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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편 입니다아아아아!!!
* 이야기의 구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이번편은 '절정'이려나요...
* 다음화가 완결편이 될 것 같습니다만.. 분량 문제로 2화로 나눌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다음화는 시간이 날 때마다 쓰고는 있습니다만... 늦어지면 다음주에 올릴지도 모르겠네요..(아마 다음주에 올릴 것 같아요...)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항상 오소마츠의 얼굴에는 피어있던 장난스러운 미소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시선이 동생들을 한번씩 훑고,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시로마츠에게 머물렀다.
시로마츠를 향한 오소마츠의 눈빛이 떨렸다.
“왜 너희가 여기 있어?”
오소마츠가 간신히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들은 그 누구도 오소마츠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 채, 불안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기색을 살폈다.
동생들의 침묵에 오소마츠가 다시 물었다.
“왜 너희가 여기 있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묻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엔 평소의 장난기도, 동생들을 향한 애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초조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오소마츠를 응시하던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형이 걱정되서..”
“걱정? 무슨 걱정?”
쵸로마츠의 말을 물어뜯듯 되묻는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가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다.
“..오, 오소마츠형이 자꾸 집을 나가잖아!”
“내가 자주 집을 나가는 거랑 시로마츠랑 무슨 상관이 있어?”
“..그, 그건…”
쵸로마츠가 대답을 망설이자 쵸로마츠 옆에 서있던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의 어깨를 잡아 당겨 뒤로 돌린 후, 자신이 앞으로 나왔다.
“우리는 형님이 정말로 걱정 되어서 왔다. 오소마츠, ”
“…대체 무슨 걱정을 했길래 나 몰래 시로마츠를 찾아와?”
“…”
카라마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딱딱한 어투로 심문하듯 질문을 던지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동생들에겐 너무나 낯설었다.
무시할 수 없는 위화감과 오소마츠가 내뿜는 냉기에 카라마츠와 동생들은 오소마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오소마츠형 울었잖아. 그래서… 우리는,”
이치마츠가 드물게 감정을 내비치며 말했다.
가슴께의 후드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조마조마하게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이치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차가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울었던 건 어떻게 알아?”
예상치 못한 오소마츠의 물음에 이치마츠가 흠칫 몸을 움츠리고 작은 목소리로 더듬었다.
“그, 그건…”
“나랑 시로마츠를 미행 했냐?”
줄곧 무표정이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확연히 낮아지고 날카로워진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동생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아, 아니야! 오소마츠 형아! 형아를 찾아서 역에 갔을 때, 형아를 봐서…”
쥬시마츠가 이치마츠를 감싸듯 나서 대답했다. 노기가 가득 찬 오소마츠의 시선을 정면을 받은 쥬시마츠의 몸이 굳었다.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 쳐. 근데, 내가 운 거랑 시로마츠랑 무슨 상관이야? 왜 내가 운 걸 시로마츠한테 따져?”
“…”
차갑게 쏘아붙이는 오소마츠의 시선에 쥬시마츠가 대답도 하지 못하고 이치마츠의 뒤로 몸을 숨겼다.
오소마츠의 눈빛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고 떨기만 하는 쥬시마츠를 본 토도마츠가 입을 열었다.
“오, 오소마츠형이 우리한테서 멀어지니까! 이 사람이 나쁜거야!! 오소마츠형은 우리의 장남인데!!!”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토도마츠를 싸늘히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쥐었다.
“입 닥쳐!!!!”
빈 복도에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울렸다.
진심으로 화난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동생들 모두 호흡조차 잊은 채,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를 오소마츠에게 집중했다.
고개를 든 오소마츠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동생들을 마주보았다.
오소마츠의 화난 얼굴 한 구석에 슬픔이 깊게 패여 있는 것을 우둔한 동생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이제 됐어!! 너네 맘대로 해!! 난 이제 너희들 따위 몰라!!! 나한텐.. 나한텐, 네놈들보다 시로마츠가 더 소중해!!!!”
괴로워하며 울부짖는 오소마츠를 동생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로마츠만이 오소마츠가 고통스럽게 가슴에 올린 손을 떨고 있는 것을 응시했다.
자신의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오소마츠가 줄곧 바닥에 붙어있던 발을 떼어 성큼성큼 시로마츠를 향해 걸어갔다.
동생들은 그 어떤 말도, 어떤 표정도 보이지 못하고 오소마츠가 가는 앞길을 비켜 줄 뿐이었다.
너무 놀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로마츠의 앞에 서 있던 쵸로마츠를 거칠게 밀어 제친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에게 다가갔다.
말없이 기대고 있던 문에서 비켜 선 시로마츠가 고갯짓하자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의 집 문을 열고 그대로 안에 들어갔다.
‘쾅!’ 소리와 함께 굳게 닫힌 문에서는 이어 ‘찰칵’ 하고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잠긴 문을 바라보는 동생들을 향해 시로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지 않을래?”
시로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풀며 말했다.
