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티넬버스 1편입니다. 세계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소설 내에 언급되어 있으나 자세한 설정은 구글에게 물어보세요ㅎㅎ


* 공미포 7,977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부드러운 털을 쓸어주는 이치마츠의 손길에 고양이가 가르랑거렸다

느긋하게 두 눈을 감았다 뜨며 친애의 인사를 건네는 고양이에게 이치마츠가 미소로 화답했다.


오늘 오후 3시경, 경찰은 다케다군(18) 실종 사건을 공식적으로 「팔콘(falcon)」에 의한 납치 사건으로 정정 발표하였습니다. 따라서 다케다군(18)은 센티넬 우월주의 테러 집단인 「팔콘」이 주도한 가이드 납치 사건 13번째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환한 빛을 내며 어두운 방 안을 밝히는 TV 화면을 오소마츠가 멍청히 바라보았다

거실 한편에 모로 누워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하품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은 지극히 담담했다

벌써 10명이 넘는 사람이 납치되었다는 흉흉한 소식에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눈치를 살폈다

차분한 말투의 아나운서가 전하는 소식에 귀를 기울인 이치마츠와 달리, 오소마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왓! 뭐야? 왜 불도 안 켜고 있어?!”

스륵- 거실문을 열고 나타난 막내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베이지색 비니를 쓰고 형제 맞춤의 분홍색 후드를 입은 토도마츠의 손엔 크림색 가방이 들려있었다.


토도마츠, 어디 나가?”

-. 친구들하고 약속 있어서.”

토도마츠가 거실 전등의 스위치를 키자, 순식간에 환해진 거실의 모습에 이치마츠는 새삼 거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깨달았다

어깨를 흘러내리는 가방을 고쳐 멘 토도마츠가 그럼 다녀올게~.” 하고 인사하며 거실을 나섰다.


!? 토도마츠, 어디 나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 대화 내내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물었다

현관을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뒤돌은 토도마츠가 ….” 하고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안 돼! 위험해! 아까 뉴스 나온 거 안 봤어?!”

무슨 뉴스?”

“‘가이드 납치 사건이 또 일어났대.”

2층에서 외출 준비를 하느라 뉴스를 듣지 못한 토도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대신해 대답했다

….” 하고 작은 신음을 흘린 토도마츠가 애써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에이-, 그런 거 안 만나~”

안 됩니다. 횽아는 허락 못해요~”

….”

그러니까, 같이 나가자.”

에엑-!?”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거부하는 토도마츠를 가볍게 무시한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복도에 선 토도마츠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 가자!” 하고 밝게 외치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발을 쿵쿵 구르며 짜증을 냈다.


! 진짜로 아무 일 없을 거라니깐!? 납치된 사람들 전부 관리국에 등록된 가이드였잖아!! 나는 일반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니까 괜찮다고!!”

, ~~! 토도마츠~”

오소마츠 형!! 진짜 오버라니까!? 이치마츠 형도 말 좀 해줘!! 괜찮을거라고!”

잘 다녀와~ 둘 다.”

아악!!!”

간절히 이치마츠를 바라보는 토도마츠의 애원하는 눈빛에, 빙긋- 미소지은 이치마츠가 설렁설렁 손을 흔들며 둘을 배웅했다

제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형들의 횡포에 토도마츠가 발을 동동 구르며 짜증을 터뜨렸다

싫다, 과보호다, 꽥꽥 떠드는 토도마츠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오소마츠가 아직 거실에 앉아있는 이치마츠에게 말했다.


다녀올 테니까, 얌전히 집 지키고 있어~. 모르는 사람한텐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 우리 나가자마자 문 잠그고.”

, 다녀오세요.”

이미 성년의 나이를 지난 이치마츠에게 마치 어린아이에게 이르듯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 오소마츠가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리 짜증을 내고 거부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는 형들의 모습에 토도마츠도 결국 포기했는지, 체념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현관문이 닫히고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이치마츠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현관문의 걸쇠를 잠갔다.

 

 

 

 

 

 

2.

 

진짜 과보호야.”

치솟는 짜증에 절로 목소리에 날이 섰다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 형의 등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대자, 오소마츠 형이 빙글 몸을 돌려 나를 응시했다.


별로 과보호 아니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톳티-.”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랬지!! 그리고 내가 한두살 먹은 애도 아니고!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있거든?!”

, -. 그러십니까아~”

오소마츠 형!”

태평한 얼굴로 짧게 웃은 오소마츠 형이 다시 몸을 돌려 앞서 걷기 시작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오소마츠 형이 귀담아 들을 리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 큰 한숨을 내쉬고 입을 다물었다.

 

 

거리의 모습은 평상시와 같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웃고 있거나, 무표정이거나, 전화를 하고 있거나, 화를 내고 있었다

인도를 사이에 두고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상가에서는 커다란 음악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을에서 가장 큰 전자 상가를 스쳐 지나가자, 전시된 TV에 비친 아나운서가 진중한 표정으로 오늘의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센티넬 테러 집단인 「팔콘」은 센티넬만을 위한 국가를 위해 정부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성명과 함께 앞으로 이어질 테러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은 강력하게 「팔콘」을 비난했으며, 그 어떤 테러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국민들을 최우선적으로 지킬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이어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는

토도마츠, 잠깐 은행 좀 들리자.”

?”

무의식적으로 뉴스에 향해 있던 시선을 돌리자, - 장난스런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 형이 은행을 향해 방향을 바꿨다.


은행은 왜?”

생활비 다 떨어졌어.”

월 초입니다만?!”

~, 그러게-”

오소마츠 형, 진짜 진지하게 일 좀 해! 남은 돈도 얼마 없는데! 맨날 도박으로 날려먹고!!”

발등에 불똥이라도 떨어지지 않는 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오소마츠 형은 느긋하게 걸어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우리 집에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더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번호표를 뽑는 오소마츠 형 옆에 섰다.

 

 

 

 

 

 

3.

