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편입니다... 


* 1박 2일 회사 연수로 힘든 몸을 이끌고 돌아와 쓰니 힘드네요... 다른 편보다 분량이 긴 것도 아닌데 묘하게 힘들었습니다..ㅠㅠ


* 주의) 캐붕 있습니다. 비속어도 나옵니다.


* 공미포 14,968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끊임없이 반복되는 「팔콘」의 테러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는 테러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와 인적인 피해로 여론은 「팔콘」을 넘어 센티넬이라는 존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전체 인구의 0.0001%에 속하는 절대적인 소수인 센티넬에게 절대 다수인 일반인이 적의를 가지게 된 것을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는 「팔콘」과 무능한 「관리국」을 비난했으며, 더 나아가 센티넬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그들은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

센티넬은 통제 가능한가?

정말로 우리에게 센티넬이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인가?

그들은 정말로 히어로인가?


이어지는 질문에 그 누구도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사람들의 적의는 거세지기만 했다

센티넬을 향한 반발과 센티넬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러, 「관리국」은 뭔가 행동을 취해야 했다.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를 받으며 「관리국」의 국장 마에다가 연단 앞에 섰다

마에다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저편에서는 「관리국」 긴급 기자회견!’ 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 .” 하고 목을 가다듬은 마에다가 허리를 쭉 피고 강연대 앞에서 청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그 동안 「팔콘」의 파렴치한 행동에 저희는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러분의 분노를 저희 역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팔콘」을 쫓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여러분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정말로 가슴 깊이 사죄합니다. 여러분, 「팔콘」은 그 어떤 기준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희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팔콘」을 끝까지 추격하여 마지막의 마지막 범죄자까지 모두 소탕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 어떤 희생을 치러도 반드시! 「팔콘」을 소탕하겠습니다. 여러분, 저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밤낮을 쉬지 않고 일했고, 최근 간신히 「팔콘」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서, 이번 달 안으로 「팔콘」을 소탕하겠다, 감히 맹세하겠습니다! 여러분, 조금만…, 조금만 더 저희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연단을 내려오는 마에다를 오소마츠가 말없이 응시했다

일부러 「팔콘」을 도발하는 기자회견을 연 마에다를 「팔콘」이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관리국」의 국장인 마에다는 「팔콘」의 최우선 제거 인물일 것이고, 마에다가 이렇게 큰 도발을 벌인다면 「팔콘」은 반드시 이 도발에 응할 것이었다

오소마츠는 「관리국」의 몇 안 되는 S급 센티넬로서 마에다의 호위로 발탁되었다.

 

연단을 내려온 마에다는 오소마츠를 비롯한 센티넬들의 호위를 받으며 방탄차 안에 탔다

오소마츠도 마에다와 같은 차량에 탑승하자, 부릉- 하고 시동을 건 차가 움직였다.

 

 

 

혹여 있을 습격을 대비해 마에다는 자신의 집이 아닌 임시 거처로 발을 옮겼다

슬럼가에 세워진 허름한 여관방에 마에다는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이런 곳에 거처를 마련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할 거라는 호언장담과 함께. 마에다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오소마츠도 갈아입을 옷과 속옷만이 들어있는 가벼운 가방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촌스러운 꽃무늬로 도배된 방 안에는 지독한 지린내가 풍기는 작은 화장실과 곰팡이 냄새가 풀풀 풍기는 침대 두 채가 전부였다

문 쪽에 가까이 놓인 침대에 오소마츠가 짐을 내려놓자, 마에다도 그 옆에 놓인 침대에 자신의 짐을 내려놓았다

마에다는 자신의 짐을 전부 풀자마자 입구에 서 있는 호위들에게 손짓했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간 호위들은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싸구려 여관답게 얇은 벽 너머로 호위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는 굳이 자신을 가장 옆에 가까이 있을 호위로 지명한 마에다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둘만 남은 방 안은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고, 오소마츠는 초조하게 손에 찬 땀을 바지에 문질러 닦아냈다.


저기…, 말이야.”

“…뭔가.”

몇 번이고 입을 떼었다 닫으며 말을 망설이던 오소마츠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차분히 가방 속에서 꺼낸 옷을 정리하고 있던 마에다가 고개를 들었다

침대에 앉아있는 마에다를 내려다보며 엉거주춤하게 선 오소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왜 나를 지명했어? 당신은 나를 싫어하잖아.”

“…네가 지금 운용할 수 있는 센티넬 중 가장 강하니까.”

그것뿐?”

그것 외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지?”

냉정한 마에다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의 담당 관리국원은 토토코였다

「관리국」의 높으신 분인 마에다는 오소마츠가 쉬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 「관리국」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자신을 향한 마에다의 눈빛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작게 숨을 내쉬고 마에다를 따라 가방에서 짐을 꺼냈다

오소마츠는 대체 이곳에서 몇 일이나 지내야 하는 건지 자문하며 옷가지를 꺼내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선반에 올렸다.


, .”

마에다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를 가만히 바라본 마에다가 툭- 내뱉은 말에 오소마츠는 쩍- 하니 턱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내일은 여기서 「관리국」으로 출근하니까, 호위 제대로 부탁한다.”

“…하아!?”

오소마츠는 두 눈을 끔뻑이며 벌떡 허리를 세워 어이없다는 눈길로 마에다를 응시했다

제 할 말만 끝낸 마에다는 다시 바삐 손을 움직여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계속 머무는 거 아니었어?! 그런 기자회견을 해 놓고 출근을 한다고!? 제정신이야??”

손을 휘두르며 합당한 질문을 던지는 오소마츠를 마에다가 한심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며 혀를 찼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미끼. 「팔콘」을 잡기 위한 미끼! 그런데 내가 이런 곳에 꽉 처박혀 내 몸을 사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뭐어!?”

「팔콘」이 나를 습격할 때까지, 나는 이곳에서 「관리국」으로 출근한다.”

마에다의 충격 발언에 오소마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황당함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린 오소마츠가 현 상황을 이해하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당신, 진짜 미친 것 같아.”

“…애송이가 어른들의 일을 이해할 리 없지.”

오소마츠의 중얼거림에 마에다가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민간인마저도 너무나 간단히,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죽여버리는 「팔콘」에게 정면으로 시비를 건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오소마츠는 더더욱 눈앞의 인물이 이해할 수 없었다

묵묵히 짐 정리를 마치고 세면도구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가는 마에다를 따라 시선을 옮긴 오소마츠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 하고 이불을 부풀리고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며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와 함께 가득 일어난 먼지에 오소마츠가 켈룩.” 하고 두세 번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였다.


하아…. 무슨 생각이야? 저 인간.”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한숨을 실어 오소마츠가 중얼거렸다

쥬시마츠를 붙잡은 이후로 오소마츠는 맹렬히 「팔콘」을 추격했다

테러가 발생한 현장에서 모든 망설임을 버린 오소마츠의 무시무시한 화염 속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두려움에 떠는 「팔콘」의 범죄자들을 이미 열 명 가까이 검거했다

아직 전부 혼수상태에 빠져있긴 하지만, 그들이 깨어나면 「팔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조금만 기다리면 피를 보지 않고도 「팔콘」을 소탕할 수 있는데도, 마에다는 자기 자신을 미끼로 쓰는 강수를 두었다

위험성은 높지만, 그만큼 더 빨리 「팔콘」을 소탕할 수 있다는 것은 오소마츠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왜 그렇게까지 피해를 감수하고 「팔콘」을 잡으려고 하는지, 오소마츠는 마에다의 속내를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다.


, 빨리 잡으면 나야 좋지만….’

오소마츠는 자조 섞인 미소를 피우고 천장에 남아있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얼룩을 쳐다보던 눈을 감았다

두통으로 안구 뒤쪽이 뜨거웠다. 그나마 찬 손을 눈꺼풀 위에 덮은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에 내던진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옥죄고 있는 쵸커를 매만진 오소마츠가 오늘 아침 자신을 배웅하던 두 동생을 떠올렸다.


너무 무리하지 마!! , 무사히 돌아와!!”

오소마츠 형,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가 있으니까…. 죽으면 안 돼.”


자신의 손을 꽉 붙잡고 몇 번이고 무리하지 말라며 당부하던 막내와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으로 눈썹을 늘어뜨리고 걱정하던 넷째를 떠올린 오소마츠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었다.


그래, 뭐가 되었든…. 무사히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자.’

떨리는 숨을 내쉬며 오소마츠가 다짐했다

이번 호위가 어찌되었든 오소마츠는 무사히 두 동생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몸을 일으킨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고 마에다가 나왔다

슬쩍 오소마츠에게 눈길을 주고 지나친 마에다는 자신의 침대에 앉아 조금 젖은 앞머리를 수건으로 닦아냈다.


“…하나,”

?”

오소마츠도 씻자는 생각으로 세면도구를 챙겨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마에다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조금 전까지 냉정하고 침착하던 목소리와 달리 약간의 동요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뭔데.”

“…너는, 그렇게까지 하지?”

수건을 내려 얼굴을 드러낸 마에다가 똑바로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항상 오소마츠를 향했던 적의 가득한 눈빛이 아닌, 어딘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마에다가 오소마츠를 관찰했다

오소마츠는 즉시 마에다가 무엇을 묻는지 의도를 알아채고 피식- 짧은 웃음을 흘렸다.


그야, 동생이니까.”

동생이라 해도, 너와 10년이나 떨어진 채 살아온 녀석들이다. 심지어 「팔콘」의 꾀임에 넘어가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나도 묻고 싶은 게 있어.”

마에다답지 않은 자신 없는 말투에 오소마츠가 쓴웃음을 보이고 물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센티넬을 싫어해?”

“….”

오소마츠의 질문에 마에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멈췄다

오소마츠가 한 질문에 적잖이 놀랐는지 마에다가 입술을 깨물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고개를 숙이고 작게 신음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 마에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었다. 정말로 깊이 사랑했다. 그녀를 위해서 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어릴 적부터 항상 사고만치고 다니던 내 동생이…, 그녀를 죽였다.”

“….”

센티넬의 폭주였어. 녀석은, 그녀를 싫어했다. 그 날도 나와 그녀 사이에 껴들어 말싸움을 벌이고는…, 폭주를 시작했어.”

“….”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 동생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

“…그래서, 동생이 미워?”

“…밉냐고? 그 녀석이 밉냐…, 그래. 미치도록 밉다. 그 자식이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하다못해 센티넬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자식과 연을 끊고 그녀와 조용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어!!”

감정의 고조되면서 마에다의 목소리도 커졌다

마지막에 비통하게 자신의 바람을 외치는 마에다는 오소마츠를 매섭게 노려보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앙다문 입술을 부들부들 떠는 마에다를 고요히 응시하며 조금은 마에다를 이해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치솟는 감정에 치를 떠는 마에다를 앞에 둔 오소마츠의 눈길은 잔잔했다

태풍이 지나간 흔들림 없는 호수처럼, 차분한 눈빛으로 마에다를 응시했다.


나는…, 미워할 수 없어.”

“….”

사람을 죽여도, 나를 미워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동생이니까. 내 동생이니까…. 미워하는 건 무리야….”

