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여우골 이야기입니다! 

  오늘(월요일) 휴가내서 힘내서 썼어요ㅎㅎ


* 50제는 주중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제목의 뜻은 '보배처럼 여기는 사랑하는 자식이나 매우 귀중한 보물' 이란 뜻입니다. [네이버 한자사전]


*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이나 요괴에 관한 설정은 전부 제 창작입니다.


* 공미포 15.652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그 날은 굉장히 한가했다고 한다.

드물게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아무런 예정도 없는 오후

한가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사를 뛰쳐나와 마을 상공을 크게 한 바퀴 돌던 와중에 커다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살펴보니 청산 아래 묘지에서 들려와 내심 놀랐다고 한다

묘지에서 아기 울음소리라니,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호기심을 가지고 슬쩍 내려가 보니 한 젊은 부부가 묘비 앞에서 필사적으로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고

마츠노라고 쓰인 그리운 묘비 앞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부부를 쓱- 살펴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떤 녀석이 이리도 우나, 하고 아기 얼굴을 쳐다본 순간 아기가 울음을 멈췄다

빤히 오소마츠를 쳐다보는 아기가 신기해 손가락을 뻗어보자, 아기도 오소마츠를 향해 작디작은 손을 뻗었다고 한다

단숨에 아기가 요괴를 볼 수 있는 을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피식- 웃으며 아기의 손을 잡자 아기가 활짝 웃었다고 한다

어리둥절해 하는 부부를 놔두고 오소마츠는 아기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그것이 나와 오소마츠의 첫 만남이었다.

 

 

 

 

 

 

2.

 

마츠노 토오루’. 

그게 내가 부모님에게 받은 이름이다

오소마츠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좋은 이름이네.” 하고 웃었다

내 이름이 가지는 뜻을 알지 못해도, 오소마츠가 좋다고 칭찬해준 이름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오소마츠는 아기인 나를 처음 본 후로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어느새 나는 오소마츠를 또 한 명의 부모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로 엄마, 아빠이후에 제일 처음으로 말한 단어가 오소마츠였으니까

오소마츠의 이름은 오소마츠가 직접 알려주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인 내가 오소마츠를 가리키며 , -!” 하고 웅얼거리자 오소마츠가 직접 자신을 가리키며 오소마츠. 나는 오소마츠.” 하고 알려주었다

아직 목소리로 내뱉지는 못해도 오소마츠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처음 목소리를 내어 오소마츠.”라고 불렀을 때, 오소마츠는 굉장히 기쁘게 웃었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몇 번이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한동안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가 오소마츠하나뿐이었기에 부모님은 조금 걱정했었다고 한다

한두 살 나이를 먹고 걸어 다니기 시작할 무렵, 오소마츠는 내게 요괴사람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너무도 뚜렷하게 보이는 그것이 다른 이에게,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오소마츠는 절대로 먼저 요괴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눈도 마주쳐선 안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린 내가 지키기엔 너무나 힘든 주문이었다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절로 쳐다보게 된다. 눈이 마주치면 요괴는 서서히 내게 다가왔다

내게 해를 끼치려는 요괴를 오소마츠가 막아준 횟수가 열 손가락을 넘어갔을 때, 오소마츠가 단단히 화를 냈다

매섭게 눈썹을 치켜세우고, 차갑게 나를 응시하면 또 말을 안 듣는다면 두 번 다시 놀러 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주 크게 울었다

자지러질 정도로 대성통곡을 하는 나를 부모님이 달랬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당황한 표정으로 내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제 말 잘 들을 거냐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나는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끄덕이는 얼굴이 웃기긴 했는지, “-” 하고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는 온몸을 떨며 한참을 웃었다.

 

 

 

유치원에 다니며 스스로 놀러 다닐 수 있게 된 후, 매일 신사에 놀러 갔다

처음엔 유치원 친구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했지만, 아이들에게 신사는 묘하게 무서운 장소였고 자연스레 피하게 되는 곳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친구들을 놔두고 나는 혼자 신사에 올랐다

신사엔 항상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이치마츠가 있었다

이치마츠와 함께 고양이들과 한참을 놀면 오소마츠가 간식을 들고 나를 불렀다

-.” 하고 다정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가면 오소마츠가 직접 만든 맛있는 간식이 나를 반겼다

누가 뺏어먹을까 성급히 간식을 먹으려고 하면 어느새 나타난 쵸로마츠가 내 손을 찰싹 때리곤 잔소리를 시작했다

흙 묻은 손은 더럽다느니, 병에 걸린다느니, 잔소리를 늘어놓는 쵸로마츠에게 적당히 대답하며 신사 한구석에 놓인 우물에서 손을 씻었다

물기를 탈탈 털고 다시 돌아가면 오소마츠가 빙긋- 웃으며 내 손에 간식을 쥐여주었다

유부초밥, 주먹밥, 튀김 등 메뉴는 다양했지만, 오소마츠의 정성이 들어간 간식은 항상 맛있었다

볼을 가득 부풀리고 우물거리며 간식을 먹는 나를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부드러운 눈길로 응시했다

간식을 다 먹고 또 이치마츠, 오소마츠와 놀다 보면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해님이 산 저편으로 넘어가는 저녁이 되어도 오소마츠는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더 놀고 싶다고 하면 곤란한 듯이 웃으며 할 수 없네~” 하고 더 놀아주었다.


저녁이 되면 내 모든 신경은 하늘에 쏠렸다

하늘에서 푸드덕- 날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딸깍- 하고 나막신이 땅에 닿으면 내 놀이 시간도 끝이 났다

카라스텐구인 카라마츠가 신사에 오면, 오소마츠가 슬며시 나를 불렀다.

그것이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는 신호였다

오소마츠는 절대 먼저 돌아가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건 카라마츠가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카라마츠가 신사에 오면 오소마츠는 백이면 백, 내게 돌아갈 시간이라며 나를 배웅했다

어린 마음에 더 놀고 싶어 오소마츠에게 졸라도 오소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뚱한 얼굴로 더 놀고 싶다는 나를 오소마츠는 가볍게 안아 들고 토리이 앞까지 걸어갔다

노을로 붉게 물들인 하늘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그곳에서 오소마츠가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은 가리켰다.


~, -루 집이 보이네~?”

오소마츠의 손끝에 낯익은 지붕이 보였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알아보기도 힘든데, 오소마츠는 항상 내 집을 한 번에 찾아냈다

오소마츠의 손끝을 따라 집을 응시하는 내게 오소마츠가 작게 속삭였다.


오늘 저녁 반찬은 뭔지 한번 볼까~? 어디~, ! 오늘 저녁은…, 감자조림이다!”

천리안이라도 있는지 오소마츠는 꼭 직접 본 것처럼 확신에 차서 말했다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집이 그리워졌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을 꺼내기 일쑤였다

오소마츠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고, 살며시 내 이마에 입 맞추었다

조심히 가~” 하고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오소마츠에게 내일 또 오겠다고 외치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집에 돌아가면 오소마츠의 말대로 저녁 반찬으로 감자조림이 식탁에 올라가 있었다.


항상 오소마츠의 유도에 따라 집에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더 놀고 싶은 날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고개를 휙휙 저으며 더 놀고 싶다는 내게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횽아도 빨리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오소마츠 집은 어딘데?”

여기!”

오소마츠의 말에 신사 안을 쓱 둘러보았다

사당은 있어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눈썹을 찌푸리고 거짓말!” 하고 외치며 볼을 부풀렸다.


여기엔 이 없어!”

-루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야.”

“….”

완전히 삐져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나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는, 꼭 카라마츠가 다가왔다.


토오루.”

“….”

이 이상 늦어지면 부모님이 걱정할 거다. 더 놀고 싶다면 먼저 부모님께 허락받고 오면 된다.”

허락받고 오면 더 놀아도 돼?”

물론.”

그럼 지금 받고 올게!!”

카라마츠의 감언이설에 속아 집에 달려가 더 놀고 와도 되냐고 물어보면 부모님의 대답은 항상 ‘NO’였다

그야 어린아이가 저녁 늦게까지 논다는 걸 허락해줄 부모는 없으니까

그럼 나는 항상 잔뜩 심통이 나서 젓가락으로 밥그릇만 찌르며 카라마츠를 원망했다

카라마츠가 오면 오소마츠와 더 놀 수 없으니까

카라마츠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카라마츠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신사에 놀러 가면 항상 오소마츠와 노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는 토도마츠와 아츠시와 함께 마을에 내려가 시장 구경을 했다.

새색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소마츠에게 요리 수업을 받고 있다는 토도마츠는 항상 진지한 얼굴로 과일과 채소를 살폈다

아츠시는 그 옆에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토도마츠를 기다려주었다

아츠시는 인간이었다가 수행으로 텐구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토도마츠보다 더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츠시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알려주었고, 내가 친구와 싸우면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또 하루는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와 함께 신사에서 뒹굴뒹굴했다

사당 마루에 나란히 누워 햇볕을 쬐고 있으면 십중팔구 쵸로마츠가 와서 오소마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화를 내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면 쵸로마츠도 한숨을 내쉬며 잔소리를 멈췄다.


가끔 쥬시마츠가 신사에 놀러 오는 날이면 함께 숲에 들어가 놀았다

쥬시마츠는 숲에서 나는 많은 꽃 이름을 알고 있었고, 산딸기를 따 먹거나 매미나 벌레를 잡으며 놀았다

여름에는 반딧불이 많이 나오는 장소도 알려주었다

하늘에 박힌 별처럼 환하고 은근하게 빛나는 수많은 벌레들이 검은 풀숲에 또 하나의 밤하늘을 만들어냈다

여우골처럼 큰 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그 장관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어젯밤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겨울에 해가 일찍 지는 날이면 오소마츠는 꼭 나를 안고 하늘 위로 떠 올랐다

낙조가 펼쳐진 끝없는 하늘을 아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은근한 마을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나를 보며 싱긋- 웃은 오소마츠도 나처럼 마을을 언제까지고 바라보았다.

마을을 보는 그 눈에서 오소마츠가 얼마나 이 마을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나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나 아츠시와도 자주 놀았지만, 카라마츠와는 추억을 많이 쌓지 못했다

매일 신사에 놀러 가도 카라마츠는 볼 수 없었고, 카라마츠는 내가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야 신사에 돌아왔다

아빠처럼 카라마츠가 매일 신사에 없는 것이 궁금해 오소마츠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오소마츠는 호기심 가득한 내 얼굴을 보며 짧게 웃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는~, 이 마을을 지키려고 내 몫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바쁜 거야.”

오소마츠 몫까지?”

.”

그렇게 대답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쩐지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오소마츠의 슬픈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그럼 내가 쭉- 오소마츠 옆에 붙어 있을게!!”

내 외침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더니 곧 입가에 가득 온화한 미소를 피웠다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마워. -.” 하고 오소마츠가 웃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신이 한 말을 자랑스러워하며 가슴을 툭 친 내가 당당히 다짐했다

절대 오소마츠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오소마츠는 내 다짐을 들으며 너무나 즐겁게 웃었다.

 

 

내 유년시절은 오소마츠와 함께 한 기억이 전부다

오소마츠를 비롯한 쵸로마츠나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아츠시가 모두 좋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소마츠였다

어리지만 오소마츠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오소마츠와 함께 있고 싶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오면 나는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 신사 계단을 내려가다가 고개를 돌리면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옆엔 카라마츠가 꼭 붙어 있었다.

커다랗고 검은 날개를 펼쳐 흔들면서 한쪽 날개로 오소마츠를 감싸 안은 카라마츠가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카라마츠는 쭉 오소마츠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오소마츠와 마주보고 웃는 카라마츠가 부럽고 또 미웠다.

 

 

 

 

 

 

3.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나는 매일 신사에 올랐다

오소마츠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 행동반경이 넓어진 내게 또 한 번 당부했다

절대로 요괴들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싫다고 하면 또 오소마츠가 같이 놀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내가 학교에 가는 길목엔 종종 크고 작은 요괴들이 있었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갔지만, 그럴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목, 전봇대 옆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물체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검은 봉지처럼 보이는 물체는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얼굴을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털이 복슬복슬한 작은 강아지

오소마츠에게 요괴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한눈에 그 강아지가 요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의 당부를 떠올리고 그 옆을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강아지가 먼저 내게 다가왔다

꼬리를 크게 흔들며 내 발치에서 끙끙대는 작은 강아지를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배고픈 것처럼 낑낑대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강아지가 불쌍해 간식으로 먹으려고 했던 쿠키를 꺼내 주었다

허겁지겁 쿠키를 먹은 강아지가 !” 하고 작게 울며 내 손을 핥았다.

그 후로 내가 학교에 갈 때, 하교할 때마다 강아지가 나를 따라왔다

, .” 하고 귀엽게 울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습이 기뻐서, 오소마츠의 경고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강아지에게 쿠로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하굣길, 오소마츠의 신사에 가기 전에 쿠로와 노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공터에 데려가 작은 나뭇가지를 던지면 쿠로는 쪼르르 달려가 나뭇가지를 물어왔다

항상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기특해, 항상 간식을 챙겨 쿠로와 함께 나눠 먹었다

그렇게 쿠로와 지낸 시간이 한 달을 채웠을 때,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 요즘 요괴랑 가까이 지내고 있지?”

