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WHITEPINE입니다.


길고 길었던 오소카라 왕자공주도 완결이 났습니다!!


완결내고 하루 지나고 나서야 후기를 올리는 이유는...


제가 다른 글 쓰느라 후기 쓰는 걸 잊었기 때문이죠ㅋㅋㅋㅋ





오소카라는 단편으로 종종 올렸지만 장편으로 연재하는게 어떨지


좀 불안했는데 그래도 적지 않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왕자공주AU는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많은 분들의 일러스트나 글을 보면서


저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ㅎㅎㅎ


그래서 이렇게 장편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분명히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어느새 여우골이야기 만큼이나 길어진 건 왜일까요...


플롯을 다듬으면서 이야기가 꽤 길어질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ㅎㅎ


13화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편은 분량 조절 실패해서 다른 편보다 짧았...






원래 세계관 짜는 건 좋아하긴 해도 너무 섬세하고 꼼꼼한 작업이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왕자공주AU는 왕국이라던가, 영토라던가 그런 설정이 필요해서 짜는데 꽤 고심했어요


결과적으로 붉은 왕국 = 서양, 푸른 왕국 = 동양 같은 이미지가 되었습니다만ㅎㅎ





오소마츠는 너무 대단하지 않게 그리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네요ㅎㅎ


처음엔 꽤 대단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녀석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전쟁에서 대활약하면서 너무 대단해진 감이...ㅎㅎ


그래도 하나 오소마츠의 어린아이 같은 점이 드러난 부분이 있다면 오소마츠의 아버지, 붉은 왕국의 왕을


좋지 않게 보는 부분이려나요.


일단 기본적인 시점이 오소마츠 시점이라서 붉은 왕에 대해 혹은 왕의 속내에 대해 마지막까지 많이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오소마츠는 내 편, 내 편 갈라서 생각하는 편견이 있고,


자기와 동생들과 엄마를 괴롭힌 계기를 만든 붉은 왕국의 왕인 아버지는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ㅎㅎ


그걸 좀더 섬세하게 드러냈으면 좋았을 텐데 못한 건 아직도 아쉽네요.


그래서 마지막에 전쟁이 끝날 때쯤, 오소마츠가 왕세자가 되고 나서야 왕의 속내를 조금씩


드러내고, 오소마츠와 화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ㅎ




의외로 적지 않은 분들이 붉은 왕국의 왕의 오소마츠와 비슷한 면모에 놀라신 것 같아요ㅎㅎ


그 오소마츠의 아버지인데, 평범한 인물은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그렸습니다ㅎㅎ







카라마츠의 정체는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왕자공주AU인데 카라마츠의 정체가 공주가 아니라면 재미있겠다, 라는 매우 가벼운 생각에서


카라마츠의 정체를 그림자 무사로 정했습니다ㅎㅎ


안그래도 남자인데 공주로서 타국에 시집와서 고생하는데 자기 신분도 감춰야했던


카라마츠가 고생하긴 했네요.


하지만 오소마츠에게 이미 다 들통났다는 거ㅎㅎ






처음에 플롯을 완결까지 짜고 나니까 오소마츠나 카라마츠의 심정 변화가 너무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플롯을 꽤 많이 수정했어요.


그리고 12화! 이건 정말...


2번이나 엎었....


처음엔 왜 엎었는지 기억 안나는데..(응?)


두번째는 왜 엎었냐면...ㅎ


12화 짜고 나서 한번 더 검토하는데 우연히 제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개념에 대해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12화 플롯이 그거였어요.


오소마츠가 토토코와 짜서 무도회를 이용해 제2 왕비 이야기가 안 나오게 하는...


근데 그러면 카라마츠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더라구요


나름 행동하는 공주님인데


그리고 너무 오소마츠가 주는 것만 받아먹는 포지션이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어서


오소마츠와 토토코가 작전을 짜는 걸 토토코와 카라마츠가 작전을 짜는 것으로 고쳤습니다.


12화 다 쓰고 나서 플롯 엎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ㅎㅎ







13화라는 긴 장편을 하나하나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또 댓글 말고 다른 방법으로 응원해 주신 분들과


보잘 것 없는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드려요!!






이제 당분간은 오소른 50제에 주력하려구요ㅎㅎ


중간중간 단편도 물론 쓰겠지만... 그리고 지금 써야하는 단편들이 쌓여있는지라


이번주 주말부터는 단편과 50제를 들고 오겠습니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또 다음 장편도 시작할까 생각중이구요!






혹시 또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그럼 후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주 주말에 단편 들고 올게요~~ㅎㅎ


남은 연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크리스마스 다 지나서 쓰는 크리스마스 특집!


* 원래 계획했던 단편이 하나 더 있지만 먼저 이것부터 올립니다ㅎ


* 오랜만에 쓰는 LINE마츠에요~!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 님 +1>


오소마츠    어-이. 카라마츠!

    너 어디야?

카라마츠    응? 무슨 일 있나? 오소마츠

오소마츠    오늘 크리스마스라는데 어딜 간 거야 너

카라마츠    으응~~?

    그거야 물론 이 아름다운 홀리-데이에 어울리는 정적과 고독을

오소마츠    오늘 마츠요 여사도 없다고~

    아빠랑 같이 데이트랍시고 여행간다고 했었잖아

카라마츠    아- 확실히 그런 말을 했었군

오소마츠    우리끼리 밥도 해결해야 하는데 너가 없으면 횽아 슬퍼~

카라마츠    무슨 볼일인가 오소마츠

오소마츠    잡일 할 사람이 필요해

    부탁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카라마츄~

카라마츠    미안하지만 오소마츠

    확실이 이 카라마츠는 NO라고 말하지 않는 상냥한 남자이지만

카라마츠    오늘은 네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

오소마츠    엥? 뭐야

    왜?

카라마츠    오늘은 내게도 볼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오소마츠    하? 네가?

    무슨 볼일?

    설마

    설마 여친이라던가 그런건 아니지...?

카라마츠    으음~?

    확실히 오늘은 뷰티풀-한 플라워를 만날 예정이다만

오소마츠    또 이상한데서 역헌팅 기다리게?

    먹힐 리 없다니깐?

    저번에도 80만 뜯겨놓고!

카라마츠    논논 오소마~츠?

    오늘은 카라마츠 걸-즈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다!

오소마츠    하? 그럼 누구?

    아까 '플라워'라고 했...

    아?

    너 설마 또 그 추녀 만나러 가냐?

    이야미한테 간 녀석?

카라마츠    응?

    누굴 말하는 건가? 오소마츠

오소마츠    아~ 그래

    재미있게 노셔?

    그 추녀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카라마츠    응~? 오소마츠

    누굴 말하는 건가?

오소마츠    그럼 너는 케이크 필요 없겠네

카라마츠    엩?

오소마츠    크리스마스니까 케이크 만들 생각인데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오소마츠    응 쵸로마츠 줄 거

카라마츠    에?

    쵸로마츠...?

오소마츠    내 쵸로마츠 주려고

    뭐 불만있어?

    너는 추녀랑 재미있게 놀고 오셔?

    와도 케이크는 없겠지만?

    그리고 재료비 모자라니까 네 돈 좀 빌린다

    너 벽장 깡통 속에 돈 모아둔 거

카라마츠    잠

    에?

    에?

    오소마츠?

오소마츠    잘 놀고 와~

카라마츠    오소마츠!?






2.


<여친 모집 중 톳티-♡ 와 동정 체리들>


토도마츠    좀 어떻게 좀 해봐!?

이치마츠    히히히히히히히

쥬시마츠    카라마츠 형아 위험하네-

토도마츠    위험하네- 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뭔데?! 저 검은 오라!!

    카라마츠 형이 저렇게 저기압인 거 처음 봅니다만!?

쵸로마츠    카라마츠보다 저게 더 위험하지 않아?

    뭐야 저 겉모양만 멀쩡한 케이크

    재료 장난 아니었는데?

    케이크에 카레 들어가던데

    누가 먹을 거야 저거

토도마츠    쵸로마츠 형이 좀 먹어줘~♡

쵸로마츠    아?

    입 억지로 벌려서 쳐 넣어주랴?

    아앙!?

토도마츠    알겠어 알겠어

    미안하다구!

    진짜 쌩양아치야 완전

쥬시마츠    근데 정말 무슨 일일까아~?

    카라마츠 형아랑 오소마츠 형아가 엄청 화났어!

이치마츠    개똥마츠가 뭔 짓한 거 아냐?

토도마츠    그런 것 치곤 둘 다 너무 화나 있는데?

이치마츠    ...


- 마츠노 이치마츠 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

- 마츠노 이치마츠 님을 초대했습니다 -


토도마츠    이치마츠 형!?

    포기하고 이탈하지 말아줄래!?

이치마츠    방도가 없어...

    죽자.

토도마츠    뭔 개소리!?

쥬시마츠    아하하하하

    끝났네-

토도마츠    쥬시마츠 형도 포기하지 말아줘어어어어어

    쵸로마츠 형!!

쵸로마츠    에

    여기서 날 불러도 소용 없어

토도마츠    오소마츠 형한테 가서 좀 물어보던가

    달래보던가

    뭐라도 해 봐!!!

쵸로마츠    싫어

    지금 오소마츠 형한테 가면

    백퍼 저 케이크 먹어야 돼

    난 동정 떼기 전에 죽기 싫어

토도마츠    아아아악!!!

    진짜!!

    됐어!

    이 도움 안되는 백수들아!!

    내가 카라마츠 형한테 가볼거야!

이치마츠    톳티 갔어?

쥬시마츠    갔어~!

쵸로마츠    근데 이 대화방 이름이 왜 이따구야?

    바꿔!

 

 

< 이 세상에 살아갈 가치 없는 쓰레기들 >


 

이치마츠    응 바꿨어

쵸로마츠    왜 하필 

    이치마츠 네가 바꾸는 거니...

쥬시마츠    내가 바꿀까!?

쵸로마츠    아냐... 내가 할게....


< 육둥이 -2 >


쵸로마츠    자

이치마츠    센스...

쥬시마츠    쵸로마츠 형아

    오소마츠 형이랑 센스 똑같아!

쵸로마츠    하?

    내가 그 섬세함 없는 바보랑 같을 리 없잖아?

쥬시마츠    바보 아냐!!

쵸로마츠    쥬시마츠 너 말고!!

토도마츠    있잖아...

이치마츠    톳티- 어서 와~

토도마츠    카라마츠 형 장난 아닌데 어쩔거야?!

    역시 오소마츠 형이 문제잖아!!

쵸로마츠    왜

    뭐라는데 카라마츠가

토도마츠    카라마츠 형이 모아둔 돈을 오소마츠 형이 썼다는데?

    그리고 케이크도 안 준다고 했고

    쵸로마츠 형을 위해서 만든 케이크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도 했어

쵸로마츠    뭔 소리야?

    오늘 케이크 재료비는 엄마가 준 거야.

토도마츠    에?

쥬시마츠    그리구 그리구~ 오소마츠 형아 용돈도!

토도마츠    하?

    그럼 카라마츠 형 돈에는?

이치마츠    개똥마츠 돈은 안 썼어

토도마츠    하??

쵸로마츠    토도마츠 너 때문에 더 화난 거 아냐?

토도마츠    내, 내가 뭘!?

    왜 화난 거냐고 물어본 게 죄야?!

이치마츠    개똥마츠한테 모아놓은 돈이 있다고 듣자마자

    또 약삭빠르게 애교 떨면서 달라고 했겠지

토도마츠    ...

쥬시마츠    톳티-

쵸로마츠    어이 토도마츠

토도마츠    아~~!! 진짜!!

    어쩔 수 없잖아!!

    개똥마츠 형 주제에 돈을 모아뒀다고 하니까!!

    어차피 그 안---쓰러운 옷 사는데 쓰일 돈

    내가 좀 더 좋은데 쓰겠다는데!!

이치마츠    역시 마츠노가의 막내

쵸로마츠    드라이몬스터

쥬시마츠    톳티-!!

토도마츠    시끄럿!!

    에? 그럼 왜 오소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한테 거짓말 한거야?

쵸로마츠    글쎄

토도마츠    쵸로마츠 형!!

    가봐!

    이제 남은 희망은 쵸로마츠 형뿐이야!!

이치마츠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    쵸로마츠 형아-!

쵸로마츠    하아~~

    할 수 없나

    다녀올게

토도마츠    응!!! 부탁해!!

    꼭 어떻게 좀 해 줘!!

이치마츠    주방으로 갔다

쥬시마츠    오소마츠 형아 주방에서 왜 안 나오는 걸까?

토도마츠    뭐든 좋으니까 빨리 이 분위기를 깨고 싶어...

이치마츠    나가던가?

토도마츠    돈이 없다구!!

    게다가 같이 놀 친구도...

이치마츠    푸흣

토도마츠    왜 웃는 건데!

이치마츠    별로?

쥬시마츠    카라마츠 형아 TV 켰어!

이치마츠    저 상태로 TV가 눈에 들어오나?

토도마츠    들어올 리가!!

    보라고 저 어둠의 오라!!

    이치마츠 형의 비겁하고 흐릿한 오라보다 더 어두운 저걸!!

이치마츠    아?

토도마츠    옆에 있기만 해도 숨막힌다고 저거!!

이치마츠    어이 톳티-

쥬시마츠    확실히! 이치마츠 형아보다 심하네! 응!

이치마츠    그만 둬

    개똥마츠랑 비교되는니 죽는게 나아...

쥬시마츠    아 이치마츠 형이!!

토도마츠    아 쵸로마츠 형!!

쵸로마츠    다녀왔는데...

토도마츠    뭐야 불길하게!!

쵸로마츠    일단 케이크는 안 먹고 넘길 수 있었어!

토도마츠    지금 그딴거 1도 안 궁금하거든!?

    안물안궁!!!

쵸로마츠    오소마츠 형이 화난 이유는 카라마츠가 여친이랑 논다고 해서 그렇다는데?

토도마츠    하?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카라마츠 형한테 여친이 있을 리 없잖아?

    카라마츠 형한테 여친이 생길 정도면 나 벌써 동정 졸업했고?

    일류 기업에 취직해서 외제차 끌고 다니면서 떵떵 거리고 살 거고?

    이치마츠 형이 어둠어둠 열매를 뱉어내고 일반인이 됐을 거라고?

쵸로마츠    알겠으니까 진정해

    너 또 그 얼굴 나왔다고

    이중인격이냐!!

토도마츠    아무튼 카라마츠 형한테 그런 낌새는 없었다고!

이치마츠    그럼 오소마츠 형은 왜 그런 오해를 한 거야?

쵸로마츠    글쎄?

토도마츠    그 부분을 좀 물어보고 오라구~~!!

쵸로마츠    어떻게든 저 끔찍한 케이크를 먹지 않으려 필사적이다보니

    다른 건 물어보지 못했어.

토도마츠    케이크를 좀!

    인식에서 빼!!!

쵸로마츠    무리

    아니 진짜로 무리

    저거 정말로 겉만 멀쩡하지 장난 아니라고

    너는 생크림과 닭가슴살이 들어간 케이크 먹을 수 있어?