몇 번이고 자신의 동생과 부딪치고, 죽음의 문턱을 드나든 자로는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미소가 오소마츠의 입가에 넘실댔다

괴로운 듯 얼굴을 구기고도 미소를 지우지 않는 오소마츠를 마에다가 멍청히 바라보았다.


두렵, 지 않은가.”

“…무서워.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래도…, 반드시 녀석들을 구할 거야.

마에다의 질문에 오소마츠의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스쳤다

마에다는 천천히 분노로 뜨거워진 숨을 내뱉으며 침대에 주저 앉아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럴 수 있는 건가?”

글쎄? 우린 육둥이니까, 일반적인 형제하고는 좀 다를지도….”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올리며 대답하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린 마에다가 고개를 숙이고 조잡한 무늬가 그려진 바닥을 응시했다.


“…스위치는 내가 가지고 있다.”

“….”

마에다의 담담한 말에 오소마츠가 숨을 삼켰다

가만히 서서 눈을 깜빡인 오소마츠가 마치 죄인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마에다를 향해 짧은 웃음을 보냈다.


. 고마워. …부탁할게.”

그래.”

 

 

 

 

 

 

2.

 

3일 째였다

마에다가 싸구려 여관에 임시 거처를 정하고, 보란 듯이 「관리국」에 출근한지 3

마에다가 탄 방탄차는 굉음과 함께 떠올라 바닥에 처박았고,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팔콘」이 나타나 방탄차를 둘러쌓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에 거리 곳곳에 잠복하고 있던「관리국」의 센티넬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리 모든 민간인을 피신시킨 고요한 거리에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 앉았다

땅에 넘어진 방탄차의 바퀴 하나가 통, - 지면을 튀기며 굴러가 「팔콘」과 「관리국」 사이에서 멈춰 넘어졌다

그것을 신호로 동시에 「팔콘」과 「관리국」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나가 충돌했다.

 

 

어이, 괜찮아?”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의외로 터프 하네, 아저씨-”

오소마츠는 최대한 주변의 전투를 무시하며 마에다를 끌고 방탄차를 나왔다

단단히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던 덕분에 마에다의 부상은 경미했다

절뚝거리며 차량 밖으로 걸어나가는 마에다를 단단히 붙든 오소마츠가 허리를 피고 고개를 돌렸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에 오소마츠가 각오를 다지고 붉은 불꽃을 피웠다

수증기가 되어 사라진 얼음 조각 사이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푸른 인영에 오소마츠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미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 해보았던 상황. 오소마츠는 깊은 심호흡을 반복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 오소마츠의 최우선 목표는 카라마츠 포획이 아닌 마에다를 지키는 것이었다

힐끗, 등 뒤에서 카라마츠를 사납게 노려보는 마에다에게 시선을 돌린 오소마츠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불에 안 데이게 조심하라고.”

“S급이잖아. 그 정도는 컨트롤해.”

매정하네~”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장난스럽게 내뱉는 오소마츠의 말에 마에다도 잘은 웃음을 섞어 말했다

헛웃음을 흘리며 실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숨길 수 없는 긴장이 묻어 나오는 어조에 마에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를 제외한 다른 「관리국」의 센티넬들은 「팔콘」과 전투 중으로 마에다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오소마츠 혼자서 마에다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오소마츠가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여전히 감정의 작은 파편 하나 담기지 않은 유리 같은 눈동자를 자신을 쳐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희미한 미소를 실어 보냈다

지면을 디딘 발바닥에 힘을 주어 중심을 아래에 내린 오소마츠가 먼저 커다란 화염 덩어리를 띄워 카라마츠에게 던졌다

푸쉭-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의 물에 허무하게 사라진 불 덩어리에 이어 오소마츠가 다시 화염을 던졌다

정신을 갉아먹을 정도의 혹독한 훈련으로 능력의 조절이 용이해진 오소마츠가 빠른 속도로 화염을 던졌다

연달아 날아오는 뜨거운 불길에 카라마츠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응집된 물줄기로 오소마츠에게 대항하고 있지만, 오소마츠와 거리를 좁힐 수 없음에 조급해진 카라마츠가 낮게 혀를 차고 귀에 꽂은 무전기에 작게 속삭였다

지지직-’하고 혼란 속에 울리는 무전기의 응답소리에 오소마츠가 재빨리 몸을 틀었다.


!


총성이 울리고, 흙먼지 속에서 쵸로마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소마츠가 재빨리 마에다를 밀친 덕분에 방탄차에 맞은 총탄은 팅- 하고 고음의 소음을 울리며 튕겨져 나가 땅에 흠집을 만들었다

눈앞엔 카라마츠, 그리고 옆에선 쵸로마츠가 총알을 다시 장전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까득- 하고 이를 갈며 오소마츠가 초조하게 고개를 돌렸다.


젠장!!”

부탁한다고 멈춰줄 녀석들이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이를 악물었다

정면의 카라마츠를 향해 거대한 불길을 피워 날려보냄과 동시에 몸을 틀어 마에다의 앞을 막았다

등 뒤에서 자신의 불길을 맞은 카라마츠의 고통 어린 신음이 들렸지만,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쵸로마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강하게 깨물고 있는 입술에서 피가 튀어 턱 아래로 흘렀다

입 안에 퍼지는 피를 꿀꺽 삼킨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불꽃을 피운 순간이었다.


그만 해!! 쵸로마츠 형!!!”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사이에 끼어든 인영에 오소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 얼어붙었다

안전한 「관리국」 안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이치마츠가 현장에 나타난 것에 놀란 것도 잠깐, 오소마츠의 분노에 가득 찬 외침이 거리에 크게 메아리쳤다.


이치마츠, 미쳤어!?!? 당장 거기서 나와!!! 도망쳐!! 빨릿!!!”

쵸로마츠 형!! 정신 차려! 오소마츠 형은 쵸로마츠 형의 파트너였잖아!! 이젠 오소마츠 형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정신 차려, 이 동정 삼남!!!”

오소마츠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쵸로마츠를 향해 필사적으로 외치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초조하게 몸을 떨었다

지금 당장 이치마츠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느새 오소마츠의 공격을 받아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완전히 회피하지 못한 오소마츠의 공격에 카라마츠의 윗도리를 너덜너덜해져 간신히 몸에 매달려 있었다

상체 전반에 화상을 입었는지 땅에 핏방울을 흘려대면서도 카라마츠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쵸로마츠 형!!!”

“….”

이치마츠의 외침에 잠시 걸음을 멈췄던 쵸로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치마츠를 응시했다.

이어진 쵸로마츠의 행동에 오소마츠는 동생의 말이라면 듣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내던졌다

확실하게 장전된 총구를 이치마츠를 향해 들어올린 쵸로마츠를 본 순간, 오소마츠는 젠장!!” 하고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마에다의 앞을 떠났다

카라마츠의 앞에 거대한 불기둥을 세워 잠시 걸음을 붙들고, 이치마츠를 구하기 위해 오소마츠가 뛰어들자마자 쵸로마츠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기우뚱- 중심을 잃고 쓰러진 몸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이치마츠를 향해 뛰어가던 발을 멈춘 오소마츠가 …?” 하고 멍청한 신음을 내뱉자, 이치마츠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오소마츠를 향해 뒤돌았다.


토도마츠가, 마취총…, 제대로 맞춘 모양이야….”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이치마츠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소마츠는 즉각 동생들의 무모한 작전을 깨닫고 이치마츠를 향해 이 멍청아!!!” 하고 외쳤다

오소마츠의 외침이 거리에 울리고 곧 커다란 프로펠러 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관리국」 마크가 찍힌 헬리콥터 수십 대가 거리로 날아오자 순식간에 상황은 「관리국」에게 유리해졌다

헬리콥터를 타고 있었던 것은 국내에 7명 밖에 되지 않는 S급 센티넬들이었다

헬기에서 낙하산을 펴고 지면에 발을 내디딘 S급 센티넬들은 빠르게 「팔콘」의 센티넬들을 제압했다

()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며 빠르게 「팔콘」의 센티넬들이 쓰러져갔다

이어 차를 타고 도착한 관리국원들에 의해 제압당한 센티넬들은 「관리국」으로 이송되었다

토도마츠의 마취총을 맞아 쓰러진 쵸로마츠도 「팔콘」 무리에 섞여 「관리국」의 호송차량 속으로 사라졌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깔끔하게 정리된 거리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허탈하게 서 있었다.


오소마츠 형!! 뒤에!!”

이치마츠의 다급한 외침에 오소마츠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의 화염으로 큰 부상을 입은 카라마츠가 도주하고 있었다

부상자라고는 볼 수 없는 빠른 뜀박질로 멀어지는 카라마츠의 등을 본 순간, 오소마츠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이 이후의 처리나, 남겨진 마에다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또다시 멀어지는 동생의 등을 쫓아 오소마츠는 지면을 박차고 나아갔다.

 

 

 

 

 

 

3.

 

부둣가에 세워진 폐공장. 이미 가동하지 않는 고요한 공장 안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둔탁한 소리 사이사이에 괴로운 신음소리와 거친 남자의 욕지거리가 섞였다

오소마츠는 가쁜 숨을 찬찬히 가라앉히고 발소리를 죽인 채,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장 안을 가득 채우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발을 옮긴 오소마츠가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호흡도 잊고 우두커니 섰다.

 

피투성이가 된 카라마츠가 중년 남자의 발 아래 비참하게 치이고 있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어린 몸을 무자비한 구둣발로 수십 번 걷어찬 남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 하고 거품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낸 남자가 비열한 목소리를 끓었다.


도움도 안 되는 새끼.”


귀에 익은 목소리

본 적 있는 얼굴.


한 번 더 얼굴을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었다.


토고다.’

 

 

공장 한 구석에서 치솟는 열기에 눈을 돌리자 그곳엔 하얀 불꽃이 서 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을 녹이며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불꽃에 남자가 뒷걸음쳤다.


, 너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젠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얀 불꽃에 휩싸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틀고 사방을 뛰고, 바닥을 구르며 불을 끄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 없었다

잔혹하게 남자의 살갗을 벗긴 불꽃은 남자의 근육, , , 그 무엇 하나 이 세상에 남겨두지 않았다.

 

하얀 불꽃은 재조차 남기지 않고 남자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오소마츠의 GPS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거칠게 차를 몰고 도착한 「관리국」 앞엔 이미 형체도 남지 않고 녹아 내린 폐공장 건물이 서 있었다

콘크리트와 철근까지 벌겋게 녹아 바닥에 흘러내려 마그마처럼 흐물거리는 잔재와 매캐한 중금속 냄새, 그리고 살이 익을 듯한 숨막히는 열기에 「관리국」 모두 소매로 입을 가리고 뒷걸음질쳤다

모두 섣불리 건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주춤거리자 뒤따른 차에서 내린 마에다가 관리국원들을 향해 외쳤다.


뭐해!! 당장 들어가!!”

