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금전쟁에 새로 나온 가챠의 서점 오소마츠와 꽃집 카라마츠에 꽂혀 쓰고 말았습니다.


* 요즘 글이 잘 안써지네요...ㅠㅠ


* 공미포 8,861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재미있게 봐주세요~^^






1.

 

아카츠카 구 상점가에 위치한 두 가게

아카츠카 서점과 아카츠카 꽃집은 큰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책과 꽃, 전혀 다른 두 가지 물품을 다루는 두 가게를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 두 가게에 대한 이야기는 끊기지 않았다

묘하게 비슷한 얼굴, 명찰에 쓰인 이름은 똑같았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성격. 아카츠카 서점과 아카츠카 꽃집의 주인은 어느새 마을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마츠노 점장님~.”

밝은 미소와 함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책에서 눈을 뗐다

한창 재미있는 부분에서 흐름이 끊긴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온 점원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번주 신작 들어왔어요.”

-, 땡큐~.”

신작이란 단어에 눈을 빛내며 목록을 받아든 오소마츠가 찬찬히 목록을 읽어내려갔다

오늘은 유명한 순정만화 신권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서점 안은 신권을 사러 온 손님들도 붐볐다

미리 준비해둔 코너에 책을 진열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들어 금새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생겨났다.


합계 만 오천엔입니다.”

마지막 손님에게 금액을 말해주며 북커버를 씌운 책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책을 받아든 손님은 계산대를 떠나지 않고 몸을 기울여 오소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점장님~, 혹시 건너편 꽃집에 가 보셨어요?”

~? 아니~?”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서점을 찾아주는 단골 손님이기에 오소마츠는 영업 미소를 지우고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건너편에 있는 아카츠카 꽃집

묘하게 자신의 서점을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 그 꽃집이 유명하다는 것은 오소마츠도 알고 있었다

살짝 내려앉은 빨간 테의 뿔테 안경을 치켜 올린 오소마츠를 보며 단골 손님이 씩- 미소를 피웠다.


있죠~, 그 꽃집의 점장님도마츠노에요.”

—.”

그리고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엄~~청 웃겨요! 점장님도 한 번 가보세요.”

뭐가 어떻게 웃긴데?”

그게~.”

고개를 기울이고 의아한 얼굴로 묻는 오소마츠에게 단골 손님이걸렸들었다!’ 하는 얼굴로 음흉한 속웃음을 흘리며 오소마츠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손님의 설명에 오소마츠는 아주 약간 건너편 꽃집에게 흥미가 생겼다.

 

 

 

 

 

2.

 

마침 가게에 놓을 화분이 필요했으니까. 이건 절~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온 거 아니니까.

스스로 되뇌며 응응,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터 사방이 책 밖에 없는 가게 안이 은근히 살풍경하다는 단골 손님들의 말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여기에 화분을 사러 온 거니까

가게 밖까지 화려한 꽃들이 늘어져 있는 꽃가게 앞에서 스스로를 타이르기를 수 분

겨우 각오를 굳히고 안이 전부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유리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실례합니다.”

딸랑-, 하고 울리는 벨소리를 따라서 나보다 낮은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목소리 좋네-. 나만큼

어젯밤에 본 심야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며 그 성우와 목소리가 비슷할지도

그런 쓸데없는 잡생각을 흘리며 꽃들을 헤치고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좌우로 나란히 줄을 맞춰 서 있는 화분과 꽃들을 구경하며 계산대 앞에 서자, 꽃을 정리하고 있던 남자가 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

“…?”

, 아아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요상한 신음을 흘린 남자가 휙휙 고개를 흔들고 생긋-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왔다

적당히 인사를 받아주는 와중에 남자는 시선을 내게 고정하고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좀 부끄러운데 말이야~. 

머리를 긁적이며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정말로 단골 손님의 말대로 얼굴이 나와 닮았다

나랑 같은 성에, 꽤 재미있는 점장이 있는 꽃가게, 라고 설명을 듣자마자 호기심이 들었는데, 설마 정말로 이렇게 내 얼굴과 닮았을 줄은 몰랐다

남자는 한참이나 내 얼굴을 빤히 응시하더니, 침묵을 참지 못하고 내가 내뱉은 헛기침에.” 하고 정신을 차렸다

얼굴 가득히 영업 미소를 피우고 짙은 눈썹을 주욱 늘어뜨린 얼굴이 어쩐지 대하기 편하다

무엇을 찾느냐는 물음에가게에 놓을 화분이 필요해서요.” 하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화분을 찾는 모습에선 손님들이 말했던안쓰러운 성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 일부러 찾아왔는데, 은근한 실망감이 가슴을 감쌌다

-, 기대했는데 말이야

옆에 들리지 않게 작게 한숨을 내쉬고 가게 뒤쪽으로 들어가 꽃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웅크린 등을 가만히 응시했다

뭘 그렇게 찾는지 뒤적거리던 등이 곧 멈추고 커다란 화분 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 일본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뷰티- 선플라워를!”