토도마츠    우왓 뭐야 그 무시무시한 재료는...

쵸로마츠    내 말이!

이치마츠    내가 갈게...

쥬시마츠    이치마츠 형아!?

토도마츠    에?!

    이치마츠 형이 간다고!?

    정말로!?!?

쵸로마츠    어이 이치마츠

    그만 둬

    정말로 저 케이크 장난 아니야

토도마츠    쵸로마츠 형 진짜 그 케이크 좀 그만 말해...

이치마츠    개똥마츠한테 간다

쥬시마츠    이치마츠 형아~~!!!

토도마츠    우와 이치마츠 형 진짜 갔어

쵸로마츠    아 이제 생각났는데

    카라마츠 여친

    그 추녀라던데?

토도마츠    하? 누구?

    아!! 그 꽃!?

쵸로마츠    응. 이야미랑 붙어먹은...

토도마츠    하아!?!?

    이야미이!?!?

    아니 그 전에 아직도 살아있어!? 그 못--생긴 꽃!?

쵸로마츠    그렇다네

토도마츠    허어...

쥬시마츠    아! 이치마츠 형아가 주방에서 나왔다

토도마츠    케이크 들고 나왔는데?

쵸로마츠    그, 그 케이크를 어쩔려고?!

쥬시마츠    카라마츠 형아 앞에 내려놨다-!!

토도마츠    응? 잠깐잠깐!!

    카라마츠 형 분위기 더 험악해졌잖아!!!

    뭘 한 거야!! 이 어둠마츠으!!!!

이치마츠    ...큰일이다...

토도마츠    뭘 한거야!! 정말!!!

쵸로마츠    난 몰라

    이제 손 뗄래

    저 상태인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형 밖에 못 달래는데

    오소마츠 형도 완전 삐져있잖아

    난 이제 모름

토도마츠    잠잠잠잠!!

    혼자 어딜 토끼려고!?

    쥬시마츠 형!! 쵸로마츠 형한테 코브라 트위스트!!

쥬시마츠    아이아이!!

쵸로마츠    잠, 쥬시마츠으으으으!!!

토도마츠    이치마츠 형?

    자, 그럼 이제 대체 뭘 한 건지

    토씨 하나 빼놓지 말고 털어놓으시지?

이치마츠    쳇

    구실 하나 잡았다고 나댄다? 톳티-

토도마츠    됐으니까!!

    뭔 짓 했어!!

이치마츠    그냥 개똥마츠한테 캐이크 주면서 오소마츠 형이 먹으라고 했다고 한 것 뿐이야.

토도마츠    오? 의외로 정상적인 말을 했네?

    근데 왜 카라마츠 형이 저렇게 빡친거?

이치마츠    ...

토도마츠    이치마츠 형.

쥬시마츠    이치마츠 형아-

쵸로마츠    이치마츠

이치마츠    ...그냥, 그냥... 개똥마츠가 왜 우리는 안 먹냐고 물어보길래!

    대답한 것 뿐이야!!

    이딴 핵 폐기물 쓰레기를 우리가 먹을 리 없다고...

토도마츠    ...

쵸로마츠    ...

쥬시마츠    아하~ 이건 위험하네! 응!!

이치마츠    그랬더니 개똥마츠가

    쵸로마츠 형을 위해서 자기 돈까지 뺏어서 만들어 놓고 실패하니까 자길 주는 거냐고 하면서...

    필요없으니까 갖다 버리라고 했어

토도마츠    어쩔 거야 저거!!!

    장난 아냐!!

    석유스토브 켜 놨는데도 춥다고!!

    저기만!!

    저기만 형광등 켜놨는데 새까매!!!

    어쩔 거야?! 이 사태!

이치마츠    ...죽자

쵸로마츠    아 잠깐

    잠깐 이치마츠 죽지 말아봐

    쥬시마츠가 저쪽으로 갔어

토도마츠    쥬시마츠 혀엉!?!?!

이치마츠    엣

    저 상태인 개똥마츠한테 갔다고?

    그런가...

    쥬시마츠도 M..

쵸로마츠    아니야.

    우리집에서 그런 변태적인 성향 가진 거 너뿐이니까

토도마츠    쥬시마츠 형도 뭐라 말하는데?

이치마츠    오소마츠 형이 개똥마츠를 위해서 케이크를 만든 거라고 하는데?

쵸로마츠    에? 그래?

토도마츠    갑자기 케이크 만든다는 말을 꺼내서 놀라긴 했는데

이치마츠    근데 왜 개똥마츠를 위해서 만드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일 아냐? 그거

쵸로마츠    카라마츠는 쥬시마츠 말을 안 믿는 눈치네 저거

토도마츠    그야 이치마츠 형이 한껏 불질러 놓고 왔으니까

이치마츠    ...

쵸로마츠    아 케이크 들었다

토도마츠    카라마츠 앞에 가져대면서 뭐라 하는데?

이치마츠    아

쵸로마츠    아

토도마츠    아

이치마츠    저 개똥마츠 자식이...

    쥬시마츠 손을 쳐내!?

토도마츠    쥬시마츠 형은 무사하거든!?

    이치마츠 형까지 검은 기운 뿜어내지 말아줄래!?

쵸로마츠    아 다다미에 케이크가 엉망이 됐어...

    저거 또 내가 치워야 하잖아!

토도마츠    그게 문제!?

이치마츠    아

토도마츠    또 왜 ㄱ

    아

쵸로마츠    아

 

 

 

 

 

3.

 

< 육둥이 -2 >

 

토도마츠    있지-

쵸로마츠    케이크 맛있네

이치마츠    역시 전문점에서 파는 케이크니까 말이야

쥬시마츠    겁나 맛있어---!!!

토도마츠    있잖아-

쵸로마츠    케이크 남은 거 누가 먹을 거야?

이치마츠    난 무리

    배 터지겠어

쥬시마츠    나나나나나!

    나 먹을래!!

토도마츠    있잖아---!!!!!!!

쵸로마츠    뭐 왜 뭐

토도마츠    아니아니아니아니

    뭐냐는 말이 나와!?

    뭔데 저거!!

    뭔데 저 딱달라 붙어 있는 망할 장남하고 차남은?!

    하??

    무슨 일이 일어난거?

쵸로마츠    무슨 일이라니..

    카라마츠가 케이크 바닥에 엎어버려서

쥬시마츠    오소마츠 형아가 멋지게 빠악--!!!

이치마츠    개똥마츠 배에 한 방 날리고 뛰어 나갔잖아

쵸로마츠    그걸 카라마츠가 뒤따라갔고

쥬시마츠    그리고 둘이서 같이 케이크 사서 들어왔어!!

이치마츠    화해했나보지

쥬시마츠    응응!

쵸로마츠    오해도 풀린 것 같고

쥬시마츠    응응!

토도마츠    어이!? 다들 눈알에 먼지 꼈어!?!?!

    저것 좀 보라고!!!

    완전 딱 달라 붙어서!!!

    그리고 손가락!!!

    어디서 난 거야 저 커플링!!!

    형제끼리 커플링~?!

    미친 거 아니냐구우우우우~~!!!

쵸로마츠    아~ 케이크 맛있었다.

쥬시마츠    아! 눈!!

이치마츠    쓰레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토도마츠    쫌 들어~~~ 쪼옴~~~!!!!

 

 

 

 

 

 

그리고 그날 밤, 동생마츠의 '리얼충 박멸 작전'에 의해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장렬히 전사했다.

 

 

 

-끗-

 

 

 


* 트친인 채뇨리따님께 받은 소재였습니다.

 

* 아직 크리스마스 특집 단편이 하나 남아있는데... 그 그건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 모두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길 바래요!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잘 보내세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리스마스에 올리는 완결편이네요!!


* 공미포 7,961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가는 노성은 회의장을 가득 울렸다. 귀족과 관료, 모두 서로를 향해, 오소마츠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합리를 우선시하는 관료들과 제 밥그릇만 챙기려 드는 귀족들이 모두 반대를 외치는 가운데 오소마츠가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시 전쟁하자고? 전쟁하는 동안 어땠는지 다들 잘 알고 있잖아?”

오소마츠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군비를 충당하기 위해 귀족들은 많은 세금과 사병을 내놓아야 했다

평민들은 건강한 제 아들과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야 했다. 전쟁이 주는 피해를 모두가 충분히 겪은 지금, 오소마츠의 말은 무겁게 귀족들과 관료들의 머리를 짓눌렀다

다시금 회의장에 울리는 오소마츠의 한숨이 끝나자 용기 있는 관료 하나가 목소리를 냈다.


그럼 화친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정당한 이유도 없이 우리의 땅을 짓밟은 자들과?”

귀족이 아닌 관료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국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동의 제국과 화친을 하는 것이 옳았다

귀족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을 관료가 내뱉자 오소마츠가 눈을 찡그리며 턱을 괴었다. 꿀꺽, 하고 젊은 관료가 침을 넘기며 오소마츠의 답을 기다렸다.


“…확실히 그렇지만, 먼저 저쪽에서 화친을 제안했다는 건 대화할 생각이 있다는 거겠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함정이 될 수 없게 이쪽에서 조건을 걸자구. -! 그럼, 교섭 날짜와 장소를 정하자구. 우리가 무슨 조건을 걸면 좋다고 생각해?”

오소마츠의 말에 관료들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화친을 반대하는 귀족들이 하나씩 의견을 내는 관료들을 기이하단 눈으로 응시했다

귀족들에게는 적국인 동의 제국과 화친한다는 것은 생각할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전쟁을 시작했다면, 한쪽이 기어이 무너져서야 끝나는 일이었다

적국과의 화친에 따라가지 못하는 귀족들을 남겨둔 채, 화친 준비는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2.

 

동의 제국에서 보낸 화친 제의를 받고 5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수십 번의 회의와 관료들과의 면담을 통해 결정된 회담일

본궁 앞에 준비된 마차와 그 주변에 적기사단이 섰다

수는 적어도 오소마츠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적기사단이라면 설사 이 회담이 함정이라고 해도 오소마츠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저를 배웅하기 위해 본성 밖으로 나온 카라마츠와 마츠요에게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그 앞으로 다가갔다.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 오소마츠라면 잘 하고 돌아올 거라 믿는다!”

확신에 차 내뱉으면서 축 늘어진 눈썹으로 걱정하는 카라마츠에게 쿡쿡 잘게 웃음을 흘렸다

마츠요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카라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아 당긴 오소마츠가 쪽, 하고 카라마츠의 입술에 짧게 제 입술을 겹쳤다

불이 옮겨붙은 것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카라마츠의 볼에도 쪽쪽 입술을 내리고서야 만족한듯 팔을 푼 오소마츠가 마차에 올랐다.


 

레드 버로우를 떠나 병사들이 지키고 있던 동의 제국과의 국경 지대로

흔들리는 마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오소마츠가 수많은 병사를 이끌고 몇 번이나 지나쳤던 곳이었다

병사들의 갑옷이 부딪치며 내는 달그락 소리가 귓불에 매달려 흔들린다

전장으로, 저들을 집어삼키려 입을 벌리고 있는 악마의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 길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다시 지나간다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 알 수 없어 눈을 감은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이치마츠 자식, 괜찮겠지?”

동생을 걱정하는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온화한 미소를 피웠다

고심 끝에 오소마츠를 따르지 않고 레드 버로우에 남기로 한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와 마츠요를 맡겼다

오소마츠는 자신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던 이치마츠를 떠올리고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뭘 걱정하고 그래, 쵸로씌~. 이치마츠라면 잘 할 거야.”

, 그렇겠지만….”

오소마츠의 확언에 쵸로마츠가 잔뜩 찡그린 미간의 주름을 폈다

석연치 않게 대답하는 쵸로마츠의 말끝에 미처 떨쳐내지 못한 걱정이 어렸다

- 웃으며 동생을 걱정하는 기특한 쵸로마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린 오소마츠가 다시 바깥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회담 가 있는 동안 제2 왕비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토토코와 카라마츠의 작전 덕분에 무도회 이후 오소마츠에게2 왕비에 관해 묻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완전히 포기할 귀족들이 아니다

후사문제를 은근히 들고나오는 귀족들의 은근한 협박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도회가 끝난 후, “오소마츠 곁에 남겠다는 내 다짐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고 웃던 카라마츠를 떠올린 오소마츠가 잔잔한 미소를 물었다

붉은 볼 위로 활짝 피어난 귀엽고 해맑은 미소

그 미소를 떠올리자마자 스스로 황당할 정도로 카라마츠가 보고 싶어졌다

멍청히 오소마츠를 바라본 쵸로마츠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붉은 왕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어쩌면 붉은 왕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도 있는 회담을 앞두고 생각한다는 것이 카라마츠의 일이라니…. 

어이없는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회담이 잘 이루어질는지, 타들어 가는 속을 안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국경을 향하는 마차 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은 제국의 두 번째 황체 프렌시스가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여동생을 불렀다.


플로리아.”

.”

눈도 돌리지 않고 시큰둥하게 대답한 플로리아의 분홍빛 머리칼이 바람에 살랑였다

너울거리는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플로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불렀는데.”

그립냐? 붉은 왕국이.”

“…. 별로.”

툭 내던지듯 대답한 플로리아를 보며 프렌시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모국으로 돌아온 뒤로 한 번도 활짝 웃어주지 여동생을 보며 프렌시스가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 오라비는 아카츠리아에 대해 잘 모르잖냐. 네가 아카츠리아에서 지냈던 경험이 있으니, 이 오라비를 잘 도와줘.”

.”

조금이나마 누그러진 목소리로 짧게 답한 플로리아가 다시 말을 거는 제 오라버니를 흘겨보았다

또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뚱하니 쳐다보는 플로리아에게.” 하고 짧은 웃음을 흘린 프렌시스가 는질맞게 입꼬리를 올렸다.


대체 누구랑 헤어지기 싫어서 전쟁 중인데도 버틴 건지…. 돌아오라는 말도 안 듣고.”

“….”

프렌시스의 말에 찌릿- 눈을 흘긴 플로리아가 마차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외투를 어깨에 걸쳤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도착했으니까 나가기나 하셔.”

달깍, 하고 열린 마차 문 밖으로 나가는 플로리아를 뒤따라 동의 제국 2대 황제, 프렌시스 1세가 국경 지대에 발을 내렸다.

붉은 왕국에서 준비한 간이 막사로 안내하는 시종을 따라 걸어가는 길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이 흙길에 셀 수 없이 많은 장정의 피가 뿌려졌을 것이다

꿈과 미래를 잔인하게 짓밟히고 이 전장에서 사그라졌을 청년들을 떠올린 프렌시스가 가슴을 감싸 쥐는 슬픔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버지의 헛된 욕망 때문에 너무나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부디 오늘의 회담이 성공해서 더는 사람의 목숨이 이 땅에 버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프렌시스가 막사 안으로 발을 들였다.