 

이 세계엔 센티넬가이드라 불리는 특수한 사람들이 있다

센티넬은 일반인보다 오감이 예민하고 날카로우며, 뛰어난 신체능력과 더불어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전체 인구의 0.0001%를 차지하고 있는 센티넬은 각 개체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능력은 S ~ E등급까지 다양한 능력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센티넬의 평균 능력은 C~B급으로,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A급이나 S급의 능력자는 굉장히 희귀하다

처음 센티넬이라는 존재가 연구되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센티넬들은 영웅처럼 여겨졌다

보통의 인간은 꿈도 꿀 수 없는 능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들은 만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영웅그 자체였다


하지만 무엇이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었다. ‘센티넬중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올바른 일이 아닌 제 욕망을 위해 사용하는 자들이 있었고, 센트럴특유의 예민한 오감은 그들의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폭주를 유도했다

정신이 무너진 센티넬의 폭주 사건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후에야 가이드의 존재가 밝혀졌다

가이드는 외견으로는 보통의 사람들과 같지만, ‘센티넬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가이드'도 그 능력에 따라 S ~ E급의 등급이 있었고, A등급 이상의 가이드수는 센티넬보다 적었다

세계의 각 국가는 센티넬의 능력을 올바른 일에 쓰고, 폭주를 막기 위해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을 설립하였다


관리국에 등록된 센티넬가이드는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관리국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을 부여 받았다.

「관리국」의 출범으로 센티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우호적이 되었다

등록된 센티넬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이자 영웅이었다

하지만, 존재하는 모든 센티넬이 「관리국」에 등록되어 관리되지는 않았다

전 세계적 기구인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에 의해 강제적인 등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리국」에 등록을 할지 말지는 센티넬개인의 자유에 맡겨졌고, 일부 과격한 센티넬들은 「관리국」에 등록되는 것을 거부하고 범죄자가 되었다.


그들은 아웃로-(outlaw)’라 불렸다

아웃로-’들은 대체로 센티넬이 가장 우수한 인간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센티넬 우월주의를 신봉했다

그들은 아직 제대로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이드들을 납치해 세뇌하여 자신들의 부하로 만들었다.



 

최근 한창 뉴스에 나오고 있는 조직인 「팔콘」은 센티넬 우월주의자들의 테러 집단으로 아웃로-’들이 만든 집단 중 가장 큰 세력을 자랑했다

이들은 각성도 하지 않은 어린 센티넬들과 가이드들을 납치하여 세뇌하는 더러운 수단을 거리낌없이 사용하였으며, 수많은 테러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 집단이었다

현 「관리국」의 가장 큰 적이자,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절대적 이 바로 그들이었다.

 

 

 

 

 

 

4.

 

은행원이 건네는 지폐를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은 오소마츠 형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안녕히가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은행원 누나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오소마츠 형의 뒤를 따랐다.


나가자.”

, 나 이제 친구들 만날 시간인데….”

, 알겠다고~ 다 놀고 나면 연락해. 데리러 나올게.”

내가 애도 아니고….”

토도마츠.”

하아~, 알겠어.”

오소마츠 형의 부름에 한숨을 섞어 대답했다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굳었던 표정을 풀고 평소의 장난스러운 얼굴로 돌아온 오소마츠 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친 손짓이었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오소마츠 형과 별것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은행 문 앞으로 걸어간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 , 뭐야!?”

놀라 묻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오소마츠 형은 긴장한 얼굴로 내 앞에 뛰어와 나를 감싸 안았다

나를 꼭- 안은 오소마츠 형의 팔 사이로 보이는 은행 문 너머 땅이 크게 흔들리더니 곧 문 앞에 커다란 흙더미가 쌓였다

완전히 막혀버린 출구를 앞에 두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손님 사이에 숨어있던 자들이 복면을 쓰고 일어섰다.


전원 엎드려!!!”

TV에서만 봤던 권총을 들고 외치는 남자의 모습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은행 안에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떨었다.


엎드리라고!!”

!’ 하는 총성과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장을 향해 쏘아 올린 총은 진짜였다

비명도 잊을 정도로 겁먹은 사람들은 남자의 외침에 따라 두 손을 들고 바닥에 엎드렸다

오소마츠 형은 작게 혀를 차고, 나를 팔에 안은 채 엎드렸다.


토도마츠, 가만히 있어.”

“…, .”

작게 속삭이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겪는 지금 이 상황에 정말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을 보는 나와 달리 오소마츠 형은 눈치를 봐가며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강도들을 자극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오소마츠 형의 다운 모습에 어쩐지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이 샘솟았다

은행을 습격한 강도들은 빠른 속도로 은행장을 협박해 금고를 열었고, 들고 있던 검은 가방은 금새 돈더미를 삼켜 빵빵해졌다

돈으로 가득 찬 가방을 든 강도들은 탈출 경로까지 준비해놓았는지, 은행의 뒷문으로 하나 둘 빠져 나갔다.


어이, 잠깐. 거기 너!”

마지막으로 인질들을 향해 닥치고 가만히 있어!”하고 외치고, - 사람들을 둘러보던 강도 하나가 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복면 사이로 보이는 눈빛과 마주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숨을 삼키고 눈을 피했지만, 남자는 이리 와.” 하고 내게 손짓했다.


토도마츠,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호흡해.”

나를 껴안고 있는 오소마츠 형이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누르고 속삭였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내가 움직이지 않자 쯧- 하고 혀를 차고 크게 외쳤다.


이리로 텨 오라고!!”

당장이라도 내게 총을 겨눌 기세로 외치는 남자의 모습에 입술이 떨렸다

오소마츠 형은 여전히 나를 꽉 붙잡고 놔주지 않았고, 공포로 얼어버린 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 내 말이 안 들려? 아님 겁나 우스워?”

결국 참지 못한 남자가 총구를 내게 겨누고 서서히 다가왔다

방아쇠에 걸린 그의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까딱하는 순간, 나는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죽음의 공포가 호흡까지 빼앗았다.


! 빨리 와!!”

잠깐 기다려 봐! 이 새끼 가이드라고!”

뒷문으로 도망쳤던 강도 일행 하나가 얼굴을 내밀고 외쳤다

내게 총구를 겨눈 남자가 팔을 휘두르며 일행에게 대답했다

남자가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틈을 보인 그 순간, 나를 누르고 있던 오소마츠 형이 일어나 남자가 들고 있던 총을 잡았다.


무슨!?”

내 동생한테 손 대지 마.”

순식간에 총이 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눈 앞에 일어난 불길에 남자가 놀라 총을 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총은 시뻘건 불길 속에서 천천히 녹아 바스라졌다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오소마츠 형을 보며 센티넬이었나….” 하고 중얼거렸다

오소마츠 형이 불꽃을 피워 남자를 공격하려는 순간,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은행 문 너머로 수 많은 경찰차가 모여들었다.


우리는 「관리국」이다! 너희는 포위되었다. 순순히 항복하고 나와!”

스피커폰으로 증폭된 외침이 은행 안까지 닿았다

오소마츠 형이 공격을 멈추고 주춤거린 때를 노려 남자가 오소마츠 형을 밀치고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오소마츠 형!!”

