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입니다!! 떡밥 뿌리기 마지막이네요ㅎ


* 공미포 11,046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레드 버로우에 도착한 마차에서 기사 두 명이 나왔다

한쪽 팔에 부목과 붕대를 감아 목에 걸은 천으로 지지하고 있는 오소마츠가 마차에서 뛰어내리자 뒤따른 카라마츠가!” 하고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오소마츠, 조금 더 조심해라! 팔이….”

눈살을 찌푸리고 보호대에 얹은 팔을 응시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미소를 흘렸다.


괜찮아~. 이 정도는.”

제 대답에 불만스러운 얼굴로 노려보는 카라마츠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올려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본궁으로 향했다

먼저 왕과 마츠요에게 인사 및 보고를 마치고 오겠다는 오소마츠를 배웅한 카라마츠가 갑주를 입은 기사 차림으로 별궁으로 향했다

적군의 피를 먹은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죽은 자의 검은 손이 갑주를 타고 올라와 목을 조르는 것 같아 당장 철컥거리는 갑옷을 벗어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별궁으로 향하는 발을 서둘렀다.

 

 

…!”

카라마츠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형을 부르려 했던 토도마츠가 제 손으로 입을 막고 카라마츠를 침실로 이끌었다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카라마츠를 대신해 푸른 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누워있던 쥬시마츠가 벌떡 일어나 카라마츠에게 뛰어왔다.


형아~~~!!!”

, 쥬시마~!? 잠깐 스타압-!!!”

카라마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 쥬시마츠가 펄쩍 뛰었다

쿠당!,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딱딱한 바닥에 사정없이 부딪힌 뒤통수에서 퍼지는 고통에으으….” 하고 신음한 카라마츠가 눈을 뜨고 제 위에 올라탄 동생을 바라보았다.


어서옵쇼!!”

-, 다녀왔다. 쥬시마츠.”

활짝 웃는 얼굴에서 떨어지는 반가움에 카라마츠가 아픔도 잊고 빙긋- 웃었다

뒤따른 토도마츠의 재촉에 재빨리 드레스로 갈아입은 카라마츠가 옷장 구석으로 들어가는 갑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색의 철갑이 사라지자 그제야 그 지옥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온몸을 감쌌다

동생들 몰래 작게 안도하며 오랜만에 입은 드레스에 묘한 위화감을 삼키고 침실로 나오자, 마침 별궁에 도착한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본궁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사와 함께 별궁에 돌아온 오소마츠가 거실로 들어가는 것을 눈으로 쫓은 카라마츠가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

팔에 감아두었던 붕대를 풀자 검붉은 상처 주변으로 노랗게 굳은 진물이 각질처럼 후두두 떨어져 내렸다

콧등에 내려앉은 안경을 끌어 올리며 눈썹을 찌푸린 의사가 오래된 가죽 가방을 열어 식염수를 꺼내 상처에 들이붓자 하얗게 핏기가 사라진 상처가 훤히 드러났다

피부를 크게 갈라 붉은 근육까지 드러난 상처에 카라마츠가 숨을 삼켰다

부상이 가볍지 않다는 것은 이치마츠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제대로 왼팔을 쓸 수 없는 것도 보았다

항상 붕대가 감긴 팔을 봐 왔던 카라마츠는 처음 보는 상처의 심각함에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저 정도였나…. 저 정도인데도, 오소마츠는 웃었던 건가….’

오소마츠가 참아왔을 고통이, 꼭 자신의 팔로 옮겨온 것 같아서 숨이 가라앉았다.

카라마츠 앞에서 오소마츠는 한 번도 아픔으로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쵸로마츠나 이치마츠 앞에서도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혼자서 아픔을, 고통을 삼켜왔을 오소마츠를 바라본 카라마츠가 이 모든 것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환부를 소독한 의사의 손에 바늘이 들렸다

불로 바늘을 소독해왕자님, 조금 참아주세요.” 하고 간결하게 말한 의사가 날렵한 손놀림으로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이를 악물로 고통을 견뎠다

어렵게 숨을 흘리며 조금씩 닫히는 상처를 내려다보는 오소마츠의 옆으로 가려는 카라마츠의 팔을 토도마츠가 잡아당겼다

옷을 갈아입자마자 오소마츠를 걱정해 침실을 뛰어나간 카라마츠를 뒤쫓아 내려온 토도마츠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카라마츠를 주방으로 끌고 갔다.


