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입니다. 원래 완결편인 11화에 집어넣으려 했으나, 11화 분량이 워낙 많아져서 따로 빼게 되었네요ㅎ

* 본래 간단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쓰는 도중 폭주하여 20쪽이 되었습니다ㅎㅎㅎㅎㅎㅎ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딩동-‘ 하고 문이 열리며 울리는 차임벨에 토도마츠가 몸을 돌렸다.

 

어서오세요~”

계산대에 서니 익숙한 얼굴이 쑥하고 나타나 씩 웃었다

장난기가 묻어나는 어린아이 같은 미소에 토도마츠의 입꼬리가 따라 올라갔다

다른 손님보다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토도마츠가 물었다.

 

오소마츠형, 무슨 일이야?”

토도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의 미소가 한층 더 밝아졌다

이제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어엿한 성인이건만 미소 띤 얼굴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앳됐다.

 

카페에 커피 마시러 왔지~ 오랜만이야 톳티~”

그리운 별명으로 자신을 부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계산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오소마츠형, 더럽게 귀엽네!!!!’

속으로 발광을 하며 외치고 있는 마음 속의 자신을 간신히 드러내지 않으며 토도마츠가 할 수 없네~” 라며 마실 음료를 물었고, 오소마츠는 메뉴판을 올려다보며 -“ 하고 중얼거렸다

메뉴판에 집중에 살짝 튀어나온 입이 오소마츠의 앳된 얼굴을 더 어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치 어린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로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두 사람에게 다가온 인영에 일순 톳티 얼굴을 했다

메뉴를 올려다보던 오소마츠도 자신들에게 다가온 인영을 눈치채고 손짓하며 말했다.

 

시로씌~ 시로씌~! , 뭐 마실까?”

빵긋 웃으며 묻는 오소마츠의 물음에 계산대 앞으로 다가온 시로마츠가 시큰둥한 얼굴로 메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무거나 먹어.”

에에~~”

저건? 카라멜 마끼아또.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저거 달아?”

엄청 달아.”

그럼 그거!!”

평범하게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에 토도마츠가 구긴 얼굴을 피지 않았다

사람 하나 죽일 듯한 눈빛으로 시로마츠를 노려보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와 눈이 맞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웃었다

오소마츠도 토도마츠에게 마주 웃어준 후, 시로마츠의 팔을 통통 두드렸다. 시로마츠는 작게 한숨 쉰 후, 계산대 앞에 섰다.

 

카라멜 마끼아또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 합계 500엔 입니다.”

“…여기요.”

! 저쪽에서 기다려 주세요.”

돈을 넘기는 순간, 노려보는 토도마츠의 눈빛에 시로마츠가 작게 몸을 움찔였다

역시나-‘ 하는 얼굴로 영수증을 받은 시로마츠가 푹 한숨을 쉰 후, 한발짝 떨어져 있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빠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샷을 뽑는 토도마츠가 분주히 움직이더니 5분도 지나지 않아 먹음직스러운 커피2잔이 나왔다.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고마워~ 톳티~”

! 오소마츠형~♡”

어미에 하트까지 붙여가며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오소마츠에게 웃어주던 토도마츠가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 시로마츠를 노려보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토도마츠의 매서운 눈빛을 외면하고 있던 시로마츠가 몇분이 지나도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대화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가왔다.

 

, 점심 시간 끝난다.”

, 가볍게 오소마츠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시로마츠가 말하자 오소마츠가 !’ 하며 고개를 돌려 시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에 회의였나?”

, 늦으면 안되니까, 이제 출발해야 돼.”

~ 그럼 톳티~ 다음에 또 올게!!”

, 일 열심히 해~”

오냐~~”

토도마츠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의 팔짱을 끼고 카페를 나섰다

카페 입구에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신 시로마츠가 우억!!’ 하며 커피 맛에 질겁하며 얼굴을 구기는 것을 토도마츠가 승리의 미소를 띤 얼굴로 바라보았다.

 

 

 

 

2.

하늘이 가득 붉은 색으로 물들어 은은하게 따스한 빛은 만인에게 비추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소마츠형아의 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쥬시마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쥬시마츠 선생님?”

!! 스트레칭은 끝났슴까아~?”

“““““““!!!””””””””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

쥬시마츠의 큰 외침에 아이들이 강가에 세워져 있던 가방을 메고 제각각 집을 향해 뛰었다

바닥에 널려진 야구 배트나 공을 주어 정리하며 쥬시마츠가 콧노래를 불렀다

친가의 지붕에 올라 카라마츠와 함께 불렀던 육쌍둥이로 태어났네-‘ 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그리 오래된 시절도 아니건만, 쥬시마츠는 가슴을 조여오는 그리움에 쓸쓸한 미소를 얼굴에 피웠다

어느 정도 정리도 끝났겠다. 자신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와중, 강둑에서 쥬시마츠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에 쥬시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 ~ ~ ~ ~ ~ 아아아아아!!!!!

점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쥬시마츠를 오소마츠가 일 났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앞으로 닥쳐올 자신의 운명을 각오하고 눈을 감았다.

 

쿠당!!!’ 하는 소리와 쥬시마츠가 달려온 반동에, 거하게 쥬시마츠를 껴안은 채 넘어진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아파라~” 라고 외쳤다

오소마츠의 등에 팔을 두르고,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쥬시마츠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소마츠 형아다!!!!!”

, 쥬시마츠. 귓가에서 그렇게 큰 목소리로 외치지 말아줘~”

순수한 얼굴로 기뻐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웃었다. 쥬시마츠도 아이아이!!!” 라고 기쁘게 외치며 웃었다.

 

 


슬슬 일어나라.”

한참을 껴안은 채로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을 향해 시로마츠가 픽 웃으며 말했다

오소마츠가 시로마츠를 올려다보며 웃자, 오소마츠를 껴안은 쥬시마츠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더 꽉- 하고 오소마츠를 껴안은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무슨 일 임까~? 오소마츠 형아!!”

~ 쥬시마츠가 드디어 선생님이 됐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징~~”

“..!! 에헤헤~ 오소마츠 형아가 와줘서 기쁨다!!!!!”

기뻐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쥬시마츠를 한 번, 시로마츠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본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이제 일어나자~ 쥬시마츠.”

“…아이아이!!”

잠깐의 망설임을 지우고 쥬시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쥬시마츠가 일어나자 옆에 서 있던 시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시로마츠의 손을 기쁘게 웃으며 잡고 일어난 오소마츠의 볼이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을 쥬시마츠가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쥬시마츠?”

“아이?!”

오소마츠가 의아한 얼굴로 쥬시마츠를 부르자 쥬시마츠가 밝게 웃으며 외치곤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형아! 오늘 같이 저녁 먹어요?”

우응~ 그럴까?”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쥬시마츠를 보더시 시로마츠를 올려다보며 장난스런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시로씌가 쏘는거지~?”

“..?! 내가 왜?”

쥬시마츠! 오늘은 시로마츠가 쏜대!!! 고기 먹자, 고기!!!!”

왓세~!!!!!”

얼굴을 찌푸리며 되묻는 시로마츠를 무시한 채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와 손뼉을 치며 방방 뛰었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시로마츠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에헤헤~ 시로씌 최고~”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고깃집을 검색하는 시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또다시 밀려오는 쓸쓸함에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한층 강하게 쥐었다

이내 검색을 마쳤는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뗀 시로마츠가 손짓하며 말했다.

 

가자.”

오우!!”

왓세!!!”

앞서 걸어가는 시로마츠를 따라 오소마츠와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와 함께 걸었다.

 

 

 

 

3.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이치마츠가 뚱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모처럼 오소마츠가 보내준 차인데, 고양이 혀인 자신은 빨리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토라져 있는 이치마츠였다

한참을 찻잔을 노려보고 있는 와중에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거의 눕다시피 테이블에 기대고 있던 이치마츠가 몸을 일으켜 열어두었던 노트북을 덮고 현관으로 향했다

드르륵소리와 함께 열린 현관 앞에는 그리운 얼굴이 웃고 있었다.

 

, 소마츠형.”

! 이치마츄~”

무슨 일이야?”

우리 이치마츄~가 보고 싶어서 왔지~~”

하하핫, 농담도 잘하네.”

에에~ 진짠데 안 믿어주네~~”

, 일단 들어와.”

우응!"

볼을 부풀리고 이치마츠를 보던 오소마츠가 방긋 웃으며 몸을 비켜준 이치마츠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가 집을 나온 지 겨우 1년이 안되었지만, 10년만에 돌아온 것만 같은 그리움에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익숙한 걸음으로 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전히 놓여있는 원형 테이블에 안착한 오소마츠가 널려진 종이와 노트북을 보며 물었다.

 

글 쓰는 중이었어?”

아니, 막혀서 잠깐 쉬는 중이었어.”

오소마츠를 따라 거실로 들어온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앉았다

찻잔에 담긴 차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물었다.

 

이 차, 맛있지?”

아직 안 마셔봤는데.”

우에~~?! ?!”

아니, 그게…”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이치마츠가 망설이며 말을 흐렸다

이대로라면 분명 오소마츠가 삐질 것을 알기에 이치마츠가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말을 찾고 있을 때, 찻잔을 든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 너 고양이 혀지~”

이제 알겠다는 얼굴로 후르륵잔에 담긴 차를 마신 오소마츠가 ~” 하며 풀린 얼굴로 평온하게 웃었다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오소마츠가 빙긋 웃고는 이치마츠에게 잔을 내밀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

“…, .”

오소마츠가 내민 차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든 이치마츠가 (속으로) 외쳤다.

 

오소마츠형과 간접키스!!! 예쓰!!!!!!! 예쓰!!!!!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날뛰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마음 속의 이치마츠와 다르게 여전히 무표정인 이치마츠가 머뭇거리며 후르륵차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꽃 향기와 대조적으로 보리차 같은 고소함이 혀에 맴돌았다

꿀꺽 목을 울리며 차를 넘기자 오소마츠가 어깨를 피며 자만하는 얼굴로 물었다.

 

어때? 맛있지?!”

코 밑을 쓱 문지르며 묻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모금 차를 목으로 넘겼다

지금 이치마츠에겐 차 맛보다 오소마츠와 간접키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오소마츠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막내마츠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 일의 이야기가 오갔다.

장난스럽게, 때로는 쑥스럽다는 미소를 보여주며 떠드는 오소마츠를 이치마츠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소마츠의 목소리, 손짓, 얼굴. 그 전부를 기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쓸쓸히 웃으며 이치마츠가 노트북을 쓰다듬었다.

 

!”

문득 벽에 걸린 시계를 본 오소마츠가 외쳤다

이치마츠가 고개를 갸웃하며 ?” 하고 묻자, 오소마츠가 곤란하단 얼굴로 말했다.

