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편 입니다아아아아!!!

* 이야기의 구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이번편은 '절정'이려나요...

* 다음화가 완결편이 될 것 같습니다만.. 분량 문제로 2화로 나눌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다음화는 시간이 날 때마다 쓰고는 있습니다만... 늦어지면 다음주에 올릴지도 모르겠네요..(아마 다음주에 올릴 것 같아요...)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항상 오소마츠의 얼굴에는 피어있던 장난스러운 미소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시선이 동생들을 한번씩 훑고,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시로마츠에게 머물렀다

시로마츠를 향한 오소마츠의 눈빛이 떨렸다.

 

왜 너희가 여기 있어?”

오소마츠가 간신히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들은 그 누구도 오소마츠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 채, 불안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기색을 살폈다

동생들의 침묵에 오소마츠가 다시 물었다.

 

왜 너희가 여기 있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묻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엔 평소의 장난기도, 동생들을 향한 애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초조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오소마츠를 응시하던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형이 걱정되서..”

걱정? 무슨 걱정?”

쵸로마츠의 말을 물어뜯듯 되묻는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가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다.

 

“.., 오소마츠형이 자꾸 집을 나가잖아!”

내가 자주 집을 나가는 거랑 시로마츠랑 무슨 상관이 있어?”

“.., 그건…”

쵸로마츠가 대답을 망설이자 쵸로마츠 옆에 서있던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의 어깨를 잡아 당겨 뒤로 돌린 후, 자신이 앞으로 나왔다.

 

우리는 형님이 정말로 걱정 되어서 왔다. 오소마츠, ”

“…대체 무슨 걱정을 했길래 나 몰래 시로마츠를 찾아와?”

“…”

카라마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딱딱한 어투로 심문하듯 질문을 던지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동생들에겐 너무나 낯설었다

무시할 수 없는 위화감과 오소마츠가 내뿜는 냉기에 카라마츠와 동생들은 오소마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오소마츠형 울었잖아. 그래서우리는,”

이치마츠가 드물게 감정을 내비치며 말했다

가슴께의 후드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조마조마하게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이치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차가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울었던 건 어떻게 알아?”

예상치 못한 오소마츠의 물음에 이치마츠가 흠칫 몸을 움츠리고 작은 목소리로 더듬었다.

 

, 그건…”

나랑 시로마츠를 미행 했냐?”

줄곧 무표정이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확연히 낮아지고 날카로워진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동생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 아니야! 오소마츠 형아! 형아를 찾아서 역에 갔을 때, 형아를 봐서…”

쥬시마츠가 이치마츠를 감싸듯 나서 대답했다. 노기가 가득 찬 오소마츠의 시선을 정면을 받은 쥬시마츠의 몸이 굳었다.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 쳐. 근데, 내가 운 거랑 시로마츠랑 무슨 상관이야? 왜 내가 운 걸 시로마츠한테 따져?”

“…”

차갑게 쏘아붙이는 오소마츠의 시선에 쥬시마츠가 대답도 하지 못하고 이치마츠의 뒤로 몸을 숨겼다

오소마츠의 눈빛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고 떨기만 하는 쥬시마츠를 본 토도마츠가 입을 열었다.

 

, 오소마츠형이 우리한테서 멀어지니까! 이 사람이 나쁜거야!! 오소마츠형은 우리의 장남인데!!!”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토도마츠를 싸늘히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쥐었다.


 

입 닥쳐!!!!

빈 복도에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울렸다

진심으로 화난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동생들 모두 호흡조차 잊은 채,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를 오소마츠에게 집중했다.

고개를 든 오소마츠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동생들을 마주보았다

오소마츠의 화난 얼굴 한 구석에 슬픔이 깊게 패여 있는 것을 우둔한 동생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이제 됐어!! 너네 맘대로 해!! 난 이제 너희들 따위 몰라!!! 나한텐.. 나한텐, 네놈들보다 시로마츠가 더 소중해!!!!