오소마츠의 날카로운 질문에 뭐라 변명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만 벙긋거리며 말을 더듬는 나를 보며 오소마츠가 엄한 얼굴로 그 아이, 이리로 데려와.” 하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어길 수 없었다

우물쭈물하며 쿠로를 안고 신사에 들어서자마자 오소마츠가 내 팔에 안긴 쿠로를 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에게 귓속말을 하고 내게 손짓했다

머뭇거리며 오소마츠에게 다가가자 오소마츠가 내게서 쿠로를 빼앗아 쵸로마츠에게 건넸다

내가 쵸로마츠를 막기도 전에 쵸로마츠는 연기처럼 내 앞에서 사라졌다.


-, 그 녀석은 이누가미. 지금은 저렇게 작아도 언젠가 힘을 키워서 커지면 막을 수 없어. 이누가미는 대체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라고.”

울먹이는 내게 오소마츠가 설명을 해도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눈물을 터뜨린 나는 생애 처음으로 오소마츠에게 반항했다

오소마츠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쿠로는 나를 잘 따랐다고, 왜 오소마츠가 빼앗아가냐고 화를 내며 울부짖고 오소마츠의 부름도 무시하고 신사를 뛰어 내려왔다

집에 도착하자 거실에 있던 엄마가 나를 보고 놀라 다가왔다

엉엉 우는 나를 품에 안고 천천히 등을 두드려주며 달래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그 후로 5일간 신사엔 가지 않았다

학교 가는 길목을 지나갈 때마다 쿠로가 떠올라 눈물이 나왔다

오소마츠가 그저 미웠다

얼마나 쿠로가 내게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아주지 않는 오소마츠가 미웠다

학교가 끝나도 신사에 가지 않고 집에 들어가 틀어박혔다

엄마는 매일 나가서 놀던 내가 집에만 있는 것이 걱정되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었지만, 내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주말이 되어 엄마와 아빠가 외출한 사이, 텅 빈 집에 있으니 괜히 더 외로워졌다

오소마츠를 향한 원망도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은 신사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토리이를 지나서 사당에 앉아있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친 순간, 겨우 원망했던 마음이 얼굴을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안도한 듯이 웃은 오소마츠가 어서 와, -.” 하고 나를 반겼다

항상 내가 오면 안아줬는데, 한 걸음도 내게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불안한 마음이 울컥- 일렁였다.


내가 화를 내서, 내가 싫어졌을지도 몰라.


그 마음이 원망을 덮어씌우고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주룩주룩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불안한 마음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티셔츠를 꽉 움켜쥐고 물었다.


, 내가 화냈으니까. 오소마츠한테 막 소리 질렀으니까, 이제, 내가 미워졌어…?”

내 질문에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이더니 재빨리 내게 뛰어와 나를 꽉 안았다

따뜻한 오소마츠의 체온과 안심되는 그리운 체취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를 품에 안은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냐, -. 네가 아직도 화내고 있을 것 같아서…. 횽아가, 미안해.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였다면 좀 더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미안.”

나도, 미안…. 제대로 오소마츠 말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오~”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를 오소마츠의 옷에 묻었다

오소마츠의 포근한 품에 얼굴을 묻고 우는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소매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그 요괴가 그렇게 좋았어?”

, 강아지, 키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알레르기라서 못 키운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래….”

오소마츠는 울음을 그치고 훌쩍이는 나를 보며 쓰게 웃고는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 하고 나를 품에서 떼어놓았다

뭘 하려는 건지, 호기심이 순식간에 뭉게뭉게 피어났다

오소마츠가 보여주는 일들은 전부 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것들이었으니까

오소마츠는 나를 사당 마루에 앉히고 빙긋- 웃고는 작게 주문을 외웠다.

- 하고 하얀 연기가 나더니 그 연기 속에서 작은 여우 하나가 튀어나왔다

폭신한 꼬리 4개가 달린 작은 여우가 통통 튀어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나를 보며 귀를 쫑긋거리는 여우의 모습에 놀라 작게 물었다.


오소마츠, ?”

!”

내 물음에 작은 손을 번쩍 들어 대답한 오소마츠가 꼬리를 너울댔다

순식간에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활짝 웃는 나를 보며 오소마츠가 기쁘게 !” 하고 울었다

그 날은 해가 지도록 작은 여우 모습이 된 오소마츠와 실컷 놀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종종 내가 침울해졌을 때, 오소마츠는 작은 여우의 모습이 되어 나를 달래주었다.

복슬복슬한 털과 부드러운 꼬리를 질릴 때까지 만지고 있으면, 우울한 기분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 있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나는 신사에 놀러 갔다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은 많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오소마츠와 노는 것이 더 즐거웠다

친구들은 모이면 컴퓨터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을 했다

내겐 게임보다 오소마츠와 노는 것이 더 좋았다

내겐 오소마츠라는 친구가 있었지만, 부모님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매일 친구들과 놀지 않고 혼자 신사에서 노는 내 모습에 걱정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언제나 내게 은근히 다가와 학교 친구들하고는 안 놀아?” 하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때마다 항상 신사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 하고 눈치 없이 대답했다

날이 갈수록 부모님의 걱정은 짙어졌고, 곧 학교 친구들과 놀라며 강제적으로 나를 떠미는 일이 늘어났다

나는 부모님의 억압에 짜증을 내며 수없이 신사에는 오소마츠와 다른 요괴 친구들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부모님에겐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는 부모님이 너무나 답답하고 속상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내가 너무 상상력이 좋아, 자신의 상상력 안에 틀어박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셨다

하루는 억지로 집에 학교 친구들을 초대한 엄마에게 화를 내고 집을 나와 신사로 달려갔다

나를 반기는 오소마츠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고, 엄마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 화가 난다고 불평했다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지시 물었다.


-루는 요괴가 안 보였으면 좋겠어?”

“…?”

그러면 학교 친구들하고 더 놀 수 있고. 부모님께 요괴에 대한 것도 숨기지 않아도 괜찮고….”

그러면 오소마츠도 볼 수 없으니까 싫어.”

아이답지 않은 단호한 어조에 오소마츠가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나와 함께 마을을 내려다본 오소마츠가 슬며시 중얼거렸다.


그럼 토-루가 요괴를 보기 싫어지면 언제든 말해.”

고개는 끄덕였지만, 그런 말을 할 날은 절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나는 평생 그런 말을 오소마츠에게 건네는 일은 없었다.

 

 

 

 

 

4.

 

초등학교 졸업식, 꽃다발을 들고 부모님과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내게 한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게 잠깐 시간을 내달라며 나를 끌고 학교 뒤로 돌아간 아이는 빨개진 얼굴로 내게 고백했다

좋아한다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같이 있고 싶다며 내게 연락처를 건넨 아이는 처량할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일이 있는 부모님은 직장으로 돌아갔다

나도 꽃다발을 든 채 신사로 달려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해 한층 더 어른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오소마츠에게 한시라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나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토리이 위에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오소마츠에게 자랑스럽게 졸업장을 보여주었다

이제 중학생이라며 으스대는 나를 보며 쿡쿡 웃은 오소마츠가 손뼉을 치며 나를 칭찬해주었다

이어 다가온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에게도 졸업했다고 전하자 빙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두 함께 사당 마루에 앉아 오소마츠가 특별히 준비했다는 유부초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어쨌냐는 오소마츠의 물음에 일하러 갔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고백받은 일이 떠올라 이야기하자 차를 마시던 쵸로마츠가 쿨럭!” 하고 차를 뿜어냈다.


쵸로마츠, 괜찮아?”

, 고백!?”

체리마츠한텐 자극이 너무 심한 이야기였어.”

누가 체리마츠냣!!”

걱정스럽게 묻는 나를 보며 얼빠진 얼굴을 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놀림에 발끈해 외쳤다

킥킥대는 오소마츠와 화내는 쵸로마츠를 보며 이치마츠에게 체리마츠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치마츠는 더 크면 알게 된다며 대답을 피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내꽂는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며 내게 물었다.


그러면 이제 토-루한테 연인이 생기는 건가~?”

? 아냐. 안 생겨. 거절했거든.”

? ?”

내 대답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행동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한 걸 묻는 오소마츠에게 작게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별로 좋아하는 얘도 아니고.”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라며? 네가 방금 말해놓고….”

쵸로마츠가 내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쵸로마츠를 힐끗 보고 유부초밥 하나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걔보다 오소마츠가 더 예뻐.”

“…?”

내 대답에 왜 놀란 건지 몰라도 쵸로마츠가 멍청히 입을 벌리고 허공을 응시했다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은 쵸로마츠가 -”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어디 아픈가 싶어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옆에 앉은 오소마츠가 나를 꽉 껴안았다.


그래~? -루한테는 횽아가 제일 예쁘구나~”

오소마츠는 와사삭-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 볼을 비비며 행복하게 웃었다

배시시- 홍조를 피우고 기쁘게 웃는 오소마츠를 보자 나도 기뻐져 활짝 웃었다

빵글 웃는 나와 오소마츠와 달리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똥 산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중에 왜 그런 얼굴을 했냐고 묻자, 둘 다 나를 보며 이거 큰일 낼 녀석일세-’ 하고 한탄했다고 한다.

 

 

 

교복을 맞추고, 반을 배정받고, 교과서를 받고 시작한 중학교 생활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초등학교 때보다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신사에 가는 날도 줄어들었다.

줄어들었다고 해도 일주일에 4번은 갔으니 그렇게 줄어든 것도 아니지만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어느새 학교 축제날이 다가왔다

중학교에 들어와 맞이하는 첫 축제! 나는 완전히 들떠 오소마츠에게 꼭 축제 보러 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오소마츠는 첫 축제에 흥분해 몸을 달싹거리는 나를 귀엽다는 눈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약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새끼손가락까지 내밀어 꼭 오라고 오소마츠에게 다짐받았다.

 

오소마츠가 올 거란 생각에 즐겁게 축제 준비에 열중해 신사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축제날이 되었다

귀신의 집을 하는 우리 반 앞에서 귀신 분장을 하고 초조하게 오소마츠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오소마츠는 오지 않았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오소마츠가 아닌 토도마츠와 아츠시였다.


미안, 토오루. 오소마츠 형은 사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됐어.”

토도마츠의 말에 홍보 간판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딱딱한 각목을 있는 힘껏 쥐고 한숨을 내쉰 내게 토도마츠가 어색하게 웃으며 태연한 척을 했다.


우와~, 여기가 토오루 반?! 엄청 멋있는데 들어가 봐도 돼?”

. 들어가.”

와아~!”

토도마츠를 입구 쪽으로 안내하자 토도마츠가 눈을 빛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 뒤를 따라 들어간 아츠시가 토도마츠, 아래 발 조심해.” 하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들려오는 토도마츠의 비명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뭔데….


철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불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반드시 온다고 약속해 놓고….


오소마츠가 쿠로를 뺏어갔을 때처럼 원망이 가득 차, 금방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었다

토도마츠는 우리 반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 돌며 축제를 실컷 만끽하고 돌아갔다.

나는 그렇게나 기다렸던 축제를 도저히 즐길 수 없었다.

 

 

변명이나 한번 들어주자.


그 생각으로 신사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축제가 있었던 어제는 금요일,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초조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집을 나와 신사로 걸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이 있었다면 들어주겠다

오소마츠가 축제에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면 받아줄 마음이었다

그러면 실컷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화가 났는지, 실망했는지 말해주겠다 생각하며 신사에 도착한 순간, 텅 빈 신사에 부는 바람에 눈썹을 찌푸렸다

항상 그곳에 있었던 오소마츠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항상 마을을 내려다보던 토리이 위에도, 느긋하게 누워 꼬리를 넘실대던 사당 마루에도 오소마츠는 보이지 않았다

신사 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오소마츠?” 하고 불러보아도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오소마츠!!”

오소마츠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소리 높여 오소마츠를 불렀다

신사 가득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도 오소마츠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불안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져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토오루.”

나직이 나를 부르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쵸로마츠가 내 앞에 내려왔다.


쵸로마츠?”

오소마츠 형을 찾으러 온 거지?”

….”

미안, 오늘 오소마츠 형은 바빠. 집에서 나올 것 같지 않다.”

어제…, 축제였는데….”

그랬지…. 실은 카라마츠가 다쳐서 말이야. 오소마츠 형은 그 간호를 하고 있어. 어제 축제 못 간 건 미안해. 너도 얼른 집에 돌아가.”

말을 마친 쵸로마츠는 다시 훌쩍 모습을 감췄다

아무도 없는 신사에서 발을 돌려 계단을 내려왔다

집에 돌아가라고 들었지만, 이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했다.


또 카라마츠….


어릴 땐 카라마츠가 오면 집에 돌아가야 했고, 이번엔 카라마츠 때문에 오소마츠가 축제에 와주지 않았다.

작은 눈덩이가 언덕을 굴러 몸집을 키우듯이 카라마츠를 향한 원망이 커다랗게 불어났다.