 

 

먼저 도착해 막사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프렌시스와 눈을 맞췄다

죄인의 사슬이 달린 것처럼 무거운 발을 앞으로 옮겨 오소마츠와 마주 보고 선 프렌시스 뒤로 플로리아가 들어왔다.

 


“…, 이카?”

“…로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를 부른 쵸로마츠와 플로리아

오소마츠와 프렌시스가 눈살을 찌푸리고 가만히 둘을 번갈아 응시했다

이 자리에 있을 리 없던 연인의 등장에 놀란 쵸로마츠와 플로리아는 망부석처럼 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

 

정복에만 관심 있던 아버지와 황비라는 지위에만 집착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플로리아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아버지를 닮아 호전적인 둘째 오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어린 시절

그녀가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은 바로 붉은 왕국 출신인 유모의 품 안이었다

따뜻하고 상냥한 유모의 품 안에서 둘째 오빠의 흉을 늘어놓으며 울먹이면, 유모는 항상후후.” 웃으며 붉게 부은 플로리아의 눈가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잔혹한 돌림병으로 너무나 쉬이 유모를 잃은 플로리아는 자연스럽게 붉은 왕국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토록 자상하고 따뜻했던 유모가 태어난 곳

아버지가 넓혀가는 제국에 버금가는 대국

플로리아에게 있어서 붉은 왕국은 미지의 세계이자 어쩌면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기회의 세계이기도 했다.

 


연이은 정복 전쟁으로 서서히 제국이 영토를 넓혀가기 시작했을 때, 무리한 정복에 반발한 자들이 생겨났다

정복 전쟁과 함께 치열한 내전이 제국을 휩쓸었고, 플로리아는 적은 식솔과 함께 국외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그녀가 피난처로 붉은 왕국을 선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붉은 왕국은 유모가 말해 주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도, 학교도, 강대한 왕의 치세 아래 너무나 활기차고 평온했다

유모의 품처럼 따뜻한 곳이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하고 바랄 정도로 붉은 왕국을 사랑하게 되었다

평민으로 신분을 위장해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나날

자신이 제국의 공주라는 것도 잊고, ‘레이카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날도, 플로리아는 학교에 가고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수 광장을 지나가고 있을 때, 우연히 귓가에 걸린 목소리에 집중한 것은 왜일까.


?”

뒤돌아본 플로리아의 물음에 당황한 것은 녹색 체크무늬 뉴스보이캡을 쓴 청년이었다

체크무늬 케이프 아래 들린 노트를 비스듬히 메고 있던 갈색 가죽 가방에 넣은 그가, ….” 하고 말을 더듬었다.


뭔가요?”

그게, 노래를 참 잘 부르신다고 생각해서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사과하며 살짝 허리를 숙인 그가 어쩐지 밉지 않았다

자신을로이라고 밝힌 그와는 학교 가는 길에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플로리아의 외모만 보고 접근하던 어중이떠중이와 달리 예의와 품의를 갖춘 그와 대화하는 것은 즐거웠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3일에 한 번

점점 그와 만나는 빈도가 늘어나고, 그를 향한 마음도 점점 커졌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사랑으로 변한 것은 언제였을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는 것은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붉은 왕국과 제국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귀국하라는 명에도 망설였던 것은, ‘로이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점점 길어지는 전쟁과 전장의 이슬이 되어버린 둘째 오빠의 소식에 더는 귀국을 미룰 수 없었다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한마디 말을 끝으로 플로리아는 붉은 왕국을 떠났다.

 

 

 

 

 

4.

 

쵸로마츠와 플로리아의 이야기를 들은 오소마츠와 프렌시스는 서로 눈을 맞췄다

너무나 기가 막힌 우연

서로 신분을 숨기고 연인이 되어, 전쟁 때문에 이별하게 된 쵸로마츠와 플로리아가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확률은 분명 0에 가까웠다

애달프게 서로를 응시하는 쵸로마츠와 플로리아를 보고 다시 눈을 맞춘 오소마츠와 프렌시스의 눈빛에 뭔가가 스쳤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각이란 녀석을 붙잡아 앉힌 오소마츠와 프렌시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저와 같은 생각이신 것 같군요.”

-. 그런 것 같네요.”

프렌시스의 말에 오소마츠가 씩- 웃었다

으로서가 아니라오소마츠로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은 오소마츠가 그 자리에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색이 된 관료들과 귀족들. 제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기울인 귀족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 폐하…. 지금 뭐라고….”

알렉스 왕자와 제국의 플로리아 공주의 약혼이 결정되었다.”

조소를 섞어 내뱉은 오소마츠의 말에 귀족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관료들도 머리를 굴리며 필사적으로 오소마츠의 발언을 해석하려 애썼다

바로 얼마 전까지 적국이었던 제국

그 제국의 공주와 현왕(現王)의 친동생 쵸로마츠의 약혼

화친 제의가 왔을 때도 화친을 하느니 마니 말이 많았건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성사된 약혼은 유능한 관료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수군거리며 얼굴을 구기고 상황을 따라가려 애쓰는 자들 가운데 영특한 관리 하나가 목소리를 냈다.


화친을 위한 약혼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째서 폐하가 아니라 알렉스 왕자님이…?”

그렇습니다.”

관리의 말에 동조하는 귀족의 목소리에 단번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옆에 서 있던 쵸로마츠조차 한 발짝 멀리 떨어질 정도로 분노를 일군 오소마츠의 날 선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무슨 말이지?”

화친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제국의 공주를  2 왕비를 맞이하는 것이…,”

헤에—?”

귀족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오소마츠의 눈빛이 순식간에 무기질과 같이 투명해졌다

짙은 적갈색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며 귀족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을 꺼낸 것인지 실감했다

황급히 허리를 숙인 귀족에게 닿은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그 목을 옥죄었다.


제국의 황제 역시 이 약혼을 원했다. 그리고, 우리 왕국과 견주어 손색없을 정도의 국력을 가진 제국의 공주를 제2 왕비 따위로 들일 생각인가?”

회의실에 짙게 깔린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에 담긴 위압에 귀족들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제국의 공주를 제2 왕비로 할 수 없다면, 카라마츠를 제2 왕비로 내리고 제국의 공주를 1 왕비로 받아들이면 그만인 문제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소마츠 앞에서 감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이미 나온 실언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당황하는 귀족들을 내려다본 오소마츠가 크게 선언했다.


혼인식은 두달 뒤. 준비는 올리버 왕자에게 맡기겠다.”

오소마츠의 선언에 옆에 서 있던 이치마츠가 흠칫 놀랐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와 눈을 껌뻑인 이치마츠가 저를 응시하는 오소마츠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이 닿은 침대 위에 몸을 누인 오소마츠가 제 옆에 앉은 카라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카라마츄~.”

? 뭔가, 오소마츠? 오늘은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 . 으히히~.”

오소마츠?”

카라마츠의 무릎에 얼굴을 올리고 제 머리를 쓰다듬는 카라마츠의 손길에 씩-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되짚으며 입술을 내리고 깍지 낀 손을 끌어당긴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에 가득 맺힌 궁금증에 픽- 웃음을 흘리고 이마를 맞댄 오소마츠가 달콤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전부 해결이야.”

? 뭐가 해결이란 건가?”

~.”

부족한 설명에 카라마츠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카라마츠의 질문에전부.”라는 대답으로 일관한 오소마츠가 끝내 토라진 카라마츠를 보며 쿡쿡 어깨를 떨었다.

 

 

 

 

 

5.

 

붉은 왕국의 왕자와 동의 제국의 공주의 혼인식. 거대한 꽃다발과 흰 드레스

화려하게 꾸며진 식장을 쭉 둘러본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뭐야~, 역시 하면 되잖아! 이치마츄~.”

오소마츠의 칭찬에 이치마츠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별로….” 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치마츠를 보며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발을 돌렸다.

 

 

신랑 대기실

멀쑥하게 검은 턱시도를 입은 쵸로마츠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헛웃음을 흘리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 오소마츠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멀뚱히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있어~?”

, 자기 혼인식에 긴장 안 하는 녀석이 있겠냐!!”

무릎에 가볍게 쥔 주먹을 올리고 뻣뻣하게 앉아있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 하고 울리는 외침에 인상을 찡그린 오소마츠가 귀를 후비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릴랙스-. 릴랙스~.”

후우~~.”

오소마츠를 따라 심호흡한 쵸로마츠가 붉은 정복을 입은 오소마츠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왔어.”

? 횽아가 동생 좀 보러 오면 안되는 거?”

무슨 꿍꿍이가 있으니까 왔겠지.”

~? 너무하네~. ,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오소마츠의 말에거봐라하는 눈빛으로 눈썹을 찡긋한 쵸로마츠가파하~~.” 하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 하고 싶은 말이.”

또 놀리는 말이 나올거라 예상한 쵸로마츠가 포기했다는 투로 묻자 오소마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있지—. 쵸로마츠, . 아들 낳아라.”

, 하아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오소마츠의 폭탄과 같은 발언에 쵸로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직 식을 올리기도 전, 새신랑이 되지도 못한 쵸로마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인 오소마츠가 씨익-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그 미소 속에 분명 발칙한 뭔가가 도사리도 있음을 짐작한 쵸로마츠가 긴장한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네 아들은 이 될 거니까.”

?”

붉은 왕국과 푸른 왕국, 게다가 동의 제국까지. 삼국의 피를 모두 가진 아이가 왕이 된다면, 붉은 왕국과 푸른 왕국의 동맹은 물론이고 동의 제국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만약 오소마츠의 말대로 쵸로마츠가 아들을 가지게 된다면 그 아이는 삼국의 피를 모두 잇게 된다

그런 아이가 왕이 된다면…. 

쵸로마츠는 잔잔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오소마츠 앞에 섰다.


또 뭔가 있지. 음모가.”

너무하네~~. 음모라니. 나도 나름 생각한 거라구~?”

구라까지 마.”

그리고 나는 제2 왕비를 얻지 않아도 되고 말이지~?”

역시. 그게 목적이냐.”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꽤 좋은 구실이지?”

생글생글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오소마츠를 보고 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네-. 카라마츠.”

“…? , 우왓!? 카라마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쵸로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이고 뒤를 돌았다

빨개진 얼굴로 제 뒤에 서 있는 카라마츠를 보고 놀란 오소마츠가 몸을 움찔였다.


…, 신부도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려주려고….”

마츠요와 함께 신부 쪽에 가 있던 카라마츠가 푸른 드레스를 끌고 오소마츠 옆에 섰다

사과마냥 붉게 익은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씩- 짓궂은 미소를 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 오소마츠 형은 정말 대단해?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말이야. 카라마츠를 위해서.”

글자 하나하나에 힘주어 말한 쵸로마츠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쵸로마츠의 말에하고 소리를 울리며 카라마츠의 얼굴이 벌게졌다

저를 쳐다보는 쵸로마츠와 오소마츠의 눈길에 당황해, 아으아….” 하고 말을 더듬은 카라마츠 드레스를 번쩍 들어 올리고 줄행랑쳤다.


, 나는 말을 전했다아아아아아~~!!”

그렇게 외치곤 도망치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에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자 전신을 감싸고 있던 긴장이란 녀석은 온데간데없었다.

 

 

 

화려한 음악과 바닥에 흩뿌려진 꽃잎을 사뿐사뿐 넘어 분홍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흰 드레스가 쵸로마츠 옆에 섰다

오색찬란한 꽃다발을 다소곳이 손에 든 레이카, 플로리아와 팔짱을 낀 쵸로마츠가 다정하게 눈을 맞췄다

꽃 세례를 헤치고 경쾌한 음악 속에서 손을 맞잡은 쵸로마츠와 플로리아가 붉은 카펫 위를 걸어 지나간다

주교가 선 단상 앞에 선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은 서로를 바라보고 서자 주교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서로서로 믿고 의지하며 언제까지나 서로를 사랑하라는 틀에 박힌 연설조차 그들에겐 천사의 노랫소리로 들릴 터였다

행복해 죽겠단 얼굴로 마주 보고 선 쵸로마츠와 플로리아에게서 시선을 옮긴 오소마츠가 제 옆에 선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

눈을 반짝이며 혼인식을, 쵸로마츠와 플로리아를 눈에 담던 카라마츠가 슥-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잘 봐둬, 카라마츠.”

? 혼인식을 말인가?”

그래. 우리도 내년에 할 거니까.”

?”

우리 혼인식 말이야.”

, !?”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얼굴을 붉혔다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빨개진 카라마츠의 손도 단숨에 체온이 올라 뜨거웠다

사랑스러운 손에 깍지를 걸고 그새 맺힌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저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주교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대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또 서로 돕고 위로하며 거친 삶의 길을 함께 나아갈 것을 맹세합니까.

 

주교의 말에 쵸로마츠와 플로리아가.”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가 그에 따라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

빛에 반짝이는 짙은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넘쳤다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자 카라마츠가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털어내고 방긋- 웃었다.


!

오소마츠와 마찬가지로 마음을 담아 대답한 카라마츠가 당장 오소마츠의 품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대신해서 있는 힘껏 활짝 웃었다

얇야진 시야에, 쵸로마츠처럼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얼굴을 한 오소마츠가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네.”

? 뭔가?”

동화에도 나오잖아? 마지막에.”

“…—.”

 

 

 

그렇게 왕자와 공주는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Happily Ever After-






* 완결!!


* 오늘 저녁에 후기 올릴게요.


*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2화입니다!  이제 다음화가 완결이네요.


* 공미포 15,218자. (길었다...)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소마츠가에드윈 2로서 왕좌에 오르고 한 달

붉은 왕국은 눈에 띄지 않지만 소소한 곳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귀족 중심의 정치는 관료 중심의 정치가 되었고, 관료는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순전히 실력으로 등용되었다

미행으로 신분을 숨기고 떠돌이올슨으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눈여겨 보았던 이들을 중앙으로 불렀다

새로운 인재를 바탕으로 왕국에 숨어있던 폐단을 하나씩 잡아나가는 오소마츠 덕분에 왕국은 서서히나라로서 올바른 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휴전을 틈타 세금 제도를 개혁한 덕분에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들고 물가가 차츰 안정되기 시작하자, 새 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올랐다

전설 속 영웅왕에 버금가는 현왕(賢王, 어진 왕)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조금씩 국민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왕좌 옆에 선 쵸로마츠가 태연하게 다음 의제를 내놓았다

부정부패를 없애고 개혁을 이어가기 위해 어전회의에 올라오는 안전은 많았고 하나같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쵸로마츠가 귀족들이 내놓은 군비 축소에 대해 안건을 발표했다

곧바로 오소마츠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관료들은 놓치지 않았다

군비를 축소하면 걷어야 할 세금이 줄어들고 자동으로 귀족들이 내야 할 세금의 액수도 줄어든다

오소마츠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전이 이루어졌을 뿐, 아직 우리 왕국은 전쟁 중이다. 국경 지역엔 여전히 많은 병사들이 왕국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군비 축소는 너무 이르다 생각하는데?”

