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아니네요. 몰려드는 일에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쉬고 싶어요. 벌써 3일째 밤샘이고...ㅎㅎ

소설 쓸 시간도, 기운도 없습니다...ㅠ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제 블로그를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일까요..


몰려드는 일과 함께 몸은 망가져가고 있어요ㅋㅋㅋㅋ

웃는게 웃는게 아니네요ㅋㅋ

정말 진지하게 정신건강과에 가 봐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몰려있었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ㅋㅋㅋㅋ

와.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이렇게 현실이 무섭습니다.

젠장, 현시창ㅋ

틈틈히 소설을 쓰고 있긴 한데 워낙 집중이 안되니 이것저것 플롯만 대충 짜놓고 본격적으로 쓴 소설은 0....

소설 쓰고 싶어요!!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싶어요!!!!

나에게 휴식을 달라~~ㅠㅠ


여러분도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도 챙기세요..

안그럼 저처럼 되요ㅋㅋㅋㅋㅋ

* 여러분 제가 미쳤나봐요.. 할 일이 산떠미인데 소설을 쓰고 앉아있....OTL


* 토고에게 납치되었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장남이야기 입니다.

* 오랜만에 평일에 올리는 단편입니다ㅎ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늘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나를 지나쳤을 샤이-한 카라마츠 걸-즈에게 귀여운 한숨을 흘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적막한 집안에는 고요함이 가득했다. 분명 브라더-들 모두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9월 중반을 넘어갔지만 한낮은 아직 여름과도 같았다

2층에 올라 가죽 잠바를 갈아입을 심산으로 방 문을 열자, 태평한 얼굴로 바닥에 대자로 뻗어 낮잠을 자고 있는 붉은 후드가 보였다

음냐-하고 입맛을 다시며 몸을 돌려 모로 누운 오소마츠를 보며 한량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단은 육쌍둥이의 리더, 장남이건만 모범의자도 보이지 않는 행태에는 진저리가 났다

한심한 눈으로 한창 낮잠 중인 장남을 쳐다보며 옷장의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육쌍둥이 맞춤인 푸른색의 후드를 입고 바닥에 누워 있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기세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오소마츠의 머리칼을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쓰다듬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가을 바람이 들어와 방 안을 휩쓸었다. 시원스럽게 펄럭이는 하얀 커튼을 묶고 창문을 반만 닫았다

이제 곧 해가 지면 날짜에 어울리는 쌀쌀한 기온이 될 것을 떠올리고 벽장에서 담요를 꺼냈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방치한다면 분명 찬 바람에 감기 걸릴 테고, 그럼 동생들을 고생시킬 게 뻔했다

감기에 걸린 오소마츠는 환자라는 자신의 입장을 110퍼센트 이용하여 동생들에게 어리광을 부려왔다

펄럭이는 소리를 내며 담요가 오소마츠 위에 안착했다

갑작스러운 소음이 거슬렸는지 오소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고으음-” 하고 몸을 반대로 돌렸다

담요도 덮어줬겠다 할 일을 끝낸 나는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가려고 몸을 돌렸다.

 

- , 안 돼애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오소마츠는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일까 싶어 다가가자 오소마츠의 신음소리가 더 커졌다.

 

, 아저씨 잘못했어요

또륵- 오소마츠의 눈가에서 흘러나온 눈물 한 방울이 흰 베개를 적셨다

어릴 적 어느 인물이 떠오른 순간 격렬한 분노가 일렁였다

우리들 모르게 오소마츠를 상처입힌 그 자는 아직도 오소마츠의 안에 남아 오소마츠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가

그때의 나는 여러모로 너무나 어렸기에 오소마츠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타까움에 조여오는 가슴을 안고 가까이 다가갔다.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오소마츠를 껴안았다

촉촉한 오소마츠의 눈가를 살며시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준 후, 오소마츠의 어깨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토닥였다

아기 때부터 기억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토닥임을 최대한 재현하여 천천히 천천히 오소마츠를 안심시켰다

효과가 있었는지 괴로워하며 찡그리고 있었던 오소마츠의 얼굴은 서서히 평온한 표정으로 풀려가고 숨소리도 안정되어 갔다

완전히 오소마츠가 안정되었다고 판단이 들어 몸을 일으켜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울었던 탓일까 오소마츠의 눈가가 붉었다. 오소마츠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붉은 눈가를 쓰다듬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오소마츠의 꿈 속에 들어가 그 증오스러운 자를 해치우고 오소마츠를 지켜주고 싶다

손을 올려 오소마츠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후, 방을 나왔다.

 

 

 

 

2.

오소마츠 형,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토도마츠의 물음에 오소마츠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하고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오소마츠를 향해 토도마츠와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하고 토도마츠의 말을 이어 묻는 쵸로마츠의 말에 으음-하고 팔짱을 끼고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오소마츠가 5초도 지나지 않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낮잠을 굉장히 기분 좋게 자서!”

““낮잠?””

오소마츠의 말을 따라 되묻는 두 사람에게!”하고 밝게 대답한 오소마츠가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분명 낮에 잠을 자고 있던 오소마츠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그것도 그 자의 악몽을

그런데도 기분 좋게 잤다는 것은 조금은 내 덕분일까

홀로 생각하며 괜히 가슴 가득 차오르는 뿌듯함에 웃자 옆에 앉아있던 이치마츠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다.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오소마츠는 오늘도 낮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 형제들이 모두 외출을 하고 홀로 집에 남게 되면 항상 낮잠을 자는 것일까

오늘도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배까지 내놓고 자고 있는 맏형의 모습에 혀를 차며 담요를 꺼냈다.

오소마츠의 어깨까지 담요로 덮어주고 얼굴을 살피니 오늘도 악몽을 꾸는지 미간이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어제처럼 하면 될까 싶어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내 오소마츠의 숨소리가 편안해졌다

살짝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의 얼굴을 확인하니, 얼굴에 작은 미소가 피어있었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눕자 눈 앞에 놓인 오소마츠의 뒤통수에서 나와 같은 샴푸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충동에 몸을 맡긴 채, 그대로 오소마츠의 머리칼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은은한 플로럴계의 샴푸향과 함께 미묘하게 나와 다른 냄새가 내 안의 중심을 자극했다

오소마츠의 체취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오소마츠의 허리를 감쌌다

항상 육쌍둥이의 리더로 앞장서서 걸었던, 어릴적 동경했던 나의 단 하나뿐인 형의 의외로 얇은 허리에 조금 놀라면서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가슴에 닿은 오소마츠의 등의 온기가 온 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 마치 작은 동물을 안고 있을 때와 같은 사랑스러움이 전신에 퍼져 한없이 행복해졌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편안하게 눈을 감고 달콤하게 온 몸으로 퍼져가는 오소마츠의 온기를 만끽했다.

 

 

 

 

3.

오소마츠를 제외한 우리 형재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의 지갑을 멋대로 들고 나간 오소마츠를 응징하기 위해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에게 키스했다

이정도 키스는 우리 형제들에겐 일상적인 것이었고, 모두 별 일 아니라며 넘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입술이 오소마츠에게 닿은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른 열기가 몸을 덮쳤다


그 입술도, 이치마츠가 팔을 감고 있는 목도, 오소마츠의 온기도, 그리고 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부 내 것인데


열기와 함께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 놀라 소스라쳤다

이치마츠에게 일순간이라고는 하나 살의를 품은 것에 당황하며 다시 이불에 누운 순간, 옆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온기와 향에 고개를 돌렸다

이치마츠의 키스로 감기에 걸린 오소마츠가 평소보다 발그레 붉어진 얼굴로 내 옆에 누웠다


껴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껴안고 방금 전 이치마츠에게 키스 당한 입술을 내 입술로 덮어버리고 싶었다

시끄럽게 나를 충동질하는 내 욕망을 억누르고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자, 어느 순간 오소마츠가 눈이 맞았다

“응-?”하고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내 안의 검은 욕망이 일렁이며 한층 더 사납게 나를 부추겼다.

 

저 온기는 나의 것이다.

 

두 사람의 좁은 간격에서 전해져 오는 오소마츠의 체온에 욕망을 달래며 눈을 감았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오소마츠를 이렇게 사랑해버리고만 것일까

 

 

 

내가 비로소 오소마츠를 향한 내 마음을 깨달은 뒤, 나는 의식적으로 오소마츠를 피했다

오소마츠와 둘만 남게 된다면 오소마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나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몸짓, 목소리, 얼굴 표정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였다

오소마츠를 향한 내 연정은 유리잔 가득 차 있는 물과 같았다

이미 잔의 끝을 넘어 작은 파문 만으로도 얼마든지 잔에서 흘러 넘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섣불리 오소마츠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오전부터 흐리던 하늘이 결국 대지에 눈물을 쏟아냈다

항상 가던 다리에서 걸-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집으로 돌아왔다

정적이 감도는 집안에 당연히 아무도 없겠지 생각하며 2층 방 문을 연 순간,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오소마츠가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활짝 창문을 열고 담요도 덮지 않은 채 자신의 팔을 베개 삼아 새근새근 꿈나라로 떠난 오소마츠의 얼굴에 서서히 그늘이 드리웠다

비가 방 안으로 들어올 것을 염려해 창문을 닫고 담요를 꺼내 오소마츠에게 덮어주었다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싶었지만, 흔들거리며 잔에서 넘치려 하는 내 욕망을 깨닫고 서둘러 방을 나서려 몸을 돌렸다.

 

, 시러어- 용서, 해 주세요아저씨

오소마츠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의 꿈을 꾸는 건지 아예 몸까지 떨며 오소마츠가 꿈 속의 인물에게 빌었다

몰려오는 안쓰러움과 슬픔에 아슬아슬하게 잔에 담겨있던 욕망이 흘러 넘치고 추악한 독점욕이 눈을 떴다

말 없이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강하게 허리를 끌어당겨 나와 밀착시키자, 두 겹의 얇은 천을 뚫고 오소마츠의 온기가 내 욕망을 어루만졌다

오소마츠에게 이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밖에 닿을 수 없는 것에 죄책감이 고개를 들었다

부디 오소마츠가 눈을 뜨지 않기를 바라며, 내 품에 가둔 오소마츠에게서 느껴지는 온기로 독점욕이라는 갈증을 달랬다.





4.

저녁식사를 하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 맞은편이 앉은 토도마츠가왜 그래? 오소마츠 형.”하고 묻자 오소마츠가 작게 신음하며 우리들을 둘러 보았다.

 

요즘 말이야낮잠 자면 엄청 편안하게 푹 자는데…”

망설이는 듯 조심조심 말을 꺼낸 오소마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유가 뭘까나~~ 싶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실실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성을 냈다

자신은 열심히 일을 찾아 돌아다니는 와중에 한가롭게 낮잠이나 자고 있다는 둥, 낮잠 잘 시간에 일이나 찾으라는 둥, 항상 같은 레파토리인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곤-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나는 식사도 멈춘 채 마음을 졸이며 바라 보고만 있었다.