 

시로마츠가 마중 나온다고 했던 거 깜빡 했다. 잠깐만~”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 문자를 보내는 오소마츠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치마츠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랑 말하면서 한번도 스마트폰 보지 않았네.’

으레 한번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만도 한데 테이블에 뒤집어 놓은 채, 스마트폰엔 시선도 주지 않았던 오소마츠를 모습을 되새기며 이치마츠가 -‘ 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잔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있자, 문자를 마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향해 웃었다.

 

이따 한 10? 뒤에 나갈게.”

“….”

또 올게. 오늘은 엄마, 아빠도 못 봤고.”

“..두 분 다 여행 갔으니까.”

~ 또 올 테니까 그런 얼굴 하지마~”

부드럽게 웃으며 오소마츠가 몸을 살짝 일으켜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처럼 얌전히 오소마츠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지체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입 안 가득 아쉬움이 맴돌았다

가지 마.” 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럼 나 갈게~”

현관에 서 신발을 신으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항상 길게 느껴졌던 10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오소마츠가 갈 시간이 찾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차에서 시로마츠가 나왔다.

 

빨리도 나온다.”

뭐가!! 내가 우리 싸랑하는 이치마츄~랑 같이 있겠다는데!”

퉁퉁 볼을 부풀리고 시로마츠에게 다가가 하고 콧방귀를 뀌며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현관 앞에 서서 오소마츠를 바라보던 이치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그럼 또 봐~ 이치마츄~”

. 조심히 들어가, 오소마츠형.”

!!”

씩 기쁘게 웃고는 오소마츠가 조수석에 앉자 곧 시로마츠가 차를 출발했다

시야 저 멀리로 사라지는 차를 이치마츠가 끝까지 배웅하며 쓸쓸하게 웃었다.

 

 

 

 

4.

달깍하고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오늘은 중요한 거래처와의 첫대면이기에,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선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쵸로마츠가 선배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장으로 떨리는 손을 주먹을 쥐어 감추고 서서히 열리고 있는 회의실 문을 쳐다보던 쵸로마츠가 하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경악했다.

 

회의실 가득 울리는 쵸로마츠의 새된 외침에 잔뜩 당황한 선배가 쵸로마츠의 팔을 하고 쳤다

팔에서 느껴지는 아픔보다 눈 앞에서 큭큭 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는 인물이 더 믿겨지지 않는 쵸로마츠였다.

 

, 실례했습니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죄송하단 얼굴로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선배를 향해 오소마츠가 손짓하며 웃었다

선배의 손에 뒤통수를 붙잡힌 채, 함께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쵸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거만하게 웃었다.

 

쵸로마츠씨. 갑자기 그런 괴음성을 내시다니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쵸로마츠에게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는 쵸로마츠의 이마에 빠직하고 힘줄이 솟았다

구면인 듯한 쵸로마츠와 오소마츠의 태도에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선배가 팔로 쵸로마츠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아는 사이야?”

“…형입니다. 쌍둥이인.”

뭐어?!!?”

이번엔 선배의 외침이 회의실 가득 울렸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오소마츠가 푸하하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려 회의는 20분 가까이 시작하지 못했다.

 

 


, 못 알아 뵈어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선배를 향해 오소마츠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받아쳤다

멀끔하게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오소마츠는 분명 같은 얼굴임에도 언뜻 보면 쵸로마츠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낯선 오소마츠의 모습에 얼떨떨한 얼굴로 명함을 주고 받은 쵸로마츠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앉았다

쵸로마츠의 맞은편에 앉은 오소마츠가 장난스러운 미소로 쳐다보자 하고 작게 혀를 찬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에 자리한 시로마츠에게도 명함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츠노 쵸로마츠라고 합니다.”

“…? , .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생판 초면인 사람을 대하는 쵸로마츠의 태도에 시로마츠가 당황하며 말을 맞췄다

서로 명함을 주고 받은 후, 선배가 , 그럼!” 하고 준비한 자료를 꺼내 들었다

선배가 하는 설명을 시로마츠와 오소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경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건 꿈이야.’ 하고 쵸로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선배의 설명을 듣고 중간중간 질문을 하는 오소마츠는 어디로보다 엄연한 회사원이었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쵸로마츠를 눈치채고 씩 웃은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말했다.

 

쵸로마츠씨는 뭔가 할 말 없으신가요?”

, ?!”

갑자기 불려 당황한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즐겁게 웃었다.

 

뭔가 추가적으로 더 설명해 주실 부분은 없나요? 쵸로마츠씨~?”

, , 그게…”

멍하니 오소마츠를 보고 있었던 탓에 선배의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한 쵸로마츠가 말을 더듬었다

쩔쩔대는 쵸로마츠를 보며 옆에 앉아있던 선배가 여기!” 하고 손으로 자료를 가리켰다.

 

! 저기!”

쵸로마츠씨, 저는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자는 주의라서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회사와 계약하지는 않을 겁니다.”

장난스러운 얼굴과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간신히 구겨지는 얼굴을 폈다

이를 뿌득뿌득 갈면서도 웃는 얼굴로 ,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악마의 미소로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다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선배를 따라 쵸로마츠도 마지못해 허리를 숙였다. 선배를 향해 시로마츠가 악수를 청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귀사와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찌어찌 성립된 거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쵸로마츠도 눈 앞의 오소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쵸로마츠가 내민 손을 기쁜 얼굴로 맞잡아 손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손을 올리고 입가에서 기울였다.

 

어때? 쵸로씌? 오늘 한 잔?”

아아?!”

노골적으로 얼굴을 구기며 외치는 쵸로마츠를 향해 선배가 다시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쵸로마츠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선배를 향해 시로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거래도 성사되었으니 함께 마시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초면이지만, 저쪽은 아니고 하니.”

시로마츠의 제안에 선배가 송구하단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하고 오겠으니 잠시 기다려 달란 말과 함께 쵸로마츠를 질질 끌고 나가다시피 쵸로마츠의 뒷덜미를 잡고 회의실을 나갔다.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쵸로마츠가 술잔을 기울였다

푸햐~” 하고 경박한 소리를 내며 맥주잔을 비운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웃었다

예전 친가에서 항상 함께 지낼 때 보여주었던 그 미소에 화답하듯 쵸로마츠도 미소 지었다.

 

잘 지내고 있어?”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묻자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지. 내가 오소마츠형도 아니고.” 라고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입을 내밀고 -‘ 하고 바람을 빼며 귀엽지 않네~” 하고 삐진 얼굴을 했다

- 하고 쵸로마츠가 웃자 오소마츠가 따라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느새 맥주를 채운 잔을 들었다.

 

, ~”

“....”

술잔을 맞대고 -‘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술잔을 기울이며 예전, 오소마츠의 파트너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술기운과 함께 올라오는 그리움에 눈썹을 기울였다.

 

 

 

 

5.

무섭게 쏟아지는 박수 갈채와 함께 커튼이 닫혔다

커튼 너머로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함성소리에 카라마츠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동료가 웃으며 카라마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야~ 역시 카라마츠군!! 역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장난 아냐!! 클라이맥스에선 나까지 소름 돋았다니까!!!”

연극의 대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차려진 소소한 잔칫상에 웃으며 술잔을 흔든 연출가가 웃었다

연출가를 시작으로 여기 저기서 동료와 스태프의 칭찬일색에 카라마츠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친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절망하다 결국엔 자살을 택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카라마츠가 주연인 공연은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주역인 카라마츠의 몰입감이 엄청나다는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평가에 공연은 매번 매진되어 관람석이 꽉 찼다

동료들도 연출가도 스태프도 쾌재를 부르며 즐겁게 공연을 이어가, 마지막 공연이었던 오늘 드디어 들어온 큰 극장에서의 제의에 모두 환호했다

모두 주역이었던 카라마츠의 공헌에 부끄러울 정도의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정작 카라마츠는 들뜬 기분을 억누르고 있는지 담담히 칭찬에 화답하며 수줍게 웃었다.

 



한창 술판이 무르익으려는 무렵 똑똑하고 대기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보다 문에 가까이 서 있던 스태프가 문을 열고 문 너머에 서 있던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문을 활짝 열었다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카라마츠를 발견하고 기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단 한 명의 형을 향해 카라마츠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맞이했다.

 

카라마츠으~~~ 공연 대성공 축하해!!!”

아아, 고맙다, 형님. 역시 나의 퍼펙트한 퍼포먼스는 관객들까지 카라마츠 걸-즈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 역시 나는 길티-“

, . 그만.”

…”

카라마츠의 말을 끊고 웃는 얼굴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멈추었다

오소마츠를 향해 부드럽게 웃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뒤따라 대기실에 들어온 사람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선 사람에게 오소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카라마츠 진짜 장난 아니였지!! 시로짱!!”

, . 엄청 잘하더라. 공연 성공 축하해요.”

, 감사합니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카라마츠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시로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딱딱한 목소리로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하며 카라마츠가 시로마츠의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었다

두 사람의 악수를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말했다.

 

진짜로 축하해, 카라마츠.”

아아, 고마워. 형님…”

자신의 일인 양, 기쁘게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마주 웃어주며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잠시 동생들의 일로 담소를 나누고 있자, 카라마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연출가가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군~ 손님이야? …어라? 똑같은 얼굴?”

연출가가 놀란 얼굴로 묻자 카라마츠가 형님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제야 연출가가 기억난다는 듯 아아~ 카라마츠군, 육쌍둥이랬나?” 하고 말했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출가가 헤에~” 하고 오소마츠를 위 아래로 훑었다.

 

안녕하세요! 카라마츠의 형인 오소마츠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자네.”

?”

연극해 볼 생각 없어?”

““?!””

연출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소마츠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도 놀라 멍청하니 연출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오소마츠가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는 절대 카라마츠처럼 못해요!”

흐음~ 소질 있어 보이는데.”

타카시씨…”

아쉽다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연출가를 카라마츠가 황당하단 얼굴로 불렀다

저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겁니까?” 하고 진지한 얼굴로 묻자 대폭소를 터뜨린 연출가가 카라마츠에게 기대어 카라마츠의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옆에서 웃고 있는 연출가를 가볍게 흘겨본 뒤, 오소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붉게 얼굴을 물들이고 웃으며 시로마츠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가슴이 조여오는 고통에 눈을 돌렸다.

 

연극의 주인공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로 일도 하지 않고 연인의 돈을 축내는 인간 말종이었다

그런 주인공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연인은 주인공을 매몰차게 버리고 주인공의 친구와 결혼을 했다

처음엔 배신감에 치를 떨던 주인공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있으며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옛 연인을 보며, 자신은 저렇게 옛 연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괴로워하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친구와 옛 연인을 죽이려고 마음먹고 흉기를 들고 두 사람을 찾아간다

가슴에 흉기를 품고 있는 주인공을 두 사람은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눈 앞에서 옛 연인과 친구의 행복한 모습을 본 주인공은 도저히 이 행복을 깨뜨릴 수 없다는 절망에 결국 집으로 돌아와 자살하고 만다.

