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결편 '하'편입니다.

* 진짜 드디어 완결이네요!!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잔잔히 흘러가고 있는 강가에 비친 얼굴을 내려다보며 카라마츠가 쓸쓸히 웃었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집을 나간 것에 침울해져 있던 동생들은 어느새 오소마츠의 존재 따위 잊어버렸는지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는 집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오늘에야 비로소 집을 나와 항상 시간을 보내던 강가의 다리에 왔지만 마음 속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시로마츠의 집에 찾아갔던 그 날, 동생들을 향한 오소마츠의 분노에 카라마츠는 당황했다

화풀이로 쥬시마츠를 걷어찼을 때도, 금새 냉정을 되찾고 쥬시마츠에게 사과를 했던 오소마츠가 그 날 만큼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완전히 동생들을 거부했다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는 너무나 낯설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수 십번을 자문해도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강가에 비친 저 얼굴은 분명 오소마츠와 같은 얼굴일 터인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시로마츠에게 오소마츠를 뺏기고 만다.’

불안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 카라마츠의 마음을 어지럽게 헤집었다

육쌍둥이가 아닌 타인.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였던 자신들보다 완벽한 타인인 시로마츠가 더 소중하다고 한 오소마츠가 원망스러웠다

분명 오소마츠를 소중히 하는 마음은 자신들이 더 앞서있을 텐데도 왜 오소마츠에게는 닿지 못하는 걸까

강에 비친 오소마츠와 닮은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워져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네가 카라마츠?”

헬로워크에서 치비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라마츠는 별안간 낯선 목소리에 의해 멈춰 섰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카라마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 하고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을 한 카라마츠에게 남자가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네 놈이 제일 질이 나빠. 오소마츠와 함께 의 위치에 선 주제에!! 결국엔 오소마츠에게 을 강요하고, 남겨두고 떠나버렸지?!!”

“…, 소마츠?”

원수를 보듯 카라마츠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느닷없이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멱살을 잡혀 당혹해 하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라는 이름에 놀라 남자에게 되물었다.

 

너는, 오소마츠의 무엇이지?”

“…아아?”

카라마츠의 질문에 남자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기며 짜증을 냈다. 카라마츠는 남자의 얼굴 따윈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꽉 붙잡은 채 카라마츠가 다시 물었다.

 

“오소마츠와 무슨 관계?”

“…, , 친구야.”

카라마츠에게 쥐인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카라마츠는 남자의 대답에 충격에 휩싸였다. 오소마츠의 친구는 아무리 별볼일 없는 친구일지라도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카라마츠가 알지 못하는 오소마츠의 친구였다.

 

“그대는 오소마츠와 어떻게 만났지? 경마장에서? 파칭코에서 인가?

“뭐…? 지금 그게 중요해?

카라마츠의 질문에 남자가 황당하단 얼굴로 되물었다.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강하게 물었다.

 

“대답해줬으면 좋겠군.

“일단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하고 혀를 찬 남자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남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은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 그렇게 오래된 오소마츠의 친구를 자신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놀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카라마츠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본 남자가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털어냈다.

 

넌 진짜 네 생각 밖에 안하는 거야?”

, 무슨 말이지?”

남자의 적의 가득한 질문에 카라마츠가 차갑게 답했다

남자는 여전히 카라마츠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지금 네가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오소마츠의 친구라는 점이 아니라 오소마츠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결국 너는 허울 좋게 대등한 관계라고 떠벌리고서 정작 중요한 때는 오소마츠에게 을 전부 떠넘기고 자기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슬쩍 발을 빼는 거야

네가 변해야 하는 건 어디까지나 네 문제잖아. 네 스스로의 문제로 오소마츠를 외롭게 만들지 마.”

