보았다.
솟구치는 짜증을 감추지 않고 “아, 왜?!” 하고 오소마츠가 외치자, 카라마츠가 지극히 당연하단 얼굴로 “모두 모이지 않으면, 마미-가 점심상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라고 대응했다.
“쯧-“ 하고 혀를 찬 오소마츠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잠버릇이 심한 탓에 엉망이 된 오소마츠의 뒷머리를 보며 카라마츠가 “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하고 중얼거렸다.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키자 따라서 일어난 카라마츠가 방을 나서며 “이불도 제대로 접어 놓고 내려와.” 하고 말했다.
“네~ 네~” 하고 오소마츠가 성의 없이 대답하며 옷을 갈아입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1층 거실로 향했다.
3.
“다녀왔다, 브라더-“
드르륵 현관문을 열며 외친 카라마츠의 말은 공허하게 집 안 복도에 울렸다. 아무도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현관에 놓인 초록색의 신발에 조금 슬퍼진 카라마츠였다.
불이 켜진 거실문을 열고 다시 “다녀왔다, 브라더-“ 하고 말하자,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려 “아, 어서와.” 하고 맞이했다.
귀여운 동생의 대답에 기쁘게 웃으며 거실에 들어가자 쵸로마츠의 앞에 놓인 게임기가 눈에 들어왔다.
“쵸로마츠, 그건?”
“아, 벽장 청소하다가 발견했어. 오랜만이라 그리워져서.”
쵸로마츠의 발치에 놓인 것은 어릴 적 다 함께 했던 게임기였다.
게임팩을 꽂아서 사용하는 그것은 이제는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추억의 물건이었다.
끙끙대며 TV와 게임기를 연결하는 쵸로마츠 곁에 다가가 앉으니 연결을 마친 쵸로마츠가 “자.” 하고 게임패드를 내밀었다.
“에?”
“오랜만에 같이 하자.”
쵸로마츠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카라마츠가 기쁘게 웃으며 “오!” 하고 대답했다.
오랜만에 보는 쵸로마츠의 미소와 형인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카라마츠는 너무나 기뻤다.
바닥에 널린 게임팩 중 쵸로마츠가 고른 것은 격투 게임이었다.
각자 캐릭터를 골라 대전을 시작하는 것으로 어릴 적 자주했던 게임이었다. 신중하게 캐릭터를 고르며 쵸로마츠가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거 오소마츠 형이 제일 강했지.”
“아,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카라마츠가 수긍했다. 육쌍둥이의 리더 오소마츠는 무엇이든 자신이 최고여야 된다는 유치한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도, 게임도, 싸움도 다 자신이 제일이 되어야 했다. 어째서인지 공부는 예외로 쳤지만…
격투 게임도 처음엔 오소마츠보다 카라마츠나 이치마츠가 강했지만, 동네 오락실에서 고수들과 훈련을 거치고 결국엔 육쌍둥이 중 제일 격투 게임을 잘하게 되었다.
육쌍둥이의 장남이니까 뭐든 자기가 최고여야 한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바보 같은 논리인지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 카라마츠였다.
카라마츠가 추억에 잠기는 동안, 게임은 시작되었다.
이미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콤보기가 떠올라 익숙하게 손가락을 놀리는 카라마츠와 달리 애초에 격투 게임에 강하지 않았던 쵸로마츠는 버벅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과는 당연히 카라마츠의 승리였다. 못마땅하단 얼굴로 쵸로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한 판 더.” 라고 외쳤다.
벌써 몇 번째 판인지 세는 것도 잊어버린 카라마츠가 곤란한 얼굴로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쵸로마츠가 이긴 판은 0.
이젠 오기가 생겼는지 계속해서 ‘한 판 더.’를 외치는 쵸로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진땀을 흘렸다.
쵸로마츠가 이길 수 있도록 콤보기도 사용하고 있지 않건만 체력바가 줄어드는 것은 쵸로마츠였다.
