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오소 단편입니다.
지금 50제도 열심히 쓰고 있어요ㅎ
* 육둥이 학창시절 날조가 있습니다.
카라마츠가 중,고등학교 때 연극부라는 설정입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카라마츠 시점입니다.
카라마츠가 별로 아프지 않아요...
* 공미포 4,294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카라마츠 형, 이번에 주역 땄어?”
저녁 식사 도중 툭 내던지듯이 묻는 토도마츠의 말에 모두의 젓가락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하고 문득 깨달은 듯이 중얼거린 쵸로마츠에 이어, “켁-, 개똥마츠가 주역일 리 없잖아.” 하고 이치마츠가 혀를 찼다.
“카라마츠 형아-, 왕자님임까~?” 하고 묻는 쥬시마츠에게 허탈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쉽게도 학교의 무대는 이 카라마츠 님에겐 너무 작았던 모양이다, 브라더-!”
힘준 눈썹을 늘어뜨리고 셰익스피어가 감탄할 만한 연기를 펼치자, 형제들의 한마디가 뒤따랐다.
“모처럼 내가 또 대본에 똥을 바르는 수를 알려줬는데도 주역을 못 땄단 말이야?”
“그럼 굳이 연극 보러 갈 필요는 없겠네.”
나 참-, 하고 한숨을 내쉬는 토도마츠에 이어 다시 젓가락을 움직인 쵸로마츠가 응응,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이미 이 대화에 관심이 꺼졌는지 멋대로 가장 맛있는 반찬을 대량으로 집어가고 있었다.
재빠르게 고기를 집어가는 두 쌍의 젓가락을 오소마츠가 화려한 젓가락 놀림으로 막아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동생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오소마츠가 조금 전 대화에서 침묵하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 자기 몫의 반찬을 빼앗기지 않으려 분주하게 젓가락을 움직이는 가운데 나와 눈이 맞은 오소마츠가 씩-,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배역이 발표된 그 날, 나는 주역에 발탁되었다. 흔해 빠진 왕자와 공주 이야기의 왕자.
세상모르고, 그저 공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악한 드래곤과 결투를 벌이는 그런 전형적인 왕자이다.
연극부에 들어가 1년 반.
졸업을 앞둔 3학년 마지막 축제에서 나는 무대에 주역으로 오르게 되었다.
3년 만에 맡은 주역에 들뜬 마음을 안고 오소마츠가 자주 시간을 때우는 학교 옥상으로 뛰었다.
아빠 몰래 빼낸 담배를 물고 멍청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있던 오소마츠에게 주역이 된 것을 알리자, 오소마츠가 환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물우물, 식사하는 것에 집중하는 형제들을 둘러보았다.
한 달 뒤 열릴 축제. 형제들은 연극부의 연극을 보러 올 것 같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축제 준비 위원회에 들어가 축제 당일까지 바쁠 것이고, 내가 나오지 않는 연극을 보러 시간을 쓰진 않을 것이다.
토도마츠는 여자 사람 친구들과 온 학교를 누비고 다닐 것이고,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마이 웨이로 축제를 즐기겠지.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이치마츠는 분명 학교 어딘가에 숨어있거나 일찍 집에 돌아올 것이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와 함께 붙어있을 것이고, 이치마츠가 연극을 보러 올 리 없으니 두 사람도 세이프.
즉, 축제 당일에 연극을 보러 올 형제는 오소마츠 이외 없다는 소리다.
바라던 그대로 굴러가는 상황에 넘쳐 흘러나오는 미소를 억누렀다.
2.
우리에게 무르고 따뜻했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복을 입은 우리들은 냉혹한 세상의 축소판인 중학교에 들어가 ‘육둥이’라는 것을 버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육둥’이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해, ‘개성’을 가지게 되었다.
색이 다른 옷을 입지 않으면 그 누구도 구분하지 못했던 우리가, 서서히 남들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자신만의 색,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기 시작해 ‘육둥이’의 울타리를 넘어 나아가기 시작하는 형제들을 보며 남겨진 나는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나도 형제들을 따라 빨리 개성을 가지지 않으면. 그 생각이 가득해서 뒤돌아보지 못하고 무작정 울타리를 뛰어나왔다.
