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에 올리는 완결편이네요!!


* 공미포 7,961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가는 노성은 회의장을 가득 울렸다. 귀족과 관료, 모두 서로를 향해, 오소마츠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합리를 우선시하는 관료들과 제 밥그릇만 챙기려 드는 귀족들이 모두 반대를 외치는 가운데 오소마츠가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시 전쟁하자고? 전쟁하는 동안 어땠는지 다들 잘 알고 있잖아?”

오소마츠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군비를 충당하기 위해 귀족들은 많은 세금과 사병을 내놓아야 했다

평민들은 건강한 제 아들과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야 했다. 전쟁이 주는 피해를 모두가 충분히 겪은 지금, 오소마츠의 말은 무겁게 귀족들과 관료들의 머리를 짓눌렀다

다시금 회의장에 울리는 오소마츠의 한숨이 끝나자 용기 있는 관료 하나가 목소리를 냈다.


그럼 화친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정당한 이유도 없이 우리의 땅을 짓밟은 자들과?”

귀족이 아닌 관료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국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동의 제국과 화친을 하는 것이 옳았다

귀족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을 관료가 내뱉자 오소마츠가 눈을 찡그리며 턱을 괴었다. 꿀꺽, 하고 젊은 관료가 침을 넘기며 오소마츠의 답을 기다렸다.


“…확실히 그렇지만, 먼저 저쪽에서 화친을 제안했다는 건 대화할 생각이 있다는 거겠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함정이 될 수 없게 이쪽에서 조건을 걸자구. -! 그럼, 교섭 날짜와 장소를 정하자구. 우리가 무슨 조건을 걸면 좋다고 생각해?”

오소마츠의 말에 관료들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화친을 반대하는 귀족들이 하나씩 의견을 내는 관료들을 기이하단 눈으로 응시했다

귀족들에게는 적국인 동의 제국과 화친한다는 것은 생각할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전쟁을 시작했다면, 한쪽이 기어이 무너져서야 끝나는 일이었다

적국과의 화친에 따라가지 못하는 귀족들을 남겨둔 채, 화친 준비는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2.

 

동의 제국에서 보낸 화친 제의를 받고 5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수십 번의 회의와 관료들과의 면담을 통해 결정된 회담일

본궁 앞에 준비된 마차와 그 주변에 적기사단이 섰다

수는 적어도 오소마츠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적기사단이라면 설사 이 회담이 함정이라고 해도 오소마츠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저를 배웅하기 위해 본성 밖으로 나온 카라마츠와 마츠요에게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그 앞으로 다가갔다.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 오소마츠라면 잘 하고 돌아올 거라 믿는다!”

확신에 차 내뱉으면서 축 늘어진 눈썹으로 걱정하는 카라마츠에게 쿡쿡 잘게 웃음을 흘렸다

마츠요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카라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아 당긴 오소마츠가 쪽, 하고 카라마츠의 입술에 짧게 제 입술을 겹쳤다

불이 옮겨붙은 것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카라마츠의 볼에도 쪽쪽 입술을 내리고서야 만족한듯 팔을 푼 오소마츠가 마차에 올랐다.


 

레드 버로우를 떠나 병사들이 지키고 있던 동의 제국과의 국경 지대로

흔들리는 마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오소마츠가 수많은 병사를 이끌고 몇 번이나 지나쳤던 곳이었다

병사들의 갑옷이 부딪치며 내는 달그락 소리가 귓불에 매달려 흔들린다

전장으로, 저들을 집어삼키려 입을 벌리고 있는 악마의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 길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다시 지나간다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 알 수 없어 눈을 감은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이치마츠 자식, 괜찮겠지?”

동생을 걱정하는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온화한 미소를 피웠다

고심 끝에 오소마츠를 따르지 않고 레드 버로우에 남기로 한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와 마츠요를 맡겼다

오소마츠는 자신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던 이치마츠를 떠올리고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뭘 걱정하고 그래, 쵸로씌~. 이치마츠라면 잘 할 거야.”

, 그렇겠지만….”