토도마츠! 얌전히 여기서 기다려!!”

도망치는 남자의 뒤를 쫓아 오소마츠 형이 뒷문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곧 강도들이 모두 도망친 은행 안으로 「관리국」사람들과 경찰들이 들어왔다

은행 직원들과 손님이었던 일반인들 모두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은행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5.

 

남자의 뒤를 쫓아 뛸수록 오소마츠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센티넬은 일반 인간보다 오감이 뛰어났다. 개중엔 특히 감식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있었다

각성도 하지 않은 가이드센티넬도 잡아낼 수 있는 감식(search)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센티넬들은 「관리국」과 「팔콘」에 속해 있었다

오소마츠는 그 정도까지 감이 예민하진 않았지만, 은행을 습격한 사내들에게 묻어나는 희미한 그 기운은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다른 이의 기운이라면 몰라도, 자신과 같은 느낌을 가진 그 기운은 어릴 적 항상 그의 곁에 있었던 이의 것이었다.

 

 

어느새 사라진 남자의 뒤를 쫓던 오소마츠가 방향을 바꾸어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뛰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도착한 공터에서 오소마츠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크게 외쳤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은행을 습격한 강도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엄호하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어깨를 떨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에게 손짓하자, 쥬시마츠는 남은 강도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공간 이동 능력자가 있었는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포탈 너머로 사라지는 동생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다시 땅을 차고 뛰었다.


쥬시마츠!!!”

멈춰라, 오소마츠. 네 상대는 나다.”

사라져가는 쥬시마츠를 붙잡으려는 오소마츠의 앞을 막아선 카라마츠가 차갑게 내뱉었다

발을 멈춘 오소마츠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호흡을 멈췄다.


카라마츠, 대체 왜 너희가 저런 놈들과 같이 있어?”

네게 대답해줄 이유는 없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돌아오지 않았어!!! 사지 멀쩡히 살아있으면서 왜?!!”

버릴 땐 언제고, 이젠 왜 돌아오지 않았나 추궁하는 건가…. 제멋대로도 정도가 있다.”

“…?”

시치미 뗄 생각인가?”

카라마츠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멍청한 신음을 흘리는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였다

오소마츠를 노려보는 카라마츠의 시선에 경멸이 담겼다

벌레 보듯 오소마츠를 혐오스럽단 눈길로 응시하는 카라마츠와 마주한 오소마츠의 눈이 흔들렸다.


“…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카라마츠, 부탁이니까…. 형아한테, 돌아와.”

카라마츠의 언동에 카라마츠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을 깨달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에게 내민 손은 덜덜 떨리고, 간절히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불안에 잠겨 있었다

10만에 만난 동생이었다. 오소마츠는 정말로 간절히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돌아와달라는 마음을 담은 오소마츠의 부탁은 냉혹한 카라마츠의 공격 앞에 산산이 부서졌다.


“…네 놈은 내 형이 아니다.”

카라마츠는 공터 옆에 흐르던 작은 개천의 물을 끌어와 물대포처럼 오소마츠를 향해 물을 쏘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물줄기를 간신히 피하자, 오소마츠가 서 있던 땅에 커다란 구덩이가 패였다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는다면 내장은 물론이고 뼈도 무사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에 오소마츠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 라마츠!!”

“….”

오소마츠의 비참한 외침에도 카라마츠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한 번 더 개천에서 끌어올린 물을 쏘려는 순간, 카라마츠의 귀에 꽂혀있던 소형 무전기에서 후퇴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일반인에겐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였지만, ‘센티넬인 오소마츠에겐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똑똑히 들렸다

낯설지 않은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에 의 기억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아냐, 설마…. 아니지…?’

제대로 초점조차 맞추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는 두 눈에 비친 카라마츠는 공중에 머물러있던 물을 공중에 퍼뜨렸다

순식간에 공터 가득 뿌연 안개가 퍼졌고, 오소마츠의 시야도 완전히 가로막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카라마츠!!!

전신에 기운을 보아 넓은 공터 가득 퍼진 오소마츠의 불길에 눈 깜짝할 새에 뿌연 안개가 증발해 사라졌다

하지만 텅 빈 공터에 카라마츠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6.

 

힘없이 발을 끌며 은행으로 돌아온 오소마츠에게 경찰의 조사를 받던 토도마츠가 뛰어갔다

오소마츠의 몸을 꽉 안아주며 오소마츠 형, 괜찮아? 다친데 없어?” 하고 걱정하는 토도마츠에게 간신히 옅은 미소를 보여준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격자 신분으로 간단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집에 돌아온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를 이치마츠가 반겼다.


다녀왔습니다.”

“….”

오소마츠 형?”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치마츠의 마중에 대답한 토도마츠와 달리 묵묵히 입을 다문 오소마츠의 모습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토도마츠에게 눈짓으로 물었지만 토도마츠도 고개를 저을 뿐 이유는 알지 못했다

오소마츠의 침묵에 당황하는 두 동생을 스쳐 거실로 들어간 오소마츠가 말했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이리와 앉아봐.”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한 두 동생은 말없이 오소마츠의 앞에 앉았다

무거운 침묵 가운데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이 평소보다 크게 울렸다

고개를 숙인 오소마츠의 표정은 그늘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오늘, 카라마츠랑 쥬시마츠를 봤어.”

““!!!””

10년 전에 사라진 형제의 이름에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호흡을 멈췄다

눈을 크게 뜨고 믿어지지 않는단 얼굴을 한 두 동생을 똑바로 응시하며 오소마츠가 말을 이었다.


내일, 나는 「관리국」에 갈거야.”

“…? 오소마츠 형, 「관리국」이라니…?”

왜 가는데?”

「관리국」에 센티넬로서 등록할거야.”

오소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입을 벌렸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관리국」에 센티넬 등록을 하지 않았던 오소마츠의 일방적인 선언에 토도마츠가 말을 잃었다

조심스럽게 잔잔한 눈빛으로 오소마츠를 살피던 이치마츠가 물었다.


? 왜 갑자기 등록하겠다고 하는 건데?”

「관리국」에서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담담히 대답하는 오소마츠를 빤히 응시한 이치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등록할래. 나는 가이드니까, 오소마츠 형과 팀을 짜면….”

안 돼. 이치마츠.”

….”

「관리국」에 등록된 센티넬은 위험한 일에 불려가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가이드도 따라가게 될 거고. 나는, 너희들만큼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래.”

