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입니다. 원래 완결편인 11화에 집어넣으려 했으나, 11화 분량이 워낙 많아져서 따로 빼게 되었네요ㅎ

* 본래 간단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쓰는 도중 폭주하여 20쪽이 되었습니다ㅎㅎㅎㅎㅎㅎ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딩동-‘ 하고 문이 열리며 울리는 차임벨에 토도마츠가 몸을 돌렸다.

 

어서오세요~”

계산대에 서니 익숙한 얼굴이 쑥하고 나타나 씩 웃었다

장난기가 묻어나는 어린아이 같은 미소에 토도마츠의 입꼬리가 따라 올라갔다

다른 손님보다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토도마츠가 물었다.

 

오소마츠형, 무슨 일이야?”

토도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의 미소가 한층 더 밝아졌다

이제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어엿한 성인이건만 미소 띤 얼굴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앳됐다.

 

카페에 커피 마시러 왔지~ 오랜만이야 톳티~”

그리운 별명으로 자신을 부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계산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오소마츠형, 더럽게 귀엽네!!!!’

속으로 발광을 하며 외치고 있는 마음 속의 자신을 간신히 드러내지 않으며 토도마츠가 할 수 없네~” 라며 마실 음료를 물었고, 오소마츠는 메뉴판을 올려다보며 -“ 하고 중얼거렸다

메뉴판에 집중에 살짝 튀어나온 입이 오소마츠의 앳된 얼굴을 더 어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치 어린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로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두 사람에게 다가온 인영에 일순 톳티 얼굴을 했다

메뉴를 올려다보던 오소마츠도 자신들에게 다가온 인영을 눈치채고 손짓하며 말했다.

 

시로씌~ 시로씌~! , 뭐 마실까?”

빵긋 웃으며 묻는 오소마츠의 물음에 계산대 앞으로 다가온 시로마츠가 시큰둥한 얼굴로 메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무거나 먹어.”

에에~~”

저건? 카라멜 마끼아또.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저거 달아?”

엄청 달아.”

그럼 그거!!”

평범하게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에 토도마츠가 구긴 얼굴을 피지 않았다

사람 하나 죽일 듯한 눈빛으로 시로마츠를 노려보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와 눈이 맞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웃었다

오소마츠도 토도마츠에게 마주 웃어준 후, 시로마츠의 팔을 통통 두드렸다. 시로마츠는 작게 한숨 쉰 후, 계산대 앞에 섰다.

 

카라멜 마끼아또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 합계 500엔 입니다.”

“…여기요.”

! 저쪽에서 기다려 주세요.”

돈을 넘기는 순간, 노려보는 토도마츠의 눈빛에 시로마츠가 작게 몸을 움찔였다

역시나-‘ 하는 얼굴로 영수증을 받은 시로마츠가 푹 한숨을 쉰 후, 한발짝 떨어져 있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빠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샷을 뽑는 토도마츠가 분주히 움직이더니 5분도 지나지 않아 먹음직스러운 커피2잔이 나왔다.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고마워~ 톳티~”

! 오소마츠형~♡”

어미에 하트까지 붙여가며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오소마츠에게 웃어주던 토도마츠가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 시로마츠를 노려보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토도마츠의 매서운 눈빛을 외면하고 있던 시로마츠가 몇분이 지나도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대화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가왔다.

 

, 점심 시간 끝난다.”

, 가볍게 오소마츠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시로마츠가 말하자 오소마츠가 !’ 하며 고개를 돌려 시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에 회의였나?”

, 늦으면 안되니까, 이제 출발해야 돼.”

~ 그럼 톳티~ 다음에 또 올게!!”

, 일 열심히 해~”

오냐~~”

토도마츠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의 팔짱을 끼고 카페를 나섰다

카페 입구에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신 시로마츠가 우억!!’ 하며 커피 맛에 질겁하며 얼굴을 구기는 것을 토도마츠가 승리의 미소를 띤 얼굴로 바라보았다.

