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마츠가 캐붕입니다.


* 쵸로마츠가 도둑놈... 21세 쵸로마츠 x 6세 오소마츠 이야기입니다.


* 삼남, 사남, 육남이 삼형제. 

  장남, 차남, 오남이 삼형제입니다.


* 공미포 13,596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오소른 50제


28. 사제지간 (쵸로오소)   풍운성월 님 신청 키워드.



1.

 

반듯한 정장을 입고 어깨에 작은 배낭을 멘 남자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작은 아이를 본 순간, 만면에 미소를 피웠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 속에서 눈부신 미소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작은 아이에게 무릎을 굽혀 눈을 맞췄다.


- 선생님! 좋은 아침!”

안녕, 오소마츠.”

잘 굴러가지 않는 혀로 내 이름을 부르는 오소마츠와 인사를 끝내자마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걸어와 인사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에게 맞춰 가볍게 목을 끄덕여 인사를 마치자,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오소마츠에게 잘 지내고 있으라 손을 흔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뛰어갔다

눈썹 날리게 뛰어가는 등을 배웅하며 역시 샐러리맨은 힘들구나, 하고 망연히 생각했다

샐러리맨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고 학부모들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흘리며 아직도 내 발치에 머물러 있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소마츠? 선생님하고 인사했으면 교실 들어가야지~?”

시러! - 선생님이랑 있을래!”

어린아이답지 않게 단호하게 외친 오소마츠가 내 바지자락을 꽉 붙잡고 눈썹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런 걸 받아주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화난 것처럼 보이는 저 얼굴이 귀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선생님이랑 여기서 친구들한테 인사하고 들어갈까?” 하고 물으면, 밝은 미소로 !” 하고 대답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친구들에게로 달려가는 오소마츠를 보며 요새 부쩍 어리광이 는 것에 고개를 기울였다

같은 반 원생과는 이전과 다름없이 잘 놀지만, 혼자 있기 싫어하는 것은 더 심해졌다

어른은 잘 알 수 없는 요상한 대화를 하며 원생들과 웃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건 내가 아무리 고민해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쓸데없는 생각에 에너지를 할애하고 싶지 않아 바로 생각을 차단하고, 짜인 커리큘럼대로 아이들을 불러모아 놀이 교육을 시작했다.

 


넓은 바닥에 1인용 작은 이불이 빽빽이 깔렸다

저마다 가장 편한 자세로 잠든 아이들을 확인하고, 사무실로 발을 옮겼다

하루 중 우리 선생님들에게 유일하게 휴식이 허락된 낮잠시간

잔뜩 굳은 어깨를 움직이자 우두둑- 하고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뻐근한 몸을 기지개 펴 쭉- 늘이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낮잠시간은 앞으로 30분 후에 끝난다. 어젯밤 늦게까지 냐-짱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느라 잠이 부족했다

뻑뻑한 눈을 비비고 책상에 엎드려 한숨을 내쉬었다.

10분만 자자.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이 부드럽게 나를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편히 닫고 서서히 어둠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의식이 별안간 나를 흔드는 자극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쵸로마츠 선생님.”

…, ?”

막 기분 좋게 잠들려던 것을 방해받아 축- 늘어진 기분으로 대답했다

오늘 아이들의 낮잠시간 감독 당번이었던 판다 반 선생님께서 미안하단 얼굴로 그게….” 하고 말을 흐렸다.


선생님 반의 마츠노 군이….”

-, 그 녀석 또 안 자고 버티고 있나요?”

….”

요 며칠 이어진 오소마츠의 행동을 짐작하고 묻자, 판다 반 선생님이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자고 있는 교실로 돌아갔다.

 


오소마츠~?”

“….”

- 잘 시간인데, 왜 또 안 자고 있어~?”

절대적인 수면 부족으로 치솟는 짜증을 꾹꾹 억누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잔뜩 토라진 얼굴로 나를 쳐다본 오소마츠가 내 앞치마를 붙잡았다.


- 선생님도 같이 자.”

선생님도~?”

! 여기서!!”

가볍게 묻자, 고개가 떨어질 것처럼 거세게 끄덕인 오소마츠가 제 옆자리를 팡팡 내리쳤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깔린 이불 사이는 성인 남성이 몸을 쭈그려야 간신히 누울 정도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선생님이 옆에서 같이 자면, 오소마츠도 코- 잘 거야?”

!”

작은 손으로 앞치마를 놓지 않고 재촉하듯 끌어당긴 오소마츠가 눈물로 촉촉이 젖은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 정말….

귀여워 돌아가시겠네.


어린아이 따위 한 번도 귀엽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고, 나는

직업이니까 이렇게 애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제멋대로에, 이것저것 흘리고 말도 안 듣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세상에서 귀여운 건 냐-짱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확고한 믿음이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다.


뭔데, 이 미친 귀여움은….

난 쇼타콤이 아닌데!

귀엽네, 젠장!!

마음속에서 울부짖는 본마음에 눈물지으며 오소마츠 옆에 쭈그려 누웠다.


, 선생님이랑 코- 자자.”

나를 따라 이불 위에 누운 오소마츠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고 그 위에 손을 올려 통통- 천천히 두드려주자, 서서히 오소마츠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오소마츠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잘만 자던 녀석이 내가 옆에 누워야 자는 이 상황이 솔직히 당황스럽다

역시 어리광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

오소마츠가 잠든 것을 알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두드렸다

조금이라도 더 깊은 잠이 들 수 있도록.

 

 

오소마츠를 재우느라 날아가 버린 휴식 시간 후엔 놀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로 나오는 하품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닦아내고 마당을 뛰노는 아이들 가운데 서 있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른 원생들과 활짝 웃으며 공놀이를 하는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너무나 밝았다

보니 낮잠은 제대로 잔 것 같았다

활기차게 뛰노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안심하고 고개를 돌리자 내 옆에서 쭉- 나를 응시하고 있던 요코가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 왜 그래? 요코.”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추자 요코가 기쁘게 웃으며 안고 있던 인형을 얼굴로 들어 올렸다

수줍게 웃으며 인형으로 얼굴을 가린 요코가 간신히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요코랑 같이 소꿉놀이해요.”

소꿉놀이?”

. 선생님이 아빠고, 요코가 엄마야! 그리고 쿠-가 아기.”

들고 있는 인형을 -’라고 칭하며 꼬옥- 품에 안은 요코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못 이기는 척 요코의 손에 이끌려 마당 구석에 있는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털썩 모래 위에 주저앉은 요코가 손을 흔들어 재촉했다.


선생님이 아빠니까 일하고 집에 들어오는 거야! 요코는 밥하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다녀왔습니다~.’ 해야 해!”

그래~.”

말을 마친 요코가 휙 뒤돌아 모래를 만지작거렸다

밥하는 시늉을 하는 요코를 보고 속으로 10을 센 후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빠, 어서 오세요인사했어!”

-도 인사했구나~! 착하네~!”

!”

요코를 따라 인형 머리를 쓰다듬자, 요코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당겼다

동그랗게 뭉쳐진 모래가 있는 곳에 앉아 , 여보. 밥이에요~.” 하고 웃었다

~, 맛있겠다.” 하고 맞장구치며 모래 앞에 쭈그리고 앉자, 파다닥- 하고 거친 발소리가 들여왔다.


안 돼~!!”

조금 전까지 저쪽에서 원생들과 공놀이를 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쏜살같이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요코가 놀이 중간에 들어온 방해꾼을 노려보며 몸을 일으켰다.


“모! 저기 비켜어!!”

안 돼! - 선생님하고 놀면 안 돼!!”

나를 껴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고 단호히 외친 오소마츠가 질세라 요코를 쏘아봤다

요코가 발을 굴리며 화를 내자 오소마츠도 함께 화를 내며 마당에 가득 울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 선생님은 내 꺼!!!”

씩씩대며 외친 오소마츠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 동의를 구하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위로 젖히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뭔데 이 천사!!!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번민하고 있는 내 속도 모르고 함께 마당에 나와 있던 선생님들은 어머나~.” 하고 속 편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오소마츠와 요코의 공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구경하지 말고 좀 말려달라고!! 죽겠다고!

뭐야, 이 생지옥!!!


모에사() 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부림치는 나를 두고 말싸움을 이어가던 요코가 기어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 우으~! 쵸로마츠 선생님~~.”

금방이라도 울어 젖힐 것처럼 나를 보고 훌쩍이는 요코의 모습에 재빨리 요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띄웠다.


그럼 다 같이 할까? 요코가 엄마, 선생님이 아빠하고, 오소마츠는…, 삼촌 할까?”

“…, 으응….”

방실방실 웃으며 말하자 요코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한숨을 내쉬며 멈췄던 (놀이) 상황을 다시 이어가려는 내게 오소마츠가 다시 매달렸다.


시러!! 셋이서 할 거면 쵸- 선생님이 아빠고 내가 엄마 할래!!”

이 무슨 폭탄 발언.

오소마츠의 파격적인 제안에 요코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린아이가 봐도 오소마츠가 엄마를 한다는 것이 이상했는지, 아니면 엄마라는 역할을 뺏기기 싫었는지, 요코가 발을 쿵쿵 구르며 오소마츠에게 외쳤다.


요코가 엄! ! !!”

-!!! 오소가 엄마야!!”

내게 매달려있는 오소마츠를 떼어내려는 요코와 오소마츠 사이에 또다시 실랑이가 이어지고 결국 두 아이 모두 거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우와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우는 요코를 구경하고 있던 선생님에게 맡기고 내 옷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오소마츠를 안아 올렸다

낮잠 시간처럼 통통 등을 두드려주었지만,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오소마츠는 놀이 시간이 다 지나가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유난히 전도 다난했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선생님들에게 손을 흔든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원생들의 반 이상이 부모님과 함께 떠나고, 연장 보육을 신청한 아이들 사이에서 오소마츠가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 선생님, 안아줘!”

발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짧은 두 팔을 활짝 벌린 오소마츠의 모습에 (속으로) 코피를 흘리며 작은 몸을 안아 들었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안고 교실에 돌아가면 다른 원생들도 안아달라고 보챌 것이 뻔했다

오소마츠를 안고 뒷마당에 세워진 토끼 사육장으로 발을 옮겼다

얼마 전에 태어난 아기 토끼들을 보여주자 오소마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엄마 토끼 품에 폭 파묻힌 아기 토끼 두 마리와 혼자 사육장을 돌아다니는 한 마리의 아기 토끼를 본 오소마츠가 손을 들었다.


저 아기는 형아?”

? 형아?”

. 그래서 엄마가 안 안아주는 거야?”

혼자 사육장을 탐험하는 아기 토끼를 가리키며 나를 보고 묻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고개를 기울였다

가끔 어린아이들이 뜻 모를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오소마츠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다.


…. 글쎄-, 선생님은 잘 모르겠다.”

저 아기가 형아일 거야….”