“….”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마지막 말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흔들리지 않는 오소마츠의 눈빛은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한 자의 것이었다

알겠어.” 하고 작게 수긍하는 이치마츠를 이어 가만히 두 형의 대화를 듣고 있던 토도마츠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이라 쓰인 커다란 건물 앞에 선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피해왔던 일을 눈앞에 둔 현 상황에 작게 욕지거리를 던지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토토코?”

오소마츠 군, 어서 와.”

자동문 너머 나타난 오랜 소꿉친구가 은은한 미소와 함께 오소마츠를 반겼다.

 

 

 

 

 

 

7.

 

관리국 보고서 #1


이름 : 마츠노 오소마츠

등록번호 : 6001

등급 : 센티넬 A

능력 상세 :

  • 불을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다룬다.

  • 연소에 필수적인 산소가 없어도 불을 피울 수 있으며, 원하는 물질만을 불태울 수 있는 선택적 연소가 가능하다.

  • 단순한 불(화염)이 아니기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담당 가이드 : 없음 (미배정)

담당 감시관 : 요와이 토토코





* 격주 연재이며 2편은 다음주 주말(4/1~4/2)에 올라옵니다.


* 오소마츠가 사기캐입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말 출근 전, 올려요...ㅎㅎ 다른 단편에 비하면 조금 짧습니다ㅎ


* 카라오소지만, '카라→오소'입니다.


* 공미포 4,448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늘도 카라마츠는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돌아왔다

카라마츠 걸-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기다리다 지쳐 돌아온 카라마츠의 손엔 항상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장미에 대해 묻자, 카라마츠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자마자 질문을 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물론 이 카라마츠를 기다리는 걸-즈에게 줄 선물이다! 내 정열적인 사랑을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싶어 매일 강 근처 꽃가게에서 사고 있다고~?”

, 그러냐.”

제 나름의 멋진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카라마츠의 말을 대충 흘리며 입을 크게 벌려 하품했다.

오늘은 기다리고 있던 신기계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파칭코로 달려갔지만, 돌아오는 것은 텅 빈 지갑뿐이었다

항상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는 나에게 오늘의 이른 기상은 타격이 컸다

-한 정신으로 눈을 비비며, 발을 돌려 2층으로 향했다

내 건조한 반응에 기가 죽었는지, 카라마츠는 묵묵히 내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자는 건가? 형님.”

. 졸려.”

장 속에서 담요를 꺼내 소파에 드러눕는 내게 카라마츠가 물었다

뻑뻑한 눈을 감고 이미 낮게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자 카라마츠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며 귀를 울리는 소음에 카라마츠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너무 졸려 눈을 뜬 기운도 없었다

카라마츠가 만들어내는 작은 소음은 서서히 저 멀리로 사라지고, 곧 내 정신은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오소마츠 형, 저녁 먹어!”

흔들리는 몸에 힘겹게 눈을 뜨자, 토도마츠가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잘 생각이야!?” 하고 황당하단 투로 외치는 토도마츠를 무시하고 몸을 일으켜 소파에서 내려왔다

기지개를 키며 하품을 하자, 나를 보며 푹- 한숨을 내쉰 건방진 막내가 얼른 내려와.” 하고 제 할말만 마치곤 방을 나섰다

뚜둑- 하고 비명을 지르는 어깨를 두세 번 크게 돌려 풀어주고 소파에서 일어나 방문으로 걸어갔다.


“…?”

문득 내린 시선에 쓰레기통이 보였다

켜켜이 쌓인 쓰레기들 사이로 붉은 장미가 처량하게 꽃잎이 뜯겨진 채, 버려져 있었다

아직 시들지도 않은 생화가 버려져 있는 꼴이 묘하게 불쌍하게 느껴졌다

저걸 어째야 하나, 하고 나답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이에 엄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밥이다, 백수들아~!”

엄마의 외침에 장미도 뒤로 하고 발을 재촉했다.

1초라도 늦으면 맛있는 반찬을 전부 굶주린 늑대 같은 녀석들에게 뺏기고 만다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자, 아니나다를까 녀석들은 그새 내 몫의 카라아게에 달라붙어 있었다

괘씸한 녀석들에게 정의의 주먹을 내리며 밥상머리에 주저앉은 나는 장미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2.

 

어서와….”

, 다녀왔다. 형님.”

뻔한 내용에 우하하 떠들기만할 뿐인 재미없는 예능에 질려 TV를 껐다. 

2층방에서 만화책이라도 가지고 내려올 생각에 복도에 나오자, 카라마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도 역시 카라마츠의 손엔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드르륵- 하고 서서히 닫히는 현관문 너머 붉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시선을 돌려 거실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침이 6에 가까워져 있었다

구두를 벗고 복도에 올라온 카라마츠를 본 순간, 어제 봤던 장미가 떠올랐다.


카라마츠, 그거 어쩔 거야?”

장미를 가리키며 묻자 카라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제 손에 들린 장미를 내려보았다.


이 장미 말인가?”

.”

, 오늘은 아쉽게도 이 로즈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서 말이지,”

알겠으니까, 그거 어쩔 건데.”

“…버릴 생각이다만.”

아깝잖아. 아직 싱싱한데.”

쓰게 웃으며 대답하는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카라마츠가 눈을 꿈뻑이며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어쩐지 카라마츠의 시선이 낯설게 느껴져, 카라마츠의 손에 들린 장미에 눈을 고정했다.


이 카라마츠를 찾아오는 카라마츠 걸-즈에게 하루 지난 헌 장미를 줄 수는 없지! 로즈-에겐 미안하지만 이 로즈-의 데스티니는 오늘로 끝이다!”

영문 모를 손짓으로 얼굴을 감싸고 말하는 카라마츠를 잠시 한심하단 얼굴로 바라보았다.

내가 입을 열지 않자 자연스럽게 어색한 침묵이 복도를 채웠다.


“….”

“….”

“…그럼, 오소마츠에게 주지.”

?”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리고 평범한 차남의 얼굴로 돌아온 카라마츠가 멋쩍게 웃으며 장미를 내밀었다

카라마츠가 내민 붉은 장미를 보며 고개를 기울이자 카라마츠가 말했다.


내겐 이제 필요 없으니까.”

“…내가 쓰레기통이냐! , 일단 받아두지.”

카라마츠의 필요 없다.’는 말에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어제의 장미가 다시 떠올랐다

내가 받지 않으면 또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걸까, 생각하니 어쩐지 장미가 불쌍해 보였다

작게 한숨을 쉬며 카라마츠가 내민 장미를 받아 들었다

카라마츠가 들고 있었을 때는 몰랐던, 은근한 장미 향기가 슬그머니 코를 간질였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꽃 향기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

?! , 아니…. 아무 것도.”