 

 

 

 

2.

하늘이 가득 붉은 색으로 물들어 은은하게 따스한 빛은 만인에게 비추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소마츠형아의 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쥬시마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쥬시마츠 선생님?”

!! 스트레칭은 끝났슴까아~?”

“““““““!!!””””””””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

쥬시마츠의 큰 외침에 아이들이 강가에 세워져 있던 가방을 메고 제각각 집을 향해 뛰었다

바닥에 널려진 야구 배트나 공을 주어 정리하며 쥬시마츠가 콧노래를 불렀다

친가의 지붕에 올라 카라마츠와 함께 불렀던 육쌍둥이로 태어났네-‘ 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그리 오래된 시절도 아니건만, 쥬시마츠는 가슴을 조여오는 그리움에 쓸쓸한 미소를 얼굴에 피웠다

어느 정도 정리도 끝났겠다. 자신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와중, 강둑에서 쥬시마츠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에 쥬시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 ~ ~ ~ ~ ~ 아아아아아!!!!!

점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쥬시마츠를 오소마츠가 일 났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앞으로 닥쳐올 자신의 운명을 각오하고 눈을 감았다.

 

쿠당!!!’ 하는 소리와 쥬시마츠가 달려온 반동에, 거하게 쥬시마츠를 껴안은 채 넘어진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아파라~” 라고 외쳤다

오소마츠의 등에 팔을 두르고,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쥬시마츠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소마츠 형아다!!!!!”

, 쥬시마츠. 귓가에서 그렇게 큰 목소리로 외치지 말아줘~”

순수한 얼굴로 기뻐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웃었다. 쥬시마츠도 아이아이!!!” 라고 기쁘게 외치며 웃었다.

 

 


슬슬 일어나라.”

한참을 껴안은 채로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을 향해 시로마츠가 픽 웃으며 말했다

오소마츠가 시로마츠를 올려다보며 웃자, 오소마츠를 껴안은 쥬시마츠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더 꽉- 하고 오소마츠를 껴안은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무슨 일 임까~? 오소마츠 형아!!”

~ 쥬시마츠가 드디어 선생님이 됐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징~~”

“..!! 에헤헤~ 오소마츠 형아가 와줘서 기쁨다!!!!!”

기뻐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쥬시마츠를 한 번, 시로마츠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본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이제 일어나자~ 쥬시마츠.”

“…아이아이!!”

잠깐의 망설임을 지우고 쥬시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쥬시마츠가 일어나자 옆에 서 있던 시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시로마츠의 손을 기쁘게 웃으며 잡고 일어난 오소마츠의 볼이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을 쥬시마츠가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쥬시마츠?”

“아이?!”

오소마츠가 의아한 얼굴로 쥬시마츠를 부르자 쥬시마츠가 밝게 웃으며 외치곤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형아! 오늘 같이 저녁 먹어요?”

우응~ 그럴까?”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쥬시마츠를 보더시 시로마츠를 올려다보며 장난스런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시로씌가 쏘는거지~?”

“..?! 내가 왜?”

쥬시마츠! 오늘은 시로마츠가 쏜대!!! 고기 먹자, 고기!!!!”

왓세~!!!!!”

얼굴을 찌푸리며 되묻는 시로마츠를 무시한 채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와 손뼉을 치며 방방 뛰었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시로마츠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에헤헤~ 시로씌 최고~”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고깃집을 검색하는 시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또다시 밀려오는 쓸쓸함에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한층 강하게 쥐었다

이내 검색을 마쳤는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뗀 시로마츠가 손짓하며 말했다.

 

가자.”

오우!!”

왓세!!!”

앞서 걸어가는 시로마츠를 따라 오소마츠와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와 함께 걸었다.