대답을 회피하는 나와 아기 토끼를 번갈아 본 오소마츠가 홀로 대답했다

무슨 경위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오소마츠의 안에선 이미 혼자 떨어져 있는 아기 토끼를 이라고 결정해버린 것 같았다

어쩐지 묘하게 풀이 죽은 오소마츠를 안고 손목시계를 내려보았다

곧 오소마츠의 부모님이 올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하고 오소마츠와 함께 원내로 이동했다

복도에 오소마츠를 내려놓자 순순히 아래로 내려온 오소마츠가 내 손을 붙잡았다

작은 손이 필사적으로 내 손을 붙들고 있는 것이 신경 쓰여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소마츠 곁에 섰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정장을 휘날리며 뛰어오는 오소마츠의 아버님 모습이 보였다.

오소마츠, 아빠 오셨다-.” 하고 속삭이자 기뻐할 것으로 생각했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냐 묻기도 전에 현관에 들어선 오소마츠 아버님이 오소마츠를 불렀다

꽉 붙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 쪼르르 교실로 달려가 가방을 챙겨온 오소마츠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 선생님, 바이바이.”

그래~, 바이바이~!”

오소마츠에게 맞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고개를 꾸벅이는 아버님에게 인사했다

오소마츠는 아쉬운 듯이 나를 쳐다보고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아이들도 부모님 손에 들려 보낸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엉덩이를 내리자 맞은편 책상에 앉은 판다 반 선생님이 의아한 얼굴로 무슨 일이냐 물었다

최근 오소마츠가 어리광이 늘고, 때때로 기운이 없다고 말하자 판다 반 선생님이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노 군 동생 생겼잖아요. 부모님이 동생 돌보느라 바쁘니까 그럴 거예요.”

동생이요?”

선생님의 말에 오래전 동생이 생길 거라며 오소마츠가 자랑을 늘어놓았던 일이 기억났다.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다른 선생님이 끼어들어 애들은 종종 그래요. 동생이 생기면 부모님 관심이 동생한테 가니까 질투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하고…. 우리 애도 그랬거든요.” 하고 웃으며 말했다

맞은편의 판다 반 선생님이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외로워서….”

나도 모르게 나온 혼잣말에 판다 반 선생님이 생긋 웃더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간이 지나 오소마츠의 어리광이 사라질 미래를 상상하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

 

아이들의 놀이 교육이 시작되기 직전,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오소마츠 손을 잡고 뛰어왔다

내게 오소마츠의 손을 건네주자마자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오소마츠의 아버님은 역을 향해 뛰어갔다

평소처럼 오소마츠,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자, 항상 미소로 대답하던 오소마츠가 어두운 얼굴로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했다.

 


등원할 때부터 기분이 나빠 보였던 오소마츠는 수업이 시작된 후로도 계속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놀이 시간이 되어도 마당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왜 기분이 나쁘냐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침부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오소마츠를 앞에 두고 작게 한숨을 내쉰 순간, 사무실에 있던 선생님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덩그러니 교실에 혼자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뒤로 하고 사무실로 가는 중에도 자꾸 오소마츠가 눈에 밟혔다

사무실에 들어가 내게 걸려온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 아버님?”

죄송합니다.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전화를 드리네요….

기운 없는 목소리가 오늘 미처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며 죄송하단 말을 전했다

다른 어린이집보다 보육료가 싼 우리는 급식이 아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오늘 오소마츠가 먹을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는 아버님의 말에 최근 오소마츠의 도시락이 굉장히 빈약했던 것이 떠올랐다

일단 알겠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때마침 놀이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우르르- 어린이집을 울리며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지나갔다

교실로 돌아오자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 사이에서 오소마츠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었다

도우미 선생님에게 아이들 감시를 맡기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 선생님…?”

타박타박- 가벼운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온 오소마츠에게 무릎을 굽히고 시선을 맞췄다.


오소마츠, 오늘은 선생님이랑 같이 점심 먹을까?”

같이…?”

, 다른 아이들에겐 비밀로 하고.”

비밀!”

비밀이라는 단어에 눈을 빛내는 오소마츠에게 웃어 보이며 집게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댔다.


-!”

!”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손으로 제 입을 막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있던 선생님께도 양해를 구한 후, 사무실에 놓인 소파에 오소마츠를 앉혔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소파 앞에 있는 커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최대한 돈을 아끼며 운영되는 우리 어린이집은 교사도 전부 도시락을 싸 와야 했다

성인용의 커다란 도시락통에 오소마츠가 우와~!” 하고 감탄했다

어린이용 수저를 챙기고 오소마츠 옆에 앉아 도시락통을 열었다

어제 먹고 남은 가라아게와 계란말이, 채소 조림 밖에 없는 조촐한 도시락이지만 남은 반찬과 밥을 전부 처리하려고 꾹꾹 눌러 담아 와서 평소보다 양은 많았다

작은 손에 수저를 쥐여주자 오소마츠가 눈을 빛냈다.


- 선생님이랑 같이 먹는 거야?”

. 같이 먹는 거야.”

내 대답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만개했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기운 없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미소를 따라 웃어주고, 도시락 뚜껑에 밥을 조금 덜었다

반찬을 가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소마츠는 채소 조림도 맛있게 먹으며 차근차근 덜어진 밥을 없애가고 있었다.


- 선생님, !”

오소마츠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젓가락에 꽂힌 노란 계란말이가 나를 맞이했다.


? 아니, 잠깐만.

이거 설마, -’는 아니겠지?

연인들 사이의 그 -’가 아닌 거지!?


혼란으로 흔들리는 동공에 오소마츠의 뿌루퉁한 얼굴이 비쳤다

선생님, ~!!” 하고 화를 내며 손을 흔드는 오소마츠에게 이끌려 젓가락에 꽂힌 계란말이를 입에 넣었다.


우헷! - 선생님이 먹었다! 그럼 나도!! 나도 아!”


[오소마츠는 - !’을 사용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기쁘게 웃으며 눈을 살포시 감고 입을 벌린 오소마츠를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오소마츠의 작은 입에 넣어주었다

-!” 하고 감탄하며 맛을 음미하는 오소마츠와 달리 내 심장을 터지기 일보 직전

그야말로 죽기 직전이었다

우물우물 통통한 볼을 움직이며 계란말이를 잘 씹어 넘긴 오소마츠가 맛있어!” 하고 행복하게 웃었다

피식- 웃으며 맛있어?” 하고 되묻자 거세게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엄마가,” 하고 말을 이었다.


엄마가 만든 것도 엄청 맛있어! 내일 도시락에 가지고 올 거야! - 선생님도 같이 먹어! 내일도!!”

그래, 그래.”

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한 눈으로 쳐다보는 오소마츠에게 도저히 고개를 저을 수 없어 작게 수긍하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도 같이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손가락을 내밀어 약속!” 하고 외친 오소마츠가 심장을 강타했다.


―――!!

정말로, 뭔데 이 귀여운 생물은!!!

지나친 귀여움은 눈에 독이 되던가…. 

치솟는 눈물을 머금고 오소마츠의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점심을 함께 먹은 것이 제법 기뻤는지 오소마츠는 오전과 달리 오후에는 활발하게 교실 안을 뛰어다녔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안도하며 내일도 오소마츠와 함께 먹을 수 있게 도시락을 넉넉히 싸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내일 반찬은 뭐로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올 시간이 되었다

아버님이 오실 시간에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헐레벌떡 현관으로 뛰어들어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오소마츠의 손을 아버님에게 넘겨주었다

기분 좋게 뒤돌아 내게 인사한 오소마츠가 제 아빠의 손을 잡아당겼다

-?” 하고 웃으며 고개를 숙인 아버님에게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거리가 멀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버님의 얼굴색이 서서히 변하는 것은 똑똑히 보였다

오소마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소마츠의 손을 놓고 양손으로 오소마츠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시선을 맞춘 아버님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엄마는 카라마츠 돌보느라 바쁘잖아~. 그러니까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되지? 오소마츠는 이제 형아니까 조금만 참자?”

아버님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다문 입술이 울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인 아버님은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착하네-, 오소마츠는.” 하고 말하곤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멈췄던 걸음을 재촉했다.


아아, 저건 참고 있는 건데….


멀어지며 작아지는 오소마츠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나이 차도 별로 나지 않는 형제들. 그중에서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나는 무조건 참아야 했다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도, 먹고 싶었던 간식도, 부모님의 사랑도 모두 동생들에게 양보하고 참아야 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며 의지가 된다고, 착한 아이라고 칭찬하며 내가 참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동생따위 정말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도 좋아서 참는 게 아니라고 부모님께 대들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참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동생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을 모두 뺏어간 원수에서 단순한 나의 동생으로. ‘동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한 번쯤 겪을 경험이겠지만,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다

항상 낙천적이고 밝게 웃는 오소마츠가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조금 싫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다음 날, 아버님과 싸웠는지 잔뜩 토라진 얼굴로 등원한 오소마츠가 나를 보자마자 아버님의 손을 놓고 달려왔다

내 다리에 매달려 간절한 얼굴로 오소마츠가 칭얼거렸다.


- 선생님, 어부바!”

한계까지 참고 있는 어린아이의 얼굴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가 뻗은 손을 잡았다

그대로 오소마츠를 들어 안으려는 순간, 아버님이 오소마츠를 향해 호통쳤다.


어디서 버릇없게! 선생님 힘들게 하면 안 되지!”

아버님의 말에 오소마츠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울상을 지었다

또 입을 꾹- 다물고 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지끈거렸다

아버님 앞에 서서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며 태연하게 웃었다

면목 없다는 얼굴로 오소마츠가 어리광 피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아버님이 시간을 확인하고 역을 향해 걸음을 뗐다

아버님을 배웅하고 뒤돌자, 오소마츠는 울상이 된 얼굴로 더는 내게 매달리지 않고 훌쩍 교실로 들어갔다.

 

 

낮잠 시간, 오소마츠가 계속 마음에 걸려 몰래 오소마츠의 상태를 보러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색색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오소마츠 옆에 앉자,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귀에 걸렸다.


오소마츠.”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자, 오소마츠의 몸이 움찔 튀었다

조심스럽게 담요를 집어 아래로 내리자 눈물 젖은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 …샌님도, 내가 미워? , 선섕님 힘들게 해쪄…?”

울먹이며 묻는 오소마츠에게 다정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힘들게 안 했어. 오소마츠는 하나도 나쁘지 않아. 선생님은 오소마츠 안 미워해. ~청 엄~~청 좋아해.”

, 졍말로…?”

. 선생님은 오소마츠 엄~청 좋아해.”

그럼 쭉- 내 편이야?”

어린아이다운 질문에 눈이 자연스럽게 휘어졌다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 선생님은 항상 오소마츠 편이야.”

 

그 한마디에 오소마츠가 이 세상에 모든 어둠을 몰아낼 수 있을 정도로 활짝 웃었다.

 

 

 

 

 

3.

 

하늘이 새까매진 늦은 저녁.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지친 몸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할까

집에 밥 다 먹었고….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편의점에 들릴 참으로 골목을 꺾은 순간, 털퍽!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리에 추 달린 것마냥 무거웠다

뭐지?, 하고 고개를 내리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소마츠!?!?”

- 선생님 찾았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에 쫄딱 젖은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니,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니까!! 

