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결편입니다!!!!

* 분량이 길어져 부득이하게 2편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편수로는 같은 11화입니다.^^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소마츠에게 거부당한 채, 혼이 빠진 사람마냥 흐느적흐느적 걸어 나간 동생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집에 도착해 있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본 카라마츠가 2층 방에 올라가 이불을 깔아 잘 준비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리고 지금도 동생들은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비통한 얼굴로 좌절해있는 동생들을 카라마츠가 추슬러 이불에 눕히고 울 것 같은 얼굴의 이치마츠 옆에 누웠다

카라마츠에게 등을 돌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숨 죽이고 울고 있는 이치마츠에게 제대로 위로의 한 마디 할 수 없는 카라마츠는 자신의 무력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였다면, 능숙하게 이치마츠를 위로해 주었을 텐데… 

시로마츠의 집 앞에서 마주친 오소마츠의 진심으로 화난 얼굴이 감고 있는 눈꺼풀에 맺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결혼식에서 돌아온 부모님의 말로는, 줄곧 결혼식을 지루해하던 오소마츠가 답례품이 바움쿠헨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와 함께 먹겠다는 말을 남긴 채, 먼저 열차를 타고 돌아갔다고 했다

동생들이 시로마츠를 찾아갔을 때, 예정보다 일찍 오소마츠가 돌아와 시로마츠의 집 앞에 나타난 이유는 그것일 터였다

마츠요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동생들은 말이 없었다

어제 점심을 먹은 이후,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어 분명 배가 고플 터인데도 동생들은 식사를 서두르지 않았다

멍한 얼굴로 눈 앞에 놓인 반찬도 제대로 집어 먹지 못하는 동생들을 보며 카라마츠는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오후가 되어서도 항상 제 할 일을 찾아서 뿔뿔히 흩어지던 동생들은 집을 나서지 않았다

모두 거실에 모여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구인잡지도, 고양이 장난감도, 짐볼도, 스마트폰도 바닥에 버려진 채로 동생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오소마츠가 없는 지금, 차남인 자신이 나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카라마츠에겐 동생들을 달래줄 수 있는 역량도, 여유도 없었다

카라마츠 역시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오소마츠에게 거부당해 지금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사고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드르륵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동생들의 텅 빈 눈에 빛이 돌아왔다

동생들 모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뛰어들어갔다. 휴일인 오늘 부모님은 모두 집에 있었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은 오소마츠뿐이다

일그러져 울 것 같은 얼굴로 거실을 뛰쳐나가 현관으로 달려가는 동생들의 뒤를 카라마츠가 뒤따랐다.

 


“““““…”””””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인물을 확인한 순간, 동생들은 그대로 현관 앞에 서서 얼어붙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오소마츠가 아니였다

굳은 얼굴로 마루에 서 있는 동생들을 올려다보는 시로마츠를 동생들은 감정 없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침묵을 깨고 시로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지만, 동생들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려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시로마츠가 얼굴을 찌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됐어. 내가 멋대로 말하지 뭐.”

머리를 긁으며 하고 혀를 찬 후, 시로마츠가 말을 이었다.

 

앞으로 오소마츠는 당분간 나랑 지낼 거야

너희가 진심으로 오소마츠에게 사과하고 오소마츠가 그 사과를 받아들일 때까지 나는 너희와 오소마츠를 만나게 할 생각 없어.”

일방적인 선고에 동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 한마디가 가지는 영향은 컸다

멋대로 오소마츠에 대해 말하는 시로마츠를 향한 살기를 억누르지 않고 내뿜어대는 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시로마츠가 하던 말을 이었다.

 

“…오소마츠는 너희를 위해서 장남을 버리고 오소마츠가 되려고 했어

육분의 일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고자 한 너희들을 제대로 보내주기 위해서. 너희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오소마츠의 일에 동생들은 놀라 입을 벌렸다. 놀라움과 혼란이 섞여 입을 막았다

시로마츠의 말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시로마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동생들은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를 위해서, ‘장남을 버려

? 어째서

전부 우리를 위해서…? 

우리에게 미움 받을까 두려워서라고

우리가 오소마츠를 미워할 리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오소마츠의 속마음에 동생들은 뭐라 대답을 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이 시로마츠가 아니라 오소마츠, 그 당사자라 해도 동생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동생들의 얼굴을 한번 쭉 훑어본 시로마츠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생들의 얼굴을 보며 아직 남아있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확인한 시로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동생들에게 선전포고했다.

