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 대우 (장형마츠의 경우)의 후편입니다.
* 후편이라지만 '차별 대우'와 같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 동생들에게 사랑받는 오소마츠입니다ㅎ.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동생마츠의 경우
1.
마츠노가의 육쌍둥이 중 장남과 차남, 마츠노 오소마츠와 마츠노 카라마츠는 명실상부한 브라콤이다.
동생에게 약한 두 사람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마츠노가 동생들은 ‘동생’이라는 입장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불평하면서도 동생들의 응석을 받아주는 두 사람은 ‘형’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렇게 동생에게는 약한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는 특별 대우를 하고 있는 것을 동생들은 알고 있었다.
2.
오늘도 헬로워크에서 적당한 일을 찾지 못한 채, 한껏 가라앉은 기분으로 돌아오자 거실에서 동생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녀왔다는 인사도 생략한 채, 거실 문을 열자 방 안 가득 먹거리가 늘어져 있었다.
“아, 쵸로씌~ 어서왕~”
멍하니 거실 입구에 서 있으니, 내 앞에 앉아있던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다녀왔어.” 하고 인사한 후, 무슨 일이냐고 묻자 오소마츠 형이 그 특유의 웃는 얼굴로 코 밑을 문지르며 말했다.
“에헤~ 오늘 파칭코 대박났지롱~”
“아…”
오소마츠 형의 말에 지금 상황을 납득했다.
망할 쓰레기 장남이지만, 가끔 파칭코에서 크게 따면 이렇게 우리들을 위한 먹거리나 선물을 가득 사 오는 오소마츠 형이였다.
메고 있던 백팩을 바닥에 내려놓자 오소마츠 형이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자, 쵸로마츠~ 네가 갖고 싶어하던 거~”
오소마츠 형이 건넨 종이를 받아 확인해보니 내일 있는 냐-짱 라이브 VIP 티켓이었다.
제일 앞자리에서 라이브를 볼 수 있는데다 라이브 후의 악수회와 기념촬영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
이게 현실인가, 도저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눈을 휘둥그레 뜨고 티켓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니, 현관문을 열고 카라마츠가 들어왔다.
“지금 귀환했다! 브라더-“
훗! 하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들어온 카라마츠가 거실 풍경을 보고 멍한 얼굴로 선글라스를 벗었다.
오소마츠가 빼꼼 거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어서 와~ 카라마츄~”하고 맞이하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파칭코에서 딴 건가?”
“응!! 그것도 역대 최고액!!!”
“오, 오오. 대단하군…”
멍하니 대답한 카라마츠가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각종 먹거리와 오소마츠 형이 준 선물에 기뻐하는 동생들을 보며 “훗, 브라더-가 해피-한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군.” 하고 말하는 카라마츠의 발을 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아직 거실 입구에 망연히 서 있던 것을 깨닫고 거실로 들어가 바닥에 널린 음식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자, 저편에서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래서~ 카라마츄~ 오늘 고?”
“훗, 좋다. 어울려주지, 형님.”
“아싸~ 그럼 저번에 갔던 데로 갈까?”
“아, 거기 카라아게가 맛있더군.”
“너는 안주 먹으려고 술집 가냐..”
두 사람의 대화에 음식을 집어먹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나도 갈래.”
오소마츠 형을 향해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에~ 웬일로 쵸로씌가 간다고 하는 거야~? 성실한 척 그만 두기로 했어?”
“별로 ‘척’한 거 아니거든?! 암튼, 나도 갈래. 가도 되지?”
내 말에 두 형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같이 가자~”
“…아? 왜?”
따지듯 묻자 오소마츠 형이 쓰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옆에 서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대신해 물음에 대답했다.
“쵸로마츠는 술 약하니까 말이야.”
“아니, 그건 너도 그렇잖아.”
형제 중 가장 술이 약한 편에 속하는 카라마츠에게 쏘아붙이자 카라마츠가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 형이 일어나 카라마츠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다.
“암튼~ 쵸로씌는 다음에 같이 가자~ 그럼 다녀올게~~”
카라마츠를 떠민 채, 현관으로 사라지는 오소마츠 형을 보며 씁쓸해지는 뒷맛에 입안이 텁텁했다.
