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카라오소입니다ㅎ


* 육둥이가 타인 설정. 나오는 건 형님조 셋뿐입니다.


* 육둥이가 다니는 학과는 '선생마츠'를 참고했습니다.


* 오소마츠는 멘탈이 초딩. 카라마츠는 아픈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 트위터 친구 '모하'님의 꿈썰을 받아서 썼습니다.


* 공미포  11,498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강의를 마치겠다는 교수님의 말에 카라마츠가 두꺼운 전공 책을 덮었다

먼저 말을 걸어오는 친구들과 함께 강의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점심은 무얼 먹을까, 잡담을 나누는 사이 단대 건물 밖 정원에 도착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부드럽게 몸을 감싸고, 상큼한 풀 냄새가 물씬 담긴 잔잔한 바람이 뺨을 쓰다듬는다

밀폐된 강의실의 답답한 공기에서 벗어나자 자연스럽게 무리의 발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 그 교수님 항상 마츠노한테 읽기 시키잖아.”

맞아. 마츠노가 쓸데없이 목소리랑 발음이 좋아서 그래.”

쓸데없다니 뭔가.”

친구들의 장난에 카라마츠가 눈살을 슬쩍 찌푸렸다

조금 전에 끝난 전공 수업에서도 카라마츠는 홀로 일어나 한 챕터를 크게 읽어야 했다

이어지는 친구들의 가벼운 놀림에 카라마츠가,” 하고 웃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이 카라마츠님의 목소리가 교수님까지 매료시키고 만 것인가…!”

푸핫!! 마츠노, 또 시작이다~!”

진짜, 너 그런 점 웃겨-!”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고 앞머리를 쓸어올리는 카라마츠를 보며 친구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별다른 주제도 없는 잡담이 이어지고 겨우 점심 메뉴를 정했을 때, 귓가에 닿은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단번에 인상을 구겼다


단대 건물 밖으로 나온 한 무리

그 속에 가장 활발하게 떠들고 있는 오소마츠가 있었다

두 무리가 마주치자마자 급속도로 카라마츠를 감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어라~? 이게 누구야? 이번에 리포트 F 받은 마츠노 카라마츠 군이네~? 리포트에 그렇게 자기애가 넘친다면서?”

굳은 카라마츠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는 친구들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오소마츠가 먼저 비아냥대며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하아~.” 하고 지친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말을 바로 잡았다.


교수님께 제대로 설명해, 점수도 정정됐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학생들도 사랑할 수 있는 거다. 바보는 알려줘도 잘 모르겠지만.”

!? 누가 바보야!!”

너 말고 또 누가 있나.”

하아—?!”

빈정대다 역으로 카라마츠에게 한 방 먹고 버럭 화를 내는 오소마츠를 보며 그 뒤에 선 친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보는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는 게 어떤가? 배가 고프면 더 멍청해질 텐데….”

!? , 진짜!!”

카라마츠의 말에 부들부들 떨며 반박하려 입을 연 오소마츠를 친구들이 막아섰다

아직 카라마츠에게 할 말이 남았다며 분을 못 이겨 발을 구르는 오소마츠를 어루고 달래며 질질 끌고 가는 친구들을 보며 카라마츠가 한껏 눈썹을 찌푸렸다.

 

 

아카츠카 대학의 사범대에는 마츠노가 여섯 명 있었다

그 중 영어교육과와 국어교육과의 두 마츠노는 성격도 좋고, 인맥도 넓었다

주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둘은 어째서인지 서로 만나면 못 잡아먹어 안달인 앙숙이었다.

 

 

 

 

 

2.

 

떠들썩한 학생 식당

그 안쪽에 자리를 잡은 오소마츠와 친구들이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과제니, 시험이니, 축제니,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오소마츠는 묵묵히 된장 라면을 후루룩 들이켜고 있었다

축제 이야기에도 오소마츠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친구들이 의아하단 눈으로 오소마츠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갑자기 조용해진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저에게 쏠려있는 것을 눈치챈 오소마츠가 멋쩍게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뭐야.”

아까 마츠노 군한테 진 게 그렇게 분해?”

!? 별로 진 거 아니거든!!”

진 거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마츠노, 은근히 말발 세지.”

그렇게 매일 지면서 왜 마츠노 군만 보면 시비를 못 걸어 안달이야, 너는.”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는 친구들의 질문에 오소마츠가 젓가락을 멈췄다

눈썹을 찌푸리고 볼을 부풀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슬쩍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별로, 보면 열 받으니까….”

그러면서 마츠노 군이 나가는 미팅을 꼬박꼬박 나가고.”

맞아. 그리고 엄~청 훼방 놓지.”

오소마츠, 너 때문에 미팅에 마츠노 데려가는 녀석이 없다구~.”

한숨 쉬듯 내뱉는 친구들의 말에 오소마츠가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탕! 내려놓았다

인상을 팍 찡그린 오소마츠가 억울하다는 투로 외쳤다.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이 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님보다 먼저 여친을 만들려고 하는 저놈이 나빠!!”

뿌루퉁한 얼굴로 외치고는 다시 면발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오소마츠를 보며 친구들은 쓴웃음을 머금고아직 애네, 애야~.”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3.

 

대학 후문으로 나가면 맛집이 쭉 늘어서 있는 먹자골목이 나왔다

싸고 맛있는 덮밥집을 향해 카라마츠가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으러 나온 학생들을 스쳐 지나가며 카라마츠는 작게 이를 갈았다

기분 좋게 강의를 마치고, 기분 좋게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을 터였다

오소마츠가 시비만 걸어오지 않았다면

작은 목소리로 오소마츠 욕을 이어가는 카라마츠를 친구들이 쓴웃음을 짓고 바라보았다.


어이~, 마츠노.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그 녀석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든다!!”

제 어깨를 두드린 친구를 향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친 카라마츠가 고개를 작게 흔들고미안하다.” 하고 사과했다

눈썹을 늘어뜨린 카라마츠를 보며 친구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아니, 괜찮아.”

웃음기 섞인 말로 어깨를 으쓱인 친구 뒤로 아키가 손가락을 들었다.


근데 정말 왜 오소마츠 군은 마츠노 군한테만 그러는 걸까? 알고 보면 엄청 좋은 앤데.”

맞아.”

그 녀석이? 좋은 녀석이라고?? 그건 너희들이 그 녀석의 횡포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아닌가?”

아니거든—? 너 진짜 오소마츠한테는 가차 없구나.”

오소마츠 군은 진짜 착해. 전에 내가 교수님이 맡긴 자료 때문에 끙끙대면서 옮기고 있을 때 도와줬거든.”

나는 오소마츠랑 같이 고깃집에서 알바하는데, 그 녀석 대타 잘 뛰어줘. 매번 부탁하는 내가 미안할 정도로….”

저번에 교양 수업 같이 들었을 때, 내가 상태 안 좋으니까 오소마츠가 의무실까지 옮겨줬어. 그 후에 문병도 와서 약도 챙겨주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미담에 카라마츠가 눈썹을 찡그렸다

도저히 자신에게 항상 시비를 거는 오소마츠라고 믿어지지 않는 일화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 바보 녀석이 그런 일을 한다고?”

오소마츠 군, 인기 많아~. 쾌활하고, 발랄하고, 또 귀엽고. 친구 많지?”

오소마츠 친구 많지. 그 녀석, 사범대 동기 거의 다 알고 있을걸?”

타카시의 말에 카라마츠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껌뻑였다

순간 깨달은 한 가지 사실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카라마츠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친구들 대부분이, 아니 전부가, 오소마츠와 알고 있는 사이였다

카라마츠는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카라마츠와 오소마츠는 같은 사범대라고 해도 과가 달랐다

그런데 어째서 카라마츠의 친구들은 모두 오소마츠와 알고 있는 사이인가

그제야 친구들의 말이 이해된 카라마츠가 이번엔 또 다른 의문에 주름을 잡았다

백 보 양보해 친구들의 말처럼 오소마츠가 상냥하고, 배려를 잘 하는 녀석이라고 한다면, 왜 카라마츠에게는 그런 태도를 보이는가

카라마츠가 기억하는 오소마츠는 눈이 마주치면 항상 먼저 으르렁거리는 녀석이었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기억은 오소마츠가 자신을 보자마자 싸움을 걸어오는 것뿐이었다

필름을 되감듯 많은 기억을 보내고 겨우 도착한 곳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아 처음 만났던 사범대 새내기 환영회였다.


 

과별로 앉아 선배들에게 자기소개를 하고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을 때,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자리를 바꾸기 시작했고, 카라마츠는 우연히 오소마츠 옆에 앉게 되었다

먼저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소개하자, 오소마츠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멍청히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내민 손에 오소마츠 손이 닿는 일은 없었고, 어정쩡하게 허공에 떠 있던 손을 거둔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을 때, 오소마츠의 그것이 시작되었다.


있지—. 뭐야? 그 가죽 재킷은?”

? -. 멋있지 않나? 내가 제일 아끼는 녀석이다!”

아니, 신입생 환영회에 그런 차림으로 보통 와?”

—?”

슬쩍 묻어나오는 시비조에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팔을 잡고 말려도 오소마츠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2? 그거인가? -전 그건데, 시골에서 꿈을 찾아 상경한 애송이.”

어이. 적당히 해라.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헤에—. 못 들어주겠으면 어쩔 거?”

