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에 걸린 오소마츠 이야기입니다.


* 카라마츠가 싸이코패스


* 저에게 의학 지식은 전무합니다. 일단 관련 질병의 조사는 했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 뭔가 요즘…’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오소마츠가 아직 잠에 취해 멍한 뇌를 굴렸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떴고 시계의 시침은 3을 가리키고 있었다

양 옆의 동생들의 자리는 이미 비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오소마츠는 자신의 자리만 남은 온기를 느끼며 이불을 젖히고 일어 섰다

똑바로 서자마자 일어난 가벼운 현기증에 머리가 핑 하고 돌았다

머리를 붙잡고 잠시 휘청거린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린 채, 계단을 내려갔다

이상하게 요즘 들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항상 맛있게 먹던 밥도 식욕이 없어 매일 남기고 말았다

지금도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이틀 밤샘을 한 것 마냥 피곤했다

잠을 자느라 뱃속은 텅텅 비어있는데도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밥을 눈 앞에 둔다면 헛구역질을 할 것 같은 메스꺼움이 뱃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감기 걸린 건가…’

감기치곤 오래도 간다고 중얼거리며 오소마츠가 거실 문을 열었다

스르륵 열리는 미닫이 문을 향해 시선을 향하고 있던 쵸로마츠와 오소마츠의 눈이 마주쳤다

항상 이 시간에는 헬로워크나 아이돌 라이브에 가는 쵸로마츠가 집에 남아있다는 것에 놀란 오소마츠가 거실로 들어서며 쵸로마츠에게 물었다.


얼레? 쵸로씨~ 오늘은 웬일로 집에 붙어있어?”

별로. 오늘은 그냥 나가고 싶지 않아서.. 그것보다!”

인상을 찌푸리고 오소마츠의 물음에 대답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 이거 잔소리 쏟아지겠네.’

손가락을 자신 쪽으로 향하고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 쉬었다

성큼성큼 쵸로마츠에게 다가가 맞은편 상에 기대로 앉자마자 쵸로마츠가 잔소리를 퍼부었다.


이 시간까지 자다니 아무리 백수라도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 빨리 일 찾으라고!! 동생들한테 모범 좀 보여봐라 이 망할 장남!!!”

빽빽 소리지르는 쵸로마츠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오소마츠가 멍하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동생들은 모두 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실 한 구석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카라마츠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피식 웃으며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우~ 너도 오늘은 안 나가?”

, 형님. 나의 러블리-한 카라마츠 걸-즈에게도 하루쯤 자유로운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나? 매일 나란 길티-가이를 기다리다가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언더스텐-?”

눈을 찡끗하며 헛소리를 잔뜩 늘어놓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배를 잡고 갈비뼈 부러진다~” 하고 신음했다

흠칫 놀라며 형님?! 괜찮은가?!!” 하고 카라마츠가 다가와 오소마츠를 살폈다

큭큭 웃으며 다가온 카라마츠의 어깨를 통통 두드린 오소마츠가 괜춘해~” 하고 카라마츠를 달랬다

맏형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의 잔소리는 듣지도 않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언성을 높였다.


어이!! 이 망할 장남!!!”

~ 알겠어~ 알겠다고~ 잔소리는 이제 그만하숑~~”

쵸로마츠의 성난 목소리에도 기죽지 않고 장난스럽게 넘긴 오소마츠가 크게 하품했다

이마에 힘줄을 세우면서도 그 이상 잔소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쵸로마츠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평소의 목소리 톤으로 돌아온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병원 가봐.”

?”

쵸로마츠를 보며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가 되물었다. 쵸로마츠는 한번 더 한숨을 내쉬며 오소마츠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눈 밑 다크써클 엄청나다고. 요즘 몸 안 좋은 거지? 참지 말고 빨리 병원 갔다 와.”

쵸로마츠의 걱정이 묻어 나오는 말에 오소마츠가 기쁘게 웃으며 우응~ 내일 갔다 올게.” 하고 대답했다

오늘 가도 충분할 것을 기어이 미루는 장남을 보며 쵸로마츠가 다시 한숨 쉬더니 가방을 챙겨 메고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나 헬로워크 갔다 올 테니까.”

아깐 안 간다며? 뭐야아~ 우리 쵸로씨~ 혹시, 내가 걱정 되서 안가고 남아있던 거였어~~??”