 

 

 

 

3.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이치마츠가 뚱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모처럼 오소마츠가 보내준 차인데, 고양이 혀인 자신은 빨리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토라져 있는 이치마츠였다

한참을 찻잔을 노려보고 있는 와중에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거의 눕다시피 테이블에 기대고 있던 이치마츠가 몸을 일으켜 열어두었던 노트북을 덮고 현관으로 향했다

드르륵소리와 함께 열린 현관 앞에는 그리운 얼굴이 웃고 있었다.

 

, 소마츠형.”

! 이치마츄~”

무슨 일이야?”

우리 이치마츄~가 보고 싶어서 왔지~~”

하하핫, 농담도 잘하네.”

에에~ 진짠데 안 믿어주네~~”

, 일단 들어와.”

우응!"

볼을 부풀리고 이치마츠를 보던 오소마츠가 방긋 웃으며 몸을 비켜준 이치마츠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가 집을 나온 지 겨우 1년이 안되었지만, 10년만에 돌아온 것만 같은 그리움에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익숙한 걸음으로 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전히 놓여있는 원형 테이블에 안착한 오소마츠가 널려진 종이와 노트북을 보며 물었다.

 

글 쓰는 중이었어?”

아니, 막혀서 잠깐 쉬는 중이었어.”

오소마츠를 따라 거실로 들어온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앉았다

찻잔에 담긴 차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물었다.

 

이 차, 맛있지?”

아직 안 마셔봤는데.”

우에~~?! ?!”

아니, 그게…”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이치마츠가 망설이며 말을 흐렸다

이대로라면 분명 오소마츠가 삐질 것을 알기에 이치마츠가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말을 찾고 있을 때, 찻잔을 든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 너 고양이 혀지~”

이제 알겠다는 얼굴로 후르륵잔에 담긴 차를 마신 오소마츠가 ~” 하며 풀린 얼굴로 평온하게 웃었다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오소마츠가 빙긋 웃고는 이치마츠에게 잔을 내밀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

“…, .”

오소마츠가 내민 차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든 이치마츠가 (속으로) 외쳤다.

 

오소마츠형과 간접키스!!! 예쓰!!!!!!! 예쓰!!!!!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날뛰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마음 속의 이치마츠와 다르게 여전히 무표정인 이치마츠가 머뭇거리며 후르륵차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꽃 향기와 대조적으로 보리차 같은 고소함이 혀에 맴돌았다

꿀꺽 목을 울리며 차를 넘기자 오소마츠가 어깨를 피며 자만하는 얼굴로 물었다.

 

어때? 맛있지?!”

코 밑을 쓱 문지르며 묻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모금 차를 목으로 넘겼다

지금 이치마츠에겐 차 맛보다 오소마츠와 간접키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오소마츠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막내마츠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 일의 이야기가 오갔다.

장난스럽게, 때로는 쑥스럽다는 미소를 보여주며 떠드는 오소마츠를 이치마츠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소마츠의 목소리, 손짓, 얼굴. 그 전부를 기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쓸쓸히 웃으며 이치마츠가 노트북을 쓰다듬었다.

 

!”

문득 벽에 걸린 시계를 본 오소마츠가 외쳤다

이치마츠가 고개를 갸웃하며 ?” 하고 묻자, 오소마츠가 곤란하단 얼굴로 말했다.

 

시로마츠가 마중 나온다고 했던 거 깜빡 했다. 잠깐만~”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 문자를 보내는 오소마츠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치마츠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랑 말하면서 한번도 스마트폰 보지 않았네.’

으레 한번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만도 한데 테이블에 뒤집어 놓은 채, 스마트폰엔 시선도 주지 않았던 오소마츠를 모습을 되새기며 이치마츠가 -‘ 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잔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있자, 문자를 마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향해 웃었다.

 

이따 한 10? 뒤에 나갈게.”

“….”

또 올게. 오늘은 엄마, 아빠도 못 봤고.”

“..두 분 다 여행 갔으니까.”