어린이집하고도, 그리고 오소마츠의 집하고도 꽤 멀리 떨어진 이 동네에 대체 왜 오소마츠가 있는지 혼란스러운 내 머리로는 도저히 답을 낼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늦은 저녁

분명 집에 돌아갔을 오소마츠는 여전히 어린이집 옷을 입고 있었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보자, 축축하게 젖은 오소마츠가 추운지 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재빨리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오소마츠에게 두르고 안아 들어 집을 향해 뛰었다

이대로 놔뒀다간 감기 걸릴 거고, 여기서 오소마츠 집까지 가면 너무 멀다.

정말 오랜만에 전속력으로 뛰어 집에 도착해 거칠게 열쇠를 꽂아 열고 오소마츠를 욕실에 집어넣었다

차갑게 젖은 옷을 벗기고 샤워기로 따뜻한 물을 오소마츠의 몸에 뿌렸다

욕실에 모락모락 피어난 김이 가득 찰 때쯤, 오소마츠의 떨림도 멈췄다

때맞추어 욕조에 가득 찬 온수에 오소마츠를 씻겼다

푹신한 수건으로 꼼꼼히 물기를 닦아내고 오소마츠의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가방에 들어 있던 여분의 옷을 꺼냈다

가방은 흠뻑 젖었지만, 방수 소재여서 안에 들어 있던 옷은 무사했다

우리 어린이집이 항상 여분의 옷을 지참하도록 해서 다행이라 새삼 안심하며 오소마츠에게 옷을 건네주었다.

 

오소마츠.”

“….”

옷을 갈아입고 내 앞에 앉아있는 오소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한숨을 내지 않게 조심하며 다시 부드럽게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왜 거기 있었어?”

“…- 선생님, , 거기, 있다고…. 예전에….”

….”

이전, 선생님 집은 어디냐고 집요하게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적당히 손가락으로 방향만 알려주었던 기억이 났다

저쪽으로 쭉- 가면 선생님 집이야.” 하고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고 이쪽으로 걸어온 건가

아이 걸음으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상상하고 결국 푹- 한숨을 내쉬었다

십중팔구 수준이 아니라 십중십 가출이다

분명 오소마츠의 부모님은 지금 필사적으로 오소마츠를 찾고 있겠지. 

비상연락망이 적힌 수첩을 꺼내 핸드폰을 들었다.


일단 오소마츠 부모님께 연락 드리자.”

시러!!”

내 말에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에 매달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젓고 전화하지 마! - 선생님!!” 하고 외치는 오소마츠를 무릎에 앉혔다.


왜 전화하지 마?”

집에 가기 싫어! 여기서 쵸- 선생님이랑 계속 같이 살래!!”

오소마츠 엄마랑 아빠가 슬퍼할 텐데? 지금도 엄청 걱정하고 계실 거야.”

걱정 안 해….”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흐리며 내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또 고개 숙인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내 무릎 위에서 작게 몸을 웅크린 오소마츠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제 걱정 안 해. 엄마랑 아빠는 카라마츄만 예뻐해. 내가 미우니까. …카라마츄 싫어…. 엄마랑 아빠도 미워….”

어린아이다운 불만에 작게 웃고 정성스럽게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동안 대견하게 잘 참아온 작은 몸을 꽉 안아주고 오소마츠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야. 오소마츠 엄마, 아빠가 얼마나 오소마츠를 사랑하는데. 지금은 동생이 너무 약해서 그래. 오소마츠는 이제 혼자서 잘 할 수 있는데 동생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런 거야. 오소마츠를 사랑 안 하는 게 아니야.”

“…나보다 카라마츄를 더 사랑하는 거잖아.”

“…엄마, 아빠는 오소마츠를 사랑하니까 오소마츠가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근데 오소마츠는 혼자가 싫지? 엄마, 아빠도 잘못할 때가 있으니까 오소마츠가 잘 알려줘야지.”

“…뭐라고?”

나도 혼자는 싫어요~, 하고.”

정말로, 엄마랑 아빠가 나도 사랑하는 거야? 카라마츄를 더 좋아하는 거 아냐?”

아니야~.”

- 선생님도?”

?”

- 선생님도, 카라마츄가 더 좋은 거 아니지?”

귀여운 질투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소마츠를 껴안은 팔에 더 힘을 주어 강하게 끌어안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선생님은 오소마츠가 더 좋아. 선생님은 오소마츠 편이니까.”

“….”

오소마츠의 작은 대답에 천천히 손을 풀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처를 보며 번호를 찍는 내 손을 오소마츠는 막지 않았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아버님의 목소리는 예상대로 엉망이었다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오소마츠가 우리 집에 와 있다는 것을 전하자 떨리는 목소리가 놀랐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알겠다는 대답을 한 오소마츠의 아버님은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 집에 도착했다.

 


 

“…오소마츠.”

“….”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리고 아버님의 눈길을 외면했다

오소마츠의 손을 단단히 붙잡은 아버님은 울 것 같은 얼굴로 걱정했잖아!” 하고 외쳤다

이웃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어 아버님을 말리고 오소마츠가 왜 가출했는지 설명했다

아버님은 내 설명을 들으며 놀란 얼굴을 하고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오소마츠, 아까 선생님이 말한 거 기억해?”

“…아까?”

엄마, 아빠가 잘 모르니까 오소마츠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말.”

….”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아버님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나도 혼자 있는 거 싫어요! 카라마츄처럼 엄마랑 있고 싶어요!!”

오소마츠의 외침에 아버님의 얼굴이 슬프게 일그러지더니 오소마츠를 강하게 안고 미안해.” 하고 속삭였다

주룩주룩, 내 앞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로 오소마츠가 마음껏 웃었다

동네가 떠내려가라 대성통곡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웃에서 건의 한두 건 들어올 것을 각오했다.

 


- 선생님, 바이바이.”

실컷 울어 벌게진 눈으로 오소마츠가 웃었다

마주 웃어주며 손을 흔들자, 오소마츠가 아버님의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었다.


한 건 해결.

더 이상 오소마츠가 힘들어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시원하면서도 역시, 더는 내게 매달리지 않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멀어지는 두 부자(父子)의 모습을 배웅하며 쓴웃음을 흘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걸로 내 천국 같았던 나날도 끝이구나.

 

 

 

 

 

4.

 

쥬시마츠~, 횽아가 데리러 왔어~!”

교실에 퍼지는 앳된 목소리에 공을 굴리며 놀던 쥬시마츠가 벌떡 일어났다

빠르게 가방을 메고 교실을 뛰어나가는 쥬시마츠를 따라 현관으로 발을 옮겼다.


오늘도 고생이 많네, 오소마츠 군.”

진녹색 가쿠란 아래 붉은 후드를 입은 오소마츠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오소마츠가 어릴 때부터 변하지 않은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코 밑을 문질렀다

형아!!” 하고 번쩍 뛰어오른 쥬시마츠를 능숙하게 받아낸 오소마츠가 흘러내린 가방을 고쳐 매고 나를 보며 웃었다.


쵸로 씌도 쥬시마츠 돌보느라 고생했어요~!”

얀마, 제대로 선생님안 붙이냐?”

이제 선생님도 아닌데, .”

가벼운 핀잔에 오소마츠가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다

중학생이나 됐으면서 저런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쥬시마츠를 안아 올린 오소마츠에게 오늘 쥬시마츠의 행동을 간단히 설명했다.


오늘 쥬시마츠가 좀 많이 움직였으니까, 돌아가면 바로 저녁 먹이고. 또 일찍 재워.”

~.”

카라마츠는 잘 지내?”

~! 그 녀석, 연극에 관심 가지고 있던데?”

연극?”

얼마 전에 다 같이 뮤지컬 보러 갔는데 그게 엄청 감동적이었나 봐.”

-.”

지금 어린이집을 쥬시마츠와 카라마츠, 그리고 오소마츠까지 모두 여기를 다녔기에 모두 내 제자였다

간단히 카라마츠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쥬시마츠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잘 가~, 쥬시마츠~!”

아이아이!!”

그리고 오소마츠, 너는 제대로 존댓말 쓰고.”

에이~, 사랑에 나이가 무슨 소용이야~. 오늘도 사랑해~, 쵸로 씌.”

…. 어른을 놀리면 큰코다친다.”

-, 진짠데.”

이젠 아예 습관이 되어버린 고백을 가볍게 흘리고 오소마츠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오소마츠는 내 배웅에 기쁘게 웃으며 내일 또 봐! 쵸로 씌~!” 하고 외치고 쥬시마츠와 나란히 손을 잡고 현관을 빠져나갔다

어릴 적, 동생이 밉다며 심통을 부렸던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엿한 이 된 뒷모습을 배웅하며 가슴이 아득히 퍼지는 따뜻함에 미소가 스쳤다.

 

 

 

5일간의 고생 끝에 찾아온 꿀 같은 휴일

밥 짓는 것도 귀찮아 편의점에서 적당히 도시락을 사서 귀가하는 길에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오소마츠?”

“…쵸로마츠으~.”

대체 어디서 굴렀는지 흙투성이가 된 옷에 쫄딱 젖은 오소마츠가 울먹였다

흠뻑 젖은 모습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폈다

오늘 날씨는 맑음. 비가 온 적도 없다

바싹 마른 바닥에 오소마츠의 옷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이대로 있다간 감기에 걸리고 만다

훌쩍이기 시작한 오소마츠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쵸로 씌 집은 그대로네-.”

젖은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나온 오소마츠가 멍청히 중얼거렸다

갈아 입힐 적당한 옷이 없어 내준 내 셔츠는 오소마츠에겐 조금 컸다

소매를 돌돌 말아 걷고 허리가 맞지 않는 반바지를 흘러내리지 않게 움켜쥔 오소마츠를 바닥에 앉히고 주방으로 나왔다.


남친 셔츠냐!!!

속으로 외치고 바로 스스로 태클을 걸었다


남친은 무슨, 안 사귀니까!! 

아니 오히려 사귀면 위험하니까?! 

바로 철컹철컹이라고!! 


마침 집에 남겨져 있던 레몬청을 꺼내 레몬티를 탔다

컵 한 쌍을 들고 거실로 돌아가 레몬티를 내주자, 오소마츠가 헤실 웃으며 컵을 손에 쥐었다.


, 얘는 왜 나이가 먹어도 이렇게 귀여운 거야!?

아니, 정신 차려라! 쵸로마츠으~!!!


스멀스멀 올라오는 번민을 고개 흔들어 날려버리고 오소마츠를 마주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소마츠, …. 무슨 일 있어?”

…. 나 가출했어.”

!?”

내 질문에 오소마츠가 기운 없는 얼굴로 어깨를 축 늘였다

가출이라는 단어에 두근거리기 시작한 새가슴을 두드리고 다시 조심조심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또 동생들 때문에…?”

“….”

완전히 입을 다물어버린 모습에 지뢰를 밟았나 자책하며 오소마츠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울고 싶은 걸 참고 있는지 부들부들 떨리는 오소마츠의 어깨를 슬쩍 잡자, 오소마츠가 팟! 하고 고개를 들었다.


뻥이지롱~!!!”

하아!?!?”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웃는 오소마츠에게 꿀밤을 한 대 먹여주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 한숨을 내쉬는 내게 키들대며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여운 동생들 때문에 가출할 리 없잖아~. 그 녀석들 나 없으면 안 되고~.”