카라마츠 형, 지금 상황 알고는 있어!?”

아무도 없는 주방에 단둘이 있는데도 최대한 볼륨을 줄이고 입가에 손을 가져대 속삭이는 토도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산뜻한 얼굴로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카라마츠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쿵쿵 두드린 토도마츠가 카라마츠를 홱 가까이 잡아당겼다.


지금 왕궁 분위기 장난 아니란 말이야!! 푸른 왕국에 보냈던 사신이 돌아왔는데, 나라 사정으로 더는 보급을 지원해줄 수 없다고 했단 말이야!!”

“….”

당연히 분위기는 최악-! 우리뿐만 아니라 마츠요 왕비님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고…! 계속 친하게 지내던 시녀나 시종들도 우리를 피한다구!!”

“…, 런가….”

토도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자포자기와 비슷한 마음으로 카라마츠가 토도마츠에게 물었다.


아버지에게서 온 편지는….”

없어….”

카라마츠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토도마츠가 입술을 씹으려 고개를 저었다.

—.” 하고 한숨을 내쉬며 눈썹을 늘어뜨린 카라마츠를 보며 토도마츠가 괴로운 얼굴로 카라마츠의 어깨를 붙잡았다.


카라마츠 형, 어떡해…? 이대로 가다간, 카라마츠 형이…!”

울먹이는 토도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초연히 웃으며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도마츠의 울먹이는 말대로 목숨이 위험한 상황인데도 카라마츠의 마음에 불안은 생기지 않았다

왜일까, 자문하며 눈을 내린 카라마츠의 귀에 다정한 목소리가 닿았다.


걱정하지 마.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니까.”

언제 주방에 들어왔는지 인기척도 내지 않고 다가온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소마츠의 등장에 자신의 실언을 되짚고 사색이 된 토도마츠의 머리를 가볍게 통통 두드린 오소마츠가 멍청히 자신을 응시하는 카라마츠와 눈을 맞췄다

잔잔히 자신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입가에 맺힌 은은한 미소에 시선이 빨려 들어간다

토도마츠의 머리에서 떠난 손은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고 곧바로 별궁 밖으로 향했다

본성으로 걸어가는 오소마츠의 등을 배웅하며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왕의 집무실에 노크하고 들어선 오소마츠가 저를 보며 안경을 벗는 왕 앞에 섰다.


치료는 끝난 건가?”

붕대를 칭칭 감은 왼팔을 보며 걱정스럽게 묻는 왕의 말에 .” 하고 간단히 대답한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을 쉬고 어렵게 입을 뗐다.


푸른 왕국에, 다녀오겠습니다.”

오소마츠의 말에 왕의 눈빛이 단번에 온도를 잃었다

차가운 눈으로 오소마츠를 응시하며 톡톡, 책상에 손가락을 두드린 왕이 물었다.


네가 가서 뭘 어쩔 생각이냐.”

다시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소마츠의 단언에 왕이 턱을 쓸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무 말 없이 턱을 쓸어올리는 것은 왕이 사색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얼마나 많은 변수와 위험이 있을까, 왕은 하나하나 수를 셌다


막 전장에서 돌아온 왕세자

부상까지 입은 왕세자를 적국이 될지도 모르는 푸른 왕국에 보낸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일이 잘 풀릴지 어쩔지 모르는 지금 왕세자를 보낸다고 양상이 변할 것 같지도 않다

손을 멈추고 눈을 들어 오소마츠의 눈빛을 확인한 왕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한치 앞일도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일을 벌이려 하는 꼴이 꼭 젊을 적의 자신을 닮았다

수십 년 전, 어리석으면서도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던 자신을 기억하고 세월에 변해버린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며 쓴웃음을 삼킨 왕이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반드시, 보급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와라.”

“…!”

허락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오소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대답했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마치고 방을 나온 오소마츠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반드시…!’