한참을 헤매도 나만의, ‘카라마츠’만의 개성을 찾을 수 없었다.
‘육둥이’가 아닌 자신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나는 대체 뭐지?
‘카라마츠’란 인간은 뭐지?
어리석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내가 간신히 도달한 곳은 바로 연극부였다.
수많은 극본을 읽고, 연극부 친구의 추천으로 오자키라는 가수를 알게 되어 기타와 노래에 빠지게 되었다.
가죽 재킷을 동경하게 된 것도 이때.
연기에 빠지고, 오자키에 빠져 드디어 ‘카라마츠’만의 개성을 찾았을 때, 문득 뒤를 돌아보면 오소마츠가 그곳에 있었다.
모두 떠나간 ‘육둥이’ 울타리 속에서 오소마츠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우리를 향해 웃고 있었다.
변하지 않은 오소마츠. ‘육둥이’ 모습 그대로 자라나는 오소마츠를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니 우리는 ‘육둥이’를 벗어나야만 한다고 맹신했다.
개성을 찾아 ‘개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오소마츠는 그 모든 생각을 비웃듯이 ‘오소마츠’ 그대로 성장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육둥이’의 모습을 간직한 오소마츠. ‘카라마츠’로서의 개성을 추구하다
‘육둥이’의 모습을 잃어버린 나와 달리 오소마츠는 ‘오소마츠’로서 존재했다.
그것을 알아챘을 때의 충격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오소마츠는 보여주고 있었다.
‘육둥이’로서, ‘오소마츠’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카라마츠’를 손에 넣기 위해 ‘육둥이’를 버린 나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그런 방법을.
그런데 왜 우리 주변은 ‘오소마츠’를 가만 놔두지 않는 걸까….
형제들과 부모님, 선생님, 주변 이웃들까지 모두-, 오소마츠에게 ‘장남’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무개성’이라며 오소마츠를 폄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남’이라는 옷을 덧씌우려는 가족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오소마츠’다.
왜 그것을 부정하려 안달인가.
안타까운 마음에 형제들을 막아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가족의 등쌀에 어느새 오소마츠는 ‘오소마츠는 장남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평등이 아닌 차등을 받아들인 형제들에 의해, 오소마츠는 ‘장남’이 되었다.
‘형’이라는 육둥이에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지고, 위아래가 결정되었다.
오소마츠도 ‘횽아’, ‘장남’이라는 단어를 당연하게 내뱉게 되었다.
처음, 오소마츠가 자신을 ‘형’이라 칭했을 때의 절망감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울타리 안에 새초롬히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더럽혀졌다.
그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웠다. 울타리를 나간 주제에, 흙발로 울타리를 짓밟고 들어온 형제들이 오소마츠에게 제멋대로 손때를 묻혔다.
바보에 쓰레기에 하반신이 본체인 듯한 오소마츠에게 ‘장남’을 부여해 그것이 진리인 양 수긍하는 형제들이 미웠다.
겨우 ‘카라마츠’가 아닌 ‘육둥이’로 돌아가려 했던 나의 이정표이자 목표였던 오소마츠가 속수무책으로 형제들의 손에 바뀌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 하지만 다행히 ‘오소마츠’는 완전히 변한 게 아니었고, 때때로 보여주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가슴 가득히 퍼지는 기쁨과 감동에 눈물 흘렸다.
3.
중학교 2학년, 단역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그날.
나는 ‘카라마츠’가 아닌 ‘육둥이’가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카라마츠’가 아닌 무대 위의 인물이 된 나.
다른 이를 연기하는 순간에 비로소 ‘육둥이’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텅 빈(카라) 나는 대본에 쓰인 역할이 무엇이든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나는 진정한 ‘육둥이’이자 ‘카라마츠’가 될 수 있었다.
무대 위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억지로 개성을 만든 ‘카라마츠’가 아닌 ‘나’. 힘겹게 찾은 진정한 나를, 형제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타인들은 모른다.
무대 위에 오른 내가 이야기 속 하나의 인물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형제들은 다르다.