다시 화면 가득 2P WIN! 이라고 뜬 글자를 쵸로마츠가 노려보았다. 슬슬 기어 나오는 쵸로마츠의 어두운 기운에 당황한 카라마츠가 말했다.
“쵸, 쵸로마츠. 이제 그만하지 않겠나?”
“아니, 한 판 더해.”
카라마츠의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쵸로마츠가 다시 시작버튼을 눌렀다.
카라마츠는 난감한 얼굴로 다시 패드를 잡았다.
이번엔 진짜로 적당히 하지 않으면 저녁식사 때까지 게임만 하고 있을 판이었다.
봐주고 있다는 것을 쵸로마츠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적당히 버튼을 누르며 쵸로마츠의 눈치를 살폈다.
마침내 1P WIN! 라는 글자가 떠오르자 쵸로마츠가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드디어!!!!”
“추, 축하한다, 쵸로마츠.”
“됐어. 무지막지하게 이겨놓고!!”
사백안이 된 얼굴로 노려보는 쵸로마츠에게 뭐라 반박도 하지 못하고 카라마츠가 몸을 움츠리며 “미, 미안.” 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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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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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게 왜 나와있어?”
저녁식사 시간이 되고 모두 거실에 모여있을 때, 제일 늦게 들어온 오소마츠가 TV 앞에 놓인 게임기를 보며 말했다.
구인잡지를 보고 있던 쵸로마츠가 “벽장 청소하다 나와서, 꺼내봤어.”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후응~” 하고 쵸로마츠의 대답을 한 귀로 흘리며, 바닥에 널린 게임팩을 이것 저것 들어서 확인했다.
그러다 게임팩에 꽂혀있는 격투 게임을 본 오소마츠의 눈이 반짝였다.
“카라마츠으~! 이거 나랑 같이 하자!!”
거울을 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말에 인상을 팍 구기고 고개를 저었다.
“싫다, 형님. 이제 곧 저녁식사 시간이고.”
“에에~ 하자~~ 너가 이기면 오늘 나오는 반찬 양보할 테니까.”
“싫다.”
카라마츠의 앞에 앉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졸라댔지만, 카라마츠는 요지부동이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시선은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혼잣말하는 것처럼 말을 흘렸다.
“오늘 반찬 카라아게였지? 아마.”
토도마츠의 말에 카라마츠의 몸이 움찔한 것을 놓치지 않은 오소마츠가 이젠 아예 카라마츠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말했다.
“네가 이기면 내 카라아게 다 줄테니까아~~”
“…한 판 뿐이다.”
“오우!!!”
카라마츠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자 오소마츠가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어릴 적 격투 게임의 고수로 통했던 두 형의 대전에 동생들의 시선이 TV 화면에 집중했다.
“네, 지금 여기는 오소마츠 형과 개똥마츠의 대전 현장입니다. 저는 캐스터 이치마츠입니다. 그리고…”
“네! 해설인 쥬시마츠임다!!!”
존재하지 않는 마이크를 쥐고 있는 손을 들어올리고 이치마츠가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언제나 푹 가라앉아있던 이치마츠의 목소리는 다소 들떠 있었다.
“네, 대결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서로 간을 보고 있군요.”
이치마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쥬시마츠가 진지한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서로 견제 중입니다. 역시 고수들 경기에선 신경전이 빠질 수 없죠!”
“앗! 오소마츠 형이 바로 돌진합니다!”
“옷, 잡기 기술을 시도하네요! 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카라마츠 형입니다. 오소마츠 형의 기술을 막은 후, 반격기를 던집니다!”
“오소마츠 형이 방심한 걸까요, 반격기를 그대로 맞고 체력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반면에 카라마츠 형의 체력은 만땅!! 이거 어쩌면 오소마츠 형의 패배로..”
“아! 말씀 드린 순간 오소마츠 형이 콤보를 사용했습니다! 점프로 개똥마츠의 뒤로 이동해 바로 콤보를 날리는 군요! 개똥마츠 피하지 못하고 콤보를 전부 맞습니다!! 쌤통이다!!”