오소마츠의 확언에 쵸로마츠가 잔뜩 찡그린 미간의 주름을 폈다

석연치 않게 대답하는 쵸로마츠의 말끝에 미처 떨쳐내지 못한 걱정이 어렸다

- 웃으며 동생을 걱정하는 기특한 쵸로마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린 오소마츠가 다시 바깥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회담 가 있는 동안 제2 왕비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토토코와 카라마츠의 작전 덕분에 무도회 이후 오소마츠에게2 왕비에 관해 묻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완전히 포기할 귀족들이 아니다

후사문제를 은근히 들고나오는 귀족들의 은근한 협박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도회가 끝난 후, “오소마츠 곁에 남겠다는 내 다짐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고 웃던 카라마츠를 떠올린 오소마츠가 잔잔한 미소를 물었다

붉은 볼 위로 활짝 피어난 귀엽고 해맑은 미소

그 미소를 떠올리자마자 스스로 황당할 정도로 카라마츠가 보고 싶어졌다

멍청히 오소마츠를 바라본 쵸로마츠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붉은 왕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어쩌면 붉은 왕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도 있는 회담을 앞두고 생각한다는 것이 카라마츠의 일이라니…. 

어이없는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회담이 잘 이루어질는지, 타들어 가는 속을 안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국경을 향하는 마차 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은 제국의 두 번째 황체 프렌시스가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여동생을 불렀다.


플로리아.”

.”

눈도 돌리지 않고 시큰둥하게 대답한 플로리아의 분홍빛 머리칼이 바람에 살랑였다

너울거리는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플로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불렀는데.”

그립냐? 붉은 왕국이.”

“…. 별로.”

툭 내던지듯 대답한 플로리아를 보며 프렌시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모국으로 돌아온 뒤로 한 번도 활짝 웃어주지 여동생을 보며 프렌시스가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 오라비는 아카츠리아에 대해 잘 모르잖냐. 네가 아카츠리아에서 지냈던 경험이 있으니, 이 오라비를 잘 도와줘.”

.”

조금이나마 누그러진 목소리로 짧게 답한 플로리아가 다시 말을 거는 제 오라버니를 흘겨보았다

또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뚱하니 쳐다보는 플로리아에게.” 하고 짧은 웃음을 흘린 프렌시스가 는질맞게 입꼬리를 올렸다.


대체 누구랑 헤어지기 싫어서 전쟁 중인데도 버틴 건지…. 돌아오라는 말도 안 듣고.”

“….”

프렌시스의 말에 찌릿- 눈을 흘긴 플로리아가 마차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외투를 어깨에 걸쳤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도착했으니까 나가기나 하셔.”

달깍, 하고 열린 마차 문 밖으로 나가는 플로리아를 뒤따라 동의 제국 2대 황제, 프렌시스 1세가 국경 지대에 발을 내렸다.

붉은 왕국에서 준비한 간이 막사로 안내하는 시종을 따라 걸어가는 길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이 흙길에 셀 수 없이 많은 장정의 피가 뿌려졌을 것이다

꿈과 미래를 잔인하게 짓밟히고 이 전장에서 사그라졌을 청년들을 떠올린 프렌시스가 가슴을 감싸 쥐는 슬픔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버지의 헛된 욕망 때문에 너무나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부디 오늘의 회담이 성공해서 더는 사람의 목숨이 이 땅에 버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프렌시스가 막사 안으로 발을 들였다.

 

 

먼저 도착해 막사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프렌시스와 눈을 맞췄다

죄인의 사슬이 달린 것처럼 무거운 발을 앞으로 옮겨 오소마츠와 마주 보고 선 프렌시스 뒤로 플로리아가 들어왔다.

 


“…, 이카?”

“…로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를 부른 쵸로마츠와 플로리아

오소마츠와 프렌시스가 눈살을 찌푸리고 가만히 둘을 번갈아 응시했다

이 자리에 있을 리 없던 연인의 등장에 놀란 쵸로마츠와 플로리아는 망부석처럼 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

 

정복에만 관심 있던 아버지와 황비라는 지위에만 집착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플로리아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아버지를 닮아 호전적인 둘째 오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어린 시절

그녀가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은 바로 붉은 왕국 출신인 유모의 품 안이었다

따뜻하고 상냥한 유모의 품 안에서 둘째 오빠의 흉을 늘어놓으며 울먹이면, 유모는 항상후후.” 웃으며 붉게 부은 플로리아의 눈가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잔혹한 돌림병으로 너무나 쉬이 유모를 잃은 플로리아는 자연스럽게 붉은 왕국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토록 자상하고 따뜻했던 유모가 태어난 곳

아버지가 넓혀가는 제국에 버금가는 대국

플로리아에게 있어서 붉은 왕국은 미지의 세계이자 어쩌면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기회의 세계이기도 했다.

