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여우골이네요ㅎㅎ


* 9편입니다! 이제 완결까지 2편 남았네요!!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굵은 눈송이가 하나둘 마당에 내려앉아 쌓였다

서서히 하얀색으로 덮여가는 마당을 보며 입김을 내뿜은 쵸로마츠가 찬 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문을 꽉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알 길이 없는 코타츠에 몸을 묻은 오소마츠가 느긋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기분 좋게 쳐진 황금빛의 귀가 살며시 움찔거리며 쵸로마츠가 내는 발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차를 후르륵 마시며 쵸로마츠가 편안하게 숨을 내쉬었다.


올해도 다 갔네~”

그러게-”

쵸로마츠의 말에 맞장구치며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질 것 같은 나긋한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쵸로마츠가 피식- 웃었다

오소마츠의 양 옆에 자리를 잡은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인간 마을에서 사온 과자를 집어 먹으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펑펑 내리는 눈은 한동안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아예 높이 쌓이면 좋겠다.”

본래 추운 지방에서 살고 있었던 탓인지, 체질 덕인지 코타츠에 들어가지 않고도 멀쩡하게 앉아있는 토도마츠가 중얼거렸다

토도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

쌓이면 처리가 귀찮아. 지붕 위에 쌓인 눈도 올라가서 치워야 하고…”

우와~ 쵸로마츠 형. 완전 재미없어…”

쵸로마츠의 말에 이번엔 토도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 하고 짜증을 내는 쵸로마츠를 뒤로하고 이치마츠가 몸을 일으켜 순식간에 고양이로 변모했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오소마츠의 무릎 위로 파고 든 이치마츠를 오소마츠가 빙그레 웃으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골골거리며 오소마츠의 손길을 만끽하면서도 이치마츠는 슬쩍슬쩍 눈을 떠 오소마츠의 옆에 앉은 카라마츠를 견제했다

다른 동물보다 체온이 높은 새에 근본을 두고 있는 카라마츠는 토도마츠와 마찬가지로 코타츠에 들어가지 않고, 방석에 앉아있었다

옆에 놓인 귤 바구니에서 귤을 하나씩 까서 오소마츠의 입가에 대주는 카라마츠가 이치마츠가 뿜어내는 검은 오라에 몸을 움찔였다

, 치마츠도 먹을 건가?” 하고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사나워진 이치마츠의 째림뿐이었다

물을 삼키고 오소마츠에게서 한 발자국 멀리 떨어진 카라마츠가 날개를 축 늘어뜨렸다

치마츠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진 못해도 일일이 귤을 까서 오소마츠에게 먹여주는 카라마츠를 질렸다는 눈으로 보며 쵸로마츠가 차를 마셨다

문득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새끼 손가락에 비친 붉은 실의 흔적에 -” 하고 작은 숨을 내쉬었다

대국주가 불시에 방문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마치 저 옛날의 일인 것 같이 멀게 느껴졌다

다행히 카라마츠를 인정해준 대국주가 둘의 연을 엮어 부부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계절 하나가 지났건만 둘은 혼례를 올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 오소마츠 형이 행복하면 되었나.’

빈 찻잔을 코타츠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쵸로마츠가 눈을 감았다

추운 겨울날,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는 이 순간을 만끽하며 쵸로마츠가 창고에서 귤을 더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킨 순간이었다.


!!!!”

거대한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 문 너머로 스멀스멀 찬 공기가 방안을 침투해 들어왔다

고요한 방 안에 급작스럽게 크게 울린 문소리에 이치마츠가 팔짝 뛰어 오소마츠의 무릎에서 카라마츠의 어깨로 올라탔다

모두의 이목이 열린 문으로 집중된 가운데, 옅은 홍색의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잔뜩 성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신원을 확인한 쵸로마츠가 다시 한바탕 몰아칠 파란을 예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


오소마츠 군, 바보오오오오~!!!!!!”

거나하게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토토코를 오소마츠가 난처한 얼굴로 달래었다

난데없이 벌컥 문을 열고 나타나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한 토토코를 보며 쵸로마츠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알아서 분위기를 파악한 동생들은 모두 방을 나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오소마츠는 뻘뻘 땀을 흘려가며 울고 있는 토토코를 어르고 달랬지만, 토토코는 여전히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여우 중의 여우라니까, 정말로..’

애처로울 정도로 큰 소리로 통곡하는 토토코를 보며 쵸로마츠가 냉정히 생각했다

여우란 것이 교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쵸로마츠가 알고 있는 여우 중에서는 토토코가 가장 여우다웠다

지금도, 저렇게 서럽게 울고 있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넘어진 귤 바구니를 주워 정리한 쵸로마츠가 토토코에게 다가갔다

차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쵸로마츠와 눈이 마주친 토토코가 우는 소리를 더 높였다.


오소마츠 군은, , 이제 나 같은, 거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이이이!!!”

아니야, 토토코~ 그럴 리 없잖아~”

그럼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해준거야아아아아아~~~~!!!!!”

눈물을 닦아주려는 오소마츠의 손을 뿌리치고 엉엉 울며 토토코가 외쳤다.


이젠, 나 같은 거~~!!!”

아니라니까~~ 토토코가 바쁜 거 아니까, 나중에 한가해지면 찾아가려고 했어!!”

귀를 늘어뜨리고 변명하는 오소마츠를 가만히 본 토토코가 그제야 서서히 울음을 멈추었다.


, , 정말로?”

그래! 내가 토토코를 잊을 리 없잖아!”

그럼 왜 약혼했다고 말 안 해주는데에에에에!!!! 방금 전에 대국주님에게 들어서 알았다고!!!”

퍽퍽- 오소마츠의 어깻죽지를 치며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지?!!!” 하고 따지는 토토코와 미안한 얼굴로 말없이 주먹을 맞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매로 토토코의 눈물을 닦아준 오소마츠가 미안해~~” 하고 사과하자, 겨우 울음을 그친 토토코가 불을 부풀렸다.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거지!”

당연하지.”

그럼, 알겠어. 나 당분간 여기서 있을래!!”

“..에에

뭐야?! 안 돼!?”

아니! !! ~전 괜찮아!! 얼마든지 있다 가!!”

눈물로 촉촉해진 눈을 가늘게 뜨고 오소마츠를 흘겨보는 토토코의 날카로운 말에 오소마츠가 식은땀을 흘리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토토코와 오소마츠의 대화를 들으며 손님방을 하나 준비할 생각에 푹- 큰 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몸을 돌렸다.


“…, 라마츠..?”

“….”

너무나 조용하게 서 있어, 눈이 마주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이 방안에 카라마츠가 있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쵸로마츠가 사색이 되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토토코와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는 고요히 분노하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주먹에서 힘없이 뭉그러져 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귤이 눈물처럼 즙을 흘렸다

다다미 바닥에 떨어지는 귤즙을 보는 쵸로마츠에게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


카라마츠, .”

…”

그거 너가 치우고 가.”

, 미안하다. 쵸로마츠.”

사과는 됐으니까.”

…”

쵸로마츠가 내민 걸레를 받아들고 바닥을 닦으며 카라마츠가 물었다.


그런데, 쵸로마츠. 저 여잔?”