소악마처럼 손으로 입을 가리고 흐흐흐 웃으며 오소마츠가 한 말에 쵸로마츠가 얼굴을 붉히고 그럴 리 있냐?!!!” 하고 크게 외친 후, 서둘러 집을 나섰다

! 소리가 나도록 현관문을 닫고 달려나가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큭큭 대고 웃었다.


“…오소마츠, 너무 동생을 놀리지 말라고?”

~? 아아~”

카라마츠의 충고에 오소마츠가 즐겁게 웃으며 흘리듯 대답했다

카라마츠도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몸을 일으켰다

슥하고 오소마츠의 머리를 한번 가볍게 쓰다듬으며 거실을 나서는 카라마츠가 그리고 병원은 꼭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고 걱정했다

드물게 보여준 카라마츠의 걱정에 오소마츠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

쵸로마츠가 병원에 가보라고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오소마츠는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긁적였다.


슬슬 한계일지도…’

병원에 가는 것은 귀찮기도 하고 돈도 들 테니, 최대한 미루며 나아지기를 기다렸는데 피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하고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증상이 오소마츠는 곤혹스러웠다

점점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오소마츠만 느낀 것이 아니라 겉으로도 드러나게 되었는지, 3일간 동생들의 병원에 가라는 잔소리가 심해졌다.

화장실로 향해 거울을 보고 오소마츠가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팬더로 종족을 바꿨는지 눈 주위가 까맣게 변색되어 있는데다 얼굴이 묘하게 노랬다

잠버릇으로 엉킨 머리칼은 윤기를 잃어 퍼석퍼석하게 늘어져 있었다.


우와~ 이건 진짜 심하네.’

인상을 쓰고 양치질을 마친 오소마츠가 데카판에게라도 찾아가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왔을 때였다

마침 주방에서 들려오는 마츠요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마츠요가 지폐를 내밀었다.


지금 당장 병원 갔다 오렴.”

미소 지은 얼굴로 말하고 있지만, 어길 시엔 용서가 없는 엄마의 명령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츠요가 내민 돈을 받았다

설렁설렁 발걸음을 옮겨 집을 나서 오소마츠가 향한 곳은 병원이 아닌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였다.


병원 가면 진료비라던가 들고, 데카판한테 가면 무료니까~. 이 돈은 나중에 군자금으로 쓸까~’

태평하게 쓰레기의 온상을 드러내며 오소마츠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로 걸어갔다

모처럼 군자금이 확보되었지만 무거운 몸과 사라지지 않는 두통에 오소마츠는 마냥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 호에호에.”

데카판 박사의 집에 도착해 사정을 말하자마자 박사는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기 시작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린 후, 검사 결과를 들고 있는 박사라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망설였다.


데카판?”

떨리는 눈으로 결과를 보고 있는 박사를 오소마츠가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오소마츠의 부름에 결과 용지에서 시선을 뗀 박사가 항상 짓고 있던 바보 같은 얼굴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건 병원에 가봐야 될 것 같다스. 나에겐 의사 자격증은 없으니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 없는 것 다스. 일단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한다스!”

농담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진지하고 낮은 박사 본연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박사의 반응에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가벼운 감기라고 하며 커다란 데카판 특제 주사라도 맞으면 깔끔하게 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오소마츠는 그저 몰려오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만 있었다.

 

데카판 박사의 당부에 오소마츠는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향했다

동네 병원이 아닌 반드시 큰 대학 병원에 가보라는 데카판 박사의 충고에 집에서 조금 떨어진 역 근처의 대학 병원에 접수한 오소마츠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초조함에 다리를 떨었다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에 들어간 오소마츠가 지금까지 겪었던 증상을 설명하자 의사는 담담한 어조로 검사를 해 보아야겠다고 했다.

처음으로 종합 검사라는 것을 받아본 오소마츠는 피를 뽑았던 자리를 알코올솜으로 꾹 누르고 결과를 기다렸다

검사 결과를 받은 의사가 무표정으로 꼼꼼히 차트를 살폈다

오소마츠는 무표정에서 변하지 않는 의사의 표정으로 그냥 단순한 감기라고 나오는 거 아니야?’ 하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오소마츠는 질식할 것 같은 절망을 느꼈다.


급성 간염이네요. 게다가 제법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대로는 환자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으니 당분간 술, 담배는 자제하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세요. 바로 입원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그리고 간경화가 꽤 진행되어서 말인데요…”

말을 흐린 의사가 오소마츠와 눈을 마주하도록 자세를 고쳐 앉은 뒤 말했다.