오소마츠의 말에 귀족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평민 출신의 관료들이 귀족을 응시하는 눈빛은 한겨울 벌판에 내리치는 태풍처럼 차가웠다

침묵 속에서 생각이 옅은 젊은 귀족 하나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왕국에 들어오는 세금은 많지 않습니다. 전쟁 때문에 힘들다며 국민들의 세금을 차감하신 탓에 국고가 텅 비었습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은근슬쩍 세금이 줄어든 이유를 오소마츠에게 돌리며 불평을 쏟아낸 귀족의 얼굴을 쵸로마츠가 빤히 응시했다

쥬드 공작가 다음가던 세력가베커백작가의 젊은 당주

속으로 코웃음을 흘린 쵸로마츠가 슬쩍 옆에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쳐다보았다.

변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귀족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새 왕이 세워지고 정치권을 개편하는 과정은 돈이 필요했다

더불어 세금 개혁까지 했으니 중앙으로 모이는 돈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리를 벅벅 긁적이고 귀찮다는 듯이 왕관을 벗어 손가락에 건 오소마츠가 눈을 굴렸다.


—, 그럼 그렇게 하자. 아직 전쟁 중이니까 국비를 줄일 수는 없어. 부족한 세금은 교회에서 걷는 게 어때?”

가볍게, 친구에게 말 걸듯 내뱉는 오소마츠의 말투에 놀라는 이는 없었다

오소마츠가 왕위에 오르고 한 달

그동안같지 않은 오소마츠의 언동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물론 처음 이 모습을 봤을 때, 경악하던 귀족들과 관료들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오소마츠가 말을 끝내자마자 귀족들과 관료들이 한마음이 되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교회가 크게 반발할 겁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교회는 성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세금을 붙이면 국민들도 반발할 것입니다.”

그럼 이건~? 교회가 세워진 땅은 어쨌든 우리 땅이잖아~? 그럼 땅값을 붙이는 건?”

그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교회가 세워진 땅은 하늘에서 정해준 땅이라고 반발할 겁니다.”

그럼 성직자에게만이라도 세금을 물리는 건?”

성직자도 교회에 속해 있는 사람인데 당연히 반발하겠죠.”

교회와 유착 관계에 있는 귀족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 오소마츠와 관료가 찬찬히 방법을 하나하나 짚어가기 시작했다

붉은 왕국은 종교의 힘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웅왕을 신처럼 모시는 교회에겐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것이 시간이 흐르며 귀족과 하나가 되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었다

방법을 내도 근본적인 의식 개혁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손을 휘적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 몰라. 그럼 일단 이 건은 다음으로 미루자. 부족한 세금은 부자에게 추가로 부과하고 왕실에서 쓰는 돈도 줄이면 얼추 맞겠지.”

오소마츠의 말에 귀족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관료들과 달리 귀족들이 다시 반발하려 손을 들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오늘 회의는 이걸로 마치지.” 하고 어전 회의를 끝냈다

부들부들 떠는 귀족들을 보며쌤통이다.’ 하고 생각한 오소마츠가 왕좌에서 일어난 순간, 귀족 사이에서 마지막 말이 튀어나왔다.


폐하, ‘ 2 왕비는 언제 맞이하실 예정인지 여쭙겠습니다.”

당돌하게 오소마츠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 귀족은 귀족 사이에서 별 볼 일 없는 세력을 가진 말단이었다

단번에 오소마츠의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귀족이 말을 이었다.


대관식 이후, 1 왕비님이 되실 카라 공주님의 사정을 밝혀주신 것은 그 이유가 아니십니까?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제 2 왕비를 얻는 것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만….”

당장 귀족을 입을 풀로 붙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오소마츠가 왕좌에 엉덩이를 내렸다.


공주에게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제대로 할 일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장차왕비님이 되실 분으로서 할 일은 똑바로 해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왕비의 가장 중요한을 하지 못하고 계시지요.”

헤에~? 무슨 일?”

“‘후사를 보는 것 말입니다.”

“….”

귀족의 말에 오소마츠가 치솟는 짜증을 삼켰다

한 번쯤은, 아니 언젠가는 반드시 나올 말이라는 것은 예상했다

왕이 되기 전에 카라마츠가 남자라는 것을 밝혔을 때, 귀족들이 번뜩였던 것을 오소마츠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위세를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붙잡으려는 이리와 같은 눈빛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성별을 알고 있는 귀족들이나 관리들과 함께 훌륭하게 왕비로서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왕을 대신해 국민들을 만날 때에는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최대한 남자라는 것을 숨겼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곁에 남기를 바랐고, 오소마츠 또한 카라마츠가 제 옆에 남아주길 바랐다.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은 카라마츠 한 명으로 충분했고, 더불어 선왕과 같이 2명의 왕비를 얻어 일어날 수 있는 분란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랬기에 미리 선왕에게 두 번째 왕비를 들이지 않을 것을 밝혔다

그 뜻을 귀족들과 관료들에게도 전했지만 소용없었다

오소마츠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귀족들의 눈을 살폈다

하나같이 욕망이 일렁이는 것이 염증을 불러일으킨다

—.” 하고 한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쵸로마츠가 동정했다

오소마츠는 조금 전 자신이 회의를 끝냈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입술을 뗀 순간 선수를 친 것은 귀족이었다.


토토코 님 정도라면…, 2 왕비에 합당하지 않을까요?”

뜬금없이 나온 소꿉친구의 이름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토토코? 유학 갔잖아.”

얼마 전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혼잣말 같은 오소마츠의 말에 재빨리 대답한 귀족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 서쪽의 소국으로 유학을 갔던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에는 놀랐다

어릴 적엔 형제들과 함께 토토코를 쫓아다녔던 적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 그녀가 돌아왔다 한들 오소마츠에겐 아무 감흥도 없는 이야기였다.


, 그래. 아무튼, 오늘 회의는 이걸로 끝. 다들 돌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또 무슨 말이 나오기 전에 오소마츠가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2.

 

당연한 이야기가 나온 거야

시큰둥하게 내뱉으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서류를 건넸다

책상에 푹 엎드려으으으~~.” 하고 신음하던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래서 왕 되기 싫었다고————!!!”

오소마츠의 외침에또 저런다.’ 하고 혀를 찬 쵸로마츠가 오소마츠가 버둥거리는 탓에 책상 아래로 굴러떨어진 펜을 주웠다.


쵸로씌~.”

알고 있어. 카라마츠 귀에 안 들어가게 하라고?”

. 부탁해.”

책상에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보고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한테도 말해 놓을게.”

.”

~.” 하고 바람을 불어 앞머리를 날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이상으로 풀 죽은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쓴웃음을 흘렸다

카라마츠 덕분에 오소마츠가이 되었다

본래왕좌에 욕심을 가지지 않았던 오소마츠가 무사히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카라마츠의 공이 컸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 없었지만, 쵸로마츠만큼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오소마츠가 기죽은 이유가 조금 전 어전회의에서 나온 말이 카라마츠의 귀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라니, 카라마츠를 만나기 전의 섬세함이라곤 태어날 적 마츠요 뱃속에 두고 온 것 같은 오소마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유였다

책상에 엎드린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창문, 높은 천장, 별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넓은 방 한가운데서 카라마츠가 축 어깨를 늘어뜨렸다

오소마츠가이 된 후, 별궁은 비워졌다

오소마츠와 함께 카라마츠도 본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오소마츠의 곁에서왕비로서 자신의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오늘도 카라마츠는 제 앞에 쌓여있는 두꺼운 책을 하나 들어 올렸다

무슨 흉내를 내는 것인지 처음 보는 안경을 걸친 토도마츠가, .”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잘 들어!” 하고 카라마츠 앞에 섰다.


붉은 왕국의 왕비가 하는 업무는 주로 왕을 대신해 하급 귀족이나 평민을 알현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또 본성에 출입하는 시녀들과 시종들 관리 및 임용, 왕실에서 개최하는 정기 무도회 총괄 등이 있어.”

토도마츠가 늘어놓는 말에 카라마츠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 그런 일을 전부 할 수 있을까.”

평민이자 평생을 그림자 무사로 살아온 카라마츠가 왕실의 법도나 예법을 알 리 없었다

오소마츠의 곁에 있기로 약속한 그 날,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 다짐했다.

카라마츠로서, 오소마츠에게 사랑받는 자신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토도마츠가 내려놓은 책의 수와 그 두께를 보고 아주 조금 자신감이 슬금슬금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닿을 것처럼 내려앉은 카라마츠의 어깨를 본 토도마츠가 싱긋- 웃으며 카라마츠를 북돋웠다.


할 수 있어! 이렇게 공부하고 있잖아! 카라마츠 형은 분명 잘 할 수 있어!!”

아이아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

물론이지!”

토도마츠의 응원에 쥬시마츠도 힘껏 올라타 두 팔을 한껏 펼쳤다

두 동생의 응원에 카라마츠가 눈물 젖은 눈을 들어 올렸다

화이팅!”을 외치며 자신을 격려해주는 동생들에게 방그레 웃은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요에게 왕실의 몸가짐과 예법을 배우기 시작한 카라마츠가 복습하고 있던 책을 덮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카라마츠가 걸터앉은 긴 소파에 누워있던 오소마츠가 단단히 풀죽은 카라마츠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

두꺼운 책 위에 망설이듯 올려져 있던 카라마츠의 손을 덥석 잡은 오소마츠가 자신을 돌아보는 카라마츠를 향해 씩- 웃었다.


잠깐 바람 쐬러 가자!”

.” 하고 놀라는 카라마츠를 끌고 오소마츠가 다짜고짜 궁을 빠져나왔다.

 

 

이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활기찬 시장. 푸른 정장으로 갈아입은 카라마츠가올슨의 모습을 한 오소마츠를 뒤따랐다

휴전 탓인지, 매서운 겨울이 지나간 탓인지 마을 시장은 전에 왔을 때보다 더 붐볐고, 생기가 넘쳤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지나쳐 잡화점에 들어간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함께 잡화점의 주인을 불렀다.


-, 마이클 아저씨-!”

—, 오랜만이다, 올슨.”

오소마츠를 알아보고 반갑다는 얼굴로 다가온 마이클이 오소마츠 옆에 서 있는 카라마츠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웬일로 네가 이런 도련님을 오래 데리고 있냐? 항상 적당히 돈만 뜯어내고 말더니.”

이 녀석은 그런 어중이떠중이랑은 다르지~.”

마이클의 말에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른 오소마츠가 붉게 달아오른 귀를 감추듯 고개를 돌리고 잡화점을 쭉 훑어보았다.


요즘 어때? 시장은 엄청 활발해졌던데.”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새 왕이 잘해준 덕분에 전쟁 전보다 살만해.”

마이클의 말에 오소마츠가 이를 드러내고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마이클의 말에 시선 둘 곳을 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자랑스럽게 미소를 피웠다.

 

 

 

뒷산에 올라 성과 마을을 함께 내려다보았다

털썩,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풀밭에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를 따라 카라마츠가 옆에 앉았다

슬쩍 본 오소마츠의 얼굴은 아무런 색을 띠고 있지 않았다

저 하늘 멀리 펼쳐진 찬란한 노을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오소마츠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었다


전쟁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후계문제는 꽤 중요했다

여러 이유를 덧붙여 2 왕비를 뽑을 것을 요청하는 귀족들 사이에서 오소마츠가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

본궁에 출입하는 귀족의 여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보려는 귀족들이 자신의 딸을 궁으로 떠밀었다

무도회를 호시탐탐 기다리며, 아비의 팔짱을 끼고 오소마츠를 알현하러 다가오는 수많은 여성들

나라를 망하게 할 법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자도 있었고, 뭐든 껴안을 수 있는 풍만함을 가진 자도 있었고, 지혜의 열매를 먹은 것처럼 현명한 자도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며 필사적으로 오소마츠에게 닿으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이미 쓸 수 있는 변명은 다 썼다고, 인상을 찌푸리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의 대화에 카라마츠는 올 것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된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남기는 것

그것은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였다

카라마츠가 이대로 오소마츠 곁에 남는다면 그 의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오소마츠를 생각한다면, ‘으로서의 지위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가장 좋은 수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소마츠 곁에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만다

붉은 정복을 입은 오소마츠 옆에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성

푸른 드레스를 입은 카라마츠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가상의 여성을 카라마츠는 미친 듯이 질투하고 증오했다

오소마츠 옆에 다른 사람이 서는 것은 싫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강한 감정이 있었나 놀랄 정도로 격렬한 증오와 질투가 머릿속을 휩쓸었다


싫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싫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왕실의 예법을 몸이 기억하도록 반복해 익혔다

복잡한 왕실의 절차도, 두꺼운 책을 몇 번이고 읽어가며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로지 무술을 배웠던 몸은 쉽게 예법을 기억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공부엔 취미가 없었던 탓에 두꺼운 책에 쓰인 글도 잘 외워지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수없이 많은 눈초리 속에서 2 왕비는 맞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데…, 카라마츠는 무엇하나 제대로 해낼 수가 없었다

자신이 혹시나 실수해서 오소마츠에게 창피를 주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지을 수가 없었다.

 

생각이 이어질수록 저 아래로 내려간 자신감은 바닥에 짓눌렸다. 한숨을 삼키고 눈을 감은 카라마츠에게 부드러운 온기가 닿았다.


오소마츠…?”

어느새 카라마츠 뒤로 자리를 옮긴 오소마츠가 품 안에 카라마츠를 가두었다

카라마츠의 가슴에 둘린 오소마츠의 팔이 카라마츠를 좀먹고 있던 생각을 질책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에 카라마츠가 울컥 치솟는 눈물을 삼켰다

얌전히 오소마츠에게 기대는 카라마츠의 귓가에 마른 목소리가 울렸다.


카라마츠 너는, 그대로 있어도 돼.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지쳐있었지만 확실한 힘이 담겨 있었다

힘든 일이 많으리라는 것을 미리 밝혔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눈을 깜빡여 눈가에 어른거리던 눈물을 말렸다.


, 물론이다, 오소마츠. 모든 것이 완벽한, 이 퍼펙트 길티-가이 카라마츠님이 곁에 있어 주지!!”

,”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 단언하는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웃음을 들이마셨다

어깨를 잘게 흔들며 카라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푹 파묻고 끅꾹거리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응시했다

오소마츠?” 하고 저를 부르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크흠-!” 하고 헛기침과 함께 웃음을 날리고 고개를 들었다.

저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에게 씨익- 웃어준 오소마츠가 더욱더 카라마츠를 꽉 끌어안았다.


. 곁에 있어.”

나직이 가슴을 어루만지는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하고 대답했다.

쑥스럽다는 듯이 살며시 얼굴을 붉히고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카라마츠의 전신에 행복이 퍼졌다

절대로 이 사람의 곁에 있겠다, 홀로 다짐하며 저 아래, 아주 작게 얼굴을 내민 초조를 가만히 응시했다.

 

 

 

 

 

3.

 

본성 한구석에 위치한 마츠요님의 방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리고 되돌아오려는 우리를 마츠요님이 붙잡으셨다

즉석에서 차와 쿠키를 준비해 테이블에 나를 앉힌 마츠요님이 부드러운 미소로 물으셨다.


본성은 좀 익숙해졌니?”