누가 봐도 세상이 끝난 것 마냥 충격 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동생들이 시로마츠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슥- 몸을 돌렸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돌아가는 동생들의 힘없이 축 늘어진 등을 쳐다보는 시로마츠가 안타까움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2.
문을 잠그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다리에 힘을 풀고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발을 모아 껴안고 팔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울었다.
너무나 아팠다. 가슴이 아팠다. 굵은 밧줄로 심장을 꽁꽁 감아 조이는 것 같은 고통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될 걸까.
홀로 자문하며 오소마츠가 흐느꼈다.
잠긴 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울음소리에 시로마츠가 얼굴을 찌푸리고, 어긋나버린 육쌍둥이의 유대에 연민하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3.
동생들이 떠나가면서 남긴 말들과 육쌍둥이를 부정하고 집을 떠난다는 사실이 오소마츠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어린아이 같이 참을 수 없이 울컥 올라오는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장남’인 오소마츠는 동생들을 붙잡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동생들의 말을 곱씹을 뿐이었다.
“함께 있어선 안돼.”
“우리는 변하고 싶어!”
“이걸로 된 거야. 아마도…”
동생들은 모두 ‘육분의 일’이 아닌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집을 떠났다.
오소마츠의 곁을 떠났다.
더 이상 ‘장남’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남’이 있었기에 변하지 못했다고 원망했다.
언제까지고 쭉~ 함께 있고 싶어!!
펑펑 울음을 터뜨리며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오소마츠가 외쳤다.
날 떠나지 마! 가지 마! 같이 있자!! 얘들아~!!
울부짖음에 가까워진 외침은 허공에 울릴 뿐, 동생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동생들을 향한 배신감과 분노와 이별의 슬픔에 몸을 작게 웅크리고 울고 있는 어린 오소마츠를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장남’ 오소마츠가 다가왔다.
작게 웅크리고 떨고 있는 등을 토닥이며 ‘장남’ 오소마츠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장남’이니까. 붙잡으면 안 돼.
오소마츠의 말에 어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축축히 젖은 얼굴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어린 오소마츠가 외쳤다.
왜?! 왜 안 돼? 우린 육쌍둥이인데! 항상 같이 있었는데!! 왜 안 돼?!
어린아이의 이기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는 어린 오소마츠를 오소마츠가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어린 오소마츠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는 눈물을 오소마츠가 닦아주며 말했다.
성인이고 언제까지고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저 녀석들을 막으면 분명 더 나를 원망하고 미워할 거야.
오소마츠의 말에 어린 오소마츠가 몸을 흠칫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움 받는 건 싫어. 하지만 이제 녀석들은 ‘내’가 필요 없대. 나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눈물로 젖은 얼굴로 슬프게 묻는 어린 오소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장남’이 필요 없다면 버리자.
오소마츠의 말에 어린 오소마츠가 마지못한 얼굴로 끄덕이며 눈물을 닦아내고 오소마츠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4.
‘장남을 버리자’ 고 오소마츠는 다짐했다.
시로마츠 덕분에 동생들이 돌아오고 다시 즐거운 ‘육쌍둥이’의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또 언제 동생들이 떠날지 모를 일이었다.
만약 다시 동생들이 떠난다면, 변화를 원한다면, ‘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오소마츠는 기쁘게 웃으며 앞으로 향하는 그 등을 격려해주며 밀어주고 싶었다.
더 이상 동생들에게 원망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장남’은 필요 없는 존재였다.
동생들의 앞길을 막고, 변화를 막고, 버림받은 ‘장남’은 필요치 않았다.
그렇기에 오소마츠는 더욱 필사적으로 ‘오소마츠’ 로서의 자신을 만들어나갔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동생들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동생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앞서 걸어갈 수 있는 ‘오소마츠’를 빚어냈다.
20여년을 지켜왔던 ‘장남’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남’을 유지해주고 있던 ‘동생들’이 사라져 이로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오소마츠를 가득 채웠다.
천천히, 조금씩 ‘오소마츠’를 만들어가도 그 안은 상실감을 제외하면 텅텅 비어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새로 지어 올려야 하는 성을 눈앞에 두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했던 때에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시로마츠’ 였다.
시로마츠는 당연하단 얼굴로 망연히 서 있던 오소마츠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오소마츠’의 성을 어떻게 쌓아야 할 지 설계도를 만들어 주었다.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친구’ 라는 이름으로 오소마츠의 모든 것을 받아주고 위로해 주었다.
메마른 사막을 헤매며 바삭바삭하게 말라버린 목을 적셔주는 오아시스처럼 시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아직 한창 건설 중인 ‘오소마츠’의 성을 숨기고, 동생들 앞에서 다시 ‘장남’을 연기할 때마다 힘겨웠던 오소마츠의 유일한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시로마츠의 앞에서 오소마츠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5.
다섯명의 동생들로 꽉꽉 차 있던 ‘육쌍둥이의 장남’ 이라는 이름의 성은 동생들이 떠나가면서 무너졌다.
산산이 부서진 성을 오소마츠는 천천히,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다시 세우고 있었다.
