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오소 전력 60분에 참여한 글입니다.

 

 * 행사 후 지쳐 잠들어서 올릴 시간이 훨씬 지나버렸습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올려요ㅎㅎ

 

 * 카라오소...?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버~~."

눅눅한 다다미 바닥에 늘어져 인상쓰며 몸을 뒤집은 오소마츠가 한탄하며 천장에 달린 에어컨을 응시했다. 

기록적인 더위라는 무더운 여름. 종일 틀어놓은 오래된 에어컨이 기어이 망가지고 말았다. 

여름이라는 계절 특성상 수리기사가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경마와 파칭코로 용돈을 모두 탕진한 오소마츠를 제외한 동생들은 모두 시원한 장소를 찾아 집을 나갔다.

찌는 듯한 더위는 선풍기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다. 붉은 반팔과 짧은 반바지는 이미 땀으로 푹 젖었다. 

끈적거리는 피부에 달라붙은 젖은 공기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더운 숨을 내쉬었다.

더위로 지친 몸을 움직일 기운도 없이 끙끙대던 오소마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카라마츠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나간 거 아니었어?"

"훗, 썬샤인의 질투가 오늘따라 짙더군."

"아니, 시원한 데 찾아서 나간 거 아니었냐구~."

"아쉽게도 어제 새 선글라스를 사서 돈이 없다."

"왜 나간 거야...."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리는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황당한 숨을 내쉬고 제 앞에 앉는 카라마츠를 따라 시선을 내렸다. 

보기에도 숨이 막히는 가죽 자켓을 벗어던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거실 테이블에 기대 앉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향해있는 선풍기 목을 돌렸다.

 

"아! 나 쓰고 있다구!"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조금정도는 양보해라."

"누가 사랑스러운 동생이냣!!"

자기 쪽으로 방향을 고정하고 선풍기를 쐬던 카라마츠에게 버럭 외친 오소마츠가 가만히 카라마츠가 입은 민소매 셔츠를 보더니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그거 뭐야~!! 왜 자기 얼굴 붙어있는데~!!"

이치마츠가 '빌어먹을 탱크탑'이라고 이름붙인 하늘색 민소매 셔츠를 입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웃음에 고개를 기울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는 순진한 얼굴로 저를 보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더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고 구른 오소마츠가 지친 숨을 내쉬며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아--, 더우니까 웃는 것도 힘들어. 선풍기 이쪽으로 돌리라고!!"

"싫다."

"이씨!!"

단호하게 대답하고 선풍기 바람을 온몸으로 쐬는 카라마츠를 노려본 오소마츠가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켜 카라마츠 옆에 앉았다. 

나란히 앉아서 선풍기 바람을 쐬어도 더운 공기를 머금은 선풍기는 뜨끈한 공기만 뱉어내고 있었다.

 

"진짜 덥다아~~, 더브워~~~~!"

"오소마츠, '덥다 덥다'하지 마라."

"왜? 더 더워진다고 하게?"

"아니, 시끄럽다."

"우씨-, 너 왜 나한테는 그렇게 쌀쌀맞은데! 다른 녀석들이 덥다고 하면 바로 부채 대령하는 주제에!"

"하아~~."

"왜 거기서 니가 지치는데!!"

철없는 소리를 하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질렸다는 얼굴을 돌려버린 카라마츠가 옆에서 떽떽거리는 오소마츠를 무시하고 거울을 들어올렸다. 

 

"카랴마츄~."

"...."

"카랴마츄우~~."

"...."

"카라마츙, 카라마츠, 카라마츠우~."

"...."

"카랏 카랏 카라맛츙-! 카랏츙!"

"...뭔가."

거울에 집중한 카라마츠 어깨에 턱을 올리고 한결같이 카라마츠를 연호하는 오소마츠를 더는 무시할 수 없었던 카라마츠가 할 수 없이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자기가 이겼다는 얼굴로 씩- 웃고는 "더워." 하고 한 단어를 덧붙였다.

 

"하아~~~."

"한숨 쉬는 건 너무하지 않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크디 큰 한숨을 쉬는 카라마츠에게 투덜거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서 떨어져 바닥에 누웠다. 

끈적이는 피부가 다다미에 달라붙었다가 오소마츠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쩌억- 하고 떨어졌다. 