정들었던 별궁을 떠나 오소마츠와 함께 본성으로 옮긴 지 이제 한 달

별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본성은 수십 개의 방과 응접실, 회의실이 있었다

왕족이 생활하는 공간은 본성의 왼쪽 건물

그 건물의 구조를 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조금 망설이다 솔직하게 대답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넓기도 하고, 사람도 많아 조금 낯설어요.”

오소마츠의 명으로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별궁의 시녀나 시종들과 다르게 본성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방이 아니면 혼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내 대답에-.” 하고 고개를 끄덕인 마츠요가 제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는 시녀들을 흘끗 쳐다보았다.


사람이 많긴 하지. 후후후-. 오소마츠하고는 지낼만하니?”

마츠요님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멍청히 눈만 깜빡였다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하려는데 왜 어제 함께 외출했던 일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가시가 걸린 것처럼 목구멍에 매달려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입만 벙긋거리는 사이, 마츠요님의 얼굴이 밝은 미소가 활짝 피었다.


대답이 필요 없는 얼굴이구나—. 후후, 오소마츠가 변덕이 심하고, 앞으로 힘든 일도 적지 않겠지만 우리 한심한 아들내미 옆에 있어 주렴.”

“….”

뜨거운 얼굴은 분명 새빨갛게 물들었을 것이다

푸쉬쉬- 하고 귀에서 김이 올라오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와 함께 마츠요님 방을 나와 긴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거실을 나와 계단을 오르면 바로 앞에 방이 있던 별궁과 달리, 길고 긴 복도를 걸어가야 방이 나온다

티끌 하나 묻어있지 않은 대리석 바닥에 구두 소리가 울린다

복도 하나를 걷는데도 여러 무리와 스쳐 지나간다

이쪽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것이 참을 수 없이 어색해 쥐구멍이 있다면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다

인사를 마치고 지나가는 시녀 무리를 배웅한 토도마츠가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뭘 그리 일일이 긴장해? 예전엔 누가 보든 신경도 안 썼으면서.”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확실히 나는 모두의 이목을 끄는 어트랙티브한 길티- 보이이지만, 이제 이 몸은 오소마츠의 것이니까.”

—, 그러셔. 옛날 성격 완전히 돌아왔네.”

위험하네-! 카라마츠 형아! 나라도 알겠어!”

으응~?”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쥬시마츠가 활짝 웃고 있으니 어찌 되든 되었다

게다가 토도마츠도 내심 기뻐 보이는 얼굴이니….

 

그렇게 이야기하다 방에 거의 도착했다

모퉁이 하나만 돌면 방에 들어갈 수 있는데, 깡충깡충 앞서 뛰어가던 쥬시마츠가 딱 멈춰 서서 굳은 채 모퉁이 너머를 빤히 쳐다보았다.


쥬시마츠?”

몸을 숨기고 머리만 쏙 빼놓은 쥬시마츠 뒤로 다가가자 쥬시마츠가 팔을 들어 흔들었다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에 토도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쥬시마츠와 함께 모퉁이 너머를 응시했다.


뭐가 있나?”

뚫어지라고 저쪽을 보고 있는 둘에게 다가가자 토도마츠가 쥬시마츠와 합세해 오지 말라며 팔을 휘저었다

그럴수록 궁금증은 커지는 법. 슬쩍 몸을 틀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손을 피해 모퉁이로 몸을 뺐다.

 

모퉁이 저편에 즐겁게 웃고 있는 오소마츠가 있었다

쵸로마츠도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갈색의 머리칼을 양쪽으로 묶은 미인

분홍빛 머리띠를 한 미모의 여성이 오소마츠와 함께 있었다

자연스럽게 오소마츠의 어깨를 툭-, 하고 치는 여성은 오소마츠와 매우 친해 보였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대화하면서 저렇게 편안한 얼굴을 하는 오소마츠는, 처음 봤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어떤 것이 뱃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검고 질척하고 꿈틀거리는 뭔가가 머리 위에 올라와 시야를 비틀었다

나를 부르는 토도마츠의 목소리도, 나를 붙잡는 쥬시마츠의 손도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오소마츠와 대화하고 있는 여성이 눈에 가득 찼다


누굴까, 누군데 저렇게 오소마츠와 친하게 대화하고 있는 걸까

아무 생각도 없이 새까매진 머리를 끌고 모퉁이를 나와 오소마츠에게 걸어갔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본 오소마츠가 활짝 웃었다

함께 대화하던 여성은 나를 보더니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새침하게 드레스를 들어 올려 인사를 하고 그대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야기는 다 끝낸 걸까, 물어보고 싶어도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

오소마츠가 점점 내게 다가오는데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항상 오전 일을 끝내고 온 오소마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했는데, 어쩐지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카라마츠? 무슨 일 있어?”

고개를 기울이고 걱정하는 낯으로 묻는 오소마츠에게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대답했다

자신이 들어도 힘없는 목소리는 명백히 무슨 일이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썹을 찌푸린 오소마츠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더 묻지 않고 내 손을 잡았다.


방에 가던 길이지?”

….”

앞서 방으로 들어가는 오소마츠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오후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쉬는 시간이라며 소파에 앉은 오소마츠가 팡팡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멀뚱히 서 있는 것도 이상해 오소마츠 옆에 앉았다.

한숨과 함께 허리를 아래로 내리고 거의 누운 자세로 앉은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가볍게 잔소리를 날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에 자신이 느끼는 이 생각이 바보 같아졌다. 겨우 나오는 목소리를 짜내듯 오소마츠에게 최대한 퉁명하게 물었다.


오소마츠, 그런데 조금 전 그 레이디-…?”

—, 꽤 귀엽지?”

, ….”

오소마츠의 말에 저도 모르게 눈을 홱 돌려버렸다

왠지, 왠지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 돌린 고개를 오소마츠가 붙잡았다

양 볼에 제 손을 끼우고 홱- 앞으로 돌린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가볍게 내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얼얼한 이마를 쓰다듬으며 흘겨보자후훗.” 하고 옅은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상한 생각 했지~? 나는 카라마츠 말고 싶요 없다니깐.”

“….”

오소마츠의 말에 괜히 볼을 부풀렸다

키들대며 내게 기댄 오소마츠가 한탄처럼 중얼거렸다.


—, 일하기 싫어~. 카라마츠랑 같이 있고 싶어~.”

어이, 얀마. 또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후딱 일어나! 쉬는 시간 끝났어!!”

싫어~~~.”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흔들었다

매섭게 오소마츠를 노려보는 쵸로마츠의 눈길에 오소마츠가 푹- 한숨을 쉬더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끄으—.” 하고 기지개를 피고다녀올게.” 하고 작게 손을 흔드는 오소마츠를 배웅하고 돌아오자 토도마츠가 내 옆에 앉았다.


쵸로마츠 형한테 들었어.”

? ?”

아까 그 미인! 토토코라고 해서 오소마츠 형들의 소꿉친구래. 오소마츠 형처럼 푸른 왕국 혼혈이고. 게다가 오소마츠 형의 전 약혼자.

 

토도마츠의 말에 또다시 말을 잃고 눈만 껌뻑였다.

 

 

 

 

 

4.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업무를 나가기 위해 옷을 입고 있는 오소마츠가 노크 소리에 몸을 돌렸다

셔츠를 정돈하고 소매 버튼을 잠그며 노크에 대답하자 쵸로마츠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무도회 제안 나온 거 들었지?”

그거 꼭 해야 해?”

베커 백작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어서,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게다가 명분이탄생제라서 거절하기가 뭐해.”

“….”

게다가 준비를 자기가 맡아서 하겠다고 자처해서….”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 왕실에서 여는 행사 총괄은 왕비의 일이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아직 정식 왕비가 아니었다

오소마츠의 대관식 이후, 전쟁으로 어지러워진 나라를 정비하고 새로운 인재를 뽑는 사이 예식을 올리지 않은 카라마츠는 여전히약혼자의 신분이었다

조금씩 공부와 함께 왕비의 일을 하고 있지만, 무도회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베커 백작이 오소마츠의탄생제를 명분으로 걸고 있다면 무도회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오소마츠는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카라마츠에게 눈을 돌렸다.


카라마츠? 왜 그래?”

방금탄생제라고 들었는데? 누구의 탄생제인가?”

—, 우리.”

?”

나랑 이 녀석들 생일이 5 24일이거든.”

쵸로마츠와 방구석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던 이치마츠를 가리킨 오소마츠가 어깨를 으쓱 올렸다

카라마츠는 날짜를 들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뒤에 서 있던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도 말을 잃고 멍청히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 왜 그래?”

, 우리 생일도 5 24일이다.”

“…? 진심?”

.”

눈을 크게 뜬 쵸로마츠를 등지고 카라마츠를 쳐다본 오소마츠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의 대답에 고양이를 품에 안고 다가온 이치마츠가 코웃음을 날렸다.


어떤 의미론 천생연분이네.”

이치마츠의 말에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이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똑같은 생일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쵸로마츠가 고개를 휙휙 흔들고 다시 무도회에 관해 물었다.


그래서, 어쩔 거야? ‘탄생제를 내세운 이상 거절할 수는 없잖아.”

“….”

휴전했으니, 전쟁을 핑계 댈 수도 없고.”

“…하아~~, 알겠어. 하자고 해.”

오늘 어전회의에서도 말이 나올 테니까 그때 말해.”

오케-.”

 

 

준비를 마친 오소마츠가 먼저 방을 떠나고 뒤따르려는 쵸로마츠를 토도마츠가 불러 세웠다.


?”

잠깐.”

토도마츠가 힐끗, 제 뒤에 멀뚱히 서 있는 카라마츠를 눈짓했다

쵸로마츠가 고개를 기울이고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쵸로마츠, …. 오소마츠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 거로 생각하나?”

카라마츠의 질문에 쵸로마츠가 눈살을 찌푸렸다

왕자 시절, 1 왕비와 귀족들의 눈에 짓눌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살았던 그 시절에 생일은 그리 축하할 일이 아니었다

항상 마츠요와 삼둥이, 네 명이 조촐하게 치르고 지나갔던 생일에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행사는 없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쳐다보며으음~~.” 하고 신음했다.


글쎄…. 우리도 서로 선물을 준 적이 없어서…. 이치마츠는 뭐가 좋을 것 같아?”

눈을 돌려 쥬시마츠와 이야기하던 이치마츠에게 말을 돌리자, 흠칫 놀란 이치마츠가 눈을?”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흘렸다.


내가 알 거로 생각해?”

그래, 물어봐서 미안하다.”

이치마츠의 대답에어이구.” 하고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간절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카라마츠에게 눈을 돌렸다

분명 명답을 내줄 것이라 기대하는 카라마츠의 반짝이는 눈에서 슬쩍 고개를 돌린 쵸로마츠가 다시….” 하고 팔짱을 끼고 신음했다.


, ‘토토코씨도 오소마츠에게 선물을 주겠지…? 소꿉친구이고…. …,”

전 약혼자라는 단어를 삼킨 카라마츠가 힘없이 눈을 아래로 내렸다

카라마츠가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단어를 눈치챈 쵸로마츠가 쓴웃음을 흘리고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신경 쓰여? 토토코가.”

, 아아아아아니!! 그런 건 아니다!”

만나볼래?”

.”

놀란 카라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빙긋- 세모꼴의 입으로 미소지었다.

 

 

 

 

 

5.

 

어전 회의를 끝내고 집무실에 놓인 커다란 책상에 앉은 오소마츠가 무도회 초대 명단을 보고-.” 하고 어이없는 숨을 뱉었다.


실화냐….”

여식이 있는 귀족이란 귀족은 신분의 높낮이는 가리지 않고 모두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딸이 미인이라는 에드윈 자작부터 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는 딸을 가진 루셀 공작까지

명단을 다시 쭉 훑어본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이거.”

새로운 왕의 취향은 모르겠으니, 일단 전부 때려 넣는 거지….”

? 그렇게나 두 번째 왕비가 필요해?”

조금씩 낮아지던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나워졌다

둥글둥글하던 눈매도 날이 선 채로 명단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쵸로마츠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솔직히후계이야기 나오면 이쪽은 할 말 없지.”

?”

나한테 화내지 마. 망할 장남.”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기세로 바라보는 오소마츠에게 혀를 찬 쵸로마츠가 명단을 집어 들었다.


무슨 수 없어?”

글쎄.”

명단을 읽어내려가는 쵸로마츠를 보며 의자를 뒤로 기울인 오소마츠가 물었다

망설이지 않고 두 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하는 쵸로마츠의 대답에 오소마츠의 한숨이 깊어졌다.

 

 

 

깊은 밤. 겨우 일을 마친 오소마츠가 지친 몸을 침대에 던졌다.

푹신한 침구 속으로 서서히 침몰해가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흔들었다.


오소마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자라.”

으부부부부-.”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불에 파묻혀 뭉개진 오소마츠의 말에 눈썹을 찡그린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했다는 말을 덧붙이고 소중하게 어루만지는 카라마츠의 손길에 오소마츠가 웅실거리는 가슴에 눈시울을 붉혔다

빨개진 눈가를 들키고 싶지 않아 이불에 엎드린 채로 곰실곰실 움직여 카라마츠의 무릎에 머리를 올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

드물게 저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라마츠가 부드럽게 오소마츠를 불렀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오늘은 유난히 지쳐 보이는군.”

카라마츠의 물음에 오소마츠가 잘게 머리를 흔들었다

2 왕비 이야기를 카라마츠가 신경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말없이 저를 꼭 껴안고 있는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며 카라마츠가 숨을 몰아 내쉬었다

낮에 미리 쵸로마츠에게 언질을 받지 않았다면 오소마츠의 이런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지쳐서 자신에게 솔직하게 어리광부리는 것이 기쁘면서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것에 새침하게 볼을 부풀린 카라마츠가 다정하게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조금만 기다려줘.”

? ?”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겨우 얼굴을 보여준 오소마츠에게 빙그레 웃어주며 카라마츠가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왕비 일.”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멈췄다

그렇게나 카라마츠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했는데, 카라마츠 입에서 먼저왕비라는 단어가 나온 것에 놀란 오소마츠가 허탈하게 숨을 내쉬었다

체념하는 얼굴로 눈을 돌린 오소마츠와 눈을 맞춘 카라마츠가 온화한 미소로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끝까지 들어라. 스스로 물러나겠단 하는 말은 하지 않아. 그럴 마음은 없다. 물론 오소마츠가 힘든 것을 보면 그런 마음이 아예 안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이겨나가기로 했으니까.”

“….”

그리고 오소마츠 옆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싫다.”

. 나도 싫어.”