 

 

요 며칠, 여전히 오소마츠를 피하고 있던 나는 오소마츠가 낮잠을 잘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2층 방 바닥에 누워 항상 악몽을 꾸며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하는 오소마츠를 달래주기 위한 그 순간이 내가 유일하게 오소마츠에게 닿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얇은 허리에 팔을 두르고, 온 몸으로 퍼지는 오소마츠의 온기와 체취를 느끼며 언제라도 흘러 넘칠 것 같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 욕망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켰다

오소마츠를 품에 안고 오소마츠가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나를 동생으로만 보고 있는 오소마츠와 동생들에 대한 죄책감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전해져 오는 온기에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오소마츠가 눈뜨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목마른 욕망을 단물처럼 축여주는 마약과 같은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이미 며칠째 오소마츠의 낮잠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소마츠의 발언에 가슴을 졸이고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오소마츠가 눈치채고 나는 경멸 한다면아마 나는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지 시작한 오소마츠의 태도에, 그 달콤한 시간도 막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질리지도 않는다.

바닥에 누워 사람 맘도 모르고 태평하게 배나 긁으며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나는!!! 


무의식으로 오소마츠의 곁에 가 누운 자신울 향해 맹렬하게 태클을 걸었다

이제슬슬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팔을 두르는 자기 자신을 향해 혀를 찼다

찌푸리고 있던 눈썹이 옷 너머로 흘러오는 오소마츠의 온기에 맥없이 풀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몇번이고 다짐하며 눈을 감고 오소마츠의 온기를 온 몸에 둘렀다.

 

"으음-"

눈썹을 찌푸리고 한숨을 흘린 오소마츠가 몸을 들썩였다

벌써 일어나려는 것일까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표정을 감추고, 오소마츠의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뺀 순간, 오소마츠가 몸을 돌렸다.

 

"?!!!"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입가에 모아 새근새근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숨을 삼켰다

오소마츠는 고른 숨소리를 내쉬며 편안한 표정으로 온기를 찾아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 가슴에 깊숙이 얼굴을 묻고 행복한 듯 미소가 피어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오소마츠에게까지 들리지 않을까 초조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소원을 품었다

힘을 풀었던 팔은 어느새 빳빳하게 굳어 오소마츠의 몸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안고 싶다.

이대로 허리를 감아 끌어당겨 내 품에 영원히 가두어 놓고 싶다.

오소마츠의 온기를 내 것으로 하고 싶다.

엉망진창이 되어서 서로 녹아 하나가 되고 싶다.

 

마른침을 삼키며, 이미 유리잔에서 흘러 넘친 욕망이 시야를 왜곡했다

손끝이 떨리며 이성의 stop 신호를 무시하고 서서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이 온기에 닿는 다면… 

이대로 충동에 몸을 내맡긴 다면… 


뜨거운 숨을 내쉬며, 앞으로 조금 더, 손을 뻗었다

이미 이성은 그 힘을 잃고 사고의 한 구석에서 소외된 채,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이었다.

 

-.”

오소마츠가 작게 웅얼거리며 몸을 들썩였다

전구를 켜듯 순식간에 제자리로 되돌아온 이성에 재빨리 손을 치웠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알지 못하는 오소마츠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간신히 돌아온 이성에 내쉰 안도의 한숨도 떨리고 있었다

조금씩 오소마츠가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몸을 뒤로 빼내어 오소마츠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몸을 일으키고 찬 바람이라도 쬐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발을 옮긴 순간이었다.

 

“…!!”

뒤로 당겨진 옷자락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아직 잠에 취해 게슴츠레 눈뜨고 있는 오소마츠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쿵 하는 소리가 귀에서 울리며 심장이 내려앉았다

제 할 일을 잊은 심장은 고요히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고, 내뱉는 숨은 차갑게 식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가만히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는초가시간과 같이 느껴졌다.

 

“…우음카라마츠우~?”

눈을 비비며 침묵을 깨고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잠에 잠긴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오소마츠에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들키고 말았다는 생각만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어떤 반응을 할까


경멸할까

진심으로 질린 얼굴로 나를 매도할까

아니면 어이없다는 얼굴로 짜증을 낼까


어느 쪽이든 내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눈 앞에 준비되어 있는 절망이라는 이름의 낭떠러지에 얕은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카라마츄~,

떨고 있는 내 옷자락을 단단히 붙잡은 채,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5.

카리스마 레전드인 나에게도 부끄럽지만 약점은 있다. 나는 혼자 잠드는 것이 무섭다

어릴 적 조금 안 좋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 혼자 잠을 잔다면 백발백중 나는 꿈을 꾸었다

눈을 뜨고 나면 자는 동안 흘린 눈물로 베개는 축축하지, 눈은 뻑뻑하지, 게다가 부어 오른 눈 때문에 카리스마 레전드 얼굴이 말이 아니였다

형제들과 함께 잘 때는 괜찮은데. 그래서 나는 절대로 혼자 자지 않는다.

 

 

젠장.”

만화를 보는 동안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왔다

서서히 흐려지는 시야와 멍한 뇌가 나를 잠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어제 경마장에서 만난 아저씨들과 새벽까지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동생들도 모두 외출한 지금 잠든다면 또 꿈을 꿀 것이다

억지로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크게 떴지만 소용 없었다. 눈을 비비고, 진한 커피를 타서 마셔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규칙적인 자신의 숨소리에 서서히 사고가 가라앉았다.

 

, 젠장. 포기다.

이번은 정말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벽장에서 베개를 꺼냈다

꿈을 꾸는 것은 두렵지만, 지금은 잠이 우선이다

베개에 머리를 베고 누운 순간, 무거운 눈꺼풀이 가라앉고 나는 무의식으로 빠져들었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싫어! 용서해주세요…’

, 역시 또 이 꿈을 꾸고 만다. 토관에 갇힌 채, 어둠 속에서 열심히 부르짖고 용서를 구해도 빛이 내려오는 법은 없었다

훌쩍이는 울음소리와 흙 냄새와 몰려오는 두려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몸을 가는 두 팔로 껴안고, 흐느끼고 있는 어린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잠에서 깨고 나면 또, 내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겠지. 작게 한숨을 쉬며 담담히 꿈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빛이 들어올 리 없는 어두운 토관. 어린 나에게 서서히 빛이 다가왔다

따뜻하고 상냥한 빛에 감싸인 채, 나는 울음을 그치고 눈을 감았다

부드럽게 나를 어루만지는 온기에 순식간에 꿈은 그 방향을 바꾸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기억을 비추었다


어릴 적, 동생들과 함께 뛰어 놀았던 기억,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기억

학창 시절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기억

그리고 지금 성인이 되어서도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 꿈 속을 물들여갔다


어느새 울고 있던 어린 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진심으로 기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이미 저 멀리로 사라진 어둠은 완전히 사라지고 따스한 빛으로 가득 찬 꿈을 보며 겨우 안심하고 웃을 수 있었다.

 



눈을 뜨니 곁에 있던 온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활짝 열어놓았던 창문도 닫혀있고

내가 덮고 있는 담요를 보아 누군가가 내 곁에 머물렀던 것은 확실했다

그 온기 덕분에 평온한 꿈을 꿀 수 있었기에 솔직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한데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동생들을 한 번 쭉 훑어보았지만, 그 누구도 내 낮잠에 대해서 언급하지도, 어떤 기색을 보이지도 않았다

마침내 토도마츠의 기분 좋아 보인다는 말에 스스로 낮잠을 잘 잤다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동생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내 곁에서 함께 있어주었던 온기의 주인을 찾고 싶었다

그 녀석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었겠지만, 나에겐 혼자 잠들어서도 꿈을 꾸지 않은 것은 제법 큰 일이었다

다시 한 번, 낮잠을 자면 또 곁에 와 줄까 싶어 전날과 같은 시간에 같은 2층 방에서 잠을 잤다

천성이 게으른 터라 점심 때가 되어서야 일어났는데도 베개를 베고 누운 순간, 몰려오는 피로에 눈을 감았다

규칙적인 숨소리와 함께 의식이 저 멀리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추고 다가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또 어린 나는 토관에 갇혀 울고 있었다

오늘은 그 온기가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고 꿈을 바라보았다

그 온기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에 몸을 웅크렸다

웅크린 등에서부터 천천히 온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사람의 체온은 이렇게나 따뜻했던가

기쁘게 웃으며 온 몸을 감싸고, 밝은 빛으로 꿈을 감싸는 온기에 몸을 맡겼다.

 

대체 그 온기는 누구일까?

그 후로 매일 낮잠을 자고 있으면 온기가 다가와 나를 상냥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 온기 덕분에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온기는 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대체, 누구일까?

머리 속을 가득 채운 호기심에 몸이 간질거렸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그 의문은 수수께끼 마냥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쵸로마츠?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항상 쵸로마츠를 제일 먼저 보곤 했다. 혹시나 쵸로마츠일까 싶어 떠봤지만, 낮잠 잘 시간에 일이나 찾으라는 전형적인 쵸로마츠 잔소리에 기분이 내려앉기만 했다

그럼 이치마츠? 만약 이치마츠였다면 고양이 냄새가 났을 것이다. 고양이와 접촉하는 시간이 긴 이치마츠에게서는 항상 고양이 특유의 짐승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곤 했다. 하지만 내 곁에 붙어있던 온기에서는 그런 냄새는 나지 않았다

토도마츠나 쥬시마츠일까. 아니, 그 두 녀석은 매일 집을 나가 밤 늦게 들어왔다

소거법으로 한 명 한 명 지우고 나니 카라마츠가 남았다.

카라마츠..일까

그러고 보니 온기에서 희미하게 코롱 냄새가 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우리 중 향수를 쓰는 것은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유일했다

내 나름대로 추리를 했지만, 애초에 머리 쓰는 일은 익숙지 않은 나였다

카라마츠라고 생각해도 아닐 가능성은 충분했다. 방 바닥에 멍하니 누워 추리를 거듭하다 보니, 일순 피로가 몸을 덮쳤다

머리를 쓰는 것도 지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되새기며 눈을 감았다. 베개를 꺼내는 것도 귀찮다

모로 누워 팔을 베개 삼아 베고, 오늘이야말로. 다짐하며 어제와 같은 시간에 눈을 감았다.

 

 

 

 

6.

, 이 온기다. 등을 감싸 안은 온기에 기분 좋게 웃었다

가슴 가득 달콤하게 퍼지는 행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좀 더, 느끼고 싶다. 