 

자신이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과 자신이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이었다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눈 앞에서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슴이 따가웠다. 뺏고 싶었다

서서히 카라마츠의 곁에서 멀어지는 오소마츠에게 초조함을 느끼고 다시 곁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바보 같은 일만 계속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결국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동생들의 곁에서 떠나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힘겹게 홀로 서있는 오소마츠를 지탱해 준 것은 카라마츠가 아닌 시로마츠였다


다시 뺏고 싶었다

항상 곁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시로마츠를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를 본 순간,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로마츠를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는 장남의 얼굴도 아니였고, ‘육쌍둥이의 얼굴도 아니였다. 그저 한 사람, 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 명의 사람 오소마츠였다

그 얼굴을 보고 형제인 카라마츠 앞에서는 절대 저런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을 접었다

가슴이 아팠다. 심장이 짓눌리고, 찢기는 것 같은 아픔이 이어졌다

하지만 곧 그 아픔도 오소마츠를 사랑했던 증거라고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아직 지끈거리는 아픔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태연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앞에 설 수 있게 된 자신이 카라마츠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다.

 

 

그럼, 이제 나 가 볼게.”

아아, 조심히 돌아가. 오소ㅁ…, 아니 형님.

단순한 동생인 카라마츠에게 허락된 유일한 호칭으로 오소마츠를 배웅하며, 카라마츠는 눈길을 시로마츠에게로 돌렸다

이번 공연이 막 시작했을 무렵, 시로마츠는 홀로 카라마츠의 공연을 보러 왔다

공연이 끝난 후, 대기실에 들려 카라마츠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시로마츠가 돌연 얼굴을 바꾸어 낮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 오소마츠와 사귀기로 했으니까…”

 

이어지지 않는 뒷말의 의미를 뼈져리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이 한달 전

시로마츠의 곁에서 행복해 보이는 오소마츠를 눈으로 쫓으며 카라마츠가 달콤하게 퍼지는 아픔에 눈물 흘렸다.

 

 

 

 

6.

학생 시절부터 모아둔 돈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무실을 계약했다

시청에 들러 기업자 등록도 마쳤다

겨우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자,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던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다 끝냈어?”

. - 힘들다.”

한숨을 내쉬며 목을 조르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제 정말로 나만의회사를 가진다는 것이 서서히 실감이 나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분명 내 얼굴은 미소가 만연해 있을 것이다.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던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나 취직 시켜 주는거야?”

씩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쳐다보며 아니.” 라고 대답하자 얼굴을 팍 구기며 ?!” 하고 눈 앞에서 시끄럽게 따지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밀었다.

 

취직 말고. 동업자, 파트너 시켜줄게.”

“…?”

멍청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뱉은 오소마츠가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이 새삼 웃겨서 하고 웃은 후, 말했다.

 

나 혼자 시작하는 건 힘드니까, 너도 도와. 동업자로서.”

“…? 그래도 돼?”

사장인 내가 그러자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해?”

내 말에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만세를 부르더니 뒤에서 내 어깨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침대가 출렁일 정도로 난리법석을 떠는 오소마츠 덕분에 처음으로 아랫집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회사를 세우고 반년, 직원은 3. 사장이 나, 부사장이 오소마츠인 작은 회사는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학생 시절 의기투합한 동료들 덕분에 반년만에 자리를 잡고 조금씩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해 나가는 회사를 키워나가는 일은 즐거웠다

오소마츠도 그 특유의 친화력으로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에는 제법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참이었다.

 

내 성격이 기본적으로 무뚝뚝하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이 아닌 것에는 너무나 무관심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눈치가 없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매번 지적을 받는 사항이었지만,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기에 고치지 않았다

그것이 설마 이렇게 큰 사건을 일으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받은 중요 거래처의 소위 말하는 높으신 분의 심기를 거스른 나는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무리한 조건에 쩔쩔매고 있었다

며칠 밤낮을 새워도 거래처의 요구는 작은 회사인 우리가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손해를 각오하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커, 자칫 잘못하면 파산에 이를수도 있는 대위기 상황. 절망해있는 나를 끌어올려 준 것은 오소마츠였다

타고난 오소마츠 친화력으로 거래처의 화를 풀어주고, 나와 함께 밤낮을 뛰어다니며 거래처의 요구에 맞출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주에 걸친 밤샘 끝에 간신히 거래처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우리의 해결책에 만족한 거래처도 순순히 계약을 맺어주었다

회사가 파산될 위기에서 벗어난 그 날 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아직 회사에 남은 나와 오소마츠가 맥주캔 2잔으로 소소하게나마 우리끼리의 축하회를 열고 있을 때였다

순전히 내 잘못으로 발생한 위기를 잠을 포기하면서 나와 함께 일해준 오소마츠가 솔직히 너무나 고마웠다.

 

오소마츠

?”

고된 일정 끝에 간신히 마신 맥주에 벌써 취했는지 오소마츠의 얼굴이 붉었다.

 

고마워.”

“..우헤헤~ , 이정도 가지고 그래? 너를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껌이지~”

쑥스러운지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오소마츠를 향한 내 우정이 순식간에 색을 바꾸고 애정으로 변했다

알코올에 취해 얼굴을 붉히고 웃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황했다

재빨리 맥주캔을 비우고 벌떡 일어나 집에 가자!” 하고 외쳤다

의아하단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던 오소마츠가 그랭~”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피로가 쌓인 몸에 들어간 알코올은 평소보다 그 효과가 증가해, 맥주 한캔으론 취기도 오르지 않는 오소마츠가 비틀거렸다

의자에서 일어나며 현기증이 일었는지 바닥을 향해 기우는 오소마츠의 몸을 간발의 차로 붙잡아 품에 안았다.

 

, 미안~ 시로씌~”

괜찮으니까, 일단 잘 잡아.”

다리도 풀렸는지 내가 부축해주고서야 겨우 걸음을 옮기는 오소마츠를 보며 나를 위해 희생을 한 오소마츠를 향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샘솓아, ‘,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인가.’ 하고 깨달았다.

 

 


처음으로 느낀 감정과 그 대상이 오랜 친구였다는 것에서 나는 쉽사리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라 헤메는 와중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회사는 이제 딱히 손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그 크기도 커져 이제는 100명에 가까운 사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근의 대기업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엄연한 벤처기업이 되었다

회사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도 커져가기만 하는 내 감정이 서서히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각각 독립을 한 동생들을 자랑스럽게 배웅한 오소마츠는 이내 내 자취방에 눌러앉아 거의 반동거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매일매일 잠잘 때나, 밥 먹을 때나, 쉬고 있을 때나 순수한 얼굴로 붙어오는 오소마츠는 내게 고문관과 같았다

이대로는 폭발해 버리고 만다는 위기감에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왜에~?”

이리와서 좀 앉아봐.”

“…?”

고개를 갸웃하며 내 맞은편에 정좌한 오소마츠를 향해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따로 집 안 얻어?”

우응~ 따로 살 생각은 없는데혼자는 싫은걸~”

“…”

“…시로짱은, , 가 있는거 싫어?”

불안한 얼굴로 물어오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럴 리 없잖아.” 하고 대답하니, “우헤헤~” 하고 앳되게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가슴이 찡-하고 조여왔다

정말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근데 이대로는 곤란해.”

“…? 뭐가?”

내가.”

“…??”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오소마츠가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몰려오는 두려움에 침을 삼키고 심호흡했다. 오소마츠가 어떤 반응을 할지 두려웠다.

 

, 는 너를 좋아하니까. 네가 달라붙어오면 참을 수 없게 되어서 곤란해.”

마치 랩을 하듯 빠르게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방안 가득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에 초조해져 슬며니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오소마츠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해 재빨리 티슈곽으로 손을 뻗어 티슈를 뽑아냈다

오소마츠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주니,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채 오소마츠가 울먹였다.

 

, 시로짱이 그런 말 하는거야아아아~~”

우왕-“ 하고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내게 안겨왔다

기우뚱하고 기우는 몸을 팔을 뻗어 지탱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오소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내 머리 위엔 물음표가 잔뜩 떠다녔다.

 

~”

조금 진정됐어?”

오소마츠의 울먹임이 잦아들어 등을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

내 어깨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내 옷자락을 붙잡고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진짜로, 내가 좋아?”

“…그렇다고 말했잖아.”

왠지 본인에게 다시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져 재차 되묻는 오소마츠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외쳤다.

 

진짜로 좋아하는 거야?!?!!”

,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해.”

“…?”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오소마츠의 말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자 오소마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개를 푹 숙인 오소마츠의 목과 귀가 사과처럼 붉었다.

 

나도 좋아한다고.”

“…그럼 사귈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오소마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욕망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나왔다

내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오소마츠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져 있어서 덩달아 내 얼굴도 화끈거렸다.

 

, 평생 곁에 있어 줄거야?

부모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로, 불안과 기대가 섞인 눈빛을 내게 향하는 오소마츠를 보니 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를 올려다보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Fin




* 이걸로 '장남의 심중'이 정말로 끝났네요ㅎ

* 오소마츠를 차지하게 된 최종 승리자는 '시로마츠'가 되었습니다ㅎㅎ

* 여기까지 '장남의 심중'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채색하여 수정 중 입니다.

학생마츠



불꽃놀이 구경 온 장형마츠



고양이후드


민소매 오소마츠



요괴마츠




소울이터 AU   무기와 장인




카라→오소






동생조와 오소마츠




나이차 육형제


채색 중입니다ㅎ  빠른 시일내에 완료하고 싶네요^^
압도적으로 많은 카라오소ㅎㅎ

드디어 장남의 심중이 완결났습니다.

6월에 처음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써왔으니까 벌써 3개월 가까이 써왔네요

설마 저도 제가 이런 장편의 글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간간히 좋아하는 작품의 2차 창작이나, 자기 만족용의 1차 창작 소설을 써왔지만 이런 장편은 처음으로 완결을 내 보네요

 

처음 장남의 심중을 쓴 건 정말로 자기만족용으로 기왕 쓸 거 블로그에도 올릴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24화를 보고, 오소마츠를 애정해 마지않는 저에게는 동생들의 오소마츠를 버리는 것 같은 이별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저를 대신해 동생들에게 화를 내 줄 캐릭터(시로마츠)를 만들어내어 쓴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유유님처럼 꾸준히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처음엔 조금 당황했습니다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요ㅎㅎ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완결까지 무사히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남의 심중은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오소마츠가 24화에서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를 상상하며 쓰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동생들과의 갈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동생들이 조금 많이 이기적이 되어 버렸지만요..ㅎㅎ

오소마츠는 장남이라는 제 입장이 많이 들어갔고, 동생들은 제가 본 저의 동생의 일면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제가 브라콤인지라 동생을 오냐오냐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귀찮은 일들이나 자기가 하기 싫은 일들은 당연하게 저에게 떠넘기는 동생의 이기심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것을 오소마츠의 동생들에게 적용했습니다

마지막 25화에서도 선발 결승전에서 토도마츠가 이럴 때를 위한 장남이잖아? 한번 희생해줘!!” 라고 말하고 모두 그 말에 동조하는 것을 보고

제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이기심을 육쌍둥이도 모두 가지고 있다고요ㅎ.  