카라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의 허리에 감고 있던 팔을 올려 카라마츠를 품에 안고, 그대로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카라마츠와 함께 푹신한 이불에 쓰러진 채, 제 밑에 누운 카라마츠에게 새가 쪼듯이 입맞춤을 내린 오소마츠가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

.”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도 잔잔한 미소로 대답했다

팔을 들어 오소마츠의 등에 감싼 카라마츠가 내려오는 입맞춤에 눈을 감았다

쪽쪽, 침실에 울리는 소리에 체온이 드솟는 것과 동시에 아련하게 퍼지는 행복과 안도에 살포시 고개를 기울였다

더 깊어진 입맞춤과 맞닿은 피부의 온기를 만끽하며 카라마츠가 다시금 그 누구에게도 이 품을 뺏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때때로 솔직하게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스럽지만 다정한 오소마츠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다

떨어진 입술에 아쉬움을 느끼며 바라본 오소마츠의 얼굴에 가득 피어난 환한 미소를 마주 보며 카라마츠가 함께 행복하게 웃었다.

 

정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편이다.’

 

 

 

 

 

6.

 

붉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간 하얀 예복을 입은 오소마츠가 따분하단 표정으로 왕좌에 앉았다

하나하나 호명되어 앞으로 나오는 귀족 영애들이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홍조를 피우며 인사해도 오소마츠는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오소마츠 앞에 끝없이 이어진 줄은 무도회 내내 인사를 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대놓고 왕좌에 걸터앉아 딴짓하는 오소마츠를 쵸로마츠가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응시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영애들의 인사도 이제 열 명 남짓 남았을 때, 커다란 나팔 소리가 새 손님의 등장을 알렸다

또 누가 오는 건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오소마츠가 금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게 걸어오는 사람을 응시했다

무도회용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푸른 드레스. 어깨를 감싼 긴 망토는 적당히 몸매를 가려주었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일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높은 구두를 신고 우아하게 왕의 앞으로 걸어온왕의 약혼자’, 카라마츠가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인사를 올렸다

약혼자라는 신분에, 2 왕비를 위한 무도회에 카라마츠는 참석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오소마츠가 멀뚱히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

“….”

오소마츠의 부름에,” 하고 작은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당당하게 영애들을 지나쳐 오소마츠의 왕좌 앞으로 올라갔다

왕과 왕비만 오를 수 있는 단상 위에 오른 카라마츠가 너무나 태연하게 오소마츠의 무릎에 앉았다

당돌한 카라마츠의 행동에 무도회에 흐르던 음악이 멈췄다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내던 연주자들도, 댄스를 추던 귀족들도, 길게 늘어선 영애들도 모두 경악해 호흡도 잊고 카라마츠와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오소마츠 역시 카라마츠의 돌발 행동에 말을 잃었다

베일 너머로 씨익- 미소를 피운 카라마츠가 뻣뻣하게 굳은 오소마츠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오소마츠, 팔을 내게 감아라.”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하고 반문했다

가볍게 제 팔을 치며빨리.” 하고 재촉하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한숨을 쉰 오소마츠가 한쪽 팔을 들어 제 무릎 위에 앉은 카라마츠의 허리에 둘렀다

밀착한 둘의 자세에 주변에 있던 귀족들과 영애들의 얼굴은 더욱 경악으로 물들었다

입을 벌리고 자신과 오소마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귀족들을 둘러본 카라마츠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피우자마자,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베커 백작이 오소마츠 앞에 나섰다.


, 카라 공주님께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당장 공주님이 앉으실 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베커 백작의 말에 카라마츠가 살짝 몸을 움츠렸다

우으….” 하고 오소마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신음한 카라마츠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 자리는 이곳이니까요.”

아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카라 공주님도, 전하도 불편하실 텐데요….”

싱긋- 웃는 베거 백작의 얼굴에 차가움이 스쳤다. 카라마츠는 베커 백작을 향해 눈썹을 찌푸리고 꾸욱 오소마츠의 손을 눌렀다

흥미진진하단 얼굴로 베커 백작과 카라마츠의 신경전을 구경하던 오소마츠가 키들대며 카라마츠를 거들었다.


백작, 그럴 필요 없다. 공주가 있을 자리는 이곳이니까.”

빙긋- 웃으며 카라마츠의 허리에 감을 팔을 당겨 카라마츠를 끌어안은 오소마츠가 베커 백작을 내려다보았다

입술을 씹으며 일순간 사나운 얼굴을 한 베커 백작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싹 바꾸고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공주님과 전하는 사이가 좋으시군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상글상글 웃는 얼굴 뒤편에 어떤 생각이 굴러가고 있을지 모른다

경계하는 눈으로 베커 백작을 응시한 오소마츠가 작게 혀를 차고 입을 연 순간, 또 나팔 소리가 무도회장에 울려 퍼졌다

귀족 영애들을 뚫고 짙은 홍색 드레스를 입은 토토코가 사뿐사뿐 걸어왔다.

왕에게 인사를 올리기 위해 오소마츠 앞에 토토코가 서자, 베커 백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누가 선수라도 칠까, 서둘러 토토코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은 베커 백작이 오소마츠를 보며 뱀과 같은 미소를 올렸다.


이런 토토코 님이야말로왕비에 어울리는 여성이지 않겠습니까.”

베커 백작의 말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토토코의 아버지와 모종의 계약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딸이 없는 베커 백작이 이렇게 커다란 무도회를 자진해서 열고 토토코를 추켜세울 리 없었다

모든 행동의 밑에 깔린 것이 권력욕이라는 것에 치를 떤 오소마츠가 말없이 베커 백작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한쪽 눈썹을 치켜 세운 오소마츠에게 기가 죽지도 않는지, 다시 토토코가 얼마나 왕비에 어울리는 인물인지 늘어놓기 시작한 베커 백작이 토토코의 부름에 말을 멈췄다.


백작님, 미천한 소녀를 그리 말씀해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토토코가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왕비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사람이 아닌 권력을 보고 혼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오직 저만을 사랑해주시는 분의 곁에 서고 싶습니다.”

토토코의 말에 베커 백작의 얼굴에서 색이 사라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눈빛으로 토토코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베커 백작이 당혹해하자마자 오소마츠가 큭큭 웃으며 토토코에게 가담했다.


토토코도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말하는 건 좋지 않다, 백작. 짐은 그녀의 깊은 뜻을 존중하는 의미로 앞으로 토토코에게왕비에 대한 발언을 하는 자는 짐이 친히 엄하게 벌하도록 하겠다.”

침묵이 내려앉은 무도회장에 오소마츠의 명이 울려 퍼졌다

토토코의 발언과 오소마츠의 명에 인사를 기다리고 있던 영애들이 슬슬 눈치를 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제 딸을 왕비로 만들어 권력을 잡으려 했던 귀족들도, 그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고 했던 자들도 모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에게서 눈을 돌렸다

생각 이상으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가깝고, 토토코의 발언으로 더는왕비에 대한 말을 꺼내기 힘들어졌다

무도회를 기회로 삼으려던 자들은 오히려 나빠진 상황에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당황해하는 베커 백작과 귀족들을 보며 이치마츠가 슬쩍 쵸로마츠에게 물었다.


이거 형이 짠 작전이지?”

이치마츠의 물음에 쵸로마츠가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설마. 조금 돕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라.”

? 그럼 누가….”

이치마츠의 혼잣말에 쵸로마츠가 살짝 고갯짓으로 카라마츠를 가리켰다

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는지 카라마츠를 무릎에 앉힌 채로 끅끅 웃는 오소마츠를 본 이치마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토토코를 만나자마자 무도회를 기회로 삼아 이 모든 계략을 짠 것이 카라마츠라는 것을 알고 있는 쵸로마츠는 그저 말없이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7.

 

무도회가 끝난 후, 귀족들에게서왕비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도리어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카라마츠와 오소마츠의 금술이 화제가 되었다

저렇게 사이좋은 두 사람 사이에 낄 수는 없다고, 귀족 영애들이 아쉬운 한탄을 내뱉었다

궁에 출입하는 여성들도 그 수가 확실히 줄어들어, 오소마츠는 쾌적해진 궁 내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오늘도 열린 어전회의에서 많은 안건을 처리한 오소마츠가 피곤한 눈을 누르고 한숨과 함께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서기에게 오늘의 안건을 정리해 집무실로 보내라는 명을 끝으로 회의를 끝내려던 그때, 황급히 회의장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시종이 건넨 것은 동의 제국 문장이 찍힌 서신이었다.

 

 

모두의 눈이 집중된 가운데 오소마츠가 서신을 찢어 편지를 꺼냈다

천천히 종이에 쓰인 내용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귀족들을 향해 외쳤다.


동의 제국에서 화친을 제안해왔다.”





* 크리스마스에 맞춰 마지막화를 올리겠네요!ㅎ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트위터 친구 첼님께 받은 썰로 쓴 단편입니다^^


* 마피아 카라, 돈 이치 x 세라 오소


* 색오소는 마지막에 잠깐나오고 대체로 카라오소입니다ㅎ


* 카라마츠가 많이 불쌍합니다ㅎㅎㅎ


* 공미포 13,478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무릎 위로 올라오는 주름 잡힌 푸른 스커트

붉은 리본을 포인트로 뒤로 넘어가는 푸른 옷깃이 경쾌하게 흔들렸다

명랑한 여자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천이 스치는 소리 속에서 오소마츠가 발을 멈췄다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고 곤란한 듯이 눈썹을 살포시 찡그린 소꿉친구 토토코를 보며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오소마츠가 토토코를 불렀다.


토토코?”

있지-, 오소마츠 군. 아무래도 변태 하나가 붙은 것 같아.”

어휴~.” 하고 과장된 한숨을 내쉰 토토코가 우아하게 손 하나를 들어 제 뺨에 가져댔다.


토토코가 너무 미인이라서 그런 걸까~? 일단 경찰 아저씨 부르자~.”

생긋 웃으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빠르게 112를 누르는 토토코를 뒤로하고 고개를 홱 돌린 오소마츠가 재빨리 전봇대 뒤로 몸을 숨기는 인영을 확인하고 씩- 입꼬리를 올렸다.


토토코, 신고할 필요 없어~.”

? 오소마츠 군이 아는 사람이야?”

—, 일단은?”

이를 드러내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오소마츠를 보며 토토코가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손을 멈췄다

통화 버튼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거두고 폰을 다시 주머니에 되돌린 토토코가 둘을 따라오는 검은 인영을 눈짓하며 물었다.


정말로 놔둬도 괜찮아~? 오소마츠 군.”

~, 괜찮아, 괜찮아~. 해는 없어~.”

키들거리며 대답하고는 가던 길을 마저 걷는 오소마츠를 보며 토토코가 뿌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2.

 

보람찬 취미 생활로 기분이 한껏 오른 오소마츠가 스커트가 펄럭이는 것도 잊고 가벼워진 몸을 튕기며 집으로 향했다

오늘 걸린 양아치 무리는 특히 지갑이 두둑했었다

손에 쥔 지폐들을 보고으히히.”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어두운 골목 사이에서 튀어나온 고양이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우왓!!”

오소마츠를 순식간에 가로질러--!” 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흘리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멍청히 바라본 오소마츠가뭐야.” 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고양이 덕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집으로 가려던 발을 이번엔 골목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이 오소마츠를 멈춰 세웠다

고양이가 튀어나온 어두운 골목에서 간신히 들릴락 말락 희미하게 퍼지는 신음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누가 있는 건가, 호기심에 슬쩍 골목 안으로 발을 들였다

가로등 불빛 하나 제대로 비치지 않는 골목길은 검은 쓰레기봉투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숨도 쉬기 힘든 악취에 코를 틀어막고 가까이 다가가서 툭툭 발로 남자의 다리를 건드렸다

몇 번을 쳐도 미동도 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문득 죽은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일어났다

냄새를 참고 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였다

제대로 몸이 위아래로 잘게 흔들리며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안심하며 찬찬히 남자를 살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남자의 숨에서 술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보아 단순한 취객은 아닌 것 같았다

-, 하고 한숨을 내쉬고 몸을 핀 오소마츠가 손에 쥐고 있던 지폐를 접어 스커트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눈을 뜨자 낯선 나무 천장이 보였다. 어찌 보면 얼굴 같은 나뭇결이 새겨진 천장에 눈을 깜빡인 카라마츠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직 복부에 아릿한 아픔은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팔과 다리를 하나씩 휘저어 제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장과 창호지 문으로 둘러싸인 방안은 살림살이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

방 중앙에 카라마츠가 누워있던 이불 한 채가 전부인 황량한 방안을 쭉 둘러본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작게 한숨을 쉬고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벌컥 문이 열렸다

갑자기 열린 문에 놀라 카라마츠의 몸이 크게 튀었다.


? 아저씨, 정신 차렸네~?”

밝은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위로 올렸다

짧은 숏컷 머리에 세라복, 그 위에 빨간 앞치마를 두른 오소마츠가 자신을 응시하는 카라마츠에게 씩- 웃어주며 옆에 앉았다.


쓰러져 있는 걸 옮기느라 엄~청 힘들었다구—. 마침 부모님이 여행 중이라서 다행이지~. 안 그럼 아저씨 못 주웠어.”

헤헤, 웃으며 상황을 설명하는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하고 작게 신음하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치료도 해 준 건가…. 고맙다, -.”

여기저기 반창고가 붙어있는 몸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늘어뜨린 카라마츠가 인사하자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아냐~. 그리고 나, 이래 보여도 남자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잠시 말을 잃었다

확실히 여자라고 하기엔 목소리가 낮았다

게다가 세라복 칼라 사이로 보이는 뽀얀 목에 툭 튀어나온 저것은 분명 카라마츠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어째서 남자인 오소마츠가 세라복을 입고 있는지, 당연히 가져야 할 의문을 카라마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를 보며,” 하고 한숨 같은 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군. 고맙다, 보이-.”

뜬금없이 눈에 힘을 주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을보이-’라 부르는 카라마츠의 모습을 멍청히 바라본 오소마츠가 볼을 크게 부풀리고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 푸하하하하~!! 보이, 라니!! 보통 왜 치마 입고 있냐고 물어보는 거 아냐~?! 큭큭큭큭큭.”

몸을 앞으로 숙이고 어깨를 털며 웃음을 털어내는 오소마츠를 보며.” 하고 당황한 신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 눈앞에 있는 보이-는 이리도 크게 웃는 것인가, 카라마츠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참을 배를 잡고 웃은 오소마츠가 겨우 숨을 진정할 즈음, 부우우- 하고 진동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뻗은 카라마츠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오소마츠가 손을 들어 이불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화면에 찍힌 글자에 카라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진동이 울리지 않도록 무음으로 설정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카라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느낌은 있어도 큰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낡은 집 천장에 닿을 것처럼 큰 키로 이불에서 일어난 카라마츠를 따라 오소마츠가 고개를 위로 올렸다.


아저씨, 일어나도 괜찮아?”

어제 주워올 때만 해도 꽤 많은 상처를 달고 있었던 카라마츠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소마츠의 염려에 카라마츠가 입꼬리 한쪽을 스윽- 끌어올리고 엄지를 척하니 들어 올렸다.


오브코-! 이 정도는 상처도 아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 키티-.”

아야야야야, 갈비뼈가 아파!”

어째서!?”

카라마츠의 안쓰러움에 당한 오소마츠가 옆구리를 잡고 신음했다

당황해 두 팔을 벌려 오소마츠에게 뻗은 카라마츠가 어쩔줄 몰라 하자, “-,” 하고 다시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손을 휘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저씨, 이제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전화 계속 오고 있어.”