평소라면 참을 수 있었겠지만, 몸에 들어간 알코올은 너무나 간단하게 카라마츠의 이성을 약하게 만들었다

저도 모르게 올라간 주먹을 시작으로 오소마츠와 그 자리에서 치고받고 싸움을 하고 말았다.


 

고개를 흔들어 오소마츠를 처음 만났던 환영회의 안 좋은 기억을 털어버린 카라마츠가 앞서 걸어가는 친구들을 뒤따랐다

친구들은 아직도 오소마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카라마츠 자신에게 그렇게나 적대적인 오소마츠를 입에 담으며 하하 호호 웃는 친구들을 보니 괜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을 추월해 성큼성큼 덮밥집을 향해 걸어가는 카라마츠를 보며 친구들은 고개를 기울였다.

 

 

 

 

 

4.

 

캠퍼스 안이 온통 사람으로 가득 찬 축젯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랑이 인형 탈을 쓰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었다

사범대답게 어린아이들에게 맞춰진 연극과 전시회를 하는 강의실로 안내하며 풍선을 나눠주니,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리 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자신의 땀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오후가 다 지나고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 겨우 빈 강의실에 들어가 쉴 수 있었다.


이거 의외로 힘드네.”

양 탈을 벗어 던지며 쵸로마츠가 의자에 기댔다

사회교육학과인 쵸로마츠도 우리 사범대에 있는 여섯 명의 마츠노 중 하나였다

쵸로마츠의 한숨에.” 하고 대답하며 나도 호랑이 탈을 벗었다

땀에 흠뻑 젖은 얼굴에 겨우 바람이 닿았다

선선한 공기가 적당히 젖은 얼굴을 어루만졌다

동기가 갖다 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두터운 인형 신발을 벗어 던지자, 탁탁탁 하고 경쾌한 발소리가 강의실 쪽으로 다가왔다.


? 쵸로마츠? 여기서 뭐 해?”

강의실로 빼꼼 얼굴을 내민 것은 오소마츠였다

안 그래도 지친 몸이 더욱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통통, 경박하게 발소리를 울리며 들어온 오소마츠는 또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어올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크게파하—” 하고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푸핫!! 뭐야, 이거? ??”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역시나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이란 단어에 고개를 들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 앞에 서서 양 탈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이거 안 더워?”

당연히 덥지! 땀 줄줄인 거 안 보이냐?!”

—, 진짜다. 고생했네.”

땀 닦은 수건을 보여주며 버럭 화를 내는 쵸로마츠의 대답에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오소마츠의 손을 거부하지 않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넌 뭐했냐?”

나는 접수하고 애들 상대.”

—. 너는 수준이 똑같으니까, 애들이랑.”

쵸로 씌, 너무해~!!”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과장되게 눈물을 글썽였다

내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오소마츠라면 평소와 같이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하고 나나 쵸로마츠가 화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꼭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생물을 보는 것 같은 기괴한 느낌에 눈썹을 찌푸리고, 나도 모르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대화에 집중했다.


근데 진짜 땀 많이 흘렸네. 결벽증이 웬일이래~.”

별로 결벽증 아니거든?! 깔끔한 게 좋을 뿐이야!”

그걸 결벽증이라고 하거든요~? …수건 새로 적셔다 줄까?”

…. 그래 주면 고맙고. 이거 새 수건이니까 찬물에 좀 적셔서 갖다 줘.”

오케—.”

쵸로마츠가 건넨 수건을 받아든 오소마츠가 종종걸음으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찬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온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에게 수건을 주고, 쵸로마츠 뒤로 돌아갔다.


지퍼 내린다?”

. 땡큐.”

쵸로마츠가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오소마츠는 인형 옷 등에 달린 지퍼를 내리고 쵸로마츠가 편하게 옷을 벗도록 도와주었다

친구들에게 들었던 상냥하고, 배려심 깊은 오소마츠가 눈앞에 있었다

쵸로마츠가 인형 옷을 다 벗자, 생수병까지 건네주고더 도와줄 거 있어?” 하고 묻는 오소마츠를 보자마자 원인 모를 울분이 치솟았다.


“…나가라.”

?”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내뱉은 목소리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낮았다

놀랐는지 오소마츠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쵸로마츠도 놀랐는지 가만히 나와 오소마츠를 번갈아 응시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게 더 화가 나 오소마츠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엉덩이를 걷어차 강의실 밖으로 내쫓고 문을 잠가버렸다.


“…. 카라마츠, 너 뭐하냐?”

“…옷 벗는데 저 녀석이 방해되서 내쫓은 것뿐이다.”

?”

당연히 황당하단 얼굴을 하는 쵸로마츠를 뒤로 하고 강의실 구석에서 묵묵히 옷을 갈아입었다.

 

 

 

축제의 열기도 모두 사라진 평범한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과제와 시험에 빠져 바쁘게 살다 보니,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전공시험을 끝내고, 리포트 하나를 제출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뻑뻑한 눈을 비비고 건물을 나왔다

환하게 대지를 비추는 햇볕이 따가워 눈을 찌푸렸다

충분하지 않은 수면 덕분에 머리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뒤숭숭한 기분에 시험까지 망친 것 같아 맑은 날씨와 정반대로 내 안은 새파랗게 물들어있었다

일초라도 빨리 자취방으로 돌아가 푹신한 이불에 둘러싸이고 싶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셔틀버스 시간표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밝은 햇살을 뚫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림자가 둘 있었다

그중 한 녀석이 나를 보자마자 잠시 멈칫하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크게 눈에 보였다.

, 여어~. 폭력 선생. 앞으로 선생님이 될 사람이 그렇게 폭력을 써도 돼?”

어이, 오소마츠.”

오늘도 빈정대는 오소마츠를 옆에 서 있던 쵸로마츠가 말렸다

무시해도 될 도발이었다

졸리고 피곤해 저런 싼 도발따위 상관없이 무시하고 지나가 자취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오소마츠 어깨에 올라가 있는 쵸로마츠의 손이 꼭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커다랗게 보였다

하아~.” 하고, 낮게, 한숨이 꺼졌다

퓨즈가 끊기듯 뭔가가 뚝, 하고 끊기는 기분과 함께 절로못 참겠다.” 하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내 주먹은 오소마츠에게 날아가고 있었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썹을 잔뜩 치켜세우고 나를 노려보는 그 얼굴의 한쪽 뺨이 붉게 부어올랐다

잠이 부족한 탓인지 여전히 머리는 멍했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분노가 천천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를 갈며 땅을 박차고 나를 향해 뛰어온 오소마츠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네다섯 번 주먹을 주고받았을 때, 쵸로마츠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미쳤냐, 이것들아!? 주변을 좀 봐!!”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놀라 입을 막고 있는 여학생들, 끼어들어 말릴 타이밍을 재고 있는 남학생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먹구름이 낀 것 같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미안하다, 쵸로마츠.”

사과는 나한테 할 게 아닌 것 같다.”

“….”

쵸로마츠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싸늘하게 나를 바라본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오소마츠.”

? ,”

여기서 더 하려고? 됐고 따라오기나 해.”

“….”

쵸로마츠의 압박에 오소마츠가 작게 혀를 차고 순순히 쵸로마츠를 따라나섰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나도 발을 돌려 자취방으로 향했다

진흙에 발이 파묻혀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다.

 

 

 

 

 

5.

 

볼 한쪽에 커다란 멍을 달고 안 가겠다 버티는 오소마츠를 끌고 쵸로마츠가 향한 곳은 안주가 맛있기로 소문난 가게였다

집에 가겠다는 오소마츠를 강제로 앉히고, 간단한 안주 몇 개와 맥주 두 잔을 빠르게 주문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왜 그렇게 카라마츠한테 시비를 거냐? 들어보니까 미팅도 훼방 놓고 그런다며?”

별로….”

별로는 무슨! 이유도 없이 카라마츠한데 나대서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라던데!”

왜 나한테만 뭐라 하냐!?”

니가 100퍼 잘못한 건데, 너한테 뭐라 하지!”

나도, 나도…! 싸우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라고!! 그냥…, 보면 막 짜증 나고, 열 받고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시비를 걸게 되고…. 그리고 그 녀석이 이상하게 눈에 잘 띄어서 그렇다고!!”

점원이 건네주는 맥주를 받으며 오소마츠의 말을 들은 쵸로마츠가 맥주를 한 모금 넘기며초딩이냐….” 하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젓가락을 들어 안주로 나온 닭강정을 우물거린 쵸로마츠가 아직도 씩씩거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분에 차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오소마츠를 보고 있으면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쵸로마츠가 머리를 굴리며 차오르는 기시감의 정체를 찾기 시작했다.


쵸로마츠으~?”

눈을 감고 있는 쵸로마츠가 잠든 것으로 생각했는지 묘하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쵸로마츠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소마츠, …. 카라마츠를 좋아해…?”

? 내가 걔를? ??”

, 냐니…. 너 맨날 친구들하고 있으면 카라마츠 이야기한다며.”

“….”

계속 생각나고 그러지?”

“….”

그거, 좋아하는 거 아냐?”

“……?”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멍청히 눈을 껌뻑이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오소마츠의 얼굴이 서서히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쵸로마츠가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멘탈이 초딩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진짜 초딩일줄은….”