정말, 너는…. 어른을 놀리지 말라고 했지!”

우햐햐!”

- 침대에 등을 기대고 노려보자 오소마츠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배를 잡고 웃는 녀석들 내버려 두고 남은 레몬티로 목을 축였다

실컷 웃었는지 웃음을 멈춘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은은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쵸로마츠랑 같이 있고 싶었어.

조용한 방 안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들리는 말에 뜨거워지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나를 보며 샐쭉 웃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다시 콩, 때리고 숨을 내쉬었다.


그럼, 정말로 동생들 때문에 힘들거나 하진 않은 거지?”

혹시나 또 힘든 걸 참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 묻자, 오소마츠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세 번 눈을 깜빡이더니 곧 배시시- 웃으며 다리를 모아 감싸 안았다.


. 괜찮아. 쵸로마츠가 쭉- 내 편 해줄 거니까,”

괜찮아, 하고 말을 이은 오소마츠가 정말로 행복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자체발광 기능을 갖춘 오소마츠의 미소에 눈을 돌리고 이를 꽉 악물었다.


천사냐, 젠장.

너무 귀여워서 눈의 독이다.

무릎을 앉은 채로 쓱쓱 엉덩이를 끌고 다가온 오소마츠가 나를 올려다보며 볼을 부풀렸다.


근데 쵸로마츠는 언제 나랑 사귀어 줄 거야?”

사귄다는 것이 당연하단 전제를 깔고 묻는 오소마츠의 이마에 딱콩을 먹여준 후, “선생님 붙이랬지.” 하고 짐짓 엄하게 말했다.


이제 쵸로마츠는 내 선생님은 아니잖아~. ~? 언제? 언제 사귀어 줄 거야?”

꾹꾹- 제 발로 내 무릎을 누르며 조르듯 묻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항복을 안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귀여운 생물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데

열 살이 넘게 나는 나이 차도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오소마츠의 귀여움은 막강했다.

자신에게 질린 한숨을 보내고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인이 되고 나면.”

!”

중간에 다른 녀석 좋아해도 괜찮으니까.”

~? 괜찮아, 안 변해! , 평생 쵸로 꺼고! 쵸로마츠도 평생 내 꺼니까!”

진심으로, ‘이런 열렬하고 귀여운 고백을 듣고 ‘NO!’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더 있다가 가겠다는 오소마츠를 억지로 현관 밖으로 밀어냈다

중학생이 어딜 늦게까지 돌아다니려고 하냐는 내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뿌루퉁한 얼굴로 발을 찼다

오소마츠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까지 배웅하러 나온 내게 오소마츠가 씩- 웃고는 훌쩍 다가왔다.


그럼 앞으로 5년만 더 기다려! 나의 쵸로마츠!!

까치발을 들어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 맞추고 저 멀리 도망가는 오소마츠는 코피로 다잉 메시지를 적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 본격 쵸로마츠가 도둑놈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 '사제지간'이라는 키워드로 처음엔 평범하게 선생 x 고딩을 짜고 있었는데, 순간 쇼타 오소가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제지간이면 보육교사 x 유치원생도 상관 없지, 라는 진리에 도달했...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림이 제법 모여 올려요ㅎ
* 중복 그림 있습니다
* 카라오소가 많타...



여기서부턴 펜선만 딴 상태입니다

도저히 펜선 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라비아마츠 괜히 도전했다 후회중...


여우골이야기 외전 그림 - 어느 외전인지는 다 아시겠죠?ㅎㅎ





Red tear 에필로그...




이하 그림은 그냥 낙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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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카라오소 초단편 가지고 왔어요.


* '사랑'이라는 건 정말 다양한 형태가 있고, 또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죠.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사랑하는 경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써본 단편입니다.


* 카라→오소입니다.


* 공미포 1,734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계단을 올라 미닫이문을 열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제법 시원해진 바람이 불어 들어와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바람이 헝클고 지나간 머리를 매만지며 방 안으로 발을 들이자, 조용한 방에 색-, - 평온한 숨소리가 퍼졌다

낡은 녹색 소파에 누워 잠든 오소마츠를 보며 지긋이 마음에 내려앉은 사랑스러움에 흥분한다

깰 리 없겠지만,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여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


눈을 감고 있는 그 얼굴은 분명 나와 닮았다

길지 않은 속눈썹과 처진 눈썹, 멍청히 벌리고 침까지 흘리고 있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욕정 하며 군침을 삼켰다.

매일 볼 수 없는 귀중한 얼굴에 하늘에 있는 비너스에게 감사를 보내고 소파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 오소마츠가 잠든 얼굴을 본 건 언제였을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 이불에서 자고 있지만, 자리가 떨어진 탓에 오소마츠의 자는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우연히 오늘처럼 일찍 귀가한 어느 날, 이렇게 잠든 오소마츠와 마주쳤다

배까지 내놓고 음냐-.” 하고 색기 없는 잠꼬대를 흘리며 잠든 모습에,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가치관과 기준을 부정당한 충격에 말도 못 하고 멍청히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소마츠의 자는 얼굴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해버린 자신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호흡도 잊어버렸다

여우에 홀린 것처럼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는 마음이 피어나 온몸에 흘러넘쳤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오소마츠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존재한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지금까지 오소마츠의 이런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분했다.


그래, 무엇을 숨기랴

나는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카라마츠 걸-즈 보다도, 아직 만나지 못한 운명의 내 사랑보다도, 잠든 오소마츠를 사랑스럽다 느껴버렸다

온종일 보고 싶은 그 얼굴은 야속하게도 오소마츠가 눈을 뜨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무책임하고 바보에 적당주의인 나의 하나뿐인 형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사랑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일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내 사랑은 오소마츠가 잠들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았다

허구한 날 파칭코다, 경마다, 외출하는 오소마츠가 낮잠을 자는 시간은 드물었다

밤엔 브라더-들 몰래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운 잠든 얼굴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그 얼굴을 환한 빛 아래서 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언제 오소마츠가 낮잠을 잘까, 살피기 시작했다

경마나 파칭코에서 딴 날이나 브라더-와 함께 늦게 까지 마신 날, 오소마츠는 늦잠을 잤다

브라더-가 모두 외출한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 후,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을 만끽했다

또는 새 기계가 들어왔다며 일찍 일어난 날, 파칭코에서 털리고 돌아온 오소마츠는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오소마츠가 브라더-와 하는 대화와 혼잣말, 오소마츠의 지갑 사정 등을 확인하고 오소마츠가 낮잠을 자는 날을 노려 일찍 귀가했다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흘리는 오소마츠의 낮잠을 예측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다

그리고 정확도가 심각하게 높은 예측 결과, 오늘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꿈이라도 꾸는지 몸을 뒤척이는 탓에 앞머리가 눈썹 아래로 내려왔다

슬쩍 손을 뻗어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일순간의 접촉에도 긴장한 손이 벌벌 떨린다

몸을 돌려 소파 바깥쪽으로 모로 누운 덕분에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감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일정한 속도로 느긋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도 귀엽다.


-, 귀엽다.

충동적으로 키스해버릴 정도로….


닿을 듯 말 듯 손을 뻗어 보드라운 볼을 쓸어 올렸다

나와 같은 나이, 같은 성별, 같은 피가 이어진 형제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귀여운 걸까

상상을 초월하는 피부의 부드러움에 감탄하며 눈가를 매만지자, 다시 파르르 떨린 속눈썹이 스쳤다

고요한 방안에 퍼지는 숨소리조차 달콤하게 귓가에 맴돌아 이성을 시험한다

좀 더 이 천국을 만끽하고 싶은 내 바람이 무색하게 시간은 흘러 브라더-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곧 현관문을 열고 쳐들어올 브라더-들을 떠올리고 낮게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멀어졌다

브라더-들이 돌아오고 오소마츠가 눈을 뜬다면 내 사랑은 또 사라져버리고 말겠지

아쉬움에 심장이 아프다


차라리 평생- 오소마츠가 잠들어 버리면 좋을 텐데

쓸쓸함과 함께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에 목매며 눈을 뜬 오소마츠에게 미소로 인사했다.

 

잘 잤나? 브라더-.”





* 싸이코패스...? 카라마츠 였습니다.


* 이번 단편의 카라마츠는 정말 순수하게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에 반했습니다. 오소마츠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ㅎ

* 오랜만에 올캐러네요ㅎㅎ


* 칵테일에 대한 건 인터넷으로 조금 조사했습니다. 자세히는 몰라요ㅎㅎ;


* 모브녀 시점입니다.


* 공미포 15,671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그래서 요즘 어떤데?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오랜 친구 리나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움츠렸다

갈 곳 잃은 손으로 괜히 치맛자락을 잡고 비비며 대답을 망설이자, 전화 저편에 있는 리나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고민 중이야?

….”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답답하다는 듯이 내뱉은 숨소리가 퍼졌다.


내일부터 출장이라고? 그 선배.

….”

선배가 돌아오면 그냥 콱 고백해버려!

우으…. 그건 좀…. 선배가 날 좋아하는지 어떤지 모르고…. 게다가 만약에 잘 돼도 사내연애잖아…. , 정말로 선배를 좋아해도 되는 걸까…?”

줄곧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고민을 머뭇거리며 털어놓자, 리나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항상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해결하는 리나에게도 내 고민은 만만치 않은 상대 같았다

째깍째깍,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시계를 응시했다

정확히 초침이 60번 움직여 분침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을 때, 리나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있지. 칸나, 내가 정~~말 괜찮은 Bar를 하나 알고 있는데 말이야.

“Bar?”

거기 가 보는 건 어때? 고민하면서 매달려도 답도 안 나오고, 기분전환으로.

뜬금없는 조언에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굴렸다

술을 못하는지라 Bar는 고사하고 술집에도 간 적 없었다

망설이다 겨우 , 술 못해.” 하고 말하자, 짧게 웃은 리나가 그래도 한 번 가봐. 하고 등을 떠밀었다.



의외로 고민이 해결될지도 모르고?

리나의 의미심장한 말에 마른 입술을 핥았다.

 

 

 

 

 

2.

 

월요일. 리나가 알려준 주소를 찍어 스마트폰에 비친 지도를 따라 걸었다

술집이 몰려있는 유흥가에 있겠지 했는데, 의외로 리나가 알려준 Bar는 평범한 식당 골목 사이에 콕 하고 박혀 있었다.


늦은 밤, 문을 닫은 식당 사이에서 혼자 어두운 거리에 빛을 비추고 있는 가게 앞에 서서 숨을 들이마셨다

가게 앞에 서 있는 작은 입간판에는 소나무 BAR라고 쓰여 있었다

가게 이름 아래에 「7:00 ~ 1:30 p.m.」라고 영업시간이 쓰여 있어 무심코 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선배가 출장 가고 남은 일을 끝내느라 야근한 덕분에 벌써 저녁 8시를 넘겼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천천히 가게 문에 손을 얹었다.