다음이라니 언젠데.
파칭코에서 따거나, 경마에서 이기거나 돈이 생기면 오소마츠 형은 항상 카라마츠와 함께 술집으로 향했다.
둘 뿐인 술자리에 나를 비롯한 동생들이 함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술이 강한 오소마츠 형을 따라갈 리 없는 카라마츠가 뭐가 좋아서 항상 끌고 가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럴 때만 옛 파트너인 내가 아니라 카라마츠를 선택하는 오소마츠 형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돌아오면 절대로 무슨 대화를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오소마츠 형이 사온 닭꼬치를 입에 넣었다.
3.
부드러운 고양이의 등을 기계적으로 쓰다듬으며, 나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하려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 커튼을 걷은 창을 통해 따뜻한 햇빛이 들어와, 창 아래로 자리를 옮겨 따끈따끈하게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하고 낡은 문이 열리고 만화책을 손에 든 오소마츠 형이 들어왔다.
웬일로 파칭코도, 경마도 가지 않고 집에 남아있는 것이 신기해 빤히 쳐다보자 내 시선을 눈치챈 오소마츠 형이 싱긋 웃었다.
“왜? 이치마츠으~ 횽아랑 놀아주려고?”
“아니.”
여기서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으면 분명 달라붙어 귀찮게 할 것을 알기에 재빨리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은 입을 비죽 내밀고 “쳇- 치사해~” 하며 소파에 기대어 거울을 보고 있는 개똥마츠 옆으로 다가갔다.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살피느라 오소마츠 형이 다가온 것도 깨닫지 못한 개똥마츠의 무릎을 베고 누운 오소마츠 형이 만화책을 펴 들었다.
“…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성인 남자 둘이서 대체 무슨 짓인가 싶어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그 둘이 자세를 고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이 만화책 책장을 넘길 때마다 팔락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개똥마츠는 여전히 거울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오소마츠 형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는 두 사람의 공기에 보고 있는 내 쪽이 오히려 불편해졌다.
쓸데없이 근력운동을 하거나 해서 몸을 만드는 개똥마츠의 허벅지는 분명 딱딱할 텐데, 푹신푹신한 베개가 아니면 잠을 못 잔다고 칭얼거렸던 오소마츠 형은 너무나 태연한 얼굴이었다.
남매라면 모를까, 아무리 사이가 좋다지만 형제끼리 저 자세는 아니지 않나.
아니, 애초에 저 둘은 사이가 좋던가?
개똥마츠가 헛소리를 하면 오소마츠 형도 우리처럼 개똥마츠를 무시했다.
개똥마츠도 우리를 대하는 것에 비해 오소마츠 형에게만큼은 조금 쌀쌀맞게 대했다.
평소의 행동을 보면 오소마츠 형은 과거의 파트너인 쵸로마츠 형과, 개똥마츠는 토도마츠와 친했다.
나도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쥬시마츠와 친하지만 저런 짓을 하지 않는다.
멍하니 벌어진 입을 다무는 것도 잊은 채, 빤히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개똥마츠가 손에 든 거울을 내리고 오소마츠 형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쳤다.
“응?”
오소마츠 형이 만화를 들고 있는 팔을 내리고 개똥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 잠시 화장실.”
“응~”
가볍게 대답한 오소마츠 형이 몸을 일으키자 개똥마츠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몸을 일으켜 앉은 오소마츠 형이 소파 위의 쿠션을 하나 집어 바닥에 깔고 엎드렸다.
통통 잔망스럽게 발을 흔들며 만화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 형을 보면서 저게 진짜 성인 남성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오소마츠 형은 분명 선이 가는 편이 아닌데도 저런 모습을 보면 여느 여자아이 같은 귀여움이 풍겼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을 때는, 친형이 귀엽게 보이는 내 정신상태를 심각하게 의심했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도 친형이 귀엽게 보이는 것은 비단 내 정신 탓만은 아닐 것이다.
타인이 보기에도 오소마츠 형은 귀엽게 보이는지 우리와 함께 외출을 하면 주변 사람들 모두 오소마츠 형 쪽을 동생으로 보았다.