간 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간경화가 일어난 부위를 절제하는 절제술과 함께 새로운 간을 이식해야 될 것 같습니다혹시 가까운 친인척이 있으신가요?”

“…저기.., 쌍둥이 형제가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형제 분께 간을 기증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함께 병원으로 와주세요.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수술 날짜는..”

의사의 말에 멍하니 대답한 오소마츠는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생명이 위험드라마에서나 나오던 말을 망설임 없이 내뱉는 눈 앞의 의사가 오소마츠를 마중 나온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형제를 묻는 의사의 말에 동생들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대답했지만, 오소마츠는 그 질문 이후에 의사가 한 말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는 의사의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와 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약이 들어있었다

주의사항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간 오소마츠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빠른 시일 내에 입원 요망이라니, 담배도 금지이제 무슨 낙으로 사냐…’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오소마츠는 이것이 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자신의 뺨을 세게 꼬집었다

얼얼하게 뇌로 전해져 오는 아픔에 그렇겠지.’ 하고 체념하며 땅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늦게 병원에 왔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현실이 순간 오소마츠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대로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아 떨려오는 호흡에 집중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왈칵 차오르는 눈물을 거칠게 소매로 닦고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괜찮아. 죽는 게 아니니까. 간 이식 받으면 된다고 말했고, 안 죽을 거니까.’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달래며 오소마츠가 떨리는 주먹을 소매로 감추었다. ‘괜찮아를 반복해서 속삭이며 오소마츠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나한테 간 이식해줄 녀석이 있나?’

동생들의 얼굴을 차례로 하나하나 떠올리며 오소마츠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의사의 말로는 간 기증도 꽤 위험한 수술이기에 기증자도 이식자만큼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한다

오소마츠는 오소마츠 자신의 목숨을 살리겠다고 동생들을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육쌍둥이의 장남으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오소마츠가 가지는 프라이드였다

오소마츠는 제일 밑의 동생 둘을 떠올렸다. 가장 순수하고 귀여운 동생 두 명을 떠올린 오소마츠가 바로 그 둘을 후보에서 제거했다

그 둘에게만큼은 그 어떤 부담도 지우고 싶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이어서 이치마츠를 떠올렸다

과묵하고 어딘가 삐뚤어진 동생은 귀엽지는 않아도 오소마츠를 의지하고 걱정해주고 있었다

제일 밑의 두 동생과 마찬가지로 오소마츠에게 있어서는 이치마츠도 지켜야 할동생이었다

이치마츠도 후보에서 멀리 내던진 오소마츠가 자신의 파트너와 바로 밑의 동생을 떠올렸다.


어쩌면 카라마츠는 상냥하니까 자기가 하겠다고 할지도.. 아니, 근데 그 녀석 나한테는 쌀쌀맞으니까 거절 하려나…’

바로 밑의 동생을 떠올리며 오소마츠가 복잡한 심정으로 웃었다. 카라마츠의 얼굴에 보류라는 도장을 찍어놓고 쵸로마츠를 떠올렸다.


내 파트너. 그 녀석이라면, 해 줄..지도.’

겨우 안도의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쵸로마츠라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모를 믿음이 샘솟고 있었다

아마 쵸로마츠는 자신을 내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장남 오소마츠의 파트너라는 자리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떽떽 거리면서도 제일 먼저 자신을 걱정해주었던 파트너를 생각하며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3.

집으로 돌아온 오소마츠는 먼저 부모님에게로 찾아갔다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마츠요에게 진료 결과와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하자 마츠요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처음 보는 마츠요의 약한 모습에 당황한 오소마츠가 필사적으로 마츠요를 달래며 일부러 가볍게 말했다

나을 수 있다고, 동생들이 간 기증만 해준다면 문제 없다고

자신을 달래는 오소마츠를 눈물 젖은 눈으로 올려다본 마츠요가 쓸쓸하게 웃으며 오소마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느새 이렇게 믿음직해져서는. 엄마 걱정도 적당히 시키라고?”

마츠요보다 당사자인 오소마츠 본인이 제일 충격이 클 텐데도 웃으며 마츠요를 달래는 오소마츠를 대견하고 칭찬하며 마츠요가 웃었다

팔을 뻗어 오소마츠를 품에 안은 마츠요가 오소마츠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그래도 엄마 앞에선 강한 척 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츠요의 따뜻한 말에 오소마츠가 마츠요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몸을 떨었다

오소마츠의 떨리는 몸을 꼬옥 껴안은 마츠요의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흘러 오소마츠의 후드를 적셨다.