 


연이은 정복 전쟁으로 서서히 제국이 영토를 넓혀가기 시작했을 때, 무리한 정복에 반발한 자들이 생겨났다

정복 전쟁과 함께 치열한 내전이 제국을 휩쓸었고, 플로리아는 적은 식솔과 함께 국외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그녀가 피난처로 붉은 왕국을 선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붉은 왕국은 유모가 말해 주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도, 학교도, 강대한 왕의 치세 아래 너무나 활기차고 평온했다

유모의 품처럼 따뜻한 곳이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하고 바랄 정도로 붉은 왕국을 사랑하게 되었다

평민으로 신분을 위장해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나날

자신이 제국의 공주라는 것도 잊고, ‘레이카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날도, 플로리아는 학교에 가고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수 광장을 지나가고 있을 때, 우연히 귓가에 걸린 목소리에 집중한 것은 왜일까.


?”

뒤돌아본 플로리아의 물음에 당황한 것은 녹색 체크무늬 뉴스보이캡을 쓴 청년이었다

체크무늬 케이프 아래 들린 노트를 비스듬히 메고 있던 갈색 가죽 가방에 넣은 그가, ….” 하고 말을 더듬었다.


뭔가요?”

그게, 노래를 참 잘 부르신다고 생각해서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사과하며 살짝 허리를 숙인 그가 어쩐지 밉지 않았다

자신을로이라고 밝힌 그와는 학교 가는 길에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플로리아의 외모만 보고 접근하던 어중이떠중이와 달리 예의와 품의를 갖춘 그와 대화하는 것은 즐거웠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3일에 한 번

점점 그와 만나는 빈도가 늘어나고, 그를 향한 마음도 점점 커졌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사랑으로 변한 것은 언제였을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는 것은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붉은 왕국과 제국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귀국하라는 명에도 망설였던 것은, ‘로이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점점 길어지는 전쟁과 전장의 이슬이 되어버린 둘째 오빠의 소식에 더는 귀국을 미룰 수 없었다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한마디 말을 끝으로 플로리아는 붉은 왕국을 떠났다.

 

 

 

 

 

4.

 

쵸로마츠와 플로리아의 이야기를 들은 오소마츠와 프렌시스는 서로 눈을 맞췄다

너무나 기가 막힌 우연

서로 신분을 숨기고 연인이 되어, 전쟁 때문에 이별하게 된 쵸로마츠와 플로리아가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확률은 분명 0에 가까웠다

애달프게 서로를 응시하는 쵸로마츠와 플로리아를 보고 다시 눈을 맞춘 오소마츠와 프렌시스의 눈빛에 뭔가가 스쳤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각이란 녀석을 붙잡아 앉힌 오소마츠와 프렌시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저와 같은 생각이신 것 같군요.”

-. 그런 것 같네요.”

프렌시스의 말에 오소마츠가 씩- 웃었다

으로서가 아니라오소마츠로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은 오소마츠가 그 자리에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색이 된 관료들과 귀족들. 제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기울인 귀족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 폐하…. 지금 뭐라고….”

알렉스 왕자와 제국의 플로리아 공주의 약혼이 결정되었다.”

조소를 섞어 내뱉은 오소마츠의 말에 귀족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관료들도 머리를 굴리며 필사적으로 오소마츠의 발언을 해석하려 애썼다

바로 얼마 전까지 적국이었던 제국

그 제국의 공주와 현왕(現王)의 친동생 쵸로마츠의 약혼

화친 제의가 왔을 때도 화친을 하느니 마니 말이 많았건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성사된 약혼은 유능한 관료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수군거리며 얼굴을 구기고 상황을 따라가려 애쓰는 자들 가운데 영특한 관리 하나가 목소리를 냈다.


화친을 위한 약혼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째서 폐하가 아니라 알렉스 왕자님이…?”

그렇습니다.”