크게 심호흡해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한 오소마츠가 발을 옮겼다.

 

 

 

 

 

2.

 

푸른 왕국이라 불리는 후지오 국

나라의 유일무이한 왕자, 카즈야가 책상 위에 펼친 지도를 보며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대륙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동의 제국과 그 옆에서 국경을 나누고 있는 푸른 왕국과 붉은 왕국

서쪽에 있는 수많은 소국(小國)들을 보며 치솟는 즐거움을 삼키고 짐짓 근엄한 표정을 흉내 낸 카즈야의 옆에 붉은 입술의 미녀가 다가왔다

카즈야의 어깨를 우아한 손짓으로 쓸어내린 미녀가 붉은 입술을 얇게 피고 요염한 미소를 흘렸다.


그 말이 모두 사실이겠지?”

카즈야의 물음에 미녀가 생긋-, 눈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왕자님. 동의 제국의 위대하신 황제 제롬 1세 폐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저희에게 협력하신다면 이 땅을, 전부 푸른 왕국에 드리죠.”

펼쳐진 지도 한쪽을 가리키며 가살스럽게 웃은 미녀가 지그시 카즈야를 응시했다

미녀가 가리킨 곳은 붉은 왕국에서도 가장 자원이 풍부한 곳

얼마나 많은지 파악도 하지 못하는 붉은 철이 대량으로 묻혀 있는 곳이었다

재료가 풍부한 곳에 장인들도 몰린다

붉은 왕국에서 수도인 레드 버로우 다음으로 중요한 도시를 미녀는 너무나 간단하게 말했다

항상 붉은 왕국의기술력을 샘냈던 카즈야의 입가에 참지 못한 미소가 배었다

좋아.” 하고 혼잣말로 고개를 끄덕인 카즈야가 성 한쪽에 쌓인 보급품을 옮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궁의 수많은 시종이 본래 붉은 왕국에 보내야 할 보급품을 창고에 쌓았다

세개나 되는 창고에 빼곡히 찬 보급품을 보며 카즈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차라리 이 보급품을 제국에 보내는 게 어떨까? 그러면 더 많은 땅을 줄지도 몰라.’

전쟁이 끝난 후, 붉은 왕국을 짓누르고 강대국이 될 미래의 푸른 왕국을 생각하며 삐져나오는 간특한 미소를 뒤로하고 카즈야가 넓은 궁 안에 드리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푸른 왕국의 왕자이자 다음 왕이 될 왕세자, 카즈야는 야심이 큰 자였다

어릴 적부터왕이 될 자로 교육받으며 자란 그는 노쇠한 현왕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할 정도로 우수한 자였다

무슨 일이든 두 번, 세 번 생각한 후에 명령을 내리는 카즈야를 향한 신하들과 국민들의 신뢰는 두터웠다

실제로 카즈야가 왕을 대신해 국정을 맡은 뒤로 푸른 왕국의 정치는 안정권에 들어갔다

농사는 풍년을 거듭했고, 서로 헐뜯고 싸우던 정치가들은 사라지고, 나약한 농부들을 괴롭히던 부패한 대지주들도 그 세력을 잃었다

그야말로 현왕보다 더 훌륭하게 왕국을 이끄는, 모든 이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자가 카즈야였다.

단 한 가지 단점을 제외한다면.

 


카즈야의 스승을 그를욕심에 눈이 멀어 때때로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고 평했다

무슨 일이든 신중을 거듭하는 카즈야가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그를 빛내는 장점은 전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남은 것은 욕망에 먼 눈뿐

하찮은 것까지 따져 멀리 바라보던 총명한 눈은 바로 앞밖에 보지 못했다

언젠가, 그 단점이 카즈야와 푸른 왕국을 망칠 수도 있다고, 그의 스승은 예감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무섭게 들어맞았다

신원조차 확실하지 않은, 동의 제국의 첩자라 자처한 미녀에게 넘어간 카즈야는 붉은 왕국으로 보내던 보급을 끊었다

붉은 왕국보다 더 강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첩자의 유혹은 카즈야의 심중을 찔렀다