욕심이 머리를 들었다


좀 더

그렇게 생각하며 온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확연히 온기가 가까워진 탓인지, 어릴 적 엄마에게 안겼을 때와 같은 상냥한 온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 기분 좋아. 내가 지금 고양이였다면 분명 방 안 가득 울려 퍼질 정도로 골골 거리고 있을 것이다

좀 더, 하고 바라고 마는 제멋대로인 나는 더 가까이 온기로 다가갔다

만족감과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온기가 서서히 멀어졌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온기가 멀어지자 시베리아 한복판에 놓인 것 마냥 몸이 떨리고 추웠다.

 


가지 마.

 


무의식적으로 멀어지는 온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

눈을 뜨고 올려다보니 놀란 얼굴의 카라마츠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역시 카라마츠였어-. 추리가 멋지게 들어맞은 것에 기쁘게 웃었다

기쁘게 카라마츠를 불렀지만, 녀석은 곤란한 얼굴을 하며 짙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내게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온기가 멀리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붙잡고 있는 카라마츠의 옷자락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놀랐는지 눈을 더 크게 뜨고 말 없이 나를 내려다 보았다.

 

카라마츄~,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웃으며 조르자 잠시 침묵하고 있던 카라마츠가 얼떨떨해하는 얼굴로 고래를 끄덕였다

옷자락을 잡고 있는 내가 끌어당기는 대로 순순히 내 곁으로 다가온 카라마츠가 내 옆에 앉았다.

 

, 누워, -.”

뻣뻣하게 몸을 굳히고 앉아있는 카라마츠의 가슴을 바닥으로 밀며 말했다

당황해 하면서도 얌전히 바닥에 눕는 카라마츠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은 후, 카라마츠의 옆에 폭 누웠다.

 

잘 자-“

인사를 건넨 후, 카라마츠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카라마츠의 은은한 코롱 냄새가 기분 좋게 나를 잠으로 유도했다

내 곁에 있는 카라마츠의 온기가 사랑스러워 팔을 뻗어 카라마츠의 등에 둘렀다

들썩들썩 몸을 움직여 온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감았다.

 

, 기분 좋아-.

이 온기는 설사 동생들이라고 해도 양보할 수 없을 것 같다

밀려오는 행복에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자, 카라마츠의 팔이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끌어 당겼다

온기에 더 밀착해 전신이 따뜻하게 감싸인 것이 기뻐 솔직하게 에헤헤-“ 하고 웃으며 카라마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당혹스러워하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쳐, 빙긋 웃어주니 카라마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붉힌 채, 당황하는 동생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피식 웃으며 카라마츠의 등에 두르고 있던 손으로 카라마츠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 횽아랑 자자- 카라마츄~”

기분 좋게 중얼거리자, 나를 껴안고 있는 카라마츠의 팔이 더욱 강하게 나를 감쌌다.

 

“…형님.”

으응~~?”

차분하게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동생을 올려다보자, 처음 보는 묘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카라마츠와 눈이 맞닿았다

카라마츠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쓰게 웃으며 작게 좋은 꿈 꿔.” 하고 싱겁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기분 좋게 몰려오는 졸음에 이미 반은 날아간 의식을 쫓아 꿈 속으로 들어갔다.





7.

기분 좋게 색색 거리며 잠든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며 작게 신음했다

대체! 이 사랑스러움은 대체!!!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움에 감격해 울 것 같았다

편안한 얼굴로 스스로 내게 팔을 두르고 껴안은 채, 잠든 오소마츠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사랑은 콩깍지라는 것은 이도록 무시무시한 것이었나

그 방약무인하고 난폭한 오소마츠가 이토록 사랑스럽게 보일 줄은

사랑의 힘에 감탄하며 잠든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오소마츠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품 안 가득 내게 안겨 있는 오소마츠의 온기에 달콤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살짝 내려 잠든 오소마츠의 이마에 입맞춘 뒤, 작게 속삭였다.

 

좋아한다. 오소마츠.”

자기만족이라는 것은 알지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욕망에 작게 말했다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숨소리만을 내뱉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허탈한 한숨이 나왔다

이대로 평생 오소마츠를 품에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소마츠를 품에 가둔 채, 눈을 감았을 때였다.

 

나도.”

작게 희미하게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놀라 빤히 오소마츠를 내려다보았지만,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는 그 귀여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머리칼 사이로 힐끗 보이는 귀가 딸기마냥 붉은 것을 눈치챈 내 얼굴로 오소마츠를 따라 잔뜩 붉어졌다

온기가 열기를 더해 방안을 후끈하게 데웠다. 뜨겁게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을 강하게 껴안은 채, 몰려오는 행복함에 몸을 떨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저는 잔뜩 쌓여있는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ㅠㅠ

* 하편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 있습니다.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모두 하타보에게 찔린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엉기적엉기적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잔뜩 구긴 얼굴로 엉덩이를 쓸어 올리는 쵸로마츠가 살다 살다 진짜 별 꼴을 다 당한다, 진짜…” 하고 멀쩡하게 앞서 걸어가는 쥬시마츠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웃는 얼굴로 빙글 몸을 돌려 완전 건강하다요, 머슬머슬 허슬허슬!!!” 하고 팔을 굽혔다 피는 쥬시마츠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왼쪽 끝에선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사이 좋은 동생들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즐겁게 고개를 돌린 순간, 항상 내 곁에서 나란히 걸었던 오소마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놀라 고개를 돌리니 오소마츠는 일렬로 걸어가는 우리의 한 발자국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오소마츠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오소마츠가 나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몸을 반대로 돌려 걸어갔다

우리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는 오소마츠의 등에 황급히 오소마츠를 향해 뛰었다

팔을 붙잡고 오소마츠를 돌려 세우자 놀란 얼굴의 오소마츠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오소마츠! 어디를 가려는 건가!”

오소마츠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잠깐 한 대 태우고 가려고~”

, 내가 있어서 피하는 건…”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의문을 묻자 굳은 얼굴의 오소마츠가 단호하게 아니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더 그 덩치를 키웠다.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물었다.

 

형님,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그렇다면…”

아니야, 카라마츠.”

불안에 떠는 얼굴을 숙여 감추고 묻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대답했다

너무나 상냥하고 부드럽게 나를 어루만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얼굴로 오소마츠가 웃고 있었다

상냥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이는… 

처음 보는 미소로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전혀 나쁘지 않아. 오히려 나쁜건.. 나야.”

그렇지 않다고 외치려고 벌어진 내 입을 먼저 막아선 오소마츠가 말을 이었다.

 

, 한 대 태우고, 파칭코 들렸다 갈게. 먼저 녀석들이랑 집에 들어가.”

오소마츠는 강하게 자신의 팔을 쥐고 있는 내 손을 부드럽게 풀고, 억지로 내 몸을 돌려 이미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는 동생들을 향해 등을 떠밀었다

너무나 부드럽게, 그리고 확고하게 나를 거부하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미 뿌옇게 변해버린 시야로 한 걸음씩 내게서, 그리고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는 오소마츠의 등이 너무나 쓸쓸해 보였다.

 

 

 

 

2.

오늘도 홀로 옆 동네까지 가서 술을 진탕 마시고 돌아왔다

술을 아무리 위에 들이부어도 빈틈없이 서서히 내 목을 바짝 조여오는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낡은 현관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가자 현관 앞 마루에서 쵸로마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쵸로씌 무슨 일이야?”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쵸로마츠에게 장난스럽게 묻자, 쵸로마츠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오소마츠 형, 요즘 대체 왜 그래?”

뭐가아~”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며 건성으로 대답하자 나를 따라 거실로 들어온 쵸로마츠가 거실 입구를 막고 서서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왜 카라마츠도 피하고, 우리들하고도 거리를 두는 거야?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형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말을 할수록 쵸로마츠의 언성은 높아져 갔다

비난의 어조로 나를 쏘아보고 있는 쵸로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 하고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

 

~ 알겠어. 이제 안 피할 테니까.”

또 그렇게 대충 대답하지!! 오소마츠 형은 항상 그런 식이야!”

가라앉지 않는 쵸로마츠의 짜증 섞인 어조에 나 역시 이성의 끈이 간당간당 흔들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 그러겠다고.” 하고 말하자 쵸로마츠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코 앞까지 다가온 쵸로마츠가 내 멱살을 잡았다.

 

우리한테는 카라마츠한테 너무 심하게 대한다고 화낼 때는 언제고! 자기는 카라마츠를 막 대해도 된다 이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야말로 카라마츠를 구하기 위해 하타보에게 돈을 빌리려는 걸 그렇게 화를 내며 막아놓고

너야말로 뭐라는 거야


이성의 끈이 하고 끊김과 동시에 주먹이 나갔다

!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먹에서 느껴지는 얼얼함에 퍼뜩 정신을 차리니 거실 문을 박살내고 쵸로마츠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쵸로마츠가 쓰러지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렸는지 2층에 모여 있던 동생들까지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놀란 얼굴로 나와 쓰러져 있는 쵸로마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동생들과 함께 내려온 카라마츠도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놀람과 혼란이 섞인 눈빛에 하고 자조 섞인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로 나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

코피를 대충 소매로 닦고 일어난 쵸로마츠가 내게 주먹을 날렸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쵸로마츠를 보며, 잠자코 선 채 쵸로마츠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얼마나 세게 친 건지, 우리 중에서는 완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쵸로마츠의 주먹을 맞고 그대로 거실 벽에 부딪쳐 바닥에 주저앉았다.

 

“……”

내가 피하지 않은 것에 놀랐는지, 쵸로마츠와 녀석들 모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 안이 터졌는지, 입 안 가득 쇠냄새가 풍겼다. 혀로 터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핥고 몸을 일으켰다.

쵸로마츠의 몸이 움찔하고 떨리며 긴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안 때린다고

터벅터벅 발소리를 울리며 쵸로마츠를 지나쳐 마루로 나갔다. 대충 벗어두었던 운동화의 뒤축을 구겨 신고,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하고 현관문이 닫히자 마자 흘러내린 뜨거워진 눈시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없구나. 기어코 동생한테 손을 올리고 말았다

쵸로마츠가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는데

이런 은 더 이상 녀석들에게 필요하지 않겠지

어디 멀리로 떠나자고 중얼거리며 이미 새까매진 밤하늘을 벗 삼아 기차역으로 향했다.

 

 

 

 

3.

동생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카라마츠 형?!”

토도마츠에게 불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쵸로마츠의 치료는 동생들에게 맡기고 현관을 나섰다

이미 저 멀리로 걸어가 작은 점으로 보이는 오소마츠의 뒤를 쫓아 뛰었다

기차역의 매표소 앞에서 겨우 오소마츠를 붙잡았다.

 

“…카라마츠.”