~ 또 올 테니까 그런 얼굴 하지마~”

부드럽게 웃으며 오소마츠가 몸을 살짝 일으켜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처럼 얌전히 오소마츠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지체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입 안 가득 아쉬움이 맴돌았다

가지 마.” 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럼 나 갈게~”

현관에 서 신발을 신으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항상 길게 느껴졌던 10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오소마츠가 갈 시간이 찾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차에서 시로마츠가 나왔다.

 

빨리도 나온다.”

뭐가!! 내가 우리 싸랑하는 이치마츄~랑 같이 있겠다는데!”

퉁퉁 볼을 부풀리고 시로마츠에게 다가가 하고 콧방귀를 뀌며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현관 앞에 서서 오소마츠를 바라보던 이치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그럼 또 봐~ 이치마츄~”

. 조심히 들어가, 오소마츠형.”

!!”

씩 기쁘게 웃고는 오소마츠가 조수석에 앉자 곧 시로마츠가 차를 출발했다

시야 저 멀리로 사라지는 차를 이치마츠가 끝까지 배웅하며 쓸쓸하게 웃었다.

 

 

 

 

4.

달깍하고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오늘은 중요한 거래처와의 첫대면이기에,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선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쵸로마츠가 선배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장으로 떨리는 손을 주먹을 쥐어 감추고 서서히 열리고 있는 회의실 문을 쳐다보던 쵸로마츠가 하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경악했다.

 

회의실 가득 울리는 쵸로마츠의 새된 외침에 잔뜩 당황한 선배가 쵸로마츠의 팔을 하고 쳤다

팔에서 느껴지는 아픔보다 눈 앞에서 큭큭 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는 인물이 더 믿겨지지 않는 쵸로마츠였다.

 

, 실례했습니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죄송하단 얼굴로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선배를 향해 오소마츠가 손짓하며 웃었다

선배의 손에 뒤통수를 붙잡힌 채, 함께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쵸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거만하게 웃었다.

 

쵸로마츠씨. 갑자기 그런 괴음성을 내시다니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쵸로마츠에게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는 쵸로마츠의 이마에 빠직하고 힘줄이 솟았다

구면인 듯한 쵸로마츠와 오소마츠의 태도에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선배가 팔로 쵸로마츠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아는 사이야?”

“…형입니다. 쌍둥이인.”

뭐어?!!?”

이번엔 선배의 외침이 회의실 가득 울렸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오소마츠가 푸하하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려 회의는 20분 가까이 시작하지 못했다.

 

 


, 못 알아 뵈어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선배를 향해 오소마츠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받아쳤다

멀끔하게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오소마츠는 분명 같은 얼굴임에도 언뜻 보면 쵸로마츠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낯선 오소마츠의 모습에 얼떨떨한 얼굴로 명함을 주고 받은 쵸로마츠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앉았다

쵸로마츠의 맞은편에 앉은 오소마츠가 장난스러운 미소로 쳐다보자 하고 작게 혀를 찬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에 자리한 시로마츠에게도 명함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츠노 쵸로마츠라고 합니다.”

“…? , .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생판 초면인 사람을 대하는 쵸로마츠의 태도에 시로마츠가 당황하며 말을 맞췄다

서로 명함을 주고 받은 후, 선배가 , 그럼!” 하고 준비한 자료를 꺼내 들었다

선배가 하는 설명을 시로마츠와 오소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경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건 꿈이야.’ 하고 쵸로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선배의 설명을 듣고 중간중간 질문을 하는 오소마츠는 어디로보다 엄연한 회사원이었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쵸로마츠를 눈치채고 씩 웃은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말했다.

 

쵸로마츠씨는 뭔가 할 말 없으신가요?”

, ?!”

갑자기 불려 당황한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즐겁게 웃었다.

 

뭔가 추가적으로 더 설명해 주실 부분은 없나요? 쵸로마츠씨~?”

, , 그게…”

멍하니 오소마츠를 보고 있었던 탓에 선배의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한 쵸로마츠가 말을 더듬었다

쩔쩔대는 쵸로마츠를 보며 옆에 앉아있던 선배가 여기!” 하고 손으로 자료를 가리켰다.