 

그러니까너희가 제대로 오소마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나는 절대로 너희에게 장남, ‘오소마츠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시로마츠의 말에 분노로 얼굴을 구기면서도 섣불리 반박하지 않는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하나의 힌트를 던져주었다.

 

오소마츠가 화난 이유를 알고 싶으면 내가 너희를 설득할 때 했던 말을 잘~ 생각해보면? 지금과 그때와 상황은 비슷하니까.”

툭 던지듯 말하고 시로마츠가 몸을 돌려 현관을 나섰다

시로마츠의 인영이 사라지는 것을 동생들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2.

허슬허슬~ 머슬머슬~”

침울해지는 기분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쥬시마츠가 힘차게 외치며 강가를 걸었다

호기롭게 야구배트를 들고 나온 것까지는 좋았으나 야구를 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항상 야구배트를 휘두르던 강가에 도착해 강둑에 주저 앉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을 바라보며 무릎을 안고 앉아 쥬시마츠는 가만히 생각했다

오소마츠는 일주일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집 안 분위기는 항상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쥬시마츠는 더 이상 그 무거운 공기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오늘 홀로 집을 나왔다.

 

왜 오소마츠 형아는 그렇게 화 낸 걸까? 왜 집에 안 들어오는 걸까?’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강을 따라 의식을 흘렸다

이대로라면 시로마츠에게 오소마츠를 뺏기고 만다

하루빨리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쥬시마츠는 도저히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과 그때와 상황은 비슷하니까

 

시로마츠가 집에 찾아온 날, 시로마츠의 말을 쥬시마츠는 다시 재생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때, 데카판 박사의 집에 머물고 있던 쥬시마츠에게 시로마츠가 찾아왔다

오소마츠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로마츠를 처음 본 순간, 쥬시마츠는 당황했다

오소마츠의 친구라면 당연히 쥬시마츠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쥬시마츠는 시로마츠를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어릴 적, 자신들은 여섯명이서 하나!’의 모토를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친구가 생겨도 항상 형제에게 소개하고 함께 친구가 되었다

친구의 공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친구임이 분명한데도 쥬시마츠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것에 내심 당황했다.

 

시로마츠가 찾아와 쥬시마츠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시로마츠와 쥬시마츠는 데카판 박사가 마련해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다용 메이드가 내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후, 시로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오소마츠 일로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

“…할 말이 뭔데요?”

묘하게 느껴지는 어색함에 쥬시마츠가 존댓말로 물었다

시로마츠는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후, 날카롭게 쥬시마츠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오소마츠는, 너희가 집을 나가고 굉장히 외로워하고 있어. 평범한 아르바이트라면 충분히 친가에 살면서 할 수 있잖아

이렇게 집에서 가까운 타인의 집에서 신세지면서까지, 야구를 좋아하는 네 팔을 손상시켜가면서까지 오소마츠의 곁을 떠날 이유가 있어

내가 보기에 너희가 집을 나간 건, ‘자립이 아니라 어리광이야.”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붕대를 감고 있는 쥬시마츠의 팔을 가리키며 시로마츠가 말했다

망설이는 듯 하면서도 굳건히 할 말을 마친 시로마츠가 다시 심호흡하더니 주스를 한 모금 더 목에 흘렸다

쥬시마츠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로마츠를 보는 쥬시마츠의 눈빛이 흔들렸다.

 

쥬시마츠는 예전부터 감이 좋았다. 특히 형제들의 일이라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쥬시마츠의 감은 명중률이 제법 높았다. 지금 눈 앞의 시로마츠를 두고 쥬시마츠의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이건 위험!’

초면인 시로마츠는 쥬시마츠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도, 쥬시마츠가 집을 나선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쥬시마츠는 시로마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시로마츠는 마치 오랜 친구마냥 쥬시마츠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전부 오소마츠에게 들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오소마츠를 위해 쥬시마츠를 찾아와 쥬시마츠에게 따지듯 말하는 것도 전부 오소마츠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었다.