항상 냉정하고 침착했던 국장의 모습에 관리국원들이 말을 잃은 사이, 마에다가 앞장서 열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국장의 돌진에 당황한 관리국원들이 서둘러 뒤따라 열기 속으로 뛰었다

찜질방보다 더한 열기에 답답함을 느끼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관리국원들의 시야에 새하얀 불꽃이 보였다

3m도 넘게 떨어진 거리에서도 무시무시한 열기를 내뿜는 하얀 불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온이 주는 공포에 그 누구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숨을 멈추고 마른침을 삼키며 하얀 불꽃을 응시하는 관리국원 중 하나가 겁을 집어 먹고 뒤돌아 공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타박타박- 커다란 발소리가 공장을 울리고, 도망치는 관리국원을 나무랄 새도 없이 하얀 불꽃이 몸을 돌려 「관리국」을 향해 걸어왔다

한 발자국씩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참을 수 없는 열기가 숨통을 조였다


그 자리에 있는 베테랑 관리국원들과 센티넬들은 동시에 직감했다

폭주가 일어날 것이라고


아직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에서 이 정도의 열기라면 폭주가 일어났을 때는 분명 이 도시의 절반이 날아갈 것이다

경험에 의존한 신빙성 없는 예측이었지만, 폭주를 예감한 관리국원들의 얼굴이 모두 새하얗게 질렸다

짧은 인생에서 처음 보는, 어쩌면 자연 재해를 압도할지도 모르는 능력 앞에서 얼어버린 관리국원들을 헤치고 마에다가 앞으로 나왔다.


동생들을 구한다며, 이 새끼야!!!”

폭주를 직전에 두고 적인지, 아군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오소마츠의 불꽃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물가를 피하는 고양이마냥 카라마츠 근처엔 다가가지 않는 오소마츠의 하얀 불꽃을 본 마에다가 전력으로 외쳤다

쩌렁쩌렁한 외침이 공장 안에 울리고, 이내 맹렬하게 타오르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평상시의, 붉은 불꽃으로 되돌아온 오소마츠가 마에다와 마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더 강하게 움켜쥔 오소마츠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마에다를 불렀다.


, 저씨…. 녀석들 좀, 불러, ….”

오소마츠의 간절한 부탁에 마에다가 뒤쪽에 서 있던 관리국원들에게 눈짓했다

곧바로 차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두 쌍의 발소리가 퍼졌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혀엉!!!”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붉은 불길도, 불길이 내뿜고 있는 열기도 무시하고 달려든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동생의 손이 닿자마자 사그라진 불꽃에 마에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

 

오소마츠 형의 공격으로 입은 부상에 토고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카라마츠 형은 「관리국」에 옮겨지자마자 약물을 투여 받고 혼수상태(coma)에 빠졌다

「팔콘」 안에서도 센티넬 등급이 높았던 카라마츠 형을 제어하기 위해 토고는 다른 센티넬보다 더 많은 약을 카라마츠 형에게 사용했고, 그만큼 카라마츠 형이 견뎌야 할 금단증상도 심했다

혼수상태에 빠져서도 카라마츠 형은 이따금 몸을 비틀며 온몸을 덮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쥬시마츠 형보다 훨씬 심한 아픔을 느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게 식어버린 카라마츠 형의 손을 꽉 잡아주는 일뿐이었다.

 

 

센티넬은 등급이 높을수록 기초적인 신체능력도 크게 향상된다

A급인 카라마츠 형의 금단증상은 단 일주일만에 안정되었다

일정한 주기로 울리는 바이털 사인에, 정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회복력을 가졌다고 새삼 놀랐다

B급으로 판명된 쥬시마츠 형은 안정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아직도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는 카라마츠 형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형은, 아직도 우리를 원망하고 있을까

증오하고 있을까


토토코의 설명을 들으면서 겨우 실감할 수 있었다

정신계 능력자의 무서움이란 녀석을…. 


등급이 높을수록 세뇌의 강도도 강해지며 무슨 짓을 해도 절대 풀 수 없다

세뇌를 한 능력자가 죽더라도…. 


토고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카라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 형에게 남겨진 세뇌는 머리에 붙은 껌딱지처럼 단단히 달라붙어 털어낼 수 없다

마치 유리 같은 눈으로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나를 향해 공격을 날리던 카라마츠 형을 떠올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으로 피가 이어진 형제에게 공포를 느꼈다.


이치마츠 형이 날 재빨리 끌어당겨주지 않았다면, 분명 나는 카라마츠 형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 순간, 카라마츠 형은 더 이상 내가 아는 카라마츠 형이 아니라고…,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과 함께 깨달았다

우리가 떨어진 10이라는 세월은 나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였던 카라마츠 형을 죽여버렸다

오소마츠 형은 반드시 카라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 형을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무슨 방법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오소마츠 형이 자주 「관리국」의 국장과 만나는 이유가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일까


카라마츠 형이 돌아오길 바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밉다

이제 곧 「팔콘」에 대한 취조와 재판도 시작되는데…. 

카라마츠 형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카라마츠 형의 손을 쓰다듬고, “또 올게.” 하고 귓가에 속삭였다

혼수상태여도 내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닿기를 바라면서 카라마츠 형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왔다.

 

 

 

토도마츠.”

병실을 나와 복도에 서자 이치마츠 형의 지친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걸음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이치마츠 형을 기다렸다

터덜터덜 신발을 질질 끌며 힘없는 걸음걸이로 다가온 이치마츠 형이 옅은 미소와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쥬시마츠 형은?”

여전히 안정 상태 유지 중…. 조만간 깨울 거라는데….”

그래…. 카라마츠 형도 곧 깨울 거래.”

그래….”

이치마츠 형이 작게 대답하며 눈을 돌렸다

초점을 잃은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겁쟁이인 나는 이치마츠 형에게 분명 괜찮을 거야.” 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조용히 이치마츠 형의 옷자락을 잡았다

「팔콘」에 대한 취조는 카라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을 깨워서 진행된다

마약의 금단증상이 사라지고 안정된 상태에 놓인 둘을 혼수상태에서 다시 빼내어 조사 한다고, 토토코가 설명했다

과연 세뇌된 두 사람이 순순히 조사에 응할지 걱정 밖에 없다

이치마츠 형은 고개를 기울여 자신의 옷을 잡은 나를 나직이 부르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관리국」 시설 내에 있는 병원에서 나와 오소마츠 형의 방으로 향했다

하얀 문 앞에 서서 노크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세게 문을 열자, 역시나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이치마츠 형과 마주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다시 방을 나와 복도로 발을 내디딘 순간, 태평한 목소리가 우리를 불렀다.


~! 이치마츠, 토도마츠!”

““오소마츠 형!!””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눈썹을 치켜세우고 쿵쿵 발을 울리며 다가갔다

땀에 흥건히 젖은 후드에 거친 숨소리, 그리고 탁해진 눈동자에 이를 갈며 오소마츠 형의 손을 잡았다.


대체 왜 아직도 훈련을 하는 거야?! 이제 필요 없잖아!!”

손을 꽉 잡고 가이딩하며 쏘아붙이자 오소마츠 형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이치마츠 형도 오소마츠 형의 남은 손을 붙잡고 조용히 오소마츠 형을 노려보았다

카라마츠 형을 붙잡았는데도, 오소마츠 형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매번 훈련에서 돌아올 때마다 힘들어하면서, 한계에 가까이 정신을 몰아붙이는 오소마츠 형을 이해할 수 없다

오소마츠 형은 맞잡은 손에 힘을 주고 우리를 보며 상냥한 미소를 띄웠다.


그것보다 쵸로마츠는?”

아직 완전히 건강해지지 않았대. 영양부족으로 몸이 많이 망가져 있나 봐.”

그래….”

명백하게 말을 돌리려는 오소마츠 형의 질문에 재빨리 대답하고 다시 대화의 궤도를 돌렸다.


그래서!! 왜 아직도 훈련 하는 거냐고!! 이렇게 정신을 깎아먹는 고된 훈련을!!”

다른 이가 보았다면 멀쩡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숨기고 있지만,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얼마나 한계에 가까워져 있는지를


매번 훈련을 갔다 오면 비참할 정도로 처참해진 정신을 이끌고 돌아오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우리가 얼마나 발을 굴리는지, 뻔히 알면서도 오소마츠 형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필요해…. 필요한 훈련이야….”

오소마츠 형은 한층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애처롭게 웃었다.

 

….

우리가 몇 년이나 봤던 미소가 있었다.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을 때의 미소가.

 

 

 

 

 

 

5.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멍청한 위원회 자식들!!”

손에 쥔 종이를 사정없이 구긴 국장님이 거칠게 종이를 던졌다

한숨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종이 뭉치를 주워 찢어지지 않게 천천히 펼쳤다.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 공고>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에서 새로 발명한 해독제의 사용을 금지함

임상 실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날뿐더러

당사자의 의지를 무시하고 강제 투여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임

따라서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는 해독제의 강제 투여를 금지함.


 

공고를 다 읽자, !! 하는 소리와 함께 국장님의 주먹이 단단한 책상에 박혔다.


세뇌된 녀석들을 해독제없이 어떻게 조사하라는 거야!? 게다가 아직 녀석들의 세뇌도 완전히 풀린 게 아니야! ‘해독제를 써야 손을 써볼 것 아냐!!”

국장님의 외침에 다른 국원들 모두 몸을 움츠렸다

, , 한참을 숨을 몰아 쉬며 분노하던 국장님은 깊은 한숨과 함께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요와이 양.”

.”

해독제 진행 상황은?”

“…후보 물질 중, 유효 효과를 보이는 물질은 이미 결정되었고, 투여 후 경과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래. 그럼, 일단 재판은 이대로 속행한다.”

국장님은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흐트러진 서류를 모아 정리한 후, 방에 모여있는 국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해독제 사용은 미루고,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최대한 모아봐. 「팔콘」 때문에 생긴 피해가 얼마나 큰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반드시 누군가가 이 책임을 져야 한다. 범죄 당시 세뇌되어 있었다고 해도.”

국장님의 단호한 말에 국원들 모두 반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와이 양?”

“…. 저도 이견 없습니다.”

나직이 나를 부르는 국장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국장님은 이 방에 모인 전부가 만장일치로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피우며 그럼 진행하지.” 하고 말하며 각자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방 안에 울리는 국장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였다.

 

멋쩍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버릇을 가진 소중한 소꿉친구와 그의…, 화목한 가족.

 

 

 

 

 

 

6.

 

딱딱한 침대에 앉아 창 밖에 비치는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범죄자에게 사형을!! 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치켜 들고 「관리국」 앞에서 시위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울부짖었다

대체 누가 죽어버린 자기 아들의 목숨을 책임져줄 거냐, 외치는 유족의 맞은편에 또 다른 무리가 섰다

평등한 인권!! 이라고 쓰여진 팻말의 한 귀퉁이에는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라고 쓰여져 있었다


범죄자의 사형과 책임을 요구하는 유족들과, 세뇌로 자기 의지가 아니었다며 감형을 주장하는 「인권 위원회」

울부짖음과 비명이 만나 이명을 만들고 뇌를 붙잡아 뒤흔들었다.

 

저 앞으로 나가 당신들의 자식을 죽인 것은 내 동생이다!, 하고 고백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해선 안될 상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괴로움에 웃음만 나왔다.

 

 

 

 

 

 

7.

 

강화 유리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은 오소마츠가 건너편의 동생에게 미소를 보냈다.


여어~, 너네 때문에 엄~청 큰일 난 거 알아?”

“…또 왔나.”