오소마츠 형이 눈치채지 않도록 살며시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계단의 나무가 울리는 소리에 개똥마츠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 형에게 향한 눈길을 내 무릎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에게 돌렸다.
좀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이상 욕심을 부린다면 분명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다.
고양이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야옹-“ 하고 고양이가 만족스럽게 울었다.
타이밍 좋게 방 문이 열리고 개똥마츠가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오소마츠 형이 엎드려 있는 것을 본 개똥마츠가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 형 쪽으로 걸어갔다.
바닥에 놓인 거울을 소파에 올려 놓고 오소마츠 형에게 “그거 1권은?” 하고 물었다.
오소마츠 형은 소파 맞은 편 벽에 놓인 작은 책꽂이를 가리키며 “저-기.” 하고 대답했다.
책꽂이로 다가가 찾던 만화책을 뽑아 든 개똥마츠가 다시 오소마츠 형에게 다가가 오소마츠 형의 허리를 베고 누웠다.
“…하?”
오늘 들어 벌써 두 번째. 내가 한심한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며 만화에 집중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내 머리가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개똥마츠가 언제부터 만화책을 봤지?
어릴 적엔 다 같이 모여 봤던 기억은 있지만, 철이 들고 난 후로, 만화책을 보는 것은 오소마츠 형이 유일했다.
개똥마츠가 보는 책이라곤 시덥지 않은 패션잡지 정도가 유일했다.
만화책을 보고 있는 개똥마츠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
게다가 뭘 자연스럽게 오소마츠 형의 허리를 베고 있는 거야?
오소마츠 형도! 허리 무겁지 않은 건가?
동생들인 우리에겐 자주 기대어오는 오소마츠 형이었지만, 저렇게 우리가 오소마츠 형에게 기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서로의 거리가 0인 것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질투가 샘솟았다.
나는 오소마츠 형에게 닿는 것도 망설이고 망설여서 간신히 곁에 있는 것인데, 개똥마츠가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오소마츠 형의 곁에 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웃기지도 않아.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 나는 그대로 개똥마츠에게 다가가 개똥마츠의 배를 밟고 건넜다.
“아우치!!!”
신음하는 개똥마츠를 향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아, 미안 거기 있는지 몰랐네-“
4.
기분 좋게 발을 동동 굴리며 강둑을 따라 걸었다. 양 손에 가득한 단팥빵을 흔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 다 같이 먹자! 고 생각했다.
착한 일을 하면 반드시 다시 너에게 돌아올 거라는 엄마의 말이 맞았다.
조금 전,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 줘서 신님이 상을 준 걸까나?
짐을 옮겨 주어 고맙다며 빵을 내미는 할머니의 미소가 떠올라 입꼬리가 더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빨리 돌아가서 형아들이랑 같이 먹자~!!
걷기를 멈추고 발을 더 빨리 굴러 집을 향해 달려나갔다.
“어? 쥬시마츠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칠 때, 등 뒤에서 오소마츠 형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달리기를 멈추고 뒤돌아보니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형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활짝 웃었다.
내게 가까이 다가온 오소마츠 형아가 내 손에 들린 빵들을 가리키며 “뭐야? 이거?” 하고 물어봐 “할머니께 받았어!!!” 하고 대답했다.
전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오소마츠 형아가 “그래? 잘 했네~”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날아갈 것 같이 떠 오른 기분에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런데 쥬시마츠으~?”
“응?”
오소마츠 형이 내 손에서 빵을 건네 받아 내 눈 앞에 흔들며 말했다.
“이거 5개야? 한 사람당 하나씩은 못 먹겠다.”
“에엑!!!!!”
충격적인 오소마츠 형아의 말에 하늘이 갈라지고 번개가 쳤다.
다 같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소마츠 형아가 내 얼굴을 보더니 “풋!” 하고 웃고는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나랑 카라마츠랑 같이 먹으면 되겠다.”
“그럼 됨까아?!”
오소마츠 형아가 카라마츠 형아를 보며 말하자 카라마츠 형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오소마츠 형아의 말에 다시 기뻐졌다.