, 푸하하하하하하!!!”

어떠냐-, 하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들고 나온 해바라기를 본 순간, 배를 잡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바라기 주제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그 꽃은, 꽃집 주인과 완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잘났는지하앙~?” 하고 거만을 떠는 게 직빵으로 내 웃음보를 터뜨렸다.


, 뭐야 그 해바라기?! 어떻게 된 원리!?!?”

웃는 와중에 태클을 걸며 배를 감싸쥐자, 꽃집 주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너무 웃었다

땡겨오는 뱃가죽에 신음하며 눈물을 닦아내고 꽃집 주인이 들고 있는 화분을 받아들었다.


.”

이걸로 할게. 엄청 웃기고.”

…, ! 그렇군! 그럼 포장을….”

가게, 바로 요 앞이고 필요 없어~. 얼마야?”

….”

얼마냔 물음에 꽃집 주인이 앞치마에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계산서를 꺼냈다.

손으로 일일이 금액을 쓰는 아날로그적 종이 계산서를 쓰는 모습이 썩 새로웠다

앞치마 주머니에서 펜을 함께 꺼내 금액을 끄덕이던 꽃집 주인의 손이 뜻모를 신음과 함께 멈췄다.


왜 그래?”

, 혹시 이 앞에 있는 서점에 놓을 건가?”

. 그렇지.”

그럼, 돈은 받지 않겠다.”

?! ?”

이웃이고, 인사 겸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지 않겠나?”

공짜로 준다면 나야 좋지만…. 정말 괜찮아?”

물론! 선플라워도 그대 같은 큐트한 오너의 손에 길러지는 것을 기뻐할 거다!”

푸흐흐, , 알겠어. 고마워~.”

쓸데없이 영어를 섞어쓰는 꽃집 주인의 말투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꽃집을 나왔다

가게 밖으로 나와 햇빛은 받은 해바라기는 기분이 들떴는지 의미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그 모습에 한 번 더 뿜으며 길을 건너 가게로 향했다.

 

 

 

 

 

3.

 

계산대 옆에 놓아둔 해바라기는 어느새 우리 서점의 마스코트가 되어 있었다

손재주 있는 직원들이 화분 주변에 파란 리본으로 장식을 하더니, 곧 손으로 직접 만든 해바라기 배지를 앞치마에 붙이고 다녔다

책을 계산하는 단골 손님들도 해바라기를 보며 미소를 짓고 인사하며 간혹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해바라기도 적극적으로 손님이나 점원들의 호의에 반응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짝 피었다.


점장님이 옆에 가면 그러네요.”

함께 계산대를 맡은 점원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선글라스를 쓰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보며 말했다

거만한 미소를 피우고 내가 반응해주길 기다리는 모습이 요즘들어 귀엽게 느껴져 가볍게 해바라기를 쓰다듬으며그러네—.” 하고 대답했다

여느 미인 손님이나 점원들에게도 잘난척 하는 모습은 곧잘 보여주지만, 내가 옆에 있으면 그 시선은 완전히 나를 향해 있다

내가 무슨 태양이라도 되는 양, 마냥 쳐다보고 있는 게 의외로 기분 나쁘지 않았다

내 손길에 바로 환한 미소를 피우고 들썩이는 해바라기를 보며 내 입가도 즐거운 미소가 넘실댔다.


솔직히 점장님이 금방 질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우리 일이 되겠구나~, 했는데….”

매일 아침 가게를 열기 전 해바라기에게 물을 주고 영양제도 꽂아주는 나를 본 점원들의 놀란 얼굴을 떠올리며 가볍게뭐야?!” 하고 화를 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놀랐다

무엇이든 쉽게 질리는 내가 식물을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집이 아닌 가게에 가져다 놓은 것도 내가 돌보지 않게 되면 점원들에게 넘길려고 했던 건데…. 