장난스럽게 말을 내던지는 오소마츠와 달리 손과 발을 구속당해 푸른 줄무늬의 죄수복을 입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차갑게 응시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반응에 아무런 관심 없다는 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재판 시작인데, 뭐 할말 없어? 나는 억울해요~, 라던가.”

“….”

횽아가 말을 걸면 조금은 반응해라~. 횽아 쓸쓸하다고~?”

“…구역질이 치솟으니 그 빌어먹을 상판 치워라.”

에이~, 같은 얼굴인데?”

“…꺼져.”

시른뎅~”

오소마츠는 생글생글 웃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혀를 메롱~’ 하고 내밀었다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해온 형제를 대하듯 장난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의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

아예 오소마츠에게 눈을 돌린 카라마츠가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는 간수를 응시했다

쵸로마츠를 비롯한 「팔콘」의 대부분을 잡아들였던 S급 센티넬이 무미건조한 눈길로 카라마츠를 마주보았다

싸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의 차이에 카라마츠가 낮게 혀를 차고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이~, 카라마츠~? 무시하기야~?”

“….”

어이~, 어이~~.”

“….”

, 맘대로 해. 나도 맘대로 떠들 테니까.”

“….”

쥬시마츠 말인데, 너처럼 무사히 깨어났어. 금단증상도 안정되었고.”

“….”

쵸로마츠는 아직 덜 나았지만, 그래도 약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몸 상태는 벗어났어. 제법 밥도 먹고 운동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

이치마츠랑 토도마츠는 매일 쥬시마츠랑 쵸로마츠한테 가나 봐. 근데 그 녀석들도 너처럼 고집불통이라~, 이치마츠랑 토도마츠 말을 전~~혀 안 듣는다고 하더라. 나 참, 횽아 곤란해~?”

“….”

특히 이치마츠는 파트너였으니까 더 힘든 것 같지만…. 그래도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맡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실은 토도마츠가 너를 보게 해달라고 했는데 말이야~. 너는 진짜 최고 고집불통에 멍청이니까…. 아직은 안 된다고 말해놨어. 대신 쵸로마츠를 부탁한다고.”

“….”

쵸로마츠도 그렇게 바보일 줄은 몰랐어. 나랑 항상 같이 다녔을 땐 안 그랬는데 말이지~”

“….”

, 치비타 말이야. 우동집 열었어. 하이브리드 우동? 암튼, 뭐 그런 이상한 가게를 다 차렸더라고. 이야미는 뭐하고 사는진 모르겠지만 가끔 공원에서 마주쳤었고. 하타보는, 들어봐?”

“….”

무려! 대기업 사장님이 되었다니깐?! 이 「관리국」의 후원도 하고 있대!! 완전 대박이지!? 맨날 우리 뒤만 쫓아다니던 어린애가 말이야~. 참 세월 빨라?”

“….”

“…카라마츠, 아직도 나 무시할 거야?”

“….”

나 무시 안 하면 부탁 하나 들어줄게~. 횽아 서비스! 뭐든 말만 해주세요!!”

“….”

어이~?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없다고오~?”

줄곧 장난기가 묻어 나오던 오소마츠의 말투에 일순 간절함이 서렸다. 카라마츠는 무표정한 얼굴을 돌려 오소마츠를 똑바로 응시하고 입을 떼었다.

“…죽여줬으면 좋겠군.

“….”

똑똑히 내뱉는 냉혹한 대답에 오소마츠가 미소를 지우고 숨을 멈췄다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슬프게 눈썹을 늘어뜨린 오소마츠가 헤실거리며 가슴을 붙잡았다.


그건, 못 들어줘. 미안, 카라마츠.”

“….”

내가, 두 눈 뜨고 있는 한…,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너를 내 곁에 둘 거야.

교만이군.”

“…그럴지도.”

오소마츠는 마지막 대답을 마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강화 유리 너머 간수(S급 센티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간수가 카라마츠를 끌고 면회실을 나섰다

사람 하나를 간단히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철창 안에 갇힌 카라마츠를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눈에 깊은 절망이 일렁이는 것을 카라마츠는 몰랐다.

 

 

 

그 후로 한 달, 오소마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카라마츠를 찾았다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떠들고 카라마츠가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죽여달라.” 고 말하는 날이 이어졌다

매일 내일 또 올게.” 하고 인사하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매몰찬 경멸과 함께 저주를 퍼부었다


뒈져버려”, 

다시는 나타나지 마.”, 

쓰레기 새끼.” 하고 차갑게 내뱉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는 항상 잔잔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카라마츠, 네가 기뻐할 소식이 있어.”

“….”



내일이면 넌 자유야, 카라마츠.



?”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소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매일 어린 시절과 변하지 않는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카라마츠를 대했던 오소마츠가 오늘만큼은 힘이 없었다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흔들리는 마지막 낙엽처럼 흔들리는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조용히 응시한 오소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카라마츠의 모습 전부를 눈에 단단히 새기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카라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뭐라 말 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내일이면 자유라니, 무슨 뜻이야.”

“…동생들을 부탁해.”

드륵- 하고 의자를 밀고 일어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보며 웃었다

간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오소마츠가 면회실을 떠났다. 카라마츠보다 먼저 떠났다

카라마츠는 더욱 더 진해진 위화감에 눈썹을 찌푸렸다.


항상 먼저 떠나는 건 카라마츠였다

면회실을 나가며 눈만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보면 오소마츠는 항상 입가에 미소를 피우고 카라마츠를 배웅했다

카라마츠가 철창 안에 들어갈 때까지, - 카라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왜 그 믿음에 한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는지, 뒤늦게 후회할 것을 모르는 카라마츠는 그렇게 오소마츠를 보냈다.

 

 

 

 

 

 

8.

 

관리국 보고서 #6


<Red rose의 해독제 개발 중간 보고>

- 해독제 개발을 위해 새로 ■■■ 박사를 영입. 인수인계를 완료함.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과 146, 235, 606번 ■■ 실험 개시.

- 후보 물질 중 ■■■번이 효과를 보임.

- ■■■ 박사의 연구로 안정성 확립 성공.

- 반복된 후보 물질의 투여로 ■■■■의 신체 변화 확인.

- 이후 결과를 토대로 replication 반복 중.








*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8화 완결이니까요ㅎㅎ


* 오늘 또 열심히 쓰면 월요일 전에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ㅎㅎ


* 어제, 오늘 서코였던 모양입니다만,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저에겐 꿈같은 이야기네요...ㅠㅠ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성년분들을 위한 단편 들고 왔습니다.


* 마피아마츠가 올라오는 주는 단편을 꼭 하나씩 올리려고 합니다ㅎㅎ


* 카라마츠가 약간? 싸이코패스. 동생들은 카라마츠에게 마구 휘둘리고 있습니다.


* 카라오소가 이미 공인된 연인사이입니다ㅎ


* 공미포 8,748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이런 타입도 있군요….

TV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이어 여성 리포터가 발랄한 목소리로 그래서~ 길거리의 여성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하고 외쳤다

화면이 깜빡이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을 불러 세우는 리포터의 목소리가 울렸다.


「에~, 뭔가~. 나만을 봐주는 느낌?

「나만 사랑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 받는 느낌.

「좀 멋있다고 생각해요.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는 여성들의 말을 듣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낮게 혀를 찼다.


「네! 인터뷰 결과, 여성들은 대체로 속박계 남친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도 갖고 싶네요~ 속박계 남친!!

아나운서의 철없는 마무리로 인터뷰 영상은 끝이 나고 카메라는 스튜디오로 돌아갔다

TV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 그리고 TV를 보고 있진 않지만 거실 구석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속박계 남친이라는 것이 그렇게 귀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터뷰에 응했던 여성들이 실제로 속박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신들이 겪는 실상은 절대 귀엽거나 깜찍한 수준이 아니었다.

 

 

~? 너네 다 모여서 뭐해?”

하늘색 잠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거실에 들어온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모두의 가슴이 뛰었다

크게 어깨를 움찔거리는 동생들을 의아하단 눈길로 응시한 오소마츠가 으쓱하더니 통통- 발소리를 울리며 쵸로마츠에게 다가갔다.


쵸로마츠~ 오늘 안 나가면 횽아랑 놀아줘~~”

이제 나갈 거야.”

에에~?!”

그럼 오소마츠 형도 같이 헬로워ㅋ…”

토도마츠! 너는?”

난 오늘 약속 있어~”

횽아도 데려가!”

싫어.”

뭐야아아~ 드라이 몬스터어~~!! 그럼 이치마츠!”

쓰레기가 둘이 돼서 뭐하게.”

에에…. 쥬시마츠는?”

야구~!?”

, 관두자.”

쵸로마츠의 말을 끊고 주변을 빙 둘러보며 동생들 전원에게 말을 건 오소마츠가 볼을 퉁퉁 부풀렸다

쵸로마츠는 구인잡지에,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처박았다

이치마츠는 아예 고개를 푹 숙이고 쭈그려있고, 쥬시마츠는 시선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없다

오소마츠는 그 누구도 상대를 해주지 않는 것에 인상을 찌푸리고 발을 동동 굴렀다.


~ ~~! 횽아랑 놀아 달라고오오~!”

거실 바닥에 엎드려 떼쓰는 아이처럼 발을 굴리는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가 힐끗 시선을 주었다

잠버릇이 심해 엉망으로 솟아난 머리카락 아래 늘어나고 헐렁해진 옷깃 사이로 붉은 흔적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꼭 제 존재를 과시하듯 드러난 붉은 자국에 쵸로마츠가 남몰래 한숨을 쉬며 다시 구인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교제하고 있다고 공개 선언을 한 이후로, 마츠노가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몇 가지 생겨났다.

 

 

 

 

 

 

2.

 

강둑을 걸어가는 발걸음은 유쾌했다

오랜만에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른 쥬시마츠는 땀과 흙먼지가 묻은 옷을 대충 털고 콧노래를 불렀다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는 해님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쥬시마츠는 가장 좋아하는 제일 첫 번째의 형의 색이 된 하늘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더없이 즐거운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쥬시마츠가 강둑을 막 벗어난 참이었다.


!”

저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에 쥬시마츠의 얼굴이 밝은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빨간 후드를 입고 후드 앞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걸어 다니는 사람은 쥬시마츠의 기억에 오직 한 사람에 뿐이었다

파닥파닥- 발소리를 울리며 쥬시마츠가 전속력으로 빨간 후드를 향해 뛰었다.


 

오소마츠 형아아아~!!!”

우왁!!”

전속력으로 뛰어 멀리뛰기 하듯 지면을 박차 빨간 후드에 매달리자, 오소마츠가 휘청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으로 늘어난 무게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간신히 중심을 잡은 오소마츠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쥬시마츠!”

아이아이!!”

오소마츠의 부름이 마냥 기쁜 쥬시마츠가 선생님에게 불린 것처럼 한 팔을 번쩍 들고 쾌활하게 답했다

티끌 하나 묻어 나오지 않는 쥬시마츠의 순수한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헛웃음을 흘리고 쥬시마츠의 엉덩이에 팔을 감았다

자신의 등에 매달린 쥬시마츠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선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오늘도 야구 했어?”

!! 오늘도 방망이 15,000번 휘둘렀슴다!!”