 

다쳤던 팔이 욱신거렸다. 쥬시마츠는 무릎에 올려두고 있던 주먹에 힘을 주고 불안한 얼굴로 시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시로마츠는 굳어있던 얼굴을 풀고 조금 슬퍼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오소마츠가 네 팔을 보면 슬퍼할거야.”

“…!”

별안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난 쥬시마츠 덕분에 쥬시마츠가 앉아있던 의자가 쿠당탕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시로마츠가 놀란 얼굴로 쥬시마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지금 집으로 갈래!!”

쥬시마츠가 어디로 보나 당황한 얼굴로 급히 말하며 자리를 떴다

데카판 박사가 준비해주었던 방에서 짐을 챙겨 서둘려 집으로 달려나가는 쥬시마츠의 뒷모습을 어이없다는 얼굴로 시로마츠가 쳐다보았다.

 

 

 

그때…”

회상을 멈추고 쥬시마츠가 중얼거렸다. 그때와 지금이 같은 상황. 시로마츠의 말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그때, 시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위해 쥬시마츠를 설득하려 찾아왔을 때

쥬시마츠는 맹렬하게 몰아닥치는 불안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시로마츠의 모든 행동이 오소마츠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쥬시마츠는 직감했다.

 

이대로는 오소마츠 형아를 이 사람에게 뺏겨버려!’

그 생각이 든 순간, ‘자립이라는 단어는 머리 속에서 지워졌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오소마츠를 이런 타인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상냥한 오소마츠. 고등학교 시절,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쥬시마츠에게 용돈 몇 달치를 모아 야구배트를 선물해 준 사람도

그녀와 헤어졌을 때, 망설이고 있는 쥬시마츠의 등을 밀어준 사람도,

그녀의 배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울먹이는 쥬시마츠를 껴안고 등을 토닥여 준 것은 전부 오소마츠였다

그런 상냥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오소마츠를 시로마츠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

 

           너희에게 장남, ‘오소마츠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일순 머리를 야구배트로 얻어맞은 것처럼 쥬시마츠는 시로마츠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강둑에서 앉아있던 쥬시마츠는 벌떡 일어나 곁에 놓여져 있던 소중한 야구배트를 들고 집으로 향해 전력질주했다.

 

 

 

3.

빈 사료 봉투가 덜렁덜렁 허리춤에서 흔들렸다

밥을 먹기 위해 모여든 고양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치마츠가 생각에 잠겼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된지 일주일하고도 3. 일주일 전부터 쥬시마츠가 다시 집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쥬시마츠는 전혀 상관없다는 상쾌한 얼굴로  매일 야구~!!!” 라고 외치며 집을 나갔다가 저녁때가 되어 돌아왔다

그런 쥬시마츠의 태도가 이치마츠는 당황스러웠다

이치마츠를 비롯한 남은 4명의 형제들은 여전히 오소마츠의 부재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어째서 쥬시마츠는 괜찮은 걸까.’

쥬시마츠의 밝은 태도에 당황해 평소보다 주의 깊게 쥬시마츠를 살폈지만, 변한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때때로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를 빤히 바라보며 뭔가를 바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꼭 먹이를 바라는 고양이와 닮아있었다

이치마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쥬시마츠에게 원하는 것을 직접 물으면 쥬시마츠는 그건 이치마츠 형아가 직접 깨달아야 함다!!” 라는 수수께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배부르게 사료를 먹고 야옹하고 인사를 건넨 후, 다시 골목 저편으로 사라지는 고양이들을 배웅하며 이치마츠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저 구석에서 야옹~” 하고 이치마츠를 부르는 소리에 이치마츠가 막다른 골목길 구석에 위치한 쓰레기 더미를 살펴보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아기 고양이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작은 고양이가 함께 붙어 있었다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아기 고양이를 감싸고 있는 작은 고양이가 다시 야옹~” 하고 울었다

이치마츠가 아직 봉투에 조금 남아있는 사료를 꺼내어 바닥에 놓아주자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향해 울었다

이내 몸을 일으킨 아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가 함께 바닥에 놓여진 사료를 허겁지겁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순식간에 사료를 모습을 감추었다. 입가를 핥으며 아기 고양이가 ~” 하고 울자 작은 고양이가 정성껏 얼굴을 핥아 주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사이 좋은 형제처럼 보였다

아기 고양이의 얼굴을 다 핥아준 작은 고양이가 몸을 일으켜 앞서 걷자 아기 고양이가 아장아장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여 작은 고양이의 뒤를 따랐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이치마츠는 시로마츠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당신, 뭐야?”