“이거 맛있다!”
단팥빵을 한 입 베어 문 토도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이치마츠 형아도, 쵸로마츠 형아도 맛있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쁘게 웃으며 나도 단팥빵을 입에 넣었다.
“맛있다아아아!!!”
달달한 팥과 부드러운 빵의 감촉에 절로 미소가 퍼졌다.
쵸로마츠 형아 말대로 오물오물 꼭꼭 씹어서 삼키고 다시 입 안 가득 빵을 물었다.
입 안에 퍼지는 맛의 향연에 기쁘게 웃으며 오소마츠 형아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오소마츠 형아도 싱긋 웃어주며 빵을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
“자, 카라마츠.”
“아, 땡큐다, 형님.”
오소마츠 형아가 내민 빵 반쪽을 든 카라마츠 형아가 한 입 먹고는 “굉장히 맛있다! 마이 리틀 쥬시마츠!” 라고 말해주었다.
“에… 뭐야? 저거..”
“저 식탐왕 오소마츠 형이 반반 나누다니…”
“…죽인다, 개똥마츠.”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쵸로마츠 형아와 토도마츠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오소마츠 형아를 보고 있었고, 이치마츠 형아는 무섭게 카라마츠 형아를 노려보았다.
5.
이번 가을에 무슨 스타일이 유행할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있자 1층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하고 대답하니 낡은 계단이 끼익끼익 울리고 이내 방 문을 열고 엄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이제부터 파트 타임이니까 누가 가서 장 좀 봐오렴~”
내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방바닥에 장바구니와 장 볼 목록, 돈을 남겨둔 엄마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 집을 나섰다.
분명 날짜상으로는 가을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더운 날씨에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있는 오소마츠 형을 부르자, 형이 고개를 돌렸다.
“형이 좀 가면 안 될까? 나 오늘 조금 현기증이 있어서 밖에 나가면 분명 어지러울 것 같아~”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을 모아 부탁하자 오소마츠 형이 볼을 부풀리고 투덜거렸다.
상체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들고 “부탁해~~” 하고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한숨을 푹 쉬더니 “할 수 없네- 정말~“ 하고 대답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장바구니와 쪽지와 돈을 챙기는 오소마츠 형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잘 다녀와~” 하고 배웅했다.
방 문을 열고 나간 오소마츠 형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형제들 모두 외출하고 엄마도 방금 전 파트 타임을 나가, 나와 오소마츠 형만 남아있는 집 안은 고요했다.
오소마츠 형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스윽- 하고 거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 엄마 심부름 가는데 너도 도와.”
거실에 카라마츠 형이 있었던 걸까?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아.” 하고 카라마츠 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 형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도우라고 말하고, 별다른 불평 없이 대답하는 카라마츠 형의 목소리에 조금 놀랐다.
오소마츠 형은 보통 자신이 맡은 심부름은 다른 형제들에게 부탁하지 않았다.
이상한 부분에서 장남임을 강조하는 오소마츠 형은 형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우리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았다.
도와달라는 말도 오소마츠 형은 쉽게 꺼내지 않았다.
그런 오소마츠 형이지만 카라마츠 형에게만큼은 쉽게 ‘도와’ 라던가 ‘이것 좀 해줘.’ 라고 말하며 자신의 일을 종종 맡겼다.
분명 카라마츠 형도 오소마츠 형 입장에서는 동생일 터인데 사뭇 우리를 대할 때와 카라마츠 형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다른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라마츠 형도 언제부터 저렇게 쉽게 오소마츠 형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 것일까. 오소마츠 형의 ‘도와’ 라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게 꼭, 오소마츠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인상이 찌푸려졌다.
평소 오소마츠 형에게는 쌀쌀맞으면서 왜 저럴 때는 한없이 잘 대해주는 건지.
분명 저 두 사람은 눈치채고 있지 않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특별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바닥에 누웠다. 얼마 전,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형을 목격한 일을 떠올렸다.
정확히 반으로 나눈 짐을 양손 가득 들고 어기적 걸어가는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을 보자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소마츠 형과 대등하게 걸어가는 카라마츠 형이 너무나 부러웠다.