만오천…, . 잘했네!”

아이!!”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가며 묻는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기쁘게 대답했다

쥬시마츠의 함박웃음을 따라 오소마츠도 다정한 미소를 흘렸다

오소마츠에게 매달려 형의 체온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기분이 한껏 들뜬 쥬시마츠가 즐겁게 다리를 흔들었다

오소마츠에게 넘어지니까 그만하라는 충고를 들어도 오소마츠의 심장 박동을 이렇게 가까이서 느끼는 것이 기뻤다

씩씩하게 대답한 쥬시마츠가 문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오소마츠의 후드 앞주머니가 묘하게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여, 쥬시마츠가 눈을 깜빡이며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 형아, 파칭코?”

~? , 파칭코 갔다 왔지~”

그럼 이건?”

혹시나 떨어질 새라 오소마츠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푼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후드 앞주머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는 제 주머니를 향해 다가가는 쥬시마츠의 손에 오왓!”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다급히 몸을 기울였다.


쥬시마츠, 스테이!”

아이!”

급히 외친 오소마츠의 명령에 쥬시마츠가 손을 멈췄다

~” 하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쥬시마츠가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오소마츠의 앞주머니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오소마츠 형아, 파칭코 경찰!? 파칭코 경찰 출동임까!?”

쥬시마츠~? 오늘 파칭코 경찰은 쉬는 날입니다.”

~? 그럼 이건 뭠까아~?”

아무것도 아니, !! -”

다시 앞주머니를 향해 나아가는 쥬시마츠의 손가락을 피하기 위해 오소마츠가 몸을 흔들며 괴성을 내질렀다

쥬시마츠의 손을 피하려 해도 자신의 등에 매달려 있는 쥬시마츠를 피할 수는 없었다

쥬시마츠는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의 앞주머니를 꾹- 눌렀다. 그러자 바삭- 하고 종이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 종이다! 파칭코 경찰!?”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이건 그러니까~ ~….”

오소마츠 형아~?”

쥬시마츠.”

아이!”

쥬시마츠, 실은 이거 일급 비밀 문서야.”

비밀~?”

. 그러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호오~.”

말하면 안 돼?!”

호오~?”

알아들은 거지?!”

오소마츠의 외침에 소매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쥬시마츠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 차, 고양이처럼 동공이 커다래졌다.

오소마츠는 순순히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쥬시마츠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니까….”

~~마아~~?”

히끅- 하고 쥬시마츠가 숨을 삼켰다

오소마츠는 뒤에서 들려온 차남의 목소리를 따라 쥬시마츠를 매단 채, 몸을 돌렸다

마츠요의 심부름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지 카라마츠의 양손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 카라마츠~. 심부름?”

쥬시마츠, 좀 도와주지 않겠나?”

오소마츠의 가벼운 질문을 무시하고 카라마츠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내밀었다

쥬시마츠는 항상 헤- 벌리고 있던 입을 굳게 닫고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소마츠에게서 내려왔다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건네 받자, “고맙다, 브라더-” 하고 카라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였지만, 은연이 느껴지는 위화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고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를 응시했다

입을 꾹 다물고 카라마츠의 시선을 회피하는 쥬시마츠의 어깨에 카라마츠가 툭- 손을 올렸다

고개를 든 쥬시마츠에게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보낸 카라마츠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오소마츠의 옆에 섰다.


, 돌아가자! 마이 허니-”

오우…?”

카라마츠는 조금 전까지 쥬시마츠가 매달려 있던 오소마츠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고 오소마츠와 함께 집을 향해 걸었다.


, 쥬시마츠.”

아이!!”

갑자기 우뚝 걸음을 멈춘 카라마츠의 부름에 쥬시마츠가 몸을 떨며 서둘러 답했다. 싱긋- 미소를 담아 카라마츠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잊으면 안되겠지~?”

“우, 응!”

쥬시마츠는 억지로 밝은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쥬시마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카라마츠는 생글생글 의 얼굴로 돌아가 그래! 굿 보이다!! 쥬시마츠!” 하고 쥬시마츠를 칭찬했다.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응시하며 쥬시마츠가 이마에 가득 찬 식은땀을 닦아냈다

또 잊어먹고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약하게 비난하며 말없이 두 형을 뒤따랐다

카라마츠의 충고를 되새기며 두 번 다시 실수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더는 오소마츠의 체온을 가까이서 느낄 수 없는 현실에 풀이 죽고 말았다.

 

 

마츠노가 규칙 1. 함부로 오소마츠를 만지지 않는다.

 

 

 

 

 

 

3.

 

몸이 안 좋아 나갈 수 없다, 는 라인을 본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짜증 섞인 한숨을 연거푸 내뱉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토도마츠가 힘없이 거리를 빠져 나왔다

기대하고 있던 만큼 실망도 큰 법. 토도마츠는 잔뜩 심통 난 얼굴로 투덜거리며 집을 향해 걸었다.

 

 

마을의 유일한 영화관 앞을 지난 순간, 토도마츠는 시선을 잡아 끄는 포스터에 걸음을 멈췄다

얼마 전 TV에서 선전하던 영화의 포스터였다

최신 리메이크작으로 원작을 너무나 감명 깊게 봤던 토도마츠로서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들어 있는 영화였다.


오소마츠 형이랑 같이 보면 좋겠는데….’

포스터와 함께 영화관 벽면에 붙은 평면 TV에 흐르는 티져 영상을 보며 토도마츠가 중얼거렸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육둥이지만, 묘하게도 토도마츠와 오소마츠는 영화 취향이 비슷했다

쵸로마츠는 아이돌 영화, 이치마츠는 고양이가 나오면 뭐든 OK, 쥬시마츠는 미스터리를 좋아했다

그렇게 취향이 확고한 육둥이 사이에서 오소마츠는 놀랍게도 토도마츠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야동이 아닌 영화엔 관심도 없고, 액션 영화만 좋아할 것 같은 초딩 멘탈 오소마츠가 토도마츠가 추천한 영화만큼은 마음에 들어 했다

다른 형제들의 반응이 미묘한 영화도 오소마츠만큼은 토도마츠와 의견을 같이했다

분명 이 영화도 오소마츠라면 좋아해 줄 것이란 생각을 하며 토도마츠가 팜플렛을 챙겼다.

 


팜플렛을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읽어 내려가는 토도마츠의 앞에 익숙한 발소리가 멈췄다.


톳티-”

그 호칭 그만 두라고 했지!!”

배시시- 웃으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은 오소마츠가 멋쩍게 코 밑을 문질렀다.


어디 가는 중? 횽아도 데려가~. 횽아 심심해 죽을 것 같다고~”

싫거든?!”

? 그거 보려고? 그럼 같이 보쟝~!”

입을 삐죽 내밀고 심심하다 노래를 부르던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손에 들린 팜플렛을 보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토도마츠는 바로 그래!” 하고 대답하려던 입을 서둘러 닫았다

무의식중에 나오려 했던 대답을 꾹- - 눌러 내린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고 정색했다.


누구시죠?”

에엑!? 지금까지 말해놓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에에에에!?”

토도마츠는 -” 하고 콧방귀를 치고 오소마츠를 스쳐 지나갔다

털썩- 하고 오소마츠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려는 발을 억지로 앞으로 내디디었다.


젠장….’

토도마츠는 집을 향해 걸으며 작게 욕을 중얼거렸다.

 

 

토도마츠가 집에 도착하고 몇 시간 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왔다

카라마츠와 함께 돌아온 오소마츠가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토도마츠를 보며 오만한 미소를 피우고 다가왔다.


후후후-, 톳티-. 아까 네가 보고 싶어했던 영화 카라마츠랑 같이 봤지롱~!!”

!?”

마음껏 스포일러 해주지!!”

그만 둬!?”

영화의 중대한 떡밥을 말해주려는 오소마츠의 입을 토도마츠가 서둘러 막았다

우구우구- 하고 입을 움직이는 오소마츠의 말은 토도마츠의 손에 뭉개졌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오소마츠의 스포일러를 막는 사이에 저녁상이 차려졌다.


그래서~”

말하지 말라니깐!!”

캬악!!’ 하고 고양이가 위협하듯 오소마츠를 노려본 토도마츠가 반찬을 집에 입에 옮겼다

토도마츠를 충분히 놀렸는지 오소마츠도 만족한 얼굴로 식사를 이어갔다.

분명 맛있는 반찬인데도 전혀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 젓가락을 씹으며 눈을 든 토도마츠의 시야에 오늘도 붙어 앉아있는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보였다

방금 보고 온 영화 이야기라도 하는지, 둘이서 쿡쿡 거리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토도마츠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나도 오소마츠 형이랑 보고 싶었다고….’

축 어깨를 늘어뜨리고 한숨을 내쉬는 토도마츠가 작게 한탄했다.

 

 

 

마츠노가 규칙 2. 오소마츠와 외출하지 않는다.

 

 

 

 

 

 

4.

 

뜨끈뜨끈한 햇볕에 이치마츠가 가늘게 눈을 떴다

이치마츠의 무릎에 앉아있는 하얀 고양이도 햇빛을 쬐며 기분 좋게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줄곧 흐렸던 날씨가 완전히 걷히고 찾아온 따뜻한 봄날을 마음껏 만끽하는 이치마츠가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눈을 떴다.


어머, 백수 4호뿐이니? 1호는?”

스륵- 문을 열고 나타난 마츠요가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갔어.” 하고 대답했다

이치마츠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마츠요는 콧바람을 내쉬며 눈썹을 찡그리곤 이치마츠에게 단호히 말했다.


그럼 이따 1호 들어오면 쓰레기 좀 버리라고 하렴. 엄마는 파트 타임 다녀올게.”

, 아니…. 그건 엄마가….”

다녀올게~”

이치마츠가 당황하며 도움을 바라는 손은 매정하게 무시한 마츠요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어쩌지….”

앞일을 예감한 이치마츠가 머리를 붙잡고 난감한 한숨을 내쉬는 이유를 모르는 고양이는 그저 냐옹~” 하고 울었다.

 

 

마츠요가 집을 나가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귀를 쫑긋 세운 이치마츠가 곧 터덜터덜 계단을 올라오는 두 쌍의 발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집에 남아있었던 탓에 맡아버린 귀찮은 일을 대신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바랐지만, 미닫이 문을 열고 나타난 인물에 이치마츠의 근심을 더욱 깊어졌다.


다녀왔어~ 이치마츄~~”

어서 와, 오소마츠 형.”

“I’m home! 다녀왔다, 브라더-”

지금 당장 문 닫고 나가. 개똥마츠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인사를 마친 오소마츠는 눈썹을 늘어뜨린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킬킬 웃으며 소파에 가 엉덩이를 내렸다

털썩- 하고 힘껏 앉아 먼지를 내뿜는 소파를 노려본 이치마츠가 한숨을 내쉬고 내키지 않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불렀다.


저기, 오소마츠 ㅎ…”

오소마츠.”

?”

이치마츠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가죽 재킷을 벗고 육둥이 맞춤 푸른 후드로 갈아입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과장된 몸짓으로 다리를 꼬고 소파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기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이번에 ㅇㅇ역 근처에 새로 테마 파크가 생겼다는 소식 들었나? (zoo)도 붙어있다더군.”

