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도 중편에 손을 댔습니다ㅎㅎ.. 벌려 놓은 건 빨리 마무리 해야겠네요.

* 5화의 카라마츠 사변 기반입니다.

* 6화의 하타보의 생일잔치 네타도 들어가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대화는 오소마츠상 한국 더빙판을 참고했습니다.)

* 대체로 카라마츠 시점이지만 '카라마츠 어'는 로그아웃되어 있습니다ㅎ (어려워요.. 카라마츠의 안쓰러운 발언들은...)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 들어가 있습니다. 캐붕도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아직 어두운 시야 가득 들어오는 밝은 빛에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몸 곳곳의 부상도 거의 다 나아, 기분 좋게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다. 발을 감싸고 있는 무거운 깁스를 풀고 나면, 카라마츠의 완전 부활!인 것이다

병원의 의사도 경이로운 회복력이라고 놀랄 만큼, 그 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신체는 거의 다 회복되었다

어렴풋이 마음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소마츠의 마중으로 동생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들은 그 날, 붕대를 한 부위에서 지끈거리던 아픔이 사라졌다.

텅 빈 것 같았던 마음이 차오르다 못해 넘쳐 흘러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입이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자랑스러운 단 하나의 형님, 오소마츠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육쌍둥이의 리더인 오소마츠는 내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가지는 존재였다.

 

카라마츠 형아~! 일어났슴까!!”

, 쥬시마츠!”

파자마를 벗고 파란 후드로 갈아입자 방으로 들어온 쥬시마츠가 다가왔다

하핫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얼굴 가득 피우고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럼 얼른 병원 가요! 오소마츠 형아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슴다!”

쥬시마츠의 말에 아직 이불 속에 누워있는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점심 때가 지나야 겨우 일어나는 오소마츠의 자리가 비어있는 것에 놀라며 쥬시마츠가 이끄는 대로 따라 나갔다.

 

 


, 카라마츠~.”

현관을 열고 나가자 부모님에게서 빌린 차에 기대고 있던 오소마츠가 손을 들었다

맨땅에 디뎌도 통증이 없어 목발 없이 깁스한 발로 걸어가자 오소마츠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얼른 병원 가서 발에 있는 깁스도 풀자.”

씩 웃으며 말하곤 차의 운전석에 들어가는 오소마츠를 향해 말했다.

 

형님. 이젠 전혀 아프지 않다고? 이대로 걸어가도 괜찮을 정도다!”

-. 그래도 혹시 모르고,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말을 마친 오소마츠가 손을 휘적이며 어여 타~” 라고 말하며 운전석에 앉았다

쥬시마츠와 함께 뒷좌석에 앉자, 언제 면허를 땄는지 알 수 없는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차를 출발했다.

 


카라마츠 형아- 부활임까!!!”

! 완전 부활이다!!! , 걱정해줘서 땡스다, 브라더-“

왓세-“

쥬시마츠가 두 팔을 높이 들고 즐거워하며 그 자리에서 퐁퐁 뛰었다

접수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가 완전히 깁스를 푼 내 다리를 보더니 , 때 봐. 얼른 가서 씻어라~ 발 냄새로 사람 죽이겠다~.” 라고 놀리며 코를 막는 시늉을 해 머리를 한 대 때리는 것으로 갚아주었다.

 

 


병원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오소마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 현관 앞에 이치마츠가 서 있었다.

 

이치마츠? 무슨 일이지?”

가만히 현관에 서 있는 이치마츠에게 다가가 묻자 이치마츠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고쳐 올리며 별로.’라고 대답했다.


이치마츠 형아- 마중 나온검까!! 감사함다아!!”

아니, 아니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쥬시마츠!!!”

쥬시마츠가 웃으며 말하자 이치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부정했다

, 이치마츠. 그런 얼굴이면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에스퍼 냥이 사건 이후로, 솔직하게 어리광 부리고 걱정해주는 동생들의 태도에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웠다

신나게 팔을 흔들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쥬시마츠를 따라 집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마지막으로 깁스를 푼 다리에서 밀어도 밀어도 때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인간의 신체란 이렇게 더러운 것인가 진지하게 고찰해버리고 말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쵸로마츠가 준비해 놓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수건도, 옷도 뽀송뽀송해 기분이 더욱 고조되었다

그 동안 깁스를 신경 쓰며 제대로 목욕할 수 없었기에 상쾌한 느낌과 이제 다시 형제들과 다같이 대중목욕탕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욕실을 나와 거실로 들어갔다.

 

, 카라마츠 형! 마침 잘 되었다! 나랑 같이 나가자!”

거실 문을 열자마자 돌아본 토도마츠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일인가, 브라더?’ 라고 묻자 토도마츠가 뺨을 부풀리며 툴툴거렸다.