, 오소마츠 형의 친구. 소꿉친구래. 오소마츠 형보다 먼저 천호가 되어서 아마테라스*님의 천궁에 있었어. 그러다가 오소마츠 형이 여기 토지신으로 내려올 때 저승의 이자나미**님 궁으로 옮겨갔다고 들었는데…”

*아마테라스 : 일본 창세신화의 주신. 태양신이다. 이자나기의 왼쪽 눈에서 내어났다고 한다. [출처 나무위키]

**이자나미 : 이자나기의 누이이자 쌍둥이 남매, 동시에 아내로 이자나기와 함께 하계로 내려와 일본을 낳았다. 그 후에 수 많은 신을 낳고, 불의 신인 히노카구즈치를 낳다가 불타죽는다. [출처 나무위키]

일부러 감정이 담기지 않도록 무심하게 대답했건만,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의 말을 경청하며 토토코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걸레질도 닦는둥 마는둥, 카라마츠의 시선은 토토코에게 고정되었다

홀연히 나타나 평화로운 가족의 한때를 망친 것에 그치지 않고, 오소마츠에게 매달리는 것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상냥하게 웃으며 토토코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의 심기가 더 사나워졌다

오소마츠가 자신이나, 쵸로마츠, 동생들이 아닌 타인을 상냥하게 어루만지고 달래는 것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할 수 없는 불쾌감을 억누르며 다다미를 닦은 카라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토토코~, 마을 구경 할래!”

? 밖에 눈 오는데?”

그래도!! 할 거야!”

~, 할 수 없네.”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지으며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잠깐 나갔다가 올게.” 하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외투를 들고 나와 오소마츠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 나도 함께 가겠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가 겉옷을 입는 모습을 보고 말했지만, 오소마츠는 잠시 시선을 돌려 토토코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추운데 집에서 기다려.”

싱긋-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에 카라마츠가 반박도 하지 못하고 말을 잃었다

방을 나서는 두 인영을 시선으로 쫓으며 카라마츠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단 둘이서, 뭘 하려고..?”

피가 나도록 힘주어 쥔 주먹이 새하얬다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만 남은 조용한 방 안,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을 들은 쵸로마츠는 전력으로 무시하자고 생각했다.


끼어들면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방금 전까지만해도 북적거렸던 방 안은 텅 비어, 방 안 기온마저도 내려간 것 같았다

어수선하게 널린 물건들을 치우며 오소마츠가 사라진 방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카라마츠를 본 쵸로마츠가 한숨을 쉬었다.

 

 

 


 

3.


저건?! 저건 뭐야??”

팔짱을 낀 내 팔을 잡아 이끌며, 여기저기 돌아보는 토토코에게 적당히 대답했다

나보다 먼저 천호가 되어 줄곧 천상에서 머물렀던 토토코는 인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은 아니었다

늦은 밤인데도 환한 거리와 걸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많이 발전했구나…” 하고 중얼거리는 토토코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는 것 같았다

인간으로 둔갑해 꼬리와 귀를 숨기고는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들떠있는 토토코와 함께 인간들 사이에 있는 것은 어쩐지 불안했다

금방이라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신통력을 사용하지 않을까,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은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소마츠 군..?”

말이 없는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기울인 토토코가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주었다

- 내 팔을 붙잡은 소꿉친구의 어리광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고운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꼬리를 숨기고 있지 않다면 분명 신나게 좌우로 흔들어대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토지신으로 내려오고 백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저승에서 일했던 토토코와는 만나지 못했다

신들의 연회때도, 저승은 항상 바쁜 곳이기에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의 얼굴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천상에서 함께 어울려 놀 때마다 토토코는 여러 사건을 몰고 다녔다

내가 전형적인 장난꾸러기에 사고뭉치였다면, 토토코는 은근하게 여러 일들을 벌리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덮어 씌우곤 했다

나와는 달리, 정통 여우의 피를 이은 토토코는 사람을 유혹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참상을 재미있다는 얼굴로 감상하곤 했다

조금 고약하긴 해도, 인간을 유혹한다는 점에서 여우로서의 자질이 충분했던 토토코가 마음먹고 천호를 목표로 수행을 시작해, 나보다 먼저 천호가 된 것에 주변 어른들 모두 놀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토토코가 나보다 먼저 천호의 길에 오른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토토코가, 겉으로는 이렇게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타인의 눈이 없는 곳에서 무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장점이 무색하게 토토코에겐 지독한 단점도 있었다.

 


상대가 요괴든 인간이든, 얼굴의 생김새를 따지는 토토코이다

카라마츠 정도의 요괴라면, 힘도 세고 얼굴도 괜찮으니 탐내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까도 우는 척을 하면서 계속 카라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토토코에게 카라마츠를 뺏기는 것이 아닐까 초조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카라마츠와 토토코를 떨어뜨려 놓고 싶은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신인데도, 자기 마음 하나 추스리지를 못하니…”

? 오소마츠 군, 뭔가 말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냐…”

고개를 저으며 미소짓자 토토코가 빤히 나를 보더니 곧 시선을 돌렸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거리의 조명들과 장식들을 보며 토토코가 멀거니 섰다.


있잖아, 왜 저렇게 화려하게 꾸며 놓은 거야?”

, 그러니까겨울에 있는 특별한 날을 위해서?”

특별한 날..?”

인간 마을에 자주 놀러가는 토도마츠가 말해주었던 기억을 더듬어 대답했다

무슨 위대한 사람이 태어난 날이었던가.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겨울 중 하루를 쉬며 다 함께 축복을 나누는 날이라고 들었다

기억나는대로 가르쳐주자 토토코가 흐응~” 하고 김새는 소리를 냈다.


!”

?”

흥미를 잃은 얼굴로 지나가는 인간들을 보던 토토코가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하얀 뭔가를 들고 지나가는 인간이 있었다.


저거 뭘까? 토토코 저거 가질래!!”

!”

빙긋이 천진난만하게 웃은 토토코가 손가락을 우아하게 휘저었다

순식간에 여우에 홀린 인간은 묵묵히 토토코에게 걸어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기쁘게 웃으며 하얀 것을 받은 토토코가 다시 손을 흔들었다

걸어가던 방향 그대로 앞으로 걸어나간 인간은 수많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토토코…”

? 이거 맛있다!! 오소마츠 군도 먹어 봐!!”

, 이게 토도마츠가 말한 소프트콘이라는 건가…”

토토코가 내민 하얀 것을 핥으니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났다

라또니 바닐라니 근원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늘어놓던 토도마츠의 말이 기억나 작게 중얼거렸다

내 말도 듣지 않고 손에 들린 하얀 것에 열중한 토토코를 보며 작게 한숨을 지었다

한번 마음에 든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손에 넣고 마는 것이 토토코의 성정이다

근심하나 없이 정말로 행복하게 웃는 토토코를 보며 부디 카라마츠가 토토코의 마음에 들지 않기를 바랬다

그리고 토토코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해 주어서 빨리 돌려보내자고 다짐했다.

 

 


 

 

4.


환한 불빛 아래, 인간으로 둔갑한 토도마츠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큰둥한 얼굴의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그 뒤를 따랐다.


크리스마스가 지났는데도 장식이 남아있네!”

가로수에 둘러진 장식에 토도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무심한 얼굴로 귀를 후빈 이치마츠가 잔뜩 들떠있는 토도마츠를 불렀다.


토도마츠, 이제 돌아가자. 그 여자도 이젠 돌아갔겠지.”

-, 싫어! 좀 더 있다가 갈래!”

인간 마을엔 벌써 수십 번도 왔잖아.”

- 한숨을 쉬며 미간을 찌푸리는 이치마츠와 달리 토도마츠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거리를 보고 있었다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이건만, 거리를 메운 인파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스쳐지나가는 인간들에게서 각양각색의 향기가 퍼져 코가 예민한 이치마츠의 성질을 자극했다

혀를 차고 혼자라도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는 이치마츠의 곁을 한 인간이 스쳐 지나갔다

- 하고 비강을 타고 올라오는 강한 향기에 얼굴을 구긴 이치마츠가 구역질을 했다.