남자가 성난 목소리로 쏟아낸 비난을 카라마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 이 남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어째서 자신이 이런 힐난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남자가 하는 말은 전부 오소마츠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진심으로 오소마츠를 걱정하고 있기에 남자는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하고 있다는 것만을 깨달았다

순간, 해일이 몰려오듯 불안감이 카라마츠를 덮쳤다. ‘타인인 눈 앞의 남자에게 오소마츠를 뺏길 것 같았다

불안에 떨리는 카라마츠의 눈빛을 정면으로 응시한 남자가 등을 돌리고 사라졌다

멀어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카라마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눈을 뜨자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몸을 돌리자 카라마츠의 앞을 샐러리맨이 지나쳤다

말끔히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석양 저편을 향해 걸어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이 쵸로마츠의 모습과 겹쳐졌다

쵸로마츠가 떠나기 전날, 쥬시마츠를 걷어차고 이성을 잃은 오소마츠를 제지한 것은 카라마츠 자신이였다

거칠게 반항하는 오소마츠를 끌고 현관을 나서자, 오소마츠가 욕설을 내뱉던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고개를 깊게 숙여 표정을 감추고 침묵하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 역시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이거 놔. 카라마츠.”

낮은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머뭇거리며 손을 놓았다

고개를 푹 숙여 오소마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카라마츠를 뒤로 한 채, 몸을 돌려 어두운 길 저편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지금 다시 떠올랐다.

 

 


그 때, 오소마츠는 괴로웠던 것일까.’

파트너였던 쵸로마츠가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 카라마츠는 이라면 당연히 축하해주며 웃는 얼굴로 쵸로마츠를 배웅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의 오소마츠는 으로서가 아니라 오소마츠로서 괴로웠던 것일까.’

집을 떠나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자신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변하기 위해서는 형제들 모두 서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도마츠도 그런 말을 하며 집을 나섰다

오소마츠도 이라면 변해야 했다. 지금 당장 이별이 괴로울지라도 이라면 응당 동생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당연했다

오소마츠 은 그래야 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카라마츠는 이 아니라 오소마츠로서 괴로워하고 있는 오소마츠를 눈치채지 못했고, 결국 오소마츠를 버리는 형태로 집을 떠나 오소마츠를 혼자가 되게 만들었다.

 

 

각오를 다지고 심호흡을 한 후, 현관문을 열었다

여전히 오소마츠의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성큼성큼 걸어 거실문을 열자 동생들이 일제히 카라마츠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확신에 찬 얼굴로 카라마츠가 외쳤다.

 

모두 오소마츠에게 가자!!!”

 

 

 


6.

오소마츠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채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두 집에 머물며 오소마츠의 귀환을 기다리던 동생들은 서서히 집을 나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쥬시마츠는 야구복을 입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이치마츠는 점심을 먹고 고양이 사료를 챙겨 집을 나섰다

점심을 먹은 후에 거실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던 토도마츠도 곧 약속이 있다며 나가기 일쑤였다

오늘은 기어이 모두 집을 나가는 동생들을 따라 카라마츠도 내키지 않는 얼굴로 현관을 나섰다

집에 있어봤자 딱히 좋은 수가 없다는 것을 쵸로마츠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오소마츠가 없는 이 집을 떠날 수 없었다

더 이상 헬로워크에도 나가지 않는 쵸로마츠를 보며 한숨을 내쉰 마츠요가 무표정한 채로 2층 방에 앉아있는 쵸로마츠를 불렀다

2층 방의 벽장에 있는 잡동사니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내린 마츠요가 저녁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떠났다

작게 한숨을 쉰 쵸로마츠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벽장을 열었다

어린시절부터 간직해온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벽장 안은 더 이상 물건을 집어넣을 수 없을 정도로 꽉꽉 차있었다

하고 혀를 찬 후, 눈 앞에 보이는 물건부터 하나씩 꺼내어 바닥에 놓았다

벽장 가득 차 있는 물건들은 제대로 된 순서도 없이 엉망진창으로 들어가 있어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빈 벽장 안을 바라본 쵸로마츠가 겨우 한숨 돌린 후, 걸레를 빨아 벽장 안을 꼼꼼히 닦았다

반들반들해진 벽장에 만족하며 바닥에 널려져 있는 물건들에 솟구치는 화를 억눌렀다.

 

대체 물건을 샀으면 정리를 해야 할 거 아냐?!’