카라마츠는 매일 오소마츠와 있을 수 있으면서….

축제날 하루 정돈 내게 양보해줘도 될 텐데….

왜 하필 어제 다쳐서….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알면서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윽고 카라마츠를 향한 원망은 오소마츠에게도 번져갔다

카라마츠가 아파도 쵸로마츠나 이치마츠에게 간호를 부탁하면 될 일이었다

하다못해 직접 와서 카라마츠가 아파 축제엔 갈 수 없다고 말이라도 해 주었다면, 오늘도 직접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 이렇게 슬프진 않을 것 같았다

거리를 배회하다 집에 들어가도 일렁거리는 원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통 난 어린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그 후로 신사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축제가 끝나고 3일 뒤, 검은 고양이가 집에 들어왔다

어디로 들어왔냐고 혼잣말로 묻자, 고양이가 “2층 창문으로.” 하고 대답했다

익숙한 그 목소리에 이치마츠?” 하고 묻자,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 형이 기다리고 있어. 토오루, 네가 오기를.”

“….”

화났어? 축제에 오소마츠 형이 가지 못해서.”

별로.”

그날, 근처에 봉인되어 있던 악귀가 풀려나서 말이야.”

악귀?”

. 요즘엔 요괴를 믿지 않으니까 종종 그런 오랜 봉인이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가 풀려버려. 제법 센 악귀였는데 풀려나자마자 우리 마을로 들어와서…. 오소마츠 형하고 카라마츠 형이 같이 싸우다가, 그 바보가 멋대로 오소마츠 형을 감싸다가 다친 거야. 오소마츠 형이 그 정도에 쓰러질 리 없는데. 아니, 솔직히 오소마츠 형 혼자서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였는데 말이지? 멋대로 나대다가 꼴 좋게 당한 거지, .”

그럼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자기 때문에 다쳤으니까 집에서 나오지 않고 간호하고 있는 거야?”

…. 좀 다르지만, 뭐 그렇지.”

후응-”

토오루가 무사히 축제를 즐길 수 있게 싸우다가 못 간 거야. 오소마츠 형은.”

자상한 눈으로 나를 보며 이치마츠가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가만히 앉아 이치마츠 말을 듣는 내 머리를 크게 한번 쓰다듬은 이치마츠가 창틀에 올랐다.


그럼 나는 가볼게. 화 풀렸지?”

나를 보며 묻는 이치마츠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했지만, 카라마츠는 좀 미워….”

나도 모르게 나온 진심에 이치마츠가 -” 하고 웃었다

나도 그래.” 하고 짧게 말한 이치마츠가 훌쩍 창문을 뛰어넘어 마당에 착지했다

창가 밖으로 얼굴을 내민 내게 이치마츠가 다정히 외쳤다.


싫어해도 괜찮아. 토오루, 네 맘이니까. 그리고 내일은 신사에 오고. 오소마츠 형이 걱정하고 있으니까.”

…. 갈게.”

이치마츠의 상냥한 위로에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응어리가 조금 풀어진 것 같았다

내 대답에 만족스럽게 꼬리를 흔든 이치마츠가 저 멀리 뛰어갔다.

 

 

다음 날, 신사에 올라가자마자 오소마츠가 달려왔다.


-, 축제 못 가서 미안해.”

괜찮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썹을 늘어뜨린 오소마츠 머리 위에 언제나 쫑긋 솟아있던 귀도 축 처져 있었다

풀 죽은 강아지마냥 늘어진 귀가 웃겨 픽- 웃음을 흘리고 방긋 웃자, 그제야 오소마츠의 입가에도 푸근한 미소가 어렸다.

 

 

 

중학교 2학년, 이번에야말로 꼭 축제에 가겠다며 오소마츠가 먼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축제날을 기억해주는 오소마츠가 고마워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에 올라가 연극부에 들어간 나는 오소마츠와 약속한 날 이후로 연습에 더 열심히 매진했다

맹연습을 반복해 주역까지 꿰차고 나니 오소마츠에게 꼭 연극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술렁거려 참을 수 없었다

한 번 더 오소마츠에게 꼭 와달라고 말하자 오소마츠가 눈을 빛내며 당연히 가야지!” 하고 힘차게 말했다.

 

축제날, 두리번거리며 오소마츠를 기다리고 있는 내 앞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나타났다

토도마츠에게 받았다는 옷을 입고 나타난 오소마츠는 멋있고 또 귀여웠다

파란 줄무늬 긴팔 티셔츠에 갈색 카디건을 걸치고 붉은 청바지를 입은 오소마츠와 검은색 도트 무늬 셔츠에 푸른 재킷을 입고 하얀 청바지를 입은 카라마츠는 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눈에 띄었다

평소엔 붉은 기모노만 입었으면서 옷차림까지 신경 써가며 나를 보러 온 것이 너무 기뻐서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연습 때보다 더 기합이 들어간 연극은 수많은 박수 소리 속에서 막을 내렸다

연극부 선배들도 내게 칭찬을 쏟아내며 엄지를 들어 보여주었고, 나도 뿌듯한 마음으로 오소마츠에게 달려갈 수 있었다.


-! ~청 잘했어!! 진짜 진짜 멋있었어!!”

장하다며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는 오소마츠는 만면에 미소를 피우고 있었다

기대 이상의 칭찬에 수줍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연극의 한 장면 장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오소마츠 옆에서 한창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연극부 부장 선배가 내게 손짓했다

오소마츠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옮기자 선배가 뒤풀이에 올 거냐 물었다

주역인 내가 빠지면 안 된다는 압박을 주며 날카롭게 쏘아보는 선배에게 안 가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선배는 내 대답에 빙그레 웃고 몇 시에 어디에서 모일지 알려준 뒤, 교실로 들어갔다

선배의 걸음을 따라 짧은 스커트가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선배의 스커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다가온 오소마츠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고 야살스런 웃음과 함께 묘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어라라~, -루는 저런 아이가 좋구나~?”

내가 미처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었다

- 하고 만화 같은 효과음 뒤에 오소마츠가 입고 있던 옷이 세라복으로 바뀌었다

겨우 허벅지를 가리는 짧은 스커트 아래 뽀얀 오소마츠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놀라 숨을 내뱉으며 어버버 거리는 내게 오소마츠가 얄상스럽게 속삭였다.


어때? 이런 게 좋지~?”

내 반응을 보며 키들거린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스커트를 슬쩍 들어올리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홱 낚아챘다.


, , 오소마~?! 그렇게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지 마라!!”

잔뜩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재킷을 벗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허리에 재킷을 감았다

당황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배시시- 웃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툭 쳤다

눈썹을 한껏 찌푸리고 오소마츠를 나무라는 카라마츠와 시종일관 즐겁게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문득, 금술 좋기로 유명한 부모님과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자아내는 분위기가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망치로 머리를 힘껏 때린 것 같은 충격이 나를 덮쳤다.


나는, 첫사랑을 자각함과 동시에 실연을 경험했다.

 

 

축제가 끝난 후, 이어진 시험 기간이 끝나고 방학이 되어도 나는 신사에 가지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오소마츠를 그런 마음으로 봤던 건지 혼란스러웠다

단순히 친애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연정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동시에 오소마츠를 독차지한 카라마츠를 향한 원망과 질투가 마음속을 가득 메웠다.


방학이 되어도 신사에 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 오소마츠를 마주 보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더는 전처럼 평범하게 오소마츠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밤엔 꼭 오소마츠의 꿈을 꾸었다

축제에서 오소마츠가 보여주었던 세라복을 입은 모습이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 틈만 나면 떠올랐다

처음으로 몽정을 경험한 날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악감과 혼란과 흥분이 한데 뒤엉켜 정말로 죽고만 싶었다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을 강하게 자각할수록, 도저히 신사로 발을 옮길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어느 날, 오소마츠가 찾아왔다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훌쩍 들어온 오소마츠가 걱정스럽게 나를 응시했다

오소마츠와 눈을 마주한 순간, 이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한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와 사랑하는 사이냐고, 묻는 내게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이더니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이야기를 해 줄게.”

내 침대에 앉은 오소마츠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이어진 이야기에 나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전부 이야기했다

인간이었던 카라마츠와 처음 만났을 때, 재회했을 때,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를 만나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까지 한 가족이 되었을 때, 카라마츠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을 때의 일을 전부

내게 말해주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

해일이 해변의 모든 것을 쓸어가듯 내 생각을 전부 집어삼켰다

대체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내 수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긴 시간의 인연을, 내가 도저히 끼어들 수 없는 둘의 관계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오소마츠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카라마츠도 내가 감히 미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내게 오소마츠가 다가왔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오소마츠에게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온화한 미소와 함께 오소마츠가 고백했다.


-루는 내 소중한 보물이야.”

자상한 목소리가, 상냥한 손길이, 따뜻한 눈빛이 증명했다

정말로 오소마츠에게 나는 소중한 보물이라고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긴 시간을 살아온 오소마츠에게, 앞으로도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갈 오소마츠에게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정말 짧은 생을 사는 나를, 오소마츠에게 있어선 찰나의 존재,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인 나를 오소마츠가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절로 마음속으로 깨달음이 퍼져나갔다

- 하고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준 오소마츠가 내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내렸다

어릴 적부터 오소마츠가 자주 해주었던 사랑의 표현

중학생이 된 후론 받은 적 없는 사랑스러운 입맞춤에 짧게 웃었다.


오소마츠.”

.”

,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해. 그러니까, 입시가 끝날 때까지 신사엔 가지 않을 거야.”

“…그래, 힘내. -.”

뺨에 올려진 오소마츠의 손을 맞잡고 말하는 내게 오소마츠가 웃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슬프게 웃는 그 미소에 가슴이 아렸다

오소마츠의 손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풀면 스륵- 오소마츠의 손이 빠져나갔다.

살며시 내 머리를 쓰다듬은 손은 곧 멀어졌다

나를 보며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안개가 퍼지듯 흐려지는 오소마츠를 끝까지 바라보았다

이게 이별이 아니라는 건 오소마츠도, 나도 알고 있으니까.

 

 

 

학교생활과 연극부, 그리고 입시 공부로 이루어진 나날 속에서 나는 한 번도 신사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물론이고 쵸로마츠나 이치마츠와도 만나지 않았다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삶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교 가는 길이나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언뜻언뜻 스쳐 지나가는 오소마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아도, 내 주변에 머물며 어디로 가지 않고 나를 지켜주고 있는 오소마츠의 기척에 안심할 수 있었다

힘든 나날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나를 지켜봐 준 오소마츠 덕분에 탈 없이 희망 고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입학식 후, 새로 맞춘 교복을 입고 신사로 향했다

계단을 모두 올라 토리이 아래에 섰을 때,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아츠시가 나를 반겼다.


왠지 오늘 네가 올 것 같더라고.”

활짝 피어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오소마츠가 웃었다

왈칵 솟아난 눈물을 삼키고 오소마츠에게 뛰어가 두 팔 벌려 오소마츠를 품에 안았다

자신을 훌쩍 넘긴 내 키에 놀랐는지 오소마츠가 !? 이렇게 컸어?” 하고 놀라며 내 등에 팔을 감았다

그리웠던 오소마츠의 체온에 깊은숨을 내쉬며 슬쩍 눈을 돌려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복잡한 얼굴로 나와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는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옛 연적이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에 묘한 충족감이 들어 피식 웃었다

몸을 떼고 오소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전했다.


오소마츠,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가족으로서 나를 사랑해준 오소마츠에게 감사하며 고백했다

연정이 아닌 가족애. 마음속에 차오른 사랑을 전하자 오소마츠도 수줍게 웃으며 활짝 웃었다.


나도 사랑해.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소로, 오소마츠가 웃었다.

 

 

 

언제나 혼자 올랐던 계단을 둘이서 올랐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신사에 오르자 오소마츠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내 옆에 선 여성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본 오소마츠가 자애로운 미소로 얼굴을 내밀어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 너랑 똑 닮았네.”

코는 아내 닮았어.”

팔불출.”

보이지 않는데도 나와 오소마츠의 대화에 미소 짓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순간, 아내의 몸이 흔들린 탓인지 아기가 눈을 떴다.

눈을 깜빡이며 아내와 눈을 맞춘 아기가 눈동자를 굴려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오소마츠가 보이는지, 아기가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었다

작고 통통한 그 손은 오소마츠가 살포시 마주 잡았다

부모보다 더 다정한 눈길로 아기를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내가 아기였을 때도 저런 얼굴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얼굴을 보여주면 반할 수밖에 없잖아, 하고 한숨을 내쉬자, 아기가 오소마츠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너도 맘고생 좀 하겠구나, 아들아.


아기의 손을 잡고 흔들며 좋아하는 오소마츠와 빵긋 웃는 아들을 보며 픽- 웃었다.

 

 

 

 

 

 

5.

 

계단을 내려가는 젊은 부부와 아기를 배웅한 오소마츠가 한숨 쉬듯 중얼거렸다.


시간 정말 빨리 가는구나. -루가 벌써 아기 아빠라니….”

아쉬운 듯이 내뱉는 말에 옆에 서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우리도 아기 만들까?”