 

! 저기!”

쵸로마츠씨, 저는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자는 주의라서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회사와 계약하지는 않을 겁니다.”

장난스러운 얼굴과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간신히 구겨지는 얼굴을 폈다

이를 뿌득뿌득 갈면서도 웃는 얼굴로 ,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악마의 미소로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다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선배를 따라 쵸로마츠도 마지못해 허리를 숙였다. 선배를 향해 시로마츠가 악수를 청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귀사와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찌어찌 성립된 거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쵸로마츠도 눈 앞의 오소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쵸로마츠가 내민 손을 기쁜 얼굴로 맞잡아 손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손을 올리고 입가에서 기울였다.

 

어때? 쵸로씌? 오늘 한 잔?”

아아?!”

노골적으로 얼굴을 구기며 외치는 쵸로마츠를 향해 선배가 다시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쵸로마츠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선배를 향해 시로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거래도 성사되었으니 함께 마시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초면이지만, 저쪽은 아니고 하니.”

시로마츠의 제안에 선배가 송구하단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하고 오겠으니 잠시 기다려 달란 말과 함께 쵸로마츠를 질질 끌고 나가다시피 쵸로마츠의 뒷덜미를 잡고 회의실을 나갔다.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쵸로마츠가 술잔을 기울였다

푸햐~” 하고 경박한 소리를 내며 맥주잔을 비운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웃었다

예전 친가에서 항상 함께 지낼 때 보여주었던 그 미소에 화답하듯 쵸로마츠도 미소 지었다.

 

잘 지내고 있어?”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묻자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지. 내가 오소마츠형도 아니고.” 라고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입을 내밀고 -‘ 하고 바람을 빼며 귀엽지 않네~” 하고 삐진 얼굴을 했다

- 하고 쵸로마츠가 웃자 오소마츠가 따라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느새 맥주를 채운 잔을 들었다.

 

, ~”

“....”

술잔을 맞대고 -‘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술잔을 기울이며 예전, 오소마츠의 파트너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술기운과 함께 올라오는 그리움에 눈썹을 기울였다.

 

 

 

 

5.

무섭게 쏟아지는 박수 갈채와 함께 커튼이 닫혔다

커튼 너머로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함성소리에 카라마츠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동료가 웃으며 카라마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야~ 역시 카라마츠군!! 역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장난 아냐!! 클라이맥스에선 나까지 소름 돋았다니까!!!”

연극의 대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차려진 소소한 잔칫상에 웃으며 술잔을 흔든 연출가가 웃었다

연출가를 시작으로 여기 저기서 동료와 스태프의 칭찬일색에 카라마츠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친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절망하다 결국엔 자살을 택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카라마츠가 주연인 공연은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주역인 카라마츠의 몰입감이 엄청나다는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평가에 공연은 매번 매진되어 관람석이 꽉 찼다

동료들도 연출가도 스태프도 쾌재를 부르며 즐겁게 공연을 이어가, 마지막 공연이었던 오늘 드디어 들어온 큰 극장에서의 제의에 모두 환호했다

모두 주역이었던 카라마츠의 공헌에 부끄러울 정도의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정작 카라마츠는 들뜬 기분을 억누르고 있는지 담담히 칭찬에 화답하며 수줍게 웃었다.

 



한창 술판이 무르익으려는 무렵 똑똑하고 대기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보다 문에 가까이 서 있던 스태프가 문을 열고 문 너머에 서 있던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문을 활짝 열었다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카라마츠를 발견하고 기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단 한 명의 형을 향해 카라마츠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맞이했다.

 

카라마츠으~~~ 공연 대성공 축하해!!!”

아아, 고맙다, 형님. 역시 나의 퍼펙트한 퍼포먼스는 관객들까지 카라마츠 걸-즈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 역시 나는 길티-“

, . 그만.”