노숙을 하기 위해 찾은 시민공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시로마츠를 향해 이치마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초면에 다짜고짜 네가 이치마츠?” 하고 물어오는 낯선 이를 향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노려보고 있는 이치마츠를 향해 시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 반응을 보니 맞네. 네가 이치마츠지? 오소마츠의 동생인.”

낯선 이에게서 오소마츠의 이름이 나와 이치마츠의 눈이 똥그래졌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시로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가 지금 네 모습을 보면 걱정할거야.”

시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더욱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 당신이 뭔데 아는 척이야?”

오소마츠의 친구. 지금 오소마츠는 우리집에 와 있어.”

시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놀라며 시로마츠의 멱살을 붙잡았다.

 

왜 오소마츠형이 당신 집에 있어?!”

이치마츠의 위협적인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로마츠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이치마츠의 손을 떨어뜨렸다.

 

왜냐니.. 너희가 오소마츠를 놔두고 집을 나갔으니까. 있잖아, 지금 이 생활이 정말로 오소마츠의 곁을 떠날 정도의 가치가 있었어

노숙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생활이? 외로움을 잘 타는 오소마츠를 집에 남겨둘 정도로

네가 학창시절 힘들었을 때, 항상 도와주었던 게 누구였는지 잘 기억해보지 그래?”

시로마츠는 멋대로 이치마츠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는 몸을 돌려 공원을 떠나갔다

초면인 시로마츠에게서 연고도 없이 책망을 받은 이치마츠의 기분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본디 자신을 향한 힐난을 좋아하는 이치마츠이지만, 이런 초면인 자에게서 힐난 받는 것은 기쁘지 않았다

그리고 일일이 오소마츠를 들먹이는 시로마츠를 향해 살의를 활활 불태우며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고개를 숙였다.

 

이 생활이 오소마츠형을 버릴만한 가치가 있냐고?’

손이 하얘질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쥐며 이치마츠가 이를 갈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육쌍둥이를 거부하고 한 사람으로서 서기 위해 떠난 형제들

다른 형제들이라면 몰라도 이치마츠는 명실상부한 쓰레기였다

다들 집을 떠나 취직이니 알바니 노력하고 있겠지만, 쓰레기인 이치마츠는 여전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쓰레기가 노력해보았자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집을 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소마츠형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아도 되었다. 어린 시절,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지켜주었듯, 이치마츠도 오소마츠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치마츠의 떨리고 있던 눈빛이 제 빛을 되찾았다. 쥐고 있었던 주먹을 풀고 집을 향해 이치마츠가 발걸음을 옮겼다.

 

 

고등학교 시절, 육쌍둥이가 서서히 개성을 확립해나갈 시기에 이치마츠는 그동안 모범생이라고 불렸던 것이 무색할 만큼 엇나가고 있었다

어둡고 조용한 성격은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치마츠를 향한 따돌림의 수위가 높아졌고, 결국 육체적인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옥상이니 체육관 뒤쪽이니 매일 불려나가던 하루하루였다

이제 정말로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어느 날부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곁에 붙어 있었다

이유를 물어도 그냥~” 이라고 대답하며 얼버무리던 오소마츠는 이치마츠가 소위 노는 아이들에게 불려갈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는 달려와 이치마츠를 괴롭히는 패거리들을 순식간에 때려 눕혔다.

 

           “이치마츠, 너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 너는 너니까!”

 

자신이 잘못된 것일까 고민하며 울었던 이치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손을 내밀며 한 그 말이 아직도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시로마츠의 말로 오소마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 이치마츠가 시로마츠의 비난을 다시 되뇌였다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집을 떠나가며 육쌍둥이로 있는 것을 거부한 형제들

이치마츠는 명확한 목표도 각오도 없이 형제들을 따라 집을 나섰다

오소마츠를 홀로 남겨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마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이치마츠가 문득 시로마츠의 말을 기억해내며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엔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너희에게 장남, ‘오소마츠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시로마츠는 굳이 장남오소마츠를 구분해 불렀다. 그것의 의미를 이치마츠는 겨우 깨달았다

고등학교 시절, 항상 자신을 구해주었던 오소마츠는 장남이기 때문에 동생인 자신을 구해준 것이 아니였다

언제나 대등했던 육쌍둥이의 한 명, ‘오소마츠로서, ‘이치마츠를 구해준 것이었다

깨달음의 파도와 함께 눈물이 흘러 넘쳤다. ‘장남인 오소마츠는 항상 자신들을 오소마츠로서 돌봐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치마츠는 그것이 장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외로움슬픔도 전부, ‘장남으로서 당연히 견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아, 나는 심한 짓을 했구나.’