줄곧 푸른 왕국과 붉은 왕국의 관계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카즈야였다

두 왕국은 서로를 동맹이라 칭했지만, 명백한 상하관계가 존재했다

붉은 왕국에 수출하는 푸른 왕국의 물품에는 관세가 붙었지만, 붉은 왕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은 관세가 없었다

두 왕국이 한자리에 모일 때도 상석은 항상 붉은 왕국의 것이었다

붉은 왕국의 왕이 바뀌면 푸른 왕국의 왕은 신하라도 되는 양 붉은 왕국에 인사해야 했고, 푸른 왕국의 여성 왕족은 붉은 왕국에 인질 아닌 인질로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즈야가 보기엔 푸른 왕국 또한 대국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붉은 왕국과 비교하여 그 무엇하나 손색없는 하나의 왕국이었다

남모르게 그런 생각을 품던 카즈야가 동의 제국에서 온 첩자의 말에 귀 기울인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붉은 왕국의 보급을 끊어 제국을 돕는다면, 전쟁이 끝난 후 붉은 왕국의 땅을 주겠다.

 

그 말에 카즈야는 환희했다. 드디어 붉은 왕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절묘한 수가 손에 들어왔다

지금의 붉은 왕국보다 더 위세를 떨치는 푸른 왕국의 미래를 그리며 첩자의 손을 잡았다

야망에 취해 명석함을 잃은 왕자는, 어중간한 자가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 저지르고 마는 몰락의 길에 발을 올렸다.

 

 

 

 

 

3.

 

푸른 왕국에 도착한 우리를 반기는 것은 푸른 왕국의 유일한 왕자라 자신을 소개한카즈야라는 자였다

국빈이 머무는 방에 안내하며 묻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 왕자가 실쭉 웃었다

흉년이 들어, 먹고 살기 위해 부득이하게 보급을 끊고 말았다는 말에 목구멍 위로 올라오는 비웃음을 삼켰다

붉은 왕국에서 이곳으로 오며 지나친 많은 농경지에는 줄기가 휘어 부러질 정도로 많은 과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흉년은 불가하고 대풍년이 분명한 그 광경은 대체 어떻게 변명할 생각인지….


국경 지역은 풍년이었습니다만….”

, 일부 지역만 풍년이 들었습니다대다수의 농경지는 흉년이 들었지요. 풍년이 든 지역의 곡식으로 간신히 배를 곪지 않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왕자의 말에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조소를 숨기고 숨을 내뱉었다

왕자의 간사한 미소에 울컥 치미는 화를 억누르고 왕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꺼내자, 왕자의 얼굴이 일순 변했다.


…, 죄송합니다. 아바마마는 중환을 앓고 있어 만남을 금하고 계십니다. 미숙하지만 제가 모든 국정을 맡고 있으니, 제게 말씀해주세요.”

이런 전하가 위독하시단 소식은 듣지 못했군요. 그렇다면 잠깐이라도 존안을 뵙고 쾌차를 빌어드리고 싶습니다만.”

죄송합니다. 모처럼 와주셨는데, 불가할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왕자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떠났다

거칠게 정돈된 머리를 벅벅 긁고 고개를 위로 들렸다

높게 솟은 천장에 매달린 검은 그림자를 향해거기 있지?” 하고 말을 걸자마자 획-, 작은 사람 하나가 떨어졌다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발소리를 죽이고 어둠 속에서 행동한다는 푸른 왕국의 암부

그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자로 뽑히는치비타란 자가 눈앞에 섰다.


정말로 네가그 녀석의 친구냐? 짜샤.”

일단 나 붉은 왕국의 왕자인데 말이지…. 

상대방의 신분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반 토막 내는 모양이 딱 공주를 닮았다

붉은 왕국에 있을 카라 공주를 떠올리며 피식-, 마른 웃음을 흘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 녀석을 도와줄 수 있는 거냐?”

물론. 치비타, 네가 협력만 해 준다면.”

원래 이런 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그 녀석을 위해 도와주지, 젠장.”

-, 땡큐.”

작은 손으로 주먹을 만들어 코를 짓이겨 올린 치비타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그래서? 뭘 해주면 되는데?” 하고 물었다.