‘장남’이 아닌 ‘오소마츠’ 라는 이름의 성은 아직 텅텅 비어, 지금까지 그 안에 있는 것이라곤 ‘시로마츠’ 뿐이었다.
시로마츠를 노려보고 있는 동생들을 본 순간, ‘오소마츠’의 성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장남’의 성을 부순 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오소마츠’의 성까지 성큼성큼 돌진해 왔다.
이제 막 쌓기 시작한 성은 돌진해오는 동생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마치 거인처럼 느껴지는 동생들은 오소마츠의 코 앞까지 다가와 이미 오소마츠가 버린 ‘장남’을 당연하게 강요하며 성 안에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시로마츠’ 마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오소마츠는 뺏기고 싶지 않았다.
‘장남’을 버린 자신이 간신히 찾아낸 유일한 안식처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겨우겨우 쌓기 시작한 ‘오소마츠’의 성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동생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도저히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약한 성의 주인인 오소마츠가 할 수 있는 것은 성문을 굳게 잠그고 농성에 들어가는 일 뿐이었다.
6.
덤덤히 자신과 동생들의 이야기를 하는 오소마츠의 눈가는 여전히 붉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는 시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문을 열었을 때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탈진해 있었다.
탈수증을 걱정한 시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침대에 앉히고 물을 건넸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신 후, 오소마츠가 힘겹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생들이 떠나던 날 무엇을 느꼈는지.
초등학생 6학년의 멘탈을 유지하고 있는 기적의 바보인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얼마나 동생들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는지.
그리고 결국 ‘장남’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을.
전부 담담히 털어놓았다.
시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을 끊지도 않고, 질문도 하지 않고 잠자코 오소마츠의 말을 들어주었다.
말을 마친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시로마츠의 얼굴은 오소마츠와 같이 쓸쓸해 보였다.
우는 것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 지쳐있는 오소마츠를 억지로 재운 후, 시로마츠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댔다.
오소마츠와 동생들의 서로를 향한 일방적인 애정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어긋나버린 육쌍둥이의 관계를 어떻게 손대야 할지, 빙글빙글 도는 머리 속에서 명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천장을 보고 있던 시선을 내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든 오소마츠를 쳐다보았다.
평온하게 오르락 내리락, 움직이고 있는 오소마츠의
작은 몸을 보며 시로마츠가 마음을 굳힌 듯,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 오소마츠가 '오소마츠'가 되려고 한 이유는 결국, 동생들을 위해서 였습니다.
* 다음편에서 시로마츠가 어떻게 집을 떠났던 동생들을 설득했는지 드러납니다.
* 오소마츠의 희생을 눈치채지 못했던 바보 동생들이 어떻게 오소마츠와 화해하게 될 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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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입니다... 아마 내일 중으로 10화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드디어 클라이맥스! 쓰면서도 두근두근했습니다.
* 쓸 말이 없네요..ㅎ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화
1.
“삐삐삐삐삐삐”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쵸로마츠가 눈을 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람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쵸로마츠가 아직 자고 있는 토도마츠의 머리 위에 놓인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인상을 쓰고 ‘쯧!’ 하고 혀를 차며 쵸로마츠가 알람을 껐다.
알람이 울리는지도 모르고 토도마츠는 쿨쿨 잘만 자고 있었다.
“알람을 맞췄으면 좀 일어나라. 듣지도 못하면서…”
쵸로마츠가 아직 졸음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불평하며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로 내려가 거실문을 열자 양복을 입은 오소마츠가 보였다.
“오! 좋은 아침, 쵸로짱~”
“…어? 오소마츠형? 왜 양복입고 있어?”
태연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오소마츠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며 쵸로마츠가 묻자, 오소마츠가 ‘아하하’ 하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친척 결혼식 있다고 했었잖아! 너네 다 바쁘다고 내빼는 바람에 내가 가게 됬다궁~”
입을 내밀고 볼을 부풀린 채 불평하듯 말한 오소마츠가 거실을 나서며 쵸로마츠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그럼 횽아, 다녀올게~ 엄마랑 아빠랑 같이 가니까 밥은 알아서 먹어~”
“오늘 늦게 들어와?”
“음~ 결혼식장이 좀 멀어서, 아마 자고 올 걸?”
“그래… 알겠어. 잘 다녀와~”
“오냐~”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고 현관을 나섰다. 차에 시동이 걸리고 출발하는 소리가 현관 너머에서 들렸다.
멍하니 현관을 바라보고 있던 쵸로마츠가 ‘핫!’ 하고 뭔가를 깨달았는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그리고 서둘러 계단을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모두 일어나!!!”
““””…””””
미동도 하지 않는 형제들의 모습에 쵸로마츠의 이마에 힘줄이 진해졌다.
여섯 명이 덮고 자는 이불을 들춰 내던지며 쵸로마츠가 외쳤다.
“일어나 이 망한 백수들아아아아아!!!!!”
2.
정좌한 형제들 앞에 선 쵸로마츠가 손을 허리에 얹고 선언했다.