오소마츠에게 집착을 드러내고 시로마츠와 헤어지라는 편에서 댓글로 함께 동생들에게 화를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

 


그리고 아마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백업용?으로 시로마츠의 설정을 풀겠습니다ㅎ.

일단 시로마츠의 이름은 유유님의 댓글에 단 답글처럼 제가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필명을 이용했습니다

뭔가 마침 딱 맞네? 하고 생각되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ㅎ.

시로마츠의 성격은 저의 성격과 제 친구들의 성격을 많이 반영했습다

그래서 시로마츠는 둔하고 눈치없지만, 자신의 친구들이나 소중한 사람들의 변화는 귀신같이 알아채는 묘한 성격이 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성격을 가진 친구들은 사회에 나가서 한 번쯤 크게 데이죠

시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잘 이해하는 이유는 시로마츠의 성격적인 부분도 있지만, 시로마츠가 오소마츠처럼 장남이고, 또 쌍둥이 남동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결편에서도 썼지만, 쌍둥이 동생들의 유대를 함께 자라면서 봐왔기에, 오소마츠와 동생들이 빨리 화해하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플롯을 짜면서 그대로 시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뺏어가는? 엔딩도 생각했습니다만.. 

오소마츠에게 있어서 장남이라는 부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어 오소마츠와 동생들이 화해하는 엔딩을 쓰게 되었습니다.

 

 

장남의 심중은 애초에 장편으로 생각하고 썼던 이야기가 아니였기에 3화부터 스토리 진행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두었던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전부 갈아 엎었습니다

원래는 동생들이 자신을 떠난 것에 배신을 느끼고, 모브(시로마츠)의 집에 눌러 앉은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달래어 동생들과 화해시키고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이어지는 결말이었습니다

시로마츠는 어디까지나 조연으로서 감초 역할이었는데, 플롯을 갈아엎으며 엎어서는 안될 중요한 등장인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엔딩도ㅎㅎ

 

한 화, 한 화를 쓰면서 오소마츠의 심정을 어디까지 드러낼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특히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에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디까지 드러낼지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시로마츠처럼 힘들 때 옆에 붙어서 챙겨주는 친구에게 반하지 않을 리 없잖아요? 반하진 않아도 호감은 높아지잖아요

그래서 오소마츠의 심정을 어디까지 드러낼지 고민했습니다만, 시로마츠와의 애정전선?은 최대한 자제하는 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장남의 심중의 주된 이야기는 오소마츠와 동생들의 이야기니까요ㅎ. 그래서 7화에서 오소마츠가 느끼는 감정 부분을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삭제된 부분은 7화 마지막에 들어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소마츠는 두근대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시로마츠에게 안겨 느낀 시로마츠의 체취와 체온에, 토닥여 준 등에서 달콤함이 피어올라 심장을 조였다.

 

시로마츠에게 닿은 곳에 아직도 시로마츠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시로마츠에게 안긴 순간, ‘좀 더’ 라고 생각해버린 자신에게 놀랐다.

‘좀 더…라니 무엇을?

이미 답이 나와있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오소마츠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 부분이었습니다

 

오소마츠는 7화부터 서서히 시로마츠를 향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ㅎ.

 

 

 

처음으로 완결을 낸 장편이라 제대로 쓴 건지 어쩐지 불안하기도 하지만 후련하기도 하네요.

아직 플롯을 짜고 있는 장편도 몇 개 있고, 단편 네타도 생각나는 족족 적어두고는 있습니다만

제가 아마 9월이 되면 정신 없이 바쁠 것 같아서, 아마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쉬고 싶어요소설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요..ㅎㅎㅎ

 

당분간 장편은 시작도 못할 것 같고, 단편을 주로 올릴 것 같습니다. ‘장남의 심중도 이어지는 이야기(주로 시로마츠와 오소마츠의 연애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를 생각해 두었는데 그것도 이어서 쓰고싶지만시간이 없네요.

 

다음 주, 주말에 장남의 심중에필로그를 올리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에 후딱후딱 써 놓을 생각입니다ㅎㅎ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 완결편 '하'편입니다.

* 진짜 드디어 완결이네요!!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잔잔히 흘러가고 있는 강가에 비친 얼굴을 내려다보며 카라마츠가 쓸쓸히 웃었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집을 나간 것에 침울해져 있던 동생들은 어느새 오소마츠의 존재 따위 잊어버렸는지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는 집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오늘에야 비로소 집을 나와 항상 시간을 보내던 강가의 다리에 왔지만 마음 속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시로마츠의 집에 찾아갔던 그 날, 동생들을 향한 오소마츠의 분노에 카라마츠는 당황했다

화풀이로 쥬시마츠를 걷어찼을 때도, 금새 냉정을 되찾고 쥬시마츠에게 사과를 했던 오소마츠가 그 날 만큼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완전히 동생들을 거부했다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는 너무나 낯설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수 십번을 자문해도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강가에 비친 저 얼굴은 분명 오소마츠와 같은 얼굴일 터인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시로마츠에게 오소마츠를 뺏기고 만다.’

불안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 카라마츠의 마음을 어지럽게 헤집었다

육쌍둥이가 아닌 타인.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였던 자신들보다 완벽한 타인인 시로마츠가 더 소중하다고 한 오소마츠가 원망스러웠다

분명 오소마츠를 소중히 하는 마음은 자신들이 더 앞서있을 텐데도 왜 오소마츠에게는 닿지 못하는 걸까

강에 비친 오소마츠와 닮은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워져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네가 카라마츠?”

헬로워크에서 치비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라마츠는 별안간 낯선 목소리에 의해 멈춰 섰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카라마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 하고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을 한 카라마츠에게 남자가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네 놈이 제일 질이 나빠. 오소마츠와 함께 의 위치에 선 주제에!! 결국엔 오소마츠에게 을 강요하고, 남겨두고 떠나버렸지?!!”

“…, 소마츠?”

원수를 보듯 카라마츠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느닷없이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멱살을 잡혀 당혹해 하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라는 이름에 놀라 남자에게 되물었다.

 

너는, 오소마츠의 무엇이지?”

“…아아?”

카라마츠의 질문에 남자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기며 짜증을 냈다. 카라마츠는 남자의 얼굴 따윈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꽉 붙잡은 채 카라마츠가 다시 물었다.

 

“오소마츠와 무슨 관계?”

“…, , 친구야.”

카라마츠에게 쥐인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카라마츠는 남자의 대답에 충격에 휩싸였다. 오소마츠의 친구는 아무리 별볼일 없는 친구일지라도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카라마츠가 알지 못하는 오소마츠의 친구였다.

 

“그대는 오소마츠와 어떻게 만났지? 경마장에서? 파칭코에서 인가?

“뭐…? 지금 그게 중요해?

카라마츠의 질문에 남자가 황당하단 얼굴로 되물었다.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강하게 물었다.

 

“대답해줬으면 좋겠군.

“일단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하고 혀를 찬 남자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남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은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 그렇게 오래된 오소마츠의 친구를 자신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놀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카라마츠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본 남자가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털어냈다.

 

넌 진짜 네 생각 밖에 안하는 거야?”

, 무슨 말이지?”

남자의 적의 가득한 질문에 카라마츠가 차갑게 답했다

남자는 여전히 카라마츠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지금 네가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오소마츠의 친구라는 점이 아니라 오소마츠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결국 너는 허울 좋게 대등한 관계라고 떠벌리고서 정작 중요한 때는 오소마츠에게 을 전부 떠넘기고 자기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슬쩍 발을 빼는 거야

네가 변해야 하는 건 어디까지나 네 문제잖아. 네 스스로의 문제로 오소마츠를 외롭게 만들지 마.”

남자가 성난 목소리로 쏟아낸 비난을 카라마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 이 남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어째서 자신이 이런 힐난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남자가 하는 말은 전부 오소마츠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진심으로 오소마츠를 걱정하고 있기에 남자는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하고 있다는 것만을 깨달았다

순간, 해일이 몰려오듯 불안감이 카라마츠를 덮쳤다. ‘타인인 눈 앞의 남자에게 오소마츠를 뺏길 것 같았다

불안에 떨리는 카라마츠의 눈빛을 정면으로 응시한 남자가 등을 돌리고 사라졌다

멀어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카라마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눈을 뜨자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몸을 돌리자 카라마츠의 앞을 샐러리맨이 지나쳤다

말끔히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석양 저편을 향해 걸어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이 쵸로마츠의 모습과 겹쳐졌다

쵸로마츠가 떠나기 전날, 쥬시마츠를 걷어차고 이성을 잃은 오소마츠를 제지한 것은 카라마츠 자신이였다

거칠게 반항하는 오소마츠를 끌고 현관을 나서자, 오소마츠가 욕설을 내뱉던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고개를 깊게 숙여 표정을 감추고 침묵하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 역시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이거 놔. 카라마츠.”

낮은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머뭇거리며 손을 놓았다

고개를 푹 숙여 오소마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카라마츠를 뒤로 한 채, 몸을 돌려 어두운 길 저편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지금 다시 떠올랐다.

 

 


그 때, 오소마츠는 괴로웠던 것일까.’

파트너였던 쵸로마츠가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 카라마츠는 이라면 당연히 축하해주며 웃는 얼굴로 쵸로마츠를 배웅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의 오소마츠는 으로서가 아니라 오소마츠로서 괴로웠던 것일까.’

집을 떠나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자신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변하기 위해서는 형제들 모두 서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도마츠도 그런 말을 하며 집을 나섰다

오소마츠도 이라면 변해야 했다. 지금 당장 이별이 괴로울지라도 이라면 응당 동생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당연했다

오소마츠 은 그래야 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카라마츠는 이 아니라 오소마츠로서 괴로워하고 있는 오소마츠를 눈치채지 못했고, 결국 오소마츠를 버리는 형태로 집을 떠나 오소마츠를 혼자가 되게 만들었다.

 

 

각오를 다지고 심호흡을 한 후, 현관문을 열었다

여전히 오소마츠의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성큼성큼 걸어 거실문을 열자 동생들이 일제히 카라마츠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확신에 찬 얼굴로 카라마츠가 외쳤다.

 

모두 오소마츠에게 가자!!!”

 

 

 


6.