왕궁 내에 머무는 자 중에서 특히 수상한 자를 찾아봐 줘.”

굳이 길게 풀지 않은 말 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했는지 한쪽 눈썹을 들썩인 치비타가파하~.”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알겠다.” 하고 짧은 대답을 뒤로하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카라 공주의 소꿉친구인 치비타와 미리 접촉해 다행이었다

푸른 왕국에 처음 오는 내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정보이다

암부라면 그 누구에게도 들킬 일 없이 필요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치비타가 떠나고 방 주변에 그 어떤 인기척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함께 푸른 왕국에 온 기사와 시종들을 모았다

몰래 궁을 빠져나가 사람을 찾을 이를 뽑고,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했다.

 

 

 

푸른 왕국에 도착해 3. 치비타를 기다리며 국빈이 머무는 방에서 얌전히 지낸 시간의 끝이 찾아왔다

대체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내 앞에 나타난 치비타가 작은 종이에 그려진 초상화를 건넸다.


이 녀석이 수상해. 못 보던 얼굴이거든.”

초상화에 그려진 것은 지극히 서양적인 얼굴을 가진 미녀

검은 머리가 일반적인 푸른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금발 머리의 미녀였다.


고마워.”

그리고, 추가로 말이야….”

?”

초상화를 챙긴 나를 붙잡는 치비타의 말에 눈을 들었다

눈썹을 팩 찌푸리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치비타가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 망설이던 입을 열었다.


궁 안쪽에 있는 창고에 보통은 사람이 많이 없거든. 근데 요즘 묘하게 드나드는 녀석이 많아져서…, 가 보니까…. 보급이 전부 거기에 저장되어 있었어.”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 혹시나 나한테 들었단 말 하지 말라구!”

당연하지.”

치비타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며 맹세했다.

못 미덥다는 눈을 하고 한참을 나를 응시하던 치비타가 “‘그 녀석을 위해서, 믿어줄게….” 하고 중얼거리며 몸을 숨겼다.

이어 들어온 시종의왕은 종종 뒤뜰을 산책한다는 정보에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잡았다, 증거를.


그리고 뭐-중환에 걸려서~’! 멀쩡하잖아!!

늙었다는 핑계로 나랏일은 왕자에게 넘기고 유유자적 노후를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한 푸른 왕국의 현왕을 씹으며 모두의 머리를 모았다

수중에 들어온 이 정보를 어떻게 쓸 것인가. 자칫 이것들을 왕자 앞에 내밀었다가, ‘창고에 있는 곡식은 전부 구휼미이며 줄곧 국빈 숙소에 있던 우리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냐고 추궁당하기에 십상이다

가장 머리가 뛰어난 기사와 함께할 수 있는 수를 전부 꺼낸 결과는…, 처참했다.

 

 

 

국빈의 방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감시하던 병사는 겨우 다섯

기사들이 나서서 조용히 병사들을 잠재우고 국빈의 방을 떠났다

치비타에게 미리 받은 지도를 확인하고 몰래 담을 넘어 궁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후궁으로 향했다.

 

 

왕자님, 여기서부턴 혼자 들어가셔야 합니다.”

.”

후궁 담 아래에 멈춰 위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불편하다. 정말 매~우 불편하다

공주는 잘도 이런 걸 입고 생활했구나

옆에서 함께 하던 기사, 브루노가.” 하고 웃는 것을 힘껏 노려봐주었다.

어느 나라건 후궁에 출입이 가능한 남자는 오직 왕뿐

타국의 왕자인 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잘 어울리네요. 에드윈 왕자님.”

브루노, 입 닫아.”

진짜 후궁하셔도 되겠어요.”

입 닫으랬다.”

브루노의 놀림을 뒤로하고, 있는 힘껏 치마폭을 끌어 올렸다

푸른 왕국의 전통 여성복

붉은 원단에 화려한 무늬가 수놓은 옷은 감촉도 모양도 아름다웠지만, 치마폭이 좁아 걷기가 힘들었다

브루노와 다른 녀석들에게 들어 던지다시피 해 담장을 겨우 넘겨 왕이 있다고 들은 애첩의 방으로 뛰었다.