좁고 더러운 골목길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이치마츠는 한참을 울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얻어놓은 것처럼 죄책감으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도착하자, 마침 야구복 차림의 쥬시마츠와 마주쳤다

이치마츠의 붉어진 눈가를 본 쥬시마츠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4.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토도마츠는 바로 위의 두 형들이 매일 집을 나가 저녁때가 돌아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아직 오소마츠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집에서 오소마츠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도마츠도 계속 집에만 붙어있었지만 위의 두 형이 매일 집을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서서히 집 밖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늘도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는 여자사람친구의 연락에 내키지 않지만 집을 나왔다

카페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 친구들에게 눈을 돌려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토도마츠가 얼마나 빤히 보고 있어도 스마트폰이 울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 오소마츠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항상 들고 다녔지만, 2주일 동안 오소마츠에게서도, 시로마츠에게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시로마츠라는 사람은 대체…’

오소마츠가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화를 낸 그 날, 시로마츠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오소마츠의 곁에 있었던 것은 토도마츠와 형제들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오소마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시로마츠였다

항상 형제의 것이었던 오소마츠의 옆자리를 생판 타인에게 뺏긴 것에 토도마츠는 분노했다

그 날도, 그리고 형제 모두가 오소마츠의 곁을 떠나 집을 나갔을 때도 그랬다.

 

 


알바 자리를 알아보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별안간 허름한 아파트의 문이 울렸다

찾아올 사람이 없기에 아파트에 분명히 울리는 노크소리에 토도마츠를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혹시 괴한?!’

두려움에 떨면서 천천히 문에 다가가 문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문 저편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토도마츠가 몸을 떨었다.

 

역시 괴한이다!! 빨리 경찰에…’

스마트폰을 들어 112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문 저편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마츠노 토도마츠씨 댁 아닌가요?”

단순한 괴한이라면 토도마츠의 이름을 알고 있을 리 없기에 토도마츠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멈추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문 좀 열어주세요.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소마츠에 관한 일입니다.”

정중한 남의 말에 토도마츠가 의심을 거두고 문을 열었다.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을 시로마츠라고 소개했다.

 

, 무슨 일 이신데요?”

아직 112가 적혀있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토도마츠가 묻자 시로마츠가 대답했다.

 

오소마츠의 친구로서 한 마디 하려고.”

“…?”

토도마츠의 입에서 바보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자아이들을 바탕으로 한 토도마츠의 정보력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오소마츠를 비롯해 형제들의 친구들이라면 전부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 앞에 서 있는 시로마츠라는 남자는 토도마츠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시 슬금슬금 머리를 들고 일어나는 의심에 토도마츠가 뒤로 숨긴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가까이 갔다 대었다

시로마츠는 토도마츠의 침묵을 뒤로한 채 말을 이었다.

 

왜 오소마츠를 남겨두고 집을 나왔어?”

“...왜 당신한테 그런 질문을 들어야 해?”

발끈하며 토도마츠가 강하게 반박했다. 시로마츠는 가만히 토도마츠를 내려보며 담담하게 말을 계속했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거라면 굳이 집을 나올 필요 없었지? 말도 안되는 이유 붙여가며 오소마츠 곁은 떠난 게 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 말이야

오소마츠가 외톨이가 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형제인 너희는 잘 알고 있으면서

어릴 때부터 함께 했었다지만 너희는 어디까지나 개개인이고 그걸 오소마츠도 아플 만큼 잘 알고 있어

네가 변하지 못한 것을 오소마츠에게 뒤집어 씌우지 마.”

시로마츠의 날카로운 말에 토도마츠가 입을 뻐끔거렸다

뭐라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토도마츠를 바라보는 시로마츠의 비난 섞인 눈빛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어디까지나 오소마츠의 친구로서 하는 말이니까 네가 새겨듣던 말던 상관없지만. 형제인 너희들이 오소마츠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마.”