오소마츠 형도, 카라마츠 형도 나나 쵸로마츠 형과 함께 장보기를 할 때는 항상 우리에게 가벼운 짐을 맡겼다.
무거운 짐은 자신들이 들고 앞서 걸어가는 그 등에서 두 사람이 ‘형’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동갑인데…”
육쌍둥이인 우리는 동갑인데도 왜 이렇게 차이가 나 버리는 걸까.
나도 실은 오소마츠 형과 나란히 걷고 싶었다.
무거운 짐도 들 수 있도록 헬스장에도 다니고 있지만, 타고난 근력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짐을 사이좋게 반으로 나누어 들고 나란히 걸어가는 그 두 사람의 분위기는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언제까지고 나는 두 사람에게 동생 취급을 당하는 것일까.
좀 더 두 사람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6.
헬로워크에서 돌아온 쵸로마츠가 거실 문을 열자 장남을 제외한 형제 모두가 거실에 모여 있었다.
“평일 낮인데도 이 모양이냐…”
질린다는 얼굴로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를 지나 고양이를 안고 엎드려 있는 이치마츠에게 “이따 고양이 털 치워 놔.” 하고 말했다.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원형 테이블에 앉자 손거울을 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거울을 내리고 “어서 와. 브라더-“ 하고 인사했다.
대충 대답한 후, 구인잡지로 시선을 옮기려는 순간 묘하게 붉은 카라마츠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카라마츠.”
“응- 뭔가 브라더-“
“너 감기 걸렸어?”
“…아, 아마도.”
카라마츠의 이마를 짚으며 묻자 카라마츠가 곤란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마에 댄 손이 후끈거리는 것으로 보아 제법 열이 높은 것 같았다.
“왜 말을 안하고 있어!” 하고 잔소리한 뒤, 2층에 이불을 깔아야겠다고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 쵸, 쵸로마츠!”
“어?”
“2층 말고 1층 손님방에 까는 게 좋을 것 같다.”
“어? 왜?”
“브라더-들에게 옮기면 안되니까.”
“별로 그런거 신경 안 써도 돼.”
“그래도 일단은...”
사람 좋게 웃는 카라마츠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님방으로 들어가 1인용 이불을 깔았다.
나를 따라 들어온 카라마츠에게 누우라고 한 뒤, 거실에 있는 약상자에서 해열제를 찾고 있을 때 토도마츠가 다가왔다.
“나도 도울게.”
“그럼 얼음 주머니 만들어 와.”
“응.”
고개를 끄덕인 토도마츠가 주방으로 향했다. 이치마츠는 토도마츠를 대신해 쥬시마츠와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해열제를 찾아 물을 가지러 거실을 나선 순간,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걱정하는 얼굴로 카라마츠의 상태를 물었다.
그리 큰 감기는 아니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에게 감기가 옮을지 모르니 손님방엔 들어가지 말라고 말해 두었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전에 사놓은 꽃무늬 주머니에 넣었다.
입구를 단단히 봉하고 주방을 나와 거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며 오소마츠 형이 들어왔다.
“오, 톳티-“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응? 뭐야?”
내 손에 들린 얼음 주머니를 가리키며 묻는 오소마츠 형에게 카라마츠 형이 감기에 걸렸다고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피식 웃으며 “바보도 감기에 걸리는 구나~” 하고 말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지도 않고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오소마츠 형을 불러 세웠다.
“어디가?”
“담배 사오는 거 잊어먹었어~”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는 다시 현관문을 나서는 오소마츠 형을 향해 혀를 찼다.
지난번, 우리 네 명이 감기에 걸렸을 때 카라마츠 형은 지극 정성으로 우리를 간호해 주었지만, 오소마츠 형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만화책이나 펄럭이고 있었다.
지금도 카라마츠 형이 감기에 걸렸다는데 자기 담배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다니.
질린다 질려.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손님방으로 들어가자 쵸로마츠 형이 곤란하단 얼굴로 카라마츠 형 옆에 앉아있었다.