—, 이런 얼굴로 바라봐지면 돌보지 않을 수 없지만

매일 아침 제일 먼저 가게에 나와 청소를 하고, 책을 진열하고 있으면 꼭 계산대에서 뜨거운 시선이 박힌다

뒤돌면 어김없이 해바라기가 나를 그윽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뜨거운 눈빛이 꼭 빨리 밥을 달라고 보채는 것 같아서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나도 꽃이나 키워볼까…?”

계산대로 오는 손님들을 상대하고 잠깐 틈이 났을 때, 해바라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잘 들리지도 않는 내 목소리를 어떻게 잡아냈는지 책을 정리하던 점원 하나가 얼굴을 확 밝히며 고개를 거세게 끄덕였다.


이참에 새 취미를 가지시는 게 어때요? 점장님 맨날 책만 읽잖아요.”

나도 취미 정도는 있어!?”

뭔데요?”

경마랑 파칭코.”

그런 불건전한 취미 말구요!”

-.”

나름 즐기는 취미 생활을불건전한 취미라고 딱 잘라 말하는 점원에게 야유 섞은 한숨을 흐리자, 계산대에 선 점원도 거들어 나를 보챘다.


맞아요. 꽃 가꾸기! 얼마나 건전해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꽃 사나 사가시면 어때요?”

에에—.”

““귀찮단 표정 하지 말구요!!””

제법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점원 둘이 나를 보며 손을 허리에 올리고 일제히 외쳤다

양쪽에서 쏟아지는 핀잔에 눈썹을 늘어뜨리고알겠어….” 하고 대답하며,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었다

슬렁슬렁, 위로 든 손을 흔들자, 두 점원이 만족스럽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제 할 일로 돌아갔다.

 

 

 

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설마 내 인생에 두 번째로 꽃집에 발을 들이게 될 줄은 몰랐다

여친에게 줄 것도 아니고 자기가 키울 꽃을 사러 온다는 건, 은근히 처량하다

독신 성인 남성 혼자서 꽃을 키운다

아냐아냐아냐. 그만두자

점원들의 성화에 꽃집 앞까지 왔지만,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발을 돌리려는 찰나, ‘딸랑-’ 하고 울리는 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

, 뭔가 용건이 있어서 온 거 아닌가?”

—, …. , 일단은?”

그럼 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나?”

-, ….”

젠장, 튈 타이밍을 놓쳤다

무슨 급한 일이 있었는지, 똥이라도 마려운 얼굴로 급히 문을 열고 나온 꽃집 주인의 친절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꽃집 안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찾는 것이라도 있나?”

친절히 물어오는 꽃집 주인의 말에 눈을 굴렸다

딱히 뭘 키울지 정한 것은 없어, 답을 흐리며 바닥에 늘어져있는 꽃들을 응시했다

향긋한 허브, 찔리면 큰일날 것 같은 선인장, 색색의 화려한 꽃들, 그리고 푸른 잎을 자랑하는 여러 풀들까지

종류가 너무 많아 절로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었다. 가만히 서서 내 대답을 기다리던 꽃집 주인이 고개를 기울이는 것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 특별히 찾는 건 없는데. 집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녀석 없을까? 물만 주면 되는 걸루!”

, 아아-. 그럼….”

꽃집 주인은 망설이지 않고 금방 푸른 화분 하나를 들었다.

조금 단단하게 생긴 초록색 잎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받아드니 제법 묵직하다

내 손에 들린 화분을 보며 씩- 미소를 피운 꽃집 주인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너도냐!!-쓰고.” 하고 웃음을 흘렸다

뚜두둑,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산세베리아. 여름엔 보름에 한 번, 겨울엔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된다.”

-, 편하넹.”

무엇보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쉽게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손에 든 초록색 잎파리가 어쩐지 귀엽게 보였다

이번에도 포장은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지갑에서 현금을 꺼냈다.


그대의 선플라워는 잘 지내고 있나?”

영수증을 써주며 묻는 꽃집 주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고 있어~. 보러 오면 어때?”

, 그래도 괜찮은가!?”

? …. 서점이니까…, 책 사러 오는 김에 와도 되고 아니면 꽃만 보러 와도 괜찮구….”

알겠다!”

뭐에 흥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콧김을 흥~, 하고 강하게 내뱉으며 빨개진 얼굴로 미소지은 꽃집 주인이 영수증을 건네 주었다.


