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생각나서 쓴 썰입니다.


 * 단편으로 쓰자니 플롯을 짜야해서 그냥 썰로만 짧게 올려요ㅎㅎ


 * 종교마츠와 풀봇코 콜라보 AU가 나와요^^



 * 부족한 썰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찌 성직자가 소돔에 빠지는가! 그것도 불경한 악의 일족과 함께!!!”

하늘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커다란 목소리가 카라마츠를 짓눌렀다. 

이를 악물고 쏟아지는 비난을 견뎠지만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쓰러진 검은 날개. 찢긴 옷과 바닥에 널부러진 팔다리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다. 

항상 자신을 담았던 붉은 눈동자는 감긴 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를 더는 낼 수 없는 입. 

자신은 쉽게 죽지 않는다며 웃었던, 카라마츠의 사랑스러운 아이는 그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힘을 잃은 그 가져린 몸을 팔에 안는 것도 허락받지 못해, 커다랗게 솟아올라 덮쳐오는 슬픔을, 애통을 울부짖으며 카라마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저를 욕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자신이 ‘신’보다 더 사랑했던 이를 뒤로 하고,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앞으로 뛰어나갔다.






눈을 뜨자 푸른 하늘이 높이 떠 있었다. 둥실 떠가는 구름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나를 부르는 파우스트의 목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이제 출발하자.”

“그래.”

녹색 망토를 두르고 긴 스태프(지팡이)를 든 그는 나라 제일의 마법사, 파우스트. 

그와 함께 왕의 명령으로 ‘성배’를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에 얻은 정보가 정확했으면 좋겠는데….”

입을 눌러 세우고 눈썹을 찌푸린 파우스트의 말에 쓴웃음을 흘렸다. 

‘성배’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허상과도 같은 그것을 왕은 왜 원하는가. 변하지 않는 인간상에 절로 허탈한 한숨이 나온다.


“트리스탄? 빨리 가자고.”

“아—.”

되는대로 살아온 내게 분에 넘치는 이름을 준 왕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자 떠난 여행이지만, 성배를 찾지 못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드는 것은 회의뿐이었다. 

파우스트의 뒤를 따라 걸을 때마다 왕이 하사한 은색의 갑옷이 이를 갈았다. 

성배를 찾는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이 갑옷도 모두 훌훌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이 대륙을 떠돌아다닐 수 있을까. 

왕이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바라고 만다. 



"신부님..., 신부님은 살아줘."



삶의 의미를 잃은 후, '그'와 나눈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내게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건지. 

자조하며 눈을 아래로 내리자 파우스트의 그림자가 발에 걸려 있었다.


“이 숲에 살고 있는 드래곤이 성배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했었지?”

“응? 아, 그렇다더군.”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검은 숲. 

눈앞에 펼쳐진 어둠에 마른침을 삼킨 파우스트가 먼저 숲 경계선을 넘어 들어갔다. 

인간뿐 아니라 이 세계에 사는 다양한 종족에게 묻고 물어, 정보를 얻어 돌아다니는 여행. 

오늘도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에 의존해 이 숲에 들어왔다. 

빽빽하게 솟은 나무 사이에서 음울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바닥에는 물컹한 무언가가 깔려있다. 

자신의 발치도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파우스트가 피운 어스름한 빛에 의존해 풀을 헤치고 나아갔다. 

몬스터가 나온다면 언제든 칼을 빼낼 수 있도록 손을 칼자루에 올리고 한참을 걷던 우리 앞에 갑자기 드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헤?? 이런 초원이 있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

지도에도 없는 초원에 놀란 파우스트가 품에서 노트를 꺼냈다. 

지금까지 모은 정보들을 정리한 그 노트 어디에도 우리가 서 있는 초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쯧, 역시 없나.” 하고 혀를 차며 짜증스럽게 노트를 닫은 파우스트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이렇게 환히 노출된 곳에서는 특히 몬스터의 습격을 받기 쉽다. 

칼집에 잠들어있던 칼을 꺼내 치켜들고 파우스트 옆에 다가간 그 때, 어디선가 불덩이 하나가 날아왔다.


“파우스트! 내 뒤로!!”

“왓!!”

파우스트 앞으로 재빨리 나아가 물의 마법을 피웠다. 물과 만난 불덩이는 수중기가 되어 사라졌다. 

시야를 가리는 수증기를 손으로 흔들어 날리고 눈을 들었을 때, 그토록 그리웠던 ‘그’가 있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인간놈들은 별로 없는데~. 뭐하러 이곳까지 온 거야?”

붉은 꼬리와 붉은 뿔. 

자색의 날개를 흔들며 허공에 떠 있는 ‘그’는 의심할 여지 없는 악마이자…,


나의 사랑스러운 오소마츠였다.





* 신부였던 카라마츠가 죽은 후, 트리스탄으로 환생해 다시 오소마츠를 만나는 이야기였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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