 


 

~~”

동생들이 모여 있을 2층 방문 앞에 선 오소마츠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쭉 참고 있었는데, 마츠요의 말 한마디에 둑이 터지듯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 눈물에 눈가가 붉었다

고개를 흔들고 손을 들어 자신의 양 볼을 짝하고 때렸다

우울한 기분을 억지로 날려버리려 한 행동이건만 흔들린 고개에 현기증과 함께 볼이 얼얼하게 아프기만 했다

서서히 강해지는 아픔에 얼굴을 찡그린 오소마츠가 다시 심호흡을 했다

문고리에 손을 얻고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한 오소마츠가 세차게 문을 열었다.

 


어이!! 백수들아!! 이 형님이 할 말이 있으시다!!!!”

쾅하고 큰소리를 내며 열린 문과 함께 오소마츠의 큰 외침에 동생들 모두 시선을 오소마츠에게로 집중했다

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 간 기증을 해 주겠다고 할지, 두려움에 손이 떨리는 것을 감추고 평소와 다름없는 태평한 얼굴로 오소마츠가 말했다.

, 간이 망가져서 간 이식 받아야 한대~ 그러니까 너네들 중에 누가 나한테 간 좀 주라.”

“““““…하아?!!!!!!”””””

오소마츠가 던진 폭탄에 동생들 모두 경악하고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외쳤다.

 


, 잠깐, 오소마츠형.. 진짜로?”

토도마츠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물었다. 오소마츠는 당근 빠다!” 하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토도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진짜야?! 그 대답의 어디를 봐서 진짜라는 거야?!” 하고 힘차게 외쳤다

오소마츠가 쓰게 웃으며 토도마츠의 반응을 살피고 있자, 쥬시마츠가 다가와 오소마츠의 몸 곳곳을 킁킁거리며 훑었다.


, 진짜다.. 오소마츠 형아, 아픈 냄새가 나.”

쥬시마츠가 항상 떡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고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픈 냄새는 대체 뭐다냐하고 멍 때리며 생각하는 오소마츠와 달리, 쥬시마츠의 말을 들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 진짜로…?”
토도마츠가 망연히 중얼거리고 이치마츠가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오소마츠에게 다가왔다.


, 오소마츠 형…”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오소마츠의 옷자락을 붙잡은 이치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 '간'만 받으면 횽아 다시 건강해 진다고?”

이치마츠를 달래며 억지로 평온한 말투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귀신과 같은 얼굴로 발을 쿵쿵거리며 다가왔다.


, , 망할 장남아아아아!!!! 그러길래 내가 빨리 병원 가라고 할 때 갔어야지!!! 하여간에 빨리 병원가면 끝날 일을 질질 끌고 미루다가 일을 키우지!!! 이 븅딱아!!!”

!! 이 형님한테 븅딱이 뭐야!? ‘븅딱!! 븅딱이라고 한 사람이 븅딱이다!”

하아!?!! 뭘 따지고 있어 이 상황에 이 바보가!!!”

!? 바보?!?!”

동생들을 사이에 끼고 서로 멱살을 잡으며 본격적으로 싸우려고 하는 두 사람을 카라마츠가 끼어들어 말렸다

카라마츠의 중재에 씩씩거리며 물러난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눈썹을 내리고 말했다.


“..미안.”

“..나도 미안. 됐으니까, 간 이식이 필요하다고 했지.”

“...”

염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한층 인상을 구겼다

파트너인데도 왜 그렇게 미안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지 쵸로마츠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렇게 아프다면 당연히 자신은 오소마츠를 도와줄 텐데

또 그 같잖은 장남의 프라이드를 내세우며 괜찮은 척 하는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쵸로마츠가 푹- 하고 한숨을 내쉬자 오소마츠가 몸을 움찔였다.


그럼 내가..”
아니.”
쵸로마츠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라마츠가 팔을 들어 쵸로마츠를 막았다

의아하게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쵸로마츠와 오소마츠 뿐만 아니라 울먹이며 오소마츠에게 안겨있던 동생들의 시선도 카라마츠에게 집중했다.


여기선 내가 맡지.”

하고 눈을 빛내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멋진 표정을 한 카라마츠가 말했다

형제들 모두 카라마츠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카라마츠가 작게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내가 간을 주겠다. 오소마츠.”