엄마가 저녁 장보기 심부름 시켜서! 사오는 물품 전부 무거운 거밖에 없어! 너무하지 않아?”

툴툴거리는 토도마츠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며 웃었다. 토도마츠가 그럼 준비하고 올게라고 말하며 2층 방으로 올라가고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 한 구석에서 모로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는 오소마츠가 시야에 들어오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소마츠도 같이 가지 않겠나?”

?”

토도마츠의 장 보기. 무거운 물품이 많다면 우리 둘이서 들면 좋을 거고.”

아니, 나는 패스~. 형아는 괜히 득도 없는 일에 힘 빼고 싶지 않아용~”

득이라면 마미를 기쁘게 할 수 있다고?”

마밐ㅋㅋㅋㅋㅋ, 기습 그만 둬! 갈비뼈가!!”

?!”

배를 붙잡고 웃는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자, 옷을 갈아입은 토도마츠가 내려왔다

카라마츠 형,  가자.” 하며 팔을 잡아 끄는 토도마츠를 따라 나와,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로 향했다.

 

 

 

 

2.

저기, 카라마츠 형.”

장보기를 모두 마치고 양 손 가득 생필품이 든 봉지를 들고 걷고 있자 토도마츠가 나직이 나를 불렀다.

 

? 뭔가 브라더-.”

한 발짝 정도 앞서 걷던 걸음을 늦춰 토도마츠와 나란히 걸으며 대답하자, 토도마츠가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몸은 완전히 나은 거야?”

, 물론이다. 브라더-에게 걱정을 끼치다니 역시 이 몸은 길티가이!”

그런 거 됐으니까. , 괜찮아진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 때, 브라더-들의 진심에 나는 전부 나았다고?”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자 토도마츠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 때는 정말 미안했어. , 조금 심했고.”

, 이제 다 용서했다.”

그 때, 오소마츠형. 완전 화내서 무서웠어.”

토도마츠가 뭔가 무서운 것을 떠올린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나는 토도마츠의 말에 놀라 오소마츠 형이?” 하고 되물었다

오소마츠는 방약무인에 쓰레기 장남이지만, 동생들에게는 함부로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은 육쌍둥이 서열 1위로서의 프라이드라고 나는 생각했다.

 

오소마츠 형, 집에 도착하자 마자 카라마츠 형 찾으러 갈 테니까 너희는 현관에서 반성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 그랬나.”

나도, 아니 우리도 오소마츠 형이 화내고 나서야 카라마츠 형한테 심했구나하고 깨달았어. 미안해…”

괜찮다! 그런가오소마츠가 화를 내주었나…”

우와- 카라마츠 형, 완전 기뻐 보이네?”

토도마츠의 빈정거림에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장이라고 생각되겠지만, 그 때의 나는 오소마츠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대로 시간이 지났다면 나는 다시 육쌍둥이의 일원으로 돌아왔겠지만, 형제들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였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오소마츠가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밀어 이끌어주어 형제들의 앞에 설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때의 구원을 나는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3.

오소마츠, 나와 함께 물고기들에게 사랑을 속삭이러 가지 않겠나?”

검은 선글라스를 올리며 허세 가득한 포즈로 말하는 카라마츠를 복잡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낚시터 가자고?”

, 그렇다.”

평소라면 배를 붙잡고 웃으며 갈비뼈 부러진다~’ 하고 너스레를 떨고도 남을 오소마츠가 잠잠했다

대답이 없는 오소마츠를 보며 선글라스를 벗은 카라마츠가 의아해하며 오소마츠를 불렀다.

 

형님?”

~ 난 오늘 패스.”

, 어째서?”

오늘은 그냥 집에 있고 싶어.”

“…그런가.”

풀이 죽어 어깨를 늘어뜨리며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낮춘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당황해 벌떡 일어나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별로 너랑 가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야? ~짜로 오늘은 별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아아, 알겠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달래 주는 오소마츠의 상냥함에 카라마츠가 밝게 웃었다

다시 들뜬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웃으며 한층 부드럽게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히 다녀와. 카라마츠.”

오우!”

오소마츠에게 마주 웃어주며 카라마츠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가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웠다.

 

 


요즘 들어 오소마츠가 나를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낚시터로의 권유도, 파칭코도, 경마도 내가 함께 가자고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소마츠는 나를 피한다

다른 형제들이 있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방 안에 둘 뿐이 남으면 항상 파칭코(혹은 경마) 갔다 올게~” 하며 먼저 자리를 일어난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정말로 오소마츠가 나를 피하고 있는 것인지, 만약 정말로 나를 피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오소마츠가 나를 피하는 이유를 유추하며 창 밖을 보고 있자, 엄마가 편지를 들고 방 문을 열었다.