더운 공기는 체온보다 더 뜨거웠고, 방 안은 꼭 가마솥 같았다. 

더위에 완패하고 "으어~~." 하고 신음을 흘리며 죽어가던 오소마츠가 불쑥 떠오른 생각에 활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

 

"맞아!!"

"우왓, 깜짝이야...."

갑자기 일어난 오소마츠에 놀란 카라마츠가 어깨를 움찔였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지나쳐 2층으로 오르더니 천장을 울리는 소음을 만들어냈다. 

윗층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음에 공사라도 하는 것이냐며 눈살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다시 거울에 시선을 돌렸을 때, 계단을 쿵쾅쿵쾅 뛰어 내려오는 오소마츠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짜잔~~!!"

"오소마츠, 설마...."

"후후후, 그 설마다!"

"OH..., 지-져스."

흐물흐물한 고무 풀장을 들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만면에 띄운 오소마츠가 거실에 공기 펌프를 내려놓았다.

재빠르게 고무 풀장과 펌프를 연결하고 펌프를 발로 밟아 공기를 넣기 시작한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기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만 있는 거실에 푸숙푸숙, 펌프를 밟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리더니 곧 멈췄다.

 

"힘들어!! 카라마츠, 이것 좀 해줘-. 해준 다고? 고마워~~~."

"한다고 대답도 안 했는데?!"

일방적으로 말하고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손짓했다. 

해맑게 웃으며 "이런 거 부탁할 사람이 카라마츠 밖에 없잖아~~." 하고 말하는데 카라마츠로서는 안 해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훗, 할 수 없군." 하고 멋지게 앞머리를 넘기며 일어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 이어 펌프를 밟는 동안 오소마츠는 그세 자기쪽으로 돌려놓은 선풍기를 쬐었다. 

펌프 소리에 맞춰서 점점 부풀어오르던 풀장이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카라마츠가 땀에 흠뻑 젖어 지쳐 쓰려지고나서야 풀장이 완전히 부풀었다. 

카라마츠에게 짧은 감사 인사를 건넨 오소마츠가 신나서 풀장을 뒷마당에 던졌다. 

주방 싱크대에 기다란 호스를 연결해 뒷마당까지 뺀 오소마츠가 풀장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육둥이가 아직 어릴 적 사용한 풀장은 구멍난 곳 없이 훌륭하게 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풀장에 물이 금방 차올랐다. 

집을둘러싼 빌딩이 만드는 그늘 아래 물이 찰랑이는 풀장을 행복하게 바라본 오소마츠가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으엑.... 옷이 땀으로 축축해.... 갈아입을 거 없는데."

더위에 뒹굴고 펌프를 밟고 풀장에 물을 채우느라 분주히 움직인 오소마츠가 빨간 반팔을 벗어던졌다.

땀으로 진득해진 티셔츠를 쓰레기처럼 손가락을 집어올려 빨래 바구니에 던지고 돌아온 오소마츠가 그대로 풀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카라마츠가 다급히 오소마츠를 불러세웠다.

 

"웨잇!! 웨이트다, 오소마츠!!"

"뭐야~?"

"이걸 입으면 된다!"

"하아?!"

귀찮다는 듯이 대답한 오소마츠가 이어진 카라마츠 말에 멍청히 반문하며 그 손에 들린 민소매 셔츠를 응시했다.

 

"내가 왜 그 빌어먹을 탱크탑을 입어야하는데-."

"빌?! 흠흠, 잘 들어라-, 오소마츠. 이렇게 선샤인이 따가운 날에 무방비로 살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

"하? 별로 상관 없잖아-. 어차피 그늘이고."

"논논, 오소마~~츠? 잔말말고 입는 거다-. 자, 자."

"엑?! 그 얼굴 뭐야! 웃기니까 그만해~~!"

"응~? 오소뫄~츠?"

"크학학학, 알겠어! 입을게! 입을 테니까!!"

부담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웃지않고는 배길 수 없는 얼굴로 다가오는 카라마츠를 간신히 밀어낸 오소마츠가 민소매 셔츠를 걸쳤다. 

윙크하는 카라마츠 얼굴이 프린트된 셔츠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한숨을 쉰 오소마츠가 자신을 응시하는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이걸로 만족?"

"아-. 퍼펙트다!"

"나-참."