“오늘 ‘시로마츠’한테 간다!”
““””…에?””””
쵸로마츠의 말에 형제들이 멍청히 대답하며 쵸로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솟아오르는 화를 꾹꾹 억누르고 쵸로마츠가 말했다.
“오늘 오소마츠형 결혼식 갔어. 자고 올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오늘 다들 알바나 일 없잖아?
그러니까 ‘시로마츠’를 찾아가려면 오늘이 최적의 날이란 말이야!”
“아~ 그 결혼식 오늘이었구나…”
토도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지금 출발하면 늦지 않고 시로마츠에게 갈 수 있을 시간이었다.
“그 전에…”
이치마츠가 입을 열자 옆에 있던 쥬시마츠가 이치마츠의 말을 이었다.
“밥 먹고 가요! 쵸로마츠 형-아!! 나 배고픔다!!”
“훗, 확실히 공복으로는 져니-(journey)를 시작할 수 없지.”
“좀 닥쳐, 개똥마츠.”
“엩?!”
“아침밥은 어떻게 해? 엄마 없잖아?”
배고프다며 아우성치는 형제들을 바라보며 쵸로마츠가 주먹을 꽉 쥐고 떨었다.
‘이 쓸모없는 백수들이 진짜…’
겨우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형제들 중 그나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뿐이었다.
부엌에 들어가자 냉장고에 쪽지가 붙어있었다.
‘백수들아~ 냉장고에 재료는 있으니 적당히 만들어 먹으렴~’
마츠요가 남긴 쪽지를 보며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쵸로마츠가 밥통에 남은 밥의 잔량을 확인하는 동안 카라마츠가 냉장고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재료는 충분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위층에서 배고프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 동생들을 위해서는 단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음식을 해야 했다.
냉장고에서 당근과 완두콩, 계란을 꺼내 조리대에 놓았다.
“뭐 하려고?”
“볶음밥. 밥은 충분한가?”
“응. 충분해.”
“그럼 좀 도와주겠나? 쵸로마츠.”
“알겠어.”
두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며 야채를 썰고 밥을 볶았다.
20분 후, 먹음직스러운 볶음밥이 완성되어 동생들과 함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자, 이게 가자!”
식기를 모두 치우고 거실에 앉아있는 형제들에게 쵸로마츠가 말했다.
쵸로마츠를 올려다보는 동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에~ 이제 막 밥 먹었잖아~ 좀 쉬다 가자~ 딸딸마츠형~”
“아?! 누가 딸딸마츠냐?!!”
“쿨~”
“나 고양이한테 사료 챙겨줘야 돼.”
“훗, 나도 오늘 찾아올 카라마츠 걸-즈에게 작별을 말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브라더-“
아예 잠든 쥬시마츠와 저마다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동생들을 보며 쵸로마츠가 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
3.
동생들의 늦장에 집을 나선 건, 오후 3시를 조금 넘겨서였다.
‘시로마츠’ 집으로 향하는 전철 안, 쵸로마츠가 초조하게 발을 떨었다.
“쵸로마츠형- 정신 사나운데다가 복 달아나니까 그만 둬!”
셀카를 열심히 찍고 있던 토도마츠가 쵸로마츠의 다리를 치며 말했다.
쭉 늦장 부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저런 말을 하는건지.. 혀를 차면서도 “미안.” 하고 말하며 다리를 멈추는 쵸로마츠였다.
목적지인 역에 도착해 역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본 쵸로마츠가 토도마츠에게 시간을 물었다.
스마트폰 액정을 본 토도마츠가 “5시 반” 이라고 대답했다.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묘하게 사라지지 않는 불길한 예감에 초조해진 쵸로마츠가 걸음을 서둘렀다.
4.
오소마츠를 미행하며 적어둔 주소를 토도마츠의 스마트폰에 입력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헤매, 어찌어찌 ‘시로마츠’의 맨션에 도착했다.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맨션으로 들어가 4층으로 올랐다. ‘시로마츠’의 집 앞에 선 동생들이 마른침을 넘겼다.
쵸로마츠가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모두 숨을 들이마신 채, 호흡을 멈추었다.
하지만 문 너머에서는 어떠한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확인 차원으로 한번 더 초인종을 눌렀지만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동생 일동이 모두 참고 있던 숨을 ‘하아~’ 하고 내쉬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말했다.
“오늘은 집에 없나 봐. 다음에 또 오자.”
분명 ‘시로마츠’를 만날 각오를 하고 온 것인데도 시로마츠가 집에 없다는 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동생들이 몸을 돌렸다.
만에 하나라도 오소마츠가 결혼식에서 빨리 돌아올 수 있기에 서둘러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복도를 걸어오는 ‘시로마츠’와 동생들이 맞닥뜨렸다.
편의점에 들렸는지 편의점 봉투를 손에 쥔 채, 시로마츠가 멍하니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동생들도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시로마츠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어, 저기… 여긴 무슨 일로 왔어? 혹시 오소마츠한테 무슨 일 생겼어?”