오소마츠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채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두 집에 머물며 오소마츠의 귀환을 기다리던 동생들은 서서히 집을 나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쥬시마츠는 야구복을 입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이치마츠는 점심을 먹고 고양이 사료를 챙겨 집을 나섰다

점심을 먹은 후에 거실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던 토도마츠도 곧 약속이 있다며 나가기 일쑤였다

오늘은 기어이 모두 집을 나가는 동생들을 따라 카라마츠도 내키지 않는 얼굴로 현관을 나섰다

집에 있어봤자 딱히 좋은 수가 없다는 것을 쵸로마츠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오소마츠가 없는 이 집을 떠날 수 없었다

더 이상 헬로워크에도 나가지 않는 쵸로마츠를 보며 한숨을 내쉰 마츠요가 무표정한 채로 2층 방에 앉아있는 쵸로마츠를 불렀다

2층 방의 벽장에 있는 잡동사니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내린 마츠요가 저녁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떠났다

작게 한숨을 쉰 쵸로마츠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벽장을 열었다

어린시절부터 간직해온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벽장 안은 더 이상 물건을 집어넣을 수 없을 정도로 꽉꽉 차있었다

하고 혀를 찬 후, 눈 앞에 보이는 물건부터 하나씩 꺼내어 바닥에 놓았다

벽장 가득 차 있는 물건들은 제대로 된 순서도 없이 엉망진창으로 들어가 있어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빈 벽장 안을 바라본 쵸로마츠가 겨우 한숨 돌린 후, 걸레를 빨아 벽장 안을 꼼꼼히 닦았다

반들반들해진 벽장에 만족하며 바닥에 널려져 있는 물건들에 솟구치는 화를 억눌렀다.

 

대체 물건을 샀으면 정리를 해야 할 거 아냐?!’

바닥에 놓인 물건들을 버릴 것, 남겨둘 것으로 구분하며 쵸로마츠가 속으로 욕을 중얼거렸다

중학교 이후, 각자의 상징 색()이 정해진 이후, 어느 물건이 누구 것이니 하는 싸움은 없어졌다

바닥에 널려져 있는 물건도 제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망가져 더 이상 가지고 놀 수 없는 쥬시마츠의 장난감

이치마츠의 학창 시절 받은 상장과 백점짜리 시험지

카라마츠의 연극 대본

토도마츠의 이제는 안 쓰는 모자

쵸로마츠의 냐-짱이 나온 잡지


하나 하나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벽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

어느새 깔끔해진 벽장을 보며 쵸로마츠가 하나의 의문에 다다랐다

오소마츠의 물건이 없다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의 물건들 가운데 빨간색을 가진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집에 돌아오고 있지 않은 오소마츠의 부재가 다시금 뼈저리게 느껴졌다

오소마츠의 물건은 어디 있을까 하고 정돈된 물건들을 다시 뒤적거리니 편지지가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편지 세트가 나왔다

쵸로마츠가 근처 문구점에서 100엔을 주고 샀던, ‘그 때의 편지지였다.

 

 

아버지의 지인의 회사에 입사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쵸로마츠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고 이런 백수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와중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쵸로마츠가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형식적인 면접을 보고 마침내 합격 연락이 온 날, 쵸로마츠는 형제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변해야 하기에, 쵸로마츠가 먼저 사회로 나간다면 모두 더 손쉽게 사회로 나갈 결심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편지를 남기기로 했다.

쵸로마츠의 합격 축하 파티에서 진심으로 쵸로마츠를 축하해주는 형제들을 보며 쵸로마츠는 안도했다.

 

이걸로 됐다. ‘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육쌍둥이가 헤어지는 것은 분명 슬프지만,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티 내내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초밥을 먹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정신 없이 회사의 시스템을 익혀나갈 무렵, 쵸로마츠를 찾는 손님이 왔다는 사수의 말에 쵸로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형제일 리는 없고, 오소마츠일 리는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누구

온갖 추측을 떠올리고 지워가며 엘리베이터에 타, 1층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쵸로마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웬 낯선 사내였다.

 

, 저기누구시죠?”

저는 시로마츠라고 합니다. 오소마츠의 친구입니다. 잠시 대화할 수 있을까요?”

오소마츠의 친구라는 시로마츠의 소개에 놀라 마침 비어있던 회의실로 시로마츠를 안내했다

빈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닫은 쵸로마츠가 회의실의 탁자에 걸터앉아있는 시로마츠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가요?”

오소마츠의 친구로서 한 마디 하려고요.”

“…?”

순식간에 목소리의 톤을 바꾸고 날카롭게 쵸로마츠를 쳐다보고 있는 시로마츠의 태도에 쵸로마츠가 놀라 되물었다.

 

네가 오소마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소마츠의 어릴 적부터의 파트너인 너라면 오소마츠의 심정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해

그런 오소마츠의 마음을 무시하고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강요하고, 멋대로 실망해 오소마츠의 곁을 떠나버리고. 네 행동 하나하나에 화가 나지만, 일단 지금은 이것만 말해둘게

변해야 한다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너희는 결국 오소마츠를 버려야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나는 너희에게 오소마츠를 돌려주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시로마츠가 쵸로마츠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일으켜 쵸로마츠를 스쳐 지나 회의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덩그러니 홀로 회의실에 남겨진 쵸로마츠가 얼굴을 구겼다.

 

“…? 뭐야, 저 자식은 대체?!”

시로마츠가 나간 회의실 문을 향해 외쳤지만, 당사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갑자기 몰려오는 두통에 쵸로마츠가 머리를 붙잡고 의자에 앉았다. 결코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집을 떠났다

쵸로마츠의 취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장남인데도 제대로 축하조차 해주지 않는 오소마츠를 원망했었다

하지만 오소마츠 이라면 언제나 그랬듯 곧, 앞서 걸어가기 시작한 쵸로마츠를 쫓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제대로 자리가 잡히고, 오소마츠 이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면 쵸로마츠가 다시 집에 들어가던가, 오소마츠를 불러 함께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버렸다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선전포고를 한 타인을 향해 쵸로마츠가 헛웃음을 지었다

질 리가 없는 싸움을 걸어오는 어리석은 녀석을 동정하며 쵸로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편지세트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쵸로마츠는 처음 오소마츠를 이라고 불렀던 때를 떠올렸다

어느 한 외국의 명화. 두터운 형제애가 주제였던 그 영화에 나오는 형제는 너무나 어린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보기에도 너무나 멋졌다

영화에 심취해 다음날부터 반 장난으로 ’, ‘동생이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것은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둘 뿐만 아니라 육쌍둥이 전체의 관계로 고정되었다

동등했던 관계는 상하관계가 되었고, 어느새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

오소마츠의 물건이라곤 없는 벽장 안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라고 불린 이후로 오소마츠는 하나씩 하나씩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쵸로마츠와 동생들에게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화 속에 나왔던 멋진 의 모습을 따라한, 어린아이의 변덕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동생이라는 역할극을 그만둘 때를 놓치고 말아버린 오소마츠는 으로서 자신의 전부를 동생들에게 양보했다

주위에서 장남이니까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신을 깎고, 뭉개어 작은 먼지 덩어리 같은 자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

하고 쵸로마츠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떨어졌다

빨간색만 없는 벽장을 바라보며 겨우 쵸로마츠는 이해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오소마츠는 으로서 자신을 참아온 것일까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백수 생활을 하며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을, 전부 자기 자신이 문제였던 것을, 오소마츠 에게 돌리고 결국엔 장남을 버리듯 곁을 떠나버린 어리석은 동생들이 자신들이었음을 쵸로마츠는 겨우 깨달았다.

 

눈물을 닦아내고 오소마츠를 만나러 가자고 다짐하며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갈 때,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집안 가득 울렸다.

 

모두 오소마츠에게 가자!!!”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은 것이 쵸로마츠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빙긋 웃으며 쵸로마츠가 계단을 마저 내려가 거실로 향했다.

 

 

 


7.

시로마츠를 찾아온 오소마츠의 동생들과 그들의 말에 시로마츠는 깨달았다

오소마츠를 위해 동생들을 설득하려 했던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을

동생들이 다시 집에 돌아간 이유는 오소마츠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독점욕과 질투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로마츠는 오소마츠가 장남’, ‘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동생들의 생각을 고쳐주고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이기를 강요하는 동생들의 이기심을 스스로 깨닫고 오소마츠와 화해하기를 바랬다

만약 시로마츠의 말을 듣고 자신들의 이기심을 깨달았다면 이렇게 오소마츠 몰래 시로마츠를 찾아와 오소마츠와 만나지 말라고 할 리 없었다

유치한 독점욕을 그대로 드러내며 시로마츠를 향해 적의를 품고 노려보고 있는 동생들을 보며 시로마츠는 진심으로 동생들을 안타깝게 보았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오소마츠를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동생들의 행태에 화도 났다

결국 참다 참다 화를 내며 동생들에게 비난을 퍼붓자마자 오소마츠가 나타났다

시로마츠 앞에 서 있는 동생들을 훑어본 후, 시로마츠를 향한 오소마츠의 눈빛은 절망에 휩싸여 떨리고 있었다

동생들과 오소마츠의 대화가 이어지고 오소마츠는 동생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3일째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오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시로마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자기 스스로 동생들을 거부해놓고도 오소마츠가 받은 상처는 컸다

식사 때마다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오소마츠의 눈가는 항상 붉게 부어있었다

그만큼 육쌍둥이의 유대가 깊다는 증거였다


시로마츠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들을 떠올렸다

어릴 적,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대화하던 쌍둥이 동생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항상 붙어 다녔다

쌍둥이라는 것은 일반 형제보다 더 강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시로마츠는 동생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소마츠도 완전히 동생들을 끊을 수 없고,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정말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동생들이 깨닫길 바라며 오소마츠의 집에 찾아갔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절망하는 동생들을 보며 시로마츠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빨리 깨닫지 않는다면 오소마츠는 돌려줄 수 없다는 진심을 전했다. 시로마츠가 오소마츠와 그 동생들에게 거는 마지막 도박이었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가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오소마츠와 달리 시로마츠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대로 동생들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채, 오소마츠와 단절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도박은 실패로 끝난 것인가 하는 불안이 커져갔다.

 


“’오소마츠를 만나러 왔슴다!!!”

시로마츠가 쥬시마츠를 바라보며 자신의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는 작은 확신을 얻었다

더 이상 이라는 어미를 붙이지 않는 쥬시마츠는 흔들리지 않는 또랑또랑 빛나는 눈으로 똑바로 시로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빙긋 웃은 시로마츠가 쥬시마츠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혼자서 온다면, 오소마츠를 만나게 해 주지 않을 거야.”

“…아이아이!!!”

시로마츠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는지 쥬시마츠가 밝게 웃으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가지 않은지 2주가 지났다. 시로마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세 명의 동생들을 보며 기쁘게 웃었다

오소마츠를 만나게 해 달라고 찾아온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말했다.

 

모두 함께 오지 않으면 오소마츠를 만나게 해 주지 않을 거야.”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가지 않은지 3주가 지났다

이제서야 겨우 모인 다섯 명의 똑 같은 얼굴을 훑어보며 시로마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얼마나 바보면 3주나 기다리게 하는 거야.’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 쓰게 웃으며 시로마츠가 현관문을 열었다.