바닥에 놓인 물건들을 버릴 것, 남겨둘 것으로 구분하며 쵸로마츠가 속으로 욕을 중얼거렸다

중학교 이후, 각자의 상징 색()이 정해진 이후, 어느 물건이 누구 것이니 하는 싸움은 없어졌다

바닥에 널려져 있는 물건도 제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망가져 더 이상 가지고 놀 수 없는 쥬시마츠의 장난감

이치마츠의 학창 시절 받은 상장과 백점짜리 시험지

카라마츠의 연극 대본

토도마츠의 이제는 안 쓰는 모자

쵸로마츠의 냐-짱이 나온 잡지


하나 하나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벽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

어느새 깔끔해진 벽장을 보며 쵸로마츠가 하나의 의문에 다다랐다

오소마츠의 물건이 없다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의 물건들 가운데 빨간색을 가진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집에 돌아오고 있지 않은 오소마츠의 부재가 다시금 뼈저리게 느껴졌다

오소마츠의 물건은 어디 있을까 하고 정돈된 물건들을 다시 뒤적거리니 편지지가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편지 세트가 나왔다

쵸로마츠가 근처 문구점에서 100엔을 주고 샀던, ‘그 때의 편지지였다.

 

 

아버지의 지인의 회사에 입사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쵸로마츠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고 이런 백수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와중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쵸로마츠가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형식적인 면접을 보고 마침내 합격 연락이 온 날, 쵸로마츠는 형제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변해야 하기에, 쵸로마츠가 먼저 사회로 나간다면 모두 더 손쉽게 사회로 나갈 결심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편지를 남기기로 했다.

쵸로마츠의 합격 축하 파티에서 진심으로 쵸로마츠를 축하해주는 형제들을 보며 쵸로마츠는 안도했다.

 

이걸로 됐다. ‘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육쌍둥이가 헤어지는 것은 분명 슬프지만,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티 내내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초밥을 먹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정신 없이 회사의 시스템을 익혀나갈 무렵, 쵸로마츠를 찾는 손님이 왔다는 사수의 말에 쵸로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형제일 리는 없고, 오소마츠일 리는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누구

온갖 추측을 떠올리고 지워가며 엘리베이터에 타, 1층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쵸로마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웬 낯선 사내였다.

 

, 저기누구시죠?”

저는 시로마츠라고 합니다. 오소마츠의 친구입니다. 잠시 대화할 수 있을까요?”

오소마츠의 친구라는 시로마츠의 소개에 놀라 마침 비어있던 회의실로 시로마츠를 안내했다

빈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닫은 쵸로마츠가 회의실의 탁자에 걸터앉아있는 시로마츠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가요?”

오소마츠의 친구로서 한 마디 하려고요.”

“…?”

순식간에 목소리의 톤을 바꾸고 날카롭게 쵸로마츠를 쳐다보고 있는 시로마츠의 태도에 쵸로마츠가 놀라 되물었다.

 

네가 오소마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소마츠의 어릴 적부터의 파트너인 너라면 오소마츠의 심정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해

그런 오소마츠의 마음을 무시하고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강요하고, 멋대로 실망해 오소마츠의 곁을 떠나버리고. 네 행동 하나하나에 화가 나지만, 일단 지금은 이것만 말해둘게

변해야 한다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너희는 결국 오소마츠를 버려야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나는 너희에게 오소마츠를 돌려주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시로마츠가 쵸로마츠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일으켜 쵸로마츠를 스쳐 지나 회의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덩그러니 홀로 회의실에 남겨진 쵸로마츠가 얼굴을 구겼다.

 

“…? 뭐야, 저 자식은 대체?!”

시로마츠가 나간 회의실 문을 향해 외쳤지만, 당사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갑자기 몰려오는 두통에 쵸로마츠가 머리를 붙잡고 의자에 앉았다. 결코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집을 떠났다

쵸로마츠의 취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장남인데도 제대로 축하조차 해주지 않는 오소마츠를 원망했었다

하지만 오소마츠 이라면 언제나 그랬듯 곧, 앞서 걸어가기 시작한 쵸로마츠를 쫓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제대로 자리가 잡히고, 오소마츠 이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면 쵸로마츠가 다시 집에 들어가던가, 오소마츠를 불러 함께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버렸다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선전포고를 한 타인을 향해 쵸로마츠가 헛웃음을 지었다

질 리가 없는 싸움을 걸어오는 어리석은 녀석을 동정하며 쵸로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편지세트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쵸로마츠는 처음 오소마츠를 이라고 불렀던 때를 떠올렸다