 

괴로워하며 울부짖는 오소마츠를 동생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로마츠만이 오소마츠가 고통스럽게 가슴에 올린 손을 떨고 있는 것을 응시했다

자신의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오소마츠가 줄곧 바닥에 붙어있던 발을 떼어 성큼성큼 시로마츠를 향해 걸어갔다

동생들은 그 어떤 말도, 어떤 표정도 보이지 못하고 오소마츠가 가는 앞길을 비켜 줄 뿐이었다

너무 놀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로마츠의 앞에 서 있던 쵸로마츠를 거칠게 밀어 제친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에게 다가갔다

말없이 기대고 있던 문에서 비켜 선 시로마츠가 고갯짓하자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의 집 문을 열고 그대로 안에 들어갔다

!’ 소리와 함께 굳게 닫힌 문에서는 이어 찰칵하고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잠긴 문을 바라보는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지 않을래?”

시로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풀며 말했다

누가 봐도 세상이 끝난 것 마냥 충격 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동생들이 시로마츠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 몸을 돌렸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돌아가는 동생들의 힘없이 축 늘어진 등을 쳐다보는 시로마츠가 안타까움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2.

문을 잠그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다리에 힘을 풀고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발을 모아 껴안고 팔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울었다

너무나 아팠다. 가슴이 아팠다. 굵은 밧줄로 심장을 꽁꽁 감아 조이는 것 같은 고통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될 걸까

홀로 자문하며 오소마츠가 흐느꼈다.

 

잠긴 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울음소리에 시로마츠가 얼굴을 찌푸리고어긋나버린 육쌍둥이의 유대에 연민하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3.

동생들이 떠나가면서 남긴 말들과 육쌍둥이를 부정하고 집을 떠난다는 사실이 오소마츠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어린아이 같이 참을 수 없이 울컥 올라오는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장남인 오소마츠는 동생들을 붙잡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동생들의 말을 곱씹을 뿐이었다.

 

           “함께 있어선 안돼.”

           “우리는 변하고 싶어!”

           “이걸로 된 거야. 아마도…”

 

동생들은 모두 육분의 일이 아닌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집을 떠났다

오소마츠의 곁을 떠났다

더 이상 장남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남이 있었기에 변하지 못했다고 원망했다.

 

 


언제까지고 쭉~ 함께 있고 싶어!!

펑펑 울음을 터뜨리며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오소마츠가 외쳤다.

 

날 떠나지 마! 가지 마! 같이 있자!! 얘들아~!!

울부짖음에 가까워진 외침은 허공에 울릴 뿐, 동생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동생들을 향한 배신감과 분노와 이별의 슬픔에 몸을 작게 웅크리고 울고 있는 어린 오소마츠를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장남오소마츠가 다가왔다

작게 웅크리고 떨고 있는 등을 토닥이며 장남오소마츠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장남이니까. 붙잡으면 안 돼.

오소마츠의 말에 어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축축히 젖은 얼굴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어린 오소마츠가 외쳤다.

 

?! 왜 안 돼? 우린 육쌍둥이인데! 항상 같이 있었는데!! 왜 안 돼?!

어린아이의 이기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는 어린 오소마츠를 오소마츠가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어린 오소마츠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는 눈물을 오소마츠가 닦아주며 말했다.

 

성인이고 언제까지고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저 녀석들을 막으면 분명 더 나를 원망하고 미워할 거야.

오소마츠의 말에 어린 오소마츠가 몸을 흠칫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움 받는 건 싫어. 하지만 이제 녀석들은 가 필요 없대. 나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눈물로 젖은 얼굴로 슬프게 묻는 어린 오소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장남이 필요 없다면 버리자.

오소마츠의 말에 어린 오소마츠가 마지못한 얼굴로 끄덕이며 눈물을 닦아내고 오소마츠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4.

장남을 버리자고 오소마츠는 다짐했다.

 

시로마츠 덕분에 동생들이 돌아오고 다시 즐거운 육쌍둥이의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또 언제 동생들이 떠날지 모를 일이었다

만약 다시 동생들이 떠난다면, 변화를 원한다면, ‘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오소마츠는 기쁘게 웃으며 앞으로 향하는 그 등을 격려해주며 밀어주고 싶었다


더 이상 동생들에게 원망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장남은 필요 없는 존재였다

동생들의 앞길을 막고, 변화를 막고, 버림받은 장남은 필요치 않았다

그렇기에 오소마츠는 더욱 필사적으로 오소마츠로서의 자신을 만들어나갔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동생들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동생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앞서 걸어갈 수 있는 오소마츠를 빚어냈다.