“..? 너가?”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놀라 물었다

오소마츠로서는 카라마츠에겐 보류의 도장을 붙이고 있었기에 쵸로마츠 만큼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카라마츠가 먼저 나서 놀란 것은 오소마츠 뿐만이 아니였다.


? 아니, 카라마츠..”

? 뭔가 브라더-?”

딱히 네가 나서지 않아도, 내가 할게.”

쵸로마츠가 당황한 얼굴로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언제부턴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하지만 위험하잖아? 간 기증도. 그런 위험한 수술을 사랑스런 브라더-들에게 당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번은 차남인 내가 하지!”

, ‘당하게 하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잖아.”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황당하단 말투로 투덜거렸다

툴툴거리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형님은 좀 닥쳐.” 하고 단호히 말하자, 오소마츠가 넘해!!” 하고 외쳤다

언제나와 같은 주고받음에 당황한 것은 쵸로마츠였다.


아니, 잠깐 잠깐.”

어느새 평소와 다름없는 바보 같은 대화를 시작한 맏형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간 쵸로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 진짜로 이번엔 괜찮으니까. 오소마츠 형의 파트너는 나고.”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카라마츠가 상냥하기 때문이었다

상냥하고 머리가 텅 빈 카라마츠가 먼저 나설 것을 오소마츠는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소마츠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였다

간 기증이라는 것이 위험한 수술을 동반한다는 것은 오소마츠도 방금 전 의사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냥한 카라마츠가 의무감으로 나서는 것을 오소마츠는 반기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위험한 수술이라는 부담을 지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의무감이 아닌 진정으로기증을 해주겠다고 해주길 원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오소마츠의 파트너였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가 원하는 형태로 기증을 해 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

쵸로마츠의 말에 동의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당황한 얼굴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하지만, 오소마츠. 위험한 수술인거지? 그렇다면 내가 하는 편이 좋지 않은가? 사랑스런 브라더-, 너의 파트너에게 그런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럼 쵸로마츠보다 튼튼한 내가 더 낫지 않은가?”

“…”

카라마츠의 정론에 오소마츠는 말문이 막혔다

이렇다 할 반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오소마츠를 가로막은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외쳤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뭐 허약한 놈도 아니고! 충분히 버틸 수 있다니까? 굳이 카라마츠가 총대 매려고 안 해도 괜찮아.”

하지만, 위험하잖아?”

그러니까 그 정도는 나도 감당할 수 있다니까!!”

그래도! 브라더-가 위험한 일을 당하게 놔둘 수는 없다고!”

, 진짜. !!”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카라마츠의 말에 답답해하며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동생에게 멱살을 잡힌 카라마츠가 울보답게 눈물을 글썽이며 놀라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싸움 발발 3초 전의 긴장감이 방 안을 맴돌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동생들은 오소마츠에게 매달려 불안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크게 한숨을 내쉬곤,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쵸로마츠의 손을 잡아 풀었다.


쵸로씨~, 그걸로 그렇게 싸우지 말고~”

오소마츠 형.”

형님.”

오소마츠의 만류에 쵸로마츠가 순순히 손을 풀었다. 오소마츠가 쓰게 웃으며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파트너를 걱정해 나선 쵸로마츠가, 자신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은 쵸로마츠가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오소마츠는 빙긋 웃었다.


고마워.”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의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한 쵸로마츠가 눈썹을 내리고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카라마츠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기증자가 받아야 하는 위험한 수술을, 파트너인 쵸로마츠에게 부담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백수 생활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 자신과 달리 쵸로마츠는 일자리를 찾고 싶어했다

그리고 만약 일자리를 얻었을 때, 만의 하나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여러모로 부담을 떠안는 것은 쵸로마츠였다

그런 부담을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지우고 싶지 않았다

반면,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와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수고를 (지금 당장은) 하고 있지 않았고, 그럴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쵸로마츠보다 매일 운동을 해 몸을 가꾸고 있는 카라마츠가 더 건강하고 회복이 빠를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쵸로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말했다.


그럼 카라마츠.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할게.”

아아, 물론이다. 형님.”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기쁘게 웃는 카라마츠를, 쵸로마츠가 분하다는 얼굴로 힘주어 주먹을 쥐고 노려보았다.

 

 

 

 

4.