우햣, 싫어용~. 나 육아 귀찮고, 놀고 싶고, …아기한테 카라마츠랑 같이 있는 시간 뺏기기 싫고.”

아내의 귀여운 대답에 키득 웃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입을 삐죽이더니 생긋 웃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루 아기도 우리가 보이는 것 같은데, 이번엔 질투하지 마~?”

슬쩍 카라마츠의 어깨에 기대며 장난스럽게 던진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얼굴을 붉혔다

열까지 내뿜는 빨간 얼굴에 손을 올려 숨긴 카라마츠가 겸연쩍게 작은 목소리를 냈다.


, 런 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든 오소마츠에게 접근하는 녀석이 있으면 싫은 마음이 들어버리니까….”

한탄하듯 내뱉는 말에 오소마츠의 얼굴에도 홍조가 퍼졌다.

붉은 얼굴을 소매로 감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 하고 얼굴을 내린 카라마츠에게 살포시 오소마츠의 입술이 겹쳤다.



<7월 2일에 끼토산님이 보내주신 축전>

정말정말 감사하게도 끼토산님께서 축전을 보내주셔서 올립니다^^





* 실은 끼토산님에게 받은 축전 자랑할려고 부랴부랴 쓴 외전입니다.

  구상은 하고 있었는데, 힘 좀 내서 후딱 썼어요ㅎㅎ


* 50제는 이번 주중에 올리겠습니다. Red tear 제본 작업하고 병행하다보니 짬이 안나네요 도저히...ㅠㅠ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어먹기 전에 후딱 올려요ㅎㅎㅎ 미루면 후기를 날려먹을 게 분명해서...


예정대로 1시 30분쯤에 도착해서 훌렁훌렁 돌아다녔습니다.

aT 센터는 처음이었는데 좋네요. SETEC보다 깔끔하고 넓고.

8월에도 열리지만 당분간 금전적으로 쪼들리니까 안가는 걸로...ㅎㅎ


가서 6만원 정도 질렀습니다.

이것이 직장인의 구매력(아냐...)

이번달은 쪼들리겠지만! 만족하고 있어요.



그럼 돈을 대가로 받은 전리품 풀어놓겠습니다ㅎㅎ



일단 오소마츠상 굿즈부터!


1. 씰 스티커 - 오소마츠, 카라마츠.

왠만하면 육둥이 다 사고 싶었지만, 내 지갑이 점점 얇아져서 무리였다...

오소마츠랑 카라마츠 너무 귀여워서 질렀습니다.

보통 스티커랑 조금 질이 다른지 좀 더 두꺼운 느낌이었어요.

요 스티커는 소중히 보관했다가 코팅을 하던지 해서 책갈피로 쓰겠습니다ㅎㅎ






2. 육둥이 투명 스티커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해!' 하고 지름신이 강림하셨습니다.

왜 저는 이리도 귀여운 거에 약한지...ㄷㄷ






3. 육둥이 체스마츠 카드세트

이거 오소마츠가 너무 쇼타스럽게 나오지 않았나요... 그래서 더 귀엽지만!?

요녀석도 질감도 좋고 두께도 적당해서 책갈피행...ㅎㅎ






4. 동물우비 카드세트

요건 그냥 보자마자 책갈피로 쓰자는 생각으로 샀습니다.

반짝반짝 예뻐요ㅎㅎㅎ








육둥이 외에 산 전리품도 있어요ㅎ


1. 일러스트 카드 세트! (맨 위에 있는 세트만 이번에 산 거고 아래 2개는 저번 겨울 서코에서 샀습니다.)

이번에 산 건 A 세트에요. 이걸로 A, B, C 세트를 다 모았따...ㅎㅎ

이건 소중히 보관하고 힘들 때마다 힐링용으로 꺼내서 보고 있습니다.


안의 내용물은 요런 느낌. (초, 초점이 잘 안 맞았네요...)






2. 고양이 책갈피

요것도 책갈피로 쓰려고 샀습니다. 아예 책갈피라고 팔고 계셨어요.

이분꺼 고양이 책갈피 전부 사고 싶었는데...ㅠ 왜 나는 월급이 쥐꼬리인지...

다음에 또 서코 가면 절대로 또 살 겁니다.






3. 펭귄 일러스트 카드

전시회장 들어가자마자 산 녀석입니다.

귀여워요... 이건 정말로 살 수 밖에 없었어요...

이것도 소중히 보관하고 힐링용으로 쓰려구요ㅎ






4. 안경 닦기

저 이거 쓸겁니다.(단호)

이렇게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진 녀석들 쓸겁니다.

전에 샀던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안경닦기는 어디에서 잃어버려서...ㅠㅠ

요녀석들로 대체하려고 샀어요.

각각 다른 부스에서 샀고, 토끼 일러스트는 일러스트 카드 세트 산 부스에서 샀습니다!





이걸로 끝이네요.

정말 보람찬 하루였지만, 힘들어요...

다행이 표 사는 줄은 길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예 줄이 없어서 가자마자 표 사서 들어갔어요ㅎ

그래서 땀은 많이 안 흘렸습니다. 오히려 돌아올 때 지하철 역에서 많이 흘렸네요...

청량리-춘천 운행하는 itx 청춘열차를 갈 때는 예약했는데 올 때 보니 전부 매진...

경춘선 타고 왔더니 3시간이 걸렸... 분명 갈 때는 1시간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렸는데...

다음부턴 돌아올 시간까지 정해서 예매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드디어 내일!!


7월 서코 갑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거라, 기쁘네요.

실컷 돌아다니면서 눈호강하고 올거에요.

아, 그 전에 현금 인출 하고...ㅎㅎ

월급도 나왔겠다! 잔뜩 지르고 오겠습니다!!



부득이하게 본가에 갈 수 없게 되어ㅠ 

직장인 강원도에서 출발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일찍은 못 가요. 포기했습니다.

저는 그냥 훌렁훌렁 돌아다닐 계획이라 점심 후에


오후 1시~1시 30분 사이에 도착할 것 같아요.

1시 쯤 도착하면 표 사는 줄이 길진 않겠죠...?ㄷㄷ

서코 내공 많은신 분들 좀 댓글로 알려주세요ㅠㅠ

가면 한 2~3시간 정도 있을 것 같네요.


저번에 갔을 때, 1시 쯤에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죠!! (자기최면)


암튼 갈 생각하니 막 덩실덩실 몸이 날뛰네요.

실컷 구경하고 오겠으~

막 지르고 오겠으~ㅎㅎㅎ



내일 저녁에 전리품 가지고 후기 쓰겠습니다. +_+ㅎ


* 오랜만에 오소카라입니다!


* 미지근한 오소카라? 사귀고 있진 않지만 충분히 꽁냥대는 오소카라입니다ㅎㅎ


* 공미포 16,589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그 누구도 아닌,

가 필요해.

 

 

 

 

 

 

2.

 

마츠노 카라마츠는 대체로 운이 없다

파칭코에 가면 지기 일쑤

길을 걷다 보면 보이지도 않았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일상사

마츠요의 심부름이 있으면 가위바위보를 하던, 내기를 하던, 결국 심부름을 가는 것은 카라마츠였다

자신의 불운에 불평을 터뜨릴 만도 하건만 그는 항상 웃었다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하지만, 무엇이든지 한계는 존재하고,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불운이 연속해 일어나는 날도 있다.

 

 

 

따르릉- 하고 투박한 전화벨 소리에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마츠요가 현관으로 나왔다

무겁고 커다란 검은색 수화기를 들어올리면, 저편에서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마에서 크게 이겨 함께 경기를 보던 아저씨들과 한잔하고 들어가겠다는 장남의 유쾌한 목소리에 쓴웃음을 흘린 마츠요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1인분 줄어든 저녁 식사 메뉴를 생각하며 마츠요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탁탁탁- 경쾌한 칼소리를 울리며 양배추를 썰던 마츠요가 문득 고개를 들어 고개를 갸웃하고 손을 멈췄다

오늘 저녁 식사는 야키소바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소바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서둘러 칼을 놓고 찬장을 확인하자 텅 빈 소바 봉투가 마츠요를 반겼다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쉰 마츠요가 그 자리에서 거실에 모여있을 아들들을 불렀다.


백수들아~, 누구 한 명만 이리로 와보련~?”

거실에 닿은 마츠요의 목소리에 카라마츠를 제외한 전원의 눈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정돈하고 있던 카라마츠는 사방에서 꽂히는 뜨거운 눈길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곤란한 듯이 웃으며 거울을 내려놓은 카라마츠가 복도를 향해 발을 옮겼다.


우왓!!”

으왓!? ! 카라마츠 형!! 조심 좀 해!!”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도 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토도마츠 덕분에 거실문을 가로질러 떠 있던 충전기 줄에 카라마츠가 걸렸다

넘어지려는 몸을 간신히 비틀어 중심을 잡았지만, 덕분에 과도하게 돌아간 발목이 욱신거렸다

카라마츠의 발에 걸린 충전 코드를 따라 폰을 놓친 토도마츠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매섭게 쏘았다

미안하다, 브라더-” 하고 카라마츠가 사과하자 팩- 고개를 돌린 토도마츠가 .”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욱신거리는 발목에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발을 떼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으로 카라마츠가 들어서자, 지폐를 내밀며 소바를 사오라는 마츠요의 말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을 나와 복도에 선 카라마츠가 곤란한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제대로 접질렸는지 발목이 욱신거리다 못해 화끈거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슈퍼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카라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마른침을 삼키며 거실문을 열었다.


브라더-? 마미가 소바를 사오라고 하는데…,”

그런데?”

토도마츠의 대답과 함께 뒷말을 흐리는 카라마츠에게 꽂힌 4개의 시선이 조용히 카라마츠를 추궁했다

왜 네가 안 가냐?’ 하는 눈빛으로 보는 동생들에게 차마 발목이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카라마츠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다녀오겠다!”

싱긋- 웃고 말을 마친 카라마츠가 거실문을 닫으려는 순간, 구인 잡지를 보고 있던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불러 세웠다.


카라마츠 형.”

?”

나가는 김에 거기 옆에 있는 쓰레기통 좀 비워줘.”

, 아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쵸로마츠를 응시한 카라마츠가 제 발치에 놓인 쓰레기통을 보고 힘없이 대답했다

기운 빠지는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쵸로마츠는 제 할 말만 마치고 다시 구인 잡지에 집중했다

가득 차다 못해 아예 입구 밖으로 쓰레기가 넘칠 것 같은 쓰레기통의 비닐 입구를 모아 꾹꾹 눌러 빼내자, 묵직한 무게가 팔에 걸렸다

주섬주섬 봉투를 묶어 현관을 나서는 카라마츠에게 거실에 남은 형제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젠 아예 감각이 사라진 발목을 끌고 소바를 사 돌아온 카라마츠가 주방에 들어갔다

고생했다며 마츠요가 준 소액의 용돈을 주머니에 넣은 카라마츠가 발목에 감을 붕대를 빼내기 위해 거실에 들어왔을 때, 떡 하니 거실 바닥에 놓인 동그란 공이 눈에 띄었다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고, 형제들 모두 거실에 모일 텐데, 바닥에 이런 게 있으면 누군가가 밟고 미끄러져 넘어질 것은 뻔했다

카라마츠는 작은 공을 집어 들어 거실 구석에서 고양이를 매만지고 있는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이치마츠, 이 공 네 건가?”

!? 그런데? 왜 개똥마츠 너가 멋대로 만져?”

!? , 아니….”

좀 전까지 평온했던 표정을 순식간에 구기고 노려보는 이치마츠의 사나운 질문에 카라마츠가 말을 잃었다

바닥에 놔두면 위험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싸늘한 이치마츠 앞에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거 빨리 내놔.”

, , 미안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과의 말을 내뱉은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공을 이치마츠 손 위에 올렸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고양이에게 공을 주는 이치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다시 주의를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치마츠, 그 공 말인데…”

.”

“….”

사람 하나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이치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다시 말을 삼켰다

슬쩍 눈을 돌리고 고개를 저은 카라마츠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몸을 돌리려 하자, 뒤에서 다가온 쥬시마츠가 카라마츠 등에 올라탔다.


쥿, 쥬시마~!?”

즐거운 얼굴로 카라마츠 등에 올라타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던 쥬시마츠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치마츠 형아! 공이 바닥에 굴러다니면 위험해요오~”

, …. 미안, 잘 챙길게.”

쥬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 가볍게 몸을 튕겨 카라마츠 등에서 내려온 쥬시마츠가 이치마츠 옆에 앉아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공을 굴리며 노는 고양이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치마츠를 보며 빙긋- 웃은 쥬시마츠가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보고 활짝 웃었다.


카라마츠 형아! 이제 괜찮아!”

, 그래….”

자신은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주의를 준 쥬시마츠가 고마웠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입가를 끌어올려 학창시절 연극부 시절의 연기력을 120% 발휘한 카라마츠가 아무렇지도 않는단 얼굴로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녁 식사는 야키소바였다

커다란 접시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키소바를 앞에 두고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각자 덜어 먹으라고 앞 접시를 준비한 마츠요에게 감사하며 집게를 들어 자신이 먹을 만큼 덜어내는 형제들은 본 카라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형님은?”