 

20여년을 지켜왔던 장남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남을 유지해주고 있던 동생들이 사라져 이로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오소마츠를 가득 채웠다

천천히, 조금씩 오소마츠를 만들어가도 그 안은 상실감을 제외하면 텅텅 비어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새로 지어 올려야 하는 성을 눈앞에 두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했던 때에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시로마츠였다

시로마츠는 당연하단 얼굴로 망연히 서 있던 오소마츠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오소마츠의 성을 어떻게 쌓아야 할 지 설계도를 만들어 주었다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오소마츠의 모든 것을 받아주고 위로해 주었다

메마른 사막을 헤매며 바삭바삭하게 말라버린 목을 적셔주는 오아시스처럼 시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아직 한창 건설 중인 오소마츠의 성을 숨기고, 동생들 앞에서 다시 장남을 연기할 때마다 힘겨웠던 오소마츠의 유일한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시로마츠의 앞에서 오소마츠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5.

다섯명의 동생들로 꽉꽉 차 있던 육쌍둥이의 장남이라는 이름의 성은 동생들이 떠나가면서 무너졌다

산산이 부서진 성을 오소마츠는 천천히,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다시 세우고 있었다

장남이 아닌 오소마츠라는 이름의 성은 아직 텅텅 비어, 지금까지 그 안에 있는 것이라곤 시로마츠뿐이었다.

 

시로마츠를 노려보고 있는 동생들을 본 순간, ‘오소마츠의 성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장남의 성을 부순 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오소마츠의 성까지 성큼성큼 돌진해 왔다

이제 막 쌓기 시작한 성은 돌진해오는 동생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마치 거인처럼 느껴지는 동생들은 오소마츠의 코 앞까지 다가와 이미 오소마츠가 버린 장남을 당연하게 강요하며 성 안에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시로마츠마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오소마츠는 뺏기고 싶지 않았다

장남을 버린 자신이 간신히 찾아낸 유일한 안식처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겨우겨우 쌓기 시작한 오소마츠의 성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동생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도저히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약한 성의 주인인 오소마츠가 할 수 있는 것은 성문을 굳게 잠그고 농성에 들어가는 일 뿐이었다.

 

 

 

6.

덤덤히 자신과 동생들의 이야기를 하는 오소마츠의 눈가는 여전히 붉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는 시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문을 열었을 때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탈진해 있었다

탈수증을 걱정한 시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침대에 앉히고 물을 건넸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신 후, 오소마츠가 힘겹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생들이 떠나던 날 무엇을 느꼈는지

초등학생 6학년의 멘탈을 유지하고 있는 기적의 바보인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얼마나 동생들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는지


그리고 결국 장남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을.


 

전부 담담히 털어놓았다

시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을 끊지도 않고, 질문도 하지 않고 잠자코 오소마츠의 말을 들어주었다

말을 마친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시로마츠의 얼굴은 오소마츠와 같이 쓸쓸해 보였다.

 

우는 것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 지쳐있는 오소마츠를 억지로 재운 후, 시로마츠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댔다

오소마츠와 동생들의 서로를 향한 일방적인 애정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어긋나버린 육쌍둥이의 관계를 어떻게 손대야 할지, 빙글빙글 도는 머리 속에서 명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천장을 보고 있던 시선을 내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든 오소마츠를 쳐다보았다

평온하게 오르락 내리락, 움직이고 있는 오소마츠의 작은 몸을 보며 시로마츠가 마음을 굳힌 듯,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 오소마츠가 '오소마츠'가 되려고 한 이유는 결국, 동생들을 위해서 였습니다.

* 다음편에서 시로마츠가 어떻게 집을 떠났던 동생들을 설득했는지 드러납니다.

* 오소마츠의 희생을 눈치채지 못했던 바보 동생들이 어떻게 오소마츠와 화해하게 될 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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