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편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 있습니다.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모두 하타보에게 찔린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엉기적엉기적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잔뜩 구긴 얼굴로 엉덩이를 쓸어 올리는 쵸로마츠가 “살다 살다 진짜 별 꼴을 다 당한다, 진짜…” 하고 멀쩡하게 앞서 걸어가는 쥬시마츠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웃는 얼굴로 빙글 몸을 돌려 “완전 건강하다요, 머슬머슬 허슬허슬!!!” 하고 팔을 굽혔다 피는 쥬시마츠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왼쪽 끝에선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사이 좋은 동생들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즐겁게 고개를 돌린 순간, 항상 내 곁에서 나란히 걸었던 오소마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놀라 고개를 돌리니 오소마츠는 일렬로 걸어가는 우리의 한 발자국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오소마츠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오소마츠가 나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몸을 반대로 돌려 걸어갔다.
우리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는 오소마츠의 등에 황급히 오소마츠를 향해 뛰었다.
팔을 붙잡고 오소마츠를 돌려 세우자 놀란 얼굴의 오소마츠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 오소마츠! 어디를 가려는 건가!”
오소마츠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잠깐 한 대 태우고 가려고~”
“내, 내가 있어서 피하는 건…”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의문을 묻자 굳은 얼굴의 오소마츠가 단호하게 “아니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더 그 덩치를 키웠다.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물었다.
“형님,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그렇다면…”
“아니야, 카라마츠.”
불안에 떠는 얼굴을 숙여 감추고 묻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대답했다.
너무나 상냥하고 부드럽게 나를 어루만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얼굴로 오소마츠가 웃고 있었다.
상냥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이는…
처음 보는 미소로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전혀 나쁘지 않아. 오히려 나쁜건.. 나야.”
그렇지 않다고 외치려고 벌어진 내 입을 먼저 막아선 오소마츠가 말을 이었다.
“나, 한 대 태우고, 파칭코 들렸다 갈게. 먼저 녀석들이랑 집에 들어가.”
오소마츠는 강하게 자신의 팔을 쥐고 있는 내 손을 부드럽게 풀고, 억지로 내 몸을 돌려 이미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는 동생들을 향해 등을 떠밀었다.
너무나 부드럽게, 그리고 확고하게 나를 거부하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미 뿌옇게 변해버린 시야로 한 걸음씩 내게서, 그리고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는 오소마츠의 등이 너무나 쓸쓸해 보였다.
2.
오늘도 홀로 옆 동네까지 가서 술을 진탕 마시고 돌아왔다.
술을 아무리 위에 들이부어도 빈틈없이 서서히 내 목을 바짝 조여오는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낡은 현관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가자 현관 앞 마루에서 쵸로마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쵸로씌 무슨 일이야?”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쵸로마츠에게 장난스럽게 묻자, 쵸로마츠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오소마츠 형, 요즘 대체 왜 그래?”
“뭐가아~”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며 건성으로 대답하자 나를 따라 거실로 들어온 쵸로마츠가 거실 입구를 막고 서서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왜 카라마츠도 피하고, 우리들하고도 거리를 두는 거야?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형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말을 할수록 쵸로마츠의 언성은 높아져 갔다.
비난의 어조로 나를 쏘아보고 있는 쵸로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
“아~ 알겠어. 이제 안 피할 테니까.”
“또 그렇게 대충 대답하지!! 오소마츠 형은 항상 그런 식이야!”
가라앉지 않는 쵸로마츠의 짜증 섞인 어조에 나 역시 이성의 끈이 간당간당 흔들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 그러겠다고.” 하고 말하자 쵸로마츠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코 앞까지 다가온 쵸로마츠가 내 멱살을 잡았다.
“우리한테는 카라마츠한테 너무 심하게 대한다고 화낼 때는 언제고! 자기는 카라마츠를 막 대해도 된다 이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너야말로 카라마츠를 구하기 위해 하타보에게 돈을 빌리려는 걸 그렇게 화를 내며 막아놓고.
너야말로 뭐라는 거야?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김과 동시에 주먹이 나갔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먹에서 느껴지는 얼얼함에 퍼뜩 정신을 차리니 거실 문을 박살내고 쵸로마츠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쵸로마츠가 쓰러지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렸는지 2층에 모여 있던 동생들까지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놀란 얼굴로 나와 쓰러져 있는 쵸로마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동생들과 함께 내려온 카라마츠도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놀람과 혼란이 섞인 눈빛에 ‘핫’ 하고 자조 섞인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로 나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이…!!”