…”

카라마츠의 말을 끊고 웃는 얼굴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멈추었다

오소마츠를 향해 부드럽게 웃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뒤따라 대기실에 들어온 사람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선 사람에게 오소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카라마츠 진짜 장난 아니였지!! 시로짱!!”

, . 엄청 잘하더라. 공연 성공 축하해요.”

, 감사합니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카라마츠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시로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딱딱한 목소리로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하며 카라마츠가 시로마츠의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었다

두 사람의 악수를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말했다.

 

진짜로 축하해, 카라마츠.”

아아, 고마워. 형님…”

자신의 일인 양, 기쁘게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마주 웃어주며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잠시 동생들의 일로 담소를 나누고 있자, 카라마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연출가가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군~ 손님이야? …어라? 똑같은 얼굴?”

연출가가 놀란 얼굴로 묻자 카라마츠가 형님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제야 연출가가 기억난다는 듯 아아~ 카라마츠군, 육쌍둥이랬나?” 하고 말했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출가가 헤에~” 하고 오소마츠를 위 아래로 훑었다.

 

안녕하세요! 카라마츠의 형인 오소마츠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자네.”

?”

연극해 볼 생각 없어?”

““?!””

연출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소마츠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도 놀라 멍청하니 연출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오소마츠가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는 절대 카라마츠처럼 못해요!”

흐음~ 소질 있어 보이는데.”

타카시씨…”

아쉽다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연출가를 카라마츠가 황당하단 얼굴로 불렀다

저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겁니까?” 하고 진지한 얼굴로 묻자 대폭소를 터뜨린 연출가가 카라마츠에게 기대어 카라마츠의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옆에서 웃고 있는 연출가를 가볍게 흘겨본 뒤, 오소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붉게 얼굴을 물들이고 웃으며 시로마츠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가슴이 조여오는 고통에 눈을 돌렸다.

 

연극의 주인공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로 일도 하지 않고 연인의 돈을 축내는 인간 말종이었다

그런 주인공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연인은 주인공을 매몰차게 버리고 주인공의 친구와 결혼을 했다

처음엔 배신감에 치를 떨던 주인공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있으며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옛 연인을 보며, 자신은 저렇게 옛 연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괴로워하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친구와 옛 연인을 죽이려고 마음먹고 흉기를 들고 두 사람을 찾아간다

가슴에 흉기를 품고 있는 주인공을 두 사람은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눈 앞에서 옛 연인과 친구의 행복한 모습을 본 주인공은 도저히 이 행복을 깨뜨릴 수 없다는 절망에 결국 집으로 돌아와 자살하고 만다.

 

자신이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과 자신이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이었다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눈 앞에서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슴이 따가웠다. 뺏고 싶었다

서서히 카라마츠의 곁에서 멀어지는 오소마츠에게 초조함을 느끼고 다시 곁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바보 같은 일만 계속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결국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동생들의 곁에서 떠나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힘겹게 홀로 서있는 오소마츠를 지탱해 준 것은 카라마츠가 아닌 시로마츠였다


다시 뺏고 싶었다

항상 곁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시로마츠를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를 본 순간,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로마츠를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는 장남의 얼굴도 아니였고, ‘육쌍둥이의 얼굴도 아니였다. 그저 한 사람, 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 명의 사람 오소마츠였다

그 얼굴을 보고 형제인 카라마츠 앞에서는 절대 저런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을 접었다

가슴이 아팠다. 심장이 짓눌리고, 찢기는 것 같은 아픔이 이어졌다

하지만 곧 그 아픔도 오소마츠를 사랑했던 증거라고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아직 지끈거리는 아픔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태연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앞에 설 수 있게 된 자신이 카라마츠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다.

 

 

그럼, 이제 나 가 볼게.”

아아, 조심히 돌아가. 오소ㅁ…, 아니 형님.