장미를 바라보던 눈을 올리자 멍청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던 카라마츠와 마주쳤다

복도에 선 채로 굳어진 카라마츠를 부르자, 카라마츠는 고개를 홱 돌리고 말을 더듬더니 이내 나를 지나쳐 거실로 들어갔다.


왜 저래?”

평소에도 정상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요상한 녀석의 행동에 고개를 기울이고 눈썹을 찌푸렸다.

 

 

 

 

 

 

3.

 

처음 이 마음을 자각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 도착한다

거금을 들여가며 우리 여섯 명 모두에게 꽃다발을 안겨준 엄마는 그날만큼은 우리가 자랑스럽단 얼굴로 인자한 미소를 피우셨다

향기로운 꽃 향기에 감싸여, 품에 안은 꽃다발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꽃다발을 안고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고, 웃으며 고개를 돌린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이 내 온 몸을 지배했다

나와 같은 꽃다발을 안고 수줍게 웃는 오소마츠가 시야에 들어오자, 지금까지 의식한 적 없었던 심장이 거세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고막을 울리는 심장소리와 빨라진 맥박과 함께 머릿속의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20년 가까이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스러움이 심장을 간질이며 내 모든 감각을 차지하고 달콤한 행복으로 이끌었다

미치도록 두려울 정도로 오소마츠와 꽃은 잘 어울렸다

망연히 서서 오소마츠를 응시하는 나와 눈이 마주친 오소마츠가 해맑게 웃으며 나를 불렀다

카라마츠!” 하고 내 이름을 부르며 이리 오라고 손짓한 순,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오소마츠와 함께 나를 낳아준 엄마가 마치 부처처럼 보였다

감미로운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외치는 것이 내 이름이라는 사실에 황홀함을 넘어 공포까지 느껴졌다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꽃향기와 함께 오소마츠의 옆에 섰을 때, 강하게 바랐다


이 사랑스러운 사람이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꽃이 어울리는 오소마츠가 평생 내 곁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움에 눈이 먼 나는 그 때까지 나의 욕망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하아~”

다리 난간에 기대 손에 들린 장미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비친 내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도시 외곽의 산 너머로 숨어들어가는 해를 보며 허탈한 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집으로 향하는 발은 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수명이 하루씩 단축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착잡한 마음은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오늘이야말로, 하고 힘차게 집을 나왔지만 결국 내일, 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촉촉한 꽃잎을 뽐내는 한 송이의 장미를 처연히 바라보았다.

 

좋아한다는 말은 이제 부족하다.

사랑한다는 말도 어딘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소마츠를 향한 이 감정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일 초가 아까울 정도로, 매 순간 오소마츠를 생각하고 있다.

오소마츠가 내 곁에 있기를, 내 것이 되기를.

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감정을, 농익은 과실을 오소마츠에게 한시라도 빨리 전하고 싶지만, 겁쟁이인 나는 결국 오늘도 한 송이 장미만을 남기고 말았다.

 

 

내가 필요 없다고 말한 장미를 손에 든 오소마츠는 역시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타오르는 것처럼 붉은 장미는 발그스름한 오소마츠의 뺨 앞에선 그 빛을 잃었고, 향긋한 꽃 내음도 오소마츠의 미소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소마츠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삼킨 장미는 오소마츠의 손 안에서 청아하게 여물었다.

 

오소마츠가 장미를 받고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나는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매일 장미만을 전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소마츠의 손에 넘겨진 장미들은 점차 쌓여,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커다란 꽃병에 꽂혔다

광택 나는 하늘색 도자기 꽃병에 꽂힌 붉은 장미는 그 붉은색이 더 도드라져 보여 너무나 아름다웠다

현관에 있는 신발장 위, 검은색 낡은 전화기 옆에 옮겨진 꽃병에 하루가 갈수록 장미가 쌓였다

이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꽃병엔 장미가 가득 찼다

화려한 붉은빛과 함께 장미향이 현관 가득 퍼져 집에 돌아오는 형제들을 반겼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들어오던 쵸로마츠조차 장미향에 미간의 주름을 풀고 입가에 미소를 피웠다


내가 고백을 두려워하는 나날만큼 꽃병의 장미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꽃병을 가득 채운 장미는 오소마츠의 관리 아래에 매일 싱싱한 상태로 제 요염함을 드러냈다

한두 송이가 시들면 오소마츠는 시든 꽃만을 뽑아내 엄마에게 전했다

엄마의 지인 중 드라이플라워 공예를 하는 분이 있어, 시든 꽃은 매번 그 분에게 전해졌다

한 송이도 시들지 않고 만발한 장미는 제 붉은빛을 과시하며 나를 도발했다

매일 외출하려 현관을 지날 때마다, 꽃병 가득 꽂힌 장미들을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내 두려움과 망설임이 눈 앞에 있는 장미로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이 이상 장미의 수를 늘릴 수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결국 그 날 저녁엔 새로운 장미 한 송이가 꽃병에 꽂혔다.

 

 

 

그거 가지고 가지 그래?”

외출 전, 구두를 신고 멀거니 장미꽃을 바라보는 내게 오소마츠가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오소마츠가 꽃병 가득 꽂힌 장미들을 가리켰다.


아직 싱싱하니까 그냥 하나 뽑아가면 되잖아. 새로 살 필요 없이….”

오소마츠의 말대로 햇빛을 받은 장미들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장미들의 모습에 오소마츠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나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카라마츠 걸-즈에겐 매일 새로운 장미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티 안 난다니까?”

아니, 괜찮다. 신경 써줘서 고맙다, 형님.”

“…이상한 녀석.”

오소마츠의 중얼거림을 뒤로하고 현관을 나와 강가를 향해 걸었다

소마츠의 말이 맞다. 굳이 새 장미를 구입하지 않아도 꽃병에 꽂힌 장미를 들고 가도 된다

아직 싱싱한 장미는 하루 이틀 지나도 새 장미처럼 보였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장미 하나를 뽑아가라는 오소마츠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오소마츠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내 심장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피 울며 가슴을 조였다.

 


마치, 내 마음을 되돌려주는 것 같았다.


고백은 하지 못해도, 오소마츠에게 전해준 장미에는 내 마음이 담겨 있었다

오소마츠가 장미들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꽃병에 꽂아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 꼭 내 마음을 감싸주는 것 같았다

세간에서 말하는 금지된 사랑, 용서받을 수 없는 이 마음을, 오소마츠가 받아들여준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런 장미를 되돌려 받는다니…. 