알아서 들어 오겠지.”

맞아, 어린애도 아니고.”

카라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완전히 야키소바에 정신이 팔린 토도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고 뭔가를 말하려던 카라마츠가 이내 입을 닫았다

야키소바는 오소마츠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원형 테이블에 놓인 5개의 접시를 셈해본 카라마츠가 다시 형제들에게 물었다.


형님은 오늘 늦는 건가?”

글쎄-”

백수 1호는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했단다~”

접시에 수북이 야키소바를 덜며 대답한 쵸로마츠의 뒤를 이어 마츠요가 식사를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동생들은 거 봐라.’ 하는 얼굴로 힐끗 카라마츠를 보더니 곧 식사에 집중했다

카라마츠는 아직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빈 접시를 들어 올리며 그런가….” 하고 툭- 내뱉었다.

 

 

 

 

 

 

2.

 

커다란 하품을 하며 이불에서 나온 오소마츠가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점심때도 훌쩍 지난 오후 3. 벅벅 배를 긁으며 다시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한 오소마츠가 소매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어제 대체 몇 시에 집에 들어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산 너머가 서서히 밝아오는 것을 본 것만이 떠올랐다.


날 새기 전까지 마신 건가….’

숙취가 명백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메스꺼운 배를 슬슬 문지른 오소마츠가 주방에 들어갔다

수돗물을 떠 그 안에 적당히 설탕을 털어 넣고 한 번에 들이켰다

일찍 일어났다면 마츠요의 특제 해장국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설탕물도 오소마츠에겐 나름 효과적이었다

꾸르륵- 이상한 소리를 외치는 배를 다시 문지르며 오소마츠가 거실에 들어섰다

형제들이 모두 나간 거실엔 카라마츠만이 테이블에 기대고 앉아 거울을 보고 있었다

거실에 들어선 오소마츠에게 굿 모닝-, 브라더-!” 하고 짤막한 인사를 건넨 후, 거울에 시선을 돌린 카라마츠를 오소마츠가 가만히 응시했다.


카라마츠,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지끈거리는 두통에 눈썹을 찌푸린 채, 카라마츠 근처에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가 물었다.

!?” 하고 거울에서 시선을 뗀 카라마츠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라니?”

그러니까…, 녀석들이 또 뭔가 사고 치거나, 너한테 뭐라 하지 않았냐고.”

브라더-들은 어제도 굉장히 귀여웠다. 아무 일도 없었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카라마츠를 다시 은근히 응시한 오소마츠가 돌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잠버릇으로 솟아난 뒷머리를 긁적이며 작게 혀를 찬 오소마츠가 다시 물었다.


-짜로 아무 일 없었어? 사소한 거도 없어? 횽아, 어제 늦게까지 마셔서 어제 귀-여운 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뭐 없나 알고 싶은데~”

오소마츠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없다.” 고 대답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다시 어휴~” 하고 이유 모를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라마츠우~, 근데 왜 그렇게 풀이 죽었어?”

쓱쓱,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응시한 카라마츠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일렁이는 뭔가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에 오소마츠가 다시 작게 한숨을 쉬고, 더 부드럽게 카라마츠의 머리를 매만졌다.


~?”

“….”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는 듯이 괴로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다정한 미소를 보냈다

네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단 태도로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담은 눈이 천천히 느긋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카라마츠가 머뭇거리며 망설이고 망설이던 한 마디를 꺼내려는 순간, 벌컥 거실문이 열렸다.


““…, 오소마츠 혀엉(형아)….””

, 어서 와, 이치마츠. 쥬시마츠.”

, 고양이가, 고양, , 갑자기….”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등장에 놀란 오소마츠가 재빨리 카라마츠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아쉬운 듯이 멀어지는 오소마츠의 손을 응시한 카라마츠도 곧 표정을 바꾸고 웃는 얼굴로 두 동생을 맞이했다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떨며 울먹이는 이치마츠가 코를 훌쩍- 들이마셨다

항상 활기차고 미소를 잃지 않던 쥬시마츠도 이치마츠를 따라 울먹거리고 있었다

당황해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이치마츠 품에 안겨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미약하게 움직이는 가슴이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 고양이가, , , 갑자기…!!”

, 때문이야. 나 때문에, 내가 쓰레기라서…!!”

오소마츠의 손이 고양이에게 닿자마자 쥬시마츠가 울음을 터뜨렸다

오소마츠 팔에 매달려 우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가볍게 쓰다듬고, 밑도 끝도 없는 자기비하를 시작한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동물 병원 가자.”

통통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어제 경마에서 딴 돈이 아직 좀 남아있는 것을 떠올린 오소마츠가 말했다

우느라 말도 못 하는 이치마츠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쥬시마츠도 그만 울고 형아 도와줘.”

, 아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하는 쥬시마츠에게 빙긋- 미소 지은 오소마츠가 서둘러 2층에서 지갑을 가지고 내려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휘청거리는 이치마츠를 지탱해주며 걸음을 옮겨 현관에 선 오소마츠가 그제야 몸을 돌려 카라마츠와 눈을 맞췄다.


미안, 카라마츠. 나중에.”

아아! 빨리 다녀와라! 키티-는 무사할 거다! 이치마츠!!”

한 손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당황한 카라마츠가 재빨리 대답했다

슬픔에 빠져 카라마츠에게 시비를 걸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데리고 오소마츠가 현관을 빠져나가고 드르륵- 하고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카라마츠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테이블에 엎드렸다.


, 이니까…. 참아야 한다. 괜찮아, 괜찮아.”

작게 속삭이는 말은 허공에 퍼져 슬픔을 불러왔다

입술을 깨물고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참아낸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이치마츠의 친구가 낫기를 기도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온 오소마츠와 동생들이 테이블에 앉았다

젓가락을 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이치마츠가 .” 하고 물었다.


, , 키티-는 어떤가?”

“…별로, 괜찮아.”

영양실조래. 병원에서 잠깐 맡아준다고 했어. 곧 건강해질 거야~. 그치? 이치마츄~?”

….”

정말 다행임닷!”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 이치마츠를 대신해 오소마츠가 자세히 상태를 설명했다

마침 찾아간 병원은 유기동물의 입양 업무도 하는 것 같았다

간단한 건강검진을 하고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수의사의 말에 이치마츠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설명했다

쥬시마츠는 그 옆에서 , !” 하고 세게 고개를 끄덕이며 근심 하나 없는 얼굴로 웃었다

얼굴이 새빨개져 오소마츠의 말을 막으려 하는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가 다행이구나.” 하고 건네자, 빨개진 얼굴 채로 이치마츠가 ….” 하고 작게 대답했다

식사가 다 끝날 즈음, 이치마츠가 깨작깨작 남은 밥을 입으로 옮기던 것을 멈추고 작은 목소리로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병원비, 내줘서 고마워…. 오소마츠 형.”

? 별말씀을!”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두세 번 쓰다듬었다

거친 손길에도 이치마츠는 도망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행복한 거구나.’

부드럽게 이완한 이치마츠의 눈가를 보며 카라마츠가 말없이 웃었다

역시 오소마츠 형은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3.

 

존 아침~”

이제야 일어난 거야? 오소마츠 형.”

굿 모닝! 브라더-”

삐죽 일어선 뒷머리를 긁적이며 거실에 들어온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인사말을 건넸다

이치마츠 이하 3명의 동생은 이미 외출한 거실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 만이 남아 있었다

오소마츠의 뒷머리를 보며 그 머리 좀 어떻게 하라고 잔소리를 퍼붓는 쵸로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시선을 가져갔다

한참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건성으로 대답하던 오소마츠가 읏챠하는 기합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밥 남아 있나?”

남아 있을걸?”

오소마츠의 혼잣말에 쵸로마츠가 대답했다

타박타박 복도에 발소리를 울리며 주방으로 향한 오소마츠에게 한숨을 지어 보낸 쵸로마츠가 펴들고 있는 구인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똑딱똑딱, 시계 소리가 거실 안에 울렸다

분침이 한 칸 더 이동할수록 카라마츠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는 소음이 나지 않게 천천히 거울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쵸로마츠에게 넌지시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까 망설였다

평소 자신은 형제들이 외출하건 안 하건 물어보지 않는 주의였고, 지금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쵸로마츠가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들킬 것이 뻔했다

하고 싶은 말을 건네지 못하고 덜덜 다리를 떨며 카라마츠가 조바심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을 때, 달그락- 하고 주방에서 그릇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를 마친 오소마츠가 싱크대에 빈 그릇을 넣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카라마츠의 초조함이 배가 되었다

오소마츠가 거실에 돌아오면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오소마츠 세 사람이 남는다

쵸로마츠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디작은 신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한숨과 함께 포기한 듯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 오늘 라이브!”

문득 뭔가를 떠올린 쵸로마츠가 서둘러 잡지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 쵸로마츠. 어디 나가나?”

. 오늘 냐-짱 라이브 있는 걸 깜빡했어.”

-, 잘 다녀와라.”

.”

너무 기뻐하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연기하며 말을 건네도 얼굴에 돈 화색은 숨길 수 없었다

쵸로마츠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고개를 기울이고 가방을 어깨에 멨다.


백수 3~, 편지 왔다.”

?”

쵸로마츠가 막 거실을 나가려는 순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마츠요가 쵸로마츠를 불렀다

복도에서 마츠요가 건네는 편지를 받은 쵸로마츠가 가방을 내리고 다시 거실에 앉았다

- 하고 망설임 없이 편지 봉투를 찢은 쵸로마츠가 내용물을 확인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노골적으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쵸로마츠의 모습에 당황한 카라마츠가 쵸로마츠를 불렀지만, 쵸로마츠는 묵묵부답이었다.


? 뭐 봐?”

눈치 없이 거실에 돌아온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쵸로마츠가 보고 있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전 쵸로마츠가 최종 면접까지 봤던 회사에서 보낸 불채용 통지서

오소마츠는 난감한 신음을 흘리며 가볍게 쵸로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풀이 죽었어~ 쵸로씌~ 또 기회가 있겠지~”

!”

오소마츠의 가벼운 말투에 쵸로마츠가 이를 갈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구직 활동도 안 하는 오소마츠 형이 뭘 알아!! 아무런 스펙도 없는 나를 최종 면접까지 받아주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형도 이제 성인이면 현실을 좀 봐!!”

? 왜 나한테 화내는 거야?”

쾅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발을 구른 쵸로마츠가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얼굴로 외쳤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앉은 채로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태연한 오소마츠의 태도에 더 화가 났는지 쵸로마츠의 언성이 높아졌다.


애초에 오소마츠 형이 이러니까 우리가 취직을 못하잖아!! 조금은 네놈도 노력하라고!! 형이면서 모범을 보이지도 않고!!”

네가 취직을 못 하는 게 왜 내 탓? 그리고 너도 만만치 않게 나처럼 놀았잖아! 아직도 지하 아이돌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면서!”

그러는 망할 장남 네놈 취미는 도박이잖아!! 인간쓰레기! 왜 사냐!? 나가 죽어!!”

아아!?”

오소마츠를 향한 인신공격을 퍼붓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도 언성을 높이고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주먹질이 오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노성과 욕설이 오갔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당황한 카라마츠가 둘에게 다가갔다.


, 쵸로마츠. 진정해라. 형님 말대로 또 기회가 올 거다.”

허구한 날 다리에서 시간이나 낭비하는 개똥마츠가 아는 척 말하지 마!!”

쵸로마츠를 진정시키기 위해 뻗은 카라마츠의 손을 팍- 하고 내친 쵸로마츠가 살기등등하게 노려보며 외쳤다

눈물을 흘리면서 폭언을 멈추지 않는 쵸로마츠에게 이미 이성은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다시 쵸로마츠.” 하고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시끄러워!!!” 하는 역정과 카라마츠를 향해 달려오는 주먹뿐이었다.


, 이건 맞겠군.’

피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이어질 아픔을 각오하고 눈을 꼭 감은 카라마츠가 둔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분명 주먹이 뭔가에 닿는 거친 소리가 났는데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뜬 카라마츠 앞엔 쵸로마츠의 주먹을 막은 오소마츠가 서 있었다.


, 쵸로마츠. 아무 잘못도 없는 카라마츠한테 화풀이 하지 마. 진심으로 화낸다.”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은 살벌한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쵸로마츠가 말을 잃었다

육둥이로 함께 살아온 세월은 20년이 넘었다

단체로 치고박고 싸워도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오소마츠가 진심으로 화났을 때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이미 다 겪은 일이었다

쵸로마츠는 발끝에서 타고 올라오는 오소마츠를 향한 두려움에 마른침을 삼키고 주먹을 거두었다.


미안, 카라마츠 형.”

, 아니….”

고개를 돌리고 작게 사과하는 쵸로마츠에게 카라마츠가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사과에 험악했던 표정을 싹 지우고 실실 웃으며 쵸로마츠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휴~, 우리 쵸로씌는 너무 진지해서 탈이야~. 오늘은 횽아가 기분 풀릴 때까지 놀아줄 테니까~”

아아!? , 잠깐 어딜 끌고 가는 거야!!”