현대 의학의 발달에 쵸로마츠는 가슴 깊이 감동했다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었던 오소마츠는 무사히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앞으로 거의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확언도 받았다

수 시간에 걸친 수술을 하고 있을 때는 불안함에 짓이겨 죽을 것만 같았지만, 수술실에서 나와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는 오소마츠의 평온한 얼굴을 보니 불안은 저 멀리로 사라졌다

고른 숨을 내쉬며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은 오소마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려 주었다

수술 내내 쵸로마츠보다 더 불안해하며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동생들은 오소마츠의 침대 주변에 옹기종기 붙어 잠들어 있었다

붉게 부어 오른 동생들의 눈가를 보며 작게 한숨 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힘 없이 늘어져 있는 손을 자신의 손에 올려 놓은 채, 빨리 오소마츠가 깨어나 이 손을 마주잡아 주기를 기도하며, 오소마츠의 침대에 기댄 쵸로마츠가 눈을 감았다.

 


 

쵸로마츠의 움직임이 사라지자 토도마츠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형제들과 함께 오소마츠의 침대에 기대어 있는 쵸로마츠도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의 긴장이 풀렸는지, 안심한 얼굴로 색색 숨을 내쉬고 있었다

형제들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토도마츠가 오소마츠가 있는 중환자실을 나와 회복실로 향했다.

 


카라마츠 형.”

자신의 파트너를 부르니 카라마츠가 눈을 떴다

육쌍둥이 중 건강함으로는 쥬시마츠와 1위를 다투는 카라마츠는 위험한 수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술이 끝난 후에도 건강하게 마취에서 풀려나 수월하게 회복 단계에 들어갔다.


괴물 같은 신체 구조라니까.’

어이없다는 한숨을 내쉬며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토도마츠를 향해 고개를 돌린 카라마츠가 싱긋 웃었다.


토도마츠, 형님은..?”

무사히 수술 마쳤고, 아직 마취에서 안 깨어나서 잠들어 있어.”

그런가. 다행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라마츠의 짙은 눈썹이 부드럽게 호를 그렸다

평온한 얼굴의 카라마츠와 달리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토도마츠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카라마츠 형.”

낮게 가라앉은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의아한 얼굴로 토도마츠를 쳐다보았다

마른 침을 삼킨 토도마츠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뭔가를 결심한 얼굴로 물었다.


, 카라마츠 형이 기증하겠다고 했어?”

“…? 그거야 위험한 수술이고, 내가 가장 튼튼하니까. 그리고 나는 차남으로서 브라더-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아..”
그런 표면적인 이유 말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토도마츠가 말했다. 잠시 말없이 토도마츠의 얼굴을 올려다 본 카라마츠가 빙긋 웃었다.


토도마츠, 나는 쵸로마츠가 부러웠다.”

“…”

오소마츠의 파트너로서, 차남인 나보다 더 오소마츠를 잘 이해하고 또 오소마츠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나보다 쵸로마츠를 의지하는 것이 부러웠어. 그리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쵸로마츠를 질투했다.”

“…”

오소마츠의 옆에 있고 싶었다. 오소마츠의 제일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오랜 시간 파트너로 지낸 그 두 사람의 유대를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황홀하게 미소 지은 자신의 파트너를 본 토도마츠가 숨을 멈췄다. 카라마츠의 눈빛에 담긴 그것은 광기였다.


내가, 내 일부를 오소마츠의 안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잖아? 내 일부는 오소마츠의 몸 속에서 오소마츠의 생명을 이어주는 생명줄이 되었다고? 오소마츠와 하나가 되었다. 게다가 오소마츠와 같은 흉터도 생겼고. 이걸로 나는 쵸로마츠와 더 깊은 유대를 가지게 되었어. 내 승리다. 지금 나는 굉장히 행복하다고?”


정말로 지금까지 보아왔던 미소 중에서 극상의 미소를 지으며 황홀한 얼굴로 진심으로 기뻐하는 자신의 파트너를 보며 토도마츠는 그 깊은 심연에 자리잡은 광기에 섬뜩함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토도마츠는 그저 광기에 물든 자신의 파트너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버린 카라마츠의 등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 싸이코패스 카라마츠가 쓰고 싶어서 후딱 썼습니다.. 그래도 2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 앞으로도 계속 바빠질 예정이라 글을 올리는 텀이 더 길어질 것 같습니다...ㅠㅠ


* 게다가 요즘 우울증이 와서 짜내는 플롯들이 죄다 음울합니다...ㅎㅎㅎ 

시간 날 때마다 찔끔찔끔 쓰고 있으니 너무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않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팍팍 남겨주세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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