할 수 없다

이젠 오소마츠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장미를 받아주지 않는 것을 상상만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지경이다.


침울한 기분을 날리려 강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거칠어지는 숨결과 함께 가라앉은 기분도 저 멀리 날아가는 것 같았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 장미를 오소마츠에게 건넬 것이다

더는 꽃병에 꽂힌 장미가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꽃집 앞에서 발을 멈췄다.





* '꽃'을 주제로 한 3개 단편의 마지막입니다ㅎ

  이런 식으로 주제를 정해서 플롯을 짠 단편이 몇개 있는데, 언제 다 쓸 수 있을지...ㅠ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WHITEPINE 입니다^^



이전에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된 전연령용(ㅎㅎ) 센티널버스의 준비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정식 연재는 다음주 주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다음주 주말(3/25~26)에 1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센티널버스는 8편으로 완결이 예정되어 있고,


격주로 연재가 될 것입니다^^




계속 쓰고 싶었던 센티널버스를 이렇게 빨리 쓰게 되어서 두근두근하네요ㅎㅎ




그럼 다음주 주말에 1편을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Red tear


센티널버스, 장형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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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 안엔 올릴 수 있었네요...ㅎㅎ


* 저번 발렌타인 데이 때 카라오소를 올렸는데, 이번 화이트데이가 날짜 상으론 연중오소더군요...


* 연중도 아끼는 저는 놓칠 수 없었습니다...후후후..


* 공미포 3,512자. 오탈자는 후에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색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사탕 바구니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을 위해 냐-짱의 굿즈(goods)까지 포기해야 했던 고통의 나날이 드디어 끝이 난다

구겨질세라 소중히 주머니에 모셔둔 내일의 라이브 티켓을 확인하고 들뜬 기분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츠(sweets)를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 안은 시기가 시기인만큼 화이트데이를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하얗고 팔랑거리는 귀여운 레이스들에 묻힌 아기자기한 사탕 세트 사이로 줄곧 점 찍어 두었던 고양이 모양의 캔디 세트를 집어 들었다

주머니에 든 티켓은 라이브 후 악수권까지 포함된 VIP 티켓! 내일 악수회에서 자연스럽게 화이트데이를 어필하며 이 사탕을 내밀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내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트위터 팔로우도 해 줄지도! 몽실몽실 피어나는 행복한 상상에 나도 모르게 으히히~” 하는 웃음이 나왔다

잽싸게 주변을 둘러봐 내 웃음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후 계산대로 걸음을 옮겼다


넉넉하게 모아둔 돈은 냐-짱을 위한 캔디를 사고도 조금 남았다

내일 라이브에서 뭔가 굿즈라도 살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발을 굴리며 계산대로 향하던 도중에 한 캔디 세트가 눈에 띄었다

붉은색 줄무늬를 가진, 일반 사탕보다 조금 큰 크기의 눈깔사탕

어릴 적 집 근처 구멍가게에서 오소마츠 형과 자주 사 먹었던 그 사탕이었다

하얀색 물방울 무늬가 프린트 되어있는 투명한 봉지에 담겨 붉은색 리본으로 장식된 눈깔 사탕은 추억의 사탕이라고 쓰여진 코너에 전시되어 있었다

어린아이의 입에는 조금 큰 사탕을 어떻게든 입에 구겨 넣고 저녁 먹을 때까지 아껴 먹던 추억이 새삼 떠올라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피었다

마침 남은 돈에 적당한 가격표를 보고 눈깔사탕을 들어올렸다

붉은색의 리본을 보고 떠오르는 것은 집에 남아있을 철없는 장남의 얼굴.


사 갈까…?”

뭐를 사?”

우왁!?!?!”

나도 모르게 나온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사탕을 놓치고 말았다

가게의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면 분명 전부 깨지고 말 것이란 생각에 급히 손을 뻗었지만, 야속하게도 사탕은 내 손을 벗어났다.


!”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특유의 날쌘 몸놀림으로 사탕을 낚아챈 오소마츠 형이 싱긋 웃었다.


.”

, …. 고마워, 오소마츠 형.”

사탕을 건네 받으며 인사하자, 오소마츠 형은 코 밑을 문지르며 수줍게 웃었다

-” 하고 천진난만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형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시야에 들어온 주변의 상황에 ?” 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뱉었다.


, 오소마츠 형이 여기 있어?”

뭐야~, 쵸로마츠우~ 횽아는 여기 있으면 안 돼?”

형 같은 파칭코 쓰레기가 여기 있는게 당연히 이상하지!?”

집에서의 버릇으로 버럭 외치자 주변의 시선이 꽂혔다

집도 아니고 밖에서 큰 소리를 냈다는 창피함에 뜨거워지는 얼굴을 숙이고 다시 오소마츠 형에게 물었다.


진짜 여기 왜 있는 거야….”

이치마츠가 오고 싶다고 해서.”

하아?!”

생각도 못했던 바로 아래 동생의 이름에 다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또 다시 바늘처럼 꽂히는 수많은 시선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 .” 헛기침을 했다

오소마츠 형은 입가 가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피우고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 이치마츠는 그럼 어디 있는데?”

, 계산대에 있을걸?”

하아?! 그 녀석이 여기서 뭘 샀다고?”

형제들 가운데서도 특히 어둠의 오라를 풀풀 풍기는 녀석이 이렇게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왔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스위츠 가게에서 뭘 샀다는 건 더 놀라웠다

차라리 지나가던 쥬시마츠가 거대 공룡알을 낳았다는 걸 믿겠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입을 떡 벌리고 있으니 오소마츠 형이 내 뒤를 힐끗 보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이치마츄~! 다 샀어?”

.”

슥슥- 슬리퍼를 끄는 소리와 함께 이치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진짜 여기 있었어!? 

오소마츠 형의 말대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게에 나타난 이치마츠가 나를 보며 쵸로마츠 형은 여기 웬일이야?” 하고 물었다.


그거 내 대사야!? , 뭐야. 이치마츠….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네가 여기 있어?!”

히힛, ? 나 같은 쓰레기가 여기 있는게 이상해? , 그렇지. 나 같은 인간 쓰레기에 인간 실격은 이런 반짝이는 곳엔 발도 들여선 안 되겠지…. 내가 다 잘못했네…. 살아있어서 미안?”

잘도 떠든다, 니도….”