 

백수들아~ 너희에게 편지 왔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엄마의 손에 든 편지로 시선을 집중했다.

 

 

 

 

4.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치비타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카라마츠를 납치했다며 납치범을 자청하는 그 목소리에 비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으레 해왔던 장난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다

오랜 세월을 알아온 치비타가 카라마츠에게 심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안쓰러운 발언만 하는 상냥한 카라마츠라면 납치되어도 금방 헤헤 웃는 얼굴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나 간단하게

나는 카라마츠를 버리고 말았다.

 

 

 

           너희들이 내 형제 맞냐?!!!!!!!”


카라마츠의 울부짖음에 깨달았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우리 육쌍둥이라면 자신을 남겨두고 집으로 떠나가는 형제들에게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것이 당연했는데

카라마츠는 그저 석양을 등지고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우리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왜 우리에게 달려오지 않는 건지, 왜 화를 내지 않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불행한 일을 당한 형제를 비웃고 실컷 놀리고 무시하는 건 우리 형제가 자라오면서 몇 번이고 있었던 일인데.


슬며시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젖은 얼굴로 우리를 쓸쓸히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몸을 돌려 우리를 등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

왜 멀어지는 거야?

왜 우리에게 달려오지 않는 거야,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남 명령으로 동생들을 집합시켰다. 남겨진 카라마츠의 뒷모습에 눈앞에 아른거렸다

우리가 납치된 카라마츠에게 얼마나 심했는지를 토로할 자격은 나에게도 없었지만, 내 목소리는 분노로 잔뜩 낮아져 있었다

내게도 동생들을 나무랄 자격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카라마츠를 영영 잃을 것만 같았다

나와 같이 의 위치에서 동생들을 감싸주고 있는 그 상냥한 녀석을 내 곁에서 잃고 싶지 않았다

동생들을 현관 앞에 일렬 횡대로 세우고 카라마츠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았던 추억의 공원 벤치에 어깨를 축 내리고 앉아있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가슴이 조여왔다

항상 내가 우리고 우리가 나!’를 외쳤던 내가 저렇게 카라마츠를 외롭게 내쳤다는 사실에 가슴이 조이고 숨이 막혔다


내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도 되는 걸까

동생들과 함께 기둥에 묶여있는 카라마츠에게 야구배트를 던진 내가


떨리는 입술을 꽉 다물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카라마츠가 내 동요를 알아채지 못하기를 빌며 태연한 얼굴로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모두 구하러 와 주지 않아서 슬프다. 모두에게 나는 필요 없는 존재였나.


사람의 속마음을 말해주는 에스퍼 냥이의 말에 다시 숨이 막혔다.


아니야. 아니야, 카라마츠

네가 필요 없을 리 없잖아

나와 같은 으로서 내 곁에 나란히 서 있어야 할 녀석은 너뿐인데


긴장을 풀면 눈물이 흘러 넘칠 것 같아서, 어금니를 꽉 악물었다.


동생들이 한 명씩 에스퍼 냥이를 안고 카라마츠를 맞이했다

모두 진심으로 카라마츠를 걱정하고 미안해하고 있었다

동생들의 사과에 카라마츠의 눈이 서서히 눈물로 젖어갔다마지막으로 에스퍼 냥이를 건네 받아, 진심을 전했다

뚝뚝 커다란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가슴에 창이 박히는 것 같이 찌릿찌릿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5.

날이 갈수록 카라마츠의 상처는 나아갔다

의사가 놀랄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이는 카라마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어수선했다

깁스를 한 팔과 다리를 볼 때마다 왜 더 빨리 카라마츠를 구하러 가지 않았는지, 왜 단순한 장난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지나갔는지 스스로를 질책했다

내 어리석음 때문에 생긴 카라마츠의 상처를 똑바로 응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그렇게 나를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브레이크 따위는 이미 고장난 채,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동차에 탄 채, 나는 앞으로 닥쳐올 절망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장남이라고 큰소리 치고 다녔으면서, 정작 동생이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할 때에 무시하고 심지어 더 상처 입혔다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피하고 싶은 그 사실이 나를 옭아매고 서서히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카라마츠의 발을 감싸고 있던 깁스를 푼 날, 완전히 회복한 카라마츠를 축하해주는 동생들을 바라보며 슬며시 집을 나왔다

동생들의 화목한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다

내가 제대로 처신했다면 처음부터 카라마츠가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항상 가던 술집을 지나쳐 옆 동네로 향했다

눈에 띄는 술집에 들어가 홀로 술잔을 기울였지만,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은 채 무겁게 내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술로도 사라지지 않는 아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자 카라마츠가 나를 맞이했다.