, 그러고보니 통성명이 아직이었네. 나는 마츠노 오소마츠! 건너편 서점 점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밀자, 꽃집 주인의 얼굴이 더 빨개지면서 멍청이 눈을 깜빡였다

설마 악수를 모르는 건 아니지? 멍청히 서 있는 꽃집 주인을 보며 내민 손을 흔들었다.


저기~?”

! , , 마츠노 카라마츠다!”

-, 진짜 같은마츠노.”

손님들이 하도 떠들어대서 같은 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한자까지 같은 자()를 쓰는 것 같았다.


같은 성이니까 그냥오소마츠라구 불러줘. 나도카라마츠라고 불러도 될까?”

, 물론!”

함박웃음으로 대답하는 카라마츠가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어쩐지 친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이웃과 친해지는 것은 좋은 것이다

콘크리트 정글,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개인주의 세상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웃을 수 있는 이웃이라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지만….

 

 

또냣!!!”

점원의 손짓에 벌컥 화를 내며 서점 앞으로 뛰어나갔다

멋대로 설치한 전시대에 잔뜩 펼쳐진 사진집.

주인공은 바로, 카라마츠다

그 후로 가게에 전시해 놓을 꽃이나 집에서 키울 화분을 몇 개 사가면서 친해진 카라마츠는 이해못할 괴상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리 가게 앞에서 커다란 자기 사진의 등신대를 세워놓지를 않나, 기타를 들고 버스킹을 하지를 않나…. 

등신대는 바로 치우면 그만이고, 버스킹은 센스가 이상한 노래라도 멋드러진 목소리로 부르니 손님들 반응이 좋아 놔두었지만…, 멋대로 사진집을 전시하는 건 곤란하다

그것도 누드 사진집을!! 게다가 오늘은 안쓰러운 가죽 자켓까지 갖춰 입었다.


얀마! 카라마츠!!! 이런 거 전시하지 말랬지!!”

전시대를 뒤집을 기세로 성을 내도 카라마츠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그게 더 약올라 손가락질을 해도 카라마츠는 들은척 만척

왜 먹히지 않는건가….” 하고 이상한 말만 흘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점 안으로 들어오려는 손님들과 길거리 손님들은 우리 둘을 보며 쿡쿡 웃는다

이 요상한 싸움이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해진 모양이었다.

나와 카라마츠의 싸움을 보려고 우리 서점을 일부러 찾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다

손님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멋대로 누드 사진집을 전시하는 건 곤란하다구!! 어린 손님도 오는데

아무튼 오늘로 이런 싸움을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쯤되면 슬슬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요상한 이유겠지만

내가 엎어버린 전시대를 주섬주섬 정리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 카라마츠에 맞춰 몸을 낮췄다.

자신과 눈을 맞추는 나를 보며 사진집을 집던 손을 멈춘 카라마츠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오소마츠?” 하고 물어와, 가만히 그 얼굴을 응시했다.


카라마츠.”

!?”

뭘 긴장하는 거야, 이 녀석?


오늘 나랑 마시러 갈래?”

“….”

싫어?”

물론!! 기꺼이 가겠다! 큐티 하니-!!”

누가 네하니-’

여전히 쓸데없는 영어 단어를 섞어 말하는 카라마츠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본 후, 함께 사진집과 전시대를 정리했다.

 

 

 

 

 

5.

 

즐겨 찾는 선술집. 적당히 안주와 맥주를 시켜놓고 카라마츠와 마주 앉았다

술을 따라주자, 양손으로 얌전히 받으면서도 몸을 들썩이는게 어디 불편한 건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먼저 입을 뗀 것은 나.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술을 위장에 부어 넣으며 적당히 근황을 물어보았다

나보다 술이 약한지 카라마츠는 맥주 한 잔에 벌써 얼굴이 빨갰다.


있지-, 카라마츠.”

~? 뭔가?”

너는 어쩌다 꽃집을 열게 된 거야?”

카라마츠에겐 미안하지만, 솔직히 요 며칠 지켜본 카라마츠의 성격으론 연예인이나 배우를 했으면 했지, 꽃집을 할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묘하게 자신만만하고, 항상 과장된 몸짓에 그 안쓰러운 대사, 게다가 자기 누드 사진집까지 만들 정도로 자기애가 넘쳐나는 녀석이 온실 속 꽃을 가꾸는 일을 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또 가끔 꽃집에 놀러가면 정말 열심히 꽃을 가꾸고 있단 말이지…. 