 

딸랑- 하고 귀여운 벨 소리를 울리며 열린 가게 문을 등에 붙이고 가게를 쭉-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은은한 붉은 조명 아래, TV 광고에서 많이 들었던 익숙한 음악이 잔잔히 흘렀다

가게 문을 기준으로 오른편은 카운터 Bar, 왼편은 좌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작았지만 어쩐지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몇 개 안 되는 좌석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거의 다 남자 손님이었다

Bar에 처음 와 보는 데다 꽉 찬 좌석에 당황해 멍청히 입구에 서 있자, Bar에 서 있던 바텐더 씨가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이~, 거기 손님~? 이리 와 앉아~.”

바텐더 씨의 친근한 말투에 어깨의 힘이 빠졌다

쭈뼛대며 바텐더 씨가 가리킨 카운터에 가 앉았다

의자가 5개 놓인 카운터에 앉아있는 손님은 나 하나뿐이었다.


처음?”

, 아아! !”

뭘 그렇게 긴장해~?”

어린아이처럼 키들거리는 바텐더 씨를 올려다보았다

장난기 많은 천덕꾸러기 같은 미소를 따라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바텐더 씨는 붉은 셔츠에 검은 바지와 검은 조끼를 입고 있었다

뭐랄까, 딱 바텐더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복장이었다

바텐더 씨는 좌석에서 자신을 부르는 손님에게 짓궂은 농담을 툭 던지고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뭐 마시고 싶은 칵테일 있어?”

, 저기….”

바텐더 씨의 질문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런 bar는 처음인 내가 칵테일 종류를 알고 있을 리 없었다.


…, 저기…. , 메뉴 보여주시면 고를게요!”

-, 우리 가게는 기본적으로 메뉴가 없어서~.”

“…?”

바텐더 씨의 충격적인 발언에 나도 모르게 멍청한 신음을 흘렸다

당황한 내 표정에 푸핫!” 하고 짧은 웃음을 터뜨린 바텐더 씨가 코 밑을 쓱 문지르며 물었다.


그럼, 내가 추천해줘도 될까?”

, ! 부탁드립니다.”

! 이 횽아한테 맡겨둬!!”


횽아…?

애 같은 말투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바텐더 씨가 분주하게 움직여 찬장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세모꼴 유리잔을 꺼내 얼음을 채운 바텐더 씨가 모래시계처럼 생긴 작은 컵과 은색 컵을 꺼냈다

계량컵으로 보이는 모래시계 모양 컵에 술을 재서 은색 컵에 부었다

2~3종류의 술을 차례로 계량컵에 재서 은색 컵에 모두 붓고 얇은 수저로 휙휙 저었다

얼음을 채워두었던 유리잔에서 얼음을 꺼내 버리고, 은색 컵에서 섞은 술을 유리잔에 부었다

그리고 작은 술병을 하나 꺼내 5-6방울을 유리잔에 떨어뜨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체리를 칵테일 안에 넣었다

- 하고 갈색을 띤 붉은 칵테일 속에 체리가 잠겼다.


, ‘맨해튼’ 1잔 대령이요~.”

검붉은 칵테일이 붉은 조명에 투명하게 빛났다. 눈앞에 내밀어진 완성된 칵테일에 조금 당황했다

칵테일이라고 하면 보통 셰이커(shaker)’라고 불리는 병에 넣고 흔들어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바텐더 씨가 건네준 술은 스푼으로 휙휙 휘저은 것이 전부였다.


이것도 칵테일인가…?, 하고 의심하며 잔을 들었다

살짝 한 모금 마시자 술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전혀 역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달콤하면서 뒷맛이 깔끔했다

정말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술맛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바텐더 씨가 씩- 웃으며 어때?” 하고 물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술을 맛있다고 느낀 자신에게 놀라며 정말 맛있어요!” 하고 대답했더니 바텐더 씨가 쑥스럽게 웃으며 또 코 밑을 문질렀다.


누나는 술 잘 마셔?”

, 아뇨. 잘 못 마셔요….”

그래? 그거 은근히 센 술이니까 천천히 마셔~.”

이게 세, 센 술이에요?”

깔끔하게 단맛을 잡아주는 쓴맛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강한 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쉽게 목으로 넘어갔다

다시 한 모금 마셔도 도수가 높은 술이라고 믿을 수 없어 바텐더 씨를 올려보자, 싱긋- 눈웃음을 지은 바텐더 씨가 말했다.


그거 아마 30.”

에에에!?”

놀라 어깨를 튀며 외쳤다

절로 나온 큰소리에 재빨리 손으로 입을 가리고 주변에 있던 손님들께 고개를 숙였다

가게 안인데 혼자 큰 소리를 낸 것이 창피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바텐더 씨는 배를 잡고 소리 죽여 끅끅거리며 웃고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나를 응시했다.


누나, 반응 엄~청 웃겨. , 아직도 웃음 나온다~.”

-, 그만 웃어요!!”

아직도 잘게 웃는 바텐더 씨를 노려보며 불평하자 생글- 귀여운 웃음을 피운 바텐더 씨가 미안미안~.” 하고 성의 없는 사과를 건넸다

가벼운 사과에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삐죽 내밀어 고개를 홱 돌렸다

유리잔에 담긴 붉은 술을 마시며 나도 모르게 한 행동에 눈을 깜빡였다

3초쯤 지나고 나서야 내가 한 행동이 얼마나 예의 없는지 깨닫고 재빨리 바텐더 씨와 눈을 맞췄다.


….”

? ? 한 잔 더 시키게?”

, 아뇨….”

당연히 기분 나빠해야 할 바텐더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를 보며 물었다

아직 남아있는 술과 슬슬 얼굴로 오르기 시작한 술기운에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도 다른 손님과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은 바텐더 씨는 시종일관 즐거운 미소를 피웠다

바텐더 씨를 보며 가게 안에 들어왔을 때 느낀 편안함이 이해되었다

분명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도, 바텐더 씨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얼마 남지 않은 술을 홀짝대며 바텐더 씨를 보고 있자, 내게 눈을 돌린 바텐더 씨가 배시시- 웃었다.


근데 누나는 어쩌다 우리 Bar에 왔어? 여긴 단골만 오는 곳인데.”

…. 친구가 소개해줘서요.”

그래? 여긴 아무한테나 소개해주는 데가 아닌데~? 무슨 일로 친구가 여기 가보라고 한 거야?”

…. 제가 좀, 사소한 고민이 있어서.”

무슨 고민인데~?”

그게…. 실은, 직장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제 직속 상사고, 또 신입 사원이었던 제게 일을 가르쳐준 선배이기도 하고…, 좋아하게 돼서…. 근데 선배도 저를 좋아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또 사내연애니까….”

…. 미안, 누나. 나 연애 이야기는 잘 몰라. 대신에!”

바텐더 씨는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며 양팔을 크게 펼쳤다.


여기서만큼은 고민이고 뭐고 다~ 잊고 실컷 놀다 가!”

바텐더 씨의 말에 눈을 깜빡이고 있자, 가게 안에 흐르던 노래가 바뀌었다

한때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노래가 흐르자, 너나 할 거 없이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그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며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즐겁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손님들의 모습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 정말! 돼지 멱따는 소리 내지 마~!”

몸까지 들썩거리며 노래 부르는 손님들에게 바텐더 씨가 장난스럽게 외쳤다

무례할 수 있는 바텐더 씨의 말에 손님들은 그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에게 말하듯 그럼 바텐더 씨가 불러봐!” 하고 마이크로 쓰던 숟가락을 쑥 내밀었다

잘 들으라고~?” 하고 자신만만하게 웃은 바텐더 씨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게 안에 퍼지는 바텐더 씨의 목소리에 손님들 모두 말을 잃었다

가슴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꼭 속삭이는 듯한, 낮은 듯하면서 낮지 않은 감미로운 목소리가 순식간에 가게 안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2절 후렴구를 완벽하게 따라 부르고 노래를 멈춘 바텐더 씨가 손님들을 보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려보았다.


, 어때? 죽이지?”

바텐더 씨의 말에 손님들이 과장된 몸짓으로 분하단 듯이 쿵쿵거리며 , 졌다!!” 하고 소년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했다

바텐더 씨와 손님의 대화에 집중해있던 손님들이 모두 와하하- 웃었다.

나도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고 어깨를 떨었다

바텐더 씨는 손님들을 보며 근데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기분이 업 됐어?” 하고 물었다

손님들은 일행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이 녀석 오늘 일 때려치웠어.” 하고 웃었다

바텐더 씨의 시선을 받은 손님이 이제 백수야….” 하고 푹 고개를 숙였다.


뭐야 그거, 개 부럽!”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진지한 바텐더 씨의 표정에 놀랐다

손님들은 바텐더 씨의 말에 또 한차례 큰 웃음을 쏟아냈다.


나도 백수하고 싶어! 평생 부모님 등골 빨아먹으며 살고 싶어~!”

쓰레기네~!”

글러 먹었구먼!”

왜 사냐!?”

바텐더 씨의 발언에 손님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바텐더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씩- 웃으며 손님들의 수위 높은 농담을 받아쳤다

또 한차례 바보 같은 대화가 오가더니 손님 하나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바텐더 씨에게 자랑했다.


왜 이래? 나 이래 봬도 귀엽단 소리 들었다고?”

? 누구한테?”

내 여친.”

? 눈이 삐었네. 그리고 나가 죽어라, 리얼충.”

경멸하는 눈으로 -, -.” 하고 개 쫓듯 손을 휘젓는 바텐더 씨를 째려보며 손님의 자랑이 이어졌다.


귀엽거든!? 난 어리니까!!”

?! 웃기시네-, 아무리 어려도 성인 남자거든!!”

이래도 안 귀여워? 꾸꾸 까까.”

이런 미친…. 단골만 아니면 내가 팼다.”

취한 게 분명한 손님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며-, 꾸꾸 까까…?- 귀여운 척을 하자 바텐더 씨가 bar를 닦고 있던 흰 걸레를 집어던졌다

옆에 있던 손님들도 토하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꼭 고등학교로 돌아간 것 같았다

반에서 한 명씩 있는 장난기 많은 남학생과 그 주변에 모인 학생들의 웃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만담 같은 대화가 손님과 바텐더 씨 사이에서 오고 갔다

바텐더 씨의 말투와 툭 던지는 농담에 웃음을 터뜨린 건 나뿐이 아니었다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 모두 같은 반 친구들처럼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실컷 웃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문득 폰을 확인했다

어느새 11시를 훌쩍 넘은 시각에 놀라 막차 시간을 확인했다

손님과 함께 웃던 바텐더 씨가 나를 보며 이제 가게?” 하고 물었다

옷을 주섬주섬 챙기며 고개를 끄덕이자, 바텐더 씨가 bar에서 걸어 나왔다.


잠깐만 기다려 봐.”

?”

택시 불러줄게. 여자 혼자 역까지 걸어가는 건 위험하니까. 여기 인적 드물고.”

…,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 또 오라는 뇌물이니까~.”

뇌물….”

바텐더 씨가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빨간색 케이스를 낀 폰을 멍하니 쳐다보며 나와 같은 기종이네…, 하고 멍청히 생각하고 있자 통화를 끝낸 바텐더 씨가 가게 문을 열었다

어두운 길가에 서 있는 택시를 보며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지갑을 꺼내 술값을 냈다.