우엑-, 지독해.”

향수를 너무 많이 뿌렸나봐, 저 여자.”

향수? , 코 아파.”

그러고보니 아까 온 그 여우요괴도 향수 뿌린 것 같았어. 은은한 꽃 냄새가…”

, 나 알아!! 장미 냄새야! 토도마츠가 알려줬던 거!!”

어느날, 마을의 꽃집을 지나가다 꽃에 관심을 보인 쥬시마츠에게 토도마츠가 일일이 꽃의 종류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알록달록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을 하나하나 머리에 새긴 쥬시마츠가 손을 들고 외쳤다

토도마츠가 싱긋- 웃으며 ~ 쥬시마츠 형은 잘 기억하고 있네~” 하고 오소마츠를 따라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둘을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채 코를 막고 있는 이치마츠가 바라보았다.


근데 정말로 그 여우요괴는 누굴까? 오소마츠 형 지인 같았는데혹시, 오소마츠 형의 옛 여친이라던가…”

글쎄,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토도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려 신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찾아온 그 여우요괴가 누구건,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사이에 끼어들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신사 너머로 펼쳐진 까만 밤하늘을 보자, 절로 나오는 하품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숙였다

이치마츠가 슬슬 돌아가자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광장 전체에 커다란 종소리가 울렸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맑은 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지며 시간을 알렸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저마다 손목을 들여다보더니 바삐 발을 움직였다

소란스러워진 인파를 보며 토도마츠도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셋이 함께 신사쪽으로 몸을 돌려 걸으려는데, 낯선 목소리가 토도마츠를 불렀다.


, 토도마츠!”

“.., 아츠시 군!”

토도마츠가 얼굴을 활짝 피고 웃었다. ‘아츠시라고 불린 인간 남성이 토도마츠 일행에게 다가왔다

기쁘게 웃으며 아츠시를 바라보는 토도마츠를, 이치마츠가 가만히 응시했다

아츠시는 토도마츠와 함께 인간 마을을 돌아다니던 중에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토도마츠의 인간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고양이로 변해 이 마을 곳곳을 누비는 이치마츠도 홀로 몇 번 본 적 있는 인간이다

별다른 특별함도 없이 제 삶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가진 인간이라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인간다운 인간 중의 하나였기에, 토도마츠도 아츠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불안한 기색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토도마츠가 아츠시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어쩐지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눈빛과 닮아있는 것에, 가슴 깊은 곳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껄끄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치마츠가 옆을 보니 쥬시마츠도 어쩐지 불안한 눈길로 토도마츠를 보고 있었다.


아츠시, 누구야?”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토도마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아츠시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내민 여성이 아츠시를 보자, 아츠시가 웃으며 친구야.” 하고 대답했다

~” 하고 무미건조한 감탄사를 내며 앞으로 나온 여성이 애교를 담아 웃으며 인사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토도마츠도 인사하자 여성은 보란듯이 아츠시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웠다.


토도마츠, 어디 가는 길이야?”

, 이제 집으로 가려고.. 아츠시 군은?”

나는 이제부터 2차 가려고. 오늘 동창회였거든.”

그렇구나~”

속마음을 숨기고 생글생글 웃으며 토도마츠가 말했다

안면에 미소를 피운 토도마츠를 향해 아츠시가 다시 뭐라 말을 걸려는 순간, 아츠시의 팔에 매달린 여성이 끼어들어 먼저 물었다.


토도마츠 군은 어디 고등학교 나왔어?”

“…?”

나 마당발이라~ 이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전부 알고 있거든~ 근데 토도마츠 군은 오늘 처음 봐서.”

질문에 절대 악의가 없다는 의도를 담아 웃는 여성을 보며 토도마츠의 미소가 흔들렸다

요괴인 토도마츠가 학교를 나왔을 리 없다

대체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토도마츠가 대답을 망설이자 여성이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물었다.


?”

…”

어이, 그만해. 미안, 토도마츠. 다음에 또 보자.”

토도마츠가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아츠시에 의해 대화는 끊어졌다

앙탈을 부리는 여성을 두고 토도마츠에게 손을 흔든 아츠시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토도마츠에게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다가왔다.


토도마츠.”

이치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몸을 돌렸다. 분명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 어째선지 슬퍼보이는 얼굴에 이치마츠가 눈을 돌렸다.

 

 


하얀 입김을 내며 차가운 공기에 몸을 떤 이치마츠가 빨리 신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슬쩍 앞서 걷는 토도마츠의 뒷모습을 본 이치마츠의 가슴이 꾹- 하고 아팠다.


묘한 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고양이여서일까, 오소마츠와 함께 있는 동안 감각이 예민해져서일까, 토도마츠를 볼 때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에 이치마츠가 주머니에 넣고 있는 손을 주먹 쥐었다.


인간이 되고 싶다아…”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걸음을 멈추었다

비로소 자신이 목소리를 내 말했다는 것을 깨달은 토도마츠가 당황한 얼굴로 몸을 돌려 두 형을 바라보았다

혼란스러운 토도마츠의 표정을 보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얼굴로 애처롭게 구겨졌다.


, 아니야!! 거짓말이니까!”

거세게 고개를 흔들며 변명하는 토도마츠를 애잔하게 바라본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에게 다가갔다.


우리에겐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 토도마츠!”

빵긋 웃으며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 쥬시마츠의 손길에 토도마츠의 눈가가 붉어졌다

고개를 푹 숙인 토도마츠에게 이치마츠도 가까이 다가가 처량하게 처진 어깨에 손을 올렸다

따뜻한 두 형의 손에서 넘어오는 체온에, 토도마츠의 울먹임이 조금씩 커져갔다.


, 우우이치마츠 형~, 쥬시마츠 형~”

눈물을 흘리는 토도마츠를 쥬시마츠가 말없이 껴안았다

토닥토닥 잘게 떨리는 등을 두드리며 쥬시마츠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 괜찮아. 토도마츠~”

상냥한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흐느낌을 멈추었다

쥬시마츠의 품에서 고개를 들자, 다정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쥬시마츠와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긴 소매로 토도마츠의 눈물을 닦아준 쥬시마츠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토도마츠, 인간이 되고 싶어~?”

…”

작은 목소리를 쥐어짜듯 대답한 토도마츠의 머리를 이치마츠가 천천히 쓰다듬었다.

 

 


 

 

5.


아침을 밝히는 해님이 하늘 높이로 올라가기도 전, 채비를 마치고 방을 나섰다

밤새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 이불에서 뒤척거리며 밤을 지새웠다

영지의 식솔들 모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른 시간, 조용히 현관을 나와 날개를 펼쳤다

새벽 공기가 날개의 온기를 빼앗으려 다가왔다. 힘차게 날개를 펄럭여 새벽 공기를 몰아내고 아직 어두운 하늘로 날아올랐다.

 


 

붉은 토리이 가까이서 날개를 접어 신사 마당에 착지했다

그새 새벽 이슬이 맺힌 날개를 정리하고 신사로 한 발자국 들어서자, 귀에 거슬리는 높은 음의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어머나, 이렇게 일찍 남의 집에 오면 실례라는 것도 모르는 걸까나- 까마귀씨는~ , 새대가리라서 모르는구나~”

타박타박 나막신을 울리며 다가온 여우의 모습에 쯧- 하고 혀를 찼다.


“’남의 집이라네 집도 아닌데 주인 행세인가?”