, , 뭐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위협하듯 외쳐도 딸기처럼 벌겋게 익은 얼굴로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입을 연 순간, 가게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단체 손님이라도 들어왔는지 떠들썩한 공기가 서서히 쵸로마츠와 오소마츠가 앉은 테이블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

낮게 내뱉은 것은 카라마츠였다

무슨 우연인지, 오소마츠와 똑같이 뺨에 멍 자국을 단 카라마츠가 친구들과 함께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있는 가게로 들어왔다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작게 혀를 찬 카라마츠가 몸을 돌려 친구들에게다른 곳으로 가자.” 하고 말했다

주변의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오소마츠의 귀엔 너무나 또렷하게 들렸다

!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내가 있는 게 그렇게 불만이냐!?”

화를 내는 오소마츠를 향해 싸늘한 눈빛으로 대응한 카라마츠가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 불만이다. 너랑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내 시야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매정하게 내뱉은 카라마츠의 말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상냥한 카라마츠답지 않은 말에 친구들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한참을 말이 없던 오소마츠는 가방을 챙겨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를 스쳐 가게를 뛰어나갔다

뒤이어하아~~.” 하고 큰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와 친구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던지고 오소마츠를 따라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가는 쵸로마츠의 등을 시선을 쫓는 카라마츠의 굳은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6.

 

하루, 3, 일주일….

그리고 2주일이 흘렀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와 마주치고 심한 말을 내뱉은 지 2주일

그날의 기분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이라고 할 정도로 최악이었고, 오소마츠 얼굴을 보자마자 꾹꾹 눌러왔던 뭔가가 터지고 말았다

그 후로도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오소마츠가 보이지 않아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시비 거는 이 없이 평화롭게 보낸 시간이 일주일을 넘어 2주일이 되었을 때, 마음에 남아있는 티끌만한 찝찝함이 목을 조였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전적으로 잘못이 오소마츠에게 있었다고 해도, 그날의 그 말은 너무 심했다


사과하고 싶었지만, 오소마츠는 며칠이 지나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거의 매일 마주쳤던 단대 앞에서도 오소마츠를 볼 수 없었다

간간이 그와 함께 다녔던 낯익은 얼굴은 몇 번 마주쳤지만, 그 속에 오소마츠는 없었다.


오소마츠는 없는 건가?”

우연히 강의실 앞에서 마주친 녀석의 친구들에게 물었다

나를 보고 고개를 기울인 이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하고 말을 흐렸다.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다고 먼저 가던데?”

“…, 런가.”

돌아오는 대답에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오소마츠는, 나를 피하고 있다

그런 말을 들었다고 그렇게 딱 잘라 도망갈 필요가 있는 건가

사과할 기회도 주지 않다니, 역시 제멋대로인 녀석이다.


“….”

교수님의 목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그날 본 오소마츠의 얼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입술을 꾹 다문 그 모습은, 상처 받은 것처럼 보였다. 

눈도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꼭 비를 쫄딱 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하고, 안타까웠다. 

후회가 둑이 터진 것처럼 밀려들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오소마츠를 찾아 헤맸지만,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오소마츠를 찾지도 못하고, 아무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소마츠? 글쎄. 요 며칠은 나도 못 봤어.”

가끔 사회교육학과 마츠노랑 같이 있는 건 봤는데….”

근데 이제 같은 단대여도 타과면 거의 못 볼걸?”

.”

혹시 오소마츠를 봤냐는 질문에 친구들이 던진 대답에 놀라 되물었다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거의 전공 수업이잖아. 교양도 없고, 공통 수업도 거의 없고….”

거의 못 보지. 어쩌면 졸업 때나 볼 수 있을지도?”

~, 그건 너무 심했다.”

아냐, 그럴 수 있대. 누나가 타과생이랑 사귀다가 그래서 헤어지는 거 봤고.”

—.”

이어지는 말에 피가 아래로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크게 술렁이고 흔들리는 마음에 혼란스러웠다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감정 속에서 강하게 든 생각은싫다.는 것

이대로 졸업까지 오소마츠를 볼 수 없는 것은, 싫다

만나면 항상 시비를 걸고, 으르렁대고, 싸움만 해도…, 오소마츠가 아예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은 싫었다

주먹을 꽉 쥐고 각오를 다졌다

스마트폰에 저장된마츠노를 선택해 통화 버튼을 눌렀다.

 

 

 

 

 

7.

 

가게에 들어가자 구석에 자리를 잡은 쵸로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의자에 가방을 걸고 앉자, 먼저 주문해놓았는지 맥주가 나왔다.


왜 세 잔이야?”

오늘 또 올 녀석이 있거든.”

쵸로마츠의 말에 고개를 기울이고 맥주잔을 기울였다

시원한 맥주가 맛있다

뛰어와서 타던 목을 맥주로 축이고 안주를 집어 먹으며누구?” 하고 물었다.


, 왔다.”

내 물음에 가게 입구를 쳐다보던 쵸로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누가 오는 건가, 쵸로마츠 쪽으로 목을 쭉 빼고 쳐다보자 카라마츠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져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카라마츠에게 도주로를 막힌 뒤였다.


어딜 도망가려고.”

,”

앉아라.”

차분한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끈해 외치고 말았다.


, !! 네 말대로 안 보이게 해 줬잖아!!”

카라마츠는 멀뚱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말이 심했다. 미안하다.”

“….”

솔직하게 사과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나 순순히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는 카라마츠에게 놀라 도망치는 것도 있고 가만히 서 있자, 쵸로마츠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 앉아. 내가 카라마츠한테 부탁받아서 마련한 자리니까.”

“….”

앉아라, 오소마츠.”

“…알겠어. 앉으면 되잖아.”

쵸로마츠와 카라마츠의 따가운 눈길에 할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안주와 맛있는 맥주가 있는데 테이블 위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는 이 분위기가 너무 싫어서 맥주만 위장으로 부어 넣었다.


, 안주도 집어 먹어.”

.”

겨우 나온 쵸로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주를 집어 먹었다

빈속에 맥주가 들어가서 그런지 금방 술기운이 얼굴로 올라왔다.


내일 리포트 제출일인데, 다 했냐?”

발그스름해진 내 얼굴을 보며 쵸로마츠가 걱정스럽게 눈썹을 찌푸렸다

이번 공통 수업에서 쵸로마츠와 같은 분반이 된 덕분에 리포트는 낼모레까지 하면 된다는 거짓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못했어.”

어쩌려고 그러냐….”

황당하단 얼굴로 푹- 한숨을 내쉬는 쵸로마츠를 노려봐주었다

그렇게 잔소리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한다구!


내가 알아서 해!”

퍽도 그러겠다.”

우씨—.”

친한 만큼 나를 잘 아는 쵸로마츠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볼을 부풀렸다

한심하단 눈으로 나를 보던 쵸롸츠가 또 뭔가 말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한 곳을 빤히 응시하는 쵸로마츠 눈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 앉은 카라마츠가 말없이 안주를 질겅질겅 씹으며나 기분 안 좋소오라를 마구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뭐냐고-. 내 옆에 앉은 게 그렇게 싫으면 쵸로마츠 옆에 앉으면 되잖아…. 

가라앉는 기분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맥주잔을 들었다


이래서 피해왔던 건데…. 

다행히 공통 수업도 카라마츠랑 분반이 다르니까 2주 넘게 카라마츠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잘 지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쵸로마츠한테 부탁까지 해서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 아까 한 사과 때문에

그럼 이제 사과했으니까 가봐도 될 텐데…. 

왜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게다가, 일부러 내 옆에 앉아서 저런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소마츠.”

귓가에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떨었다

.” 하고 대답하자 눈썹을 잔뜩 찌푸린 카라마츠가 물었다.


요즘, …잘 지냈나?”

? 얘가 갑자기 왜 이래??

. —. 대충….”

“…그런가.”

“….”


, 또 침묵!! 

무섭다고!!

뭔데?! 


말없이 다시 안주를 집어 먹기 시작한 카라마츠에게서 눈을 돌려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맥주를 가볍게 들이켠 쵸로마츠가.’ 하는 눈으로 응수했다.


, 쵸로 씌. 내일 알바 몇 시에 끝나?”

“9. .”

같이 게임 해줘~.”

내일 리포트 제출일이라니까? 들었냐?”

알아! 오늘 밤새워서 하면 내일 놀아도 되잖아!”

오늘 밤샐 놈이 잘도 내일,”

!

 

테이블을 내리치는 소리에 놀란 손님들의 눈이 모두 우리에게 쏠렸다

쵸로마츠도 놀랐는지 작은 동공이 더 작아진 것 같았다

세모꼴의 입을 쩍 벌리고 카라마츠를 보고 있는 쵸로마츠를 따라 나도 슬쩍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무셔——!!! 

얼굴 장난 아니야!! 

사람 백 명은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오소마츠.”

히익!!”

다짜고짜 잡힌 멱살에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카라마츠가 살벌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지? 오히려 잘못은 네가 하지 않았나.”

“…, …?”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거다. 사과했는데도 자꾸 내 눈을 피하는 이유가 있나?”

솔직히 대답 안 하면 한대 먹일 기세로 묻는 카라마츠의 눈빛이 뜨겁다

아니, 그것보다…. 

가깝지 않아?! 

얼굴, 가깝다고!! 

진짜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져 당황해 버둥거려도 내 멱살을 잡은 카라마츠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이 고릴라 같은 힘은!!


오소마츠, 대답해라.”

무리!! 살려줘~~!!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 같아 눈을 홱 돌려 쵸로마츠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쵸로마츠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쵸로마츠!!”