짙은 눈썹을 내리고 자신을 걱정하듯 쳐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씩- 웃어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진동이 나지 않을 뿐이지 카라마츠의 폰은 쉴 새 없이 전화가 오고 있었다

화면에 찍힌 이름을 다시 확인한 카라마츠가.” 하고 대답했다.


현관은 이쪽이야.”

앞치마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은 오소마츠가 앞장서 현관으로 걸어갔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푸른 스커트가 오소마츠의 허벅지 위에서 살랑거렸다

걸음걸이에 맞춰 좌우로 흔들리는 스커트의 주름을 보며 마른침을 삼킨 카라마츠가 현관 앞에 놓인 자신의 가죽 구두에 발을 끼워 넣었다

잘 가—.” 하고 손을 흔드는 오소마츠를 뒤로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카라마츠가 몸을 돌렸다.


보이-, …, 오늘의 은혜를 갚고 싶은데. 연락처를 알려 줄 수 있겠나?”

연락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그런 거 됐으니까 빨리 가봐.”

! 그럼, 보이-의 이름이라도 알려주겠나?”

내 이름? ‘오소마츠.”

오소마츠….”

. -, 빨리 가봐. 폰 터질 것 같다고~.”

찬찬히 오소마츠의 이름 한 자 한 자를 머릿속에 새겨넣듯이 되뇌었다.

.”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 등을 떠미는 오소마츠의 손을 따라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줄곧 걸려오던 전화를 받으며 오소마츠의 집을 떠나는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 너무나 달랐다

나긋나긋하고 옆집 청년 같은 목소리가 일변해 낮고 날카롭게 변했다.

 

 

 

 

 

3.

 

시장 거리 중앙에 있는 생선 가게 앞에서 토토코와 헤어지자마자 뒤를 따라오던 아저씨가 내 옆에 섰다

아저씨가 뭐라 말을 걸기 전에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울렸다

꺼내 확인해보니 장 보고 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이었다

용돈 날이고 해서 오늘은 오랜만에 오락실이나 가려고 했는데, -. 


볼을 부풀렸다가 푸-, 하고 바람을 빼고 엄마가 보낸 문자에 쓰인 재료를 확인했다

버섯, 닭고기, 두부, 간장…. 오늘 저녁은 전골인가? 심부름으로 가라앉았던 기분이 단숨에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채소 가게로 발을 돌렸다.


오소마츠.”

, 이 아저씨가 아직 있었군

절대 나한테서 1m 이상 떨어지지 않는 아저씨가 슥-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무슨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게 속삭였다.


조금 전 프리티 걸-과 사귀는 건가?”

바보 같은 질문에 울컥해서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쏘아붙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남자다운 짙은 눈썹에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누가 봐도 훈남이라고 할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쳐량하게 내 대답을 기다리는 꼴이 퍽 귀엽다

몽글몽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모성애 비슷한 감정에 씩-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만들었다.


왜요~? 아저씨는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장난스럽게 묻자 아저씨가 내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하고 말을 흐렸다.

딴 곳을 바라보고 있는 뒤통수 옆에 삐죽 튀어나온 귀가 발갛다

같은 남자인 내 뭘 보고 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연상인 어른이 내 말 한마디에 저렇게 동요하는 것이 꽤 재미있다

어린아이처럼 나를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도 못하고 티를 팍팍 내는 것도

요즘 애들도 아저씨 정도는 아니다

나를 좋아한다는 걸 만면에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게 꼭 주인의 관심을 원해서 꼬리를 마구 흔드는 강아지 같아서, 스토커 비슷한 짓을 해도 의외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아직도 입을 우물거리며 뭔가를 중얼거리는 아저씨를 끌고 다음 가게로 향했다.

 

 

마트에서 간장을 사고, 두부 가게에 들러 오늘 만든 따끈따끈한 두부를 샀다

추가로 엄마가 사 오라고 문자 보낸 무랑 곤약도 샀고

남은 건 닭고기뿐인가


알아서 따라오는 아저씨를 데리고 정육점으로 갔다

오늘도 호탕하게 웃는 정육점 아저씨에게 닭고기를 받아서 아저씨에게 건넸다

이미 아저씨의 팔엔 내가 건넨 짐이 한가득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고기까지 받아서 팔에 건 아저씨가 생긋- 웃으며다 산 건가?” 하고 물었다

.” 하고 엄마가 보낸 문자에 쓰인 재료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 사고 보니 제법 많다

아저씨가 없었다면 저걸 혼자서 끙끙대며 집으로 옮겼겠지…. 

떠오르는 상상에 부르르 몸을 떨자마자, 아저씨의 주머니에서 웅장한 노래가 울렸다


, 이거. 그거다. 다스ㅇ이더 주제곡

익숙한 멜로디에스읍-, -” 하고 호흡하던 세기의 악당을 떠올리는 사이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 아저씨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가 통화 버튼을 누르고 폰을 귓가에 가져대자마자 걸걸한 목소리의 커다란 외침이 전부 들렸다.


개똥마츠, 이 새X!! 일 안 하고 또 어디로 샜어!!!”

옆에서 들어도 무시무시한 외침에 아저씨가 미간을 찌푸리고 관자놀이에 지그시 손가락을 눌렀다

그칠 기미도 없이 몰아치는 욕설에 아저씨를 동정하며 아저씨 손에 들린 봉지를 전부 내 손으로 옮겼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아저씨 어깨를 가볍게 통통, 치고가 봐, 아저씨.” 하고 손을 흔들었다

여전히 전화 너머의 걸걸한 목소리가 속사포로 욕을 늘어놓고 있는데, 내 두 손을 소중하게 꼬옥 잡은 아저씨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오소마츠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 마이 리를 키티-! 왜 우리의 데스티니-는 우리를 이렇게나 떼어놓으려고 하는 건가!! 아아-, 야속한 운명이여.”

갈비뼈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삐걱거리는 것을 느끼며 한심하게 흐느끼는 아저씨를 달랬다

눈물을 훌쩍이면서 마저 통화를 끝낸 아저씨가 푸른 셔츠에 꽂아두었던 선글라스를 썼다.


그럼, 가보겠다. 키티-. ! 내일 또 만나자!”

어디 B급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의 대사 같은 말을 던진 아저씨가 빠른 걸음으로 시장 거리를 빠져나갔다

아저씨한테 전화한 사람은 상사려나? 아마 대판 혼나겠지

일도 하지 않고 나를 따라다닌 아저씨의 등을 배웅하며 엄청 무서워 보였던 상사에게 조금이나마 덜 혼나길 빌어주었다.

 

 

 

 

 

4.

 

마지막으로 아저씨를 본 건 일주일 전. 매일 보이던 얼굴이 안 보이니까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린다

마지막으로 헤어진 게 그렇게 헤어져서 그런가

상사에게 너무 많이 혼나서 더는 일 땡땡이치고 못 오게 된 걸지도 모른다

요즈음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 옆에 쓸데없이 큰 덩치가 없는 게 아쉽기까지 하다.


오소마츠 군, 뭐해?”

나도 모르게 지나친 전봇대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함께 귀가하던 토토코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도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시장 거리에서 토토코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중간중간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고 어두운 골목길이 나올 때마다 슬쩍 들여다보았다

또 심하게 다쳐서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고…. 

집 가는 길을 빙 돌아 처음 만났던 골목에도 가 보았지만 어디에도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뭐야—, 뭔가 재미없네.

바보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나빠졌다

아저씨도 뭔가 일이 있어 오지 못하는 거겠지만, 한 번쯤은 잠깐이라도 얼굴을 내비쳐도 괜찮지 않아

괜히 차오르는 심술에 볼을 부풀리고 지름길을 통해 집으로 향했다

해가 지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더불어 찬바람이 쉽게 스커트를 뚫고 들어왔다

훤히 내보인 다리가 으슬으슬 춥다

으으으-.” 하고 신음하며 덜덜 떨었다

내일은 꼭 가디건 걸치고 나와야지…. 


애초에 왜 그런 이상한 집안 풍습이 남아있는 건지

옛날부터 집안 남자들이 젊은 나이에 돌연사하는 일이 많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여장을 할 필요는 없지 않아!?

중학교에 들어가고 여학생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들었을 때 얼마나 황당했는지

그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물론 발광을 하면서 저항했지만, 엄마가 보여준 아빠의 학창시절 사진에 다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엄마가 보여준 사진 속 아빠는 나처럼 세라복을 입고 가쿠란(*남학생 교복)을 입은 친구들 사이에 서 있었다

이야~, 그런 사진 보면 포기할 수밖에 없지

흑백 사진 속 세라복 입은 아빠라니

. 겁나 위험

핵폐기물 수준이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어릴 적 그렇게 뛰어놀았던 익숙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저 앞에 보이는 길모퉁이를 돌면 바로 집 앞이다

멍청히 허공에 시선을 두고 절로 집을 향해 걸어가는 다리를 방치했다

그렇게 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아저씨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오소마츠, 위험하다!!!”

 

기차 화통 삶아 먹은 것처럼 귀청을 가격하는 목소리에 눈을 깜빡이자마자, 아저씨의 팔이 내 어깨를 붙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밀쳐진 내 앞을 아저씨가 막았다

위험하다고 외쳤으니까 차라도 있었던 걸까

망연히 눈을 돌려 내 앞을 다 가린 아저씨 뒤를 확인했다

끼익 끼익,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등 너머로 지나갔다.

 

세발자전거가.

 

아니, -.

확실히 그대로 들어갔으면 부딪혔겠지만

세발자전거랑!?


황당해서 말을 잃은 나를 보며 (제 생각엔) 멋진 손동작으로 선글라스를 벗은 아저씨가 쓸데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다친 곳은 없나? 키티-.”

“…크흐, 흐읏, , 크크크크.”

키티—? 으응~?”


잠깐, 살려줘…. 

웃겨 죽을 것 같아…. 

너무 웃겨서 웃음소리도 안 나온다고!! 

다친 곳 없냐니

치일려던 거 세발자전거였습니다만!? 

뭔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폼 잡으면서 물어보는 건데

, 안돼. 웃겨 죽어~~~!!


히이-, 히이-, 웃음소리가 되지 못한 숨을 몰아쉬며 한참 동안 배를 잡고 나서야 겨우 진정됐다

—, 배 아파.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고나서야 울상으로 나를 응시하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 왜 또 울려고 그래~. 오랜만에 봤는데~.”

퉁퉁, 가볍게 아저씨의 머리를 치자, 울음 섞인 목소리가 닿았다.


오소마츠우~~! 보고 싶었다!! 일주일이나 키티-를 보지 못해서!!”

응응, 나도 아저씨가 안 보여서 심심했어~.”

오소마츠!! 나도 빨리 오고 싶었지만, 일이 바빠서…. 보고 싶었다! 마이 리를 키티-!!”

~!”

콧물까지 흘려가며 훌쩍이더니 와락 나를 안아오는 게 귀엽다

우느라 떨리는 등을 아이를 재우는 엄마처럼 두드려주자 서서히 울음이 잦아들었다

코를 훌쩍이고 우느라 붉어진 눈가를 소매로 훔친 아저씨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위로 올라가는 손을 따라 두꺼운 금시계가 찰칵 소리를 냈다.


이제 절대 떨어지지 않고 지켜주겠다! 마이 키티-!!”

, .”

뭐 대단한 거 선언하는 것처럼 외치는 아저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로 대답했다.

 

 

 

학교를 마치고 토토코를 먼저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

옷이 뚫어질 것처럼 강하게 와 꽂히는 시선을 느끼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빙글 몸을 돌리자 스커트가 함께 너울거렸다

급히 전봇대 뒤로 몸을 숨기는 아저씨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자 아저씨 얼굴에 당황한 게 다 보였다.


아저씨-, 야키소바 먹고 싶지 않아요?”

검은 양복의 소매를 걷어 올린 아저씨 팔에 슥- 팔을 감고, 눈에 걸치고 있던 선글라스를 뺏어 썼다

당황하면서 벌게진 얼굴로 눈도 맞추지 못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대답도 못하는 아저씨 팔을 끌고 시장 거리로 향했다.


내가 맛-있는 가게 알고 있어!!”

, , 하고 우물거리는 아저씨를 끌고 전에 친구들이랑 갔던 맛집으로 들어갔다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아키소바랑 덤으로 오코노미야키도 주문하고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를 보며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 턱을 괴었다.


아저씨가 사주는 거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슬쩍 묻자, 미끼를 덥석 문 아저씨가물론이다!!”하고 신나서 대답했다

아저씨의 몸짓에 큭큭 웃음을 흘리고 있자, 때맞춰 야키소바와 오코노미야키가 나왔다

익숙하게 오코노미야키를 철판에 부어 맛있게 구워 반으로 나눴다.


여기 엄청 맛있으니까-, 많이 먹어, 아저씨!”

호언장담하고 야키소바를 후루룩 빨아들였다

두꺼운 면에 스며든 양념이 입안에서 감돈다

역시 맛있어!! 

오코노미야키도 카리스마 레전드님이 구운 것답게 평범하게 맛있다

대화도 없이 야키소바와 오코노미야키를 흡입하고 있을 때, 맨다리에 꽂히는 시선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홀을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는 알바생 하나가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세라복을 입은 게 신기한 건지, 검은 양복을 입고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아저씨랑 있는 게 신기한 건지, 계속 이쪽으로 시선을 준다

내가 이 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이 동네 사람이 다 알고 있고, 이 가게는 자주 오는 가게라 알바생들 모두 나를 알고 있는데 저렇게 쳐다보는 걸 보면 신입이 분명했다

따가운 시선 때문에 식사에 집중할 수가 없다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뭐라 해야 하나,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원위치로 돌렸을 때, 입에 들어있던 소바를 뿜을 뻔했다.


아저씨가 엄~~~~청 험악한 얼굴로 신입 알바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람 하나 죽일 기세로 노려보니까 신입 알바도 얼굴이 새파래져서 주방으로 도망쳤다

시선이 없어져 마음 편히 맛있는 야키소바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기분이 단번에 올라갔다.


아저씨~, 맛있지? 여기 자주 오는데 오늘은 아저씨랑 같이 먹어서 더 맛있는 것 같아~!”

, 키티-!!”

서비스로 한 마디 날려주자 금방 울먹이며 감동했다는 얼굴을 한다. - 웃어주고 식사를 재개했다.

 

 

배불리 먹고 가게를 나오자마자, 아저씨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스베이더 주제곡이다

액정을 확인한 아저씨가 손을 들어 잠깐 자리를 비우겠다며 가게 뒤쪽으로 들어갔다

발치에 놓인 돌멩이를 차며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림자 하나가 내 위로 올라왔다.


?”

여어—. 이런 데서 혼자 뭐하고 있냐~?”