“…오소마츠 군의 집은 내 집이기도 하다고?”

호오~? 그거 처음 듣는군.”

얇게 뜬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 여우가 요망하게 웃으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코 앞까지 다가와 붉은 입술을 제 혀로 핥은 여우가 요사스러운 손짓으로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있잖아~ 오소마츠 군 말고 나는 어때? 오소마츠 군은 수컷이잖아? 같은 수컷끼리 무슨 재미가 있어? 나한테 와~ 당신 정도면 받아줄 테니까~”

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간드러지게 울리는 여우의 목소리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오소마츠는 저렇게나 귀여운데, 여우란 것들은 왜 이리도 간사한지… 

다시 쯧- 하고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 당장 있는 힘껏 밀어내고 싶지만, 오소마츠의 오랜 친구인데다가 암컷이다

자신보다 약한 암컷에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내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외면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여우가 -“ 하고 짜증을 내며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토토코?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왜 나와있어?”

이른 아침에 일어난 탓인지 아직 졸음이 묻어나오는 오소마츠의 잠긴 목소리에 눈가가 풀렸다

조금 전까지 온 몸을 감싸고 있던 불쾌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몸의 힘이 풀려 편안하게 이완되었다

당장 오소마츠에게 달려가 그 사랑스런 몸을 품에 안고 아침 인사를 속삭이고 싶었건만, 나를 제치고 오소마츠에게 달려간 요괴가 오소마츠의 곁에 섰다.


오소마츠 군, 토토코가 오늘 아침 식사 만들어줄게~”

? 아침식사?”

! 오소마츠 군, 유부우동 좋아하지? 토토코~ 유부우동 잘 만들게 되었으니까!”

…”

잠버릇이 남아 삐죽이 서 있는 오소마츠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여우가 방긋이 웃었다

오랜 친구의 말에 오소마츠도 크게 거부하지 않고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씨익- 하고 나를 흘끗 보며 웃는 여우의 미소에 치솟는 화를 억눌렀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오소마츠에게 다가가자 오소마츠가 베시시 웃으며 카라마츠~, 좋은 아침.” 하고 인사해왔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인데도, 오소마츠의 빛나는 미소에 가슴이 꾹- 저려왔다

부드럽게 웃으며 아아.” 하고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다.


너도 같이 밥 먹자.”

, 아아…”

오늘은 내가 해주지 못하지만…”

미안하다는 얼굴로 귀를 늘어뜨린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그 귀여운 이마에 입맞추었다

괜찮아.” 하고 귓가에 속삭이니, 슬며시 몸을 떨어뜨리며 웃는 오소마츠의 귀가 붉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데려가 둘만의 식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여우가 다가와 오소마츠의 팔을 잡았다.


오소마츠 군~, 빨리! 요리먹어줄 거지?”

, .”

여우에게 속절없이 이끌려 오소마츠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 하고 깊은 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방금 전, 저 요망한 여우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요리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한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산과 토지의 정기로 살아갈 수 있는 오소마츠가 식사를 하는 이유, 오소마츠에게 있어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나와 쵸로마츠, 그리고 이치마츠를 비롯한 동생들에게 대접하는 이유를 저 여우도 알고 있는 것이다

오소마츠가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 과거의 영향이라는 것을, ‘한 인간이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요리를 해 주겠다는 말을 한 것이겠지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그 말은 나에대한 도전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카라마츠, 진정해.”

“..쵸로마츠…”

- 하고 어깨를 치는 손에 뒤돌아보니, 소매에 팔을 끼고 주홍빛의 목도리를 한 쵸로마츠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여우에게 질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전부 본 것인가 생각하니 어쩐지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쵸로마츠의 시선을 외면하며 물었다.


있었나…”

. 너 얼굴 엄청나니까, 좀 진정시키고 들어와.”

나를 지나쳐 현관으로 들어서며 쵸로마츠가 말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쵸로마츠가 하- 하고 한숨을 쉬며 집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얼굴을 고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화내지 말자고,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아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며 오소마츠의 집의 현관문을 열었다.

 

 


, 오소마츠 군~ 아앙~”

, 스스로 먹을게.. 토토코..”

안 돼! , 아앙~”

“…아앙

! 맛있어?”

, 맛있네.”

기쁜다는 얼굴로 작은 얼굴이 쥐어터져라 미소를 짓고 있는 여우를 보며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오소마츠의 맛있다는 말에 여우가 다시 유부우동 한 가닥을 수저에 얻어 오소마츠의 입가로 가져댔다

그 옆에서 쵸로마츠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괜찮다고, 쵸로마츠

나는 이정도 일에 화를 낼 정도로 속 좁은 남자가 아니다

물론 마음 깊숙이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은 있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정도로 어리진 않다

이것이 질투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이상, 내가 화를 낼 일은 없다

오소마츠의 앞에서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필사적으로 끓고 있는 감정에 뚜껑을 덮었다

안그래도 인 오소마츠와 요괴인 나 사이에는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게다가 천호인 오소마츠는 나보다 몇 백년의 시간을 더 살아왔다

오소마츠의 옆에서 오소마츠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그날부터, 나는 조금이라도 오소마츠와 대등해지자고 다짐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질투라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노발대발한다면 모처럼 쌓아올린 오소마츠와의 대등한 관계를 잃을 수 있다

무엇이든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않으면 인 오소마츠와 나란히 서 있을 자격이 없다

지금도 손에 쥐고 있는 젓가락을 부러뜨릴 정도로 화는 나지만, 참아야 한다

- 하고 폐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부러진 젓가락을 조용히 내려놓고 새 젓가락을 들었다

내 앞에 앉은 쵸로마츠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말없이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

오소마츠와의 메울 수 없는 연륜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무시하며 수행하는 마음으로 유부우동의 국물을 들이켰다.

 

 


 

 

6.


아침식사를 마치고, 카라마츠의 영지에서 날라온 심부름꾼의 등장에 카라마츠가 급히 신사를 떠났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 몰래 신사로 와, 눈을 뜬 카라마츠 영지에선 사라진 카라마츠를 찾아 대소동이 일어났다는 듯 하다

할일을 마치고 다시 오겠다며 날아간 카라마츠를 바라본 오소마츠 형도 곧 잠깐, 나도 다녀올게-” 하고 말하며, 카라마츠의 영지로 향했다

아침부터 카라마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오소마츠 형도 눈치채고 있었겠지

오소마츠 형이 날아가는 것을 배웅하고 방으로 들어와 남아있는 식기를 정리했다

토토코의 행태를 보고도 화를 참아낸 것은 장하지만, 젓가락을 세쌍이나 부러뜨러서야 이윤이 남지 않는다.


하아~”

오늘들어 대체 몇 번째 한숨인지 셀 수도 없다. 

아직 아침식사를 막 끝낸 이른 시간이건만, 한숨의 수는 열을 넘었다

이 모든게 단 하나의 여우 때문이라는게 또 열받는 부분이다

식기를 치워 주방에 놓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자 어떻게 잡았는지 고양이로 변한 이치마츠를 데리고 놀고 있는 토토코가 물었다.