 

 

벌컥, 수많은 문을 뚫고 들어가자 은근한 향초의 내음과 함께 화들짝 놀란 왕이 재빨리 옷을 여몄다.


누구냐!! 감히,”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저는 붉은 왕국의 제 1 왕자, 에드윈 윈스턴 본(Von) 필리스입니다. 전하를 뵙기 위해 이런 차림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왕(老王)의 호통을 끊고 서둘러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예상치 못한 내 등장에 노왕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동맹국의 왕자란 자가 예의 하나 모른단 말이오!? 어찌하여 이곳에 온 것인지, 왔다면 제대로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이거늘!!”

노왕의 언성에 입을 다물었다. 역시 이 왕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자기 아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연 순간, 노왕의 곁에 있던 애첩이 등불을 켰다.

깜깜했던 방안이 순식간에 밝아지고 노왕의 얼굴이 뚜렷이 보였다.


“…그대는, 혹시 그대의 어머니는…. 마츠요가 아니오?”

“…. 그렇습니다.”

내 얼굴을 본 노왕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무엇에 놀랐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대답하자, 노왕이허어~.” 하고 탄식을 흘렸다.


그래. 대체 무슨 일이기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런 꼴을 하고 후궁까지 들어온단 말이오.”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묻는 왕의 태도에 내심 놀라며 입을 열어 대답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3일 전입니다. 전하를 만나고자 하였지만, 카즈야 왕자님께서 중환을 이유로 전하를 만날 수 없다 하였습니다.”

“3일 전…? 지금 3일 전에 왔다 하였소?”

.”

허나…, 짐은 아무런 보고도 듣지 못하였소….”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 노왕이 눈을 들었다

주름 속에 파묻힌 눈동자는 세월도 바꾸지 못한 빛이 담겨 있었다.


자리를 옮기세.”

앞으로 이어질 대화가 심상치 않을 것을 눈치챈 노왕이 몸을 일으켰다

애첩의 부축을 거부하고 제힘으로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킨 노왕이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후궁을 빠져 나갔다.

 

 

노왕과 함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입고 있던 후궁의 옷을 갈아입고 왕의 앞에 섰다

노왕 역시 가벼운 옷을 벗고 중후한 정복으로 갈아입고 옥좌에 앉았다.


무슨 일로 왔는지 상세히 설명하시오.”

노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모든 것을 설명했다

보급이 갑자기 끊긴 일, 사신을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던 것, 오면서 과실이 가득한 농토를 보았는데도 흉년이라는 변명을 한 것, 창고에 가득 보급품이 쌓여 있는 것 등등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왕의 얼굴이 점점 새파래졌다

그래,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겠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붉은 왕국이라는 강대국과의 동맹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노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그런 일을…, 짐은 명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카즈야 왕자님이 독단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소리가 됩니다.”

“…당장, 카즈야를 불러라.”
노왕의 낮은 목소리에 사람이 나갔다가 곧 왕자가 불려 들어왔다.


에드윈 왕자의 말이 전부 사실이냐?”

다짜고짜 묻는 노왕의 질문과 노왕과 함께 있는 나를 본 왕자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 그것이….”

사실인 모양이구나.”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왕자를 보며 푹-, 한숨을 내쉰 노왕이 고개를 돌렸다.


저는 직접 왕자님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어찌하여 흉년인데도 창고에 곡식이 가득하며, 보급 문제와 같은 중대사를 전하가 알고 있지 않은지, 왜 중환이라는 변명으로 전하를 만날 수 없게 만들었는지.”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왕자를 차갑게 내려다보던 노왕의 곁에 늙은 신하 하나가 다가왔다

왕의 귓가에 뭐라 말을 고한 신하가 뒤로 물러나자 왕이 주먹으로 팔걸이를 쾅! 내리쳤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단 말이냐!! 동의 제국의 첩자와 내통해!? 동의 제국은 우리의 적국이거늘!!”