“…”

오소마츠의 잠긴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동생을 때린 것에 맞은 쵸로마츠 이상으로 상처 받은 오소마츠를 말없이 이끌고 공원으로 향했다

붕대를 칭칭 감은 나를 오소마츠가 마중 나와 주었던 그 공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오소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오는 내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오소마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눈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

 

오소마츠.”

“…”

형님.”

“…”

뭔가 고민이 있는 건가?”

“…”

오소마츠.”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힘없이 늘어진 오소마츠의 손을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시끄러웠다.

 

오소마ㅊ…”

시끄러워!! 나 같은 쓰레기한테 신경 쓰지 말라고!!!”

마주 잡고 있었던 내 손을 뿌리치며 오소마츠가 거칠게 외쳤다

잔뜩 찡그리고 있는 그 얼굴은 화가 났다기 보단,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져 오는 오소마츠의 괴로움에 가슴이 조여왔다

나를 보며 씩씩대는 오소마츠의 손을 다시 붙잡았지만 다시 내쳐지길 몇 번

토도마츠에게 고릴라 같은 힘이라고 불렸던 완력으로 몸부림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붙잡고 억지로 들어올렸다

얼굴을 마주해도 오소마츠는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내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오소마츠,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겠나?”

왈칵하고 순식간에 오소마츠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소리를 죽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너무나 애틋해서, 팔을 뻗어 오소마츠의 등에 둘렀다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가 작디 작은 목소리로 애잔하게 속삭였다.

 

미안, 미안해. 카라마츠. 이런 쓰레기 같은 최악의 형이라 미안…”

눈물에 젖은 오소마츠의 얼굴을 마주보는 내 눈시울도 어느새 뜨거워져 있었다

내가 오소마츠를 미워할 리가 없는데. 바보 같은 고민을 하는 바보 같은 형에게 빙긋이 웃어주며 달랬다.

 

최악의 형이라니 그럴 리가. 나도, 녀석들도 모두 너를 의지하고 있어. 형님, 오소마츠. 나는 그날 너에게 구원받았어네 덕분에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어. 동생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 오소마츠, 고마워. 계속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바보네, 너도.”

울먹이는 목소리에 작게 웃음이 섞였다

서로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마주보며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 큰 성인 남자 (그것도 얼굴도 똑같은) 둘이 어린아이 마냥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웃고 말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쵸로마츠가 맨발로 현관으로 내려왔다.

 

“..쵸로마츠, 아깐 미안.”

나도 화내서 미안.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좀 말을 해! 이 망할 장남!!”

아야!!”

오소마츠의 머리에 주먹을 내리치며 화난 목소리로 외치는 쵸로마츠의 눈가가 붉었다.

피식 웃고 고개를 돌리니 동생들 모두 거실에서 빼꼼 얼굴만 내밀고 우리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도 맞잡고 있는 손을 흔들어 오소마츠를 부르자, 오소마츠가 동생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고는 다녀왔어.” 하고 인사했다

부드러운 오소마츠 의 목소리에 동생들은 안심한 얼굴로 거실에서 마루로 나와 빙긋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쑥스럽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가 눈이 마주쳐 기쁘게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다.





* 카라마츠 사변으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오소마츠입니다.

* 개그 애니였기에 웃고 넘겼지, 카라마츠 사변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카라마츠도, 오소마츠도 꽤 큰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요ㅎ


* 다음주에는 남은 중편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도 중편에 손을 댔습니다ㅎㅎ.. 벌려 놓은 건 빨리 마무리 해야겠네요.

* 5화의 카라마츠 사변 기반입니다.

* 6화의 하타보의 생일잔치 네타도 들어가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대화는 오소마츠상 한국 더빙판을 참고했습니다.)

* 대체로 카라마츠 시점이지만 '카라마츠 어'는 로그아웃되어 있습니다ㅎ (어려워요.. 카라마츠의 안쓰러운 발언들은...)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 들어가 있습니다. 캐붕도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아직 어두운 시야 가득 들어오는 밝은 빛에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몸 곳곳의 부상도 거의 다 나아, 기분 좋게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다. 발을 감싸고 있는 무거운 깁스를 풀고 나면, 카라마츠의 완전 부활!인 것이다

병원의 의사도 경이로운 회복력이라고 놀랄 만큼, 그 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신체는 거의 다 회복되었다

어렴풋이 마음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소마츠의 마중으로 동생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들은 그 날, 붕대를 한 부위에서 지끈거리던 아픔이 사라졌다.

텅 빈 것 같았던 마음이 차오르다 못해 넘쳐 흘러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입이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자랑스러운 단 하나의 형님, 오소마츠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육쌍둥이의 리더인 오소마츠는 내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가지는 존재였다.

 

카라마츠 형아~! 일어났슴까!!”

, 쥬시마츠!”

파자마를 벗고 파란 후드로 갈아입자 방으로 들어온 쥬시마츠가 다가왔다

하핫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얼굴 가득 피우고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럼 얼른 병원 가요! 오소마츠 형아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슴다!”

쥬시마츠의 말에 아직 이불 속에 누워있는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점심 때가 지나야 겨우 일어나는 오소마츠의 자리가 비어있는 것에 놀라며 쥬시마츠가 이끄는 대로 따라 나갔다.

 

 


, 카라마츠~.”

현관을 열고 나가자 부모님에게서 빌린 차에 기대고 있던 오소마츠가 손을 들었다

맨땅에 디뎌도 통증이 없어 목발 없이 깁스한 발로 걸어가자 오소마츠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얼른 병원 가서 발에 있는 깁스도 풀자.”

씩 웃으며 말하곤 차의 운전석에 들어가는 오소마츠를 향해 말했다.

 

형님. 이젠 전혀 아프지 않다고? 이대로 걸어가도 괜찮을 정도다!”

-. 그래도 혹시 모르고,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말을 마친 오소마츠가 손을 휘적이며 어여 타~” 라고 말하며 운전석에 앉았다

쥬시마츠와 함께 뒷좌석에 앉자, 언제 면허를 땄는지 알 수 없는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차를 출발했다.

 


카라마츠 형아- 부활임까!!!”

! 완전 부활이다!!! , 걱정해줘서 땡스다, 브라더-“

왓세-“

쥬시마츠가 두 팔을 높이 들고 즐거워하며 그 자리에서 퐁퐁 뛰었다

접수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가 완전히 깁스를 푼 내 다리를 보더니 , 때 봐. 얼른 가서 씻어라~ 발 냄새로 사람 죽이겠다~.” 라고 놀리며 코를 막는 시늉을 해 머리를 한 대 때리는 것으로 갚아주었다.

 

 


병원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오소마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 현관 앞에 이치마츠가 서 있었다.

 

이치마츠? 무슨 일이지?”

가만히 현관에 서 있는 이치마츠에게 다가가 묻자 이치마츠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고쳐 올리며 별로.’라고 대답했다.


이치마츠 형아- 마중 나온검까!! 감사함다아!!”

아니, 아니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쥬시마츠!!!”

쥬시마츠가 웃으며 말하자 이치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부정했다

, 이치마츠. 그런 얼굴이면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에스퍼 냥이 사건 이후로, 솔직하게 어리광 부리고 걱정해주는 동생들의 태도에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웠다

신나게 팔을 흔들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쥬시마츠를 따라 집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마지막으로 깁스를 푼 다리에서 밀어도 밀어도 때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인간의 신체란 이렇게 더러운 것인가 진지하게 고찰해버리고 말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쵸로마츠가 준비해 놓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수건도, 옷도 뽀송뽀송해 기분이 더욱 고조되었다

그 동안 깁스를 신경 쓰며 제대로 목욕할 수 없었기에 상쾌한 느낌과 이제 다시 형제들과 다같이 대중목욕탕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욕실을 나와 거실로 들어갔다.

 

, 카라마츠 형! 마침 잘 되었다! 나랑 같이 나가자!”

거실 문을 열자마자 돌아본 토도마츠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일인가, 브라더?’ 라고 묻자 토도마츠가 뺨을 부풀리며 툴툴거렸다.

엄마가 저녁 장보기 심부름 시켜서! 사오는 물품 전부 무거운 거밖에 없어! 너무하지 않아?”

툴툴거리는 토도마츠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며 웃었다. 토도마츠가 그럼 준비하고 올게라고 말하며 2층 방으로 올라가고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 한 구석에서 모로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는 오소마츠가 시야에 들어오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소마츠도 같이 가지 않겠나?”

?”

토도마츠의 장 보기. 무거운 물품이 많다면 우리 둘이서 들면 좋을 거고.”

아니, 나는 패스~. 형아는 괜히 득도 없는 일에 힘 빼고 싶지 않아용~”

득이라면 마미를 기쁘게 할 수 있다고?”

마밐ㅋㅋㅋㅋㅋ, 기습 그만 둬! 갈비뼈가!!”

?!”

배를 붙잡고 웃는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자, 옷을 갈아입은 토도마츠가 내려왔다

카라마츠 형,  가자.” 하며 팔을 잡아 끄는 토도마츠를 따라 나와,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로 향했다.

 

 

 

 

2.

저기, 카라마츠 형.”

장보기를 모두 마치고 양 손 가득 생필품이 든 봉지를 들고 걷고 있자 토도마츠가 나직이 나를 불렀다.

 

? 뭔가 브라더-.”

한 발짝 정도 앞서 걷던 걸음을 늦춰 토도마츠와 나란히 걸으며 대답하자, 토도마츠가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몸은 완전히 나은 거야?”

, 물론이다. 브라더-에게 걱정을 끼치다니 역시 이 몸은 길티가이!”

그런 거 됐으니까. , 괜찮아진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 때, 브라더-들의 진심에 나는 전부 나았다고?”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자 토도마츠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 때는 정말 미안했어. , 조금 심했고.”

, 이제 다 용서했다.”

그 때, 오소마츠형. 완전 화내서 무서웠어.”

토도마츠가 뭔가 무서운 것을 떠올린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나는 토도마츠의 말에 놀라 오소마츠 형이?” 하고 되물었다

오소마츠는 방약무인에 쓰레기 장남이지만, 동생들에게는 함부로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은 육쌍둥이 서열 1위로서의 프라이드라고 나는 생각했다.

 

오소마츠 형, 집에 도착하자 마자 카라마츠 형 찾으러 갈 테니까 너희는 현관에서 반성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 그랬나.”

나도, 아니 우리도 오소마츠 형이 화내고 나서야 카라마츠 형한테 심했구나하고 깨달았어. 미안해…”

괜찮다! 그런가오소마츠가 화를 내주었나…”

우와- 카라마츠 형, 완전 기뻐 보이네?”

토도마츠의 빈정거림에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장이라고 생각되겠지만, 그 때의 나는 오소마츠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대로 시간이 지났다면 나는 다시 육쌍둥이의 일원으로 돌아왔겠지만, 형제들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였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오소마츠가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밀어 이끌어주어 형제들의 앞에 설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때의 구원을 나는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3.