쵸로마츠의 목에 팔을 감은 채로 질질 끌고 걸어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와 함께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

홀로 덩그러니 거실에 남겨진 카라마츠가 에에….” 하고 작은 한탄을 내뱉었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울었는지 눈가가 붉은 쵸로마츠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쵸로마츠의 기분이 풀린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식사하는 카라마츠가 문득 빈 자리를 깨달았다

토도마츠는?” 하고 묻자, 쵸로마츠가 대답했다.


아까 라인 왔어. 오늘 좀 늦는다고.”

그런가.”

쵸로마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이어가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슬쩍 다가왔다.


카라마츠.”

?”

형제들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시선을 돌렸다

식사할 때 오소마츠의 오른쪽은 항상 카라마츠가 앉았다

자신의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소마츠가 잔잔한 미소를 띠고 카라마츠를 보고 있었다.


, 뭔가?”

오늘 같이 집에서 목욕하자.”

? 다른 형제들은?”

그 녀석들은 목욕탕 가라고 하고.”

“…, 알겠다.”

!”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은 오소마츠도 밥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에 함께 목욕할 생각에 티는 내지 않아도 마음이 들떴다

조금 전까지 먹고 있던 반찬이 어쩐지 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식사가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무렵, 벌컥 거실문을 열고 토도마츠가 들어왔다.


? 토도마츠 어서 와.”

오늘의 상 정리 당번인 오소마츠가 양손 가득 빈 그릇을 들고 반기자, 오소마츠와 눈이 맞은 토도마츠가 별안간 왈칵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소마츠 혀엉~~!!!”

, 에에!? 뭐야, 왜 그래!?”

오소마츠에게 달려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붉은 후드에 얼굴을 묻고 와앙- 울음을 터드렸다

양손에 빈 그릇을 든 채로 당황한 오소마츠가 물자, 토도마츠가 눈물로 흠뻑 젖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늘 고백했는데 차였어어어어어!!”

….”

미묘한 표정으로 신음을 흘리는 오소마츠의 후드에 다시 얼굴을 묻은 토도마츠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절대로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는데에에에에!!” 하고 외치며 울기 시작한 토도마츠는 한참이 지나고 울음을 멈출 기색이 없었다

오소마츠가 들고 있던 빈 그릇을 카라마츠가 대신 들어 주방에 옮기자, 오소마츠가 작게 감사 인사를 하며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이~ 토도마츠으~”

으아아아앙!!”

느긋한 오소마츠의 부름에도 토도마츠는 그저 울기만 했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일으켜 세웠다.


오소마츠 형, 우리 먼저 목욕탕 가서 씻을게. 오소마츠 형은 토도마츠랑 집 욕실 써.”

…. …. 알겠, ….”

쵸로마츠의 제안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응시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카라마츠 형.”

…, 간다.”

쵸로마츠의 부름에 몸을 돌렸지만, 카라마츠는 토도마츠를 달래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모처럼 오소마츠 형과 함께 목욕할 수 있었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실망과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라마츠 형?” 하고 다시 자신을 재촉하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그제야 발을 떼고 거실을 나섰다.

 

 

생각보다 더 오소마츠와의 목욕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카라마츠가 받는 상실감은 꽤 컸다

연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풀이 죽은 카라마츠는 평소와 같은 이치마츠의 , 개똥마츠. 내 앞에서 걷지 마.” 하는 시비도 묵언으로 넘기며 길을 비켰다

말없이 이치마츠 뒤에서 터덜터덜 걷는 카라마츠를 이치마츠가 처음 보는 생물을 보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목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안정된 토도마츠가 형제들을 반겼다

오소마츠와 토도마츠가 깔아놓은 이불에 누워 어두운 방의 천장을 응시하며 카라마츠가 내일이야말로, 하고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4.

 

평소와 다름없는 시각에 눈을 뜬 카라마츠가 햇살에 눈부신 방 안을 둘러보았다

깔려있는 이불엔 오소마츠가 없었다

빈 오소마츠 자리를 확인한 카라마츠가 서둘러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에도 오소마츠가 없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마츠요에게 다가갔다.


마미, 형님은 어디 갔나?”

심부름이라도 하러 간 걸까, 하고 작은 희망을 품고 묻자 앞치마에 손을 닦아낸 마츠요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신기계 들어온다고 아침도 안 먹고 나갔어~”

, 그런가….”

내심 오소마츠가 자신을 위해 남아있기를 바랐던 카라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며 주방을 나왔다

카라마츠에 이어 일어난 형제들이 하나둘씩 거실에 내려오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저마다 외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싸고 옷을 갈아입는 형제들을 보며 카라마츠도 체념 섞인 깊은숨을 내쉬고 옷장을 열었다.

 

 

 

언제나 카라마츠 걸-즈를 기다리던 다리 위

그렇게나 두근거리며 걸-즈를 기다렸던 장소인데도 심장은 묵묵히 평소와 같은 박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 카라마츠가 눈썹을 내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얼굴이 엉망이군….’

한눈에 보아도 풀 죽은 표정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카라마츠가 멍청히 강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기운이 없다. 힘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형제도, 오소마츠도 없는 집이 카라마츠를 반길 것이다

나사 하나 빠진 로봇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에 고개를 돌렸다

항상 연습했던 이제야 온 건가? 카라마츠 걸-.” 라는 대사를 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너덜너덜했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고개를 돌리자, 눈앞엔 오소마츠가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소마츠?”

! 카라마츄~!”

? 아침 일찍 나갔잖아? 신기계 들어왔다고….”

~, 그거 뻥!”

?!”

집에 있으면 어제처럼 방해가 들어올 것 같아서. 일찍 나와서 너 나오는 거 기다렸어.”

….”

유쾌하게 웃으며 코 밑을 슥- 문지르는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자신을 위한, 오소마츠답지 않은 배려에 가슴이 뭉클하니 조여왔다

기쁘다고 외치며 지끈거리는 가슴에 손을 올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지그시 눈을 마주했다.


형님치곤 꽤 생각하지 않았나?”

-렇지.”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털털하게 웃었다

눈을 깜빡이며 카라마츠를 응시한 오소마츠가 후드 주머니에 박아 두었던 손을 들어 카라마츠의 머리에 올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락사락 머리를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 눈물을 흘리다니 남자답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참아낸 카라마츠가 그게….” 하고 운을 뗐다.


! 오소마츠 형아다!!!”

왜 매번…, 하고 생각하며 카라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카라마츠의 머리를 떠난 오소마츠의 손은 쥬시마츠를 향해 흔들리고 있었다

강둑에서 야구라도 했는지 흙투성이가 된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다리 위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양팔을 높이 들어 오소마츠를 부르던 쥬시마츠가 다리 위로 올라올 생각인지 강둑을 오르기 시작했다.


.”

그때, 쥬시마츠의 볼록한 주머니에 들어있던 야구공이 데구루루 굴러 강물에 빠졌다

아깝긴 했지만, 야구공은 또 사면 그만이었다

오소마츠는 동생의 불운에 마른 웃음을 흘리며 놔두고 올라와~” 하고 외쳤다

하지만 공이 빠진 강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쥬시마츠에게 오소마츠의 외침이 닿지 않았다

그대로 강둑을 올라오라는 오소마츠의 말과 정반대로 강둑을 뛰어 강가로 내려간 쥬시마츠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강물에 뛰어들었다.


쥬시마츠!?!?”

쥿, 쥬시마~!?!?”

놀라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이치마츠와 경악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를 불러도 쥬시마츠의 모습이 강물 위로 떠 오르지 않았다

당황해 말을 잃고 강물을 쳐다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오소마츠가 붉은 후드를 벗어 던졌다.


푸읏!? , 형님!?”

잠깐 맡아줘!”

뭘 하려고!?”

붉은 후드를 벗어 안에 받쳐 입은 하얀 반팔 티 상태가 된 오소마츠가 다리 난간에 발을 올렸다

놀란 카라마츠가 재빨리 오소마츠의 허리를 안고 묻자, 오소마츠가 다급히 외쳤다.


쥬시마츠가 빠졌잖아! 구해줘야지!!”

아니, 여기서 뛰어내리면 형님도 위험하다!!”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패닉이 되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으로 외쳤다

다리 높이는 제법 높았고, 아무리 강물이 깊어도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면 안전은 보장할 수 없었다

놓으라는 오소마츠의 외침에 카라마츠가 팔에 힘을 주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쥬시마츠를 구하겠다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실랑이를 하는 사이, 철퍽- 하고 물이 튀는 소리와 함께 쥬시마츠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강가로 걸어와 이치마츠까지 끌고 다리 위로 올라오는 쥬시마츠를 보며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넋을 잃었다.


오소마츠 형아, 카라마츠 형아.”

쥿, 쥬시마츠!! 괜찮은가!? 어디 다친 덴!?!?”

없어!”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쥬시마츠가 손을 번쩍 들었다

멀쩡한 쥬시마츠의 몸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온몸을 휘감고 있던 긴장을 풀며 다리에 주저앉았다.


, 다행이다~”

- 한숨 쉬듯 내뱉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 오소마츠가 흠뻑 젖어 뚝뚝 물방울을 흘리고 있는 쥬시마츠에게 물었다.


왜 강에 뛰어든 거야…. 아무리 수영이 능숙해도 위험하다고? 쥬시마츠.”

아이!”

아니, ‘아이가 아니라.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아이!”

알아들은 거지!?”

황당해하며 외치는 오소마츠에게 옆에서 듣고만 있던 이치마츠가 슬쩍 끼어들었다

쥬시마츠가 소중하게 손에 쥐고 있는 야구공을 가리킨 이치마츠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거, 저번에 야구 경기 보러 갔을 때 받은 싸인볼이야. 홈런볼을 쥬시마츠가 받아서 제일 좋아하는 선수한테 싸인 받은 거.”

그래서 강까지 뛰어든 거였냐….”

이치마츠의 설명에 오소마츠가 더 황당하단 얼굴로 헛웃음을 흘렸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무사한 야구공을 자랑하듯 내밀었다

오소마츠는 그래, 대단하네. 그래도 앞으론 그러지 마.” 하고 당부하며 집으로 가자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조금 더러워졌어.”

집으로 가는 길, 쥬시마츠가 물을 잔뜩 먹은 공을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카라마츠와 나란히 걷던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런 거, 다음에 또 싸인 받으러 가면 되잖아!”

!! 그럼 그땐 오소마츠 형아도 같이 가요!”

오케-”

오소마츠의 말에 즐겁게 웃는 쥬시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픽- 웃음을 흘렸다.

걸음 속도를 조금 더 높여 쥬시마츠와 오소마츠와 나란히 선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감기 걸리지 않게 빨리 집에 돌아가 씻는 게 먼저다.”

아이!”

카라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 쥬시마츠에게 맞장구를 치며 카라마츠가 힐끗 눈을 돌렸다

어느새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의 뒤에서 이치마츠와 나란히 걸어가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준 카라마츠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아쉬움을 삼켰다.

 

 

 

 

 

 

5.

 

아무런 기대도 없이 눈을 뜨자 시야 가득 똑같은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보였다

눈을 깜빡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 하고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천천히 카라마츠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이~, 아침이다~”

, ?”

~?”

카라마츠의 얼떨떨한 목소리에 느긋하게 대답한 오소마츠가 잔잔히 웃었다

이불에서 몸을 일으킨 카라마츠가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를 응시하자 붉은 후드를 입고 이불 위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후드를 내밀었다.


, 갈 데 있으니까 빨랑 갈아입어.”

갈 데?”

.”

잠옷을 벗고 푸른 후드를 입으며 묻자 오소마츠가 상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재촉 하에 얼굴을 씻고 함께 계단을 내려가자 현관에 서 있던 마츠요가 얼른 가자!” 고 말했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카라마츠가 신발을 신는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마미랑 어딜 가는 건가?”

카라마츠의 물음에 먼저 현관 밖에 나가 도구를 차에 싣던 마츠요가 대답했다.


주말농장 좀 도우렴. 백수들아.”

? 농장??”

아직도 모르겠단 얼굴로 더 늘어난 물음표를 머리 위로 돌리고 있는 카라마츠의 손을 오소마츠가 잡았다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 가자!!” 고 힘차게 외치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아끌었다.

 

 

 

여름의 뜨거운 땡볕 아래, 마츠요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가꾸고 있다는 주말농장에 도착한 카라마츠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훔쳐냈다

차를 끌고 도착한 시외 농장에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투박한 고무장화를 신고, 목장갑을 끼고, 목엔 수건 하나씩 걸고 일을 시작했다

비료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사이에 목장갑은 너덜너덜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고 후드는 축축해졌다

뜨겁다 못해 따갑기까지 한 햇볕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비료 봉투를 정리한 카라마츠가 농장 한편에 놓인 벤치에 엉덩이를 내렸다.


후아~, 힘드러~~”

카라마츠를 따라 벤치에 앉은 오소마츠가 죽을 소리를 내며 하늘을 응시했다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에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화난 목소리로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꼭 이런 일에 나를 부르는 이유는 뭔가.”