있잖아~, 오소마츠 군은 어디? 이거 잡는 사이에 어디로 사라졌는데…”

고양이 모습의 이치마츠의 팔을 쭉 잡아당기며 이거라고 말한 토토코에게 잠깐 카라마츠 영지에 갔어.” 하고 대답했다

후응~” 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내린 토토코가 이치마츠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하고 있어도 화가 난 것은 숨길 수 없는지 이치마츠를 쓰다듬는 손길이 거칠었다

털가죽이 쓰다듬는 손을 따라 밀려나갈 정도로 쎄게 쓰다듬어져, 항상 무표정했던 이치마츠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저 녀석, 언제는 아픈게 좋다더니, 그것도 상대를 가리는 건가

구우우-“ 하고 낮게 울며 아픔을 참아내던 이치마츠가 결국 토토코의 손을 뿌리치고 방 밖으로 줄행랑쳤다

방문 너머로 사라지는 이치마츠의 꼬리를 응시하던 토토코가 고개를 들었다.


있지-, 그 까마귀. 정말로 오소마츠 군의 곁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명백한 적의를 담은 목소리에 가만히 토토코를 응시했다

오소마츠 형과 같은 천호인 토토코에게, 일개 요괴에 불과한 내가 똑바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것은 통상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소마츠 형과 함께 천상에 머무를 때, 몇 번 만나 안면이 있는데다 오소마츠 형과 친구라는 점에서 나는 토토코를 오소마츠 형과 마찬가지로 대했다

토토코도 굳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에게 토토코에 대한 것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고, 토토코도 오소마츠 형의 옆에서 온갖 시중을 드는 나를 적대하지 않았으니까.


“…저 녀석은, 머리가 텅 비고, 가끔은 안쓰러워도 오소마츠 형만을 보고 노력하는 녀석이야. 내가 보기에 오소마츠 형의 옆에 있을 수 있는 녀석은 카라마츠 말고는 없어.”

뭐야, 그게.”

한없이 낮아진 목소리에 흠칫 몸이 떨렸다

아무리 편하게 지내도, 토토코는 천호였다

신에 필적하는 영력에 절로 맹수를 눈 앞에 둔 먹잇감처럼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요염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몸을 일으킨 토토코가 그대로 방을 나갔다.


, 저 상태면.. 어지간히도 화가 난 것 같은데…”

오소마츠 형에게 토토코의 악행을 들어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부디, 저 화가 또 다른 사건을 부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7.


아침 일찍 사라졌다던 카라마츠 형이 돌아오자, 텐구들이 바삐 움직였다

오전 중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들고 분주히 움직여 카라마츠 형의 방으로 들고가는 텐구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묵묵히 텐구들이 가져오는 서류들을 들여다보는 카라마츠 형의 얼굴이 평소보다 어두운 것을 눈치채고 다가가 살며시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별로,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재미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제 토토코라고 하는 여우가 온 뒤로 줄곧 기분이 나빠보였으니 오늘도 그 여우의 탓이겠거니 추측하며 인간 마을에 놀러가겠다는 말을 하자 고개를 든 카라마츠 형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요즘, 너무 자주 인간 마을에 내려가는 거 아닌가? 위험하다, 토도마츠…”

짙은 눈썹을 늘어뜨리고 걱정하는 투로 말하는 카라마츠 형에게 웃어보이며 괜찮아~ 적당히 조심하고 있고.” 하고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항상 조심해라.” 하고 나를 배웅한 카라마츠 형이 다시 언짢은 얼굴로 서류를 바라보았다

저러다 미간에 주름 남겠다

가볍게 한숨 쉬며 카라마츠 형의 방을 나와 대문을 향해 걸었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본격적으로 추워진 날씨에 복도를 지나다니는 텐구들의 옷차림이 두꺼웠다

설산에서 자란 나에게는 이정도 추위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일단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인간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대문을 나와 인간 마을로 내려가려는데 따뜻한 기운과 함께 오소마츠 형이 대문에 내려 앉았다.


오소마츠 형,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영지의 텐구들이 오소마츠 형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는 오소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의 영지에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웬일로 신사에서 나와 청산에 온 것에 놀라 묻자 오소마츠 형이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었다.


.. 카라마츠는?”

, 방에. 좀 기분 나빠 보였어.”

역시…”

“..나는 인간 마을에 놀러갔다올게!”

! 토도마츠.”

?”

나를 불러세우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자,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내 머리에 입맞추었다

오소마츠 형의 다정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더니 이내 단단한 결계를 만들었다.


조심해.”

!”

과보호라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며 대문을 떠났다

카라마츠 형의 기분이 안좋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오소마츠 형이 찾아왔으니 괜찮을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청산을 내려오자, 검은 고양이의 모습을 한 이치마츠 형과 마주쳤다.


이치마츠 형!”

, 토도마츠.”

아침 인사를 건네자 이치마츠 형도 인사하며 훌쩍 뛰어올라 내 어깨에 올라탔다

평소 부스스한 이치마츠 형의 머리가 오늘따라 더 엉망이었다.


머리를 왜 그래?”

, 아침부터 그 여우한테 붙잡혀서…”

에구, 고생이었겠네.”

발을 핥아 머리털을 정리하는 이치마츠 형을 동정하며 걸음을 옮겼다

내 어깨에서 재주좋게 균형을 잡으며 내려오지 않는 이치마츠 형이 물었다.


그런데 어디 가? 쥬시마츠는 어쩌고?”

쥬시마츠 형은 한창 신혼이잖아. 데리고 나오기 미안해. 그리고 지금은 인간 마을에 놀러 가는 거야! 아츠시 군하고 약속했거든.”

“…나도 데려가.”

~”

혼자는 위험해.”

정말, 오소마츠 형도 그렇고 카라마츠 형도 그렇고. 뭐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거야? 나도 이제 다 컸다고!”

“…”

얼굴을 찌푸리고 어깨에 탄 이치마츠 형을 보니 고양이의 얼굴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이치마츠 형의 눈과 마주쳤다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보고 있는 이치마츠 형의 얼굴에 그 이상 화도 내지 못하고 거리를 걸었다

정말이지 과보호다. 오소마츠 형도, 카라마츠 형도, 그리고 이치마츠 형도.


 

 

시장 거리에 들어서자 떠들썩한 인간들의 목소리가 거리 가득 울렸다.


쌉니다!! 오늘 하우스 딸기가 싸요!!”

오늘 특별 세일~!! 연말, 커다란 TV 하나 장만하세요~!!”

그래서~”

, 정말로~?”

꺄하하하하~”

손님을 모으는 상인들의 목소리,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떠들고 지나가는 여학생들,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청년 무리들

인간들의 큰 목소리가 거북하다고 이치마츠 형은 말했지만, 나는 인간들의 소리를 좋아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큰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도 모두 활기가 넘쳐 흐르고 있다

우리 요괴들은 장생한다고는 하나, 매일매일이 너무나 똑같다

항상 같은 무료한 삶을 반복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우리와 다르게 인간들은 그 짧은 삶을 너무나 힘차게 보낸다

생동하는 인간들의 표정과 항상 변화하고 활기찬 인간들이 너무나 부럽다

수 많은 인간들과 마을의 중심에 높게 솟은 빌딩들, 그리고 지나가는 수많은 자동차들. 너무나 짧은 단기간에 인간들은 요괴들보다 더 화려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종족이 다양하고, 서로의 종족이 다르거나 같은 종족이어도 자신들과 다르면 적대하고 차별하는 요괴들과 달리 인간들은 모두 같은 종족 아래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그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녀이면서 남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나도, 인간이 되면 아무런 차별을 받지 않고 저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이 되고 싶다. 인간이 되어 저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

어쩌면 천호인 오소마츠 형이라면 요괴를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부탁을 할 수는 없다

요괴는 보통 인간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지 않는다

만약, 내가 이런 소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오소마츠 형이 알게 된다면, 내가 다른 요괴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를 경멸할지도 모른다


싫다

오소마츠 형에게 경멸을 당한다니,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온 몸이 무겁게 짓눌려 끝이 없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을 것만 같다

어두운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흔들어내고 뛰어 시장 거리를 벗어났다

시장 거리를 벗어나면 곧 다다르는 광장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광장의 분수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츠시 군의 모습을 확인한 후, 어깨에 올라가 있는 이치마츠 형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럼 나 놀다 올 테니까.”

