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단편입니다^^


* 아오오니 카라마츠, 주탄동자 오소마츠, 모모타로 카라마츠가 나옵니다.


* 아주 미약한 고어 표현이 있습니다.


* 공미포 1,432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HITEPINE



툭.

데구르르.


굴러 흔들리는 시야에 털썩 쓰러지는 자신의 몸이 보였다. 

깔끔하게 잘린 단면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천장과 바닥을 적신다. 

어둠 속에 떨어진 나는 움직이는 것도 하지 못하고 피에 젖은 눈으로 ‘나를 죽인 자의 얼굴’을 보았다. 

오니가시마의 악명 높은 붉은 오니를 죽이고 득의양양한 얼굴을 한 저 녀석은 자신을 ‘모모타로’라고 했던가. 

개와 꿩과 원숭이를 데리고 쳐들어온 침입자의 얼굴에 입꼬리가 삐걱대며 올라갔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었던 작은 오니였다. 

푸른 색의 뿔을 가진 작은 아이. 

멋대로 내 뒤를 따라다니며 참견하던 성가신 녀석. 

짜증을 내보아도, 화를 내고, 회유하고 달래도 절대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귀찮은 푸른 오니. 

어느새 나만큼 커져서 나와 나란히 서게 된 아이. 

오니의 우두머리인 나를 꾸짖고, 달래주고, 안아주었던 아이.


“오소마츠!”


주탄동자라는 명칭이 아닌, 자신이 멋대로 붙인 이름으로 나를 부르며 웃었던 아이. 

나는 그 푸른 아이의 미소가 좋았어. 

그 녀석에게 전하지는 못했지만.


지위도 힘도 상관없이 나를 봐주던 푸른 오니. 

네 걱정을 단순한 잔소리로 치부하며 듣지 않았던 어리석은 나는 금방 주변의 부추김에 넘어갔지.


“더는 적을 만들지 마, 오소마츠.”

“네가 걱정이다.”

“인간은 의외로 강해, 그러니까 조심해라.”


그렇게 몇 번이고 내 옆에서 나를 생각해줬지. 

밤에는 혹시 어둠에 몸을 숨기고 나를 습격하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항상 푸른 등으로 주변을 밝혀주던 너였는데…. 

그런데도 나는 악도의 꾐에 빠져 세상을 휘저었다. 

네가 위험하다고 했던 인간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인간들이 나를 죽이려 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술을 퍼마시고 놀면서. 

네 충고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날뛰고.




그래서 결국…, 너를 잃고.


왜 너였을까.

나를 이용한 녀석은 많았는데, 내 옆에 다가오는 자들은 많았는데.

왜 네가 나를 대신해 죽어야 했을까.

왜 나는 너를 지키지 못했을까.



너는 모르겠지.

숨이 끊어진 너를 안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또 네 충고를 무시하고 너를 죽인 무리를 몰살한 나를 보면 뭐라 할까. 

짙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나.


나는 네가 죽고 나서야 깨달았어.

내가 얼마나 네 미소를 좋아했는지.

너를 사랑했는지.


온몸의 수분을 잃을 정도로 울고, 너를 묻고, 인간들을 죽이고, 넋을 잃고 걸었어. 

바다도 건넜지. 

그러다 오니가시마에 도착했어. 

죽지도 못하고, 사는 것도 아닌 상태로 오니가시마에 잠든 나를 네가 찾아왔지.



“나는 모모타로! 오니를 퇴치하러 왔다!!”


날카로운 칼을 내게 드밀고 네가 말했지. 

아아—, 정말 얄궂지 않아? 

나 때문에 죽은 네가 이번엔 나를 죽이러 오다니.


나를 죽이려 달려드는 너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데. 다시 네 얼굴을 봐서. 

그리고 슬프더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서. 

그리고 원망스러웠어. 네가 나를 죽여서.


이런 나도 죽고 싶지 않다는 본능은 살아있었나봐. 

나를 죽인 네가 미워. 

꽤 필사적으로 방어했는데 말이야—. 

네 얼굴 때문에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네가 날 정말로 죽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



하하—. 바보같아, 정말.


붉은 오니의 잘린 목을 들고 돌아가면 너는 인간들에게 찬양받겠지. 

뭐라더라, 금의환양? 

너는 예전에 어려운 말을 쓰길 좋아했지. 

그래…. 너는, 상냥한 너는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야. 

내가 주지 못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갈 자격이 있는 녀석이야.

내가 없어도 너는 잘 살아갈 거야. 사랑 받으면서, 웃으면서.

어리석은 오니 따위 잊고서-.


나는 이대로 잠들겠지. 

얼마나 잠들까? 

나도 모르겠지만, 눈을 떴을 때 네가 없다면 영원히 깨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있잖아, 카라마츠—.

나는 나 때문에 죽은 너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아니면 나는 나를 죽인 너를 용서해야 할까? 

누가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걸까? 

머리가 나쁜 나는 잘 모르겠어. 


다만, 나는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네 미소를 다시 보고 싶어.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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