어색한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시로마츠였다.
의아한 얼굴로 묻는 시로마츠의 모습에 동생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조바심을 느끼고 시로마츠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평소 주위에서 눈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시로마츠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시로마츠를 향한 동생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소마츠와 똑같은 얼굴을 한 5쌍의 눈이 일제히 자신을 향해 있는 것에 시로마츠는 일말의 섬뜩함을 느꼈다.
“어이, 묻고 있잖아. 무슨 일로 온 거냐고.”
시로마츠가 재차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썹을 찌푸린 시로마츠가 손에 든 편의점 봉투를 흔들며 말했다.
“일단 나 집에 들어갈 수 있게 좀 비켜줄래? 이거 냉동식품이라 빨리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
동생들은 말 없이 시로마츠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시로마츠는 망설이지 않고 동생들에게 걸어가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냉장고에 무사히 냉동식품을 넣은 시로마츠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닫힌 문에 기대서서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얼굴로 동생들을 바라보는 시로마츠가 동생들에게 거듭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시로마츠의 질문에 쵸로마츠가 잠시 망설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이상 오소마츠형에게 접근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쵸로마츠의 말에 시로마츠가 무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 그거.”
“미안하지만, 미스터 화이트. 그대가 나타나고 오소마츠가 점점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우린 브라더-가 걱정된다.
그러니 더 이상 오소마츠와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만?”
쵸로마츠를 대신해 카라마츠가 시로마츠의 질문에 대답했다.
항상 안쓰러운 발언을 하던 카라마츠 답지 않게 제법 점잖은 말이었다.
카라마츠의 말에 시로마츠가 노골적으로 인상을 구겼다.
“나도 미안하지만, 오소마츠와 만나건 말건, 그건 내 자유지. 너희가 상관할 일이 아닐텐데?”
적의에 찬 말투에 동생들의 표정 또한 일제히 일그러졌다.
항상 웃는 얼굴이던 쥬시마츠마저 입을 다문 채, 싸늘한 시선으로 시로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오소마츠에게 다가가지 말아줘.”
사람 하나는 가뿐히 죽일 것 같은 냉혹한 눈빛으로 카라마츠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일방적인 요구에 시로마츠가 ‘푸핫’ 하고 코웃음 쳤다.
“뭐야? 그거. 부탁이야, 명령이야 뭐야? 내가 오소마츠에게..”
“’오소마츠’라고 편히 부르지 말아주겠나?”
시로마츠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라마츠가 으르렁거렸다.
전투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눈빛을 시로마츠가 서늘하게 맞받아쳤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오소마츠형이 울었잖아. 그건 당신 때문 아니야?”
두 사람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흐르고 있는 침묵을 깨고, 이치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주변 분위기를 매섭게 긁으며 울렸다.
“당신 때문에 오소마츠형이 우리와 놀아주지도 않고, 우리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당신 집으로 가는 건 전부 당신 때문이잖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말했다. 동생들은 말없이 이치마츠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 내 탓이다?”
시로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에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노골적인 비웃음.
이치마츠가 유지하고 있던 무표정을 버리고 눈썹을 찡그렸다.
“오소마츠 형아가 옆에 없으면 싫어.. 당신이 있어서 오소마츠 형아랑 놀 수 없어.”
계속 말없이 긴 소매로 입을 가리고 있던 쥬시마츠가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쥬시마츠 답지 않게 기운 없는 목소리에는 명백히 시로마츠를 향한 원망이 심어져 있었다.
“오소마츠 형한테 가장 중요한 건 우리니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우리한테서 오소마츠 형을 뺏으려 해도 소용없으니까!!!”
토도마츠가 울상인 얼굴로 외쳤다. 큰 소리로 외친 것에 비해 목소리에 자신감은 담겨 있지 않았다.
쥬시마츠가 손을 들어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토도마츠를 달래주었다.
시로마츠는 동생들의 말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과 우리는 육쌍둥이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우리는 줄곧 여섯명이서 함께 지내왔어.
당신이 아무리 수작을 걸어도 오소마츠 형은 결국, 우리 육쌍둥이의 장남이야. 우리와 오소마츠 형 사이에 당신이 낄 공간 따윈 없어.”
쵸로마츠가 시로마츠를 향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로마츠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거침없이 내뱉은 쵸로마츠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러니 오소마츠 형을 돌려줬으면 좋겠어.”
쵸로마츠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으며 시로마츠를 향해 조소를 흘렸다.
쵸로마츠와 동생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시로마츠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네, 진짜 제정신이냐? 대체 너희는 오소마츠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녀석이 운 게 내 탓이라고?
너네, 오소마츠에게 왜 울었는지 직접 물어보긴 했어?
뭐가 슬픈지, 무슨 고민을 안고 있는지 물어봤어?
오소마츠가 뭣 때문에 괴롭고 힘든지 알 바 아니고 그냥 멍청히 너네 곁에만 있으라 이거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너희는 진짜 구제할 수 없는 바보 천치야.”