잠깐, 토도마츠..!!”

이치마츠 형의 부름을 무시하고 아츠시 군에게 뛰어갔다

손을 흔들며 뛰어가자 아츠시 군도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오늘은 많이 춥네-”

, . 그러네.”

내 옆에 나란히 걸으며 하늘을 보고 입김을 내뿜는 아츠시 군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치며 웃었다

영화관으로 가는 길, 게임 이야기나 키우고 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아츠시 군을 보며 웃었다

인간으로 둔갑해 만난 많은 인간들 중, 아츠시 군만이 유일하게 나를 다른 이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대해 주었다

인간으로 둔갑해 만난 인간들은 모두 내 여성스러움을 지적했다

오소마츠 형도, 카라마츠 형도 지적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여성스러운 성격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남자가 왜 그러냐며 이상하단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들 사이에서 잔뜩 움츠려 든 내게 아츠시 군은 구원과도 같았다

차별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친절한 아츠시 군이 좋았다

매일 만나고 싶었지만, 직장에 다니는 아츠시 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주말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아츠시 군의 말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아츠시 군의 목소리에 집중해 경청했다

카라마츠 형만큼은 아니지만, 낮고 부드러운 아츠시 군의 목소리는 굉장히 듣기 좋아, 언제까지라도 듣고 싶었다

영화관에 도착해 미리 예매한 영화표를 뽑으려 줄 서 있을 때, 우리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 아츠시 군!”

뒤돌아 보니, 저번에 봤던 아츠시 군의 동창이라던 인간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옷을 입은 여자가 자연스럽게 아츠시 군의 손을 잡았다.


우연이네~ 여기서 다 보고~ 영화보러 온 거야?”

. 토도마츠 군이랑.”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내게 인사를 마친 여자가 아츠시 군의 손을 잡은 것으로도 모자라 좌우로 가볍게 흔들며 애교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무슨 영화 봐~?”

“’화성침공’.”

그렇구나~ 나는 로맨틱 다이어리!”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와 맞잡은 아츠시 군의 손을 응시했다

설녀(유키온나)인 나는 인간으로 둔갑했어도 혹시나 힘이 새어나가서 아츠시 군을 얼려버리진 않을까 손을 잡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항상 조심해서 살이 맞닿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데…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손을 잡고 가볍게 다가가는 것이 가능하다

여자와 마주보며 웃는 아츠시 군을 보며 역시 인간이 되고 싶다고 다시금 소원했다.

 

 

 

영화가 끝나고 아츠시 군은 우연히 만난 그 동창 인간과 함께 떠났다

다음주에 또 만날 약속을 하긴 했지만, 마음 속은 너무나 허전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청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땅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인간이 되고 싶다.

저렇게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는 인간의 삶을 살고 싶다. 아츠시 군과 함께 있고 싶다

아츠시 군과 함께 살고, 그 곁에서 평생을 보내고 싶다. 바라도 이뤄질 리 없는 소망들에 괜시리 눈물이 나왔다

걸음을 멈추고 흐르기 시작한 눈가를 소매로 가렸다. 축축하게 소매가 젖어가는 것이 또 서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하고 입술을 깨물고 울분을 삼켰다. 팔을 내리자 흐린 시야 가운데 한 인영이 보였다.


"“…”"

오소마츠 형의 친구라고 했던 여우가 나를 보며 작게 신음했다

골목길에서 나온 여우는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도 하지 않은 채였다

머리 위에 쫑긋 튀어나온 귀와 보드라울 것 같이 부푼 4개의 꼬리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꿰뚫고 지나갔다.


오소마츠 형의 소꿉친구.

여우.

4개의 꼬리.

혹시, 이 여우도 천호님 인게 아닐까?


저기! 혹시 천호님이세요?”

그런데..?”

여우, 아니 천호님의 대답에 가슴 가득 환희가 차올랐다

천호님께 가까이 다가가 바래왔던 질문을 했다.


혹시,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인간으로? 그래, 좋아!”

, 정말로요!?”

그래.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천호님이 얼굴 가득 미소를 피우고 내 손을 잡았다.


그럼 인간의 눈이 없는 곳으로 가자.”

!!”

천호님의 말에 청산 깊은 곳으로 발을 돌렸다

여우의 모습으로 나를 뒤따라오는 천호님을 확인하고 두근대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인간이 된다!! 나는 오늘 인간이 될 수 있다!!!

 

 


 

 

8.


아츠시라고 하는 인간에게 달려가는 토도마츠를 지켜보며 묘하게 사라지지 않는 불안에 발을 돌릴 수 없었다

마냥 행복하단 얼굴로 인간의 옆에서 웃고 있는 토도마츠를 보면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인간 따위가 뭐가 좋다고, 인간이 되고 싶다는 걸까.


           제발 부탁이야. 다른 형들에겐 비밀로 해줘!!”


저도 모르게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한바탕 울고 난 뒤 토도마츠가 나와 쥬시마츠에게 부탁했던 그 말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대체 왜 우리 요괴들보다 명도 짧은 인간이 되고 싶은 걸까

요괴보다 더 잔인하고 잔혹한 인간이. 오소마츠 형의 신력을 받아 네코마타가 되지 전의 나는 떠돌이 고양이였다

내게 인간은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었다

굶주림에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으면 어느새 인간이 다가와 큰 외침과 함께 나를 발로 찼다

공원의 어린아이들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유로 나를 붙잡고 치덕치덕 매만졌다

장난으로 내게 돌을 던지는 녀석들도 있었다. 어린 토도마츠는 아직 너무 순수해서 인간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

고개를 들어 시야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토도마츠의 뒤를 조용히 따른다

풀숲에 몸을 숨겨가며 토도마츠의 뒤를 따랐지만, 걱정할만한 일은 다행히 없었다

이대로 청산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신사로 돌아가자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혹시,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인간으로? 그래, 좋아!”

…?

갑자기 나타난 여우와 함께 토도마츠가 청산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위험하다

타고난 본능이 위험하다고 맹렬히 외치고 있다

토도마츠가 향한 곳을 확인한 후, 맹렬한 기세로 산을 탔다

얼굴을 스치는 나뭇가지에 뺨이 베이고 생채기가 났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말려야 한다

토도마츠를 이대로 어이없이 잃을 수는 없다.

 



굳게 닫힌 쓸데없이 큰 대문을 훌쩍 넘어, 복도를 달려 카라마츠 형의 방으로 돌입했다

오소마츠 형을 무릎에 앉히고 그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카라마츠가 갑자기 열린 문에 흐아?” 하고 바보 같은 신음소리를 냈다

아무리 약혼한 사이라지만, 뭘 당당히 오소마츠 형과 붙어 있는 거야? 짜증이 확 솟았지만, 일단 꾹꾹 눌러담고 오소마츠 형을 불렀다.


오소마츠 형!! 토도마츠가!!”

어디야?”

자세한 사정을 말할 여유도 없다. 오소마츠 형의 팔을 잡고 이끌자,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한 오소마츠 형이 나를 따라 뛰며 물었다

토도마츠가 향했던 방향으로 오소마츠 형을 끌고 가자 오소마츠 형을 따라나온 카라마츠 형이 토도마츠의 기운을 잡아냈다.