무표정이던 시로마츠의 얼굴에 슬픔이 살며시 내려앉았다. 안타까움이 섞인 말을 남기고 시로마츠는 사라졌다

그제야 벌어진 입을 다문 토도마츠가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바탕화면에 찍힌 여섯명의 같은 얼굴. 육쌍둥이. 싫어도 좋아도 결국 토도마츠와 형제들은 육쌍둥이였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울고 웃은 형제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오소마츠의 얼굴과

부모님의 얼굴이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토도마츠가 작게 흐느꼈다.

 

돌아가고 싶어.’

따뜻한 집과 어리광을 전부 받아주는 상냥한 부모님과 토도마츠를 향해 환히 웃어주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다시 보고 싶었다

토도마츠가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 무표정으로 방에 틀어박혀 있던 오소마츠가 마음에 걸렸다.

 

 

그때는 오소마츠형이 걱정되서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시로마츠의 말에 각오를 다지고 떠났던 집에 다시 되돌아간 것을 생각하며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은 얼굴을 한 토도마츠의 어깨가 흔들렸다.

 



톳티~, 내 이야기 듣고 있어?”

오늘 만나자고 연락을 했던 여사친이 토도마츠를 보며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성급히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 무슨 이야기였지?”

정말~. 내 동생들이 너무하다는 이야기!”

뚱한 얼굴로 말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두 손을 모으고 사과했다

여사친은 금새 화가 풀렸는지 자신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진짜 내 동생은 너무한 거 있지~ 토도마츠도 그런 경험 있어?”

?”

갑자기 물어오는 친구의 질문에 토도마츠가 얼굴을 갸웃했다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토도마츠를 대신해 말했다.

 

모를걸~. 톳티, 막내고.”

~ 그렇구나. 그럼 모르겠다.”

토도마츠를 빼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두 친구에게 토도마츠가 당황해 대화에 끼어들었다.

 

, 뭔데? ? 말해줘~”

그게 내 동생이 말이야~ 절대로 죽어도 엄마 심부름은 안 간다니까! 귀찮다느니 뭐라느니! 그래서 결국 심부름 가는 건 나고! 너무하지 않아

아무리 내가 장녀라지만 나도 집 밖에 안 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화장이 이상한 날이나 씻기 전엔 절대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엄마는 항상 나한테 시킨다니까? 조금만 귀찮은 일은 전부 나한테 떠넘기고!! 정말, 장녀라는 이유로 너무 손해 보는 게 많은 것 같아!”

기관총마냥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친구의 불평에 토도마츠는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꼈다

정말로 화난 얼굴로 동의를 구하는 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라고 적당히 수긍하자 만족한 친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쏟아지는 동생의 악담에 토도마츠가 쓰게 웃었다.

 

           “…네가 변하지 못한 것을 오소마츠에게 뒤집어 씌우지 마.”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토도마츠는 문득 시로마츠의 말을 떠올렸다

시로마츠의 말과 친구의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 동생에 대한 불평이 서서히 하나로 이어졌다

계속 토도마츠의 손에 쥐여 있던 스마트폰이 소음을 내며 테이블에 떨어졌다

스마트폰과 테이블이 만들어낸 둔탁한 소음에 친구들이 대화를 멈추고 놀란 얼굴로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 넘기고 있었어. 우리들은.’

토도마츠를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는 토도마츠의 귀에 닿지 않았다

멍하니 초점 잃은 눈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토도마츠가 별안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커다란 눈물방울이 테이블에 떨어져 토도마츠의 친구들이 토도마츠의 등을 토닥이며 왜 그래? 어디 아파?” 하고 물으며 야단을 떨었다

친구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도마츠의 눈물을 주륵주륵 흘러내려 이내 토도마츠는 테이블에 엎드려 어깨를 떨었다.

 

 

훌쩍하고 콧물을 들이마시며 토도마츠가 집을 향해 걸었다

형들을 설득해 오소마츠형을 만나러 가자고 굳게 다짐하며 집에 도착해 거실에 들어가자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고개를 들어 토도마츠를 반겼다

코를 훌쩍이며 오소마츠를 만나러 시로마츠의 집에 가야 한다는 토도마츠를 향해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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