택시 감사합니다!”

고마우면 내일도 놀러 와~!”

! 꼭 올게요.”

택시에 몸을 싣고 바텐더 씨에게 인사했다

가게 앞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바텐더 씨의 친절함에 내일도 꼭 오자고 다짐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고민도, 걱정도 잊고 실컷 웃을 수 있었다.

 

 

 

 

 

3.

 

바텐더 씨의 미소와 친근함에 위로받은 나는 오늘도 가게 앞에 섰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과의 만담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대며 기대하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문을 열었다

가게 안은 어제와 달리 푸른 등이 은근히 내려앉아 있었다

안에 퍼지는 노래도 어제와 달랐다.

이건 꽤 옛날 노래…. 그래, 오자키라는 가수의 노래다. 간간이 팝송도 섞여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어젠 남자뿐이었던 손님도 남녀가 반반 섞여 소곤소곤 조용히 대화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가게 같은 분위기에 놀라 뻘쭘하게 입구에 서 있자, 바텐더 씨가 말을 걸었다.


리틀 레이디-, 이쪽에-.”

바텐더 씨가 가리킨 카운터 의자에 앉아 바텐더 씨를 보자, 바텐더 씨도 어제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푸른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어 올려, 셔츠 단추도 두세 개 풀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검은 조끼는 어제와 같지만 어쩐지 복장이 다르니 풍기는 분위기도 달라진 것 같았다

그것보다 이렇게 어두운 실내에서 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어둠과 정적에 휩싸인 이 블루 캐슬에 온 걸 환영한다. 레이디-”

….”

바텐더 씨의 환영사-아마도-에 말을 흐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어제와 너무나 다르다

눈을 깜빡이고 바텐더 씨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뭔가…, 어제랑 다르네요….”

“….”

내 질문에 바텐더 씨가 놀란 듯 입을 벌리더니 곧, “…!” 하고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어 셔츠에 걸었다.


오늘은 콘셉트를 좀 다르게 해 보았다.”

…. 그렇군, ….”

말투와 목소리도 콘셉트에 따라 바꿨는지, 어제보다 낮은 목소리가 잔잔히 공기를 울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부드럽게 웃는 바텐더 씨에게 어제와 같은 칵테일을 주문하자, “….” 하고 턱에 손을 올리고 고민한 바텐더 씨가 빙긋- 웃었다.


맨해튼은 도수가 센 녀석이라…. 게다가 오늘은 논알콜(nonalcohol) 데이.”

, 그런가요?”

오늘도 내가 추천해줘도 괜찮을까? 레이디-.”

, . 오늘도 부탁합니다.”

오케이!”

- 웃는 얼굴만큼은 어제와 똑같았다

변하지 않은 미소에 묘한 안심을 느끼며 bar에 기대 바텐더 씨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바텐더 씨는 은색 셰이커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어제 칵테일에 대해 찾아보다가 바텐더가 셰이커를 흔드는 영상을 봤던 것이 떠올라 왠지 셰이커가 반갑게 느껴졌다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텐더 씨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피식- 웃음을 흘린 바텐더 씨가 셰이커에 얼음을 채우고 푸른 액체를 부어 넣었다

파인애플 주스와 레몬 주스도 넣고, 파란색 뚜껑을 닫은 바텐더 씨가 흘러내린 소매를 고쳐 걷어 올리고 셰이커를 들어 흔들기 시작했다

차칵차칵- 얼음이 셰이커에 부딪치는 소리가 가게 안에 울렸다

영상에서처럼 셰이커를 높이 던졌다 받거나 이리저리 돌리는 기교는 없어도 정중히 셰이커를 다루는 손길에서 어른의 색기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뜨거워지는 볼에 손을 올려 감추고, 바텐더 씨를 응시하자, 눈이 마주친 바텐더 씨가 생긋- 웃고, 셰이커를 내려놓았다

긴 원통형 유리잔에 셰이커에 있던 음료를 따르고 긴 빨대와 푸른 꽃장식을 잔에 끼워 내 앞으로 밀었다.


“‘블루 하와이.”

익숙한 이름에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잔을 받았다

차가운 유리잔에서 시원한 냉기가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푸른색의 음료에 얼음이 꼭 튜브를 끼고 노는 아이처럼 둥둥 떠 있었다

병에 얼음이 부딪혀 나는 맑은소리를 들으며 빨대를 입에 물었다

- 빨아들이면 익숙한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다.


! 이거, 빙수의!”

여름에 많이 사 먹었던 빙수. 빙수에 뿌리는 시럽 중에서 블루 하와이라는 맛이 있는 것이 떠올랐다

기억 속 그 맛과 똑같은 맛에 반가워 기쁘게 웃고 바텐더 씨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맛있어요!”

진심을 담아 감탄하자, 수줍게 홍조를 피우고 옅은 미소를 피운 바텐더 씨가 다정히 말했다.


오늘도 재미있게 놀고 가면 좋겠군.”

!”

바텐더 씨의 미소에 함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잔잔한 팝송이 흘려 퍼져 가게 안은 긴장을 풀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달콤한 블루 하와이를 들이키며 컵을 닦고 있는 바텐더 씨에게 말을 걸었다.


바텐더 씨는 낮에 뭐 하세요?”

“…산책하는 경우가 많다. 나만의 핫플레이스가 있어서 말이야. 그곳에서 나에 대해, 삶에 대해 고찰하곤 하지.”

뭔가 어려운 취미네요…. 저는 쉬는 날엔 주로 뜨개질해요.”

뜨개질?”

. 한 코 한 코 따다 보면 걱정도 잊을 수 있고. 뭔가에 열중한다는 건 꽤 기분 좋더라구요.”

, 그건 그렇지. 나는 주로 기타를 칠 때 그런 마음이 든다.”

기타도 치시나요?”

아아. 동생과 함께.”

, 동생분이 있으세요?”

우리는 꽤 형제가 많다. 내가 차남이고, 아래로 동생이 4.”

“4!? 그럼 육 형제…. 정말 많네요…. 많이 싸우시겠어요.”

하핫, 그렇지.”

저는 여동생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이랑 얼마나 많이 싸우는데요. 지금도 본가 내려가면 꼭 한 번씩 싸워요.”

사이가 좋은 거 아닌가?”

그런 걸까요…?”

좋은 거다! 나도 매일 형님과 싸우지만, 형제 중에선 형님과 제일 사이가 좋으니까.”

매일은 너무 많이 싸우는 거 아닌가요?”

웃음을 섞어 묻자 바텐더 씨가 멋쩍게 웃으며 그럴지도….” 하고 작게 수긍했다

그 후로 서로 동생에 대한 일화를 주고받으며 한참을 웃었다

오늘은 어제처럼 너무 늦지 않게 틈틈이 시간을 확인하고, 서서히 대화를 마무리해가고 있을 때였다

딸랑- 하고 벨이 울리고, 흐트러진 양복을 입은 남자가 진한 술 냄새를 풍기며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진토닉.”

단골들은 모두 오늘이 논알콜 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기에, 남자가 오늘 처음 이 가게에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좌석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모두 대화를 멈추고 남자를 빤히 응시했다

바텐더 씨는 곤란한 얼굴로 남자에게 오늘이 논알콜 데이라고 설명하려 했다.


-? 뭐야,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혼자 여기 있어~?”

…?”

천천히 눈을 끔벅이며 고개를 돌린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남자가 씩- 웃었다

남자의 미소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드륵- 의자를 끌어 가까이 와 앉은 남자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최대한 몸을 남자에게 멀리 떼고 거부하는 의사를 드러내도 남자는 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같이 나가지 않을래~?”

서서히 노골적으로 되어가는 권유에 고개를 저었지만, 남자는 ~? 빼지 말고.” 하며 내 손을 잡으려고 했다

-.” 하고 숨을 삼키며 재빨리 손을 피하자마자 바텐더 씨가 !” 하고 거칠게 잔을 내려놓았다

남자의 시선이 바텐더 씨에게 향했다

남자의 눈길을 완전히 무시하고 나를 보며 빙그레 웃은 바텐더 씨가 둥근 유리잔에 담긴 연한 보라색 칵테일을 내밀었다

블루 하와이보다 투명한 칵테일이 찰랑, 흔들렸다.


주문하셨던 블루 문입니다. 레이디-.”

남자에게 보이지 않게 살짝 눈을 찡긋한 바텐더 씨를 따라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남자는 내 앞에 놓인 칵테일을 보며 눈썹을 팍 찌푸리고 !”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손님. 오늘은 논알콜 데이라 손님의 주문은 받을 수 없습니다.”

정중하지만 단호한 바텐더 씨의 말에 인상을 찡그린 남자가 머리를 벅벅 긁고는 바텐더 씨를 매섭게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가게를 빠져나가는 남자의 등을 보며 후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 미안하다, 레이디-.”

바텐더 씨의 사과에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어디를 가나 무례한 손님은 있기 마련이고 바텐더 씨의 잘못이 아니라 말하자, 싱긋- 자상한 미소를 띄운 바텐더 씨가 레이디는 상냥하구나.” 하고 속삭였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당황해 손을 휘저으며 고개를 젓고 지갑을 꺼냈다.


,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 웨이트, 웨이트다, 레이디-. 지금 택시를 부르겠다.”

아뇨, 정말 괜찮아요.”

조금 전 사건에 대한 내 사과다. 사양하지 말아줘.”

…. 괜찮은데….”

내 대답에 바텐더 씨의 짙은 눈썹이 내려앉았다

바텐더 씨의 곤란하단 미소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럼, 사과받을게요.”

. 잠깐 기다려라.”

바텐더 씨는 기쁘게 웃으며 폰을 꺼냈다

어제와 달리 스마트폰의 케이스는 빨강이 아니라 파랑이었다

기분전환으로 핸드폰 케이스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는데, 바텐더 씨도 그런 걸까, 생각하는 사이 택시가 도착했다

오늘도 가게 앞까지 나와 손을 흔들려 배웅해주는 바텐더 씨에게 인사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울리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전화를 받으니 리나의 발랄한 목소리가 울렸다

리나와 잡담하며 조금 전 bar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자, 리나가 후후- 웃기 시작했다.


왜 웃어?”

칸나, ‘블루 문이라는 칵테일이 가지는 의미 알아?

의미?”

블루 문의 의미는 불가능한 것. 보통 혼자 bar에 온 여성이 블루 문을 주문하면 작업 걸지 말라는 의미야. 남자도 물러서는 게 예의고.

….”

내일도 그 Bar에 갈 거지?

!”

 

 

 

 

 

4.

 

녹색 등이 비추고 있는 가게 안은 또 어제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녹색 등이 주는 정갈한 느낌과 달리 가게 안에 흐르는 음악은 발랄한 아이돌 음악. 그것도 어떤 가수의 노래인지 알 수 없었다

가게 안엔 유독 안경 쓴 손님이 많았다

설마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하며 입구에 서 있는 내게 바텐더 씨가 또 먼저 말을 걸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바텐더 씨의 인사에 살짝 고개 숙여 답하고 카운터 테이블에 앉았다

바텐더 씨는 녹색 셔츠를 입고 목까지 단추를 다 잠그고 있었다

손목까지 가린 셔츠 끝은 다림질했는지 빳빳이 서 있었다

녹색 셔츠에 검은 조끼, 그리고 검은 나비넥타이에 검고 긴 앞치마까지

바텐더 씨가 풍기는 분위기도 어제와 사뭇 달랐다.