단순한 동생인 카라마츠에게 허락된 유일한 호칭으로 오소마츠를 배웅하며, 카라마츠는 눈길을 시로마츠에게로 돌렸다

이번 공연이 막 시작했을 무렵, 시로마츠는 홀로 카라마츠의 공연을 보러 왔다

공연이 끝난 후, 대기실에 들려 카라마츠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시로마츠가 돌연 얼굴을 바꾸어 낮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 오소마츠와 사귀기로 했으니까…”

 

이어지지 않는 뒷말의 의미를 뼈져리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이 한달 전

시로마츠의 곁에서 행복해 보이는 오소마츠를 눈으로 쫓으며 카라마츠가 달콤하게 퍼지는 아픔에 눈물 흘렸다.

 

 

 

 

6.

학생 시절부터 모아둔 돈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무실을 계약했다

시청에 들러 기업자 등록도 마쳤다

겨우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자,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던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다 끝냈어?”

. - 힘들다.”

한숨을 내쉬며 목을 조르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제 정말로 나만의회사를 가진다는 것이 서서히 실감이 나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분명 내 얼굴은 미소가 만연해 있을 것이다.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던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나 취직 시켜 주는거야?”

씩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쳐다보며 아니.” 라고 대답하자 얼굴을 팍 구기며 ?!” 하고 눈 앞에서 시끄럽게 따지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밀었다.

 

취직 말고. 동업자, 파트너 시켜줄게.”

“…?”

멍청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뱉은 오소마츠가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이 새삼 웃겨서 하고 웃은 후, 말했다.

 

나 혼자 시작하는 건 힘드니까, 너도 도와. 동업자로서.”

“…? 그래도 돼?”

사장인 내가 그러자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해?”

내 말에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만세를 부르더니 뒤에서 내 어깨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침대가 출렁일 정도로 난리법석을 떠는 오소마츠 덕분에 처음으로 아랫집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회사를 세우고 반년, 직원은 3. 사장이 나, 부사장이 오소마츠인 작은 회사는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학생 시절 의기투합한 동료들 덕분에 반년만에 자리를 잡고 조금씩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해 나가는 회사를 키워나가는 일은 즐거웠다

오소마츠도 그 특유의 친화력으로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에는 제법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참이었다.

 

내 성격이 기본적으로 무뚝뚝하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이 아닌 것에는 너무나 무관심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눈치가 없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매번 지적을 받는 사항이었지만,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기에 고치지 않았다

그것이 설마 이렇게 큰 사건을 일으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받은 중요 거래처의 소위 말하는 높으신 분의 심기를 거스른 나는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무리한 조건에 쩔쩔매고 있었다

며칠 밤낮을 새워도 거래처의 요구는 작은 회사인 우리가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손해를 각오하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커, 자칫 잘못하면 파산에 이를수도 있는 대위기 상황. 절망해있는 나를 끌어올려 준 것은 오소마츠였다

타고난 오소마츠 친화력으로 거래처의 화를 풀어주고, 나와 함께 밤낮을 뛰어다니며 거래처의 요구에 맞출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주에 걸친 밤샘 끝에 간신히 거래처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우리의 해결책에 만족한 거래처도 순순히 계약을 맺어주었다

회사가 파산될 위기에서 벗어난 그 날 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아직 회사에 남은 나와 오소마츠가 맥주캔 2잔으로 소소하게나마 우리끼리의 축하회를 열고 있을 때였다

순전히 내 잘못으로 발생한 위기를 잠을 포기하면서 나와 함께 일해준 오소마츠가 솔직히 너무나 고마웠다.

 

오소마츠

?”

고된 일정 끝에 간신히 마신 맥주에 벌써 취했는지 오소마츠의 얼굴이 붉었다.

 

고마워.”

“..우헤헤~ , 이정도 가지고 그래? 너를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껌이지~”

쑥스러운지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오소마츠를 향한 내 우정이 순식간에 색을 바꾸고 애정으로 변했다

알코올에 취해 얼굴을 붉히고 웃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황했다

재빨리 맥주캔을 비우고 벌떡 일어나 집에 가자!” 하고 외쳤다

의아하단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던 오소마츠가 그랭~”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피로가 쌓인 몸에 들어간 알코올은 평소보다 그 효과가 증가해, 맥주 한캔으론 취기도 오르지 않는 오소마츠가 비틀거렸다

의자에서 일어나며 현기증이 일었는지 바닥을 향해 기우는 오소마츠의 몸을 간발의 차로 붙잡아 품에 안았다.