이 상황에 또 쵸로마츠를 찾는 건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고백해.”

하아!?”

솔직한 거 좋지. 그래, 오소마츠. -. 이유를 말해봐라.”

!!!”

다시 나를 지그시 응시하는 카라마츠의 눈빛에 결국 얼굴이 터지고 말았다

목까지 새빨개졌을 거야…. 

얼굴이 화끈거리고 김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입을 우물거렸다


말이 쉽지!! 

나를 싫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 녀석한테 고백하라니! 쵸로 씌!! 

어차피 가망 없는 거 확 고백해버리고 차이란 거?! 

~~~,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 안 되겠어

속 울렁거려…. 

토할 거 같다고~~!! 

그리고 심장 터지겠어!!


오소마츠.”

“…. 알겠, 다고…. , 내가…. 자꾸 너를 피하는 이유는….”

 

 

 

 

 

8.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전공 책을 가방에 집어넣은 카라마츠가 푸른 백팩을 어깨에 메고 급히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들의 권유도 미안하단 얼굴로 거절한 카라마츠가 복도를 뛰어 다른 강의실에 도착해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오소마츠.”

!!”

강의실 밖으로 나오는 오소마츠를 발견하고 카라마츠가 반갑게 손을 흔들자, 순식간에 얼굴을 붉힌 오소마츠가 도망치려 몸을 돌렸다.


얀마, 어딜 도망쳐.”

오소마츠 옆에 서 있던 쵸로마츠가 재빠르게 오소마츠 가방을 붙잡았다

도망가려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다가온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에게서 오소마츠를 넘겨받았다.


오소마츠, 점심은 뭐가 좋은가?”

? …, …. 아무, 거나?”

그럼…. 후문에 괜찮은 파스타 집이 있다. 거긴 어떤가?”

, …. 괜찮은데….”

그럼 가자, 오소마츠!”

, 우왓!!”

오소마츠의 대답에 활짝 웃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손을 잡고 이끌었다

맞잡은 손에 얼굴을 붉힌 오소마츠가 당황해 손을 빼내려 해도 카라마츠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또 보자, 쵸로마츠.”

그래~, 잘 가. 카라마츠.”

, 쵸로 씌!!”

잘 가, 오소마츠.”

쵸로 씨이~?!?!”

쵸로마츠를 향해 손을 뻗으며 절규하는 오소마츠를 질질 끌고 후문을 향해 걷던 카라마츠가 뒤돌아 조용해진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뭔가?”

, 잡고 갈 필요 있어? 내가 알아서 간 건데….”

뿌루퉁한 얼굴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피식- 잔잔한 미소를 흘린 카라마츠가 즐겁게 대답했다.


놓으면 도망갈 것 같아서.”

!”

싱긋- 웃은 카라마츠가 얼굴이 잔뜩 빨개진 오소마츠를 데리고 후문을 나섰다

후문까지 오면서 지나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친구들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둘을 응시했다

앙숙으로 유명한 두 마츠노가 손을 잡고 가는 모습에 모두 턱을 떨어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범대에 유명했던앙숙바보 커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 신년특집 3번째 글이었습니다ㅎ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년특집 두번째입니다ㅎ


* 논커플링은 오랜만에 써보네요ㅎㅎ


* 24화 기반, 오소마츠상 2기 이후의 시간대입니다.


* 주의) 자살 관련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약한 장남 주의.


* 초단문이에요... 공미포 3,189자.


* 이 곡을 들으면서 짠 글이라, 글과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하츠네 미쿠 - 깊은 혼수 (http://www.nicovideo.jp/watch/sm31944900)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른 50제


1. (물리적)추락 (오소마츠 중심 올캐러)   레드의 의무 님 신청 키워드.




1.

 

우박처럼 큰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빗줄기

무엇 하나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회색 빌딩 옥상에 붉은 운동화 한 켤레와 빨간 우산이 남아있다

굵은 빗방울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는 붉은 우산은 주인을 잃고 옥상에 처량하게 누워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운동화는 옆으로 누워있다

빌딩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여자의 높은 비명

귀청을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사이에서, 붉은 선혈이 진창으로 퍼지며 떨어지는 빗방울에 허물어졌다


품에 안은 다섯 색의 후드가 천천히 빨갛게, 빨갛게 물들어갔다.

 

 

 

 

 

2.

 

죽음도, 늙음도 존재하지 않았던 에덴의 부부는 지혜의 열매를 먹고 낙원을 떠났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스스로 열매를 베어 먹은 그들은 현실로 나갔다

모형 정원의 낮은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어 오소마츠의 곁을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등을 붙잡고 싶어도, 뻗은 손은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만약 붙잡는다 해도 그들이, 아직도 울타리가 무너진 모형 정원에 멈춰 서 있는 오소마츠를 향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가는 이들의 등을 지켜보았다

혼자 남겨진 그 자리에 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모형 정원은 다시 가득 찼다. 하지만 전과 같지는 않았다

부서진 울타리는 다시 고쳤지만, 전보다 더 허술해진 것은 빤히 보였다

취직도 하지 않고 모형 정원에서 모두 함께 보내는 생활

오소마츠가 너무나 바랐던 생활이었지만, 언젠가 끝날 생활이라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세상을 본 그들은, 이미 열매를 베어 먹었던 이들은, 언젠가 다시 낙원을 떠나갈 테니까

행복한 생활임에도 이 미지근한 온수와 같은 행복이 질질 끌며 이어지는 것이 불안했다

모두 즐겁게, 영원히, 함께. 그것을 바라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리 없으니까

가슴에 느슨하게 퍼지는 죄책감에 눈을 돌렸다

으로서는 그 끝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해…?

 

의문은 답을 주지 않았고, 확실한 것은 끝은 반드시 온다는 것

불안은 점점 커져서 죄책감이라는 수조 밖으로 넘쳐 흘러내리고 말았다.

 

 

 

본체가 없는, 속이 텅 빈 후드가 다가와 오소마츠를 껴안았다.

 

그곳은 춥지 않아.”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비가 쏟아진다

오소마츠는 빙긋- 웃으며 우산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얼굴을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란색, 녹색,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 후드를 품에 가득 안고 은은한 미소를 피운 오소마츠가 저 아래로 다이빙했다.

 

 

「내뱉어서 후회했던 말도, 하고 싶었던 말도, 흘렸던 눈물도,

이미 끝났으니까

전부—, 내가 안고 갈게.

 

 

 

 

 

3.

 

괴상한 옷차림과 달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박사가 건네는 알약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든 토도마츠가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연구소를 뛰어나왔다

하루에 한 알. 사람이, 인간이 생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농축한 알약은 오소마츠를 위한 것이었다

링거에 의존해 점점 말라가는 오소마츠의 가는 팔을 보는 것이 괴로워 박사를 찾았다

그리운 집을 지나쳐 시내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토도마츠는 이해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결정을

어느 날 밤, 토도마츠가 보았던 그 눈물은, 수용 한계를 넘어 문득 흘러넘치고만 눈물이었을 테니까

병원이 보이기 시작해 다시 재촉한 길에, 기다랗게 노을이 드리웠다

어딜 가냐며 붙잡듯이 그림자를 길게 늘인 길에 문득 멈춰선 토도마츠가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하지만, 역시…. 

이 일그러진 시야에 붉은 후드를 입은 등이 있기를 바라고 만다.

 

 

너덜너덜하게 해진 빨간 신발을 들고 쥬시마츠가 강둑을 걸었다

햇빛에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끊없이 이어진 강가를 걷고 또 걸었다

오소마츠와 함께 가보지 못한 곳으로, 오소마츠가 잃어버린 신발을 들고 걸었다

덤벙대는 오소마츠가 잃어버린 신발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쥬시마츠는 오늘도 마을 안을 걸었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오소마츠를 찾기 위해서

어릴 적부터 숨바꼭질이 능숙했던 오소마츠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 다짐하며 주먹을 쥐었다

마을 곳곳을 뒤져서라도

신발이 엉망이 되고 발바닥에 물집이 잔뜩 잡힐지라도, 쥬시마츠는 오소마츠를 찾아 오늘도 마을을 헤맨다.

 

 

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쏟아지는 비에 이치마츠가 우산을 손에 들었다

이치마츠가 떠난 현관에 놓인 우산꽂이엔 보라색 우산이 남겨져 있었다

추적추적 젖어가는 땅을 짓밟고 앞으로 걸었다

, 소리와 함께 펴진 붉은 우산에 두둑두둑 빗방울이 내리친다

조금씩 물웅덩이를 만들어가는 길을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빌딩 앞이었다

정처 없이 걷다가도 이치마츠가 도착하는 곳은 항상 같았다