얼음 주머니를 카라마츠 형의 이마에 올려놓고 쵸로마츠 형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쵸로마츠 형이 안 그래도 처진 눈썹을 더욱 내리고 말했다.
“해열제랑 감기약이 없어. 나가서 사 와야겠어.”
말을 마친 쵸로마츠 형이 몸을 일으키자 카라마츠 형이 쵸로마츠 형의 바지를 붙잡고 말렸다.
“이런 감기 조금 쉬면 괜찮아져. 그것보다 쵸로마츠도, 토도마츠도 이제 나가 봐.”
““어? 왜?””
“감기 옮으니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카라마츠 형이 오히려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도 옆에서 간호하겠다는 나와 쵸로마츠 형의 주장에도 카라마츠 형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말만 연발했다.
결국 카라마츠 형에게 진 우리들은 푹 쉬라는 말을 남기고 손님방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오소마츠 형아, 어서 오세요~!!”
“어서 와, 오소마츠 형.”
거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오소마츠 형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다녀왔어~” 하고 대답했다.
거실 서랍장의 약상자를 꺼낸 오소마츠 형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약상자에 넣었다.
“그게 뭡니까아~?”
어느새 오소마츠 형 옆에 다가간 쥬시마츠가 묻자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감기약~ 저번에 보니까 없길래.” 하고 대답하곤 아직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손님방으로 향했다.
살며시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 형을 따라가자 오소마츠 형이 “왜?” 하고 물어왔다.
그냥이라고 대답하자 오소마츠 형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아플 정도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라마츠가 걱정되서 그러지~~? 솔직하지 못하네, 이치마츄는~~”
굳이 말하지 않는 내 속마음까지 알아채는 오소마츠 형이 기쁘게 웃으며 “카라마츠는 괜찮을 거야.” 하고 말했다.
감기에 걸린 당사자도 아니면서 확신에 차서 말하는 오소마츠 형의 말에 어쩐지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손님방에 도착하자 쵸로마츠 형과 토도마츠가 방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빙긋 웃으며 쵸로마츠 형과 토도마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손님방 문을 열었다.
망설임 없이 손님방에 들어가려는 오소마츠 형을 두 사람이 말렸지만, 오소마츠 형은 “괜찮아~” 라며 손님방 안으로 발을 옮겼다.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쵸로마츠 형과 토도마츠가 방문에 귀를 바짝 가까이 대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뭐하냐고 황당한 얼굴로 묻는 내 질문에 “쉿-!!” 하고 토도마츠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뭔가 싶어 나도 두 사람을 따라 방문에 귀를 대고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집중했다.
“카라마츠으~, 감기약 사왔다.”
“아, 고맙다. 오소마츠.”
“자, 이거. 쌍화탕. 이거랑 같이 먹어.”
“아아.”
“너는 여름도 지났는데 감기에 걸리냐.”
“훗, 감기 바이러스 마저 이 카라마츠의 매력에 매료ㄷ…”
“그만하고, 약이나 먹어.”
“…네.”
“밥은?”
“아직.”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딱히 없군.”
“푸딩은?”
“…먹고 싶다.”
“그럴 줄 알고 약이랑 같이 사 왔어. 자.”
“응. 고마워, 오소마츠.”
“됐으니까, 얼른 먹고 푹 자.”
“응.”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경악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였다.
쵸로마츠 형도, 이치마츠 형도 경악한 얼굴로 방문에서 귀를 떼고 ““저거, 누구?”” 하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는 간호는커녕 우리 지갑에서 돈을 빼가 파칭코에 갔던 오소마츠 형이 저렇게 세심하게 사람을 간호할 줄 알았다니.
카라마츠 형도 우리에게 감기가 옮는다며 한사코 우리를 방 밖으로 내보내 놓고, 오소마츠 형에게는 그런 말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소마츠 형의 간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거 무슨 상황? 곱씹을수록 믿을 수 없는 두 형들의 모습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거기서 다들 뭐해~?”
명랑한 쥬시마츠 형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어깨를 튀며 놀랐다.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쥬시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 아직도 아파~?” 하고 물어, 쵸로마츠 형이 “곧 나을 거야.” 하고 대답했다.