헤에~ 처음 들었어!”

가보지 않겠나?”

~ 근데 이게 없잖아.”

오소마츠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흔들었다

오소마츠의 손짓에 카라마츠도 쓴웃음을 짓고 그럼….” 하고 머리를 굴리더니 눈을 빛내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알바 할까!”

에이~, 이거지!”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저으며 손을 가볍게 오므려 돌렸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며 짧은 웃음을 흘리고 못 말리는 형님이다!” 하고 외쳤다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를 따라 빙글 웃으며 너도 마찬가지!” 하며 코 밑을 문질렀다.


하아~ 짜증….’

한심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치마츠가 양반다리를 흔들었다

슬슬 짜증이 치솟는 기분에 맞춰 씰룩씰룩 눈썹이 움찔거렸다

이치마츠가 내뿜는 불온한 기운을 감지한 고양이가 서둘러 이치마츠의 무릎에서 내려와 창문가로 이동했다

달달달- 이치마츠가 흔들리는 다리 속도가 빨라졌다

한계점 가까이 치솟은 짜증에 이치마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형님, 그래서…”

카라마츠, 잠깐 스톱. 이치마츠~ 나한테 할 말 있어?”

…, .”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하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인 오소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입을 떼었다.


엄마가, 쓰레기 버리래. 오소마츠 형 오늘 당번이지?”

, 맞다!! 잊고 있었네…. 땡큐! 이치마츠~! 안 버렸으면 분명 마츠요 여사가 나만 밥 안 줬을 거야….”

.”

!, 하고 주먹을 내리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인사하며 몸을 일으켰다

2층 방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의 비닐을 벗겨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오소마츠의 뒤를 카라마츠가 따랐다.


오소마츠, 나도 돕겠다.”

진짜!? 카라마츠 최고!”

층계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이치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를 따라 2층 방을 나가던 카라마츠의 시선이 잠시 이치마츠에게 머문 것을 이치마츠도 알고 있었다

-, 하고 혀를 찬 이치마츠가 작게 망할 개똥마츠.” 하고 읊조렸다.

 

 

 

마츠노가 규칙 3. 오소마츠에게 (먼저) 말 걸지 않는다.

 

 

 

 

 

 

5.

 

창 밖에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을 응시하며 쵸로마츠가 따끈한 찻잔을 들어 감쌌다

따듯한 봄날이 드디어 찾아왔다고 생각했더니 느닷없는 봄비에 기온은 다시 쌀쌀해졌다

어깨에 두른 담요를 끌어올리고 후룩- 뜨거운 차를 마신 쵸로마츠가 평온한 숨을 내쉬었다.


, ….”

아침부터 좋지 않았던 컨디션은 점심이 지난 지금 더 심해졌다

침을 넘길 때마다 따끔하고 아파오는 목을 감싼 쵸로마츠가 작게 목을 가다듬었다

이런 날은 외출하지 않고 얌전히 집에서 쉬는 것이 제일이다

쵸로마츠는 다시 후루룩- 차를 목으로 넘겼다.


~ 졌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TV를 보던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거실로 들어오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는 집에 쵸로마츠가 남아 있는 것이 여간 기쁜지 침울하던 표정을 싹 지우고 활짝 미소를 피웠다.


쵸로마츠~!”

.”

통통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소마츠가 거실에 들어가자 쵸로마츠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지나 터벅터벅 복도로 나온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불렀다.


쵸로마츠? 어디 가려고?”

. 헬로워크.”

에엑!? 지금 비 오는데?! , 잠깐만!”

오소마츠가 현관에 앉아 신발끈을 조이는 쵸로마츠의 손을 붙잡고 외쳤다

쵸로마츠는 왜?, 하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실실거리던 표정을 지운 오소마츠가 눈썹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집에 있어. 너 지금 상태 안 좋잖아.”

“….”

풀 죽은 오소마츠의 말투에 쵸로마츠가 도로 신발을 벗었다

다시 복도에 오른 쵸로마츠를 본 오소마츠의 입가에 안심한 듯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좋아! 이 횽아가 간호해줄게!!”

필요 없어!”

에에에?! !!”

- 한숨을 쉬며 다시 거실에 들어가 앉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외쳤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상에 턱을 괴고 반짝이는 눈으로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저번에 우리 전원 감기 걸렸을 때 기억 안 나?! 우리 돈 전부 빼가서 파칭코로 날려놓고!”

~? 그랬던 적이 있던가?”

이 망할 장남! 두 번 다시 간병을 맡길까보냣!!”

너무해!!”

쵸로마츠의 성난 외침에 오소마츠가 억울하단 얼굴로 볼을 부풀렸다

그 후로도 간호해 주겠다는 오소마츠와 지지부진한 공방이 이어졌다

하고 부루퉁하니 삐진 얼굴로 오소마츠가 원형 테이블에 상체를 눕혔다

거의 상에 매달리다시피 누운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간호해줄게에~”

단호히 거절한다!”

잘 해준대도오~”

꺼져!”

쵸로마츠를 향해 뻗은 손을 파닥이며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던 오소마츠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오소마츠가 히죽이 웃으며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카라마츠~, 어서 와.”

오소마츠의 인사에 쵸로마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소마츠와 말싸움을 하느라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도,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등 뒤에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불길한 기운에 몸을 떨었다.


? 쵸로마츠?”

카라마츠에게 어서 오라는 인사도 생략한 쵸로마츠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아직 남아있는 감기 기운 때문에 순간 현기증이 일어났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서둘러 거실을 빠져 나왔다

오소마츠는 거실을 거의 뛰쳐나가 복도로 나가는 쵸로마츠를 불렀다

쵸로마츠는 두 눈을 꼭 감고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 ?”

오소마츠, 무슨 일 있었나?”

아니, 쵸로마츠가 감기 기운 있어서 간호하려고….”

그런가. 그럼 괜히 귀찮게 하지 말고 쉬게 놔둬라.”

~, 그럼 횽아 누구랑 놀아?”

오소마~? 너의 하나뿐인 러버-가 돌아왔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가?”

푸핫! 뭐야, 러버-!! 그럼 달링-이 놀아줄 거야?”

아아, 물론이다.”

만세~”

층계로 들어선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대로 거실에 남아 있었다면 일어났을 일을 상상한 쵸로마츠가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 이러다 스트레스로 죽을지도….’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붙잡고 깊은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경박한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계단을 올랐다.

 

 

 

마츠노가 규칙 4. 오소마츠와 단 둘이 있지 않는다. (특히 쵸로마츠)

 

 

 

 

 

 

6.

 

여전히 속박계 남친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 TV를 보며 오소마츠가 포테이토칩을 집어 들었다

~,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남일 이야기하듯 중얼거리는 오소마츠의 말에 동생들은 답답한 가슴을 두세 번 내리쳤다

멍청히 TV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그런 녀석이라고 외칠 용기는 없었다.

 

마츠노가 암묵적 규칙 외에도 카라마츠의 만행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오소마츠 몰래 오소마츠의 스마트폰에 깔린 GPS 앱은 매 시간 오소마츠의 위치를 카라마츠의 스마트폰으로 송신했다

오소마츠가 만나는 모든 지인은 반드시 카라마츠도 알고 있어야 했다

카라마츠의 스마트폰에 오소마츠가 한 번이라도 말을 섞은 모든 마을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오소마츠만 모른다

게다가 암묵적 규칙으로 형제들까지 경계하는 카라마츠는 매일 오소마츠의 목덜미에 소유의 증거를 남겼다

오소마츠는 볼 수 없지만, 타인은 잘 보이는 목 뒤편. 카라마츠는 매일 오소마츠의 목에 붉은 흔적을 만들었다.

 

도를 지나친 카라마츠의 행태에 질린 동생들이 참다 참다 오소마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때가 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죽을 것을 각오하고 다 함께 말하자 오소마츠는 수줍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질렀다.


그거 다,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거잖아?”


별일 아니란 투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동생들은 절망에 휩싸였다.

 

 

 

오소마츠, 시간 있나?”

? . 왜애~?”

오늘 아름다운 비너스가 내게 승리의 미소를 내려주어서 말이지. 저번에 말했던 놀이공원 가보지 않겠나?”

! 좋아좋아! 갈래갈래!!”

쾌활하게 발소리를 울리며 거실에서 사라진 오소마츠의 빈자리를 보며 동생들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길들여진 새는 자신이 새장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모른다.






* 안정의 카라오소였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편입니다. 오소마츠 시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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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잔인하고 선정적, 폭력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편은 잔인한 표현이 많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 조심!


* 공미포 9,016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인글은 포스타입 블로그에 옮겼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주세요)



* 5편입니다!  9편이 완결이니까 절반 이상 왔네요ㅎ


* 19세 미만 구독 불가. 미성년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주의)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공미포 10,704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휴일은 좋네요~, 주말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인글은 포스타입 블로그에 옮겼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주세요)



* 5편입니다!!


* 금요일에 상사에게 깨지고 일주일간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반동으로 폭주했습니다.

  내일은 월요일에 있을 회의자료를 정리해야 하니 오늘 밤새서 폭주할 생각입니다.


* 주의) 잔인하고 고어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공미포 9,175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센티넬의 폭주와 범죄가 문제되었던「관리국」 초창기

범죄를 일으킨 센티넬이 재판에 회부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센티넬의 범죄를 감당하기 위해 「관리국」에 센티넬이 소속되고, 센티넬과 센티넬이 싸우기 시작했다

일반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센티넬의 능력은 「관리국」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센티넬끼리의 충돌은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이 났다

불안정한 센티넬의 특징과 아울러 전투의 흥분은 센티넬의 이성을 끊어버렸고, 아무리 이성적인 자여도 이 된 센티넬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은 없었다

어쩌다 운 좋게 범죄자 센티넬을 붙잡았다고 해도, 그들을 제어할 수단은 없었다

「팔콘」처럼 조직원들을 세뇌하는 범죄 조직원은 잡아도 순순히 죄를 자백하지 않았고, 오랜 각성제를 사용한 그들의 흉포성과 폭주 잠재성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결국 잡힌 센티넬에게 내릴 수 있는 수단은 사살뿐이었다

잔인한 수단 하나로 센티넬에 대항하는 「관리국」의 실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바로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였다

그들은 센티넬과 가이드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에 앞장섰다

설사 센티넬이 범죄자라해도 제대로 재판도 받지 못하고 「관리국」 손에 살해당하는 것을 「인권 위원회」는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센티넬을 제대로 통제할 수단이 전무한 현재까지 「관리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관리국」이 출범하고 「인권 위원회」가 세워진 이후로 지금까지 두 기관은 서로 적대적일 수 밖에 없었다.

 

 

 

 

 

 

2.

 

「관리국」 최대의 적, 「팔콘」을 제거하기 위해 쥬시마츠는 매우 귀중한 증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붙잡힌 센티넬들을 사살했던 「관리국」은 이번만 예외를 두기로 했다

오소마츠의 불길에 휩싸여 붙잡힌 쥬시마츠는 그대로 「관리국」에 옮겨졌다.