—, 지금 형아가 기분이 좋으니까 그냥 지나가지?”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드니 얼마 전 중학생들 삥 뜯던 양아치였다

모처럼 아저씨랑 노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좋게 말해줬는데도 머리 나쁜 걸 광고하는지 양아치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침까지 튀겨가며 저번엔 신세 졌다느니, 오늘 잘 만났다느니, 혼쭐을 내주겠다느니, 시끄럽다

그리고 입 냄새 쩔어!! 

아저씨가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손 좀 봐줄까 하고 숨을 고르는 사이 양아치가 먼저 주먹을 날렸다

, 이건 한 방 맞고 시작하겠구나 싶어 이를 악물었을 때, !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통화는 다 끝냈는지 내 앞을 막고 선 아저씨가 양아치 주먹을 막고 있다

양아치도 당황했는지 아저씨를 내리훑었다

나를 등지고 서서 아저씨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양아치 표정을 보건대 또 엄청 험악한 얼굴을 한 것 같았다.

아저씨가 심상치 않은 사람인 걸 알았는지 내빼려는 양아치 배에 아저씨가 깔끔하게 주먹을 먹여주었다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양아치를 보며—!” 하고 감탄과 함께 손뼉을 쳤다

역시! 나보다 싸움이 능숙하다

-.” 하고 숨을 내쉬며 먼지도 묻지 않은 옷을 털어낸 아저씨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아저씨가 내 어깨를 감싸고 그대로 휙 들어 올렸다.


“?!”

부모가 어린애를 안아 올리는 것처럼 팔로 내 무게를 지탱하고 높이 안은 아저씨가 또 잘난 척하는 얼굴을 했다.


키티-는 저런 쓰레기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깨끗한 공기가 어울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아저씨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쓰러진 양아치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여기서 왜 빨개지는데!? 

자신에게 태클을 걸며 붉은 얼굴을 아저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저쪽으로 돌렸다

다행히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아저씨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시장 거리를 나와 익숙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항상 학교 갈 때 지나가는 사거리를 지나 주택가에 접어들었을 때, 겨우 생각났다.

 

지금 나, 엄청 창피한 모습 아님?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려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아저씨의 전화가 또 울렸다

진동으로 바꿨는지부우우우-’ 하는 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아저씨, 전화 오는데?”

괜찮다, 키티-.”

혼나는 거 아냐?”

논논, 전화 하나로 키티-와 있는 이 스위트한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

계속 울리는 전화를 무시하고 걸음을 재촉한 아저씨 덕분에 집에는 금방 도착했다

집 앞에 도착해서야 나를 내려준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밀어 올리고 안쓰러운 말로 작별 인사를 하려는 순간, 처음 보는 아저씨가 옆에 섰다

아저씨랑 비슷한 체격에 보라색 셔츠에 하얀 넥타이를 매고 새하얀 정장을 입은 아저씨는 하얀 중절모를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 사이로 슬쩍 보이는 눈빛이 아저씨 이상으로 흉악하다.


개똥마츠, XX….”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저씨 상사다!! 맨날 전화하는!! 

그 증거로 아저씨 얼굴이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새하얘졌다

아저씨가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상사 아저씨(?)가 아저씨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지보다 한참 어린놈한테 빠져서 일도 팽개치고 잘- 한다!? !!”

아저씨를 질질 끌고 가며 외치는 상사 아저씨에게 일말의 측은함을 느끼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무사하길 빌게, 아저씨.

 

 

 

 

 

5.

 

어제 그렇게 헤어져 놓고 오늘도 나타난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오늘도 와도 괜찮아?”

오소마츠의 질문에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의 전원을 끈 카라마츠가 자신만만하게물론!” 하고 외쳤다

그 외침이 끝나자마자 카라마츠 뒤에 멈춰선 고급 세단을 본 오소마츠가 속으로 카라마츠를 동정하며 눈을 반쯤 뜨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저씨, 저기.”

야 이 개똥마츠!!!”

오소마츠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치마츠에게 멱살을 잡힌 카라마츠가 그대로 이치마츠에게 짤짤 흔들렸다.


내가 어디 가냐고 물어봤을 때, 일하러 간대며! 그래서 일 끝내자마자 오라고 했지?!”

, 아직 안 끝났다!!”

아앙!?”

이치마츠의 노성에 카라마츠가 울먹이며 외쳤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노려보는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가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놈을 죽이는 게 일이잖나! 아직 안 죽였다! 기절시켜서 가둬났으니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자랑스럽게 흉흉한 말을 내뱉은 카라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머리 밖으로 뛰어내리는 어이를 배웅했다

둘을 보고 있던 오소마츠도 그건 아니지, 하는 얼굴로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 하고 긴 한숨을 내쉰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욕을 퍼붓고 카라마츠의 목덜미를 끌고 차로 향했다

오늘도 처량하게 끌려가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아련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오소마츠 앞에 흰 정장이 섰다

손을 들어 가볍게 이치마츠에게 인사를 한 오소마츠가 얕은 스커트 주머니에 손을 꽂고 이치마츠를 노려보았다

남자면서 어울리지도 않는 세라복을 입은 어린 녀석이, 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당돌하게 노려보는 것이 우스워,” 하고 헛웃음을 흘린 이치마츠가 거두절미하고 용건을 전했다.


, 개똥마츠 그 자식 내 말은 안 들으니까 다음에 또 개똥마츠 오면 상대해주지 말고 오지 말라고 해.”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

개똥마츠 아저씨, 엄청 재미있거든요!?”

당돌함을 넘어서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될 정도로 반항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머리를 싸맸다

지금 당장 재킷 안쪽에 있는 총을 꺼내 협박할 수도 없고, 말로 풀려고 해도 이 어린 녀석은 개똥마츠처럼 말을 지지리도 안 들을 것 같다

이마에 수도 없이 솟은 핏줄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큰 키로 오소마츠를 내려다본 이치마츠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럼 네가 개똥마츠를 안 보겠다 할 때까지 따라다닐 거야.”

그러시던가요-.”

이치마츠의 협박에 콧웃음을 친 오소마츠가 번화가로 향했다

오랜만에 오락실이나 갈까, 하고 휘파람을 불며 번화가를 걷는 오소마츠를 발견한 토토코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학교 내에서 제일 미인이자 소꿉친구인 토토코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화색이 되어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오소마츠를 향해 뛰어오던 토토코가 흠칫 놀라며 발을 멈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오소마츠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카라마츠 못지않은 험악한 얼굴로 토토코를 노려보고 있는 이치마츠의 행동에 경악한 오소마츠가 재빨리 손을 저었지만, 토토코는 이미 슬슬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아냐! 토토코!”

, 미안. 오소마츠 군. 토토코, 중요한 볼일이 생각났어. 그럼 내일 보자-!!”

걸음아 날 살려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토토코를 보며 오소마츠가으아아아-.” 하고 신음했다

도망치는 토토코와 절망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그 뒤에 선 이치마츠가 입꼬리를 크게 치켜들고 씩- 웃었다

하아~~.” 하고 저 멀리 사라진 토토코를 보며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제 뒤에 서 있는 이치마츠를 흘겨보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번화가에서 제일 큰 오락실로 들어간 오소마츠가 제일 인기가 많은 격투 게임기 앞에 섰다

인기를 증명하듯 벌써 몇 명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게임은 최근에 나온 유명 격투 게임의 신작이었다

화려한 기술을 쓰며 상대편을 쓰러뜨리는 게임 속 격투가를 보며 눈을 반짝인 오소마츠가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소란스러워진 뒤쪽으로 무심코 눈을 돌렸다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양아치 하나를 붙잡은 이치마츠가 욕설을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주먹이 오고 갈 것 같은 위태로운 공기에 오소마츠가 사색이 되어 이치마츠에게 뛰어갔다

싸우더라도 오락실 안에서 싸우는 건 곤란했다

취미랍시고 양아치와 싸우는 걸 즐긴 오소마츠가 오락실 안에서 싸움을 벌였다가 쫓겨난 적이 몇 번

다음에 또 싸움을 일으킨다면 출입금지 시키겠다던 오락실 주인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양아치 멱살을 잡고 주먹을 쥔 이치마츠에게 매달려그만~~~!!” 하고 울먹이는 사이, 도끼눈을 하고 소란스러운 현장으로 다가온 주인장이 오소마츠를 보자마자 단호히 외쳤다.


또 너냐! 앞으로 출입 금지! 나가!!”

주인장의 말에 오소마츠가 재빨리이번엔 저 아니에요!!” 하고 하소연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당장 나가라며 역정을 내는 주인장에게 이끌려 떠밀듯 오락실 밖으로 튀어나온 오소마츠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그랬죠!!!”

아니~?”

오소마츠의 외침에 이치마츠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입가에 주름을 만들고 입꼬리를 있는 대로 끌어올린 이치마츠의 미소에 까득 이를 갈며 약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힌 오소마츠가 편의점으로 향했다

곧 저녁 시간이지만 화를 낸 탓인지 배가 고팠다

가벼운 샌드위치라도 사 먹을 생각으로딩동하고 울리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이치마츠가 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뭐 사려고? 근데 나’! 마렵네-.”

!?”

여기서 쌀까?”

태연자약하게 물어보는 이치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턱을 떨어뜨렸다

이치마츠의 발언에 편의점 안에 있던 손님과 점원이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이라는 단어를 연발하는 이치마츠를 보며 인내심의 한계를 체험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잡아끌었다

따가운 눈초리를 뚫고 편의점을 나온 오소마츠가 이치마츠 손을 던지듯 놓았다.


, 쫌 꺼져요!!”

가운뎃손가락을 높이 들고 외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히힛-, 하고 웃었다.


내가 왜?”

———!!”

그러니까 빨리 개똥마츠 그만 만나겠다고 약속해. 그럼 꺼져줄 테니까.”

이치마츠의 말에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짜증으로 눈을 감은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안 만나겠다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치마츠의 말을 따르는 것이 싫었다.


무슨 수 없나-? 이 아저씨를 물 먹일 방법이….’

공부를 할 때도 열심히 굴리지 않았던 머리를 헤집어도 좋은 수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안 만나겠다고 약속하고 안 지키면 그만이지, 하고 간단한 결론을 내고 고개를 든 순간,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렸다.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버려두고 펫샵으로 들어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목적지에 이치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펫샵에서 고양이 캔을 두세 개 산 오소마츠가 시장 거리를 빠져나와 빈 공터로 향했다

잡초가 듬성듬성 난 공터에는 회색 콘크리트 토관이 쌓여 있었다

토관 뒤, 길거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풀숲에 들어간 오소마츠가 조심스럽게 쪼그려 앉았다

뭘 하려는 걸까, 오소마츠를 가만히 관찰하던 이치마츠가 풀숲에서-.” 하고 울며 나오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삼색 고양이라고 일컬어지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반갑게 오소마츠를 보고 달려와 몸을 비볐다

그래그래.” 하고 웃으며 고양이 몸을 크게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고양이 캔을 따서 내려놓았다

허겁지겁 캔에 머리를 박고 먹기 시작하는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오소마츠 옆에 다가간 이치마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네 고양이냐?”

아뇨, 버려진 녀석인데…. 토토코가 발견해서 주인 찾을 때까지 돌보기로 했어요. 토토코가 주인 찾아본다고 했는데….”

말을 흐린 오소마츠가 밥을 다 먹고 입가를 핥으며 제게 다가온 새끼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가녀린 몸을 하고 있으면서 볼록 튀어나온 배를 보고 픽- 웃은 오소마츠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골골대는 고양이에게서 시선을 올리자 고양이를 빤히 응시하는 이치마츠와 눈이 맞았다

-, 능글맞은 미소를 흘린 오소마츠가안아볼래요?” 하고 고양이를 이치마츠에게 내밀었다.


, !?”

귀엽죠~?”

당황하는 이치마츠 품에 고양이를 안겨주고 방긋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른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반응을 살폈다

당황해하던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하는 울음에 천천히 고양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치마츠의 손길이 좋은지 금세 골골대는 고양이를 보며 오소마츠도 눈을 가늘게 뜨고 부드럽게 웃었다

문득 올린 시야에 오소마츠의 미소가 걸리자마자 이치마츠가 빤히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고양이를 보고 있나 했더니 자신에게 꽂힌 이치마츠의 시선에 고개를 기울인 오소마츠가왜요?” 하고 물었다.


“…이 애, 내가 데려갈게.”

정말요!?”

이치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 하고 작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치마츠의 손은 여전히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어루만지는 손길에 오소마츠가 배시시 웃으며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잘 됐다~.”

아기에게 말하듯이 온화한 목소리를 흘린 오소마츠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위로 고개를 젖힌 이치마츠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뭐가 또 문제인지—.” 하고 신음하던 이치마츠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먼저 돌아가겠다는 말을 꺼냈다

끈질기게 따라붙을 것 같았던 이치마츠가 돌아가겠단 말을 하자 오소마츠가 다시금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 한 통에 공터 앞에 선 고급 세단으로 걸어간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또 보자.” 하고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멀어지는 세단을 배웅하며또 올 생각이야?” 하고 오소마츠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세라복이 아닌 붉은 후드와 청바지를 입고 현관을 나온 오소마츠가 콧노래를 부르며 마당을 나왔다

오늘 발매한 따끈따끈한 게임을 입수했으니 하러 오라는 친구의 권유에 한껏 기분이 오른 오소마츠 앞을 붉은 장미 꽃다발이 막아섰다.


이틀 만이구나, 키티-.”

선글라스를 벗으며 눈을 반짝이는 카라마츠의 인사말에푸핫-!” 하고 갈비뼈를 잡으며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인 자신에게 장미 꽃다발까지 바치는 카라마츠가 재미있었지만, 오늘은 친구와 게임이 먼저였다

카라마츠에게 오늘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 또 하나의 꽃다발이 눈앞에 나타났다

보라색 장미꽃이 가득한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은 흰 정장을 입은 이치마츠였다

갑작스러운 출연에 놀란 오소마츠와 완전히 굳어버린 카라마츠를 번갈아 보며 씩- 웃은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미안, 개똥마츠. 가티노는 내가 받아간다.”

가티노는 또 뭔가, 눈썹을 찌푸리는 오소마츠와 달리 경악해 얼굴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외쳤다.


아무리이라도 그건 용서할 수 없다!! 오소마츠! ! 내 마음을 받아줘!!”

언성을 높이며 카라마츠가 붉은 장미 꽃다발을 오소마츠 얼굴 앞으로 쑥 내밀었다

에에!?” 하고 당황해 신음을 흘리는 오소마츠 앞에 이치마츠도 질세라 보라색 장미 꽃다발을 치켜들었다.


가티노-, 이거 받으면 원하는 거 다 사줄게.”

이치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는 사이 카라마츠가 다급하게 껴들었다.


, 그건 나도 해줄 수 있다! 키티-!”

개똥마츠 너 월급 90% 삭감.”

“WHAT!?!?”

월급을 깎는다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목청 높여 외친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연년생 형제처럼 투닥거리는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를 보며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앙큼한 미소를 가득 피웠다.

 

그럼…, 누구 걸——”





* 다스베이더 주제곡은 이겁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bzWSJG93P8


* 세라 오소의 취미는 불량배 무찌르기입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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