그야, 너가 제일 힘 세고. 횽아 혼자 이런 힘든 일 하면 억울하잔옹~”

가볍게 주먹을 쥐고 입가에 가져가 눈을 반짝이며 토도마츠의 귀여운 척을 따라 하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사납게 바라보았다

목장갑을 뺀 맨손으로 오소마츠의 땀에 젖은 후드를 짝- 하고 때리자 손바닥이 얼얼했다.

으갹!” 하고 신음한 오소마츠가 얼얼한 등을 매만지며 억울하단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쏘아보았다.


카라마츠.”

.”

마츠요 여사가 고생했다고 일당을 줬는데….”

일당?”

- 장난스러운 웃음을 활짝 피운 오소마츠가 갈색 봉투를 카라마츠 눈앞에 슬슬 흔들었다

멍청히 봉투를 따라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키들거리며 물었다.


횽아랑 둘이서만 마시러 갈까?”

!”

오소마츠의 말에 끝나자마자 고개를 거세게 끄덕이며 대답한 카라마츠가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다

킥킥킥- 웃음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자신이 너무 빨리 대답했다는 것에 창피함을 느꼈다

아무리 바라고 있던 제안이라도 그렇게 즉시 답을 해버리면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다 드러나 버린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불찰을 되새기며 다신 그러지 말자고 가능할 리 없는 다짐을 굳혔다.


 

 

~, 피곤해.”

아직 남은 일을 마치고 가겠다는 마츠요를 농장에 남겨두고 집에 돌아온 오소마츠가 거실에 발을 들였다.

막 거실에 앉으려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급히 불러 세웠다.


?”

흙 떨어진다! 먼저 씻고 옷 갈아입어!”

~, 귀찮아….”

카라마츠의 꾸중에 오소마츠가 거실에서 나와 복도에 섰다

갈아입을 건넨 카라마츠가 먼저 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본 오소마츠가 수건을 적당히 적셔 몸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10분도 안 되어 욕실에서 나온 카라마츠를 오소마츠가 손짓해 불렀다

거실에 앉아있는 오소마츠의 곁에 다가가 앉자 오소마츠가 해죽이 웃었다.


마시러 어디 갈까? 치비타네?”

으음…, 그곳보단 저번에 같이 갔던 곳이 어떤가?”

저번에? 옆 동네 선술집?”

!”

거기 안주 맛있지…. 그럼 거기 갈까?”

!”

좋아! 갑시당~!”

기쁘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빙그레 웃은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도 따라 몸을 일으키자, 오소마츠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누구? , 녀석들이다….”

발신자를 확인한 오소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형제들이라는 말에 카라마츠가 숨을 멈추고 온몸을 긴장했다

요 며칠 오소마츠와 둘만 있으면 귀신같이 동생들의 방해가 들어왔던 것을 카라마츠는 잊지 않고 있었다.


~?”

오소마츠 형, 어디야?

. 카라마츠랑 같이 있어.”

그래? 잘됐네. 카라마츠 형한테 따로 연락할 필요 없겠다. 우리 지금 치비타네 와 있어! 형들도 빨리 와!

토도마츠의 발랄한 목소리 뒤로 시끌벅적한 동생들의 대화 소리가 울렸다

주먹을 꽉 쥐고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통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카라마츠가 토도마츠의 제안에 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는 하고 신음하며 목덜미를 긁적이고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두었다.


치비타가 새 메뉴 개발해서 무료로 먹어도 된대!

, 그래….”

토도마츠의 신난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눈동자를 굴리며 작게 혀를 찼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안 온대?)

오소마츠를 부르는 토도마츠 뒤로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리가 있어 작은 목소리였지만 카라마츠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옛 파트너의 제안이라면 잘 거절하지 않는 오소마츠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 순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스마트폰을 뺏었다.


, 카라마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오소마츠의 시선을 무시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카라마츠가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오소마츠 손을 잡아 이끌었다.


? 카라마츠??”

당황한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오소마츠를 끌고 2층에 올라 육둥이 방에 들어간 카라마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에게 등을 보이고 선 카라마츠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손을 뻗은 순간, 빙글- 몸을 돌린 카라마츠의 눈가엔 커다란 눈물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나다….”

?”

고개를 푹 숙인 카라마츠의 입에서 나온 작은 말의 흔적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한 발짝 카라마츠에게 다가간 오소마츠가 조심스럽게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강하게 쥔 주먹이 애처로웠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천천히 탐색하듯이 살폈다

주먹을 감싸 쥔 오소마츠의 손에서 퍼져오는 온기에 눈물을 떨어뜨린 카라마츠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지금 오소마츠 형이 제일 필요한 건 !!!”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확실하게 오소마츠의 마음에 닿은 카라마츠의 애통한 외침이 오소마츠의 등을 떠밀었다

팔을 벌려 카라마츠를 품에 안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다정하게,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몸을 낮췄다

카라마츠를 안은 채, 바닥에 앉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오소마츠의 등에 팔을 둘러 마주 안은 카라마츠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오소마츠가 온화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지금은 카라마츠 만을 위한 횽아에요~”

통통, 일정한 박자로 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카라마츠의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싶을 즈음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에 후핫- 짧은 웃음을 흘리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쳐 눈물을 닦아냈다

살살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않고 카라마츠의 눈물을 전부 닦아낸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 카라츙은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으우우…, 오소마츠 형~”

, .”

맨날 나만 심부름 나가고, 저번에도 토도마츠 핸드폰 줄에 넘어져서 발목 삐었는데, 내가, 소바 사오고!!”

, .”

, 위험하니까, 잘 간수하라고 한 건데, 이치마츠가 화내고!”

, 이치마츠가 나쁘네. 그건.”

쵸로마츠도, 나한테 화풀이하고!”

, 그건 횽아가 다신 그러지 말라고 잘 말해뒀어. 그것도 쵸로마츠가 나쁘네.”

으우우~, 그래서, 그래서, 형한테 위로받고 싶었는데…. 동생들이 있으니까,”

. 횽아랑 둘이서만 있고 싶었는데, 자꾸 녀석들이 방해했네-”

, 힘들었다아아~!!”

. 잘 참았네-, 카라마츠우~ 착하다~ 동생들을 위해서 참은 거지? 착하다, 카라마츠~”

참았는데, 이제 한계다아~”

후핫! 그러게. 이렇게 울고. 지금까지 잘 참았어, 카라마츠. 마음껏 울어.”

혀엉~~”

네네. 횽아 여기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어요오~”

오소마츠 품에 파고드는 카라마츠를 꽉 껴안은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을 쉬며 자책했다

카라마츠가 한계에 가까운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동생들을 신경 쓰는 카라마츠를 배려해 오소마츠도 먼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지 않을 것을 후회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오소마츠 품에서 눈물을 쏟아낸 카라마츠가 가벼운 현기증에 지치자, 오소마츠가 살며시 카라마츠를 품에서 떼어놓았다.


아으….”

아니, 잠깐 물만 가지러 가니까. 금방 올게.”

떨어지기 싫다는 얼굴로 서둘러 오소마츠의 옷자락을 잡은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안심하라는 투로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썹을 찌푸리고 머뭇거리며 손을 놓은 카라마츠에게 싱긋- 웃어주고 주방에 내려가 물을 떴다

저렇게 장시간 울었으니, 탈수증 예방을 위해 물은 반드시 마셔두어야 했다

물컵 가득 물을 떠, 넘치지 않게 조심조심 계단을 오른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물컵을 내밀었다

그제야 갈증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벌컥벌컥 물컵을 비우는 것을 본 후, 오소마츠가 자리를 이동해 녹색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 카라마츠. 다 마셨으면 이리 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손을 까딱이자, 빈 물컵을 바닥에 내려놓은 카라마츠가 무릎으로 기어 오소마츠의 다리 사이에 엉덩이를 내리고 앉았다

제 가슴에 등을 기대로 앉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라마츠를 껴안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먼저 말해줘. 횽아, 카라츙이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우응….”

빨개진 코로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쓴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가슴을 천천히 토닥였다.


졸려?”

조금….”

편안히 오소마츠에게 체중을 실어 기댄 카라마츠가 초점 잃은 눈을 벅벅 비볐다

, 얀마. 눈에 안 좋아.” 하면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깍지까지 껴 맞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본 카라마츠의 표정이 은근하게 녹아내렸다

한 치의 의심도, 경계도 없이 푸근하게 풀어진 얼굴을 본 오소마츠가 싱긋 웃고, 카라마츠가 더 편안히 앉을 수 있게 자세를 고쳤다

카라마츠가 편히 눕도록 엉덩이를 소파에서 멀리 떼고 등을 한껏 눕힌 자세가 된 오소마츠가 허리가 내지르는 고통을 무시하고 카라마츠의 부어오른 눈가를 쓸어 올렸다.


눈은 안 아파?”

조금 뻑뻑하다.”

뜨거운 눈꺼풀에 닿은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눈매를 따라 귀로 이동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귀까지 따끈해진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찬물에 수건이라도 적셔오지 않을 것을 후회하며 카라마츠 눈 위에 손을 올렸다.


오소마츠?”

한숨 자.”

“…싫다.”

“…자고 일어나도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정말로…?”

.”

그럼 조금만.”

. 잘 자~, 카라마츠.”

불안한 듯이 떨리는 손을 꽉 맞잡은 오소마츠가 작게 속삭였다

오소마츠의 단호한 발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눈을 감았다

카라마츠의 눈을 가리고 있는 손바닥에 카라마츠의 속눈썹이 닿아 손을 간질였다

불편한 자세가 주는 부담으로 삐걱거리는 허리에 오소마츠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거. 허리 아작나겠네….’

그렇게 한탄하면서도 자세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금세 색색-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카라마츠를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들리지 않을 각오를 슬쩍 흘렸다.


다음부턴 이렇게 되기 전에 알아차릴 테니까….”

그러니까, 이번만 용서해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속삭인 오소마츠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렇게 무방비로 있다가 동생들이 들이닥쳐 들킬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건 오소마츠가 알 바 아니었다.


 

지금은, 카라마츠 만을 위한 횽아니까.





* 슈퍼달링 오소마츠였습니다.


* 왜 오소카라만 쓰면 카라마츠의 남자다움은 저 멀리 날아가는 걸까요. 게다가 오소마츠도  '독점욕의 화신'  or  '슈퍼달링' 이 되는 이유는...


* 실은 이 플롯 짜면서 슈퍼달링 카라마츠가 보고 싶어,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는데 결국 나온건 또 오소카라...

  저의 무의식이 슈퍼달링 카라마츠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 쓰면서 핸폰 스톱워치로 순수하게 글을 쓴 시간을 재봤는데, 2시간 30분 나왔어요.

  그만큼 제가 딴짓을 하는 시간이 길다는...ㅎㅎㅎ 웃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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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제 두번째!입니다.


* 사귀고 있지 않은 카라오소입니다ㅎ


* 공미포 5,263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른 50 

29. 사탕키스 (카라오소)        야수 님 신청 키워드.

 



 

조용한 복도에 딸깍- 하고 열쇠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드르륵-,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오소마츠가 거하게 한숨을 내쉬며 뒤꿈치를 구겨 신은 운동화를 벗었다

- 복도를 둘러보아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관에 놓인 붉은 운동화를 남긴 오소마츠가 계단을 올랐다

백수 주제에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는지, 하고 저도 파칭코를 위해 외출했던 것을 훌쩍 날려버리고 불합리한 불평을 늘어놓은 오소마츠가 방문을 열었다.

어제 보다만 만화책이나 보면서 시간이나 때울 참으로 책장에서 만화책을 빼 바닥에 엉덩이를 내리자마자 다시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소파에 올라섰다.


멸치 먹으면서 보자~”

항상 이치마츠가 말린 멸치를 숨기는 작은 선반

까치발을 들어 선반 위를 확인한 오소마츠가 ?”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소마츠 형은 이거나 먹어.


남자치고는 단정한 글씨체로 쓰인 연보라색의 포스트잇이 사탕 봉지에 붙어 있었다

손을 뻗어 봉지를 꺼내 소파를 내려온 오소마츠가 포스트잇을 보며 작은 웃음을 흘렸다.


이건 욕하는 건가?”

이치마츠의 상냥함인지 아닌지 모를 쪽지를 보며 머리를 긁적인 오소마츠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포스트잇을 떼어 적당히 구긴 상태로 쓰레기통에 던졌다

깔끔하게 통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만족스럽게 보고 바닥에 앉은 오소마츠가 사탕 봉지를 열었다

!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열린 봉지 안에 있는 개별 포장된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넣었다.


우유 맛이네. 이거.”

사탕을 이리저리 입 안에서 굴리며 봉지를 확인한 오소마츠가 중얼거렸다

젖소 캐릭터가 그려진 봉지 앞면에 쓰인 선전 문장을 읽으며 가볍게 사탕을 깨물었다.


!? 말랑말랑해!!”