어느 한 외국의 명화. 두터운 형제애가 주제였던 그 영화에 나오는 형제는 너무나 어린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보기에도 너무나 멋졌다

영화에 심취해 다음날부터 반 장난으로 ’, ‘동생이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것은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둘 뿐만 아니라 육쌍둥이 전체의 관계로 고정되었다

동등했던 관계는 상하관계가 되었고, 어느새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

오소마츠의 물건이라곤 없는 벽장 안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라고 불린 이후로 오소마츠는 하나씩 하나씩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쵸로마츠와 동생들에게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화 속에 나왔던 멋진 의 모습을 따라한, 어린아이의 변덕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동생이라는 역할극을 그만둘 때를 놓치고 말아버린 오소마츠는 으로서 자신의 전부를 동생들에게 양보했다

주위에서 장남이니까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신을 깎고, 뭉개어 작은 먼지 덩어리 같은 자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

하고 쵸로마츠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떨어졌다

빨간색만 없는 벽장을 바라보며 겨우 쵸로마츠는 이해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오소마츠는 으로서 자신을 참아온 것일까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백수 생활을 하며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을, 전부 자기 자신이 문제였던 것을, 오소마츠 에게 돌리고 결국엔 장남을 버리듯 곁을 떠나버린 어리석은 동생들이 자신들이었음을 쵸로마츠는 겨우 깨달았다.

 

눈물을 닦아내고 오소마츠를 만나러 가자고 다짐하며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갈 때,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집안 가득 울렸다.

 

모두 오소마츠에게 가자!!!”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은 것이 쵸로마츠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빙긋 웃으며 쵸로마츠가 계단을 마저 내려가 거실로 향했다.

 

 

 


7.

시로마츠를 찾아온 오소마츠의 동생들과 그들의 말에 시로마츠는 깨달았다

오소마츠를 위해 동생들을 설득하려 했던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을

동생들이 다시 집에 돌아간 이유는 오소마츠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독점욕과 질투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로마츠는 오소마츠가 장남’, ‘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동생들의 생각을 고쳐주고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이기를 강요하는 동생들의 이기심을 스스로 깨닫고 오소마츠와 화해하기를 바랬다

만약 시로마츠의 말을 듣고 자신들의 이기심을 깨달았다면 이렇게 오소마츠 몰래 시로마츠를 찾아와 오소마츠와 만나지 말라고 할 리 없었다

유치한 독점욕을 그대로 드러내며 시로마츠를 향해 적의를 품고 노려보고 있는 동생들을 보며 시로마츠는 진심으로 동생들을 안타깝게 보았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오소마츠를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동생들의 행태에 화도 났다

결국 참다 참다 화를 내며 동생들에게 비난을 퍼붓자마자 오소마츠가 나타났다

시로마츠 앞에 서 있는 동생들을 훑어본 후, 시로마츠를 향한 오소마츠의 눈빛은 절망에 휩싸여 떨리고 있었다

동생들과 오소마츠의 대화가 이어지고 오소마츠는 동생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3일째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오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시로마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자기 스스로 동생들을 거부해놓고도 오소마츠가 받은 상처는 컸다

식사 때마다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오소마츠의 눈가는 항상 붉게 부어있었다

그만큼 육쌍둥이의 유대가 깊다는 증거였다


시로마츠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들을 떠올렸다

어릴 적,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대화하던 쌍둥이 동생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항상 붙어 다녔다

쌍둥이라는 것은 일반 형제보다 더 강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시로마츠는 동생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소마츠도 완전히 동생들을 끊을 수 없고,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정말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동생들이 깨닫길 바라며 오소마츠의 집에 찾아갔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절망하는 동생들을 보며 시로마츠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빨리 깨닫지 않는다면 오소마츠는 돌려줄 수 없다는 진심을 전했다. 시로마츠가 오소마츠와 그 동생들에게 거는 마지막 도박이었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가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오소마츠와 달리 시로마츠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대로 동생들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채, 오소마츠와 단절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도박은 실패로 끝난 것인가 하는 불안이 커져갔다.

 


“’오소마츠를 만나러 왔슴다!!!”