이곳에 오기 싫어서, 여기만 오면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오지 않으려고 해도 미련한 다리는 이곳으로 향했다.

검은 하늘 위로 솟은 건물의 끝, 옥상을 덜덜 떨면서 올려다본 이치마츠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환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발아래에 쓰러진 검은 형체는 천천히 붉게 물들어가고, 이치마츠의 귓가에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비명소리가 빗발쳤다

-, 이명을 울리며 고막을 파고드는 굉음에 귀를 막아보아도하고 사람이 바닥에 충돌하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에 기우는 몸을 어렵게 다시 세운 이치마츠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여섯 명의 형제, 그중 한 명이 없는 집으로, 휘청대며 빗속을 걸어간다.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들려오는 기계음에 쵸로마츠가 뻑뻑한 눈을 비볐다

오소마츠의 팔에서 이어진 링거는 여전히 한 방울씩 떨어져 긴 터널을 지나 오소마츠의 생명을 붙잡아주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가져온 데카판 박사의 영양제도 이제 거의 떨어졌다

영양제를 물에 녹여 오소마츠의 입속으로 흘려주던 일도 끝날지도 모른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수도 없이 자문해도 쵸로마츠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동이 있더라고 육둥이답게, 답 없는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소마츠를 여기까지 내몰 문제도 없었다

쵸로마츠는 말없이 누워있는 오소마츠의 감은 눈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숨기고 하얀 침대에 엎드려 피곤한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검은 공간에 오소마츠가 있었다. 실실 웃으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여긴 그렇게 춥지 않아.” 라고, 말하곤 뒤돌아 멀어졌다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어 크게 오소마츠를 외쳤지만, 오소마츠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숨을 삼키며 눈을 뜬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오소마츠는 침대에 누워있다

참았던 눈물이 결국 흘러 뺨을 타고 떨어졌다

꿈속에서 들었던 오소마츠의 목소리

쵸로마츠는 잘게 고개를 흔들며 흐느꼈다.

네 목소리가 그랬었나? 너무 오래전이라, 잊어버렸어….

 

 

병원으로 가는 발이 무겁다

손에 든 영양제는 앞으로 몇 번을 더 채워야 할지 알 수 없다

병실 앞에 도착해 심호흡하고 문고리에 손을 걸었다

침대에 엎드리고 있는 쵸로마츠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 카라마츠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쵸로마츠를 집으로 보냈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을 옮기는 쵸로마츠를 안쓰럽게 응시하며 배웅한 카라마츠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영양제와 링거로는 간신히 목숨을 이어갈 뿐, 오소마츠의 몸은 삐쩍 말라 있었다

앙상한 가지처럼 뼈와 가죽만 남은 팔을 쓰다듬고 마른 손을 제 손 위에 올렸다

장남과 차남, 육둥이의 투톱. 모든 것이 대등했다

카라마츠는 자기 손 위에 올린 오소마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른 손은 카라마츠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다

그대로 손가락을 오므려 오소마츠의 손을 꽉 붙잡은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의 얼굴을 살폈다

아주 희미한 미소가 잠든 오소마츠 입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입술을 물고 고래를 숙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손을 양손으로 감쌌다.

그곳이, 그렇게 좋은가? 세상은, 우리들은, 너를 구원할 수 없는 건가…?”

힘없이 늘어진 오소마츠의 손이 자신의 손을 맞잡아주길 바라며 카라마츠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줘….”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병실에 나직이 퍼졌다.

 

 

 

 

 

4.

 

일렬로 늘어선 동생들이 두 팔을 벌리고 오소마츠를 맞이했다.

달려온 오소마츠를 품에 안은 동생들이 활짝 웃었다.


여기선 안심해도 돼.”

여기선 분명 행복할 수 있어.”


귓가에 울리는 달콤한 속삭임에 오소마츠도 미소를 피웠다

있는 힘껏 동생들을 껴안으며나를 놓지 말아줘!하고 외쳤다

빙긋- 미소지으며 오소마츠 등에 둘린 동생들의 팔에, 영혼은 없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WHITEPINE입니다.


그 동안 연재했던 장편도 끝이 났고, 이제 슬슬 50제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마 매주 50제 1편 혹은 2편씩 올라올 것 같아요.


아래 목록은 제가 가나다 순으로 키워드를 정리한 것이고, 50제는 임의로 매겨진 순서에 상관없이 제가 끌리는 대로 써서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완료된 50제는 이 목록에 하이퍼링크로 걸어두겠습니다^^



50제 키워드 모집에 참여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50개가 넘어 제가 몇개 추가해서 55개가 되었습니다만...ㅎㅎ


앞으로 올라올 글들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0제 목록>


번호 키워드 CP 신청자
1 (물리적) 추락오소중심 올캐러 레드의 의무
2 sm 카라오소 라따따
3 감기/독감 쵸로오소/오소른 눈송/똑똑
4 거짓말 카라오소 하늘밤
5 고리/뫼비우스의 띠 카라오소 Luccycarl
6 과로 오소른 즁즁
7 관장 카라오소 오소른♡
8 광대 이치오소 풍운성월
9 괴리 카라오소 Luccycarl
10 구토/피토 오소른 곤약/읭읭읭
11 나의 죽음으로써 작별인사를 하자 오소른 문어빵
12 내 인생에 벚꽃은 아직 피지 못했어 카라오소 캬오오오
13 너구리 오소른 엘녜이
14 닿음 쵸로오소 Luccycarl
15 모든 밤은 변했다 오소른/카라오소쵸로 해야
16 목캔디 이치오소 세수
17 무한루프 오소른 이롭다
18 미안해 카라오소 물밭
19 민감한 몸 카라오소 오소마츄
20 바다 오소른 푸르
21 바보 카라오소 까멩
22 발정기 카라오소 보름달
23 배신 오소른 이랑
24 벚꽃/벚꽃놀이카라오소/오소른 죽어버린-/푸르
25 불면증 오소른 냥냥
26 비눗방울 쵸로오소 끼토산
27 사랑의 기적 카라오소 청시아
28 사제지간 쵸로오소 풍운성월
29 사탕키스 카라오소 야수
30 상처 이치오소 Luccycarl
31 숨바꼭질오소른 카미사마
32 스마일 마스크 오소른 i연비
33 시한부 카라오소 풍운성월
34 실명 오소른 루디브리엄
35 안경 오소른 이사야
36 애널개발 카라오소 에그폭탄
37 애증 오소카라 남우
38 약속 카라오소 WHITEPINE
39 얀데레 오소른 오소마츄
40 여장 쵸로오소 지시아
41 연쇄 오소른 WHITEPINE
42 영혼 오소른 WHITEPINE
43 위염 오소른 ㅇ웡
44 의사 오소른 후루루룩
45 인형/걱정인형 카라오소/오소른 풍운성월/보라연
46 임신 오소른 뜨튼!
47 자해 카라오소/쵸로오소 우주레몬
48 장남의 의무/장남 수륙오소/오소른 에덴/계란찜
49 장례식 오소른 아틀란티스
50 최음제 카라오소 오소맟
51 트위터 카라오소/오소른
52 편지 오소른/이치오소 마카론
53 하나하키 오소른/카라←오소 마츠노 걸/이타이
54 쵸로오소 Luccycarl
55 희생 쵸로오소/오소른 풍운성월/붉소/소방관


* 크리스마스 다 지나서 올리는 크리스마스 특집 단편입니다.


* 욕망 가득한 동생들에게 휘둘리는 오소마츠 이야기에요!


* 공미포 10,275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역시 안됐나.”

터덜터덜 걸어가는 다섯 쌍의 발소리 뒤로 푹-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모처럼 크리스마스라고 옷까지 꺼내 입었건만, 토토코는 데이트는커녕 사진도 찍어주지 않았다.

돌아가달라는 토토코와 사진을 찍어 달라는 육둥이 사이에서 벌어진 실랑이는 자정을 넘어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나서야 멈췄다

부모님도 잠든 늦은 밤. 불이 다 꺼진 현관을 지나 2층 방에 도착한 육둥이가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올해도 애인 없이 보내는구나~.”

처량하게 한숨을 쉬며 발라당 바닥에 누운 오소마츠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제 옆에 앉은 쵸로마츠에게 눈빛을 보냈다

멍하니 천장을 보며 꿍얼거리는 오소마츠는 슬슬 모여드는 동생들을 눈치채지 못했다.

환한 형광등을 눈에 담고잠이나 자자.’ 하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고서야 제 앞에 모여든 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해? 너네.”

아니-.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을 쓰려고.”

최후의 수단?”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토토코에게 데이트를 퇴짜맞고 사진이라도 찍어달라고 절(도게자)를 한 것이 최후의 수단 아니었던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오소마츠를 향해 동생들이 다가갔다.


최후의 수단이 무,”

뭔데?, 하고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다섯 명의 동생들이 일제히 오소마츠 위로 뛰어들었다

뭔데!? 뭐냐고!!” 하고 외치는 오소마츠를 바닥에 누르고 올라탄 카라마츠 뒤로 토도마츠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미안, 오소마츠 형.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오소마츠 형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장남으로서!”

하아!?”

사족은 됐으니까 얼른 이거나 입히자고.”

역시 다섯 명의 적이야!, 하고 외치는 오소마츠를 누르고 쵸로마츠가 꺼내 든 것은 푸른색의 주름치마와 붉은 스카프가 매력적인 세라복이었다