“카라마츠 형의 체력이 1/3만 남았습니다. 저 정도면 큰 기술 한방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네요!”
“개똥마츠가 초조하게 발기술을 날리지만 오소마츠 형 단단히 방어하고 있습니다.”
“오소마츠 형이 공격하려고 방어를 푼 순간! 카라마츠 형이 공격을 넣습니다! 오소마츠 형아의 체력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 개똥마츠의 승리로 끝나나요~.”
“아직 대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뭐든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게 야구!!!”
“쥬시마츠, 이거 야구 아니야.”
“아, 아아~! 끝가지 가봐야 아는 게 대전!! 오소마츠 형, 계속 소극적으로 방어만 하고 있습니다.”
“개똥마츠, 마무리를 위해 필살기를 날립니다!! 아, 하지만!! 오소마츠 형이 멋지게 필살기를 캔슬시키고 바로 자신의 필살기를 날립니다! 개똥마츠 완전히 박살나네요!! 체력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1P WIN!!!!! 오소마츠 형아의 승리!!!!!”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두 팔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와중에 카라마츠가 울상이 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오소마츠는 벌떡 일어나 방방 뛰며 자신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건만, 역시 이길 수 없는 오소마츠라는 벽에 카라마츠가 절망했다.
4.
달그락 거리며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상 위에 놓인 반찬들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수북이 반찬이 쌓여있던 접시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츠노가 육쌍둥이의 식사량은 일반인이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 났다.
젊은 여섯 명의 사내가 먹는 양은 당연히 보통을 넘어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대식가로 뽑히는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있어, 매 식사 때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반찬이 올라왔다.
가계의 경제적 사정 상, 다양한 반찬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육쌍둥이를 양육하며 단련된 어머니 마츠요는 싸고 양 많은 반찬으로 상을 차렸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 경제적 사정이 넉넉한 날은 고기 요리가 올라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로, 상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돈까스가 올라와 있었다.
누구한테 뺏길세라 부랴부랴 자신 몫의 돈까스를 챙긴 육쌍둥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흘러나오는 돈까스에 감탄사를 멈추지 않으며 행복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특히 대식가인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다른 형제보다 많은 돈까스를 차지하고 열심히 밥을 입 속으로 옮기고 있었다.
순식간에 상에 놓인 돈까스는 사라지고 모두 만복감에 배를 두드리고 있을 때, 마츠요가 돈까스 하나가 담긴 그릇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백수들아~, 엄마는 이제 배가 불러서 도저히 못 먹겠으니까 너희가 처리하렴~”
상의 정중앙에 놓인 돈까스를 모두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먹고 싶다는 눈빛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모두 서로 눈치만 볼 뿐 먼저 먹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아~ 난 배불러서 못 먹겠다~.”
오소마츠가 먼저 말을 꺼내자 그 뒤를 따라서 소식가인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나도.”””하고 입을 모았다.
네 형제의 리타이어 선언에 남은 쥬시마츠와 카라마츠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쥬시마츠와 눈이 마주친 카라마츠가 싱긋 웃으며 그릇을 쥬시마츠 쪽으로 밀었다.
“나도 배가 부르니, 돈까스는 쥬시마츠가 먹는게 좋겠군.”
“…아이아이!!! 감삼다!! 카라마츠 형아!”
환하게 웃으며 쥬시마츠가 맛있게 돈까스를 먹는 모습을 카라마츠가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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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이다, 백수들아.”
동생들은 모두 외출하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단 둘이 남아있는 방 안. 방 문을 열고 들어온 마츠요가 배가 가득한 접시를 들고 말했다.
거울을 보고 있던 카라마츠도, 만화책을 읽던 오소마츠도 ‘배’라는 말에 눈을 빛내며 마츠요를 쳐다보았다.
자애로운 어머니의 미소로 접시를 내려놓으며 “맛있게 먹으렴~”하고 말을 마친 마츠요가 1층으로 내려갔다.