시로마츠가 쥬시마츠를 바라보며 자신의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는 작은 확신을 얻었다

더 이상 이라는 어미를 붙이지 않는 쥬시마츠는 흔들리지 않는 또랑또랑 빛나는 눈으로 똑바로 시로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빙긋 웃은 시로마츠가 쥬시마츠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혼자서 온다면, 오소마츠를 만나게 해 주지 않을 거야.”

“…아이아이!!!”

시로마츠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는지 쥬시마츠가 밝게 웃으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가지 않은지 2주가 지났다. 시로마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세 명의 동생들을 보며 기쁘게 웃었다

오소마츠를 만나게 해 달라고 찾아온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말했다.

 

모두 함께 오지 않으면 오소마츠를 만나게 해 주지 않을 거야.”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가지 않은지 3주가 지났다

이제서야 겨우 모인 다섯 명의 똑 같은 얼굴을 훑어보며 시로마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얼마나 바보면 3주나 기다리게 하는 거야.’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 쓰게 웃으며 시로마츠가 현관문을 열었다.

 

들어가 봐.”

몸을 비켜주며 시로마츠가 머리로 집 안을 가리켰다

굳은 얼굴의 다섯 명이 긴장하며 꼴깍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마음 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8.

찰칵하고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에 시로마츠가 돌아왔나 싶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보고 있던 만화도 덮고 침대에서 내려오니, 시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다섯 명의 발소리가 들렸다

눈 앞에 나타난 다섯 명의 같은 얼굴에 심장이 떨렸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옷자락을 꽉 붙잡고,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한 녀석들의 시선을 피했다.

 

, .. 여기 왜 왔어.”

녀석들과의 싸움을 눈 앞에서 보고서도 쉽게 집 안에 들여보낸 시로마츠를 조금 원망하며 물었다

너무 작은 목소리여서 들리지 않았는지 녀석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끝날 줄 모르는 침묵에 화가 치밀어올라 언성을 높였다.

 

왜 왔냐고!!”

참으려 했는데, 꼴 사납게 녀석들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느새 뜨거워진 눈시울에 고개를 숙였다. 시야에 들어오는 바닥이 점점 흐려졌다.

 

“““““오소마츠!! 돌아와 줘!!”””””

미리 짠 듯, 동시에 외치는 녀석들의 말에 이가 갈렸다.

먼저 나를 버린 주제에

장남오소마츠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시 나를 찾아와 뻔뻔하게 돌아와 달라고 외치는 녀석들이 미웠다.

 

싫어.”

단호하게 말하자 녀석들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나는 당연히 너희들 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럴 리 없잖아

두 번이나 내 을 부수려고 해놓고

이제 겨우 완성한 오소마츠의 성은 절대로 너희에게 내어주지 않을 거니까.

 

, 틀려. ‘오소마츠’! 우리는…”

카라마츠가 당황한 얼굴로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했다. 뭐가 틀리다는 거야.

 

우리가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오소마츠’”

쵸로마츠가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슬프게 말했다.

 

“’오소마츠의 아픔을 무시해서 미안해.”

이치마츠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뭐야, 왜 네가 울어?

 

“’오소마츠가 좋아!! 우리는 오소마츠가 필요해!!”

쥬시마츠가 침울한 얼굴로 외쳤다. 필사적으로 뭔가를 전하려는 사람마냥 팔을 파닥였다.

 

그 동안 전부 오소마츠에게 떠넘겨서 미안해.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토도마츠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런 얼굴 해도 나는 속아넘어가지 않아. 인심장악술의 달인 토도마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소마츠!!!!”””””

"..."

너네 진짜 뭐야

왜 아까부터 은 생략하는데

이제는 오소마츠가 필요한 거야


너희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장남은 미련 없이 버려놓고.

왜 갑자기 오소마츠를 찾아

?

 

너네, 대체 뭐야. 뭐가 필요한 거야? 장남이야? 아니면…”

녀석들을 향한 시야가 흐렸다

참았는데도 눈물은 속절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옷을 적셨다

울면 안 되는데, 울고 싶지 않은데도 뜨거운 눈물은 계속 흘렀다.

 

“““““’오소마츠가 필요해.”””””