 

 

-, -

높은 음을 내며 조금 빠르게 요동치는 심박수를 오소마츠가 망연히 바라보았다

「관리국」에 옮겨진 쥬시마츠에겐 오소마츠가 잘 모르는 어떤 약물이 주입되었다

「팔콘」에 속해있던 쥬시마츠가 각성제를 먹어온 것은 저명했다

각성제는 센티넬의 등급을 올려주지만 강한 중독성을 가짐과 동시에 센티넬의 최대 약점인 정신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각성제의 금단증상에 의한 폭주를 우려한 「관리국」은 쥬시마츠에게 새로 개발된 약물을 주입해 강제 코마(coma,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격리된 방 안, 침대에 눕혀진 쥬시마츠에겐 온갖 모니터링 기기가 붙었고, 손과 발엔 수갑이 채워졌다

소매에 감춰져 있던 깡마른 손목에 채워진 은색을 수갑을 오소마츠는 가만히 응시했다.


뇌가 타버릴 수도 있대….”

어느새 오소마츠의 곁에 다가온 이치마츠가 괴로운 얼굴로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코마에 들어가 의식을 잃었다고 해도 금단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쥬시마츠의 심박수는 100대에 머무르고 있었고, 단단히 결박된 손과 발은 끊임없이 잦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팔콘」이 사용하는 각성제는 아직 해독제가 없다. 결국, 고통스러운 금단증상을 쥬시마츠 스스로가 이겨낼 수 밖에 없다

오소마츠는 가는 숨을 내쉬며 이치마츠의 어깨를 토닥였다.


쥬시마츠는, 이겨낼 거야. 쥬시마츠니까….”

좀 더 비관적인 말을 낼 거라 생각했던 이치마츠가 주먹을 굳게 쥐고 말했다

동생의 의연한 발언에 놀란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개를 돌려 제 옆에 선 오소마츠를 바라본 이치마츠가 힘겹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니까, 오소마츠 형도 걱정 하지 마.”

심장이 조일 정도로 아픈, 가슴 시린 미소를 짓는 동생을 오소마츠는 눈물을 삼키고 응시했다

눈물에 젖은 눈이 똑바로 오소마츠를 비췄다

눈물을 삼키고, 숨을 삼키고, 슬픔을 삼킨 오소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당연하지.” 하고 확신을 담아 말하며 이치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쥬시마츠가 잡히고 벌써 며칠째 뜬눈으로 쥬시마츠의 곁을 지킨 이치마츠를 억지로 수면실에 보낸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전과 다르게 부쩍 성장한 쥬시마츠의 얼굴을 오소마츠가 천천히 쓰다듬었다

10년간 떨어져 있어도,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어도 쥬시마츠와 오소마츠는 육둥이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었어도 자신과 똑 닮은 쥬시마츠의 얼굴에 오소마츠가 한탄 섞인 웃음을 흘렸다.


오소마츠 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서 손을 거두고 뒤돌았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며 다가온 토토코가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쥬시마츠 군의 혈액 조사 결과가 나왔어. 「팔콘」이 제조하고 유통하고 있는 각성제는 Red rose라 불리는 마약이야.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고 그만큼 효과도 뛰어난 각성제로…, 아직….”

“…해독제, 없구나?”

“…Red rose는 특히 조합을 알아내기 까다로운 마약이야

「관리국」이 손에 넣기도 힘들고, 게다가 장기 투여시 발생할 효과나 부작용, 신체에 미칠 영향은 완전히 미지수올해 안에 해독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그래.”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울렸다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에 토토코가 마른침을 삼켰다

고개를 숙이고 쥬시마츠를 눈에 담은 오소마츠가 떨리는 숨을 내뱉고 얼굴을 들었다.


일 때문에 온 거지? 가자.”

토토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간 오소마츠가 앞서 걸었다

망설임도 없이 내딛는 발걸음에 토토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두운 복도를 홀로 걸어가는 오소마츠의 뒷모습에선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체념이 실린 오소마츠의 마른 웃음에 토토코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항상 한데 몰려다니며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녔던, 유쾌하고 활발한 여섯 명의 소꿉친구

어딜 가던지 너무나 즐거워 보였던 육둥이를 떠올린 토토코는 자신의 무력함을 곱씹으며 울컥 올라오는 슬픔을 억눌렀다.

 

 

 

 

 

 

3.

 

쥬시마츠가 잡힌 후, 「팔콘」은 더 활발하게 테러를 일으켰다

쥬시마츠가 잡힌 것에 위기를 느낀 것인지, 아니면 이미 계획되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테러가 늘어남에 따라 내 출동 횟수도 늘어났다

시가지, 경찰서, 정부 기관, 병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팔콘」을 쫓는 동안 카라마츠는 나타나지 않았다.

 

 

 

「팔콘」이 일으키는 테러 중에서도 가장 무자비한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였다

센티넬이나 「관리국」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민간인들이 자주 오가는 시가지에 「팔콘」은 수시로 나타났다


오늘도 「관리국」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도시와 도시를 잇는 긴 다리에 「팔콘」이 폭탄을 터뜨리려는 것 같았다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도움이 될만한 센티넬들과 함께 차를 타고 「팔콘」의 표적이 된 다리로 향했다

정말로 아슬아슬한 시간을 두고 정보를 입수한 탓에 다리에는 아직 수 많은 민간인들이 미처 피난하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

다리로 향하는 도로를 경찰이 봉쇄하고 우리는 그 옆을 지켰다

폭탄이 든 트럭의 위치가 확인되자 「관리국」의 센티넬은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민간인이 피신하는 동안 다리를 지키고, 한 팀은 폭탄이 든 트럭을 막으러 나갔다

불을 다루는 내 능력으로 폭탄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했기에 나는 다리를 지키는 팀에 들어갔다

트럭을 목표로 나간 팀이 성공적으로 폭탄을 막는다면 내 임무는 이걸로 끝이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빌어먹은 하늘은 한 번도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앞선 팀이 실패했는지 연락조차 닿지 않는 사이에 맹렬하게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달려드는 트럭이 보였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트럭은 바리케이드도 무너뜨리고 다리로 들어갔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나와 다른 센티넬들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트럭을 보내고 말았다

아직 다리엔 피신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오소마츠 군!!”

초조하게 트럭을 응시하며 달려가려는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치솟는 짜증에 고개를 돌리자 다급한 얼굴의 한 남자가 나를 향해 외쳤다.


나는 염동력을 가지고 있어! 내가 저 트럭을 공중으로 들어올릴 테니까 나를 호위해줘!! 안타깝게도 내 능력을 너무 멀리 있으면 닿지 않아! 그러니까, 저 트럭에 가까이 다가가야 해!!”

남자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나와 마찬가지로 「관리국」에 소속된 자의 증표인 인식표(tag)를 목에 매달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트럭에 부딪쳐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


!!”

내 외침에 남자는 망설이지 않고 조수석에 앉았다

면허는 있지만 차를 실제로 운전해본 경험은 얼마 없었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

초조하게 기억을 더듬어 시동을 걸고 기어를 내렸다

브레이크를 풀자마자 엑셀을 있는 대로 밟자, 새까만 연기를 내뿜으며 엔진이 가동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굉음을 울리며 바퀴가 빠르게 회전했다.

 

 

 

다리 위는 아수라장이었다

겁에 질려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피해 빠르게 달려가는 트럭 뒤를 쫓았다

탄 내를 풍기는 엔진이 제발 버텨주기를 바라며 엑셀을 더 세게 밟자, 트럭과의 사이가 줄어들었다

남자는 덜렁거리는 조수석 문짝을 발로 차 떼내고 몸을 일으켜 트럭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둥실-,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던 트럭이 공중에 떴다

즉각 브레이크를 밟자, 끼이익- 하고 고음이 울렸다

으로 기우는 몸을 어떻게든 다잡고 운전석을 나왔다.

남자도 차에서 내려 온 신경을 트럭에 집중했다

힘겹게 천천히 트럭을 하늘로 들어올리는 남자는 한 눈에 봐도 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한 능력자는 아니었다고, 깨닫자마자 온 신경을 예리하게 세우고 주변을 경계했다


폭탄을 이용한 계획이 눈앞에서 무산되는 꼴을 「팔콘」이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사방을 확인하자 순간 일렁이는 푸른 기운을 느꼈다

총알처럼 날아든 물을 불을 피워 없앴다

공중으로 뜬 트럭의 저편에, 증오를 품은 눈빛 두 쌍이 내게 꽂혔다.


“…카라마츠, 쵸로마츠.”

불러도 닿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미 몇 번이고 체감했다

그래도, 결국 녀석들을 부르고 만다


카라마츠는 이제 나와 말을 섞는 것조차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물과 얼음을 쐈다

내가 아니라 트럭을 들어올리고 있는 남자에게로

재빨리 남자 앞을 가로막고 불꽃을 피웠다

은행에서 보였던 것처럼 카라마츠는 전력으로 나를 공격했다

빗발치는 날카로운 얼음과 총알 같은 물방울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힘을 사용하면 정신도 흐트러진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카라마츠를 공격하지 않고 방어에만 집중하며 힘의 사용을 자제했다

쥬시마츠를 붙잡을 때처럼 여기서 전력을 내면 다리 위에 남아있는 일반인들이 말려든다

아예 거대한 불의 장벽을 세워 카라마츠의 공격을 차단하자 타오르는 불길 저편에서 카라마츠가 혀를 차는 것이 보였다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험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본 쵸로마츠가 품에서 검은 물체를 꺼냈다

철컥- 하고 무거운 쇳소리에 쵸로마츠가 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요동치는 망설임을 짓밟고 작은 불꽃을 던졌다. 쵸로마츠의 손에 적중한 불꽃은 총과 함께 쵸로마츠의 손에 달라붙었다.

!” 하고 낮은 신음을 내뱉은 쵸로마츠의 손에 카라마츠의 물이 재빨리 닿았지만, 쵸로마츠의 손은 이미 끔찍하게 타버린 후였다

완전히 녹아 다리의 아스팔트 바닥에 눌러 붙은 총을 응시하며 숨을 삼켰다


각오는 했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망설이지 말자고. 상처 입히는 한이 있어도 데려오자고.


―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공격하고 싶지 않아….

 

쵸로마츠, 카라마츠…. 제발, 부탁이야. 너희와 싸우고 싶지 않아. 공격하고 싶지 않아…. 제발, 공격을 멈춰…!”

애끓는 마음으로 외쳤다

지금 공격을 멈춘다면, 내게로 돌아온다면 뭐든 할 테니까

무릎을 꿇으라면 꿇고, 돈을 달라면 줄 테니까.


― 죽으라고 한다면…, 죽을 테니까….

 

한심한 내 애원은 녀석들의 귓가에 울린 명령에 먹혀 사라졌다

공격해.” 하고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귀에 꽂힌 무전기에서 냉정한 명령이 내려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갈갈이 찢어버려도 모자를 토고 자식의 목소리였다

전부 거짓말이라고, 토고의 계략이라고 외치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다리 아래에 흐르는 강물을 들어올렸다

해일로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물길이 다리 위로 치솟았다.

 

안돼…. 카라마츠…. 다리 위에는 아직 사람들이!!!

 

카라마츠!!! 그만, 그만 둬!! 쵸로마츠! 카라마츠를 막아!!!”