카라마츠가 아직 깨어 있다는 것에 놀라 복도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

이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뭐했냐는 질문에 기쁘게 웃으며 오소마츠를 기다렸다!” 하고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순수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미소에 숨이 폐에서 나오지 않았다

호흡이란 거 어떻게 했었지

순간 시야가 뒤틀렸다

아파. 아프다

가슴이 아파

눈물로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내 눈물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카라마츠가 형님?” 하고 나를 불렀다


너는 아직도 나를 이라고 불러 주는 거야? 나 같은 놈을


아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떨리는 손을 올려 눈을 마구잡이로 비비며 덤덤히 말했다.

 

~ 눈에 먼지 들어갔어~~!! 잠깐 눈 좀 씻고 올라갈 테니까 카라마츠는 먼저 자고 있어.”

, 하지만 할 말이.”

내일 들을 테니까~”

나를 붙잡으려는 카라마츠를 뒤로 하고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눈물 맺힌 눈이 붉었다

바보 같은 우는 얼굴에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무슨 자격이 있다고 우는 건지

떨리는 손으로 세면대를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울지 마. 나에겐 울 자격 없으니까

거칠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울지 마, 나에겐

 

형님? 괜찮은 건가?”

잠긴 화장실 문 밖에서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걱정하는 카라마츠의 상냥함에 다시 흘려 내리는 눈물을 삼키고 태연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문 너머에서 작게 카라마츠가 한숨 쉬더니 이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로 사라진 발소리에 문을 등지고 주저 앉았다.

 

 


카라마츠는 몸이 다 회복된 이후로 카라마츠는 부쩍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린아이 마냥 순수한 얼굴로 말하는 카라마츠가 사랑스러우면서도 두려웠다

둘만 남게 되면 무슨 말을 할까

두 사람만 남게 된 상황을 그릴 때마다 카라마츠는 그 순수한 얼굴로 내게 원망을 쏟아냈다

왜 더 빨리 구하러 오지 않았는지, 왜 자신을 버렸는지카라마츠가 원망을 늘어놓는 상상만으로 죽을 것 같았다


두려웠다. 실제로 그런 말들이 카라마츠의 입에서 나오지 아닐까

지극히 당연한 원망의 말들로 잔인하게 나를 목 졸려 죽이지 않을까

두려워서 너무나 두려워서, 몇 번이고 카라마츠의 권유를 거절했다

쓸쓸하게 웃으며 그런가..” 하고 물러나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주먹을 쥔 손이 아팠다

후에 주먹을 펴보면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새하얗게 질린 손바닥에는 손톱이 박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6.

원하는 만큼 실컷 갖고 가세요~”

눈 앞에 펼쳐진 돈 뭉치들의 향연에 눈이 뱅뱅 돌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입에서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멍청히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타보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서서히 산더미처럼 쌓인 돈 뭉치로 다가갔다.

 

얼마나 갖고 싶은데요? 1? 아니면 10?”

하타보의 말에 힐끗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바보 카라마츠(바라카마츠)는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눈 앞에 있는 돈에 취해 설설 돈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장남으로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떨렸다.

 

, 그러니까 그게백만정도?”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치비타가 요구했던 카라마츠의 몸값. 두 번 다시 동생들에게 그런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

한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장남(맏형)으로서의 의무감에 이것이 옳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타보가 내미는 돈에 손을 뻗었다.

 

작작들 좀 해애애애애!! 다들 그만 정신차려!! 하타보도 그래! 함부로 막 돈을 주고 그러면 어떡하냐?! 그런건 친구가 아니라구!”

쵸로마츠의 성난 목소리가 쓸데없이 커다란 공간에 울렸다

쵸로마츠의 말에 하타보가 울상을 짓고 고개를 숙였다

이럴 때만 상식인임을 내세우며 우리를 막아서는 쵸로마츠가 원망스러웠다.

왜 막아서는 거야? 하타보도 좋다고 했잖아

백만이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 겪지 않아도 되는데!! 늦지 않게 카라마츠를 구할 수 있었는데!!!

 

!! 너 하타한테 뭔 소리 하냐!!”

울컥이며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감추고 쵸로마츠에게 외치자, 꽉 막힌 멍청이 쵸로마츠가 나를 노려보며 나를 따라 언성을 높였다.

 

쟤가 돈줄이냐!”

지가 좋다는데 뭘!!”

안 돼애!”

왜 안 돼는데!?”

안 댄다면 안 돼애!!”

그럼! 너만 안 받으면 되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지독히도 성실한 척하는 쵸로마츠는 내 멱살까지 잡아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멍청이 바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백만이 있어야 하는데!!!! 

내 속도 모르고 이마에 힘줄까지 세우며 나를 막는 쵸로마츠가 답답했다.

왜 모르는 거야?!! 

붕대를 칭칭 감고 커다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우리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북받쳐 오르는 울분과 분노에 쵸로마츠의 멱살을 붙잡은 순간, 하타보가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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