녀석들이 일동 합창을 하듯 외쳤다

다 큰 성인 다섯 명이 울먹이며 외치는 모습은 완전히 코메디였다

눈 앞의 녀석들의 꼴이 웃긴데도 멈추지 않던 눈물이 기어이 왈칵 쏟아졌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오소마츠의 성에, 실은 나도 녀석들을 들이고 싶었다

다시 함께 투닥대며, 의지하며 지내고 싶었어.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녀석들을 오소마츠의 성에 들였다가 또 싫다고 나가버리면

오소마츠의 성마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나는 대체 어떤 성을 만들어야 해

아니면 나중에 다시 장남이 필요하다고 하면?

녀석들을 들이고 싶은데, 성문을 열 수는 없었다. 이미 잠긴 성문은 열리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오소마츠.”

시로마츠의 부드러운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나와 녀석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있던 시로마츠가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제. 이 녀석들이 뭘 원하든 너는 . ‘장남인 오소마츠도, 육쌍둥이인 오소마츠도 전부 그냥 .”


시로마츠의 말에 굳게 잠겨져 있던 성문의 빗장이 덜컹하고 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오소마츠의 성을 이루는 한쪽 벽면은 장남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향한 시로마츠의 은은한 미소에 마주 웃어 주었다. 녀석들을 향해 겨우 똑바로 직시할 수 있었다.

 

또 버리지 않을 거지? , 외롭게 하지 않을 거지?”

“““““당연하잖아!”””””

큰 목소리로 다짐하는 녀석들의 얼굴은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금세 밝아져 있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조금 웃은 후,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


“““““!!!!... !!!!!!”””””


전원 쥬시마츠가 된 것처럼 온 맨션이 울리도록 크게 대답하는 녀석들이 솔직히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9.

시로씌이~~”

침대에 엎드려 발을 동동 구르며 오소마츠가 책상에 놓인 교재에 집중해 있는 시로마츠를 불렀다

이미 몇 번이고 불렀지만, 대답해주지 않는 시로마츠의 무시에 볼을 부풀리고 오소마츠가 다시 시로마츠를 불렀다.

 

시로씌이이이~~”

, .”

짜증 섞인 목소리로 뒤돌아 오소마츠와 눈을 맞춘 시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씩-하고 환하게 웃었다.

 

이히히~.”

뭐야, 왜 실실 웃냐. 기분 나쁘게.”

기분 나쁘게는 뭐야?! 기분 나쁘게는!!”

, 됐고. 요즘 동생들하고는 어때?”

푹 한숨 쉬며 책상에 펼쳐진 교재를 덮은 시로마츠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 엄청 잘해줘~. 맨날 같이 놀러 가자고 해주고~ 먹을 거 있으면 꼭 내꺼 남겨주고~”

초딩이냐?”

황당하단 얼굴로 오소마츠의 이야기를 듣는 시로마츠가 안도하며 웃었다

시로마츠를 따라 웃은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시로마츠으~ 졸업하고 나면, 진짜로 회사 세울꺼야?”

“…, . 세워야지. 꿈이니까.”

그럼, 나 네 회사에 취직시켜 주라?”

“…좋아.”

이히히~.”

기쁘게 웃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시로마츠는 오소마츠가 동생들과 화해한 후,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나중에 제대로 녀석들이 독립하고 나면, 나 너랑 같이 있어도 돼?”


그 말이 취직시켜달라는 소리였나 싶어 시로마츠가 싱겁게 웃었다

너무나 간단하게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시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평생 곁에 있게 해줘.’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부탁은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가 자신이 제대로 육분의 일이 아닌 한 사람의 몫을 하게 되었을 때, 말하자고 오소마츠가 홀로 다짐했다.

 

 

 

Fin





* 끄, 끝났습니다!!!!

* 마지막편만 워드 26쪽이라는 분량이...

* 시간이 없어 좀 더 플롯을 다듬었다면 좋았겠지만, 일단 이렇게 완결이 나게 되었습니다...ㅎㅎ

* 자잘한 설정이나 플롯을 짜는 과정에서 수정된 부분들에 대해서 글 하나를 써서 올릴 것 같아요. 번외로ㅎㅎ

* 지금까지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은 냈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납득이 될만한 완결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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