거대한 물길이 햇빛을 가리고 일어났다

어두워진 다리 위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해 뛰어나갔다.


카라마츠를 막아야 해. 막아야 해….

어떡하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막아야 하는데, 카라마츠가, 카라마츠가….

사람을 죽인다면!!

 

손에 불길을 피워 허벅지를 내리쳤다

살갗을 태우는 고통에 호흡이 멈췄다

타버린 청바지 사이로 보이는 검붉은 살에 자조하며 발을 내디디었다.


이대로, 네가 살인자가 되도록 놔둘 것 같아!?

 


카라마츠를 향해 뛰었다

손에 불꽃을 일으키고 카라마츠를 향해 뛰었다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라마츠만 바라본 것이 화근이 되어 내 걸음은 카라마츠에게 닿기도 전에 멈춰버렸다.


“…크흣!”

카라마츠의 옆에 서 있던 쵸로마츠가 다른 한 자루의 총을 꺼내 드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총알에 꿰뚫려 터져버린 근육은 아무리 강한 의지에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피를 흘리며 주저앉은 내 앞에서 카라마츠는 무표정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카라마츠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거대한 파도가 다리를 덮쳤다.

 

 

 

 

 

 

4.

 

카라마츠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은 무기질의 눈동자에 붉은색이 스쳤다

떠내려가기 직전에 필사적으로 애원하듯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던 은 정신을 잃은 채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폭탄을 실은 트럭도 거센 물길 속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는 무전기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라 쵸로마츠와 함께 다리를 떠났다.

 

 

 

폭탄은 터지지 않았지만, 다리를 덮친 파도에 수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생겨났다

거센 소용돌이에 먹혀 익사하기 직전이었던 오소마츠는 헬기를 타고 서둘러 현장으로 온 또 다른 염동력 능력자에 의해 구출되었다

뒤이어 도착한 「관리국」의 센티넬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구출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5.

 

으아아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뭐야, 이거…. 육둥이의 신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데, 왜 오소마츠 형이 저렇게나 괴롭게 울부짖는지 모르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오소마츠 형이 느끼는 

고통이

슬픔이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져서 심장이 아프다


온몸이 아프다

감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신체까지 영향을 미치는구나…. 


바보처럼 엉망진창으로 눈물을 흘리며 오소마츠 형에게 뛰어갔다

자신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듯이 전신에 불길을 피우고 울부짖는 형에게 달려갔다

불이 피워내는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갔다

오소마츠 형의 불 속으로 뛰어들어 온몸을 떨며 울부짖는 애처로운 몸을 끌어안았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그만, 그만해도 되니까!!”

우리의 손이 닿자마자 꺼져버린 불길 너머로 차갑게 식은 오소마츠 형의 체온이 전해졌다

불의 열기에 바짝 말라버린 땅에 뜨거운 눈물이 떨어져 흙을 적셨다

호흡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괴롭게 흐느끼는 오소마츠 형의 몸을 꽉 안았다

허파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슬픔에 가슴이 조였다

울음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 형의 몸은 시체처럼 점점 더 차가워졌다


싫어, 오소마츠 형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불길한 예감에 초점이 흐려졌다

토도마츠도 오소마츠 형을 응시하며 눈앞에 다가온 불안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으하아아아아, 아흐으으, 으아아아아―

오소마츠 형의 팔을 가슴에 안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불렀다

하지만 울부짖음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 형에게 토도마츠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주변을 채우는 구급차의 사이렌소리도, 술렁이는 사람들의 소리도 닿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은 그대로 울다 죽을 것처럼 꺽꺽거렸다.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

 

오소마츠 형!! 형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마!!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른스럽게 울음소리를 억누를 이성조차 남기지 않고, 오소마츠 형을 껴안은 채 울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면서 오소마츠 형의 얼굴이 겹쳐졌다

오소마츠 형도 부모님의 뒤를 따라 멀리, 저 멀리 가버릴 것 같아서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토도마츠도 참다 참다 결국 나를 따라 멈추지 않는 울음을 터뜨렸다

고통스럽게 흐느끼는 오소마츠 형의 양 옆에 붙어서 슬픔에 잠긴 우리는 한참을 울부짖었다.

 

 

 

“…, 너네, 위험한데 오지 말라니까….”

울음 사이로 오소마츠 형의 갈라진 목소리가 다가왔다

눈물 자국이 남은 엉망이 된 얼굴로 오소마츠 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와 눈을 마주한 오소마츠 형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애잔하게 웃었다

미소를 보여준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다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오소마츠 형….””

.”

애원하듯 부르자, 오소마츠 형이 나직이 대답했다

너무 울어서 갈라지고 내려앉은 목소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훌쩍였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횽아, 카라마츠를…, , 지 못했ㅇ….”

공허한 눈으로 우리를 내려다본 오소마츠 형이 허무한 미소와 함께 말도 끝내지 못하고 가무러쳤다

힘없이 쓰러진 오소마츠 형의 몸은 우리가 아무리 불러 일으켜도 움직이지 않았다.

 

 

 

 

 

 

6.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온갖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육둥이의 리더는 오소마츠 군이었다

천연덕스럽게 배시시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고, 즐겁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오소마츠 군이 좋았다

소리 내어 말한 적은 없어도 오소마츠 군의 웃음은 보는 것은 굉장히 즐거웠다

항상 여섯 명이 붙어 다녔던 그 시절엔, 언제까지고 그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은 오소마츠 군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알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고개를 든 오소마츠 군은 고마워.” 하고 마른 웃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미안, 토토코…. 녀석들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 줘.”

헤실거리며 바보 같은 미소를 띄운 오소마츠 군의 얼굴은 가슴 시릴 정도로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토토코가 가장 좋아했던 오소마츠 군의 그 미소를 이제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겠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고 오소마츠 군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7.

 

언제 잠들어버린 것일까,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녹초가 되어 쓰러진 이치마츠가 눈을 떴다

푹신한 이불의 감촉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 이치마츠가 보이지 않는 형의 모습에 호흡을 멈추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흔들리는 침대 매트에 깬 토도마츠가 얼굴을 찡그리고 눈을 떴다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 형이 없어.” 하고 전하자, 토도마츠의 얼굴이 이치마츠를 따라 사색이 되었다

침대가 있던 의무실을 뛰쳐나와 복도에 서자, 터벅터벅하고 가벼운 발소리가 저편에서 울려 퍼졌다

긴장된 얼굴로 발소리가 난 곳을 응시하는 두 사람 앞에 어두운 복도를 벗어난 붉은 후드가 다가섰다.


, 이치마츠으~ 토도마츠으~”

““오소마츠 형!!””

가볍게 손을 들어 흔드는 오소마츠에게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달려갔다

안도한 얼굴로 오소마츠를 껴안고, 눈 앞에 서있는 것이 오소마츠인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이 오소마츠를 향해 노성을 질렀다.


“…, 벌써 움직이는 거야!!”

! 오소마츠 형은 좀, 얌전히 쉬는 법을 배워!!”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매도하는 두 동생을 본 오소마츠의 입가에서 푸핫-”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두 동생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다정한 미소를 활짝 피운 오소마츠가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목소리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시끄럽게 떠들던 입을 다물었다

말없이 오소마츠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는 동생들을 오소마츠도 꽉- 마주 안았다.

 

 

오소마츠 형, 목에 있는 그건 뭐야?”

한참을 껴안고 나서야 안정된 얼굴로 떨어진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목에 감긴 검은 초커(choker)를 가리켰다

제 목에 단단히 감긴 초커를 매만지며 오소마츠가 별거 아니란 투로 대답했다.


요즘 위험한 곳에 자주 출동하니까, 너네 팔찌처럼 GPS가 내장된 거야.”

….”

오소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가이드에게 내려지는 팔찌처럼, 단순히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라는 오소마츠의 설명을 토도마츠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곧이어 평소와 다름없이 시덥지 않은 말을 툭툭 던지는 오소마츠와 거기에 일일이 태클을 거는 토도마츠를 보는 이치마츠가 살며시 눈썹을 찌푸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소마츠의 목에 감긴 초커를 보자마자 이치마츠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술렁거렸다

, 게임을 깨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힌트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꺼림칙함이 가슴을 감쌌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이치마츠는 이 불길함이 맞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랐다.

 

 

 

 

 

 

8.

 

『○월 ○일 발생한 「팔콘」에 의한 테러로 약 1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습니다「관리국」은 이번 사건의 전말을 속속히 밝혀낼 것을 약속했으며, 테러를 일으킨 「팔콘」에 대한 경계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TV 화면 속,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표정은 지극히 침착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사라졌다.


카라마츠 형이 일으킨 파도에 휩쓸려서, 죽었다.



「관리국」 내에서 카라마츠 형은 이제 완전히 테러리스트로 인식되었다

상냥했던 형이 일반인을 죽이고, 범죄자로 불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분명 카라마츠 형이 잡힌다면 엄중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카라마츠 형을 「팔콘」이라는 범죄자들의 손에서 구해내야 하지만,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

잡혀봤자 카라마츠 형을 기다리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카라마츠 형은 재판을 받고 사람을 죽인 죄를 지은 죄인으로서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


처참한 심정이라는 것이 이것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소망하고 만다

후회를 깃들여서, 차라리…, 우리가 재회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팔콘」의 테러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오소마츠 형의 출동도 늘어났다. 반복되는 테러와 출동 속에서 오소마츠 형은 온 몸을 던져 테러를 막았다

이 이상 카라마츠 형의 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 「팔콘」에 의한 민간인의 피해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오소마츠 형은 출동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훈련에 나갔다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다루기 위해서 훈련을 되풀이했다

얼마나 고된 훈련을 하는지, 훈련에서 돌아온 오소마츠 형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제대로 대화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진 정신을 안고 휘청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훈련에서 돌아온 오소마츠 형을 이치마츠 형과 함께 가이딩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정이 될 정도로, 오소마츠 형은 날이 갈수록 지쳐갔다


몸도, 마음도…. 전부,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지쳐가고 있었다

피폐해지는 오소마츠 형을 보면서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질문을 던졌.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대체, 뭘 잘못한 걸까…?

 

 

 

 

 

 

9.

 

관리국 보고서 #5


<센티넬 각성제 Red rose>

- 붉은 색의 액상 약물

- 센티넬의 오감과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다.

-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장기간 사용시 몸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이다.

- 정신계 능력자의 경우 각성제를 이용해 보다 강한 세뇌를 이룰 수 있다.

- 중독자가 각성제의 섭취를 중단할 경우, 극심한 금단증상이 일어나며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 Red rose의 해독제는 현재 개발 중이다.

 

 

<Red rose해독제 개발 상황>

- Red rose를 중화시킬 수 있는 성분 조사 완료.

- 해독능력을 가진 성분의 조합 실험 중.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의 세포 실험 종료.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의 동물 실험 진행 중.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이 살아있는 동물에게 적용될 경우 효과가 일정하지 않음을 확인.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이 안정적이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추가 연구가 요구됨.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의 폭주는 오늘 밤새어 이어집니다! 어쩌면 다음편이나 다른 단편 하나를 내일 안에 올릴 수 있을 지도 몰라요..ㅎㅎ


* 최근 최애를 굴리는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오소마츠는 앞으로도 열심히 고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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