관리의 말에 동조하는 귀족의 목소리에 단번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옆에 서 있던 쵸로마츠조차 한 발짝 멀리 떨어질 정도로 분노를 일군 오소마츠의 날 선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무슨 말이지?”

화친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제국의 공주를  2 왕비를 맞이하는 것이…,”

헤에—?”

귀족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오소마츠의 눈빛이 순식간에 무기질과 같이 투명해졌다

짙은 적갈색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며 귀족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을 꺼낸 것인지 실감했다

황급히 허리를 숙인 귀족에게 닿은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그 목을 옥죄었다.


제국의 황제 역시 이 약혼을 원했다. 그리고, 우리 왕국과 견주어 손색없을 정도의 국력을 가진 제국의 공주를 제2 왕비 따위로 들일 생각인가?”

회의실에 짙게 깔린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에 담긴 위압에 귀족들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제국의 공주를 제2 왕비로 할 수 없다면, 카라마츠를 제2 왕비로 내리고 제국의 공주를 1 왕비로 받아들이면 그만인 문제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소마츠 앞에서 감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이미 나온 실언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당황하는 귀족들을 내려다본 오소마츠가 크게 선언했다.


혼인식은 두달 뒤. 준비는 올리버 왕자에게 맡기겠다.”

오소마츠의 선언에 옆에 서 있던 이치마츠가 흠칫 놀랐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와 눈을 껌뻑인 이치마츠가 저를 응시하는 오소마츠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이 닿은 침대 위에 몸을 누인 오소마츠가 제 옆에 앉은 카라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카라마츄~.”

? 뭔가, 오소마츠? 오늘은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 . 으히히~.”

오소마츠?”

카라마츠의 무릎에 얼굴을 올리고 제 머리를 쓰다듬는 카라마츠의 손길에 씩-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되짚으며 입술을 내리고 깍지 낀 손을 끌어당긴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에 가득 맺힌 궁금증에 픽- 웃음을 흘리고 이마를 맞댄 오소마츠가 달콤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전부 해결이야.”

? 뭐가 해결이란 건가?”

~.”

부족한 설명에 카라마츠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카라마츠의 질문에전부.”라는 대답으로 일관한 오소마츠가 끝내 토라진 카라마츠를 보며 쿡쿡 어깨를 떨었다.

 

 

 

 

 

5.

 

붉은 왕국의 왕자와 동의 제국의 공주의 혼인식. 거대한 꽃다발과 흰 드레스

화려하게 꾸며진 식장을 쭉 둘러본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뭐야~, 역시 하면 되잖아! 이치마츄~.”

오소마츠의 칭찬에 이치마츠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별로….” 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치마츠를 보며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발을 돌렸다.

 

 

신랑 대기실

멀쑥하게 검은 턱시도를 입은 쵸로마츠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헛웃음을 흘리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 오소마츠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멀뚱히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있어~?”

, 자기 혼인식에 긴장 안 하는 녀석이 있겠냐!!”

무릎에 가볍게 쥔 주먹을 올리고 뻣뻣하게 앉아있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 하고 울리는 외침에 인상을 찡그린 오소마츠가 귀를 후비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릴랙스-. 릴랙스~.”

후우~~.”

오소마츠를 따라 심호흡한 쵸로마츠가 붉은 정복을 입은 오소마츠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왔어.”

? 횽아가 동생 좀 보러 오면 안되는 거?”

무슨 꿍꿍이가 있으니까 왔겠지.”

~? 너무하네~. ,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오소마츠의 말에거봐라하는 눈빛으로 눈썹을 찡긋한 쵸로마츠가파하~~.” 하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 하고 싶은 말이.”

또 놀리는 말이 나올거라 예상한 쵸로마츠가 포기했다는 투로 묻자 오소마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있지—. 쵸로마츠, . 아들 낳아라.”

, 하아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오소마츠의 폭탄과 같은 발언에 쵸로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직 식을 올리기도 전, 새신랑이 되지도 못한 쵸로마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인 오소마츠가 씨익-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그 미소 속에 분명 발칙한 뭔가가 도사리도 있음을 짐작한 쵸로마츠가 긴장한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네 아들은 이 될 거니까.”

?”