오소마츠, 나와 함께 물고기들에게 사랑을 속삭이러 가지 않겠나?”

검은 선글라스를 올리며 허세 가득한 포즈로 말하는 카라마츠를 복잡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낚시터 가자고?”

, 그렇다.”

평소라면 배를 붙잡고 웃으며 갈비뼈 부러진다~’ 하고 너스레를 떨고도 남을 오소마츠가 잠잠했다

대답이 없는 오소마츠를 보며 선글라스를 벗은 카라마츠가 의아해하며 오소마츠를 불렀다.

 

형님?”

~ 난 오늘 패스.”

, 어째서?”

오늘은 그냥 집에 있고 싶어.”

“…그런가.”

풀이 죽어 어깨를 늘어뜨리며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낮춘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당황해 벌떡 일어나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별로 너랑 가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야? ~짜로 오늘은 별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아아, 알겠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달래 주는 오소마츠의 상냥함에 카라마츠가 밝게 웃었다

다시 들뜬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웃으며 한층 부드럽게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히 다녀와. 카라마츠.”

오우!”

오소마츠에게 마주 웃어주며 카라마츠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가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웠다.

 

 


요즘 들어 오소마츠가 나를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낚시터로의 권유도, 파칭코도, 경마도 내가 함께 가자고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소마츠는 나를 피한다

다른 형제들이 있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방 안에 둘 뿐이 남으면 항상 파칭코(혹은 경마) 갔다 올게~” 하며 먼저 자리를 일어난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정말로 오소마츠가 나를 피하고 있는 것인지, 만약 정말로 나를 피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오소마츠가 나를 피하는 이유를 유추하며 창 밖을 보고 있자, 엄마가 편지를 들고 방 문을 열었다.

 

백수들아~ 너희에게 편지 왔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엄마의 손에 든 편지로 시선을 집중했다.

 

 

 

 

4.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치비타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카라마츠를 납치했다며 납치범을 자청하는 그 목소리에 비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으레 해왔던 장난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다

오랜 세월을 알아온 치비타가 카라마츠에게 심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안쓰러운 발언만 하는 상냥한 카라마츠라면 납치되어도 금방 헤헤 웃는 얼굴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나 간단하게

나는 카라마츠를 버리고 말았다.

 

 

 

           너희들이 내 형제 맞냐?!!!!!!!”


카라마츠의 울부짖음에 깨달았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우리 육쌍둥이라면 자신을 남겨두고 집으로 떠나가는 형제들에게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것이 당연했는데

카라마츠는 그저 석양을 등지고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우리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왜 우리에게 달려오지 않는 건지, 왜 화를 내지 않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불행한 일을 당한 형제를 비웃고 실컷 놀리고 무시하는 건 우리 형제가 자라오면서 몇 번이고 있었던 일인데.


슬며시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젖은 얼굴로 우리를 쓸쓸히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몸을 돌려 우리를 등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

왜 멀어지는 거야?

왜 우리에게 달려오지 않는 거야,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남 명령으로 동생들을 집합시켰다. 남겨진 카라마츠의 뒷모습에 눈앞에 아른거렸다

우리가 납치된 카라마츠에게 얼마나 심했는지를 토로할 자격은 나에게도 없었지만, 내 목소리는 분노로 잔뜩 낮아져 있었다

내게도 동생들을 나무랄 자격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카라마츠를 영영 잃을 것만 같았다

나와 같이 의 위치에서 동생들을 감싸주고 있는 그 상냥한 녀석을 내 곁에서 잃고 싶지 않았다

동생들을 현관 앞에 일렬 횡대로 세우고 카라마츠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았던 추억의 공원 벤치에 어깨를 축 내리고 앉아있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가슴이 조여왔다

항상 내가 우리고 우리가 나!’를 외쳤던 내가 저렇게 카라마츠를 외롭게 내쳤다는 사실에 가슴이 조이고 숨이 막혔다


내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도 되는 걸까

동생들과 함께 기둥에 묶여있는 카라마츠에게 야구배트를 던진 내가


떨리는 입술을 꽉 다물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카라마츠가 내 동요를 알아채지 못하기를 빌며 태연한 얼굴로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모두 구하러 와 주지 않아서 슬프다. 모두에게 나는 필요 없는 존재였나.


사람의 속마음을 말해주는 에스퍼 냥이의 말에 다시 숨이 막혔다.


아니야. 아니야, 카라마츠

네가 필요 없을 리 없잖아

나와 같은 으로서 내 곁에 나란히 서 있어야 할 녀석은 너뿐인데


긴장을 풀면 눈물이 흘러 넘칠 것 같아서, 어금니를 꽉 악물었다.


동생들이 한 명씩 에스퍼 냥이를 안고 카라마츠를 맞이했다

모두 진심으로 카라마츠를 걱정하고 미안해하고 있었다

동생들의 사과에 카라마츠의 눈이 서서히 눈물로 젖어갔다마지막으로 에스퍼 냥이를 건네 받아, 진심을 전했다

뚝뚝 커다란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가슴에 창이 박히는 것 같이 찌릿찌릿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5.

날이 갈수록 카라마츠의 상처는 나아갔다

의사가 놀랄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이는 카라마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어수선했다

깁스를 한 팔과 다리를 볼 때마다 왜 더 빨리 카라마츠를 구하러 가지 않았는지, 왜 단순한 장난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지나갔는지 스스로를 질책했다

내 어리석음 때문에 생긴 카라마츠의 상처를 똑바로 응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그렇게 나를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브레이크 따위는 이미 고장난 채,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동차에 탄 채, 나는 앞으로 닥쳐올 절망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장남이라고 큰소리 치고 다녔으면서, 정작 동생이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할 때에 무시하고 심지어 더 상처 입혔다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피하고 싶은 그 사실이 나를 옭아매고 서서히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카라마츠의 발을 감싸고 있던 깁스를 푼 날, 완전히 회복한 카라마츠를 축하해주는 동생들을 바라보며 슬며시 집을 나왔다

동생들의 화목한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다

내가 제대로 처신했다면 처음부터 카라마츠가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항상 가던 술집을 지나쳐 옆 동네로 향했다

눈에 띄는 술집에 들어가 홀로 술잔을 기울였지만,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은 채 무겁게 내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술로도 사라지지 않는 아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자 카라마츠가 나를 맞이했다.

카라마츠가 아직 깨어 있다는 것에 놀라 복도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

이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뭐했냐는 질문에 기쁘게 웃으며 오소마츠를 기다렸다!” 하고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순수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미소에 숨이 폐에서 나오지 않았다

호흡이란 거 어떻게 했었지

순간 시야가 뒤틀렸다

아파. 아프다

가슴이 아파

눈물로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내 눈물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카라마츠가 형님?” 하고 나를 불렀다


너는 아직도 나를 이라고 불러 주는 거야? 나 같은 놈을


아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떨리는 손을 올려 눈을 마구잡이로 비비며 덤덤히 말했다.

 

~ 눈에 먼지 들어갔어~~!! 잠깐 눈 좀 씻고 올라갈 테니까 카라마츠는 먼저 자고 있어.”

, 하지만 할 말이.”

내일 들을 테니까~”

나를 붙잡으려는 카라마츠를 뒤로 하고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눈물 맺힌 눈이 붉었다

바보 같은 우는 얼굴에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무슨 자격이 있다고 우는 건지

떨리는 손으로 세면대를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울지 마. 나에겐 울 자격 없으니까

거칠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울지 마, 나에겐

 

형님? 괜찮은 건가?”

잠긴 화장실 문 밖에서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걱정하는 카라마츠의 상냥함에 다시 흘려 내리는 눈물을 삼키고 태연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문 너머에서 작게 카라마츠가 한숨 쉬더니 이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로 사라진 발소리에 문을 등지고 주저 앉았다.

 

 


카라마츠는 몸이 다 회복된 이후로 카라마츠는 부쩍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린아이 마냥 순수한 얼굴로 말하는 카라마츠가 사랑스러우면서도 두려웠다

둘만 남게 되면 무슨 말을 할까

두 사람만 남게 된 상황을 그릴 때마다 카라마츠는 그 순수한 얼굴로 내게 원망을 쏟아냈다

왜 더 빨리 구하러 오지 않았는지, 왜 자신을 버렸는지카라마츠가 원망을 늘어놓는 상상만으로 죽을 것 같았다


두려웠다. 실제로 그런 말들이 카라마츠의 입에서 나오지 아닐까

지극히 당연한 원망의 말들로 잔인하게 나를 목 졸려 죽이지 않을까

두려워서 너무나 두려워서, 몇 번이고 카라마츠의 권유를 거절했다

쓸쓸하게 웃으며 그런가..” 하고 물러나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주먹을 쥔 손이 아팠다

후에 주먹을 펴보면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새하얗게 질린 손바닥에는 손톱이 박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6.

원하는 만큼 실컷 갖고 가세요~”

눈 앞에 펼쳐진 돈 뭉치들의 향연에 눈이 뱅뱅 돌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입에서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멍청히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타보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서서히 산더미처럼 쌓인 돈 뭉치로 다가갔다.

 

얼마나 갖고 싶은데요? 1? 아니면 10?”

하타보의 말에 힐끗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바보 카라마츠(바라카마츠)는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눈 앞에 있는 돈에 취해 설설 돈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장남으로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떨렸다.

 

, 그러니까 그게백만정도?”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치비타가 요구했던 카라마츠의 몸값. 두 번 다시 동생들에게 그런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

한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장남(맏형)으로서의 의무감에 이것이 옳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타보가 내미는 돈에 손을 뻗었다.

 

작작들 좀 해애애애애!! 다들 그만 정신차려!! 하타보도 그래! 함부로 막 돈을 주고 그러면 어떡하냐?! 그런건 친구가 아니라구!”

쵸로마츠의 성난 목소리가 쓸데없이 커다란 공간에 울렸다

쵸로마츠의 말에 하타보가 울상을 짓고 고개를 숙였다

이럴 때만 상식인임을 내세우며 우리를 막아서는 쵸로마츠가 원망스러웠다.

왜 막아서는 거야? 하타보도 좋다고 했잖아

백만이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 겪지 않아도 되는데!! 늦지 않게 카라마츠를 구할 수 있었는데!!!

 

!! 너 하타한테 뭔 소리 하냐!!”

울컥이며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감추고 쵸로마츠에게 외치자, 꽉 막힌 멍청이 쵸로마츠가 나를 노려보며 나를 따라 언성을 높였다.

 

쟤가 돈줄이냐!”

지가 좋다는데 뭘!!”

안 돼애!”

왜 안 돼는데!?”

안 댄다면 안 돼애!!”