뭔가 생각하는지 긴 소매로 입을 가리고 있던 쥬시마츠 형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주먹으로 한 손을 통- 내리쳤다.
“내가 카라마츠 형의 저주를 풀어줄게!!”
쥬시마츠 형의 한마디의 지난날의 악몽이 떠오른 우리 세 명은 분열을 시작하려는 쥬시마츠 형을 필사적으로 말리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아버리고 말았다.
“이 카라마츠의 귀환이다. 다녀왔다, 브라더-“
안쓰럽게 반짝이는 바지를 빛내며 방 안에 들어온 카라마츠 형과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쥬시마츠가 “어서 와요! 카라마츠 형아!” 하고 맞이했다.
쥬시마츠의 환한 미소에 응답하듯 미소 지은 카라마츠가 슥- 방 안을 둘러보았다.
고양이과 놀고 있는 이치마츠,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토도마츠, 구인잡지를 보고 있는 쵸로마츠 사이에 오소마츠가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짙은 눈썹을 찡그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오소마츠의 이마를 짚었다.
“헤?”
멍청히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자 카라마츠가 미간의 주름을 더욱 깊게 하고 방을 나가 거실로 향했다.
“어? 방금 뭐였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물었지만 오소마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몰라.” 하고 대답하고 다시 만화책에 집중했다.
잠시 후, 체온계를 들고 방 안에 들어온 카라마츠에게 동생들의 시선이 집중했다.
오소마츠에게 체온계를 내민 카라마츠가 “응.” 하고 말하자, 오소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혀를 차곤 카라마츠가 내민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었다.
체온계에서 삐빅 소리가 나자, 오소마츠가 말없이 체온계를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38도 2부.”
인상을 쓰고 카라마츠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두 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동생들이 놀라 외쳤다.
“에?”
“어? 오소마츠 형, 열 있어??”
“완전 멀쩡해 보였는데…”
“오소마츠 형아, 괜찮슴까?!!”
한창 놀라고 있는 동생들을 뒤로 하고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병원에 가자, 오소마츠.”
“어~? 별로 그 정도는 아니야아~”
“오소마츠, 너 또 식욕 없다고 아무것도 안 먹었지.”
“…”
“하아, 정말이지 너는…”
푹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멍청한 얼굴로 둘을 보고 있던 동생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고 카라마츠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가족 여행용으로 장만한 밴은 그 유지비가 만만찮아 항상 차고에 잠들어 있었다.
특별 행사가 없는 한 꺼낼 일이 없는 밴의 옆좌석에 오소마츠를 앉힌 카라마츠가 시동을 걸었다.
부릉- 하고 시동이 걸리고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엔진이 덜덜 거리며 작동을 시작했다.
기어를 돌리고 엑셀을 밟으려는 순간 차 앞을 동생들이 막아섰다.
“브, 브라더-? 위험하니 비켜주지 않겠나?”
당황한 카라마츠가 창문을 내려 얼굴을 내밀고 말했지만 동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우리도 갈래!!””””
동생들의 외침에 카라마츠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심장 소리를 들은 의사가 청진기를 귀에서 빼내고 차트에 영어를 휘갈기며 말했다.
“독감이네요. 아무래도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린 것 같은데. 이번 독감은 특히 고열을 일으키기 쉬우니 하루 정도 입원해서 상태를 좀 봅시다.”
의사의 무덤덤한 말을 들으며 카라마츠를 제외한 동생들 모두 턱이 빠지고 말았다.
그 건강하기로는 쥬시마츠 다음으로 유명한 오소마츠가 독감으로 입원한다는 것이 동생들에겐 꽤 큰 충격이었고, 오소마츠가 그렇게 아프다는 것을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도 충격이었다.
다 함께 진료실을 나와 접수처에서 입원 수속을 받는 동안 오소마츠의 열은 더 올라,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가쁘게 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동생들에게 오소마츠를 맡기고 입원수속을 마친 카라마츠가 다시 오소마츠를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동생들도 근심 어린 얼굴로 카라마츠를 뒤따랐다.
625호실에 오소마츠가 옮겨지고 이내 간호사가 들어와 오소마츠의 팔에 링거를 꽂았다.