유창하게 뻘소리를 지껄이는 이치마츠를 쏘아주고 시선을 내리자 이치마츠가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있는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의 마크가 찍힌 불투명한 흰 봉투에 정말로 이치마츠가 여기서 뭔가를 샀다는 것을 깨닫고 허어….” 하는 한숨이 나왔다.


뭘 산 거야?”

고양이한테 줄 선물이라던데? 근데 고양이가 사탕도 먹나?”

이치마츠가 안고 있는 봉투를 가리키며 묻자, 오소마츠 형이 대신해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의 말에 히힛!” 하고 웃는 이치마츠를 보며 절대로 오소마츠 형이 한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화 속에 나오는 악당처럼 입꼬리를 쭉 끌어올리고 비열하게 웃는 이치마츠의 미소에 마치 이 사이에 음식이 낀 것 같은 꺼림칙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근데 쵸로마츠 형은 여기 뭐 하러 왔어?”

그야….”

이치마츠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려는 순간, 머릿속을 관통하는 불길한 예감을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 자식…!? 

아직도 안면 가득 음흉한 미소를 띄우고 나를 보는 이치마츠를 노려보며 -짱 줄 사탕 사러.” 하고 간단히 대답한 후, 들고 있던 눈깔사탕을 품에 넣고 계산대로 향했다.

 

 

 

 

 

 

2.

 

화이트 데이. -짱의 라이브를 가기 위해 가방은 다 챙겼지만, 섣불리 이 거실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토도마츠, 카라마츠는 어느새 나갔고, 쥬시마츠는 방금 전 야구!” 하고 외치며 거실을 뛰쳐나갔다

지금 이 방 안에 있는 것은 나와 이치마츠, 그리고 한가롭게 경마 신문이나 보고 있는 오소마츠 형뿐이다

똑딱똑딱 울리는 초침소리에 초조해져 양반다리로 앉은 채 다리를 떨었다

가만히 오소마츠 형 옆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이치마츠와 시선을 마주한 채, 타이밍을 재고 있는 그 때, 먼저 움직인 것은 이치마츠였다.


오소마츠 형.”

? 왜에~?”

오직 시선만을 들어 이치마츠를 본 오소마츠 형에게 이치마츠가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 뭐야? 뭐야?” 하고 초등학생 같은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봉투를 열어본 오소마츠 형이 -!” 하고 환호했다.


내 멸치 훔쳐먹지 말고, 그거나 먹어.”

시큰둥하게 말하는 이치마츠를 응시하며, 슬금슬금 오소마츠 형 옆에 다가갔다.

힐끔, 오소마츠 형의 어깨 너머로 훔쳐보니, 투박한 봉투에는 색색의 동그란 사탕이 담겨 있었다


, 이거! 예전에 할머니가 자주 주셨던 그 사탕이다

어릴 적, 자주 놀러 갔던 시골의 할머니는 유난히 오소마츠 형을 예뻐하셨고, 오소마츠 형에게만 몰래 아껴두셨던 과일향의 사탕을 입 안에 넣어주시곤 했다

항상 행복하단 얼굴로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건네는 사탕을 받아먹는 오소마츠 형을 우리는 군침을 흘리며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오소마츠 형의 특권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할머니는 우리가 중학교 입학식을 치르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시고 말았다

그 이후, 오소마츠 형은 두 번 다시 그 사탕을 맛볼 수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나를 보며 웃는 이치마츠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 제법이구나. 이치마츠

오소마츠 형의 추억을 이용하다니

하지만, 추억이라면 나도 지지 않으니까

그 누구보다 오소마츠 형하고 오랜 시간을 보낸 건 다름아닌 나라고

나를 그렇게 우습게 보면 곤란해!


, 오소마츠 형.”

질세라 나도 가방에 넣어두었던 사탕을 꺼내 오소마츠 형 앞에 내밀었다.


?”

줄게. -짱 줄 것 사면서 돈이 남아서….”

~? 나한테 주는 거야!? 쫌생이 쵸로가 무슨 일이래~?”

누가 쫌생이야!!”

쓸데없는 말을 하긴 해도, 둘이서 나누었던 추억의 붉은 눈깔사탕을 본 오소마츠 형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히죽거리며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오소마츠 형의 표정에 얼굴 근육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럼, 나는 냐-짱 라이브 갔다 올 테니까….”

, 나도…. 냥이들 밥 챙겨 줄 시간….”

내가 가방을 메고 몸을 일으키자, 이치마츠도 따라서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 잠깐! 잠깐!!”

거실을 나서려는 우리를 다급히 불러 세우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몸을 돌리자,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오소마츠 형이 싱긋 웃었다.


, ~!”

눈앞에 내밀어진 오소마츠 형의 손에는 내가 준 붉은 눈깔 사탕이 들려져 있었다

빙그레 웃는 오소마츠 형의 미소와 함께 눈앞에 들이댄 사탕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내가 ?” 하고 소리를 흘리자, 오소마츠 형이 무방비하게 벌려진 내 입 안으로 사탕을 밀어 넣었다.


!?”

맛있지? , 이치마츄도~! ~!”

“…~”

이히히~, 맛있지?”

…. 맛있어….”

혀 위에서 구르는 사탕의 달콤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오소마츠 형은 이치마츠에게도 똑같이 이치마츠가 주었던 색색의 사탕 하나를 이치마츠의 입 속에 쏙- 넣어 주었다.


사탕 고마워~! 잘 먹을게! 쵸로마츠, 이치마츠!”

수줍게 웃으며 볼을 붉히고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 형을 보며 나와 이치마츠는 일심동체가 되어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오소마츠 형, 진심 천사앗!!!’’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 비록 화이트데이엔 맞추지 못했지만...ㅎㅎ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ㅎ

* 원래 화이트데이 맞춰서 올리려했는데... 늦었습니다...ㅎㅎ


* 써놓은 건 주말이었는데... 예약 업로드 해 놓을걸 그랬네요..


* 저녁엔 연중오소로 한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 LINE을 하는 카라마츠와 오소마츠 입니다ㅎ


* 글 형식 상 PC로 보는게 편하실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마츠           카라마츠

카라마츠          

오소마츠           너 설마 사탕 가게에 있는 건 아니지?

카라마츠           아직 아니다만

오소마츠           아직!?

                     아직이라니 뭐야!?

                     역시 갈 생각이었어?!!

카라마츠           무슨 소린가, 오소마츠

                     오늘은 연인들의 날!

                     와이트 데이이다!

오소마츠           쓸데없이 발음 좋게 하지 마!

                     화이트 데이야!

                     아니, 그것보다 가지 마!! 제발!!

카라마츠           어째서?