오늘도 와 버렸어요.”

. 어서 오세요. 주문은 뭐로 하시겠어요?”

…, 오늘도 추천해주세요.”

.”

바텐더 씨가 옅은 미소로 대답하고 테이블에 셰이커를 올려놓았다

셰이커의 녹색 뚜껑을 열고 술을 붓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던 내게 바텐더 씨가 물었다.


오늘은 어땠나요? 좋은 하루 보내셨어요?”

…. 그게.”

바텐더 씨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필 오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깐깐한 다른 부서 상사에게 혼난 참이었다

실컷 혼난 기억에 푹- 한숨을 내쉬며 바텐더 씨에게 오늘 일을 이야기했다.


그게, 하필 오늘 안 하던 실수를 해서요. 잘못 제출한 보고서 때문에 다른 부서 상사한테 엄청 혼났어요.”

“…고생하셨네요. 저도 직장 다닐 때 실수도 많이 하고, 혼도 많이 났어요.”

셰이커에 생크림을 넣으며 바텐더 씨가 맞장구쳤다

술에 생크림이 들어가는 게 신기해 빤히 바라보자 바텐더 씨가 짧게 웃었다

셰이커를 단단히 잠근 바텐더 씨가 셰이커를 힘껏 흔들었다.

촥촥, 액체가 흔들리는 소리가 울렸다

흘러나오는 아이돌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며 셰이커를 흔든 바텐더 씨가 세모꼴 유리잔에 칵테일을 따랐다

탁한 녹색 칵테일이 그대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스호퍼입니다. 술이 약하셔서 도수는 좀 낮췄어요.”

, 감사합니다.”

녹색 액체.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액체 괴물이 문득 떠올랐다

작게 한 모금 마시자, 색과 달리 행복한 달콤함이 혀끝에 맴돌았다

술 같지 않은 달콤함에 ~!” 하고 신음하며 행복한 미소로 달큼한 숨을 내뱉었다

오늘 혼나면서 바닥을 쳤던 기분이 단숨에 쭉- 끌어올려 졌다

하늘을 나는 것처럼 몽롱해진 기분에 행복감을 느끼며 생긋 웃었다.


맛있어요. 뭔가 위로받은 느낌~.”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상냥히 웃는 바텐더 씨의 미소에 문득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


실은 오늘 상사에게 혼나고 나서요….”

바텐더 씨는 테이블을 닦으며 다음 말을 기다려주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선배가 지금 출장 가 있는데, 일 때문에 통화를 했단 말이에요? 근데 선배가 왜 기운이 없냐고 물어서, 혼난 일을 이야기했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내가 있었으면 지켜줬을 텐데.”

선배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대체 무슨 의미로 한 말 같으세요?” 하고 묻자, 딸기마냥 빨개진 얼굴로 바텐더 씨가 고개를 저었다

, 저는 그런 거, , , 잘 모르겠는데요!?” 하고 빨간 얼굴을 하고, 목소리까지 뒤집어진 바텐더 씨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이 노래 좋죠? 하시모토 냐-짱 노래에요!” 하고 갑자기 아이돌 선전을 하는 바텐더 씨가 어쩐지 귀엽고 웃겼다

쿡쿡, 웃음을 흘리고 바텐더 씨가 열심히 설파하는 -이라는 아이돌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조심히 가세요.”

내내 아이돌 이야기에 열중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작은 목소리로 배웅하는 바텐더 씨에게 내일 또 오겠다 인사하고 택시에 올랐다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도 꼭 택시를 잡아주는 상냥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5.

 

멀리 출장을 갔던 선배가 돌아왔다

큰 거래를 따서 돌아온 선배를 상사와 동료들이 반기며 축하 회식을 하자는 말이 나왔다

고깃집에서 1차 회식을 하고 2차까지 갈 사람들을 모으는 상사에게 슬쩍 인사하고 무리를 빠져나왔다.

오늘은 또 어떤 컨셉트일까, 하고 기대하며 bar로 향하려는 발이 선배의 부름에 멈췄다.

 

?”

칸나, 2차 안 가?”

…, . 오늘은 좀 피곤해서.”

“…그래? 그럼 할 수 없네. 칸나도 2차 가면 좋을 텐데….”

죄송해요…,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 조심히 들어가.”

.”

선배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정말 죄송해요, 선배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bar로 향했다.

 

 


가게는 내 예상대로 어제와 분위기가 달랐다

오늘은 보라색 등에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 카페처럼 고양이가 여기저기에 가득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고양이의 꼬리를 밟지 않게 조심조심 들어가 카운터에 앉았다.


안녕.”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를 건넨 바텐더 씨는 보라색 티셔츠에 츄리닝 바지 차림이었다

바빠 오픈 준비를 못 했는지 슬리퍼를 신고 검은 앞치마만 두루고 있었다

바텐더 씨가 카운터에 올라온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오늘은 늦게 왔네.”

바텐더 씨의 질문에 시각을 확인했다

저녁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회식이었어요.”

회식이었는데도 왔어? 술 먹었을 거 아냐.”

그래도 오고 싶었어요.”

“…그래. 그건 고맙네.”

바텐더 씨는 작게 인사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데, 오늘은 그만 가봐.”

? 왜요?”

오늘은 마티니 데이. 술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많으니까.”

바텐더 씨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양이로 가득한 좌석엔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은 커리어 우먼들이 앉아있었다

모처럼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긴 싫었다.


, 천천히 마실게요.”

얼굴 빨간데?”

.”

“….”

바텐더 씨의 말에 손을 볼에 갖다 댔다

확실히 뜨겁다. 돌아가야 하나…. 


축 어깨를 늘어뜨린 나를 본 바텐더 씨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 각종 술이 있는 진열대 아래 작은 냉장고에서 물통 하나를 꺼냈다

물처럼 보이는 투명한 음료가 물통 안에서 조명을 받아 빛났다

긴 원통형 유리잔에 물통에 들어있던 음료를 부어 빨대를 꽂아 내 앞에 내밀었다.


내가 마시려고 만든 거지만…, 한 잔 줄게. 이것만 마시고 가.”

이게 뭐예요?”

무알콜 모히토. 싫으면 할 수 없고.”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서둘러 인사하고 모히토를 빨아들였다

시큼한 맛 끝에 은은한 민트 향이 퍼졌다

너무 강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민트 향에 기분도 시원해졌다

무엇보다 맛있다

빨대에서 입술을 떼지 않고 쭉- 모히또를 마시고 있자, 손님 한 분이 내 옆에 앉았다.


바텐더 씨-, ‘블랙 마티니’.”

손님의 주문에 바텐더 씨가 세모꼴 유리잔을 꺼냈다

진열대에서 술을 하나 꺼내 잔에 반 붓고, 또 다른 술을 반 부었다

마무리로 꼬치에 꿴 올리브를 넣어 손님 앞에 냈다

블랙 마티니라고 한 칵테일은 정말 까맸다

까만 술이 있는 것이 신기해 빤히 바라보고 있자 손님이 키득 웃더니 내 앞에 술잔을 내밀었다.


한 모금 줄까?”

….”

독해 보였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가볍게 인사한 후, 아주 조금 술을 입에 머금었다.


우윽!”

그동안 마셨던 칵테일과 달리 단맛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The 술맛. 아니 알코올 맛

눈썹을 있는 대로 찡그리고 신음하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손님이 쿡쿡 웃으며 아가씨는 아직 술 마실 줄 모르네-.” 하고 말을 흘리고 잔을 들고 좌석으로 돌아갔다.


그러게 왜 마셔…. 이거나 마셔.”

….”

모히토를 가리키는 바텐더 씨의 핀잔에 푹 한숨을 내쉬었다

남은 모히토로 입가심을 하고 시선을 돌리자, 카운터에 앉아있던 고양이가 다가왔다

야옹- 하고 울며 내 무릎에 내려온 고양이가 제 안방마냥 벌렁 누웠다

눈을 지그시 감은 게 꼭 웃는 것 같아서 피식- 미소가 새어 나왔다

부드러운 고양이 배를 쓰다듬자, 고양이가 골골- 목을 울렸다

은은한 재즈 음악 아래서, 바텐더 씨는 특별히 말을 걸지 않았다

편안한 침묵 속에서 고양이를 매만지는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6.

 

칸나, 오늘 같이 마시러 안 갈래?”

일을 모두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려는 나를 붙잡은 선배의 말에 샐쭉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배는 내가 거절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는지 놀란 얼굴로 내 어깨에 팔을 턱- 하니 올리고 푸욱- 땅이 꺼지라 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칸나랑 놀기 힘드네~. 오늘도 퇴짜 맞을 줄은…. 무슨 약속 있어?”

…. 선약이, 있어요.”

이젠 완전히 익숙해진 가게의 분위기와 항상 가게 앞에서 나를 배웅해주는 바텐더 씨를 떠올렸다

오늘도 빨리 바텐더 씨가 추천해주는 맛있는 칵테일을 먹고 싶단 생각에 초조하게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선배는 나를 보며 어휴~.” 하고 또 한숨을 내쉬고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럼 일요일은? 약속 있어?”

, 없는데요….”

그럼 일요일에 같이 영화 보자. 마침 할인권이 생겨서 말이야. 어때?”

 

 

생각지도 못한 선배의 제안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대답을 얼버무리고 나왔다

가게로 향하는 길목에서 휴~, 하고 한숨을 내던졌다.


선배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날 초대한 걸까? 이건 기회인가

아니면 역시 거절하는 게 좋을까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다 할만한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선배가 무슨 생각인지도 알 수 없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무의식적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어서 옵쇼~!!”

술집 같은 커다란 외침에 놀라 숨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게 안은 전체적으로 노란색 등이 깔려있고, 흥겨운 리듬을 자랑하는 삼바가 흐르고 있었다

어제는 그렇게나 조용하고 침착했던 분위기가 하루 만에 180도 바뀌었다

매일 보면서도 홱홱 변하는 분위기에 감탄을 감추지 못하며 카운터에 앉았다.


! 오늘도 와줘서 감사해유~!”

구수한 사투리로 나를 맞이해준 바텐더 씨는 손을 가릴 정도로 소매가 긴 노란 셔츠와 검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빛이라도 나는 것처럼 활짝 웃는 바텐더 씨에게 미소로 대답했다

바텐더 씨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아~? 오늘은 기운이 없네~?”

바텐더 씨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고민하는 일이 있다고 말하자 바텐더 씨가 그렇구나~! 그럼 맛있는 칵테일을 줄게! 뭐가 좋아~?” 하고 물어왔다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추천해주세요.”

아이! 맡겨주세유!”

바텐더 씨는 쾌활하게 대답하고 노란 뚜껑의 셰이커를 꺼냈다

셰이커에 노란 주스를 넣고 얼음을 함께 넣었다

뚜껑을 닫은 바텐더 씨가 카운터 아래에서 빨간 뚜껑의 셰이커와 파란 뚜껑의 쉐이커를 꺼내 품에 안았다.