카라마츠에게 체온계와 차트를 건네주며, 한 시간 간격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혹시 지금보다 더 오르면 벨을 눌러달라고 당부했다.
집에서 항상 쓰던 것과 다른 신식 체온계의 작동 설명을 진지하게 들은 카라마츠가 간호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손사래를 치며 웃은 간호사가 절대 안정을 강조하며 병실을 떠났다.
간호사가 사라짐과 동시에 동생들이 우르르 오소마츠가 누워 있는 침대를 둘러쌌다.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있으니, 오소마츠의 고통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축 처진 오소마츠의 손을 붙잡고 있는 토도마츠의 얼굴은 이미 울상이 된지 오래였다.
“오, 오소마츠 형…”
토도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가늘게 눈을 뜨고 씩 웃었다.
“횽아, 괜찮으니까… 울지 마. 톳티-“
토도마츠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고 토도마츠의 손을 꽉 맞잡으며 막내를 달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동생들 모두 울상이 되었다.
다행히 병원에서 처방 받은 해열제는 빠르게 오소마츠의 체온을 정상 범주로 떨어뜨렸다.
간호사의 말대로 한 시간 간격으로 오소마츠의 체온을 확인하던 카라마츠도 오소마츠의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상 옆에 위치한 작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한결 편안하게 숨을 내쉬며 잠든 오소마츠의 땀에 젖은 앞머리를 살며시 쓸어 올려준 카라마츠가 침상에 기대어 잠든 동생들을 흔들어 깨웠다.
“마미와 파피가 텅 빈 집을 보면 놀랄 거다. 일단 돌아가 있어.”
카라마츠의 말에 동생들 모두 얼굴에 불만을 가득 피우고 반발했다.
오늘 하룻밤 입원해 있어야 하는 오소마츠 옆에 있겠다는 동생들의 아우성을 카라마츠가 단호하게 끊어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마츠노가는 1인실은 꿈에도 꿀 수 없는 사치였다.
오소마츠가 입원한 병실도 일반적인 6인실이었다.
당연히 다섯 명의 동생들이 모두 병실에 머문다면 다른 환자들에게 폐가 될 거라는 카라마츠의 설득에 불만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수긍하는 동생들이었다.
결국 카라마츠만이 병실에 남기로 하고, 동생들은 터덜터덜 병원을 나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굳이 카라마츠 형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아??”
집으로 향하는 길, 미련을 버리지 못한 토도마츠가 항의하듯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토도마츠를 보는 쵸로마츠가 푹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카라마츠가 아니면 안 돼.”
“하? 왜!?”
쵸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발끈하자 이치마츠가 혀를 차며 말했다.
“개똥마츠가 아니면 오소마츠 형 편히 쉴 수 없잖아.”
“오소마츠 형아가 가장 편안한 얼굴을 하는 건 카라마츠 형아랑 있을 때니까!!”
쥬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정곡을 찔린 것처럼 얼굴을 구기더니 “크으~~” 하고 신음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형들이 말하는 것은 정론이었다.
카라마츠를 제외한 다른 동생들이 남았다면 동생들을 사랑해 마지 않는 오소마츠는 동생들만 신경 쓰느라 편히 쉴 수 없다는 것을 토도마츠도 잘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납득해도 마음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진 모순점이었다.
“그래도 내가 옆에 있고 싶었어…” 하고 중얼거리는 토도마츠의 말에 형제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7.
이처럼 마츠노 가의 장남과 차남은 서로를 동생들과 다르게 대우하고 있었다.
서로를 ‘특별 대우’ 하며 두 사람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어떤 침입도 허락하지 않는 두 사람을 동생들은 질투하고 있었다.
질투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을 동생들은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정작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그런 동생들의 심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중증 브라콤 말기의 바보였다.
* 이번 단편은 특히 길었네요... '차별 대우' + '특별 대우' 합쳐서 워드 50쪽, 단어수 9,095....
* 플롯을 짰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단편이라 썼는데 설마 이렇게 분량이 늘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 이제 또 평일이 다가오네요.. 출근하기 싫어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이니 망설이지 말고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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