딱딱할 것으로 생각했던 사탕은 부드럽게 치아 사이에서 뭉개졌다

젤리와 사탕의 중간쯤에 있는 말캉말캉한 탄력

신기하단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사탕을 살짝살짝 깨물어가며 맛본 오소마츠가 씨익- 웃었다

기대가 없던 탓인지 우유 맛 사탕은 제법 맛있었다

입안에서 천천히 사탕을 녹여 먹으면서, 가끔은 살짝 깨물어 그 말랑한 탄력을 즐기면서 사탕을 하나씩 뜯어 입안에 넣었다

만화책을 피고 엎드린 오소마츠 주변엔 금세 빈 사탕 봉지가 늘어졌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사탕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재미있는 만화

오소마츠는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만끽하며 들어 올린 발을 흔들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뒤축이 구겨진 붉은 운동화. 운동화를 제외한 신발이 없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현관에 걸터앉아 구두를 벗었다

저벅저벅 복도를 걸어 거실문을 열자,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이 카라마츠를 반겼다

-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거실문을 닫고 계단을 올랐다.


 

오소마츠.”

~?”

카라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만화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안쓰럽기 그지없는 가죽 재킷을 입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엎드려 만화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의 주변에 늘어진 사탕 봉지를 본 카라마츠가 다가와 앉았다.


나도 하나만.”

?”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도 남이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보면 내심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다

단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오소마츠 주변에 널린 사탕 봉지를 본 순간, 어쩐지 당분이 당겼다

오소마츠는 뚱-한 얼굴로 카라마츠와 바닥에 놓인 사탕 봉지를 번갈아 보았다

얼마나 까먹었는지 사탕 봉지의 반은 줄어들어 있었다

우응….” 하고 신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사탕 봉지를 들어 꼭 껴안았다.


-!”

?”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것처럼 봉지를 소중하게 품에 넣은 오소마츠가 슬금슬금 엉덩이를 움직여 카라마츠와 거리를 띄웠다

20살도 넘긴 성인 남성이 사탕 주기 싫다고 자신을 째려보는 모습에 어이를 떠나 보낸 카라마츠가 -”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애도 아니고…. 성인 남성이 그러면 창피하지 않나?”

별로?”

“…하아~”

안 줄 거니까, 저리 가. 훠이훠이~”

귀찮게 매달리는 개를 내쫓는 것 같이 손을 휘젓는 오소마츠를 본 순간,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목구멍까지 치솟은 화를 꾹꾹 눌러 내린 카라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형님인데 양보도 못 하나? 하나만 줘.”

내놓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손을 흔들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내민 손을 쏘아보며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 우리 육둥이거든!? 다 동갑이거든!? , 동생 없거든!?”

평소에 장남이니, ‘형 명령이니 하던 녀석이 무슨 말 하는 거야!?”

형제 중에서 가장 강하게 자신의 위치()을 인지하고 있고, 그만큼 육둥이의 장남으로서, 형으로서 독재 정권을 휘두르던 오소마츠가 내뱉은 말에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짜증이 실렸다.


하나만 줘!”

싫어!”

…!”

이쯤 되면 없던 오기가 생겨버리고 만다

그렇게 원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소마츠의 강력한 거부에 짜증 섞인 오기가 피어났다

카라마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탕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봉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탕을 뺏으려는 손으로부터 상체를 휙 돌려 봉지를 지킨 오소마츠가 어딜!?” 하고 외쳤다.


이거 전부 내 꺼!!”

보란 듯이 사탕 하나를 뜯어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은 오소마츠가 혀를 메롱- 내밀었다.

이마에 커다란 힘줄을 만들고 크디큰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를 냈다.


어차피 파칭코 경품이잖아!!”

아니거든~?! 이치마츠가 준 거거든!?”

!?”

멸치 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있었어.”

그럼 네 것도 아니잖아!! 하나 줘!!”

싫어어어어어!!”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는 데 성공한 카라마츠가 다시 손을 뻗었다

팔 하나를 잡히고도 요령 좋게 요리조리 몸을 틀어가며 방어에 성공한 오소마츠가 성난 눈으로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앉은 채로 카라마츠의 손을 이리저리 피하느라 백수 생활로 땅에 떨어진 체력의 한계가 눈앞에 보였다

살짝 가빠진 숨을 내쉬며 카라마츠와 대치 상태에 들어간 오소마츠가 갑자기 팔을 흔들어 카라마츠의 손을 떨쳐냈다.


!! 진짜!! 알겠어! 하나 줄게!!”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도 참고 있던 숨을 푹- 내쉬고 손을 내밀었다

이런 별것도 아닌 일에 오기를 내고 숨이 거칠어지도록 오소마츠와 실랑이한 것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내민 손에 사탕은 올라오지 않았다.


오소마~?”

, !”

혹여나 카라마츠에게 뺏길까, 봉투 입구를 아주 조금 열어 사탕 하나만 쏙 빼낸 오소마츠가 사탕을 입에 물었다

으스대는 표정으로 사탕을 입에 문 채로 오소마츠가 얼굴을 내밀었다

딱 봐도 사탕은 주기 싫으니 카라마츠를 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빠직! 하고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는 당연히 카라마츠가 아무 짓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산했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이어진 실랑이에 겹쳐진 오소마츠의 얄미운 제안에, 한계에 가까워져 있던 카라마츠의 인내심이 기어이 끊어지고 말았다.


?”

덥석 제 양손을 붙잡는 카라마츠를 보고 놀란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였다

뭘 하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힘차게 다가온 카라마츠의 얼굴이 시야를 가렸다.


, 부읏?!?!”

! 하고 맞부딪친 이마에 절로 막힌 입술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며 입술을 뗀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며 오소마츠와 부딪힌 이마를 문질렀다.


내 사탕!!!”

조금 빨개진 이마를 문지르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외쳤다

오소마츠처럼 말캉말캉한 사탕을 마음껏 씹고 넘긴 카라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감탄했다.


이거, 맛있군….”

내 사탕~!!”

울상이 되어 외친 후, 카라마츠를 조용히 노려보던 오소마츠가 품에 안고 있던 사탕 봉지를 더 꽉 품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

, 그야….”

그야?”

마미의 성스러운 work를 돕기 위해서다.”

심부름이잖아! 더럽게 어렵게 말하네!! 그럼 빨리 심부름이나 가!!”

오소마츠.”

, , 하고 이젠 뱀을 쫓는 시늉을 하며 쏘아보는 오소마츠를 부른 카라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가기 전에 하나만 더,”

꺼졋!!”

카라마츠의 말을 끊고 외친 오소마츠가 몸을 홱 돌렸다

한심하다는 듯이 오소마츠를 응시한 카라마츠가 슬금슬금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어이, 형님. 사랑스러운 브라더-에게 사탕 하나 못 주는 건가?”

너랑 나 사이에 형, 동생이 어디 있어!?”

그거 어제 형 명령이랍시고 나한테 심부름 떠넘긴 사람이 할 소리?!”

저리 가! !!!”

형님이 이치마츠인가!?”

고양이가 털을 세우고 몸을 부풀려 위협을 하는 것처럼 쇳소리를 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한마디 했다

오소마츠는 이제 입을 꾹 다물고 온 힘을 다해 카라마츠로부터 사탕을 지키겠단 열의를 내비치고 있었다

또 아까의 오기가 슬쩍 고개를 든 카라마츠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세게 고개를 흔드는 오소마츠를 보며 푹-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돌연 표정을 지우고 정색한 채로 말했다.


오소마츠, 그런 걸 놀부 심보라고 하는 거다.”

“….”

형님이 되어서 그 정도도 양보 못 하는 건가? 치사하다. 쫌생이. 놀부 심보.”

뭘 해도 사탕을 줄 것 같지 않은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가 작전을 바꿨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나쁜 말을 오소마츠에게 갖다 붙여도 오소마츠는 봉지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팔을 풀지 않았다.


안 줄 거면 어제 내 지갑에서 꺼내 간 3만엔 갚아라. 지금 당장.”

…!!”

카라마츠가 내민 비장의 수에 오소마츠가 어깨를 움찔였다

으우우….” 하고 분하단 신음을 흘리며 눈썹을 한껏 찡그린 오소마츠가 천천히 팔을 풀었다

부스럭부스럭, 하고 봉지가 움직이는 소리에 카라마츠가 인상을 펴고 얌전히 손을 내밀었다

바삭바삭, 하고 사탕 하나를 꺼내서 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에 사탕을 올리려는 순간, - 하고 180도 방향을 바꾼 손은 오소마츠의 입에 도착했다.


우햐햐!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봐~!”

사탕을 쏙- 제 입에 넣고 웃은 오소마츠가 남은 사탕을 가져갈 수 없도록 다시 사탕 봉지를 품에 안았다.

해맑게 장난기 섞인 웃음을 만면에 가득 피운 오소마츠를 보며 하아~” 하고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정말 지독한 형님이다….”

그렇게 내뱉으며 사탕을 포기하고 몸을 돌리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승리의 미소를 보내자마자, 빙글- 몸을 돌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목덜미를 강하게 붙잡았다.


, !? 으으응?!?!”

놀라 벌어진 입안으로 쑥- 들어온 미지근한 고깃덩어리에 놀랐는지 오소마츠의 몸이 크게 튀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오소마츠의 목덜미를 지긋이 붙잡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입안에 도달한 혀를 요리조리 움직였다

치열을 따라 훑으며 뭔가를 찾듯이 움직인 카라마츠의 혀가 오른쪽 뺨 부근에서 멈췄다

- 입꼬리를 올린 카라마츠와 경악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린 오소마츠가 몸을 들썩였지만, 힘은 카라마츠가 위였다

옴짝달싹 못 하게 붙잡힌 오소마츠가 발버둥 치자 품에 안고 있던 사탕 봉지가 바닥에 털썩 떨어져, 바닥에 사탕을 흩뜨렸다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눈을 빛내며 오소마츠 입안을 탐험한 카라마츠가 어금니 부근에 숨어있던 사탕 쪽으로 혀를 뻗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카라마츠 품에서 벗어나려던 오소마츠도 행동을 멈추고 필사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재빠르게 사탕을 다른 위치로 옮긴 오소마츠를 쫓아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여 더 깊게 입맞췄다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며 뺏기지 않으려는 오소마츠와 어떻게든 사탕을 뺏으려는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입안에서 종횡무진 바쁘게 움직였다

사탕을 사이에 두고 혀가 스치고, 얽히고, 휘감기며 넘친 끈적한 타액이 입가로 흘러내렸다.


우응~~!!”

카라마츠를 피해 혀 위에 사탕을 올리고 입천장으로 들어 올린 오소마츠를 따라 카라마츠의 혀가 입천장에 닿았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살덩어리가 입천장의 얇은 점막을 어루만지자 오소마츠가 몸을 떨며 신음을 흘렸다

입안 가득한 두 사람분의 타액을 꿀꺽- 목을 울리며 삼키고 다시 혀를 움직인 오소마츠가 또 펄쩍 어깨를 튕겼다

오소마츠가 약한 소리를 낸 입천장을 집요하게 카라마츠가 간질이자 또다시 신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움직임을 멈췄다

이때다, 하고 노려 혀를 뻗어 사탕을 뺏어낸 카라마츠가 사탕을 감싸고 혀를 빼려고 하자, 오소마츠가 재빨리 카라마츠의 혀를 빨아들였다

갑작스레 빨려 들어간 혀와 함께 사탕이 다시 오소마츠에게 넘어갔다

!” 하고 분하단 듯이 목을 울린 카라마츠가 다시 혀를 뻗었다

사탕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혀가 동시에 얽혀 서로 사탕을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하는 사이, 조금씩 작아진 사탕은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쉬운 듯이 오소마츠의 입안을 훑어 사탕이 없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그제야 혀를 빼냈다.


,

하아….”

가슴을 크게 달싹이며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 내쉬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입맛을 다셨다

혀에 남은 우유 향의 달콤함이 부드럽게 입안에 맴돌았다

극소량의 달콤함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입술에 남은 단 맛까지 핥아 입안으로 가져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 잘 먹었다, 오소마츠.”

크우우, 내 사탕!!”

분하단 얼굴로 허공에 손을 휘젓는 오소마츠를 피해 몸을 숙인 카라마츠가 바닥에 흩어진 사탕 한 줌을 쥐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도 받아가겠다! 그럼 아디오스-, 형님!”

!!! 내 사탕이이이이!!!”

보기 싫게 부푼 가죽 재킷의 주머니를 과시하듯 탁탁 가볍게 치고 몸을 돌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비명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입안에 남은 달달함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은은한 우유 향을 풍기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먹었던 사탕 중에 제일 맛있을지도 모른다

그 달콤함을 다시 맛보고 싶어진 카라마츠가 계단을 내려가며 사탕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

달달한 단맛과 함께 입안에 퍼지는 우유 맛은 분명 맛있었지만, 어쩐지 조금 전보다 덜 달게 느껴졌다

분명 같은 사탕인데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 리 없는 카라마츠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 다시 한 번 말해두면, 사귀고 있지 않은 카라오소입니다ㅎㅎㅎ


* 그럼 저는 이만 남은 플롯을 정리하고 특전을 쓰러 가보겠습니다^^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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