 

들어가 봐.”

몸을 비켜주며 시로마츠가 머리로 집 안을 가리켰다

굳은 얼굴의 다섯 명이 긴장하며 꼴깍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마음 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8.

찰칵하고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에 시로마츠가 돌아왔나 싶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보고 있던 만화도 덮고 침대에서 내려오니, 시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다섯 명의 발소리가 들렸다

눈 앞에 나타난 다섯 명의 같은 얼굴에 심장이 떨렸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옷자락을 꽉 붙잡고,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한 녀석들의 시선을 피했다.

 

, .. 여기 왜 왔어.”

녀석들과의 싸움을 눈 앞에서 보고서도 쉽게 집 안에 들여보낸 시로마츠를 조금 원망하며 물었다

너무 작은 목소리여서 들리지 않았는지 녀석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끝날 줄 모르는 침묵에 화가 치밀어올라 언성을 높였다.

 

왜 왔냐고!!”

참으려 했는데, 꼴 사납게 녀석들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느새 뜨거워진 눈시울에 고개를 숙였다. 시야에 들어오는 바닥이 점점 흐려졌다.

 

“““““오소마츠!! 돌아와 줘!!”””””

미리 짠 듯, 동시에 외치는 녀석들의 말에 이가 갈렸다.

먼저 나를 버린 주제에

장남오소마츠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시 나를 찾아와 뻔뻔하게 돌아와 달라고 외치는 녀석들이 미웠다.

 

싫어.”

단호하게 말하자 녀석들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나는 당연히 너희들 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럴 리 없잖아

두 번이나 내 을 부수려고 해놓고

이제 겨우 완성한 오소마츠의 성은 절대로 너희에게 내어주지 않을 거니까.

 

, 틀려. ‘오소마츠’! 우리는…”

카라마츠가 당황한 얼굴로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했다. 뭐가 틀리다는 거야.

 

우리가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오소마츠’”

쵸로마츠가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슬프게 말했다.

 

“’오소마츠의 아픔을 무시해서 미안해.”

이치마츠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뭐야, 왜 네가 울어?

 

“’오소마츠가 좋아!! 우리는 오소마츠가 필요해!!”

쥬시마츠가 침울한 얼굴로 외쳤다. 필사적으로 뭔가를 전하려는 사람마냥 팔을 파닥였다.

 

그 동안 전부 오소마츠에게 떠넘겨서 미안해.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토도마츠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런 얼굴 해도 나는 속아넘어가지 않아. 인심장악술의 달인 토도마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소마츠!!!!”””””

"..."

너네 진짜 뭐야

왜 아까부터 은 생략하는데

이제는 오소마츠가 필요한 거야


너희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장남은 미련 없이 버려놓고.

왜 갑자기 오소마츠를 찾아

?

 

너네, 대체 뭐야. 뭐가 필요한 거야? 장남이야? 아니면…”

녀석들을 향한 시야가 흐렸다

참았는데도 눈물은 속절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옷을 적셨다

울면 안 되는데, 울고 싶지 않은데도 뜨거운 눈물은 계속 흘렀다.

 

“““““’오소마츠가 필요해.”””””

녀석들이 일동 합창을 하듯 외쳤다

다 큰 성인 다섯 명이 울먹이며 외치는 모습은 완전히 코메디였다

눈 앞의 녀석들의 꼴이 웃긴데도 멈추지 않던 눈물이 기어이 왈칵 쏟아졌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오소마츠의 성에, 실은 나도 녀석들을 들이고 싶었다

다시 함께 투닥대며, 의지하며 지내고 싶었어.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녀석들을 오소마츠의 성에 들였다가 또 싫다고 나가버리면

오소마츠의 성마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나는 대체 어떤 성을 만들어야 해

아니면 나중에 다시 장남이 필요하다고 하면?

녀석들을 들이고 싶은데, 성문을 열 수는 없었다. 이미 잠긴 성문은 열리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오소마츠.”

시로마츠의 부드러운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나와 녀석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있던 시로마츠가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제. 이 녀석들이 뭘 원하든 너는 . ‘장남인 오소마츠도, 육쌍둥이인 오소마츠도 전부 그냥 .”


시로마츠의 말에 굳게 잠겨져 있던 성문의 빗장이 덜컹하고 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오소마츠의 성을 이루는 한쪽 벽면은 장남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향한 시로마츠의 은은한 미소에 마주 웃어 주었다. 녀석들을 향해 겨우 똑바로 직시할 수 있었다.

 

또 버리지 않을 거지? , 외롭게 하지 않을 거지?”

“““““당연하잖아!”””””

큰 목소리로 다짐하는 녀석들의 얼굴은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금세 밝아져 있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조금 웃은 후,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


“““““!!!!... !!!!!!”””””


전원 쥬시마츠가 된 것처럼 온 맨션이 울리도록 크게 대답하는 녀석들이 솔직히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9.

시로씌이~~”

침대에 엎드려 발을 동동 구르며 오소마츠가 책상에 놓인 교재에 집중해 있는 시로마츠를 불렀다

이미 몇 번이고 불렀지만, 대답해주지 않는 시로마츠의 무시에 볼을 부풀리고 오소마츠가 다시 시로마츠를 불렀다.

 

시로씌이이이~~”

, .”

짜증 섞인 목소리로 뒤돌아 오소마츠와 눈을 맞춘 시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씩-하고 환하게 웃었다.

 

이히히~.”

뭐야, 왜 실실 웃냐. 기분 나쁘게.”

기분 나쁘게는 뭐야?! 기분 나쁘게는!!”

, 됐고. 요즘 동생들하고는 어때?”

푹 한숨 쉬며 책상에 펼쳐진 교재를 덮은 시로마츠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 엄청 잘해줘~. 맨날 같이 놀러 가자고 해주고~ 먹을 거 있으면 꼭 내꺼 남겨주고~”

초딩이냐?”

황당하단 얼굴로 오소마츠의 이야기를 듣는 시로마츠가 안도하며 웃었다

시로마츠를 따라 웃은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시로마츠으~ 졸업하고 나면, 진짜로 회사 세울꺼야?”

“…, . 세워야지. 꿈이니까.”

그럼, 나 네 회사에 취직시켜 주라?”

“…좋아.”

이히히~.”

기쁘게 웃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시로마츠는 오소마츠가 동생들과 화해한 후,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나중에 제대로 녀석들이 독립하고 나면, 나 너랑 같이 있어도 돼?”


그 말이 취직시켜달라는 소리였나 싶어 시로마츠가 싱겁게 웃었다

너무나 간단하게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시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평생 곁에 있게 해줘.’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부탁은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가 자신이 제대로 육분의 일이 아닌 한 사람의 몫을 하게 되었을 때, 말하자고 오소마츠가 홀로 다짐했다.

 

 

 

Fin





* 끄, 끝났습니다!!!!

* 마지막편만 워드 26쪽이라는 분량이...

* 시간이 없어 좀 더 플롯을 다듬었다면 좋았겠지만, 일단 이렇게 완결이 나게 되었습니다...ㅎㅎ

* 자잘한 설정이나 플롯을 짜는 과정에서 수정된 부분들에 대해서 글 하나를 써서 올릴 것 같아요. 번외로ㅎㅎ

* 지금까지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은 냈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납득이 될만한 완결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ㅎ;;;

* 완결편입니다!!!!

* 분량이 길어져 부득이하게 2편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편수로는 같은 11화입니다.^^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소마츠에게 거부당한 채, 혼이 빠진 사람마냥 흐느적흐느적 걸어 나간 동생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집에 도착해 있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본 카라마츠가 2층 방에 올라가 이불을 깔아 잘 준비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리고 지금도 동생들은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비통한 얼굴로 좌절해있는 동생들을 카라마츠가 추슬러 이불에 눕히고 울 것 같은 얼굴의 이치마츠 옆에 누웠다

카라마츠에게 등을 돌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숨 죽이고 울고 있는 이치마츠에게 제대로 위로의 한 마디 할 수 없는 카라마츠는 자신의 무력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였다면, 능숙하게 이치마츠를 위로해 주었을 텐데… 

시로마츠의 집 앞에서 마주친 오소마츠의 진심으로 화난 얼굴이 감고 있는 눈꺼풀에 맺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결혼식에서 돌아온 부모님의 말로는, 줄곧 결혼식을 지루해하던 오소마츠가 답례품이 바움쿠헨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와 함께 먹겠다는 말을 남긴 채, 먼저 열차를 타고 돌아갔다고 했다

동생들이 시로마츠를 찾아갔을 때, 예정보다 일찍 오소마츠가 돌아와 시로마츠의 집 앞에 나타난 이유는 그것일 터였다

마츠요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동생들은 말이 없었다

어제 점심을 먹은 이후,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어 분명 배가 고플 터인데도 동생들은 식사를 서두르지 않았다

멍한 얼굴로 눈 앞에 놓인 반찬도 제대로 집어 먹지 못하는 동생들을 보며 카라마츠는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오후가 되어서도 항상 제 할 일을 찾아서 뿔뿔히 흩어지던 동생들은 집을 나서지 않았다

모두 거실에 모여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구인잡지도, 고양이 장난감도, 짐볼도, 스마트폰도 바닥에 버려진 채로 동생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오소마츠가 없는 지금, 차남인 자신이 나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카라마츠에겐 동생들을 달래줄 수 있는 역량도, 여유도 없었다

카라마츠 역시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오소마츠에게 거부당해 지금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사고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드르륵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동생들의 텅 빈 눈에 빛이 돌아왔다

동생들 모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뛰어들어갔다. 휴일인 오늘 부모님은 모두 집에 있었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은 오소마츠뿐이다

일그러져 울 것 같은 얼굴로 거실을 뛰쳐나가 현관으로 달려가는 동생들의 뒤를 카라마츠가 뒤따랐다.

 


“““““…”””””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인물을 확인한 순간, 동생들은 그대로 현관 앞에 서서 얼어붙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오소마츠가 아니였다

굳은 얼굴로 마루에 서 있는 동생들을 올려다보는 시로마츠를 동생들은 감정 없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침묵을 깨고 시로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지만, 동생들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려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시로마츠가 얼굴을 찌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됐어. 내가 멋대로 말하지 뭐.”

머리를 긁으며 하고 혀를 찬 후, 시로마츠가 말을 이었다.

 

앞으로 오소마츠는 당분간 나랑 지낼 거야

너희가 진심으로 오소마츠에게 사과하고 오소마츠가 그 사과를 받아들일 때까지 나는 너희와 오소마츠를 만나게 할 생각 없어.”

일방적인 선고에 동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 한마디가 가지는 영향은 컸다

멋대로 오소마츠에 대해 말하는 시로마츠를 향한 살기를 억누르지 않고 내뿜어대는 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시로마츠가 하던 말을 이었다.