분노로 치를 떨며, 강한 어조로 허를 찌르는 시로마츠의 말에 동생들이 움찔했다.
동생들의 반응으로 대답을 짐작한 시로마츠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애초에, 이제서 너희가 이렇게 나를 찾아와서 그딴 말을 하는 게 우습다는 생각 안 들어?
오소마츠가 왜 너희를 놔두고 나를 찾아오는지 알려줄까?
너희가 오소마츠를 혼자서 내버려두었기 때문이야. 알아들었어?
멋대로 그녀석을 홀로 내버려둔 주제에 나한테 와서 오소마츠에게 접근하지 말라? 웃기지 마.”
살벌한 기세로 거칠게 살을 박는 시로마츠에게 동생들은 이렇다 할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참다 못한 쵸로마츠가 주먹을 꽉 쥔 채, 시로마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여기서 뭐해…?”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 본 쵸로마츠 앞에 양복차림의 오소마츠가 서 있었다.
* 시로마츠와 동생들의 공방에 오소마츠가 참전하였습니다...
* 얼른 써서 다음편도 올릴게요..
* 동생들의 시로마츠를 향한 대사에는 각각 오소마츠를 향한 비뚤어진 애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카라마츠의 오소마츠를 향한 '독점욕'
쵸로마츠의 '장남을 향한 무의식적인 기대와 강요'
이치마츠의 '책임회피'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자기중심적 사고'
가 담겨져 있는 대사로 저는 생각하고 썼는데... 그렇게 보였나요?ㅎㅎ..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11 (상)- (7) | 2016.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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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10- (11) | 2016.08.21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8- (5) | 2016.08.15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7- (6) | 2016.08.15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6- (7) | 2016.08.08 |
* 주말은 정말 소중합니다. 밀린 소설을 쓸 수 있어서...
* 앞으로 주말 동안 열심히 써서 2편씩 올리게 될 것 같네요ㅎ
* 서서히 다가오는 클라이맥스! 다음화를 기대해주세요!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자, 그럼 제 26회 동생마츠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토도마츠가 어디서 가져온 건지 알 수 없는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탕탕 치며 외쳤다.
화이트보드 앞에 정좌한 네 명의 형들이 “네~”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가 시로마츠 집에 놀러갈 때마다 열린 동생마츠 회의는 어느새 26회라는 회수를 거듭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역시 이거네!”
토도마츠가 뾱! 하고 보드마커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곤 방금 전까지 유지하고 있던 침착함을 갖다 버리고 돌변해, 화이트보드를 뚫어버릴 기세로 큼지막하게 글자를 써나갔다.
“양X치 시로마츠의 주소 획득!!”
‘탕!’ 하는 큰 소리를 내며 토도마츠가 내리친 화이트보드가 흔들렸다.
얼마나 힘줘서 썼는지 심이 안으로 들어가버린 보드마카가 굴러 떨어졌다.
토도마츠의 비장한 얼굴에 이끌리듯 모두 심각한 얼굴로 “음…” 하고 신음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지금까지 실시한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 여전히 ‘시로마츠’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의 동생들은 어제 본 오소마츠의 눈물에,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오소마츠를 회유하는 작전도, 엄마를 회유하는 작전도 실패했다. 무작정 전화번호를 뒤져보거나, 집 전화기의 재다이얼 번호를 눌러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집 전화기는 구식 다이얼 형태로 토도마츠가 전화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붙잡은 채, “말도 안 돼!!!!” 라고 절망한 모습은 두고두고 화자에 올랐다.
“그냥 미행하자.”
특유의 낮고 거친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손을 들고 말했다.
이치마츠의 발언에 토도마츠가 생긋 웃더니 무표정으로 어두운 기운을 잔뜩 내뿜었다.
“이치마츠형~. 대체 우리가 몇 번이나 오소마츠형을 미행했다고 생각해? 매번매번 오소마츠형을 놓쳐서 아직도 우리가 이 지경이잖아아~?”
절대 내리지 않을 터인 눈보라가 토도마츠의 뒤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토도마츠의 기세에도 물러나지 않고 이치마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린 맨날 다섯 명이서 한꺼번에 움직였잖아. 이번엔 두 명 정도만 따라가보면?”
이치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확실히.. 해 볼만 한데?”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가 턱을 짚고 잠시 고민하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그럼 쥬시마츠형하고, 카라마츠형은 자동적으로 아웃이네.”
“엩??! 어, 어째서!! 톳티!!”
“톳티~?!”
토도마츠의 말에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동시에 반발했다.
토도마츠는 ‘뭘 잘했다는 얼굴로 쳐다 봐.’라는 싸늘한 눈빛으로 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카라마츠형은 그 빤~짝 빤~짝이는 바지 때문에 눈에 띄고, 쥬시마츠형은 미행 도중에 사라지잖아!
우리가 매번 미행을 실패하는 이유가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토도마츠의 외침에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치마츠랑 내가 갈게.”
고개 숙인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토도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손을 들고 말했다.