붉은 왕국과 푸른 왕국, 게다가 동의 제국까지. 삼국의 피를 모두 가진 아이가 왕이 된다면, 붉은 왕국과 푸른 왕국의 동맹은 물론이고 동의 제국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만약 오소마츠의 말대로 쵸로마츠가 아들을 가지게 된다면 그 아이는 삼국의 피를 모두 잇게 된다

그런 아이가 왕이 된다면…. 

쵸로마츠는 잔잔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오소마츠 앞에 섰다.


또 뭔가 있지. 음모가.”

너무하네~~. 음모라니. 나도 나름 생각한 거라구~?”

구라까지 마.”

그리고 나는 제2 왕비를 얻지 않아도 되고 말이지~?”

역시. 그게 목적이냐.”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꽤 좋은 구실이지?”

생글생글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오소마츠를 보고 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네-. 카라마츠.”

“…? , 우왓!? 카라마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쵸로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이고 뒤를 돌았다

빨개진 얼굴로 제 뒤에 서 있는 카라마츠를 보고 놀란 오소마츠가 몸을 움찔였다.


…, 신부도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려주려고….”

마츠요와 함께 신부 쪽에 가 있던 카라마츠가 푸른 드레스를 끌고 오소마츠 옆에 섰다

사과마냥 붉게 익은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씩- 짓궂은 미소를 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 오소마츠 형은 정말 대단해?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말이야. 카라마츠를 위해서.”

글자 하나하나에 힘주어 말한 쵸로마츠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쵸로마츠의 말에하고 소리를 울리며 카라마츠의 얼굴이 벌게졌다

저를 쳐다보는 쵸로마츠와 오소마츠의 눈길에 당황해, 아으아….” 하고 말을 더듬은 카라마츠 드레스를 번쩍 들어 올리고 줄행랑쳤다.


, 나는 말을 전했다아아아아아~~!!”

그렇게 외치곤 도망치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에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자 전신을 감싸고 있던 긴장이란 녀석은 온데간데없었다.

 

 

 

화려한 음악과 바닥에 흩뿌려진 꽃잎을 사뿐사뿐 넘어 분홍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흰 드레스가 쵸로마츠 옆에 섰다

오색찬란한 꽃다발을 다소곳이 손에 든 레이카, 플로리아와 팔짱을 낀 쵸로마츠가 다정하게 눈을 맞췄다

꽃 세례를 헤치고 경쾌한 음악 속에서 손을 맞잡은 쵸로마츠와 플로리아가 붉은 카펫 위를 걸어 지나간다

주교가 선 단상 앞에 선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은 서로를 바라보고 서자 주교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서로서로 믿고 의지하며 언제까지나 서로를 사랑하라는 틀에 박힌 연설조차 그들에겐 천사의 노랫소리로 들릴 터였다

행복해 죽겠단 얼굴로 마주 보고 선 쵸로마츠와 플로리아에게서 시선을 옮긴 오소마츠가 제 옆에 선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

눈을 반짝이며 혼인식을, 쵸로마츠와 플로리아를 눈에 담던 카라마츠가 슥-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잘 봐둬, 카라마츠.”

? 혼인식을 말인가?”

그래. 우리도 내년에 할 거니까.”

?”

우리 혼인식 말이야.”

, !?”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얼굴을 붉혔다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빨개진 카라마츠의 손도 단숨에 체온이 올라 뜨거웠다

사랑스러운 손에 깍지를 걸고 그새 맺힌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저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주교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대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또 서로 돕고 위로하며 거친 삶의 길을 함께 나아갈 것을 맹세합니까.

 

주교의 말에 쵸로마츠와 플로리아가.”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가 그에 따라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

빛에 반짝이는 짙은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넘쳤다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자 카라마츠가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털어내고 방긋- 웃었다.


!

오소마츠와 마찬가지로 마음을 담아 대답한 카라마츠가 당장 오소마츠의 품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대신해서 있는 힘껏 활짝 웃었다

얇야진 시야에, 쵸로마츠처럼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얼굴을 한 오소마츠가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네.”

? 뭔가?”

동화에도 나오잖아? 마지막에.”

“…—.”

 

 

 

그렇게 왕자와 공주는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Happily Ever After-






* 완결!!


* 오늘 저녁에 후기 올릴게요.


*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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