그럼! 너만 안 받으면 되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지독히도 성실한 척하는 쵸로마츠는 내 멱살까지 잡아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멍청이 바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백만이 있어야 하는데!!!! 

내 속도 모르고 이마에 힘줄까지 세우며 나를 막는 쵸로마츠가 답답했다.

왜 모르는 거야?!! 

붕대를 칭칭 감고 커다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우리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북받쳐 오르는 울분과 분노에 쵸로마츠의 멱살을 붙잡은 순간, 하타보가 울음을 터뜨렸다.



* 차별 대우 (장형마츠의 경우)의 후편입니다.

* 후편이라지만 '차별 대우'와 같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 동생들에게 사랑받는 오소마츠입니다ㅎ.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의 경우

 

1.

마츠노가의 육쌍둥이 중 장남과 차남, 마츠노 오소마츠와 마츠노 카라마츠는 명실상부한 브라콤이다

동생에게 약한 두 사람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마츠노가 동생들은 동생이라는 입장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불평하면서도 동생들의 응석을 받아주는 두 사람은 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렇게 동생에게는 약한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는 특별 대우를 하고 있는 것을 동생들은 알고 있었다.

 

 

 

 

2.

오늘도 헬로워크에서 적당한 일을 찾지 못한 채, 한껏 가라앉은 기분으로 돌아오자 거실에서 동생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녀왔다는 인사도 생략한 채, 거실 문을 열자 방 안 가득 먹거리가 늘어져 있었다.

 

, 쵸로씌~ 어서왕~”

멍하니 거실 입구에 서 있으니, 내 앞에 앉아있던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다녀왔어.” 하고 인사한 후, 무슨 일이냐고 묻자 오소마츠 형이 그 특유의 웃는 얼굴로 코 밑을 문지르며 말했다.

 

에헤~ 오늘 파칭코 대박났지롱~”

…”

오소마츠 형의 말에 지금 상황을 납득했다

망할 쓰레기 장남이지만, 가끔 파칭코에서 크게 따면 이렇게 우리들을 위한 먹거리나 선물을 가득 사 오는 오소마츠 형이였다

메고 있던 백팩을 바닥에 내려놓자 오소마츠 형이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 쵸로마츠~ 네가 갖고 싶어하던 거~”

오소마츠 형이 건넨 종이를 받아 확인해보니 내일 있는 냐-짱 라이브 VIP 티켓이었다

제일 앞자리에서 라이브를 볼 수 있는데다 라이브 후의 악수회와 기념촬영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 

이게 현실인가, 도저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눈을 휘둥그레 뜨고 티켓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니, 현관문을 열고 카라마츠가 들어왔다.

 

지금 귀환했다! 브라더-“

! 하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들어온 카라마츠가 거실 풍경을 보고 멍한 얼굴로 선글라스를 벗었다

오소마츠가 빼꼼 거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어서 와~ 카라마츄~”하고 맞이하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파칭코에서 딴 건가?”

!! 그것도 역대 최고액!!!”

, 오오. 대단하군…”

멍하니 대답한 카라마츠가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각종 먹거리와 오소마츠 형이 준 선물에 기뻐하는 동생들을 보며 , 브라더-가 해피-한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군.” 하고 말하는 카라마츠의 발을 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아직 거실 입구에 망연히 서 있던 것을 깨닫고 거실로 들어가 바닥에 널린 음식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자, 저편에서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래서~ 카라마츄~ 오늘 고?”

, 좋다. 어울려주지, 형님.”

아싸~ 그럼 저번에 갔던 데로 갈까?”

, 거기 카라아게가 맛있더군.”

너는 안주 먹으려고 술집 가냐..”

두 사람의 대화에 음식을 집어먹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나도 갈래.”

오소마츠 형을 향해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 웬일로 쵸로씌가 간다고 하는 거야~? 성실한 척 그만 두기로 했어?”

별로 한 거 아니거든?! 암튼, 나도 갈래. 가도 되지?”

내 말에 두 형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같이 가자~”

“…? ?”

따지듯 묻자 오소마츠 형이 쓰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옆에 서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대신해 물음에 대답했다.

 

쵸로마츠는 술 약하니까 말이야.”

아니, 그건 너도 그렇잖아.”

형제 중 가장 술이 약한 편에 속하는 카라마츠에게 쏘아붙이자 카라마츠가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 형이 일어나 카라마츠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다.

 

암튼~ 쵸로씌는 다음에 같이 가자~ 그럼 다녀올게~~”

카라마츠를 떠민 채, 현관으로 사라지는 오소마츠 형을 보며 씁쓸해지는 뒷맛에 입안이 텁텁했다

다음이라니 언젠데

파칭코에서 따거나, 경마에서 이기거나 돈이 생기면 오소마츠 형은 항상 카라마츠와 함께 술집으로 향했다

둘 뿐인 술자리에 나를 비롯한 동생들이 함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술이 강한 오소마츠 형을 따라갈 리 없는 카라마츠가 뭐가 좋아서 항상 끌고 가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럴 때만 옛 파트너인 내가 아니라 카라마츠를 선택하는 오소마츠 형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돌아오면 절대로 무슨 대화를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오소마츠 형이 사온 닭꼬치를 입에 넣었다.

 

 

 

 

3.

부드러운 고양이의 등을 기계적으로 쓰다듬으며, 나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하려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 커튼을 걷은 창을 통해 따뜻한 햇빛이 들어와, 창 아래로 자리를 옮겨 따끈따끈하게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하고 낡은 문이 열리고 만화책을 손에 든 오소마츠 형이 들어왔다

웬일로 파칭코도, 경마도 가지 않고 집에 남아있는 것이 신기해 빤히 쳐다보자 내 시선을 눈치챈 오소마츠 형이 싱긋 웃었다.

 

? 이치마츠으~ 횽아랑 놀아주려고?”

아니.”

여기서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으면 분명 달라붙어 귀찮게 할 것을 알기에 재빨리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은 입을 비죽 내밀고 - 치사해~” 하며 소파에 기대어 거울을 보고 있는 개똥마츠 옆으로 다가갔다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살피느라 오소마츠 형이 다가온 것도 깨닫지 못한 개똥마츠의 무릎을 베고 누운 오소마츠 형이 만화책을 펴 들었다.

 


“…?”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성인 남자 둘이서 대체 무슨 짓인가 싶어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그 둘이 자세를 고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이 만화책 책장을 넘길 때마다 팔락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개똥마츠는 여전히 거울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오소마츠 형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는 두 사람의 공기에 보고 있는 내 쪽이 오히려 불편해졌다

쓸데없이 근력운동을 하거나 해서 몸을 만드는 개똥마츠의 허벅지는 분명 딱딱할 텐데, 푹신푹신한 베개가 아니면 잠을 못 잔다고 칭얼거렸던 오소마츠 형은 너무나 태연한 얼굴이었다

남매라면 모를까, 아무리 사이가 좋다지만 형제끼리 저 자세는 아니지 않나

아니, 애초에 저 둘은 사이가 좋던가

개똥마츠가 헛소리를 하면 오소마츠 형도 우리처럼 개똥마츠를 무시했다

개똥마츠도 우리를 대하는 것에 비해 오소마츠 형에게만큼은 조금 쌀쌀맞게 대했다

평소의 행동을 보면 오소마츠 형은 과거의 파트너인 쵸로마츠 형과, 개똥마츠는 토도마츠와 친했다

나도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쥬시마츠와 친하지만 저런 짓을 하지 않는다

멍하니 벌어진 입을 다무는 것도 잊은 채, 빤히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개똥마츠가 손에 든 거울을 내리고 오소마츠 형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쳤다.

 

?”

오소마츠 형이 만화를 들고 있는 팔을 내리고 개똥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 잠시 화장실.”

~”

가볍게 대답한 오소마츠 형이 몸을 일으키자 개똥마츠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몸을 일으켜 앉은 오소마츠 형이 소파 위의 쿠션을 하나 집어 바닥에 깔고 엎드렸다

통통 잔망스럽게 발을 흔들며 만화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 형을 보면서 저게 진짜 성인 남성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오소마츠 형은 분명 선이 가는 편이 아닌데도 저런 모습을 보면 여느 여자아이 같은 귀여움이 풍겼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을 때는, 친형이 귀엽게 보이는 내 정신상태를 심각하게 의심했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도 친형이 귀엽게 보이는 것은 비단 내 정신 탓만은 아닐 것이다

타인이 보기에도 오소마츠 형은 귀엽게 보이는지 우리와 함께 외출을 하면 주변 사람들 모두 오소마츠 형 쪽을 동생으로 보았다.

 

오소마츠 형이 눈치채지 않도록 살며시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계단의 나무가 울리는 소리에 개똥마츠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 형에게 향한 눈길을 내 무릎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에게 돌렸다

좀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이상 욕심을 부린다면 분명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다

고양이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야옹-“ 하고 고양이가 만족스럽게 울었다

타이밍 좋게 방 문이 열리고 개똥마츠가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오소마츠 형이 엎드려 있는 것을 본 개똥마츠가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 형 쪽으로 걸어갔다

바닥에 놓인 거울을 소파에 올려 놓고 오소마츠 형에게 그거 1권은?” 하고 물었다

오소마츠 형은 소파 맞은 편 벽에 놓인 작은 책꽂이를 가리키며 -.” 하고 대답했다

책꽂이로 다가가 찾던 만화책을 뽑아 든 개똥마츠가 다시 오소마츠 형에게 다가가 오소마츠 형의 허리를 베고 누웠다.

 


“…?”

오늘 들어 벌써 두 번째. 내가 한심한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며 만화에 집중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내 머리가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개똥마츠가 언제부터 만화책을 봤지

어릴 적엔 다 같이 모여 봤던 기억은 있지만, 철이 들고 난 후로, 만화책을 보는 것은 오소마츠 형이 유일했다

개똥마츠가 보는 책이라곤 시덥지 않은 패션잡지 정도가 유일했다

만화책을 보고 있는 개똥마츠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

게다가 뭘 자연스럽게 오소마츠 형의 허리를 베고 있는 거야

오소마츠 형도! 허리 무겁지 않은 건가

동생들인 우리에겐 자주 기대어오는 오소마츠 형이었지만, 저렇게 우리가 오소마츠 형에게 기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서로의 거리가 0인 것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질투가 샘솟았다

나는 오소마츠 형에게 닿는 것도 망설이고 망설여서 간신히 곁에 있는 것인데, 개똥마츠가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오소마츠 형의 곁에 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웃기지도 않아.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 나는 그대로 개똥마츠에게 다가가 개똥마츠의 배를 밟고 건넜다.

 

아우치!!!”

신음하는 개똥마츠를 향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 미안 거기 있는지 몰랐네-“

 

 

 

 

4.