눈깜짝할 사이에 접시 옆에 앉은 두 사람이 접시에 산처럼 쌓아 올려진 배를 손으로 집어 입에 가져갔다.
한창 맛있게 배를 음미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뚫어지게 배를 쳐다보고 있는 카라마츠를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왜 그래?”
오소마츠의 물음에 카라마츠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아니, 잠시 안 좋은 기억이.”
‘배’에 정신이 팔려 자신이 납치된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동생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카라마츠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카라마츠가 한 말의 의도를 눈치챈 오소마츠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카라마츠 손에 들린 배를 뺏어 들고 말했다.
“그럼~ 배에 안 좋은 추억이 있는 카라마츠 군은 이 횽아한테 양보하는 거지~?”
씩 웃으며 카라마츠에게서 뺏을 배를 입에 넣은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황당하단 얼굴로 말했다.
“…하? 아니, 나도 먹을 거다. 오소마츠.”
“아니, 이럴 땐 양보하자? 동.생.씨?”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는 오소마츠를 쏘아보며 카라마츠가 무표정으로 배를 집어 들어 입에 가득 넣었다.
이에 질세라 오소마츠도 배를 몇 개씩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볼을 가득 부풀리고도 두 사람은 서로 노려보며 배를 입 안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접시 가득 올라가있던 배는 자취를 감추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배를 너무 많이 먹어 더부룩해진 배를 붙잡았다.
‘꾸르륵-‘ 하고 울리는 배를 감싸 안고 괴로워하면서도 양보라는 것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후, 너무 배를 많이 먹어 저녁식사를 할 수 없게 된 두 사람은 여지없이 마츠요에게 꾸중을 듣고 말았다.
5.
꽈당! 소리와 함께 복도가 울렸다. 지붕 위에서 기타를 치고 있던 카라마츠가 놀라 성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자 계단 아래에 토도마츠가 발목을 붙잡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토, 토도마츠?! 괜찮은가?”
“아, 아우우우우~ 카라마츠 형~~”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커다란 눈으로 카라마츠를 올려다 본 토도마츠가 “발목 접질렸어~~” 하고 칭얼거렸다.
동생의 부상에 바로 계단을 내려간 카라마츠가 토도마츠를 안아 올렸다.
갑자기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어올려진 토도마츠가 “우왓!” 하고 놀랬다.
토도마츠를 안은 채, 거실로 들어간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토도마츠를 바닥에 앉히고 서랍장에서 약상자를 꺼냈다.
상자 한 구석에서 압박붕대를 꺼내고 주방으로 들어가 비닐봉지에 얼음을 담아 거실로 돌아왔다.
다행히 골절되지 않은 것 같아 토도마츠에게 어디가 아픈지 확인한 후, 얼음찜질을 했다.
어느 정도 붓기가 가라앉자 냉파스를 붙이고 조심스럽게 붕대를 감았다. 가만히 앉아서 카라마츠의 치료를 받은 토도마츠가 감탄하며 작게 내뱉었다.
“카라마츠 형, 뭔가 익숙하네.”
“아아, 오소마츠나 쵸로마츠가 다쳤을 때 치료해 줬었으니까.”
육쌍둥이 중 악동으로 손꼽히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밖에 나가 놀다가 다쳐서 돌아오는 빈도가 다른 형제들보다 높았다.
어릴 적엔 마츠요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그 둘을 치료해줬다면 철이 들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카라마츠가 마츠요를 대신해 둘의 상처를 치료해 왔다.
덕분에 골절 이하의 부상이라면 능숙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된 카라마츠였다.
토도마츠에게 당분간은 심한 움직임은 삼가라고 말한 후, 카라마츠는 얼음이 녹아 물로 가득한 봉지를 들고 거실을 나왔다.
주방에 들어가 싱크대에 얼음 녹은 물을 버린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복도로 나오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으로 발길을 돌려 마중을 나간 카라마츠가 현관에 서 있는 이치마츠의 몰골에 놀라 숨을 삼켰다.