단번에 동생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오소마츠가 거세게 몸을 흔들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를 걷어차고 일어나는 데 성공한 오소마츠가그런 건 너네나 해!!” 하며 도망가려는 발을 붙잡은 것은 구석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이치마츠였다.


우걱!!”

정면으로 바닥과 찐한 키스를 하며 엎어진 오소마츠 위에 드리운 다섯 개의 그림자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반항을 했지만 오늘따라 적들을 밀어내는 것이 힘겨웠다.


뭐야, 너네!! , 진짜 왜 이렇게 세졌어!?!?!”

자칭 타칭 마츠노가 육둥이의 정점인 오소마츠가 아무리 밀어내도 동생들은 마치 한 덩어리가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여섯 명의 사내놈들이 한데 뭉쳐 싸움을 벌여도 마지막까지 일어서 있는 것은 오소마츠였건만, 오늘은 진심으로 펀치를 날려도 데미지가 뜨지 않았다.


, 오소마~? 동정의 집념을 무시하지 말아라!!”

나도 동정이야!!”

오소마츠의 주먹을 막아내며 눈을 반짝이는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발끈해 외쳤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에게 막힌 주먹을 불끈 쥐고 다리를 날렸지만 어이없게도 다리마저 쵸로마츠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만 반항하고 이거나 입어.”

지당한 말씀!”

너네 그런 캐릭터였어?!?!?”

세라복을 들고 다가오는 이치마츠와 바람이 일도록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는 쥬시마츠를 보며 당황해 외친 목소리는 금세 얼굴 위에 씌인 세라복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2.

 

허벅지가 휑해….’

찬 바깥 공기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뽀얀 제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육둥이 넘버 원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욕망에 눈이 먼 동생들은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던 오소마츠는 결국 세라복을 입게 되었다

하얀 루즈 삭스가 종아리 중간에 걸쳐져 신경 쓰인다

짧은 듯 짧지 않은 상의는 겨우 배를 가려주는 정도. 얇은 옷감은 찬 공기를 막아주지 않았다

절로 살 위에 돋은 닭살에 부르르 몸을 떤 오소마츠가 빛을 잃은 눈동자로 제 동생들을 응시했다.


너네 아무리 굶주려도 친형한테 이러고 싶음?”

체념 섞인 물음에 동생들의 고개가 힘차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차라리 톳티가 낫지 않아!? 전에도 여장했고!!”

이미 입은 거, 그만 포기하지? 오소마츠 형.”

분홍색 스마트폰을 꺼내 연사하고 있는 토도마츠를 가리켜도 듣는 이 없었다.

풀이 죽은 오소마츠 귀에 쉴 새 없는 셔터 소리가 닿았다.


오소마츠 형, 잠깐 이렇게 앉아봐.”

?”

토도마츠의 말에 고개를 들고 눈썹을 잔뜩 찌푸린 오소마츠가 일부러 험악한 기운을 풍겼다

학창시절 한창 막 나갔던 시절을 떠올리며 재연해보아도 토도마츠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가와 오소마츠를 바닥에 앉혔다

두 다리를 가지런히 한쪽으로 접어서 앉자 푸른 스커트 자락이 오소마츠의 허벅지 위에 내려앉았다

주름이 펴지며 바닥으로 쏟아지듯 미끄러졌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에 뒤로 넘어가려는 몸을 지탱하려 뻗은 팔을 따라 상의가 올라가 슬쩍 하얀 허리가 드러났다

교묘하게 오소마츠의 얼굴이 다 나오지 않도록 구도를 잡아 촬영 버튼을 연사하는 토도마츠와 달리 몸을 꼼질거려도 익숙해지지 않는 자세에 오소마츠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오소마츠 형! 이것도 좀 써봐!”

하아!?”

토도마츠가 내민 갈색 단발머리 가발. 이전에 미팅 면접을 할 때 토도마츠가 썼던 그것이었다

가발을 받아들고 얼굴을 구긴 오소마츠가 고개를 흔들며 거부하자 또다시 동생들이 달려들었다

이번엔 엎드려서 팔을 세워 턱을 괴고 발을 들어 공중에서 꼰 자세가 된 오소마츠가 세상 다 산 얼굴로 가발을 매만지는 토도마츠를 구경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오소마츠의 검은 머리가 삐져나오지 않도록 다듬은 토도마츠가 갈색 머리칼을 가볍게 오소마츠 귀 뒤로 걸쳤다

불만 가득한 눈으로 토도마츠를 노려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손을 가린 토도마츠가 그대로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하고 울린 소리에 맞춰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꼭 풋풋한 여고생이 자기를 찍으려는 애인에게 앙탈을 부리며 급히 얼굴을 가린 것 같은 사진에 크게 만족한 토도마츠가 흥분한 얼굴로 뿌듯하게 사진을 형들에게 보여주었다

. “오오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동생들을 한심하게 쳐다본 오소마츠가이게 됐지?” 하고 일어서려고 하자 토도마츠가 성급히 손을 뻗었다.


잠깐잠깐잠깐!! 아직, 아직이야!! 이번엔 이 포즈 좀 해줘~!”

오소마츠 어깨를 꾹- 눌러 다시 앉힌 토도마츠가 질렸단 표정을 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숨을 헐떡였다.


이번엔 말이지~.”

, 톳티-? 뭔가 눈이 무서운데…? 그리고 숨도 헐떡이고 있고…. 몸 안 좋으면 그만하고 자자?”

아냐. 나는 지금 멀쩡해. 오소마츠 형, 다음 포즈 부탁할게.”

에에….”

포즈 하나당 천엔.”

할게!! 무슨 포즈를 할까!”

토도마츠가 주머니에서 꺼낸 천엔 지폐를 매가 꿩을 낚아채듯 집어간 오소마츠의 눈이 엔(¥) 모양으로 변했다

지폐를 손에 쥐고 덩실덩실 춤을 추더니뭐 하면 돼!?” 하고 제가 나서서 묻는 모습에 토도마츠가 허탈한 웃음을 흘린 것은 당연했다.


그럼 일단 무릎으로 서 봐.”

토도마츠의 지시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무릎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이렇게 하고…, 다리는 이렇게!”

스마트폰을 옆에 있던 쥬시마츠에게 넘긴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옮기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 간신히 걸려 있던 갈색 단발머리 가발은 저 멀리 던져버린 토도마츠가 완성된 포즈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난 토도마츠 앞에 손 하나를 살포시 턱에 대고 다리를 살짝 벌린 채로 무릎으로 선 오소마츠가 멀뚱히 토도마츠를 응시했다

대체 왜 친형에게 이런 포즈를 하게 만드는가, 멍청히 허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추가된 토도마츠의 요구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아!?”

---까아~, 치마를 살~짝 들어보라구.”

“…내가 왜,”

천엔.”

이렇게~?”

토도마츠가 흔드는 천엔 지폐에 푸른 스커트를 번쩍 들어 올린 오소마츠가 뒤따른 토도마츠의 호통에 귀를 막았다.


, 왜 또!!”

속옷이 보이잖아!! 그 촌쓰럽고 이름이 써진 브리프 보고 싶지 않다고!! 절묘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에에—!? 귀찮아….”

오소마츠 형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그 보일락말락 한 아슬아슬함이 좋은 거라구!!”

“…이러면 돼?”

톳티-의 열정적인 외침에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스커트를 들어 올렸다

손 하나는 턱에 살짝 대고 뽀얀 허벅지를 자랑하듯이 들어 올린 오소마츠가 입술을 얇게 깨물었다.


이거, 뭔 상황…?’

애초에 토토코와 사진을 찍지 못해서 그 대신해 세워진 자신이 왜 가발도 쓰지 않은 채 이런 포즈를 취해야 하는가, 오소마츠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아니지 않음?’

무리하게 취한 자세 덕분에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무릎으로 서 있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것이었나

새삼 깨달으며 쉴 새 없이 울리는 셔터음에 고개를 기울이고 슬그머니 토도마츠를 흘겨보았다

오소마츠의 째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하게 벽장에서 인형 하나를 꺼낸 토도마츠가 인형을 오소마츠에게 안겨주었다.


뭐야…?”

이거 안고 다음은 이렇게 앉아봐.”

토도마츠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30cm 정도 되는 커다란 사람 인형을 가만히 살펴본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톳티 너야?”

-.”

? 너도 카라마츠한테 옮았어!?”

아니거든!! 안고 있기나 해!!”

옆으로 누운 3자 모양의 작은 입에 쓸데없이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인형은 낯익은 분홍색 파카를 입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리며 인형을 뜯어본 오소마츠의 질문에 토도마츠가 답을 흘렸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미리 준비해 놓은 인형이라는 것을 오소마츠와 다른 형들 앞에서 밝힐 수 없었다

! 하고 오소마츠 품에 인형을 던진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어깨를 꾸욱- 눌렀다.

리를 양옆으로 빗겨 앉은 자세로 오소마츠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토도마츠를 올려보았다.


“…그대로 앉아있어.”

눈에 먼지라도 들어갔는지!” 하고 숨을 참으며 얼굴을 가린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서 떨어져 스마트폰을 들었다.

화면 가득 찬 오소마츠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토도마츠 뒤로 눈을 반짝이는 네 명의 늑대가 늘어섰다

스마트폰 너머로 번쩍이는 눈을 보며 오소마츠가 얼굴을 찌푸리고 슬그머니 퍼지는 묘한 불안감에 인형을 꽉 껴안았다

팔에 눌린 인형이 휘어지며 오소마츠의 볼에 머리가 닿은 순간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거 엄청 부드러워!!!”

인형의 머리에 대고 제 볼을 비비는 오소마츠의 모습을 무표정이 된 토도마츠가 찍어대기 시작했다