기분 좋게 발을 동동 굴리며 강둑을 따라 걸었다. 양 손에 가득한 단팥빵을 흔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 다 같이 먹자! 고 생각했다.

착한 일을 하면 반드시 다시 너에게 돌아올 거라는 엄마의 말이 맞았다

조금 전,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 줘서 신님이 상을 준 걸까나

짐을 옮겨 주어 고맙다며 빵을 내미는 할머니의 미소가 떠올라 입꼬리가 더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빨리 돌아가서 형아들이랑 같이 먹자~!! 

걷기를 멈추고 발을 더 빨리 굴러 집을 향해 달려나갔다.

 

? 쥬시마츠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칠 때, 등 뒤에서 오소마츠 형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달리기를 멈추고 뒤돌아보니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형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활짝 웃었다

내게 가까이 다가온 오소마츠 형아가 내 손에 들린 빵들을 가리키며 뭐야? 이거?” 하고 물어봐 할머니께 받았어!!!” 하고 대답했다

전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오소마츠 형아가 그래? 잘 했네~”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날아갈 것 같이 떠 오른 기분에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런데 쥬시마츠으~?”

?”

오소마츠 형이 내 손에서 빵을 건네 받아 내 눈 앞에 흔들며 말했다.

 

이거 5개야? 한 사람당 하나씩은 못 먹겠다.”

에엑!!!!!”

충격적인 오소마츠 형아의 말에 하늘이 갈라지고 번개가 쳤다

다 같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소마츠 형아가 내 얼굴을 보더니 !” 하고 웃고는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나랑 카라마츠랑 같이 먹으면 되겠다.”

그럼 됨까아?!”

오소마츠 형아가 카라마츠 형아를 보며 말하자 카라마츠 형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오소마츠 형아의 말에 다시 기뻐졌다.

 


 

이거 맛있다!”

단팥빵을 한 입 베어 문 토도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이치마츠 형아도, 쵸로마츠 형아도 맛있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쁘게 웃으며 나도 단팥빵을 입에 넣었다.

 

맛있다아아아!!!”

달달한 팥과 부드러운 빵의 감촉에 절로 미소가 퍼졌다

쵸로마츠 형아 말대로 오물오물 꼭꼭 씹어서 삼키고 다시 입 안 가득 빵을 물었다

입 안에 퍼지는 맛의 향연에 기쁘게 웃으며 오소마츠 형아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오소마츠 형아도 싱긋 웃어주며 빵을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

 

, 카라마츠.”

, 땡큐다, 형님.”

오소마츠 형아가 내민 빵 반쪽을 든 카라마츠 형아가 한 입 먹고는 굉장히 맛있다! 마이 리틀 쥬시마츠!” 라고 말해주었다.

 

 


뭐야? 저거..”

저 식탐왕 오소마츠 형이 반반 나누다니…”

“…죽인다, 개똥마츠.”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쵸로마츠 형아와 토도마츠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오소마츠 형아를 보고 있었고, 이치마츠 형아는 무섭게 카라마츠 형아를 노려보았다.

 

 

 

 

5.

이번 가을에 무슨 스타일이 유행할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있자 1층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고 대답하니 낡은 계단이 끼익끼익 울리고 이내 방 문을 열고 엄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이제부터 파트 타임이니까 누가 가서 장 좀 봐오렴~”

내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방바닥에 장바구니와 장 볼 목록, 돈을 남겨둔 엄마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 집을 나섰다

분명 날짜상으로는 가을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더운 날씨에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있는 오소마츠 형을 부르자, 형이 고개를 돌렸다.

 

형이 좀 가면 안 될까? 나 오늘 조금 현기증이 있어서 밖에 나가면 분명 어지러울 것 같아~”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을 모아 부탁하자 오소마츠 형이 볼을 부풀리고 투덜거렸다

상체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들고 부탁해~~” 하고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한숨을 푹 쉬더니 할 수 없네- 정말~“ 하고 대답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장바구니와 쪽지와 돈을 챙기는 오소마츠 형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잘 다녀와~” 하고 배웅했다

방 문을 열고 나간 오소마츠 형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형제들 모두 외출하고 엄마도 방금 전 파트 타임을 나가, 나와 오소마츠 형만 남아있는 집 안은 고요했다

오소마츠 형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스윽- 하고 거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 엄마 심부름 가는데 너도 도와.”

거실에 카라마츠 형이 있었던 걸까?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아.” 하고 카라마츠 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 형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도우라고 말하고, 별다른 불평 없이 대답하는 카라마츠 형의 목소리에 조금 놀랐다

오소마츠 형은 보통 자신이 맡은 심부름은 다른 형제들에게 부탁하지 않았다

이상한 부분에서 장남임을 강조하는 오소마츠 형은 형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우리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았다

도와달라는 말도 오소마츠 형은 쉽게 꺼내지 않았다

그런 오소마츠 형이지만 카라마츠 형에게만큼은 쉽게 도와라던가 이것 좀 해줘.’ 라고 말하며 자신의 일을 종종 맡겼다

분명 카라마츠 형도 오소마츠 형 입장에서는 동생일 터인데 사뭇 우리를 대할 때와 카라마츠 형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다른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라마츠 형도 언제부터 저렇게 쉽게 오소마츠 형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 것일까. 오소마츠 형의 도와라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게 꼭, 오소마츠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인상이 찌푸려졌다

평소 오소마츠 형에게는 쌀쌀맞으면서 왜 저럴 때는 한없이 잘 대해주는 건지

분명 저 두 사람은 눈치채고 있지 않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특별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바닥에 누웠다. 얼마 전,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형을 목격한 일을 떠올렸다

정확히 반으로 나눈 짐을 양손 가득 들고 어기적 걸어가는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을 보자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소마츠 형과 대등하게 걸어가는 카라마츠 형이 너무나 부러웠다

오소마츠 형도, 카라마츠 형도 나나 쵸로마츠 형과 함께 장보기를 할 때는 항상 우리에게 가벼운 짐을 맡겼다

무거운 짐은 자신들이 들고 앞서 걸어가는 그 등에서 두 사람이 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동갑인데…”

육쌍둥이인 우리는 동갑인데도 왜 이렇게 차이가 나 버리는 걸까

나도 실은 오소마츠 형과 나란히 걷고 싶었다

무거운 짐도 들 수 있도록 헬스장에도 다니고 있지만, 타고난 근력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짐을 사이좋게 반으로 나누어 들고 나란히 걸어가는 그 두 사람의 분위기는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언제까지고 나는 두 사람에게 동생 취급을 당하는 것일까

좀 더 두 사람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6.

헬로워크에서 돌아온 쵸로마츠가 거실 문을 열자 장남을 제외한 형제 모두가 거실에 모여 있었다.

 

평일 낮인데도 이 모양이냐…”

질린다는 얼굴로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를 지나 고양이를 안고 엎드려 있는 이치마츠에게 이따 고양이 털 치워 놔.” 하고 말했다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원형 테이블에 앉자 손거울을 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거울을 내리고 어서 와. 브라더-“ 하고 인사했다

대충 대답한 후, 구인잡지로 시선을 옮기려는 순간 묘하게 붉은 카라마츠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카라마츠.”

- 뭔가 브라더-“

너 감기 걸렸어?

“…, 아마도.”

카라마츠의 이마를 짚으며 묻자 카라마츠가 곤란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마에 댄 손이 후끈거리는 것으로 보아 제법 열이 높은 것 같았다

왜 말을 안하고 있어!” 하고 잔소리한 뒤, 2층에 이불을 깔아야겠다고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 , 쵸로마츠!”

?”

“2층 말고 1층 손님방에 까는 게 좋을 것 같다.”

? ?”

브라더-들에게 옮기면 안되니까.”

별로 그런거 신경 안 써도 돼.”

그래도 일단은...”

사람 좋게 웃는 카라마츠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님방으로 들어가 1인용 이불을 깔았다

나를 따라 들어온 카라마츠에게 누우라고 한 뒤, 거실에 있는 약상자에서 해열제를 찾고 있을 때 토도마츠가 다가왔다.

 

나도 도울게.”

그럼 얼음 주머니 만들어 와.”

.”

고개를 끄덕인 토도마츠가 주방으로 향했다. 이치마츠는 토도마츠를 대신해 쥬시마츠와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해열제를 찾아 물을 가지러 거실을 나선 순간,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걱정하는 얼굴로 카라마츠의 상태를 물었다

그리 큰 감기는 아니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에게 감기가 옮을지 모르니 손님방엔 들어가지 말라고 말해 두었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전에 사놓은 꽃무늬 주머니에 넣었다

입구를 단단히 봉하고 주방을 나와 거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며 오소마츠 형이 들어왔다.

 

, 톳티-“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 뭐야?”

내 손에 들린 얼음 주머니를 가리키며 묻는 오소마츠 형에게 카라마츠 형이 감기에 걸렸다고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피식 웃으며 바보도 감기에 걸리는 구나~” 하고 말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지도 않고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오소마츠 형을 불러 세웠다.

 

어디가?”

담배 사오는 거 잊어먹었어~”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는 다시 현관문을 나서는 오소마츠 형을 향해 혀를 찼다

지난번, 우리 네 명이 감기에 걸렸을 때 카라마츠 형은 지극 정성으로 우리를 간호해 주었지만, 오소마츠 형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만화책이나 펄럭이고 있었다

지금도 카라마츠 형이 감기에 걸렸다는데 자기 담배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다니

질린다 질려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손님방으로 들어가자 쵸로마츠 형이 곤란하단 얼굴로 카라마츠 형 옆에 앉아있었다

얼음 주머니를 카라마츠 형의 이마에 올려놓고 쵸로마츠 형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쵸로마츠 형이 안 그래도 처진 눈썹을 더욱 내리고 말했다.

 

해열제랑 감기약이 없어. 나가서 사 와야겠어.”

말을 마친 쵸로마츠 형이 몸을 일으키자 카라마츠 형이 쵸로마츠 형의 바지를 붙잡고 말렸다.

 

이런 감기 조금 쉬면 괜찮아져. 그것보다 쵸로마츠도, 토도마츠도 이제 나가 봐.”

““? ?””

감기 옮으니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카라마츠 형이 오히려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도 옆에서 간호하겠다는 나와 쵸로마츠 형의 주장에도 카라마츠 형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말만 연발했다

결국 카라마츠 형에게 진 우리들은 푹 쉬라는 말을 남기고 손님방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오소마츠 형아, 어서 오세요~!!”

어서 와, 오소마츠 형.”

거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오소마츠 형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다녀왔어~” 하고 대답했다

거실 서랍장의 약상자를 꺼낸 오소마츠 형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약상자에 넣었다.

 

그게 뭡니까아~?”