                     오소마츠는 내 사랑의 결정을 받고 싶지 않은가?

오소마츠           발렌타인 데이 같은 사태를 두번 겪을 쏘냐!!!

                     나 그거 받고 엄청 창피했으니깐!!

                     오늘도 그 꼴 당할 순 없어!!

카라마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오소마츠           암튼, 오늘 사탕가게 금지

카라마츠           Oh… 그럼 직접 만든 것이 좋은가?

오소마츠           ? 사탕을 직접 만들 수 있어?

카라마츠           나도 잘은 모르지만 웹서핑하면 방법이 있겠지

오소마츠           제발 부탁이니까 그만 둬

카라마츠           Why?! 나는 그저 나의 사랑을 마이 허니-에게 전하고 싶을 뿐이다!

오소마츠           창피하니깐 그만 둬!?

                     그리고 사탕 가게 아니면 지금 어디야!

카라마츠           오소마츠, 가끔 사나이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고독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소마츠           어디야.

카라마츠           집 가는 중이다

오소마츠           진짜 오는 중?

카라마츠           .

오소마츠           오늘 하루 종일 어디 있었어?

                     , 너 찾으러 다리 갔었는데

카라마츠           오늘은 파칭코에 있었다!

오소마츠           거기도 갔었는데 없었어

카라마츠           경마도 갔다

오소마츠           없었어

카라마츠           오소마~? 사나이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법이다.

                     나는 항상 이곳 저곳 정처 없이 떠도는 떠돌이와 같지

오소마츠          

카라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           카라마츠, 솔직히 말해

                     어디 있었어?

카라마츠           그러니까 경마랑 파칭코에

오소마츠           ? 어디 있었어?

카라마츠           경마랑 파칭

오소마츠           ? 어디?

카라마츠           말할 수 없다

오소마츠           !?

                     혹시 바람 폈어!?

카라마츠           아니다!!

                     마이 스위트를 놔두고 바람 따위를 필 리 없잖아!!

오소마츠           그럼 어디 있었어!

카라마츠           , 그건

오소마츠           말해주기 싫구나? 그래알겠어

카라마츠           , 오소마츠?

                     , 아니다! 말해주기 싫은게 아니라!

오소마츠           됐어. 이제

카라마츠           오소마츠으으으!!!

                     알바!!

                     알바하고 있었다!!!

오소마츠           알바?

카라마츠           오늘을 위해알바 했다.

오소마츠           오늘? 화이트데이?

카라마츠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움과 내 사랑을 담은 퍼펙트한 러브 캔디를 사기 위해서!!

오소마츠           ? 바보야?

카라마츠           ?!

오소마츠           겨우 그런 걸로 애인을 놔두는 거야?!

                     바보! ~!!

                     나는 그런 거 필요 없는데!

                     겨우 그런 걸로 외롭게 만들지 마!

카라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           맨날 맨날 정신차리면 없어지고!

                     다리에도 없고!

                     나만 버려두고!

                     얼마나 외로웠는데 바보!!

카라마츠           Oh…

                     오소마츠, 미안

                     내가 잘못했다

오소마츠           몰라! 이 바보마츠!

                     개똥마츠!

                     멍충이!!

카라마츠           오소마츠, 지금 당장 달려갈 테니까!!

                     집에 있는거지?

오소마츠           몰라!

카라마츠           10, 아니 5분 내로 가겠다!!

오소마츠           그러든가 말든가!

카라마츠           오소마츠, 제발 화를 풀어줘

                     오소마츠에게 정말로 멋진 날을 보내게 해 주고 싶었다.

오소마츠           너가 옆에 있어야 멋진 날이야. 바보야

카라마츠           오소마츠으으으으!!

                     사랑한다! 마이 스위티-!!!

오소마츠           그럼 얼른 와

카라마츠           ! 알겠다!!

                     그런데 오소마츠

오소마츠           ?

카라마츠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이 있어서

오소마츠           뭔데

카라마츠           오소마츠라면 화이트데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갈 것 같아

                     서프라이즈를 해주기 위해 알바를 했는데

                     오늘이 화이트데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건가?

                     토도마츠에게 들었나?

오소마츠           ? 아니?

                     오늘 경마장에서 만난 아저씨가 사탕을 주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화이트데이라고

카라마츠           호오?

                     경마장 어디에서 만난 누구?

                     아저씨 누구?

                     인상착의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겠나?

오소마츠           알아서 뭐하게…?

카라마츠           남의 것에 함부로 손 대지 말라고 가볍게 경고할 뿐이다.

오소마츠           안 돼!

                     절대 안 돼!!

                     너 저번에도 그러다가 경찰까지 왔었으니까!!

                     이 바보 싸이코패스~!!!

카라마츠           구두로만 주의하겠다.

                     인상착의를 알려줘.

오소마츠           안 알려줘!!

카라마츠           그런가, 그럼 이야미에게 물어보겠다

오소마츠           이야미?!

카라마츠           오늘 경마장에서 만났지?

오소마츠           만났는지 안 만났는진 어떻게 알아?

카라마츠           오소마츠, 러브 파워가 있으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오소마츠           무셔!!

                     싸이코패스 무셔!!!

                     이야미한테도 물어보지 마!!

                     빨리 들어오기나 해!!

카라마츠           일단 이야미 집에 들리고

오소마츠           ! 또 나 버려둔다!!

                     외롭게 한다!

                     됐어! 나도 나갈거야!!

카라마츠           , 오소마~?

                     나간다니 어딜

오소마츠           몰라! 오늘 너랑 같이 여행 가려고 했는데!!

카라마츠           , 여행?

오소마츠           모처럼 딴 돈 다~ 내가 가지고 흥청망청 써주겠어!!

카라마츠           , 오소마츠.

                     진정해라!

                     여행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오소마츠           ~ 몰라

                     너는 그 경마장 아저씨나 보고 와!

                     나는 아타미 갈 거야!

카라마츠           오소마츠, 내가 미안했다

                     바로 집 가겠다

                     나가지 말아줘

오소마츠           지금 바로 올 거야?

카라마츠           ! 윈드처럼 날아가겠다!

오소마츠           오늘, 엄청 땄단 말이야

                     경마.

                     그래서 같이 여행가려고 했는데

카라마츠           오소마츠으으~!!

                     내가 다 잘못했다!

                     지금 가고 있으니까!!

오소마츠           3분 안에 와

카라마츠           알겠다! 마이 하니-!!

오소마츠           , 얼른 와. 달링-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 저녁엔 꼭! 연중오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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