토도마츠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도 갈 수 있어?” 라고 말하자 쵸로마츠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톳티- 너도 저번에 여자애들한테 연락 왔다고 멋대로 빠져나갔잖아. 이번은 나랑 이치마츠가 갈게. 이치마츠 발소리 죽일 수 있고.”
쵸로마츠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사람이 먹잇감을 바라보는 맹수는 눈빛으로 토도마츠를 빤히 쳐다보았다.
레이저를 쏘듯 토도마츠에게 박히는 눈빛을 무시한 채 토도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또 미행하게 되면 쵸로마츠형이랑 이치마츠형이 가. 부탁해.”
“”응.””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방문이 활짝 열렸다.
“으아~ 심심해~”
한숨을 내쉬며 등장한 미행 목표, 당사자 오소마츠. 동생들은 모두 당황함에 얼어붙었다.
오소마츠가 화이트보드를 읽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말짱 도루묵! 당황한 토도마츠가 형들을 바라보자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곤 벌떡 일어났다.
“우랏샤!!!!!”
“쿠헉?!!!!”
우렁찬 기합과 함께 다짜고짜 카라마츠를 화이트보드로 내던진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멋지게 화이트보드로 날아가 화이트보드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을 한 채, 기절한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며 토도마츠가 식은땀을 흘렸다.
‘‘...하아?!’’
눈 앞에서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쥬시마츠, 쵸로마츠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멍청히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너네… 뭐하냐?”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동생들을 바라보며 묻는 오소마츠에게 토도마츠가 재빨리 대답했다.
“레, 레슬링 연습!!!”
“레슬링 연스읍? 갑자기 그런 건 왜 해?”
눈썹을 기울이며 묻는 오소마츠에게 당연하단 얼굴을 억지로 만들어낸 토도마츠가 대답했다.
“조만간 레슬링 시합이 열린대서!”
“하? 어디서?”
“…그, 그건..”
말문이 막힌 토도마츠가 ‘헬프-!!!!’ 라는 눈빛으로 쵸로마츠를 쳐다보았지만 쵸로마츠는 맹렬히 고개를 저으며 ‘무리!’ 라고 쓰여진 눈으로 받아쳤다.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이를 간 토도마츠가 웃는 얼굴로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아, 아무튼!! 레슬링 연습 중이었다고!!!”
“아니, 왜 갑자기 화 내는데… 그럼 저 화이트보드는 뭐야?”
“..저, 점수판!! 누가 제일 많이 이겼나 보려고!!”
“흐~응~.. 뭔가 수상한데~.”
“뭐, 뭐가~, 오소마츠형도 참, 뭐가 수상하다는 거야아~”
토도마츠가 손을 휙휙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것을 빤히 바라본 오소마츠가 “뭐, 됐나.” 라고 말한 뒤, 동생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너희 내일 뭔가 일정 있어?”
일체 동생들의 일정 따위 신경 써본 적 없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동생들 모두 입을 벌리고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도 대답 없는 동생들에게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며 “어~이~” 라고 부르자 제일 먼저 정신을 되찾은 토도마츠가 말했다.
“나, 는 내일 친구들하고 약속…”
“후응~ 이치마츠는?”
“나도 내일 오전에 나가는데…”
“쵸로마츠?”
“내일 냐-짱 라이브있으니까 거기 갈건데..”
“쥬시마츠는?”
“내일? 야구~!!!!”
“카라마츠는? 뭐, 저 녀석도 내일 나가겠지.”
여전히 기절해 있는 카라마츠를 슥 보고 오소마츠가 웃었다.
“그래? 그럼 내일 너네 다 나가는 거지?”
살며시 피어오른 홍조에 동생들 모두 위기감을 느꼈다. 쵸로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형, 내일 뭔가 예정 있어?”
쵸로마츠의 물음에 오소마츠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역 앞에서 받은 전단지를 흔들며 대답했다.
“나는 내일 파칭코~! 새 기계 들어왔대!”
‘이히히-‘ 하고 홍조를 피운 채 오소마츠가 웃는 것을 본 동생들 모두(기절한 카라마츠 제외)가 속으로 외쳤다.
‘’’‘절대 거짓말이다! 저거!!!!’’’’
2.
모두가 나간 집 안, 오후가 다 되어서야 일어난 오소마츠가 소나무마크가 들어간 흰 티와 붉은 점프수트를 입었다.
허리춤에서 소매를 묶고, 아직도 바닥에 펼쳐져 있는 이불을 적당히 돌돌 말아 벽장에 넣었다.
2층을 내려가 거실에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주방에 있을 엄마 마츠요에게 발을 돌렸다.
“엄마~ 나 오늘도 시로 집에서 자고 올게요~”
“그래~”
주방 입구에서 외치자 마츠요가 뒤돌아 오소마츠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오소마츠가 싱긋- 마주 웃은 후,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현관을 나서자마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 즐겁게 웃으며, 휘파람을 불며, 오소마츠가 역으로 향했다.
그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3.
“역시 역으로 가고 있어.”