어느새 오소마츠 형 옆에 다가간 쥬시마츠가 묻자 오소마츠 형이 웃으며 감기약~ 저번에 보니까 없길래.” 하고 대답하곤 아직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손님방으로 향했다

살며시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 형을 따라가자 오소마츠 형이 ?” 하고 물어왔다

그냥이라고 대답하자 오소마츠 형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아플 정도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라마츠가 걱정되서 그러지~~? 솔직하지 못하네, 이치마츄는~~”

굳이 말하지 않는 내 속마음까지 알아채는 오소마츠 형이 기쁘게 웃으며 카라마츠는 괜찮을 거야.” 하고 말했다

감기에 걸린 당사자도 아니면서 확신에 차서 말하는 오소마츠 형의 말에 어쩐지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손님방에 도착하자 쵸로마츠 형과 토도마츠가 방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빙긋 웃으며 쵸로마츠 형과 토도마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손님방 문을 열었다

망설임 없이 손님방에 들어가려는 오소마츠 형을 두 사람이 말렸지만오소마츠 형은 괜찮아~” 라며 손님방 안으로 발을 옮겼다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쵸로마츠 형과 토도마츠가 방문에 귀를 바짝 가까이 대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뭐하냐고 황당한 얼굴로 묻는 내 질문에 -!!” 하고 토도마츠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뭔가 싶어 나도 두 사람을 따라 방문에 귀를 대고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집중했다.

 


카라마츠으~, 감기약 사왔다.”

, 고맙다. 오소마츠.”

, 이거. 쌍화탕. 이거랑 같이 먹어.”

아아.”

너는 여름도 지났는데 감기에 걸리냐.”

, 감기 바이러스 마저 이 카라마츠의 매력에 매료ㄷ…”

그만하고, 약이나 먹어.”

“….”

밥은?”

아직.”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딱히 없군.”

푸딩은?”

“…먹고 싶다.”

그럴 줄 알고 약이랑 같이 사 왔어. .”

. 고마워, 오소마츠.”

됐으니까, 얼른 먹고 푹 자.”

.”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경악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였다

쵸로마츠 형도, 이치마츠 형도 경악한 얼굴로 방문에서 귀를 떼고 ““저거, 누구?”” 하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는 간호는커녕 우리 지갑에서 돈을 빼가 파칭코에 갔던 오소마츠 형이 저렇게 세심하게 사람을 간호할 줄 알았다니

카라마츠 형도 우리에게 감기가 옮는다며 한사코 우리를 방 밖으로 내보내 놓고, 오소마츠 형에게는 그런 말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소마츠 형의 간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거 무슨 상황? 곱씹을수록 믿을 수 없는 두 형들의 모습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거기서 다들 뭐해~?”

명랑한 쥬시마츠 형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어깨를 튀며 놀랐다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쥬시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 아직도 아파~?” 하고 물어, 쵸로마츠 형이 곧 나을 거야.” 하고 대답했다

뭔가 생각하는지 긴 소매로 입을 가리고 있던 쥬시마츠 형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주먹으로 한 손을 통- 내리쳤다.

 

내가 카라마츠 형의 저주를 풀어줄게!!”

쥬시마츠 형의 한마디의 지난날의 악몽이 떠오른 우리 세 명은 분열을 시작하려는 쥬시마츠 형을 필사적으로 말리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아버리고 말았다.

 

 


 

 

이 카라마츠의 귀환이다. 다녀왔다, 브라더-“

안쓰럽게 반짝이는 바지를 빛내며 방 안에 들어온 카라마츠 형과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쥬시마츠가 어서 와요! 카라마츠 형아!” 하고 맞이했다

쥬시마츠의 환한 미소에 응답하듯 미소 지은 카라마츠가 슥- 방 안을 둘러보았다

고양이과 놀고 있는 이치마츠,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토도마츠, 구인잡지를 보고 있는 쵸로마츠 사이에 오소마츠가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짙은 눈썹을 찡그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오소마츠의 이마를 짚었다.

 

?”

멍청히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자 카라마츠가 미간의 주름을 더욱 깊게 하고 방을 나가 거실로 향했다.

 

? 방금 뭐였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물었지만 오소마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몰라.” 하고 대답하고 다시 만화책에 집중했다

잠시 후, 체온계를 들고 방 안에 들어온 카라마츠에게 동생들의 시선이 집중했다.

오소마츠에게 체온계를 내민 카라마츠가 .” 하고 말하자, 오소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혀를 차곤 카라마츠가 내민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었다

체온계에서 삐빅 소리가 나자, 오소마츠가 말없이 체온계를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38 2.”

인상을 쓰고 카라마츠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두 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동생들이 놀라 외쳤다.

 

?”

? 오소마츠 형, 열 있어??”

완전 멀쩡해 보였는데…”

오소마츠 형아, 괜찮슴까?!!”

한창 놀라고 있는 동생들을 뒤로 하고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병원에 가자, 오소마츠.”

~? 별로 그 정도는 아니야아~”

오소마츠, 너 또 식욕 없다고 아무것도 안 먹었지.”

“…”

하아, 정말이지 너는…”

푹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멍청한 얼굴로 둘을 보고 있던 동생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고 카라마츠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가족 여행용으로 장만한 밴은 그 유지비가 만만찮아 항상 차고에 잠들어 있었다

특별 행사가 없는 한 꺼낼 일이 없는 밴의 옆좌석에 오소마츠를 앉힌 카라마츠가 시동을 걸었다

부릉- 하고 시동이 걸리고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엔진이 덜덜 거리며 작동을 시작했다

기어를 돌리고 엑셀을 밟으려는 순간 차 앞을 동생들이 막아섰다.

 

, 브라더-? 위험하니 비켜주지 않겠나?”

당황한 카라마츠가 창문을 내려 얼굴을 내밀고 말했지만 동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우리도 갈래!!””””

동생들의 외침에 카라마츠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심장 소리를 들은 의사가 청진기를 귀에서 빼내고 차트에 영어를 휘갈기며 말했다.

 

독감이네요. 아무래도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린 것 같은데. 이번 독감은 특히 고열을 일으키기 쉬우니 하루 정도 입원해서 상태를 좀 봅시다.”

의사의 무덤덤한 말을 들으며 카라마츠를 제외한 동생들 모두 턱이 빠지고 말았다

그 건강하기로는 쥬시마츠 다음으로 유명한 오소마츠가 독감으로 입원한다는 것이 동생들에겐 꽤 큰 충격이었고, 오소마츠가 그렇게 아프다는 것을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도 충격이었다

다 함께 진료실을 나와 접수처에서 입원 수속을 받는 동안 오소마츠의 열은 더 올라,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가쁘게 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동생들에게 오소마츠를 맡기고 입원수속을 마친 카라마츠가 다시 오소마츠를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동생들도 근심 어린 얼굴로 카라마츠를 뒤따랐다.

 

625호실에 오소마츠가 옮겨지고 이내 간호사가 들어와 오소마츠의 팔에 링거를 꽂았다

카라마츠에게 체온계와 차트를 건네주며, 한 시간 간격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혹시 지금보다 더 오르면 벨을 눌러달라고 당부했다

집에서 항상 쓰던 것과 다른 신식 체온계의 작동 설명을 진지하게 들은 카라마츠가 간호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손사래를 치며 웃은 간호사가 절대 안정을 강조하며 병실을 떠났다

간호사가 사라짐과 동시에 동생들이 우르르 오소마츠가 누워 있는 침대를 둘러쌌다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있으니, 오소마츠의 고통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축 처진 오소마츠의 손을 붙잡고 있는 토도마츠의 얼굴은 이미 울상이 된지 오래였다.

 

, 오소마츠 형…”

토도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가늘게 눈을 뜨고 씩 웃었다.

 

횽아, 괜찮으니까울지 마. 톳티-“

토도마츠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고 토도마츠의 손을 꽉 맞잡으며 막내를 달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동생들 모두 울상이 되었다.

 

다행히 병원에서 처방 받은 해열제는 빠르게 오소마츠의 체온을 정상 범주로 떨어뜨렸다

간호사의 말대로 한 시간 간격으로 오소마츠의 체온을 확인하던 카라마츠도 오소마츠의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상 옆에 위치한 작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한결 편안하게 숨을 내쉬며 잠든 오소마츠의 땀에 젖은 앞머리를 살며시 쓸어 올려준 카라마츠가 침상에 기대어 잠든 동생들을 흔들어 깨웠다.

 

마미와 파피가 텅 빈 집을 보면 놀랄 거다. 일단 돌아가 있어.”

카라마츠의 말에 동생들 모두 얼굴에 불만을 가득 피우고 반발했다.

오늘 하룻밤 입원해 있어야 하는 오소마츠 옆에 있겠다는 동생들의 아우성을 카라마츠가 단호하게 끊어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마츠노가는 1인실은 꿈에도 꿀 수 없는 사치였다

오소마츠가 입원한 병실도 일반적인 6인실이었다

당연히 다섯 명의 동생들이 모두 병실에 머문다면 다른 환자들에게 폐가 될 거라는 카라마츠의 설득에 불만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수긍하는 동생들이었다

결국 카라마츠만이 병실에 남기로 하고, 동생들은 터덜터덜 병원을 나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굳이 카라마츠 형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아??”

집으로 향하는 길, 미련을 버리지 못한 토도마츠가 항의하듯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토도마츠를 보는 쵸로마츠가 푹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카라마츠가 아니면 안 돼.”

? !?”

쵸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발끈하자 이치마츠가 혀를 차며 말했다.

 

개똥마츠가 아니면 오소마츠 형 편히 쉴 수 없잖아.”

오소마츠 형아가 가장 편안한 얼굴을 하는 건 카라마츠 형아랑 있을 때니까!!”

쥬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정곡을 찔린 것처럼 얼굴을 구기더니 크으~~” 하고 신음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형들이 말하는 것은 정론이었다

카라마츠를 제외한 다른 동생들이 남았다면 동생들을 사랑해 마지 않는 오소마츠는 동생들만 신경 쓰느라 편히 쉴 수 없다는 것을 토도마츠도 잘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납득해도 마음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진 모순점이었다


그래도 내가 옆에 있고 싶었어…” 하고 중얼거리는 토도마츠의 말에 형제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7.

이처럼 마츠노 가의 장남과 차남은 서로를 동생들과 다르게 대우하고 있었다

서로를 특별 대우하며 두 사람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어떤 침입도 허락하지 않는 두 사람을 동생들은 질투하고 있었다

질투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을 동생들은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정작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그런 동생들의 심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중증 브라콤 말기의 바보였다.





* 이번 단편은 특히 길었네요... '차별 대우' + '특별 대우' 합쳐서 워드 50쪽, 단어수 9,095....

* 플롯을 짰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단편이라 썼는데 설마 이렇게 분량이 늘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 이제 또 평일이 다가오네요.. 출근하기 싫어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이니 망설이지 말고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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