노왕의 노성에 단번에 모든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과연. 그런 것인가

왕자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와 감출 수 없었다

왕자는 더욱 몸을 움츠리고, 그것이….” 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노왕은 더욱 언성을 높여 격노했다.


제국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느냐!? 자신을황제라 칭하는 그자가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동쪽의 소수 민족을 모두 억누르고 정벌해 자신의 나라로 끌어들인 것을 보아도 모르겠느냐! 아카츠리아(붉은 왕국)의 땅을, 우리에게 줄 리 없다는 것을!! 아카츠리아(붉은 왕국)이 동의 제국에 손에 으스러진 후에, 그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것을 어찌 판단하지 못하느냐!!!”

“….”

불화와 같은 호통이 끝나고 큰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은 노왕이 늙은 신하에게 손짓했다.


당장 붉은 왕국에 보급을 보내라. 지금껏 보내지 못한 것과 앞으로 보낼 것 전부! 그리고 서신을 하나 써야겠다. 붓과 벼루를 준비해라.”

.”

왕의 명을 받아 허리를 숙이고 신하가 발을 서둘렀다

노왕은 신하 하나를 또 불러 왕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왕자는 이 책임을 물어 동궁에 연금한다. 동궁에 드나드는 모든 이는 짐에게 보고한 후, 허락을 받고 출입하도록. 또한, 왕자에게 넘겼던 국정 또한 다시 짐이 맡겠다.”

, 아바마마!!”

시끄럽다! 너는 네가 한 잘못을 곱씹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라!!”

노왕에게 선처를 요구하며 울부짖는 왕자를 두 신하가 질질 끌고 집무실을 나갔다

점점 멀어지는 왕자의 울음에 노왕이 괴로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할 말이 없소. 일이 이렇게 되어…. 하나뿐인 아들이라 고집을 전부 받아준 결과가 저것이오….”

흰 눈썹을 늘어뜨리고 나를 바라보는 왕의 얼굴에 측은함이 솟았다가, 이 일로 고생했을 엄마와 공주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다잡았다

아닙니다.” 하고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들었다.


이번 일은카라 공주님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 그렇군….”

노왕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꺼낸 말에 노왕의 몸이 움찔 떨렸다

표정을 보아 지금 말이 나올 때까지 카라 공주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정말 더럽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아무 죄도 없는 녀석을 사지에 몰아넣고, 그 사실조차 잊고 후궁의 뒤꽁무늬나 쫓으며 편안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치가 떨렸다

굳은 노왕의 얼굴을 보며 활짝 미소를 피우고 말을 이었다.


아카츠리아와 후지오 국은 굳건한 동맹국입니다. 허나 카즈야 왕자님께서 불만을 가진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은 후지오 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여, 전쟁이 끝난다면 아카츠리아와 후지오 국, 두 나라가 평등한 진정한 동맹을 맺을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 고맙소.”

예를 갖춰 손을 올려 인사를 올리는 노왕이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냐는 투로 물었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에 씨익- 웃으며 준비해준 말을 꺼냈다.


그 동의 제국에서 보낸 첩자란 자를 넘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바라신다면 기꺼이 드리겠소.”

노왕의 협력에 감사하며 말을 재빨리 마치고 집무실을 나왔다.

 

 

국빈의 방에 돌아와 떠날 채비를 마친 우리 앞에 나온 것은 자신을 동의 제국 첩자라 칭한여자’. 

치비타가 잡아 온 여자를 건네받아 구속하자 예상했던 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행여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고 무릎 꿇렸다.


동의 제국 첩자는 무슨, 쥬드 공작의 시녀인가.”

내 말에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주의 대상인 쥬드 공작의 측근, 시녀, 시종은 모두 파악하고 있다

그 누가 어디서 날 공격할지 모르니까

특히 쥬드 공작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자는 더욱이 위험하다

고아 출신에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가 쥬드 공작에게 주워져 충실한 시녀가 된 그녀는 적의로 가득 찬 눈을 내게 고정했다

자해 할 수 없도록 온몸을 구속하고 눈가리개를 해 마차에 태웠다



함께 온 자들과 마차에 올라 서둘러 붉은 왕국으로 향하는 길

우리 중 가장 머리가 우수한 녀석인미카가 운을 뗐다.