얍얍!!”

기합과 함께 3개의 셰이커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놀라 턱을 떨어뜨린 나와 달리 바텐더 씨는 너무나 능숙하게 셰이커를 받아 빠른 속도로 저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오른 셰이커가 노란빛을 반사하며 바텐더 씨의 손에 안착했다

3개의 셰이커를 빙빙 돌려가며 다리 아래로 손을 넣어 받고, 손을 바꿔 던지고, 등 뒤로 받고….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아슬아슬한 묘기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한 번에 공중으로 던진 셰이커를 전부 받아 긴 유리잔에 칵테일을 붓고 빨대를 꽂은 바텐더 씨가 밝게 웃으며 외쳤다.


신데렐라 나왔슴닷!”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신기한 묘기에 감탄과 함께 손뼉을 치고 칵테일을 받아 들었다

-란 칵테일이 어쩐지 귀여웠다

빵글 웃으며 무알코올이라고 말하는 바텐더 씨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하고 빨대를 입에 물었다

한 모금 빨아들이면 상큼한 파인애플과 오렌지 향이 입안에 퍼졌다

달콤하게 혀 위에서 톡톡 튀는 상큼한 과일 향에 미소를 활짝 피우고,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고민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답답했던 속이 한결 시원해져 방긋 웃자, 바텐더 씨도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보냈다.


다시 빨대를 입에 문 순간, 좌석에 앉아있던 손님 한 분이 바텐더 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오늘 ○○팀이 이겼다지?”

아이!! 이겼슴닷!!”

○○팀이라면 국내 야구 리그에서 만년 꼴찌를 하는 약소 팀이었다

선수 층이 얇은 것도 아니고, 선수들의 실력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불운의 팀

정말 무슨 저주라도 받은 것인지 매년 꼴찌에, 리그가 시작되면 실력 있는 선수들이 꼭 부상을 입었다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보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그 보살 중 하나였다.


오늘 경기 결과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손님의 말에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경기 결과를 검색했다

5연패를 끊고 드디어 오늘! 1승을 차지했다.

게다가 부상 선수도 없다

정말로 ○○팀이 이겼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아서 몇 번이고 화면에 비친 스코어를 확인했다.


! 혹시 ○○팀 응원하고 있슴까!?”

바텐더 씨가 반갑게 외쳤다

정말 오랜만에 딴 1승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빠가 이 팀을 좋아하셨어요.”

나도! 나도 ○○팀 좋아함닷!”

바텐더 씨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꼴찌 팀인 ○○팀을 좋아하는 팬은 찾기 힘들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어떤 선수를 제일 좋아하냐는 내 질문에 바텐더 씨가 진열장에 있던 사인볼을 보여주었다

마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여서 바텐더 씨와 나는 그 사인볼을 가지고 거진 1시간을 떠들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바텐더 씨는 손님들과 함께 주말마다 동네 야구를 하는 듯했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전혀!” 하고 밝은 미소가 되돌아왔다

주변을 밝히는 미소에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 웃고 있으면 바텐더 씨가 나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기운은 좀 났슴까아~?”

어리게 웃으며 묻는 바텐더 씨의 질문에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조금 전까지 신나게 떠들어대던 입을 닫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오늘의 나는 고민을 들어주지 못했지만, 분명 내일은 고민도 듣고 좋은 조언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내일도 꼭 와주세머슬~, 허슬~!”

묘한 어미를 힘차게 외치며 바텐더 씨가 두 팔을 위로 올려 거세게 흔들었다.

넘쳐나는 바텐더 씨의 기운을 받아 나도 힘차게 !” 하고 대답했다.

 

 

 

 

 

7.

 

어제 바텐더 씨에게 받은 기운을 용기로 치환해 선배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알리는 답장이 날아와 조금 당황했다

스마트폰을 꼭 쥐고 벽에 등을 기댔다.


이래도 되는 걸까…? 

문득, 오늘도 와달라는 바텐더 씨의 말이 떠올라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7

가게는 회사 근처에 있으니까 지금 준비하고 출발하면 9시 전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깊은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켰다.

 

 

 

딸랑- 하고 가게 문을 열자, 또 어제와 다른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분홍빛 조명에 bar에 어울리는 최신 pop이 흘렀다

손님은 남녀 반반, 어제처럼 발랄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착 가라앉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때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매일 왔지만 올 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오늘도 일변한 분위기에 바쁘게 고개를 돌리며 가게 안을 둘러보고 카운터 테이블에 앉았다.


어서 와!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

한쪽 눈을 찡긋하며 환영하는 바텐더 씨는 분홍 셔츠를 입고 멜빵과 짧은 흰색 앞치마를 매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 특유의 분위기가 바텐더 씨에게서 풍기고 있었다

바텐더 씨는 컵을 정돈하던 손을 멈추고 나를 마주 보며 곤란한 듯이 웃었다.


매일 와 줬는데, 제대로 고민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 아니에요! 어제도 엄청 좋았어요.”

손사래 치며 서둘러 대답하다 바텐더 씨가 그거 다행이네-.” 하며 쿡쿡 웃었다

그리곤 눈을 반짝 빛내며 내 앞에 서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고민이 있어서 왔어~?”

…. 그게,”

나는 바텐더 씨에게 고민하고 있던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

리나에게도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한 적 없었는데, 왠지 이곳에선 마음이 편해져 꼭꼭 감추고 있었던 마음을 전부 풀어낼 수 있었다.


내가 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이 있었던 것, 선배가 승진해 직속 상사가 되었을 때 선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것, 선배는 항상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는데 내가 착각하고 있는지 아닌가 고민하는 것,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것, 사내연애는 좋게 끝날 리 없으니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내일 당장 선배와 약속이 있는 것 등등….


바텐더 씨는 중간중간 , .” 하고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헤에-.” 하고 짧은 탄성을 흘리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이야기를 마치자 목이 칼칼했다. 잘게 기침을 하자 바텐더 씨가 빙그레 웃으며 허리를 폈다.


그렇네-, 정말 고민되겠다. 일단 칵테일 주문받을게. 내가 추천해도 될까?”

바텐더 씨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 씨는 애교 섞인 미소와 함께 분홍색 뚜껑의 셰이커를 꺼내 술을 넣고 시럽 한 숟갈을 넣었다

경쾌하게 셰이커를 흔들고 둥근 유리잔에 따랐다.


-! ‘핑크 레이디나왔습니다. 도수가 조금 높으니까 조심해서 천천히 마셔.”

. 감사합니다.”

핑크색의 귀여운 칵테일을 보며 빙긋 웃었다. 살짝 한 모금 들이키자 약간 달콤하면서도 술맛이 뒷맛을 깔끔하게 붙잡았다

오늘도 ~!” 하고 음미하며 맛있는 칵테일에 감사 인사를 건네자 바텐더 씨가 별말씀을요.” 하고 대답하고 머뭇거리며 입을 뗐다.


저기, 내 말이 도움이 될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그 선배는 네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관심이 없다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거나 귀중한 휴일에 둘이서만 만나자는 말도 안 꺼낼 거고….”

“…만약 그렇다면 기쁘지만, 그래도 역시 사귈 수는 없겠죠? 사내연애고…. 상사나 주변 눈치도 있고…. 사내연애를 피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닐 테니까요.”

-….”

바텐더 씨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민하는 듯하더니 눈을 번쩍 뜨고 내 앞에 놓인 칵테일을 보며 말했다.


그 칵테일, ‘핑크 레이디말이야. 핑크 레이디라는 연극의 주연 여배우에게 바쳐졌던 칵테일이야. 나는, 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라고 생각해. 제가 주연인데 왜 주변 조연의 눈치를 봐야 해? 주연 여배우처럼 당당하게! 주변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들리는 말도 무시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는 건? 선배가 다가오길 기다리지 말고, 달콤하지만 강한 이 칵테일처럼 네가 먼저 당당하고 당돌하게 접근해보는 건 어때?”

바텐더 씨의 진심 어린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 씨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바텐더 씨는 내 얼굴을 보더니 생긋- 웃고는 내일 준비하려면 일찍 들어가야겠네. 그것만 마시고 가 봐.”

!”

힘차게 대답하자, 바텐더 씨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내일은 가게 휴일이야. 월요일에 데이트 어떻게 됐는지 결과 알려줘~!”

.”

데이트란 단어에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핑크 레이디를 다 마시고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바텐더 씨는 가게 앞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8.

 

오소마츠 형은 좀! 처음 오는 손님이 있으면 바로바로 이야기 해 달라고!”

~? 별로 괜찮잖아? 어차피 얼굴 똑같고~.”

적어도 언급 정도는 해 줘라, 형님.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하하, 그건 먄~.”

이번에 왔던 손님은 꽤 귀엽던데….”

? 뭐야~? 쵸로 씌 반했어?”

안 반했어!!”

고양이도 잘 만지던데….”

야구도 좋아한다고 했어!!”

그리고 다음 주에 또 온다고 했으니까, 데이트 어땠는지 꼭 물어봐! 오소마츠 형!”

? 들어도 몰라, 그런 거~.”

그냥 고개만 끄덕여!!”

예이~.”

오소마츠 형 때문에 나중에 당황하는 거 아닌지 몰라.”

그 레이디-는 아직도 우리가 육둥인 걸 모르니까 말이야.”

좋잖아~? 나중의 즐거움으로! 우리 단골들은 다 알고 있고. , 그치만 우리가 육둥인 거 알게 된 날이 월요일이었으면. 반응 보고 싶고.”

정말이지, 형님은….”

오소마츠 형은 진짜 제멋대로야….”





* 단편에 나온 칵테일의 더 자세한 정보가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 첨부해두겠습니다^^

맨해튼, 블루 하와이, 블루 문, 그래스호퍼, 모히토, 블랙 마티니, 신데렐라, 핑크 레이디


* 50제는 내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가 휴일이라 오늘 들어왔네요...
배송은 내일 할 예정입니다!

일단 표지는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ㅎㅎ

책 두께는 요렇구요...

안도 요렇게 깔끔하게 잘 인쇄되었어요.

특전은

완결편 이후 이야기인 에필로그와


번외 육둥이 인터뷰입니다.
육둥이 인터뷰는 오타가 좀 있어요...ㅠㅠ
제가 아무래도 인터뷰 맞춤법 검사를 깜빡한듯... 
확인하면서 땅을 쳤습니다ㅠㅠ
간간이 보이는 오타는 눈감아주시길...ㅠ



그리고 본편 이후 특전의 양...
제 손가락이 끼어있는 곳이 본편이 끝난 곳과 특전사이입니다ㅎㅎ
특전만 100쪽이 넘네요...



그리고 하나 더 고백하자면... 목차가 페이지 번호가 잘못찍혀있습니다...ㅠ
분명 마지막에 자동 목차 업데이트를 했는데 말이죠...ㅠㅠ
크게 차이나진 않지만 편에 따라 ±5쪽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마지막에 확실히 확인안한 제탓이네요...ㅠㅠ

목차 페이지수 잘못 찍혀있지만 그래도 원하는 편을 찾는데는 지장없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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