 

, 미안~ 시로씌~”

괜찮으니까, 일단 잘 잡아.”

다리도 풀렸는지 내가 부축해주고서야 겨우 걸음을 옮기는 오소마츠를 보며 나를 위해 희생을 한 오소마츠를 향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샘솓아, ‘,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인가.’ 하고 깨달았다.

 

 


처음으로 느낀 감정과 그 대상이 오랜 친구였다는 것에서 나는 쉽사리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라 헤메는 와중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회사는 이제 딱히 손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그 크기도 커져 이제는 100명에 가까운 사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근의 대기업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엄연한 벤처기업이 되었다

회사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도 커져가기만 하는 내 감정이 서서히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각각 독립을 한 동생들을 자랑스럽게 배웅한 오소마츠는 이내 내 자취방에 눌러앉아 거의 반동거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매일매일 잠잘 때나, 밥 먹을 때나, 쉬고 있을 때나 순수한 얼굴로 붙어오는 오소마츠는 내게 고문관과 같았다

이대로는 폭발해 버리고 만다는 위기감에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왜에~?”

이리와서 좀 앉아봐.”

“…?”

고개를 갸웃하며 내 맞은편에 정좌한 오소마츠를 향해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따로 집 안 얻어?”

우응~ 따로 살 생각은 없는데혼자는 싫은걸~”

“…”

“…시로짱은, , 가 있는거 싫어?”

불안한 얼굴로 물어오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럴 리 없잖아.” 하고 대답하니, “우헤헤~” 하고 앳되게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가슴이 찡-하고 조여왔다

정말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근데 이대로는 곤란해.”

“…? 뭐가?”

내가.”

“…??”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오소마츠가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몰려오는 두려움에 침을 삼키고 심호흡했다. 오소마츠가 어떤 반응을 할지 두려웠다.

 

, 는 너를 좋아하니까. 네가 달라붙어오면 참을 수 없게 되어서 곤란해.”

마치 랩을 하듯 빠르게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방안 가득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에 초조해져 슬며니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오소마츠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해 재빨리 티슈곽으로 손을 뻗어 티슈를 뽑아냈다

오소마츠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주니,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채 오소마츠가 울먹였다.

 

, 시로짱이 그런 말 하는거야아아아~~”

우왕-“ 하고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내게 안겨왔다

기우뚱하고 기우는 몸을 팔을 뻗어 지탱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오소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내 머리 위엔 물음표가 잔뜩 떠다녔다.

 

~”

조금 진정됐어?”

오소마츠의 울먹임이 잦아들어 등을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

내 어깨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내 옷자락을 붙잡고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진짜로, 내가 좋아?”

“…그렇다고 말했잖아.”

왠지 본인에게 다시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져 재차 되묻는 오소마츠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외쳤다.

 

진짜로 좋아하는 거야?!?!!”

,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해.”

“…?”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오소마츠의 말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자 오소마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개를 푹 숙인 오소마츠의 목과 귀가 사과처럼 붉었다.

 

나도 좋아한다고.”

“…그럼 사귈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오소마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욕망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나왔다

내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오소마츠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져 있어서 덩달아 내 얼굴도 화끈거렸다.

 

, 평생 곁에 있어 줄거야?

부모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로, 불안과 기대가 섞인 눈빛을 내게 향하는 오소마츠를 보니 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를 올려다보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Fin




* 이걸로 '장남의 심중'이 정말로 끝났네요ㅎ

* 오소마츠를 차지하게 된 최종 승리자는 '시로마츠'가 되었습니다ㅎㅎ

* 여기까지 '장남의 심중'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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