건너편이니까, 우리 가게에서 보면 카라마츠는 매일 아침 꽃들을 내놓아 햇빛을 쬐어주고, 물도 주고…. 

다른 꽃집보다 월등히 카라마츠네 꽃이나 화분이 싱싱하다는 것은 식물을 잘 모르는 나도 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정성으로 꽃을 가꾸는 건 인정하지만, 카라마츠 개인을 두고 보면 도저히 꽃집을 할 것 같지 않다

카라마츠는 내 질문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 고등학교 때  벌을 받아서 말이야. 겨우 학교 벽에 이 멋진 나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좀 걸었다고 선생님들께 혼나서, 학생주임 선생님이 벌로 방학 동안 학교 화단을 가꾸라고 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즐거워져서…. 꽃은 내가 정성과 애정과 시간을 쏟은 만큼, 아니 그 배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준다. 이 두손으로 그런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깨닫은 후엔 이미 꽃집을 차리고 싶어졌어.”

—.”

의외로 제대로 된 이유라서 조금 놀랐다

벌을 받게 된 이유는 과연 갈비뼈에 왔지만….

잔에 얼마 남지 않은 맥주를 쭉 들이킨 카라마츠가 술기운이 묻어나오는 한숨을 내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소마츠야말로, 어쩌다 서점을? 오소마츠는 안경을 빼면 전-혀 책을 읽을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갑자기 디스하냐?! 안경은 왜 빼는데!! 내가 눈 나빠진 거에 보태준 거 있어!!”

없지만.”

나 참-! 나도 고등학교 때 영향이야. 가장 친한 친구가 도서관 죽돌이였거든. 같이 어울리면서 책도 추천받고, 같이 읽어보고 하다보니까 책이라는 게 재미있어져서. 그리고 원래 만화책 보는 거 좋아했고. 만화책으로 둘러싸인 데서 일하면 좋겠네~, 하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서점이라도 해보라고 해서….”

그럼 오소마츠가 서점 점장이 된 건 그 친구 영향이로군.”

-, 그렇지.”

“…오소마츠와 같은 학교였다면 좋았을 걸….”

? 카라마츠는 어디였는데?”

().”

~, 난 동()고였어….”

내 쌍둥이 동생도 동고였다.”

? 그래?”

-.”

헤에~.”

학교가 다른게 어지간히 아쉬웠는지 카라마츠가 잔에 새로 맥주를 따라 입 안에 털어넣었다

고등학교 때 카라마츠를 만났다면, 아마 지금처럼 좋은 친구가 됐을 것 같다

쵸로마츠뿐 아니라 카라마츠도 함께 어울려 노는 광경을 상상하며 픽-, 웃음을 흘리고 건오징어 하나를 집어 입에 물었다.


카라마츠는 대단한 것 같아.”

? 뭐가 말인가?”

꽃이나 화분 가꾸는 거 말야. 나도 화분 몇 개 사서 집에서 기르고 있지만,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식물도 나한텐 버겁단 말이지. 물 주는 날짜라던가, 햇빛을 쬐준다던가, 그런 거. 그러니까 카라마츠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되더라구~.”

그렇게 비행기 태워줘도 아무 것도 안 나온다.”

얼굴 빨간뎅~?”

샤랍.”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 부끄러운 듯이 작게 내뱉으며 찬물을 마시는 모습이 굉장히 순진해서 일순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잊어버릴 뻔 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내일 출근해야한다는 말이 나온 순간, 겨우 내가 쭉 하려고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

“…짝이야…. 뭔가?”
카라마츠, 너 왜 맨날 우리 가게 앞에서 이상한 짓 하는 거야! 진심으로 그만 둬!?”

이상한 짓?”

그래!! 네 등신대를 세워놓는다던가, 버스킹이나, 오늘처럼 사진집을 전시한다던가 그런거! ~~~말 곤란하니까!!”

“…그 건에 관해서 나도 오소마츠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 뭔데?”

왜 내게 반하지 않는 건가?”

“…?”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묻는 카라마츠에게 존댓말로 대답해버렸다

술기운이 몽글몽글 피어나던 머릿속이 해일이라고 쓸고 지나간 것처럼 새하얘졌다

아니, 이 자식 지금 무슨 말 하는 거?


내가 이렇게나 대시를 했는데! 매일 이 카라마츠의 가장 멋진 모습을 담은 등신대나 사진집을 보여주고 있다고!? 기타로 사랑의 세레나데까지 연주했다!! 그런데 대체 왜?!”