코피를 대충 소매로 닦고 일어난 쵸로마츠가 내게 주먹을 날렸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쵸로마츠를 보며, 잠자코 선 채 쵸로마츠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얼마나 세게 친 건지, 우리 중에서는 완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쵸로마츠의 주먹을 맞고 그대로 거실 벽에 부딪쳐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
내가 피하지 않은 것에 놀랐는지, 쵸로마츠와 녀석들 모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 안이 터졌는지, 입 안 가득 쇠냄새가 풍겼다. 혀로 터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핥고 몸을 일으켰다.
쵸로마츠의 몸이 움찔하고 떨리며 긴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안 때린다고.
터벅터벅 발소리를 울리며 쵸로마츠를 지나쳐 마루로 나갔다. 대충 벗어두었던 운동화의 뒤축을 구겨 신고,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탁’ 하고 현관문이 닫히자 마자 흘러내린 뜨거워진 눈시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없구나. 기어코 동생한테 손을 올리고 말았다.
쵸로마츠가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는데.
이런 ‘형’은 더 이상 녀석들에게 필요하지 않겠지.
어디 멀리로 떠나자고 중얼거리며 이미 새까매진 밤하늘을 벗 삼아 기차역으로 향했다.
3.
동생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카라마츠 형?!”
토도마츠에게 불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쵸로마츠의 치료는 동생들에게 맡기고 현관을 나섰다.
이미 저 멀리로 걸어가 작은 점으로 보이는 오소마츠의 뒤를 쫓아 뛰었다.
기차역의 매표소 앞에서 겨우 오소마츠를 붙잡았다.
“…카라마츠.”
“…”
오소마츠의 잠긴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동생을 때린 것에 맞은 쵸로마츠 이상으로 상처 받은 오소마츠를 말없이 이끌고 공원으로 향했다.
붕대를 칭칭 감은 나를 오소마츠가 마중 나와 주었던 그 공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오소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오는 내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오소마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눈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
“오소마츠.”
“…”
“형님.”
“…”
“뭔가 고민이 있는 건가?”
“…”
“오소마츠.”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힘없이 늘어진 오소마츠의 손을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시끄러웠다.
“오소마ㅊ…”
“시끄러워!! 나 같은 쓰레기한테 신경 쓰지 말라고!!!”
마주 잡고 있었던 내 손을 뿌리치며 오소마츠가 거칠게 외쳤다.
잔뜩 찡그리고 있는 그 얼굴은 화가 났다기 보단,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져 오는 오소마츠의 괴로움에 가슴이 조여왔다.
나를 보며 씩씩대는 오소마츠의 손을 다시 붙잡았지만 다시 내쳐지길 몇 번.
토도마츠에게 ‘고릴라 같은 힘’이라고 불렸던 완력으로 몸부림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붙잡고 억지로 들어올렸다.
얼굴을 마주해도 오소마츠는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내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오소마츠,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겠나?”
왈칵하고 순식간에 오소마츠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소리를 죽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너무나 애틋해서, 팔을 뻗어 오소마츠의 등에 둘렀다.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가 작디 작은 목소리로 애잔하게 속삭였다.
“미안, 미안해. 카라마츠. 이런 쓰레기 같은 최악의 형이라 미안…”
눈물에 젖은 오소마츠의 얼굴을 마주보는 내 눈시울도 어느새 뜨거워져 있었다.
내가 오소마츠를 미워할 리가 없는데. 바보 같은 고민을 하는 바보 같은 형에게 빙긋이 웃어주며 달랬다.
“최악의 형이라니 그럴 리가. 나도, 녀석들도 모두 너를 의지하고 있어. 형님, 오소마츠. 나는 그날 너에게 구원받았어. 네 덕분에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어. 동생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 오소마츠, 고마워. 계속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바보네, 너도.”
울먹이는 목소리에 작게 웃음이 섞였다.
서로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마주보며 ‘풋’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 큰 성인 남자 (그것도 얼굴도 똑같은) 둘이 어린아이 마냥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웃고 말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쵸로마츠가 맨발로 현관으로 내려왔다.
“..쵸로마츠, 아깐 미안.”
“나도 화내서 미안.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좀 말을 해! 이 망할 장남!!”
“아야!!”
오소마츠의 머리에 주먹을 내리치며 화난 목소리로 외치는 쵸로마츠의 눈가가 붉었다.
피식 웃고 고개를 돌리니 동생들 모두 거실에서 빼꼼 얼굴만 내밀고 우리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도 맞잡고 있는 손을 흔들어 오소마츠를 부르자, 오소마츠가 동생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고는 “다녀왔어.” 하고 인사했다.
부드러운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동생들은 안심한 얼굴로 거실에서 마루로 나와 빙긋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쑥스럽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가 눈이 마주쳐 기쁘게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다.
* 카라마츠 사변으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오소마츠입니다.
* 개그 애니였기에 웃고 넘겼지, 카라마츠 사변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카라마츠도, 오소마츠도 꽤 큰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요ㅎ
* 다음주에는 남은 중편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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