그칠 줄 모르는 연사 너머에서 숨을 참고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떠는 동생들을 오소마츠가 기묘한 생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응시했다.

 

 

 

 

 

3.

 

이제 만족했어?”

인형을 건네받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 갤러리를 가득 채운 오소마츠의 사진을 보며 행복한 한숨을 내쉰 토도마츠가 발 빠르게 잠금화면과 배경화면을 오소마츠로 설정했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스마트폰을 매만지는 토도마츠를 보며어휴~.” 하고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푸른 스커트 지퍼로 손을 뻗었다.


잠깐! 아직 벗으면 안 돼!”

?”

스마트폰 화면 속 사진을 보며 저 멀리 정신을 날린 토도마츠를 제치고 나온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말렸다

또 뭐가 남았나, 눈살을 찌푸린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손에 들린 것을 보고 사색이 되었다.

 

 

무리무리무리무리!! 무리이~~!!!”

왜 도망가고 그래, 오소마츠 형.”

, 이리와~. 해치지 않아, 오소마츠 형~.”

아니, 무서우니까!! 겁나 무섭다고! 너네!!!”

기겁하며 발을 굴러 뒤로 물러나는 오소마츠를 따라 타박타박 앞으로 걸어간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씨익- 웃었다

분명 밝게 방 안을 비추는 형광등이 닿지 않는지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의 얼굴에 검게 어둠이 드리웠다

자신에게 꽂히는 번쩍이는 하얀 안광에히익!!” 하고 비명을 내지른 오소마츠가 뒤돌아 미닫이문에 손가락을 건 순간, 덥석 자신을 붙잡는 손에 질끔 눈물을 흘렸다.


—, 포기하고 이리 와서 이거 입어.”

히이익-!!!”

루즈 삭스를 입은 발목을 붙잡고 지익- 끌어당겨 웃는 쵸로마츠의 미소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흔들며 저항했지만 다가오는 이치마츠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진기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오소마츠는 속절없이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의 손에 휘둘렸다

머리띠 타입의 검은 고양이 귀가 쫑긋 오소마츠의 머리 위로 솟아났다

허리에 두를 수 있게 되어 있는 고양이 꼬리도 오소마츠의 허리 위에서 길게 바닥으로 늘어졌다

손에는 고양이 발바닥을 모방한 두꺼운 장갑을 낀 채, 오소마츠가 허탈하게 눈을 굴렸다

어느새 토도마츠에게서 뺏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이치마츠가 입꼬리를 잔뜩 들어 올리고 오소마츠 앞에 섰다. 벽장을 뒤지던 쵸로마츠도 손에 뭔가를 들고 오소마츠 앞에 다가왔다.


또 뭐.”

이거 입어.”

“…싫거든!?”

쵸로마츠가 내민 손 위에 놓인 질기고 새까만 스타킹

그 정체를 알아챈 오소마츠가 거세게 반항했다.


너네 아까부터 뭐야!? 이 카리스마 레전드 님한테!! 내가 그런 걸 왜 입냐!? 입고 싶으면 너나 입어! 이 딸딸마츠으!!!”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오소마츠 형.”

?”

오늘은 오소마츠 형이 희생하기로 했잖아? 근데 이 정도도 안 하려고 하면 어떡해? 그러고도 장남이라고 할 수 있어?”

…, 에에—?”

게슴츠레 눈을 뜨고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사무적인 목소리로 몰아붙이는 쵸로마츠의 모습에 스산한 기운이 오소마츠의 등을 감쌌다

당장 일어나 도망치고 싶건만 등 뒤에 이치마츠가 딱 붙어 있어 편히 움직일 수도 없었다.

비명을 다 지르기도 전에 쵸로마츠의 빠른 손이 오소마츠 다리에 걸려있던 루즈 삭스를 벗겨내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은 스타킹을 꽂았다

스타킹을 손에 쥐고 오소마츠의 다리를 따라 올라간 손이 스커트 바로 아래서 멈췄다

여기선 형이 알아서 입어.” 하고 손을 놓는 쵸로마츠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며 오소마츠가 입을 삐죽 내밀고 엉덩이를 들어 스커트 속으로 스타킹을 잡아당겼다

양옆으로 들린 스커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동생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그리 두껍지 않은 스타킹의 검은색 사이로 오소마츠의 살갗이 비쳤다

허벅지에 드리운 스커트 아래 곧게 뻗은 다리에 절로 시선이 가는 모습은 스타킹을 신은 사람이 오소마츠라는 것조차 잊게 했다

잔뜩 흥분해 거센 숨소리를 내뱉는 동생들을 보고 온몸에 돋는 소름에 마른침을 삼킨 오소마츠가 제 앞으로 다가오는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를 보며 몸을 움찔였다.


, 뭐야…!!”

위협하듯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작게 움츠러든 오소마츠를 보며 입꼬리를 비죽이 끌어올린 이치마츠가 고양이 오뎅꼬치를 오소마츠 앞에 흔들었다.


, 오소마츠 형. 울어야지? 야옹~ 하고.”

?”

얼른.”

, 야옹~….”

빛이라곤 보이지 않는 탁한 눈동자에 압도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따라 손을 둥그렇게 말아 얼굴에 가져다 댔다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의 스마트폰을 들어 오소마츠의 모든 것을 동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울음에 더욱 짙은 미소를 피운 이치마츠가 오뎅꼬치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오소마츠의 눈동자가 오뎅꼬치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며 이치마츠가 흡족하게 숨을 내쉬었다.


, 잡아! 사냥 본능을 일깨워 봐!”

에에? 횽아 그런 거 없,”

~? 고양이는 말을 못 하지? 왜 이 고양이는 말을 하는 걸까? ? 이상하지?”

, 야옹~.”

크게 좌우로 흔들리는 오뎅꼬치를 따라 오소마츠가 눈물을 머금고 손을 휘둘렀다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울 수 없지만, 필사적으로 오뎅꼬치를 잡으려고 손을 뻗자으히히히히힛.” 하고 불길한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두 발로 서려고 하면쓰읍!”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짐짓 혼내는 척을 하는 이치마츠 덕분에 무릎을 피지도 못하고 열심히 오뎅꼬치를 쫓다 보니 금세 숨이 찼다.

헥헥,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은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눈을 부릅떴다.


누가 쉬어도 된다고 했어, 아앙!?!?”

에에!?”

야옹!!”

, -오옹~.”

울상으로 외친 오소마츠가 다시 오뎅꼬치를 쫓기 시작해 십 분이 지나고서야 이치마츠의 손이 멈췄다

숨은 헐떡이고, 땀에 젖은 세라복은 축축한 등에 달라붙었다

바닥에 축 들어진 오소마츠를 향해 이치마츠가 손을 뻗자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긴장한 오소마츠의 몸이 잔뜩 굳었다

온몸에 힘을 주고 마음을 졸이며 머리 위로 내려오는 이치마츠의 손을 빤히 쳐다보던 오소마츠의 고개가 살며시 흔들렸다

길고양이들을 간단하게 천국으로 보내주었던 그 손길로 부드럽게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은 이치마츠가 빙긋-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열심히 했네-.”

, 야옹….”

이라고 대답하려던 목소리를 막고 작게 울자 이치마츠의 미소가 온화하게 퍼졌다

생전 처음 겪는 동생의 손길에 눈을 동그랗게 뜬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절묘하게 기분 좋은 포인트를 매만져주던 손이 멀어지자 오소마츠가 저도 모르게….” 하고 아쉬운 한숨을 흘렀다

피식- 작은 미소를 흘린 이치마츠가 제 뒤에서 이 모든 것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던 쵸로마츠에게 눈짓했다

그것이선수 교대의 신호임을 알지 못한 채, 오소마츠가 제게 걸어오는 쵸로마츠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오소마츠 형, 잔뜩 움직였으니까 스트레칭 하자.”

스트레칭?”

. 이렇게.”

쵸로마츠가 내민 토도마츠의 스마트폰 화면엔 긴 매트를 깔고 요상한 자세를 하는 여성이 떠 있었다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화면을 살핀 오소마츠가 순순히 상체를 바닥에 깔았다.


, 렇게…?”

. 손을 좀 더 앞으로 쭉- 뻗고, 엉덩이는 위로 올려. 얼굴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꾸욱- 내리면 돼.”

쵸로마츠의 지시에 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깔고 주욱 몸을 내리깔았다

머리 위로 뻗은 팔과 활처럼 휜 허리를 따라 간신히 허리를 가려주던 상의가 주륵, 등을 따라 아래로 미끄러졌다

어깨에 내려앉은 푸른 카라 뒤로 주름진 하얀 상의가 줄을 섰다

척추를 따라 봉긋 솟은 하얀 등 근육이 푸른 스커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백수가 된 뒤로 제대로 움직인 적 없는 몸이 길게 늘어나며 뚜둑, 비명을 질렀다

오소마츠도 눈을 꾹 감고끄우우우~.” 하고 정체불명의 신음을 흘리고 고개를 들었다.


“….”

?”

눈을 위로 올린 순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쵸로마츠와 시선이 얽힌 오소마츠의 어깨가 튀었다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와 마주한 오소마츠가 재빠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냐.”

여기서 더 말을 걸었다간 큰일 날 것이라는 본능에 따라 오소마츠가 입을 다물고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꿇은 채 정좌하는 오소마츠를 따라 쵸로마츠가 시선을 옮기며 평소보다 들뜬 숨을 내쉬었다.

 

 

 

 

 

4.

 

다음은 쥬시마츠인가?”

오소마츠가 벗어던진 고양이 귀와 꼬리를 정리하며 툭 뱉은 쵸로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붕붕, 공기가 울릴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쥬시마츠의 어느 한 부분을 뚫어지게 응시한 쵸로마츠가 고개를 저었다.


아웃인데?”