-, 그 이상한 노래가 세레나데였어? 그렇구나…, 가 아니라!!! 하아?!!? !? , 하아!?!?”

처음 본 순간부터 오소마츠는 내 마음 속에 있었다. 내가 만든 쿨-한 선플라워를 받아준 순간, 오소마츠의 미소에 내 하트는 큐피트의 화살에 뚫리고 말았는데…!!”
, ? ??”

오소마츠!! 사랑한다!!”

헤에….”

아니, 그렇게 내 양손을 꽉 움켜쥐고 고백해도 말이지…. 

일단 카라마츠 너, 술냄새 엄청 나니까…. 

그리고 그게 나한테 대시하는 거였어!? 전혀 몰랐습니다만!? 

아니, 그걸 대시라고 보는 사람 없으니까!! 

그냥 남의 가게에 이상한 거 늘어놓는 이상한 사람이니까!!! 

상상도 못했던 진실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서 황당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위로 올렸다

—, 지금 이거 꿈 아니지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카라마츠는 소중하게 감싸 쥔 내 손을 놔주지 않았다.


오소마츠!!”

간절히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다시 내렸다

웃와—, 얼굴 엉망진창….

술 때문인지, 지금 상황 때문인지 카라마츠의 얼굴은 완전히 새빨갰다

눈은 눈물로 그렁그렁하고…, 얼씨구 콧물로 흘러내리려고하네

이거, 내일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패턴이다

금방이라도 풀릴 것 같은 카라마츠의 눈을 보면서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 충격이란 말이지-.

카라마츠가 그간 했던 기행이 전부 나를 꼬시려고 했던 것도, 카라마츠의 고백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것도

, 평범하게 여자를 좋아했는데 말이야…. 

어젯밤 신세를 졌던 야동 속 거유 누님을 떠올리며, 어쩌다 이렇게 틀어져 버렸는지 한탄하고 카라마츠를 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카라마츠. 일단, 친구부터 시작할까?”

? 받아주는 건가.”

-. 일단은 말이야.”

으읏~~~!! 물론!! 프렌드부터 시작하자, 마이 스위티 하니-!!!”

아직 허니 아니니까.”

오케-, 마이 스위티 프랜드!!”

아야야야야, 갈비뼈가….”

와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던 표정은 어디로 갖다 버렸는지, 특유의 거만하고 안쓰러운 얼굴로 활짝 웃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갈비뼈가 참을 수 없이 욱신거렸다.

 

 

 

다행히 숙취도 없이 출근해 새로 들어온 신작을 세팅하고 있던 이른 아침, 막 출근한 점원이 새파란 얼굴로 내게 달려왔다.


점장님, , 밖에….”

? ?”

점원이 가리킨 방향으로 슥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알러뷰-!! 오소마츠!!”

 

백 송이는 족히 넘어가는 커다란 장미 꽃다발과 지금까지 카라마츠가 멋대로 전시했던 수많은 사진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보 양보해서 꽃은 그렇다쳐도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지나치잖냐-!!!”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고 외치며 사진집들을 내던졌다

꽃은, 얌전히 바닥에 놔뒀지만….


, 그런가. 오소마츠는 이 정도론 만족하지 않는 길티- 보이로군.”

!? 누가!!”

걱정마라, 오소마츠!! 더 정진하지! 내일을 기대해줘!! 씨 유 투마로-!”

하아!? , !! 내일도 이딴 짓 할 생각이야아~~!?”

내 외침을 듣는둥 마는둥 카라마츠는 잽싸게 길을 건너 꽃집으로 들어갔다

씩씩, 숨을 몰아쉬는 내 발치엔 카라마츠가 가져온 장미와 사진집들….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고 사진집은 한 데 모아 쓰레기통에, 꽃은 전에 가져다 놓은 커다란 화분에 꽂아 계산대 옆에 놔두었다

나와 카라마츠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점원들은 그제야 슬금슬금 내 옆에 다가와 꽃을 구경하기 바빴다.

 

아무래도 이 주변에서 유명한 서점 점장과 꽃집의 싸움은 당분간 끝날 것 같지 않다. 어휴~.





* 요즘 2기 덕분에 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2기에서 장형을 은근히 밀어주더라구요?

  카라마츠도 대사 늘었고. 오소마츠랑 같이 있는 장면도 많고ㅎ

  특히 이번 6화는 최고였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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