약 5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거리에 세워진 입간판에 몸을 숨긴 채 쵸로마츠가 중얼거렸다.
어제, 파칭코에 간다고 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위화감을 느낀 동생들은 오소마츠가 내일 ‘시로마츠’의 집에 갈 생각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날 밤, 오소마츠가 잠든 틈을 타 ‘제 27회 동생 회의’를 열어 어떻게 미행할지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그 결과로 지금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인기척을 죽이고 오소마츠를 따라가고 있었다.
“역에 들어갔다.”
이치마츠의 말에 서둘러 몸을 일으킨 쵸로마츠가 뛰었다.
육쌍둥이 중 유난히 발이 빨랐던 쵸로마츠의 뒤를 이치마츠가 힘겹게 따라갔다.
역에 들어가 자동기계에서 표를 사고 있는 오소마츠를 발견한 두 사람이 미리 준비한 변장도구를 꺼냈다.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의 갈색 비니를 쓰고 뿔테 안경을 쓰고 초록색 체크남방 위에 짙은 회색 맨투맨을 입었다.
이치마츠는 부스스한 머리를 카라마츠에게서 빼앗은 왁스로 정리한 후, 평소 절대 입지 않았던 짙은 자주색 셔츠와 검은 롱코트를 입었다.
평소 육쌍둥이를 자주 봐왔던 사람도 흘깃 봐서는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인상이 바뀌어져 있었다.
혹여나 오소마츠를 놓칠까 초고속으로 변장을 마친 두 사람이 오소마츠가 정거장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매표기 앞에 섰다.
“근데 오소마츠형 어디로 가는거야?”
이치마츠가 지극히 당연한 물음을 묻자, 쵸로마츠가 얼굴을 구겼다. 오소마츠가 어떤 역에서 내리는지 두 사람이 알 리 없었다.
“일단 아무 역이나 선택해서 뽑자.”
거의 종점에 가까운 역을 선택해 표를 뽑은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역 내에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음성이 흘렀다. 계단을 거의 뛰어오른 두 사람은 오소마츠가 탄 전철에 함께 올랐다.
오소마츠가 탄 칸의 바로 옆 칸. 열차 칸과 칸 사이를 이어주는 좁은 통로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오소마츠에게 두 사람은 시선을 고정하고 떼지 않았다.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열차를 타고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내리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중얼거렸다.
좌석에 앉은 채, 잠을 자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쵸로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비어있는 좌석에 앉은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었다.
“이번역은 000역, 000역”
안내 방송이 울리고 오소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가 재빨리 이치마츠를 흔들어 깨웠다.
“이치마츠! 내린다!”
“…우응.”
이치마츠와 함께 내려 오소마츠를 찾았다. 두 사람은 출구로 향하는 오소마츠를 조용히 따라갔다.
역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나온 오소마츠의 손엔 편의점 봉투가 들려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볍게 발을 구르며 걸어가는 오소마츠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동생들과 함께 있을 때만 보여주었던 그 얼굴을, 행복하다는 얼굴을 한 채, 육쌍둥이가 아닌 타인에게 향하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함에 사로잡혔다.
찡-하고 아파오는 가슴을 붙잡은 채, 오소마츠를 조용히 따라갔다.
독신자 전용의 아파트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이치마츠와 쵸로마츠가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복도식인 아파트는 밖에서도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아파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오소마츠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했다.
4층 맨 오른쪽에 위치한 집 문을 오소마츠가 두드렸고, 이내 문이 열리고 오소마츠가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네.”
“응…”
쵸로마츠가 작게 속삭이자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시로마츠’의 집을 알았다. 아파트 입구에 적힌 주소를 수첩에 적은 쵸로마츠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단 돌아가자.”
“…응.”
4.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두 사람 사이에선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동생들과 함께 있을 때만 보여주었던 얼굴. ‘우리들’에게만 보여주었던 얼굴.
아직 앳된 티가 벗겨지지 않은 오소마츠의 얼굴은 기쁘게 미소 지으면 더 앳돼 보여서 굉장히 귀여웠다.
그런 우리들’만’의 미소를 타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오소마츠가 원망스럽고 또 슬펐다.
쓸쓸한 얼굴로 바닥을 향한 고개를 억지로 들어올리자 옆자리에 앉은 이치마츠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쵸로마츠형.”
“응.”
“오소마츠형의 가장 소중한 건 우리지?”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불안한 듯 떨리고 있었다. 슬픈 얼굴로 물어오는 동생의 머리를 쵸로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당연하잖아.”
쵸로마츠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동생을 위해 웃으며 말했다. 이치마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렇지… 다행이다.”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 안, 쵸로마츠는 태어나 처음으로 오소마츠가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 이럴때 들으면 좋은 노래가 있습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곡 입니다.
* 다음화는 꽤 분량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 손목이 버텨주면 좋겠습니다...
* 제 부족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10- (11) | 2016.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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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9- (11) | 2016.08.20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7- (6) | 2016.08.15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6- (7) | 2016.08.08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5- (7) | 201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