엄지를 척! 하니 들어올리고 이를 드러낸 시원한 미소를 보낸 카라마츠가 풀장에 잠기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성인 남성이 어린이 풀장에 들어가있는 광경이 섞여 기묘한 위화감을 불러왔다.

 

"설마 그 나이에 거기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시원하다구~."

황망히 중얼거리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작은 고무 풀장에 몸을 집어넣고, 푹 잠기도도록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가 "흐아~, 천국이다." 하고 감탄하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빌딩으로 좁아진 하늘은 억울할 정도로 푸르렀다. 

물을 참방이며 더위가 한결가신 것을 노래한 오소마츠가 풀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카라마츠와 눈을 맞췄다.

 

"카라마츄도 들어올래? 횽아가 특별 서비스해주지!"

"엩. 아, 아니.... 괜찮다."

"어? 왜? 시원하다구~."

"아무리 그래도 성인 남성이 들어가기엔 좀...."

쓸데없이 겉멋이 든 카라마츠가 고개를 젓자 어깨를 으쓱 올린 오소마츠가 "그래라, 그럼-." 하고 넘기고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한량처럼 옷을 입은 채 느긋하게 어린이 고무 풀장에 들어가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은 그야말로 현실감각을 잃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체면이나 남이 보는 시선따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오소마츠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주방으로 향했다. 

유리컵 2개에 냉동고에서 꺼낸 얼음을 넣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보리차를 따른 카라마츠가 작게 콧노래를 불렀다. 

날씨가 더운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가 풀장에 들어가있는 걸 보니 어쩐지 덜 덥게 느껴졌다. 

조금 변덕을 부려서 오소마츠와 함께 들어가도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현관문이 열리고 씩씩한 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머슬!!"

"...다녀왔습니다."

"응~? 아!! 풀장이다!!"

"엑. 진심이냐, 개똥마츠... 아무리 덥다고 해도 어린이 풀장에...? 제정신?"

훤히 열린 툇마루 문과 거실 문 덕분에 현관에서도 뒷마당이 잘 보였다. 

함께 귀가한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뒷마당에서 멱을 감고 있는 (카라마츠의 민소매 셔츠를 입은) 오소마츠를 보며 눈을 흘겼다.

 

"아하하-! 카라마츠 형아, 아웃!"

"성인이 어린이 풀장이라.... 히히힛,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대박이겠군."

카라마츠처럼 오소마츠의 모습에 질겁하며 비꼬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반응은 정상이었다. 

같은 육둥이 얼굴이니 오소마츠를 카라마츠로 오해하는 것도.

 

"응~? 웰컴, 브라더-. 함께 들어올 건가? 베리 쿨-이다!! 여기에 와인이 없는 것이 새드할 정도다!"

"진짜냐...."

"아하하하하하!! 카라마츠 형아, 갈 때까지 갔구만유!"

"어이, 개똥마츠. 더위 먹었으면 병원에 가라고."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말에 풀장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속으로 악마같은 웃음을 피웠다. 

오소마츠에게 형제, 특히 카라마츠의 흉내를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진심으로 질린다는 얼굴과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것을 꾹- 참고 오소마츠가 말을 이었다.

 

"논논, 이치마~츠? 이 더위다! 위대한 더 썬이 카라마츠님을 질투해 내린 이 배드럭(bad luck)에도 나는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겠나-? 오케이~?"

"쥬시마츠, 정신병원 전화번호 좀 불러봐."

무표정이 되어서 침착하게 쥬시마츠를 부르고, 전화번호부를 훝어보며 정신병원 전화번호를 찾는 쥬시마츠 모습에 웃음을 참다 못해 위장이 꼬이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푹 숙이자, 이치마츠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개똥마츠. 너 진짜 어디 아프냐? 병원 데려다줘?"

평소보다 한결 상냥해진 이치마츠 태도에 더는 참지 못하고 빵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발까지 구르며 박장대소 하는 동안 주방에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카라마츠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오소뫄~~~아~~츠?!!"

"크하하하하하핫!!! 배!! 배가, 아파아~~!! 웃음이 안 멈, 춰서~!!!"

갑자기 실성한 것처럼 웃음을 터뜨린 (카라마츠로 보이는) 오소마츠와 거실로 달려와 맨발로 뒷마당에 나가서 오소마츠를 흔드는 카라마츠 모습에 얼이 빠진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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