 

“…오소마츠는 너희를 위해서 장남을 버리고 오소마츠가 되려고 했어

육분의 일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고자 한 너희들을 제대로 보내주기 위해서. 너희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오소마츠의 일에 동생들은 놀라 입을 벌렸다. 놀라움과 혼란이 섞여 입을 막았다

시로마츠의 말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시로마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동생들은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를 위해서, ‘장남을 버려

? 어째서

전부 우리를 위해서…? 

우리에게 미움 받을까 두려워서라고

우리가 오소마츠를 미워할 리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오소마츠의 속마음에 동생들은 뭐라 대답을 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이 시로마츠가 아니라 오소마츠, 그 당사자라 해도 동생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동생들의 얼굴을 한번 쭉 훑어본 시로마츠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생들의 얼굴을 보며 아직 남아있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확인한 시로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동생들에게 선전포고했다.

 

그러니까너희가 제대로 오소마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나는 절대로 너희에게 장남, ‘오소마츠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시로마츠의 말에 분노로 얼굴을 구기면서도 섣불리 반박하지 않는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하나의 힌트를 던져주었다.

 

오소마츠가 화난 이유를 알고 싶으면 내가 너희를 설득할 때 했던 말을 잘~ 생각해보면? 지금과 그때와 상황은 비슷하니까.”

툭 던지듯 말하고 시로마츠가 몸을 돌려 현관을 나섰다

시로마츠의 인영이 사라지는 것을 동생들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2.

허슬허슬~ 머슬머슬~”

침울해지는 기분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쥬시마츠가 힘차게 외치며 강가를 걸었다

호기롭게 야구배트를 들고 나온 것까지는 좋았으나 야구를 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항상 야구배트를 휘두르던 강가에 도착해 강둑에 주저 앉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을 바라보며 무릎을 안고 앉아 쥬시마츠는 가만히 생각했다

오소마츠는 일주일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집 안 분위기는 항상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쥬시마츠는 더 이상 그 무거운 공기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오늘 홀로 집을 나왔다.

 

왜 오소마츠 형아는 그렇게 화 낸 걸까? 왜 집에 안 들어오는 걸까?’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강을 따라 의식을 흘렸다

이대로라면 시로마츠에게 오소마츠를 뺏기고 만다

하루빨리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쥬시마츠는 도저히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과 그때와 상황은 비슷하니까

 

시로마츠가 집에 찾아온 날, 시로마츠의 말을 쥬시마츠는 다시 재생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때, 데카판 박사의 집에 머물고 있던 쥬시마츠에게 시로마츠가 찾아왔다

오소마츠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로마츠를 처음 본 순간, 쥬시마츠는 당황했다

오소마츠의 친구라면 당연히 쥬시마츠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쥬시마츠는 시로마츠를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어릴 적, 자신들은 여섯명이서 하나!’의 모토를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친구가 생겨도 항상 형제에게 소개하고 함께 친구가 되었다

친구의 공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친구임이 분명한데도 쥬시마츠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것에 내심 당황했다.

 

시로마츠가 찾아와 쥬시마츠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시로마츠와 쥬시마츠는 데카판 박사가 마련해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다용 메이드가 내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후, 시로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오소마츠 일로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

“…할 말이 뭔데요?”

묘하게 느껴지는 어색함에 쥬시마츠가 존댓말로 물었다

시로마츠는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후, 날카롭게 쥬시마츠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오소마츠는, 너희가 집을 나가고 굉장히 외로워하고 있어. 평범한 아르바이트라면 충분히 친가에 살면서 할 수 있잖아

이렇게 집에서 가까운 타인의 집에서 신세지면서까지, 야구를 좋아하는 네 팔을 손상시켜가면서까지 오소마츠의 곁을 떠날 이유가 있어

내가 보기에 너희가 집을 나간 건, ‘자립이 아니라 어리광이야.”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붕대를 감고 있는 쥬시마츠의 팔을 가리키며 시로마츠가 말했다

망설이는 듯 하면서도 굳건히 할 말을 마친 시로마츠가 다시 심호흡하더니 주스를 한 모금 더 목에 흘렸다

쥬시마츠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로마츠를 보는 쥬시마츠의 눈빛이 흔들렸다.

 

쥬시마츠는 예전부터 감이 좋았다. 특히 형제들의 일이라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쥬시마츠의 감은 명중률이 제법 높았다. 지금 눈 앞의 시로마츠를 두고 쥬시마츠의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이건 위험!’

초면인 시로마츠는 쥬시마츠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도, 쥬시마츠가 집을 나선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쥬시마츠는 시로마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시로마츠는 마치 오랜 친구마냥 쥬시마츠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전부 오소마츠에게 들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오소마츠를 위해 쥬시마츠를 찾아와 쥬시마츠에게 따지듯 말하는 것도 전부 오소마츠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었다.

 

다쳤던 팔이 욱신거렸다. 쥬시마츠는 무릎에 올려두고 있던 주먹에 힘을 주고 불안한 얼굴로 시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시로마츠는 굳어있던 얼굴을 풀고 조금 슬퍼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오소마츠가 네 팔을 보면 슬퍼할거야.”

“…!”

별안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난 쥬시마츠 덕분에 쥬시마츠가 앉아있던 의자가 쿠당탕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시로마츠가 놀란 얼굴로 쥬시마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지금 집으로 갈래!!”

쥬시마츠가 어디로 보나 당황한 얼굴로 급히 말하며 자리를 떴다

데카판 박사가 준비해주었던 방에서 짐을 챙겨 서둘려 집으로 달려나가는 쥬시마츠의 뒷모습을 어이없다는 얼굴로 시로마츠가 쳐다보았다.

 

 

 

그때…”

회상을 멈추고 쥬시마츠가 중얼거렸다. 그때와 지금이 같은 상황. 시로마츠의 말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그때, 시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위해 쥬시마츠를 설득하려 찾아왔을 때

쥬시마츠는 맹렬하게 몰아닥치는 불안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시로마츠의 모든 행동이 오소마츠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쥬시마츠는 직감했다.

 

이대로는 오소마츠 형아를 이 사람에게 뺏겨버려!’

그 생각이 든 순간, ‘자립이라는 단어는 머리 속에서 지워졌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오소마츠를 이런 타인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상냥한 오소마츠. 고등학교 시절,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쥬시마츠에게 용돈 몇 달치를 모아 야구배트를 선물해 준 사람도

그녀와 헤어졌을 때, 망설이고 있는 쥬시마츠의 등을 밀어준 사람도,

그녀의 배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울먹이는 쥬시마츠를 껴안고 등을 토닥여 준 것은 전부 오소마츠였다

그런 상냥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오소마츠를 시로마츠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

 

           너희에게 장남, ‘오소마츠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일순 머리를 야구배트로 얻어맞은 것처럼 쥬시마츠는 시로마츠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강둑에서 앉아있던 쥬시마츠는 벌떡 일어나 곁에 놓여져 있던 소중한 야구배트를 들고 집으로 향해 전력질주했다.

 

 

 

3.

빈 사료 봉투가 덜렁덜렁 허리춤에서 흔들렸다

밥을 먹기 위해 모여든 고양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치마츠가 생각에 잠겼다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된지 일주일하고도 3. 일주일 전부터 쥬시마츠가 다시 집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쥬시마츠는 전혀 상관없다는 상쾌한 얼굴로  매일 야구~!!!” 라고 외치며 집을 나갔다가 저녁때가 되어 돌아왔다

그런 쥬시마츠의 태도가 이치마츠는 당황스러웠다

이치마츠를 비롯한 남은 4명의 형제들은 여전히 오소마츠의 부재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어째서 쥬시마츠는 괜찮은 걸까.’

쥬시마츠의 밝은 태도에 당황해 평소보다 주의 깊게 쥬시마츠를 살폈지만, 변한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때때로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를 빤히 바라보며 뭔가를 바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꼭 먹이를 바라는 고양이와 닮아있었다

이치마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쥬시마츠에게 원하는 것을 직접 물으면 쥬시마츠는 그건 이치마츠 형아가 직접 깨달아야 함다!!” 라는 수수께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배부르게 사료를 먹고 야옹하고 인사를 건넨 후, 다시 골목 저편으로 사라지는 고양이들을 배웅하며 이치마츠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저 구석에서 야옹~” 하고 이치마츠를 부르는 소리에 이치마츠가 막다른 골목길 구석에 위치한 쓰레기 더미를 살펴보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아기 고양이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작은 고양이가 함께 붙어 있었다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아기 고양이를 감싸고 있는 작은 고양이가 다시 야옹~” 하고 울었다

이치마츠가 아직 봉투에 조금 남아있는 사료를 꺼내어 바닥에 놓아주자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향해 울었다

이내 몸을 일으킨 아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가 함께 바닥에 놓여진 사료를 허겁지겁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순식간에 사료를 모습을 감추었다. 입가를 핥으며 아기 고양이가 ~” 하고 울자 작은 고양이가 정성껏 얼굴을 핥아 주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사이 좋은 형제처럼 보였다

아기 고양이의 얼굴을 다 핥아준 작은 고양이가 몸을 일으켜 앞서 걷자 아기 고양이가 아장아장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여 작은 고양이의 뒤를 따랐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이치마츠는 시로마츠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당신, 뭐야?”

노숙을 하기 위해 찾은 시민공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시로마츠를 향해 이치마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초면에 다짜고짜 네가 이치마츠?” 하고 물어오는 낯선 이를 향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노려보고 있는 이치마츠를 향해 시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 반응을 보니 맞네. 네가 이치마츠지? 오소마츠의 동생인.”

낯선 이에게서 오소마츠의 이름이 나와 이치마츠의 눈이 똥그래졌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시로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가 지금 네 모습을 보면 걱정할거야.”

시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더욱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 당신이 뭔데 아는 척이야?”

오소마츠의 친구. 지금 오소마츠는 우리집에 와 있어.”

시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놀라며 시로마츠의 멱살을 붙잡았다.

 

왜 오소마츠형이 당신 집에 있어?!”

이치마츠의 위협적인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로마츠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이치마츠의 손을 떨어뜨렸다.

 

왜냐니.. 너희가 오소마츠를 놔두고 집을 나갔으니까. 있잖아, 지금 이 생활이 정말로 오소마츠의 곁을 떠날 정도의 가치가 있었어

노숙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생활이? 외로움을 잘 타는 오소마츠를 집에 남겨둘 정도로

네가 학창시절 힘들었을 때, 항상 도와주었던 게 누구였는지 잘 기억해보지 그래?”

시로마츠는 멋대로 이치마츠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는 몸을 돌려 공원을 떠나갔다

초면인 시로마츠에게서 연고도 없이 책망을 받은 이치마츠의 기분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본디 자신을 향한 힐난을 좋아하는 이치마츠이지만, 이런 초면인 자에게서 힐난 받는 것은 기쁘지 않았다

그리고 일일이 오소마츠를 들먹이는 시로마츠를 향해 살의를 활활 불태우며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고개를 숙였다.