우리는 ‘육둥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
그 시절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형제들이라면 무대 위에 오른 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개성을 가진 ‘카라마츠’가 아니란 사실을, 진정한 ‘내’가 존재한단 것을 형제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중학교 3학년, 처음으로 주역을 맡아 학교 축제 때 연기를 펼치게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소마츠에게만 말을 걸었다.
형제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오소마츠는 예외였다.
나를 ‘카라마츠’가 아닌 ‘나’로서 봐주는 오소마츠에게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오소마츠는 왜 동생들은 부르지 않냐며 추궁할 거란 내 예상과 달리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축젯날, 오소마츠는 동생들에게 말하지 않고 내 연기를 보러 와 주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 뒤로 일부러 찾아와 내 연기를 칭찬해 주었을 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무엇인지 실감했다.
단 한 마디.
단순한 칭찬의 말이 또 듣고 싶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연극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으로 주역을 맡게 된 것을 형제들은 모른다.
축제를 한 달 앞두고 열띤 연습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나도, 텅 빈 내 안에 ‘왕자님’을 부어 넣었다.
이상적인 왕자님. 대본에 적힌 그대로의 왕자님을 연기한다.
연극부 부장이나 대본을 쓴 각본가의 조언을 새겨듣고, 그들이 원하는 왕자님을 그대로 담아냈다.
만족스럽게 웃는 부장과 각본가의 얼굴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들이 보는 것은 ‘나’라는 그릇에 담긴 내용물.
그것을 담고 있는 텅 빈 그릇인 ‘내’게 집중할 이는 없다.
―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축제 일주일 전, 강당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강당은 당연히 활짝 열려있고, 누구든 연습을 보려고 하면 자유롭게 강당에 들어올 수 있다.
무대 위에서 힘차게 ‘왕자님’의 대사를 외치며 시선을 관중 쪽으로 돌렸을 때, 시리도록 빨간 후드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교복과 대조적인, 눈에 띄는 빨강.
실내화 뒤축을 구겨 신고,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손을 꽂아 넣은 오소마츠가, 그곳에 있었다.
본 공연도 아닌 연습일 뿐인데, 오소마츠가 보러 와 준 것만으로 참을 수 없는 희열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와 몸을 부들 떨었다.
그래, 오소마츠는 이해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 ‘나’라는 것을.
내가 연기하는, 담아내고 있는 ‘역’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아내고 있는 ‘나’라는 그릇을 함께 봐주는 것은 오직 오소마츠뿐이다.
오소마츠 이외 누구에게도 ‘나’라는 그릇을 보여줄 생각은 없다.
조명이 환하게 비치고 있는 무대 위와 나직이 어둠이 드리운 관객석.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소마츠가 너무나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즐겁다. 기쁘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이토록 환희에 가득 찬 일이었던가.
연습이 끝난 후, 서둘러 무대를 정돈하고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강당을 빠져나오자 오소마츠가 발치에 놓인 돌을 차며 교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뛰어가면 오소마츠가 나를 발견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같이 돌아가자, 카라마츠.”
“아.”
오소마츠 앞에서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치 않은 있는 그대로의 ‘카라마츠’가 되어버린다.
오소마츠의 입에서, 그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기쁘다.
자신의 이름이 ‘카라마츠’인 것이 신의 축복으로 여겨질 정도다.
함께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눈다.
오소마츠는 연극 연습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것이 또 어째선지 기뻐서 집의 지붕이 보일 즈음, 옆에서 덜렁이는 오소마츠의 손에 살며시 손가락을 걸었다.
“오소마츠, 축제 때도 보러 와줘.”
“……응. 당연하지.”
틈을 두고 씩- 웃으며 대답한 오소마츠가 제 코 밑을 문질렀다.
오소마츠의 대답에 예상보다 더 축제가 기다려지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왕자님은,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한 연기.
― 이 생명이 꺼지는 날까지, 내 연기는 오직 오소마츠를 위한 것이다.
* 제가 썼는데도 뭔말하는지 모르겠네요...
* 50제는 오늘 밤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빼빼로데이(오소오소데이)를 챙기지 못한 여한을 여기서 풀어야겠어요..
'오소마츠상 > 카라오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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