이쪽이다!!”

카라마츠 형을 따라서 오소마츠 형과 함께 달렸다. 제발 늦지 않기를 빌며 필사적으로 달리자 토도마츠의 분홍색의 후드가 보였다

내가 토도마츠를 외치기도 전에, 앞서가던 카라마츠 형보다 더 빨리 토도마츠에게 달려간 오소마츠 형이 여우의 손을 잡고 외쳤다.


무슨 짓이야!!!!!”

“…, 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의 외침에 놀랐는지, 여우의 손에 담겼던 커다란 힘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오소마츠 형의 노성에 토도마츠의 눈이 흔들렸다

여우도 놀란 얼굴로 크게 뜬 눈으로 오소마츠 형을 쳐다보았다.


토토코!! 아무리 너라도 정도가 있어!!! 무슨 생각으로 토도마츠를 인간으로 만들려고 한거야!!!!”

!! , 오소마츠 군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오소마츠 형의 성난 목소리에 맞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낸 여우가 오소마츠 형의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갔다

카라마츠 형이 여우의 뒤를 따라 날아가고, 남은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토도마츠를 응시했다.


“…”

제 잘못을 아는지 토도마츠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숙여 우리와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

하아~” 하고 오소마츠 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토도마츠.”

지극히 다정한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토도마츠의 어깨가 튀었다

처음 보는 오소마츠 형의 진심으로 화난 얼굴에, 토도마츠를 혼낼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는 가라앉은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소리를 죽이고 섰다.


토도마츠.”

“…뭐야.”

“..왜 토토코에게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어?”

돌려 묻지 않고 바로 직설적으로 묻는 오소마츠 형의 질문에 토도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눈물 방울이 토도마츠의 눈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오소마츠 형은!! 모르겠지!! 내가, 내가 얼마나 인간이 되고 싶었는지!!!”

“…”

나는, 인간이 되서! 저 인간 마을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고 싶었어!! 차별도 당하지 않고, 누구나가 평등하게 대해주는 인간 마을에서!!”

“…”

인간에 대해 좋은 인상만 가지고 있는 토도마츠의 어리석은 외침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인간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나와 오랜 시간 인간을 지켜봤던 오소마츠 형에겐 토도마츠의 외침이 그저 어리석은 아이의 칭얼거림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토도마츠.”

뚝뚝 볼을 타고 흐르는 닭똥 같은 토도마츠의 눈물을 손가락을 뻗어 닦아주며 오소마츠 형이 토도마츠의 손을 잡았다.


토도마츠, 내가 너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너무나 간단해. 하지만, 인간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짧은 삶을 살아야 해.”

그런건…!!”

조금만 더 들어봐.”

“…”

그리고 인간이 되면 더 이상 우리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

“…!!”

오소마츠 형의 발언에 토도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소마츠 형을 올려다보았다

부드럽게 웃으며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은 오소마츠 형이 말을 이었다.


네가 인간을 좋아하고 지금 만나고 있는 인간들을 맘에 들어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어. 그 아이들이 인간이고 네가 요괴인 이상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하고, 너는 그게 싫다는 것도. 하지만, 인간과 요괴여도 인연은 이어져. 이별이 슬퍼도 그것은 잠깐으로 인연이 이어진다면 또 만날 수 있어. 그리고 요괴만큼이나 인간도 이기적이고 나쁜 면이 많아. 토도마츠.. 너는 지금 너무 인간의 좋은 부분만 보고 있어.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인간에 대해 잘 알고 난 후에 다시 결정해도 늦지 않아. 나는, 아직 우리 막내랑 더 같이 지내고 싶어. 조금만, 조금만 더 유예를 두지 않을래? 나도, 이치마츠도 아직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오소마츠 형의 얼굴이 괴로운듯 일그러졌다

오늘 처음으로 오소마츠 형의 화난 얼굴을 보고, 슬퍼하는 얼굴도 보았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오소마츠 형의 눈가는 토도마츠만큼이나 촉촉히 젖어들었다

토도마츠의 손을 꼭- 잡고 토도마츠와 이마를 맞댄 오소마츠 형이 아름답게 웃었다

슬픈 것 같으면서도 온화한, 묘한 미소에 가슴이 조였다

좀 더 내가 토도마츠를 잘 살피고, 토도마츠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것을 오소마츠 형에게 알렸다면, 오소마츠 형이 저런 얼굴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참을 수 없은 죄책감이 가슴을 옭죄고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이런데 토도마츠라고 멀쩡할 리 없었다

아까보다도 더 왕연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 토도마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 오소마츠 형미안해…”

토도마츠의 대답에 겨우 안심했단 얼굴로 오소마츠 형이 토도마츠를 껴안았다

오소마츠 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토도마츠는 한참을 서글프게 울었다

인간이 되고 싶었던 그 마음과, 일순간의 희망과, 자신의 안일함에 대한 분노가 토도마츠를 울게 만들었다

말없이 토도마츠에게 다가가 오소마츠에게 안겨 있는 토도마츠를 꼭 안아주었다.

쉴 새 없이 떨리는 동생의 작은 몸을 꼭 껴안고, 내 체온이 조금이라도 토도마츠의 마음을 달래주기를 바라며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눈을 감았다.

 

 

 


 

9.


무성하게 뻗은 나뭇가지들을 제치고 전속력으로 날아 여우의 팔을 붙잡았다

붙잡힌 팔에 뒤돈 여우의 얼굴엔 눈물이 가득했다

젖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내게 잡힌 팔을 흔들며 여우가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거 놔!!!!”

“…”

이거 놓으라니까!!!! 말 안 들려?!! 요괴 주제에 천호님의 팔을 함부로 잡지 말라고!!!”

외치며 팔을 흔드는 여우를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제 풀에 지친 여우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정말로, 대체 뭐야아아아!! 뭐냐고!! 나는, 오소마츠 군을 다시 되찾고 싶었을 뿐인데에에에에~~!!!!!”

무릎을 모아 주저앉은 채, 얼굴을 묻은 여우가 산이 떠내려가라 울었다

몇 백년을 살았지만, 영지의 어린 텐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우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귀가 떨어져나가라 울리는 울음 소리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손으로 귀를 막고 여우의 옆에 앉았다.


애초에, 네가 전부 나빠!!!”

- 하고 고개를 든 여우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대체 내게 무슨 죄가 있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어 망연히 여우를 보니 여우는 제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오소마츠 군을 뺏어가지만 않았어도!!! 오소마츠 군은, 토토코의 유일한 친구인데!!! 토토코가 어릴 때부터 토토코 옆에 있어주고, 토토코가 뭘 해도 괜찮다고 해 줬는데!!!! 오소마츠 군이 천호가 된다고 해서, 토토코도 같이 있고 싶으니까 천호가 됐는데!! 이게 뭐야!! 바빠서 오소마츠 군하고 놀지도 못하고!!! 그러는 사이 이런 바보 같은 새대가리가 오소마츠 군을 뺏어가고!!! 오소마츠 군 옆에 있는 요괴들을 전부 인간으로 만들면, 곧 다시 천상으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에 분노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억울하단 얼굴로 여우가 외쳤다

한참을 외치고 다시 무릎에 얼굴을 묻은 여우가 또 흐느끼기 시작했다.


“..언제든, 오소마츠를 보러 여우골에 와라.”

“…?”

오소마츠는 토지신이니 이곳을 잘 벗어나지 않으니까. 네가 시간이 될 때, 얼마든지 찾아와도 좋다.”