“이, 이치마츠… 대체 그 모습은…”
“아, 뭐야 개똥마츠. 있었냐?”
“누구한테 맞은 건가?”
눈을 빛내며 묻는 카라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어이없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어떻게 봐도 고양이한테 할퀸 상처지? 오늘 조금 사나운 녀석을 만나서…”
“아, 그런 건가. 일단 들어와.”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잡고 잡아당기자 당황한 표정의 이치마츠가 “어?” 하고 멍청히 물었다.
이치마츠의 손을 잡고 욕실로 향한 카라마츠가 엄마가 어린아이의 손을 씻겨주듯 이치마츠의 손과 다친 부위를 정성스럽게 씻겨냈다.
부드러운 수건으로 살살 물기를 닦아낸 후, 거실로 이치마츠를 끌고 들어갔다.
아직 거실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고 있던 토도마츠가 이치마츠의 상처를 보고 놀라 “무슨 일이야?” 하고 묻자 이치마츠가 “고양이.” 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토도마츠의 맞은편에 이치마츠를 앉힌 카라마츠가 약상자를 열어 소독약과 반창고를 꺼냈다.
솜을 소독약에 적신 후, 이치마츠에게 “조금 따가울거다.” 하고 주의를 주고 솜을 살살 상처에 두드렸다.
쓰라림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이치마츠는 가만히 있었다. 카라마츠는 소독을 마치고 약을 바른 후,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고 웃었다.
“이제 다 되었다! 앞으로는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구나. 브라더-“
“켁. 개똥마츠한테 설교 듣고 싶지 않네요!”
이치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말하자 카라마츠가 풀 죽은 얼굴로 “그런가..” 하고 대답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약상자를 정리하는 카라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 하고 말하자 카라마츠가 금새 해맑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오우!” 하고 대답했다.
·
·
·
“뜨아아아아아아아!!!”
집 안이 떠내려가라 울리는 오소마츠의 비명소리에 2층 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카라마츠가 놀라 부랴부랴 1층으로 향했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신음소리에 주방으로 향하자, 오소마츠가 벌개진 손을 붙잡고 방방 뛰고 있었다.
엎어진 주전자와 바닥에 떨어진 컵라면을 보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대충 눈치챈 카라마츠가 푹- 한숨을 쉬더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오소마츠의 손목을 잡고 싱크대에 가져대 찬물을 튼 카라마츠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데였으면 빨리 식혀라, 오소마츠.”
“아, 미안. 실수로 손이 미끄러져서…”
“에헤헤.” 하고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를 보며 다시 한숨을 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손목을 놓고 바닥에 떨어진 컵라면을 정리했다.
어느 정도 손을 식힌 오소마츠가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자 카라마츠가 봉지를 건네며 말했다.
“오소마츠, 이 봉지에 얼음 넣어서 얼음 찜질하고 있어라.”
“오-“
봉지를 건네 받은 오소마츠가 냉동실을 열어 얼음을 봉지에 채웠다.
“으- 따가워~” 하고 신음하면서 얼음찜질을 하는 오소마츠를 남겨둔 채, 카라마츠가 거실로 향했다.
거실 서랍장에서 약상자를 꺼내고, 카라마츠를 따라 들어온 오소마츠를 향해 말했다.
“약상자에 화상연고 있으니까 그거 바르고 붕대 감아 놔.”
“옹~”
손을 흔들며 들어온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건넨 약상자를 받아 들었다.
카라마츠의 말대로 연고를 바르고 스스로 붕대를 감는 모습을 지켜본 카라마츠가 담담히 “조심 좀 해.” 하고 말하자 오소마츠가 쑥쓰럽게 웃으며 “우응~” 하고 대답했다.
6.
이처럼 단 하나뿐인 형에겐 다른 동생들과 다른 대우를 하는 카라마츠였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과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비단 카라마츠뿐만은 아니였다.
오소마츠 역시 카라마츠만큼은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직까진 서로에게 쌀쌀맞은 모습만 보여주는 장형마츠입니다만... 후편을 기대해 주세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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