 

이 생활이 오소마츠형을 버릴만한 가치가 있냐고?’

손이 하얘질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쥐며 이치마츠가 이를 갈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육쌍둥이를 거부하고 한 사람으로서 서기 위해 떠난 형제들

다른 형제들이라면 몰라도 이치마츠는 명실상부한 쓰레기였다

다들 집을 떠나 취직이니 알바니 노력하고 있겠지만, 쓰레기인 이치마츠는 여전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쓰레기가 노력해보았자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집을 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소마츠형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아도 되었다. 어린 시절,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지켜주었듯, 이치마츠도 오소마츠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치마츠의 떨리고 있던 눈빛이 제 빛을 되찾았다. 쥐고 있었던 주먹을 풀고 집을 향해 이치마츠가 발걸음을 옮겼다.

 

 

고등학교 시절, 육쌍둥이가 서서히 개성을 확립해나갈 시기에 이치마츠는 그동안 모범생이라고 불렸던 것이 무색할 만큼 엇나가고 있었다

어둡고 조용한 성격은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치마츠를 향한 따돌림의 수위가 높아졌고, 결국 육체적인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옥상이니 체육관 뒤쪽이니 매일 불려나가던 하루하루였다

이제 정말로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어느 날부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곁에 붙어 있었다

이유를 물어도 그냥~” 이라고 대답하며 얼버무리던 오소마츠는 이치마츠가 소위 노는 아이들에게 불려갈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는 달려와 이치마츠를 괴롭히는 패거리들을 순식간에 때려 눕혔다.

 

           “이치마츠, 너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 너는 너니까!”

 

자신이 잘못된 것일까 고민하며 울었던 이치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손을 내밀며 한 그 말이 아직도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시로마츠의 말로 오소마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 이치마츠가 시로마츠의 비난을 다시 되뇌였다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집을 떠나가며 육쌍둥이로 있는 것을 거부한 형제들

이치마츠는 명확한 목표도 각오도 없이 형제들을 따라 집을 나섰다

오소마츠를 홀로 남겨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마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이치마츠가 문득 시로마츠의 말을 기억해내며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엔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너희에게 장남, ‘오소마츠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시로마츠는 굳이 장남오소마츠를 구분해 불렀다. 그것의 의미를 이치마츠는 겨우 깨달았다

고등학교 시절, 항상 자신을 구해주었던 오소마츠는 장남이기 때문에 동생인 자신을 구해준 것이 아니였다

언제나 대등했던 육쌍둥이의 한 명, ‘오소마츠로서, ‘이치마츠를 구해준 것이었다

깨달음의 파도와 함께 눈물이 흘러 넘쳤다. ‘장남인 오소마츠는 항상 자신들을 오소마츠로서 돌봐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치마츠는 그것이 장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외로움슬픔도 전부, ‘장남으로서 당연히 견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아, 나는 심한 짓을 했구나.’

좁고 더러운 골목길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이치마츠는 한참을 울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얻어놓은 것처럼 죄책감으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도착하자, 마침 야구복 차림의 쥬시마츠와 마주쳤다

이치마츠의 붉어진 눈가를 본 쥬시마츠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4.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토도마츠는 바로 위의 두 형들이 매일 집을 나가 저녁때가 돌아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아직 오소마츠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집에서 오소마츠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도마츠도 계속 집에만 붙어있었지만 위의 두 형이 매일 집을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서서히 집 밖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늘도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는 여자사람친구의 연락에 내키지 않지만 집을 나왔다

카페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 친구들에게 눈을 돌려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토도마츠가 얼마나 빤히 보고 있어도 스마트폰이 울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 오소마츠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항상 들고 다녔지만, 2주일 동안 오소마츠에게서도, 시로마츠에게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시로마츠라는 사람은 대체…’

오소마츠가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화를 낸 그 날, 시로마츠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오소마츠의 곁에 있었던 것은 토도마츠와 형제들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오소마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시로마츠였다

항상 형제의 것이었던 오소마츠의 옆자리를 생판 타인에게 뺏긴 것에 토도마츠는 분노했다

그 날도, 그리고 형제 모두가 오소마츠의 곁을 떠나 집을 나갔을 때도 그랬다.

 

 


알바 자리를 알아보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별안간 허름한 아파트의 문이 울렸다

찾아올 사람이 없기에 아파트에 분명히 울리는 노크소리에 토도마츠를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혹시 괴한?!’

두려움에 떨면서 천천히 문에 다가가 문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문 저편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토도마츠가 몸을 떨었다.

 

역시 괴한이다!! 빨리 경찰에…’

스마트폰을 들어 112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문 저편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마츠노 토도마츠씨 댁 아닌가요?”

단순한 괴한이라면 토도마츠의 이름을 알고 있을 리 없기에 토도마츠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멈추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문 좀 열어주세요.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소마츠에 관한 일입니다.”

정중한 남의 말에 토도마츠가 의심을 거두고 문을 열었다.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을 시로마츠라고 소개했다.

 

, 무슨 일 이신데요?”

아직 112가 적혀있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토도마츠가 묻자 시로마츠가 대답했다.

 

오소마츠의 친구로서 한 마디 하려고.”

“…?”

토도마츠의 입에서 바보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자아이들을 바탕으로 한 토도마츠의 정보력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오소마츠를 비롯해 형제들의 친구들이라면 전부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 앞에 서 있는 시로마츠라는 남자는 토도마츠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시 슬금슬금 머리를 들고 일어나는 의심에 토도마츠가 뒤로 숨긴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가까이 갔다 대었다

시로마츠는 토도마츠의 침묵을 뒤로한 채 말을 이었다.

 

왜 오소마츠를 남겨두고 집을 나왔어?”

“...왜 당신한테 그런 질문을 들어야 해?”

발끈하며 토도마츠가 강하게 반박했다. 시로마츠는 가만히 토도마츠를 내려보며 담담하게 말을 계속했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거라면 굳이 집을 나올 필요 없었지? 말도 안되는 이유 붙여가며 오소마츠 곁은 떠난 게 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 말이야

오소마츠가 외톨이가 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형제인 너희는 잘 알고 있으면서

어릴 때부터 함께 했었다지만 너희는 어디까지나 개개인이고 그걸 오소마츠도 아플 만큼 잘 알고 있어

네가 변하지 못한 것을 오소마츠에게 뒤집어 씌우지 마.”

시로마츠의 날카로운 말에 토도마츠가 입을 뻐끔거렸다

뭐라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토도마츠를 바라보는 시로마츠의 비난 섞인 눈빛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어디까지나 오소마츠의 친구로서 하는 말이니까 네가 새겨듣던 말던 상관없지만. 형제인 너희들이 오소마츠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마.”

무표정이던 시로마츠의 얼굴에 슬픔이 살며시 내려앉았다. 안타까움이 섞인 말을 남기고 시로마츠는 사라졌다

그제야 벌어진 입을 다문 토도마츠가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바탕화면에 찍힌 여섯명의 같은 얼굴. 육쌍둥이. 싫어도 좋아도 결국 토도마츠와 형제들은 육쌍둥이였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울고 웃은 형제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오소마츠의 얼굴과

부모님의 얼굴이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토도마츠가 작게 흐느꼈다.

 

돌아가고 싶어.’

따뜻한 집과 어리광을 전부 받아주는 상냥한 부모님과 토도마츠를 향해 환히 웃어주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다시 보고 싶었다

토도마츠가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 무표정으로 방에 틀어박혀 있던 오소마츠가 마음에 걸렸다.

 

 

그때는 오소마츠형이 걱정되서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시로마츠의 말에 각오를 다지고 떠났던 집에 다시 되돌아간 것을 생각하며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은 얼굴을 한 토도마츠의 어깨가 흔들렸다.

 



톳티~, 내 이야기 듣고 있어?”

오늘 만나자고 연락을 했던 여사친이 토도마츠를 보며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성급히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 무슨 이야기였지?”

정말~. 내 동생들이 너무하다는 이야기!”

뚱한 얼굴로 말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두 손을 모으고 사과했다

여사친은 금새 화가 풀렸는지 자신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진짜 내 동생은 너무한 거 있지~ 토도마츠도 그런 경험 있어?”

?”

갑자기 물어오는 친구의 질문에 토도마츠가 얼굴을 갸웃했다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토도마츠를 대신해 말했다.

 

모를걸~. 톳티, 막내고.”

~ 그렇구나. 그럼 모르겠다.”

토도마츠를 빼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두 친구에게 토도마츠가 당황해 대화에 끼어들었다.

 

, 뭔데? ? 말해줘~”

그게 내 동생이 말이야~ 절대로 죽어도 엄마 심부름은 안 간다니까! 귀찮다느니 뭐라느니! 그래서 결국 심부름 가는 건 나고! 너무하지 않아

아무리 내가 장녀라지만 나도 집 밖에 안 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화장이 이상한 날이나 씻기 전엔 절대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엄마는 항상 나한테 시킨다니까? 조금만 귀찮은 일은 전부 나한테 떠넘기고!! 정말, 장녀라는 이유로 너무 손해 보는 게 많은 것 같아!”

기관총마냥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친구의 불평에 토도마츠는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꼈다

정말로 화난 얼굴로 동의를 구하는 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라고 적당히 수긍하자 만족한 친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쏟아지는 동생의 악담에 토도마츠가 쓰게 웃었다.

 

           “…네가 변하지 못한 것을 오소마츠에게 뒤집어 씌우지 마.”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토도마츠는 문득 시로마츠의 말을 떠올렸다

시로마츠의 말과 친구의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 동생에 대한 불평이 서서히 하나로 이어졌다

계속 토도마츠의 손에 쥐여 있던 스마트폰이 소음을 내며 테이블에 떨어졌다

스마트폰과 테이블이 만들어낸 둔탁한 소음에 친구들이 대화를 멈추고 놀란 얼굴로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 넘기고 있었어. 우리들은.’

토도마츠를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는 토도마츠의 귀에 닿지 않았다

멍하니 초점 잃은 눈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토도마츠가 별안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커다란 눈물방울이 테이블에 떨어져 토도마츠의 친구들이 토도마츠의 등을 토닥이며 왜 그래? 어디 아파?” 하고 물으며 야단을 떨었다

친구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도마츠의 눈물을 주륵주륵 흘러내려 이내 토도마츠는 테이블에 엎드려 어깨를 떨었다.

 

 

훌쩍하고 콧물을 들이마시며 토도마츠가 집을 향해 걸었다

형들을 설득해 오소마츠형을 만나러 가자고 굳게 다짐하며 집에 도착해 거실에 들어가자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고개를 들어 토도마츠를 반겼다

코를 훌쩍이며 오소마츠를 만나러 시로마츠의 집에 가야 한다는 토도마츠를 향해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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