“…”

하지만, 또 나와 오소마츠의 동생들에게 손을 댄다면 다시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거다. 그건 오소마츠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오소마츠는 내 것이다. 너를 비롯해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아. 그것만 기억하고 있다면, 오소마츠를 만나러 와도 좋아.”

“…”

코를 훌쩍이며 내 말을 들은 여우가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짜증나. 왜 오소마츠 군은 너 같은 거랑…”

아까보단 침착해진 여우의 목소리에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 후로, 신사에 있을 오소마츠에게 가자고 했지만, 절대 가지 않겠다고 앉아서 버티는 여우를 끌고 가느라 쓸데 없는 힘을 쓰고 말았다.

 

 


 

 

10.


“…토토코.”

오소마츠의 부름에 카라마츠와 함께 신사로 돌아온 토토코가 몸을 움츠렸다

토도마츠는 이치마츠가 진정시켜 쥬시마츠와 함께 카라마츠의 영지로 데리고 돌아갔다

쵸로마츠에겐 오소마츠가 사정을 설명해 이치마츠와 함께 카라마츠의 영지로 보내 신사에는 오소마츠만이 남아 있었다

오소마츠에게 이름을 불려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토토코를 카라마츠가 밀었지만, 토토코는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 한숨을 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눈을 맞췄다

부드럽게 웃으며 카라마츠의 눈길에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토토코에게 다가갔다.


“토토코. 돌아가버린건가 걱정했어.”

“…, 토토코한테 화 안났어?”

아깐 화 났지만, 지금은 화 안 났어.”

“..정말로?”

. 근데 만약 또 내 동생들에게 그러면 정말로 화 낼거야.”

, 안 할게!! 약속해!!”

다짐하며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는 토토코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상냥히 쓰다듬었다

, 그럼 됐어.” 하고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토토코가 또 와도 돼..?” 하고 물었다

이를 드러내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른 오소마츠가 즉답했다.


물론!!”

기쁘게 웃으며 ! 또 올게!!” 하고 대답한 토토코가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여우골에오고나서 계속 카라마츠를 향했던 적의가 조금은 누그러진 눈빛으로 토토코가 손가락을 들어 카라마츠를 손가락질했다.


결코 널 인정한 건 아니니까!!!”

그 한 마디를 하고, 오소마츠에게 그럼, 토토코 갈게.” 하고 작별 인사를 마친 토토코가 살며시 발꿈치를 들어 오소마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덧대었다

오소마츠의 입술에 남은 토토코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토토코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라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랜 친구를 배웅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내리자, 귀신과도 같은 형상으로 오소마츠를 노려보고 있는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우왓!! , 뭐야. 그 얼굴은?!”

오소마츠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11.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는 여우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겨우 떠나나 싶었더니, 사랑스런 오소마츠의 입술에 나 이외의 타인이 닿다니

그 순간만큼은 꾹꾹 눌렀던 분노가 터져버렸다

어른스럽게 참으려 했지만, 무엇이든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지나친 분노는 오히려 이성을 갉아먹었다

대체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묻는 오소마츠를 끌고 신사의 가장 안쪽 방, 오소마츠의 침실에 들어갔다.


카라마츠?”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오소마츠를 품에 안았다. 내 등에 팔을 둘러 마주 안으며 오소마츠가 가만히 나를 불렀다

감미로운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만끽하며 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의 체온이 내 품 안에 가득해, 가슴 깊이 차오르는 충족감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오소마츠의 모든 것은 전부 내 것이다. 그런데, 그 요망한 여우의 때가 묻고 말았다

다시금 치솟는 분노에 치를 떨며 오소마츠의 입술을 맛보았다.


으응?!”

놀라 움찔이는 오소마츠의 몸을 꽉 안고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오소마츠의 입술에 입술을 덮어 소리를 막았다

오소마츠의 숨이 가까이에 닿았다. 쪽쪽 몇 번이고 입술을 가볍게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서서히 오소마츠의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후- 하고 웃음이 흘렀다.


, …”

맞닿은 입술을 살며시 열며 오소마츠가 내 목에 팔을 감았다. , 정말로 사랑스럽다

열린 입술 사이로 천천히 혀를 넣어 오소마츠의 치열을 훑었다

단단한 이빨 가운데 툭 튀어나온 귀여운 송곳니를 건드리자 오소마츠의 목에서 신음이 새었다.


, …”

송곳니를 지나 입 속 어금니를 핥고 애타게 뻗어오는 오소마츠의 혀를 얽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젖은 입술이 내는 소리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붉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오소마츠의 얼굴에 도취되었다


, 이렇게 아름다운 이가 내 연인이라는 것에 하늘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소마츠의 허리를 더 세게 감았다

밀착된 신체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오소마츠의 가는 몸에 흥분이 고조되어 깊은 숨을 내쉬며 입술을 떼었다.


후아…”

젖은 숨을 내쉬며 내 가슴에 손을 얹은 오소마츠가 스륵- 눈만을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기습 그만 둬~?”

“..멋대로 그 여우에게 입술을 빼앗긴 오소마츠 탓이다.”

~, 그거 어릴 때부터 해 온 인사인걸…”

“…어릴 때부터..?”

“..? …”

그럼 몇 백년이나 그런 인사를 한 건가?”

, 그렇지..”

그렇군그럼…”

!?”

다시 오소마츠의 입술에 입맞추며 각도를 바꾸어 더 깊이 혀를 밀어넣었다

품에 오소마츠를 안은 채, 바닥에 밀어 넘어뜨리자,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려 입술을 떼었다.


, 뭐야!?”

그 여우와 입맞춘 수 만큼, 다시 덮씌울까 생각해서.”

하아!? 몇 번인줄 알고 그러..

오소마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술을 막았다. - 하고 질척거리는 소리를 울리며 오소마츠의 혀를 빨았다

으으응!!” 하고 오소마츠가 항의했으나, 그 소리는 입술에 막혀 뭉개졌다.


후아!! , 잠깐만…!”

입술을 떼자마자 나를 밀어내려는 오소마츠의 턱을 잡고 올려 다시 입맞춘다

이젠 울먹거리기 시작한 오소마츠의 눈이 눈물에 젖어 보석처럼 빛났다

아름답게 젖은 붉은 두 눈이 신음과 함께 쾌락에 녹기 시작했다

빙긋이 웃으며 구개를 핥자, 오소마츠의 몸이 크게 떨렸다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힌 눈물 빨고 이마에 입맞추자 오소마츠가 으후후하고 웃었다

평생 이대로 내 품 안에 가두고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오소마츠의 붉어진 귀를 살짝 깨물자 오소마츠의 신음 소리가 커졌다.


으햐!?”

, 귀여워…”

, !! 카라마츠으~, 귓가에, 속삭이지 마!!”

~?”

그러니까~, , 으응~!! , 아응!!”

귓바퀴를 살짝 깨물고 뜨거운 혀로 핥자 오소마츠는 말을 잊지 못하고 신음했다

귓바퀴에 살며시 입맞추고 귀에 혀를 밀어넣자 내 옷을 쥐고 있던 오소마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질척거리는 젖은 소리를 울리며 오소마츠의 귀를 희롱하고 혀를 거두자, 오소마츠가 녹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우…”

오소마츠.”

…”

오소마츠를 부르자, 완전히 쾌락에 함락된 얼굴로 얌전히 입술을 열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 입술에 다시 뜨거운 한숨을 흘리며 방 안을 밝히고 있던 등불을 껐다.





* 특별히 이번편은 길었네요...

* 다음편은 이번주 주중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에 열심히 썼지만.. 역부족이었네요..허허...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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