분명 쥬드 공작은 전장에서 에드윈 왕자가 죽길 바란 거겠지. 일부러 보급을 끊어 상황을 악화시킨 거야. 그렇다고 전쟁에서 지면 곤란하니까 적당한 시기에 보급할 수 있게 푸른 왕국에 사람을 남겨놓은 거겠지.”

미카는 나를 보며 자신의 붉은 긴 머리를 매만졌다

주근깨가 박힌 콧잔등을 문지르며 한 번 더 생각을 정리한 뒤, 미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급이 끊긴 것에 푸른 왕국에 책임을 물게 한다면 마츠요 왕비님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고, 에드윈 왕자님도 힘을 잃을 테니까. 게다가 동의 제국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하면 자신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고 말이야.”

미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마차 뒤를 따르는 수십 대의 수레에 쌓인 보급품이 보였다

레드 버로우를 떠나기 전 단언한 대로, 보급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엄마가 곤란할 일은 없을 것이다

레드 버로우로 향하는 길을 응시하며 머리 한쪽에 남은 공주를 생각했다


공주와 나도 이제….

 

 

 

 

 

4.

 

오소마츠가 보급 문제를 해결하고 레드 버로우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에 카라마츠가 숨을 삼켰다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를 꽉 끌어안고 그 온기를 나눈 카라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너희들은 떠나.

카라마츠 형!!”

카라마츠 형아!!”

카라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고개를 저었다

쥬시마츠도 싫다는 얼굴로 카라마츠의 옷을 잡고 매달렸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동생들을, 아무 죄도 없는 동생들을 자신과 함께 죽게 만들 수는 없었다

카라마츠는 제게 뻗은 동생들의 손을 감싸쥐고 부드럽게 웃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쥬시마츠, 토도마츠. 난 괜찮아. 그러니까-.”

싫어!!”

카라마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토도마츠가 울분에 차 외쳤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함께 도망치자고 매달리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상냥히 쓰다듬은 카라마츠가 눈물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쥬시마츠와 눈을 맞췄다.


쥬시마츠, 토도마츠랑 같이 빨리 가. 지금 당장.”

“……아이아이!”

쥬시마츠 형!?”

지그시 눈빛을 교환한 쥬시마츠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토도마츠를 어깨에 맸다

멀어지는 카라마츠의 품을 향해 버둥거리며 싫다고 우는 토도마츠를 데리고 별궁을 빠져나간 쥬시마츠가 말을 끌고 성을 빠져나갔다

오소마츠와 함께 몰래 성 아래 마을로 나갔을 때 지났던 뒷문을 통과해 저 멀리 숲속으로 사라지는 동생들을 배웅한 카라마츠가 쓴웃음을 흘리고 별궁에 돌아왔다

자신의 동생들까지 개죽음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고향인 푸른 왕국엔 돌아갈 수 없어도,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라면 어디에서도 잘 살 것이라 믿으며 카라마츠가 두 손을 모았다.

 

 

 

멀어지는 레드 버로우를 보며 수십 번 말을 돌리려는 토도마츠를 쥬시마츠가 가로막았다

이대로 카라마츠가 죽을지도 모른다며 우는 토도마츠를 달랜 쥬시마츠가 밝게 웃었다

눈가에 눈물을 매단 채로, 활짝 웃는 쥬시마츠를 토도마츠가 망연히 응시했다.


괜찮아-!! 톳티-! 오소마츠 형아가, 카라마츠 형아를 지켜줄 거야!”

확신에 찬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물론 존재했다

토도마츠를 한없이 희망적인 자신의 형에게 할 말을 찾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쥬시마츠의 마음을 돌려 카라마츠에게 갈 수 있을까 헤매는 토도마츠의 귀에 쥬시마츠의 짧은 신음이 닿았다.


!”

저편에서 걸어오는 말 한 마리. 그 위에 탄 이의 얼굴을 확인한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호흡도 잊고 멍청히 그 자리에 섰다.






* 이걸로 준비한 떡밥은 다 뿌렸습니다ㅎㅎ

 다음화를 기대해주세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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