쥬시마츠, 너 그거 언제부터?”

쵸로마츠의 중얼거림에 이어 이치마츠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 눈을 아래로 내려 제 고간을 쳐다본 쥬시마츠가 활짝 웃었다.


오소마츠 형아가 세라복을 입었을 때부터!!!”

유쾌한 대답에 오소마츠가 펄쩍 뛰며 일어나 카라마츠 뒤로 숨었다.


무리!! 쥬시마츠는 진짜로 무리!! 장난 아니고 진짜로 엉덩이가 위험할 것 같다고!!!”

아연실색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저 필사적인 외침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쥬시마츠가 육둥이 안에서도 특히 더 튀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크리스마스로 인해 겹겹이 쌓인 욕망을 친형으로 풀고 있는 그들이라고 해도 바로 눈앞에서 형제의 노골적인 스킨쉽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한마음이 되어 손을 내젓는 형제들을 본 쥬시마츠가 천천히 높이 올린 팔을 내렸다

침울하게 눈썹을 늘어뜨린 것과 달리 눈에 띄게 봉긋 솟아오른 그곳은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하하~, 안 가라앉네—!!”

활기찬 어조와 반대로 쥬시마츠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카라마츠 뒤에 숨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쥬시마츠를 응시하던 오소마츠가 머리를 긁적이며 카라마츠 뒤에서 나왔다

슬금슬금 쥬시마츠에게 다가가 두세 번 입맛을 다시더니 멋쩍게 웃으며 쥬시마츠의 머리에 제 손을 올린 오소마츠가 검지로 코 밑을 문질렀다.


미안~, 쥬시마츠. 근데 횽아가 처녀를 잃을 순 없잖아~?”

방 안에 있는 이들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말을 내뱉은 오소마츠가 씩- 장난스럽게 웃으며착하다~.” 하고 쥬시마츠를 달랬다.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쥬시마츠의 얼굴에 활짝, 해님같은 미소가 피어났다

빵긋 웃으며 오소마츠의 손길을 실컷 만끽한 쥬시마츠가 이치마츠가 준비한 얼음물 속으로 다이빙해 들어갔다

~.” 하고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 오소마츠는 뒤에 선 검은 그림자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5.

 

, 하니 어깨에 올라온 무게에 소스라치게 놀란 오소마츠가으헷!?” 하고 비명을 질렀다

, 뒤돌아보니 어디서 꺼냈는지 장미꽃 하나를 내민 카라마츠가 과장된 몸짓으로 선글라스를 벗었다

쓸데없이 반짝이는 눈동자가 형광등에 파랗게 빛났다. 눈을 깜빡이며 카라마츠가 내민 장미꽃을 받아든 오소마츠가푸하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제 배를 감싸 쥐었다.


뭐야, 그거!! 컬러 콘텍트~~!! 왜 또 파란색인데!! ——!! 살려줘요~! 아카츠카 선생니임~~~!!!”

.”

쾅쾅 발을 구르며 바닥을 뒹구는 오소마츠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본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나름대로 최고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어째서 오소마츠는 저리도 웃는 것인가, 고뇌에 빠진 카라마츠가,” 하고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이 장미는 또 어디서 났어~?”

키들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이치마츠의 날아차기에 당해 큰 혹을 단 카라마츠가 딱, 하고 손가락을 맞부딪쳤다.


그거야, 사랑스러운 허니-를 위해서 준비했지. 오늘 같은 스페-셜한 날 그대를 빈손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한껏 추켜세웠다

정면으로  컬러 0콘텍트 렌즈를 낀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자마자 오소마츠가 다시푸흣!”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거~~! 무슨 설정? ‘허니-’ 라니…. 큭큭큭큭….”

끅끅, 숨을 꺾어 마시며 눈을 찡끗거린 오소마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히유—, 한숨과 함께 눈물을 닦아낸 오소마츠가 축 늘어진 카라마츠의 눈썹을 발견하고 ….” 하고 말을 흐렸다

너무 웃었다

촉촉해진 카라마츠의 눈가를 보며 뒤늦은 후회를 한 오소마츠가 밝은 미소를 띠고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 우와-! 같이 있으니까 엄청 좋네, -!”

오소마츠의 입에서 나온달링이라는 단어에 카라마츠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를 듯이 환해졌다

히죽- 웃으며!!” 하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카라마츠가 왕자님처럼 오소마츠의 손을 제 손바닥 위에 올리고 살포시 들어 올렸다


이 뷰티풀-하고 고져스-한 날에 그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니, 영광이다! 마이 하니-!!”

, .”

큭큭, 웃음을 삼키고 어깨를 떨며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제 손을 놓고 빙글빙글 도는 카라마츠를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응시했다

발 하나로 제자리에서 몇 바퀴를 돈 카라마츠가 착, 하고 오소마츠를 향해 멈춰서,” 하고 득의양양한 미소를 보냈다.


그런가 스위티-도 이 상냥하고 멋진 카라마츠와 함께 성탄절을 보낼 수 있어 기쁜 건가!! 그렇군! 아니 그럴 수밖에 없지!!”

—.”

-, 그래. 성탄절! 이 세상에서 가장 퓨어-한 존재가 내려온 날이다! 디 데이! 이런 날을 마이 하니-와 함께 보낼 수 있다니, 나는 진정한 럭키 가이다!! 성스러운 이 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퓨어-한 그대에게 가장 어울리는 날이다! 마이 엔젤-!”

, . 일단 허니라고 할지, 스위티라고 할지, 호칭을 좀 정해줄래?”

미지근한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앞머리를 튕기며물론이다, 허니-!” 하고 대답했다.

으이구~.” 하고 한숨 비슷한 것을 내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뒤에 정렬해 서 있는 동생들을 본 순간, “.” 하고 끓는 웃음을 삼켰다

썩은 통태 눈알 네 쌍이 제 뒤통수에 박혀있는 것을 카라마츠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하고 방안 전체에 울리는 이치마츠의 혀 차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카라마츠가 크게 팔을 휘둘러 오소마츠 앞에 손을 내밀었다.


허니-! 이 카라마츠와 함께 작은 연못에 핀 스타-를 세러 가지 않겠나-!”

낚시 가자고?”

하니-가 원한다면 뜨겁고 격렬한 힘이 맞부딪  치는 곳에서 사랑의 운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군.”

. 경마 말이지.”

그것도 허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비너스의 은혜를 빌어 사랑의 실버 수레바퀴를 손에 넣으러 가지 않겠나?”

파칭코인가….”

길게 늘어놓는 카라마츠의 말을 짧게 정리한 오소마츠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안쓰러운 말을 늘어놓는 카라마츠 뒤에 차가운 눈빛이 달라붙었다

카라마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토도마츠는 눈을 부라리고, 이치마츠는 혀를 찼으며, 쵸로마츠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이어크리스마스인데 그런델 가?” 하고 토도마츠의 기막히단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만은 들렸는지 오소마츠에게 손을 내민 카라마츠의 어깨가 움찔 튀었다

지그시 감긴 눈동자 옆으로 식은땀이 삐질 흐르는 것을 눈치챈 오소마츠가 픽-, 웃음을 흘리고 카라마츠의 손을 맞잡았다.


나는 어디든 상관없어요~. -.”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카라마츠를 감쌌다

, 하고 떠진 눈동자에 오소마츠의 미소가 닿자마자 카라마츠의 입가에 행복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따가운 동생들의 눈살도 물리치고 빙긋- 온화한 미소를 살랑이는 카라마츠의 눈가가 가늘게 휘었다.


-. 그럼 이대로 둘이 마시러 갈까, 오소마츠.”

그새허니-’라고 불리는 것에 익숙해진 탓인지, 카라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다

슬쩍 뜨거워지는 얼굴을 비틀어 눈을 피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콰당!!’ 하고 커다란 소음이 고막을 때렸다.


, 무슨 짓인가!? 브라-, 으읍!!!”

쵸로마츠의 공격 신호에 일제히 카라마츠에게 달려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순식간에 카라마츠를 이불 채로 둘둘 말아 꽁꽁 묶고는 입에 수건을 물렸다

영문도 모른 채 이불과 함께 김밥이 되어버린 카라마츠가 크게 소리를 내도 그 입을 막고 있는 수건에 먹혀 들리지 않았다

애벌레처럼 꿈틀대는 카라마츠 위로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올라타고 이치마츠와 쵸로마츠가 험악한 말들을 카라마츠의 귓가에 속삭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오소마츠가하아~~.” 하고 큰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방을 나왔다.

 

 

복도에 선 두 발은 까만 스타킹에 숨겨진 상태

스커트 아래로 복도의 찬 공기가 휙휙 드나들었다

가슴에 매달린 붉은 리본을 들었다가 놓으며 헛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나 왜 저놈들이 시키는 대로 한 거?’

입구가 막혔으면 유리창 깨고 도망치면 되는 거잖아.’

아니 그 전에, 이거랑 크리스마스가 뭔 상관?’

머리속을 레이싱카처럼 쓩- 하고 지나가는 생각들에 멀뚱히 눈을 깜빡인 오소마츠가 몰려오는 후회에 푹- 고개를 숙였다.






* 오소마츠 수난시대 단편이었습니다.


* 톳티 파트에서 오소마츠 포즈에 트위터 친구 첼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ㅎ


* 이제 겨우 하루 남은 2017년 잘 보내시고, 좋은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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